기자 이미지

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 jjs@ekn.kr

전체기사

[에너지 지정학] “트럼프 이후 세계질서 대전환”…한일 전문가들 “한미일 협력 더 중요해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면서 동북아 안보·경제 지형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일 양국 전문가들은 미중 전략경쟁과 북핵 위협,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세다대학교 일미연구소는 최근 일본 도쿄 와세다캠퍼스에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김형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전 EU대사) 아라키 후미히로 안전보장간담회 연구위원, 쿠보유이치TBS TV「報道1930」PD 등 한일 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개회사를 맡은 겜마 마사히코 와세다대 국제부문 총괄이사 겸 일미연구소장은 “영토주권 존중, 자유무역, 민주주의라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국제사회 다수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행보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력을 외교·안보의 축으로 삼아온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중동, 중국, 러시아에 의존하는 양국은 미국과의 공조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세대 간 교류와 상호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회사에 이어 윤영관 전 장관의 기조강연과 1부 주제발표 및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이 진행됐다. 윤영관 전 장관은 현재 국제질서를 “대격변과 혼돈의 시대"로 규정했다. 윤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80년 동안 유지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리더십을 사실상 포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영토주권과 자유무역, 민주주의라는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가치들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국제질서가 △트럼프 이전 체제로의 회귀 △미중 신냉전 체제 △강대국 중심의 세력권 질서 등 여러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어느 경우든 국제사회의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 통상질서의 변화가 주요 화두로 제기됐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공공재 제공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강화가 기존 통상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대응할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러 협력 심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가 동북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라키 후미히로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둘러싼 위협 인식은 한일 양국이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형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은 외교 무대를 '바둑판'에 비유하며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북핵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동 정세 변화가 북한의 핵전략과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은 AI 기반 다영역 전투(Multi-Domain Warfare)와 첨단 군사기술의 발전이 향후 국제안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탈석유와 경제의 전력화, 글로벌 에너지·물류 경로 재편이 향후 지정학 질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부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 변화가 동북아에 미칠 영향과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쿠보 유이치 TBS 해설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미국 사회 내부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현재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미중 관계 역시 전면 충돌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경쟁하는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목표가 핵관리 체제로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상황에서 향후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쿠보 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정책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라며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동북아의 안정축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방향으로 미국 정책이 변질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공동의 레드라인을 워싱턴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가 동맹국들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중심 외교와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한 핵위협 지속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에너지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국제질서가 흔들릴수록 중견국들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한미일 협력은 특정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과 번영을 위한 구조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 기획한 이애리아 와세다대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은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에너지, 기술 경쟁의 관점까지 아우르며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일 양국 전문가들이 공동의 도전과제를 확인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와세다대 일미연구소를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과 동북아 안정에 관한 학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칩은 넘치는데 켤 전기가 없다”…AI 3대 강국 발목 잡는 ‘전력 인프라’[이슈]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AI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2030년 산업 AI 활용률 60%, 제조업 세계 1위, 피지컬 AI 세계 1위 등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AI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은 대규모 GPU 확보와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AI 업계와 전력업계에서는 정작 AI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GPU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시대를 넘어 AI를 실제 산업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인프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척되는 분야는 GPU 확보다. 정부와 엔비디아는 총 26만장 규모의 GPU 공급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 가운데 약 1만3000장의 초도 물량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중 1만장 규모를 대학과 연구기관, AI 스타트업 등에 우선 공급해 활용을 시작했다. 향후 전체 물량이 계획대로 도입될 경우 국내 GPU 보유 규모는 약 30만장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GPU 확보 속도만 놓고 보면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GPU는 확보해도 이를 설치하고 운영할 데이터센터가 부족하면 활용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AI 산업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GPU는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지만 전력망과 발전설비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AI 경쟁의 병목이 칩에서 전기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새로운 산업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최신 AI 데이터센터는 수백MW에서 많게는 GW급 전력을 24시간 소비한다. 업계에서는 “중형 발전소 하나를 전용으로 운영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전력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 용량은 2023년 906MW에서 2027년 7343MW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연구기관은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수요가 약 5만MW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2022년 국내 최대전력 수요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물론 신청 물량에는 실제 착공되지 않을 사업과 중복 신청도 포함돼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속도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공급 계획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기준 데이터센터 추가 수요를 4.4GW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AI 산업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 계획이 충분한지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신청 물량이 모두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국내 AI 산업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평가된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전력 공급이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도 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LNG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종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 TF를 출범시켰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산업 발전과 기업 유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도 이런 고민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산업 확대와 탄소중립, 전력 공급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전력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원전 재가동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구글과 아마존은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향후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 3대 강국의 성패는 GPU 숫자가 아니라 이를 실제로 가동할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 얼마나 빠르게 구축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은 칩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전기를 확보하는 단계로 경쟁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유연성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발전비용이 낮은 재생에너지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역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충분한 보급이 어려운 만큼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탈원전 인사가 한수원에?”…김소희, 양이원영 후보 포함 격분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이사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대한민국 원전 산업에 대한 모독이자 도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이자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1일 성명서를 통해 “평생 탈원전 이념에 사로잡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을 붕괴시키려 했던 인사가 한수원 경영진인 비상임이사 후보로 공모에 지원해 최종 5배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사회 의장 내정설까지 나오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양 전 의원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시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적극적 옹호자였고,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원전 경제성·안전성 부정을 지속해 온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전력수급 안정과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한수원 이사회에 해당 산업을 부정해 온 인사를 앉히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한수원 내부 반발도 언급했다. 그는 “한수원 근로자들마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노조는 이번 인사가 강행될 경우 신규 원전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사업 추진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인선을 '낙하산 보은 인사'로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장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AI 3대 강국을 천명한 대통령이 한수원 사업 추진을 마비시킬 부당한 낙하산 인사 개입을 방조하거나 묵인한 것인지 국민 앞에 직접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을 향해서도 “양이원영 전 의원과의 사전 교감설 및 인사 외압 의혹에 대해 국회와 국민 앞에 소명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양 전 의원에게는 “한수원 이사회 공모 지원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에는 “권력의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전문성을 결여한 부적격 후보를 즉각 배제하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인사가 강행돼 신규 원전 사업에 단 하루라도 차질이 생기거나 지연이 발생한다면 법적·정치적 책임은 임명을 강행한 정부가 전적으로 져야 한다"며 “다가오는 상임위에서 이번 인선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부 “발전용 LNG 가격상한제 추진 결정된 바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제기된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상한제 도입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후부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가 발전용 가스상한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시장가격 안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LNG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금으로 가스공사의 손실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검토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은 정부가 발전용 LNG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공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제도 도입 여부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가 정승일을 택한 이유…AI 시대 ‘전기’가 미래성장 됐다 [이슈분석]

SK그룹이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단순 인사를 넘어선 상징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AI와 반도체 시대 그룹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결국 '전력 확보'라는 점을 보여주는 인사라는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또는 조만간 정 전 차관을 지주사인 SK㈜의 신설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1965년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산업부 차관과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모두 역임한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SK하이닉스 고문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투자에 필요한 전력 공급과 공급망 안정화 문제를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SK가 정 사장을 미래성장 전면에 배치한 배경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전 재가동 계약을 체결했고 아마존과 구글은 SMR 투자에 나섰다. AI 시대 경쟁력이 결국 전력 생산 능력과 데이터센터 확보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SK 역시 SK하이닉스와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도체 회사가 좋은 칩만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라며 “정승일 영입은 SK가 AI 시대 최대 병목을 전력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특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사장의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에서는 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단기간 내 감당하기 위해서는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 사장이 산업부와 가스공사, 한전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특히 LNG와 전력망, 발전시장 구조를 모두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SK의 AI·반도체·에너지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역시 AI 3대 강국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미래 성장 전략이라는 말 자체가 이제는 전력 전략과 거의 같은 의미가 되고 있다"며 “SK의 정승일 영입은 재계가 그 현실을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태양과 바람이면 충분하다?” AI 시대가 묻는 전력의 현실

정부는 AI 3강 도약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AI 산업의 핵심인 전력 문제에서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AI 강국의 핵심인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급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사실상 발전소 하나를 통째로 붙여야 돌아가는 산업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이를 감당할 전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계통 문제가 여전하다. 전력망은 생산과 소비가 실시간으로 맞아야 하는 시스템인데,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기 때문에 결국 별도의 백업발전과 대규모 송전망·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가 함께 필요하다. 원전은 장기간이 걸린다. 결국 업계에서는 LNG 같은 과도기 전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탄소중립이 산업 발전이나 지방 기업 유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이런 현실 고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이 “좌우뇌 충돌이 안 되다 보니 다른 부처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대목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문제를 둘러싸고 과기정통부·산업부·기후부 간 시각차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만 늘리면 산업 경쟁력과 전력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진작 모든 공장을 RE100만으로 운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흔들림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미국 빅테크들도 이미 현실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RE100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원전과 천연가스 기반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원전 수명연장과 가스발전, SMR 논의가 동시에 커지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럽(EU)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이 미국 대비 2배 이상, 중국보다 약 50%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바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체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탄소중립은 분명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산업 현실과 속도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냐 화석연료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사이의 현실적인 균형점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인터뷰] “美 에너지에 300조 투자…韓 기업, 세계시장 도약할 역대급 기회”

“AI와 반도체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 대한민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전력망·원전·가스 및 가스발전·ESS 분야에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특히 “미국에 투입될 것으로 거론되는 수백조원 규모 투자 가운데 미국 측에서 에너지 인프라에 많은 부분을 투자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력망, 원전, 가스파이프라인 및 터미널,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기기 제조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참여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미국에 3500억달러(약 52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미 조선분야에 투자하고, 2000억달러는 반도체, 에너지 등 양국의 협의로 정해진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직 시장이 정해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실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우리가 부담하게 될 자금이라면 단순히 돈만 내는 구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출을 도모하며 많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며 “민관이 함께 움직이며 전략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교수는 오는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최하는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양국 정부와 양국 에너지 기업 의사결정자들이 다양한 미국 내 신규 에너지 사업기회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이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수행하면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글로벌 수준의 계약, 설계, 건설, 운영, 안전 등의 전체 시스템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계약 이행과 전력 공급 신뢰도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위반시 큰 벌금을 내야 하지만 규정에 잘 맞게만 한다면 보상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약속된 시간에 전력 공급을 못하면 막대한 패널티가 부과된다"며 “이런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관리 체계와 운영 역량도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등을 언급하며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특히 투자로서는 송전망과 가스망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전사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지만 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송전망·가스망 같은 인프라는 적정 수익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안정성이 높다"며 “향후 미국 에너지 투자 확대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 및 SMR 분야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 가능한 국가가 많지 않다"며 “프랑스와 미국, 일본이 과거 대비 약화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역시 최근 대미 투자 확대를 계기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현재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지금은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경험과 기술·운영 역량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남부발전, 재생에너지 11.2GW 확대 선언…“해상풍력·ESS 중심 투자”

한국남부발전이 2040년까지 총 11.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공개하며 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의 미래 에너지 투자 확대에 나섰다. 남부발전은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외 금융기관, 개발사, 기자재 공급사, 기술기업 관계자 등 약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남부발전의 중장기 재생에너지 투자 로드맵과 주요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특강과 유관기관 업무협약 체결, 남부발전 재생에너지 투자 로드맵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남부발전은 이날 향후 5년간 누적 3.4GW, 2040년까지 총 11.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공개했다. 주요 투자 분야는 해상풍력과 태양광, ESS 등이다. 특히 최근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과 계통 안정성 확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ESS 투자와 관련 협력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남부발전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와 ESS 중앙계약시장 공동 참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해상풍력과 연계한 에너지 저장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협력 분야에서는 코람코자산운용, 알파자산운용과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사업개발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영광 야월해상풍력 및 부산 다대포해상풍력 사업 관련 주기기 공급과 국산 공급망 강화 협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재료연구원, 쏠리스장흥과는 윈도우솔라필름과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관련 기술 실증과 정책 반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부발전은 이번 투자설명회를 계기로 금융기관과 개발사, 기술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조성과 국가 탄소중립 목표(NDC) 달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라며 “공공과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재생E 늘면 전기요금 내려간다?”…유럽은 왜 제조업 위기 왔나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나면 전기요금도 내려간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필요성과 당위성의 주된 배경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업무보고에서도 화제가 된 내용이다. 실제 태양광과 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빠르게 하락해 왔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발전원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유럽 전력시장 흐름은 이 같은 논리를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가장 빠른 유럽 주요 국가들이 오히려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7월 발간한 'Electricity Mid-Year Update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EU)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은 2025년에도 미국 대비 2배 이상, 중국보다 약 50%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2019년만 해도 EU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보다 약 50%, 중국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었지만 최근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IEA는 2025년 상반기 유럽연합(EU)의 평균 도매전력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약 9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독일은 약 100달러/MWh로 전년 대비 37%, 영국은 약 115달러/MWh로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평균 도매전력 가격은 약 48달러/MWh 수준이었다. 독일·네덜란드·스페인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전력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간이 전체의 8~9%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태양광·풍력 발전량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 현상이지만, 동시에 저녁 시간대에는 다시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며 가격 급등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EA는 특히 독일이 유럽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최근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보조제도(industrial electricity price)'까지 추진하고 있다. 목표 단가는 kWh당 5유로센트 수준으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별개로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제조업 경쟁력 악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2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독일 내 친환경 철강 전환 투자 계획 일부를 철회했다. 회사 측은 “높고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 비용"을 주요 이유로 언급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단순 발전단가 외에 '전력 시스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단가 자체는 낮아지고 있지만 출력이 날씨에 따라 급변하는 간헐성 문제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전력망 운영 과정에서는 추가 송·변전망 투자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백업 발전원 확보가 동시에 필요하다. IEA 역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망 유연성 확보와 대규모 저장장치, 계통 안정화 투자가 중요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전력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저녁 시간대에는 가격이 급등하는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계통 비용 부담도 확대되는 추세다. IEA 관련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력망 혼잡(congestion) 비용은 미국 약 80억달러, 유럽 약 45억달러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산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이 최대 5조4000억유로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송전망 확대 비용만 약 1조2000억유로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단순히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자동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내려간 것과 전체 전력 시스템 비용이 낮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계통·예비력·ESS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모두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최근 AI 산업 확대와 함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 내부에서도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사이 균형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논쟁이다. 과기정통부와 산업계는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중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국회를 통과한 AI 특별법에서는 LNG 발전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전력 현실과 기존 에너지 정책 간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대표는 “탄소중립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실과 속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라며 “AI·반도체 시대에는 결국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시스템 구축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재생에너지 시대 ‘숨은 전력저장고’…중부발전, 양수발전 확대 나선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력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유연성 자원'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 피크 시간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수발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27일 한국중부발전에 따르면 회사는 전남 구례군 문척면과 경북 봉화군 소천면 일원에서 신규 양수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해당 사업들은 지방자치단체 협의와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수발전은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 남는 전력을 활용해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린 뒤,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대 물을 다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대규모 전력 저장장치(ESS)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양수발전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 발전량이 집중되고, 풍력 역시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계통 안정화를 위해서는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 시 즉각 공급할 수 있는 설비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부발전 역시 기존 화력발전 중심 사업 구조를 점진적으로 무탄소 전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양수발전 사업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회사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협력해 전국 다목적댐을 활용한 신규 양수발전 입지 조사도 진행 중이다. 기존 댐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할 경우 신규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와 주민 반발을 줄일 수 있고, 건설 비용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기관은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수발전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규모 건설 사업 특성상 장기간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도로·복지시설 등 지역 인프라 개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 영향 최소화와 주민 수용성 확보는 사업 추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제 양수발전은 대규모 산지 개발과 송전설비 구축 등이 동반되는 만큼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며 “진행 중인 구례·봉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주민 소통을 바탕으로 한 지역 상생 모델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