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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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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리스크에 흔들린 에너지 안보…“원전 역할 다시 커진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움직임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전 봉쇄는 아니지만 '선별적 통행'이 현실화되면서 LNG를 중심으로 한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급등을 피하고 있지만, 이는 해협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특정 국가와 선박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LNG는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LNG 공급망에서도 핵심 경로로,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과 물량 확보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원전은 연료를 장기간 비축할 수 있고 국제 운송 리스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을 통해 전력 공급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를 3월 중 재가동하고, 이후 한빛 6호기, 한울 3호기, 월성 2·3호기 등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원전의 연료 대체 효과도 주목된다. 통상 1GW 규모 원전은 연간 약 49만 톤의 LNG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전력 생산 비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구조 문제를 다시 드러낸 계기라고 보고 있다. LNG 중심 구조는 가격과 공급 모두에서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완전 봉쇄가 아니어도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연료 수입 의존도가 낮은 전원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에너지 안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원전과 같은 기저 전원의 역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전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주요국들은 원전 설비 확대 또는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LNG 자원이 풍부한 미국조차 원전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원전 및 신규 원전 건설 확대를 논의했으며, 특히 자국 내에 신규 원전 약 10기 건설 방안을 검토하는 등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료 확보 차원을 넘어 전력 시스템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력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상황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원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국가들조차 원전을 확대하는 흐름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단순한 가격이 아닌 '안정성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중동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어떤 전원 믹스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에너지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분기 전기요금 동결…에너지 위기에 가격신호 왜곡 논란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중동발(發) 에너지 수급 위기임에도 요금이 동결되면서 소비 절약 유인이 소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23일 2분기(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모든 항목에서 변동이 없다. 가정용 전기 요금은 12분기 연속, 산업용은 6분기 연속 동결된다.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단가' 제도가 작동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제도의 취지가 또 한 번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제도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압력이 반영되는 구간이지만 국내 전력도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진 상당기간 시차가 존재해 당장 2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 제도와 정책 변수에 가로막혀 가격 신호가 지속적으로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연료비 조정단가는 이전 3개월간 유연탄, LNG 등 연료 가격 변동분과 최근 1년간 변동분의 차이를 반영해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 즉 2분기 요금 기준은 지난해 12월~올해 2월 평균 가격이 반영된다. 한전에 따르면 전쟁이 2월말에 발생해 이번에는 오히려 kWh당 11원 정도의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를 고려해 지난 분기와 같이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현재 중동 전쟁으로 동북아 LNG 현물가격은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초반대에서 20일에는 21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10달러로 올랐다. 이 상승분은 2분기가 아닌 다음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때 반영될 예정이다. 전쟁이 2월 말 발생했으니 상승분이 평소보다 더 많아야 하지만 3분기에도 상한선인 '+5원'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요금에 반영해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요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정치·물가 요인에 가로막혀 '제때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2023년에는 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키웠고, 이후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요금 조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2분기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연료비 변동 요인을 반영하기보다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물가 안정 필요성이 우선 고려되면서, 제도는 다시 한 번 '정책적 판단'에 종속됐다. 한전은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과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5원 유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동제가 아니라 '정부 결정 요금'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될수록 전력시장 전반의 가격 신호가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연료비 상승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전력 소비 절감 유인이 약해지고, 반대로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LNG·석탄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전력 시스템에서 가격 신호 왜곡은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연성 전원이나 발전원별 경제성 판단이 실제 시장 상황과 괴리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비 조정단가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국제정세가 안정적일 때도, 중동발 리스크 등으로 불안할 때도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요금 결정 시스템"이라며 “요금 현실화와 제도 정상화 없이는 한전 재무 문제도, 전력시장 왜곡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도 주식처럼 사고 판다”…도쿄서 확인한 ESS 시장의 ‘폭발력’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 한가운데, 컨테이너 형태의 설비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태양광 옆에 설치되는 에너지저장장치(BESS)다. 현장에서 만난 LS ELECTRIC 관계자는 일본 전력시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ESS에 저장된 전기를 주식처럼 사고팝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축전소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구조는 단순하다. △낮 시간 → 태양광 전력 저장 △저녁 피크 → 전력 판매 △가격차로 수익 확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이 쌀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판매하는 구조가 기본"이라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ESS"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거래가 단순 전력회사가 아니라 민간 중심 시장에서 이뤄진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거래 구조'다. 일본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가 핵심 역할을 한다. 어그리게이터는 다수의 ESS와 분산형 전원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 전력시장에서 대신 거래해주는 중개 사업자로, 일종의 '전력 증권사' 역할을 한다. 개별 사업자는 ESS를 설치한 뒤 이를 어그리게이터에 맡기면, 어그리게이터가 전력 가격 변동에 맞춰 전기를 사고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배분하는 구조다. 특히 전력이 저렴할 때 충전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피크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일본에서는 ESS가 단순한 계통 보조 설비를 넘어 '투자형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 설명을 정리하면 △개인·사업자가 ESS 설치→△어그리게이터에 위탁→△실시간 가격 기반 거래 수행→△수익 분배 구조다. 일본 업체 관계자는 “증권회사처럼 전력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라며 “이 때문에 ESS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2MW·8MWh 규모 ESS 기준 △설치비 약 40억 원 △월 수익 약 4억 원 수준 사례도 있다"며 “전력이 '투자 상품'으로 작동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ESS 설치 규모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활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이 전기요금 절감과 계통 보조 중심의 '설비 확산형 시장'이라면, 일본은 전력 가격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 기반형 ESS 산업'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대비가 뚜렷하다. 일본은 ESS 전체 누적 설치 용량이 약 1~2GW 수준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보급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계통연계형은 0.2~0.3GW 수준에 불과해 실제 전력시장 활용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초기 성장 시장'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ESS 누적 설치 용량이 약 6~7GW 수준(산업용·계통용 포함)에 이르며 설비 보급 자체는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피크저감, 수요관리, 계통 보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일본처럼 전력 거래 기반 수익 모델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제 막 제주도에서 중앙계약시장 실증이 시작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설비 보급은 앞섰지만 시장 모델은 정체된 구조', 일본은 '보급은 초기지만 시장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과 한국의 ESS 시장 규모는 이미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일본 ESS 시장은 약 93억 달러(약 12조 원) 수준으로, 약 3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시장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계통 안정화나 피크저감 중심의 제한된 활용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기술이 아니라 시장 설계와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국 역시 전력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ESS 산업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6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약 20% 수준에서 3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ESS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계통 안정화 △가격 차익 거래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본에서 축전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일본 시장에서 △2021년부터 사업 진출 △약 100MW 규모 실적 확보 △한국 기업 중 최대 수준과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변압기 △차단기 △ESS 시스템 등 패키지 공급 역량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인허가·납기 문제로 4~5년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2년 내 공급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GW까지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력시장 구조가 산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일본은 △시장 개방 → △민간 투자 활성화 → △ESS 급성장 구조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 중심 → △제한적 시장 → △성장 정체 양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논쟁을 넘어 '전력시장 설계'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전력시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인사이트] 9.5km 케이블이 만든 ‘BTS K-에너지’… 탄소 30톤을 1조 가치로 바꾸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은 BTS의 컴백 공연 'ARIRANG'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거대한 '문화 에너지'의 총체적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단순한 대중음악 이벤트를 넘어, 에너지의 쓰임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투입된 9.5km의 전력 케이블과 약 1만 킬로볼트암페어(kVA) 규모의 전력 설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소형 산업단지'를 방불케 했지만, 이 공연의 본질은 전력 소비량이 아니라 그 전력이 만들어낸 '경제적 전환 효과'에 있다. 이번 공연의 순간 최대 전력은 약 9600~10000kVA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3000~40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 규모와 맞먹는다. 다만 이는 '순간 부하' 기준일 뿐 실제 총 소비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공연 준비와 리허설, 글로벌 송출을 포함한 전체 전력 소비량은 약 6만~8만 킬로와트시(kWh) 수준으로, 국내 평균 가구 기준 약 200~250가구의 한 달 사용량에 해당한다. kVA(킬로볼트암페어)는 전력 설비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특정 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 규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kW(킬로와트)가 실제 소비되는 유효전력을 뜻한다면, kVA는 전압과 전류를 곱한 '피상전력' 개념으로 설비 설계 기준에 사용된다. 공연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순간적으로 큰 전력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kWh(사용량)보다 kVA(최대 공급 능력)가 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탄소 배출량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력 배출계수(약 0.4~0.5kgCO₂/kWh)를 적용하면 이번 공연에서 발생한 탄소는 약 24~36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약 3,00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비슷한 규모다.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전·산업 부문과 비교하면 제한적인 단기 이벤트성 배출에 가깝다. 그러나 이 수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한 '배출량'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전력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형 K-콘서트의 경제 파급효과는 통상 1조 원 내외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 역시 해외 팬 유입에 따른 관광 소비, 콘텐츠 유통, 광고 및 플랫폼 수익,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 등을 포함하면 약 1조~1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탄소 1톤당 수백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셈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발전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이번 공연이 가진 '디지털 구조'다. 과거라면 수백만 명의 글로벌 팬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이번 공연은 서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OTT와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이는 개별 이동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대체하는 구조로,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전력은 소비됐지만, 그 전력은 '이동 에너지'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물리적 에너지를 디지털 에너지로 전환해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다. 에너지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제조업은 전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발전 산업은 전력을 공급하는 데서 가치가 발생한다. 반면 K-콘텐츠 산업은 전력을 투입해 관광·플랫폼·브랜드 가치까지 동시에 창출한다.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부가가치의 밀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 케이블은 단순한 공급망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네트워크"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느냐보다, 그 전기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모든 에너지 소비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 산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비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같은 1kWh라도 단순 소비로 사라질 수도 있고,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가치로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BTS 공연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9.5km의 케이블을 타고 흐른 전기는 단순한 조명과 음향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와 브랜드, 그리고 경제적 영향력으로 확장됐다. 에너지의 시대는 이미 바뀌고 있다. 이제 전력은 산업을 움직이는 수단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증폭시키는 '가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일날씨] 아침 ‘영하권’ 쌀쌀…낮 최고 19도 ‘포근’

일요일인 22일은 전국적으로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륙 곳곳의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쌀쌀하겠지만, 낮에는 기온이 크게 올라 포근하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2~8도, 낮 최고기온은 14~19도로 예보됐다. 특히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 많겠으며, 새벽부터 아침 사이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낮 기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5도 안팎까지 올라 포근하겠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20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외출 시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을 준비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하늘에 구름이 많겠으나, 제주도는 오후부터 저녁 사이 5㎜ 미만의 비가 살짝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지역은 대체로 맑거나 구름만 끼는 날씨가 이어지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보통' 수준을 보이겠으며, 제주권은 '좋음' 수준으로 청정하겠다. 바다 물결은 동해와 남해 앞바다에서 0.5~1.0m, 서해 앞바다에서 0.5m로 비교적 잔잔하게 일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집 사라고 빌려준 돈 아니다”…李대통령 ‘사업자 대출 용도 유용’ 사기죄 처벌 초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에 활용하는 '편법 대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단순한 금융 규제 위반을 넘어 '사기죄'라는 형사 처벌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시장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 사업자 대출을 신청하면서 실제로는 주택 구입에 사용할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운영 자금' 등으로 허위 기재했다면, 이는 금융기관을 속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은행이 주택 구입 용도임을 알았더라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뚜렷하다"며 “대출금이 실행되는 순간 사기죄의 기수(범죄 완성)에 해당하며, 나중에 돈을 갚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특정 기사를 링크하며 압박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급증한 편법 대출 통계가 있다. 작년 하반기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업자 대출을 활용한 사례는 전년 동기 대비 35%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해당 사례들에 대한 전수 검증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될 경우 △대출금 즉시 강제 회수 △차주 및 해당 사업체 세무조사 △금융권 대출 금지 등 행정적 제재는 물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에 이어 21일에도 “사기죄 처벌과 자발 상환 중 어떤 게 합리적일지는 분명하다"며 자진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정부의 본격적인 사법 처리가 시작되기 전, 차주들에게 마지막 탈출구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를 넘어 공정한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며 “대통령의 경고가 반복되는 만큼, 적발 시 관용 없는 법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란 “일본 선박 통과 협의 가능”…호르무즈 ‘선별 통행’ 현실화되나

이란이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를 거쳐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완전 봉쇄'가 아닌 선별적 통행 구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이란 등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다각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해협은 열려 있으며 적대국을 제외한 선박의 통과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본 선박에 대해서도 협의를 전제로 통과 허용 의사를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망에서 사실상 '생명선'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상황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발언은 이란이 해협을 전면 봉쇄하기보다는 특정 국가 및 선박에 대해 선별적으로 통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선박 통과를 위해 이란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선별적 통행' 구조가 유가 급등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일부 물량이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곧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 국가나 선박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질 경우 운송 리스크와 보험료 상승, 물류 지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이번 움직임은 주목된다. 이란이 일본을 향해 통과 허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 우방국 간 균열을 유도하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일본 등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참여 국가는 20개국으로 확대된 상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완전 봉쇄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국가만 선택적으로 통과를 허용하는 구조는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고려할 때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일본도 기름값 가격상한제 실시…직접 통제 아닌 간접 개입 방식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도 사실상 기름값 '가격 상한제'에 나섰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고 200엔(약 1876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 상승분을 보조금으로 보전하며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방식의 개입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170엔(약 1594원)대 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정유사에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가격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악화로 일본의 기름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자 내려진 대응이다. 최근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엔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커졌으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70% 수준인데, 일본은 90%에 달한다. 이번 중동 사태로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큰 충격을 받는 구조다. 일본의 가격상한제는 한국의 최고가격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 접근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최고 가격을 특정하는 식이다. 1차 최고 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정해졌으며, 2주마다 국제 가격을 감안해 조정된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가격에 간접 개입한다.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상승 폭을 줄이는 방식이다. 한국 방식은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만큼 혜택을 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름 소비가 늘어 석유 수급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해외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또 개입해 해외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 일본 방식은 기름값 상승 폭은 줄겠지만 그래도 계속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름 소비를 줄이는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 간에 차이가 없어 물량 부족 걱정이 없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억제하면 소비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과 한국 모두 유가 급등 국면에서 가격 안정과 시장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정책 논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속보] 한전KPS 또 산재 사망사고…해외 사업장서 매몰 당해

한전KPS 해외 사업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이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회사는 지난해 6월에도 하청업체 직원이 발전소 정비 중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1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인도 구자라트주 바브나가르에 위치한 한전KPS 사업소에서 현지시간 3월 17일 오후 보일러 설비 점검 작업 중 직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기계팀장 김모 씨(55)로, 사고 당시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재(ASH)를 저장하는 호퍼 내부를 점검하던 중 적재된 재가 무너지면서 매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작업은 일반적으로 안전 확보를 위한 다수 인력 투입과 사전 절차가 요구되는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고 당시 단독 작업이었는지 여부와 안전 조치 이행 여부 등에 대해 현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KPS는 사고 발생 직후 현지 대응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KPS의 산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 한전KPS의 하청업체 직원이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중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게 기업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된다.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며 강력한 산업재해 근절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한전KPS의 산재 사망사고는 사장직을 둘러싸고 내부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터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현 김홍연 사장은 2024년 6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연장 근무 중이다. 2024년 12월 주총에서 신임 사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선임됐지만 아직까지 최종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는 내정자를 철회하기 위해 관련 안건을 상정하려 했지만, 철회 명분이 부족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보류되고 있다. 김홍연 사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넘긴 상황에서 서울경기전력지사와 태안사업처 중대재해 사고발생에 따른 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시 해외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책임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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