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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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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트] 독일도 인정 “탈원전은 잘못된 선택”…한국은 왜 정책 평가 없나

독일 등 유럽 정치권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이 나오면서 한국도 정책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탈원전 결정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원자력을 외면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유럽 정치권에서 정책 판단의 오류를 인정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에서도 탈원전 정책은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탈원전을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노후 원전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등 원전 축소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원전 산업 생태계 축소와 기술 인력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원전 기자재 기업들은 신규 프로젝트 감소로 경영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한때 원전 사업 축소로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방향은 다시 원전 확대 쪽으로 선회했다. 현 정부와 여당은 과거 탈원전 정책을 펼쳤으나 '실용주의'를 기치로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해외 원전 수출을 국가 핵심 산업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는 반성과 성찰이 아닌 전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선터 확장 추세를 고려한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즉 여전히 에너지 정책이 정권 교체 때마다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후 12년 동안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했고, 2023년 4월 마지막 원전 3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탈원전 이후 독일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빠르게 늘었지만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문제가 나타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스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큰 압박을 받았다. 결국 독일 정부는 최근 가스발전소 신규 건설과 전력망 확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안보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원자력의 역할을 다시 평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국가들조차 정책 방향을 수정하거나 원전 확대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정책의 흐름은 점차 “재생에너지 + 원전 병행" 구조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저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정책 이후 나타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우선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커졌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계통 운영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족한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가스발전 등 유연성 전원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로 국제 정세 변화에도 더욱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에너지 공급 위기가 현실화됐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과 이란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때마다 화석연료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을 축소하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동시에 가스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는 이런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력 생산 구조 변화로 전력시장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전력구입비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여기에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조기 폐쇄 정책 등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고 관련 기업과 인력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면서 산업계의 정책 예측 가능성과 투자 안정성이 흔들렸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국가 전략 산업이다. 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도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산업 생태계 역시 장기간의 안정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유지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평가나 정치적 책임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조홍종 단국대 교는 “유럽 정치권에서는 최소한 정책 판단의 오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정치권에서 정책 평가나 반성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에너지 정책은 정권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정책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실패를 평가하지 않는 정책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열·수소’ 생산하는 SMR…“산업 에너지 인프라로 제격”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급증하는 산업 전력 수요를 해결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란발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LNG 등 화석연료 기반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이 재확인됐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SMR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산업단지 인근에 설치해 전력과 열, 수소를 동시에 공급하는 '산업 에너지 허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원자력학회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SMR 동향과 국내 추진방향'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SMR 개발 흐름과 국내 산업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풍력 중심의 전력 체계만으로는 산업용 전력 수요와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고, LNG 역시 연료 가격과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특히 분산형 무탄소 전원인 SMR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최근 유럽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며 “AI와 자동화 산업이 확대되면서 막대한 전력 공급과 안정적인 전압·주파수 유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철강 산업 등은 대규모 전력을 끊김 없이 공급받아야 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에너지 정책과 기술 개발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실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의 수요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MR은 안전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산업단지 인근에 배치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으로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며 최근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전 혁신형 SMR 예타기획위원장)는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의 추진 경과를 소개하며 향후 산업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21년 예비타당성 기획 당시에는 해외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던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며 “이제는 국내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제도와 산업 기반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이 대형 원전 개발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결국 세계 최초 상업 운전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며 “SMR 역시 늦게 출발했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MR, 산업단지 인접 설치 가능한 분산전원" 발표자들은 SMR의 핵심 장점으로 소형화와 모듈화 설계를 꼽았다. SMR은 일반적으로 300MW 이하 규모로 설계돼 산업단지 인근 배치가 가능하며,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건설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또 외부 전력 없이 자연 순환만으로 냉각이 가능한 피동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이 높으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을 최소화할 수 있어 산업단지 인접 배치 가능성도 높다. 세미나에서는 SMR을 산업 에너지 인프라로 활용하는 세 가지 전략이 제시됐다. 첫째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이다. SMR을 산업단지 인근에 설치하면 송전망 건설 지연 문제를 피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둘째는 공정열 공급과 수소 생산이다. 석유화학·정유 단지에서 필요한 고온 증기를 SMR로 공급하고, 고온 수전해 기술과 결합해 '핑크수소'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 활용이다. 노후 화력발전소 부지의 송전망과 냉각수 시설을 재활용하면 SMR 도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MR 경쟁…빅테크도 참여 김한곤 혁신형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글로벌 SMR 개발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SMR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김 단장은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전원"이라며 “한국도 실증 사업을 통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SMR이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산업 클러스터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송전망 포화, 탄소 규제, 에너지 안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SMR을 필수 인프라로 만들고 있다"며 “SMR은 전력·열·수소를 동시에 공급하는 산업 에너지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MR을 활용하면 산업단지에서 전력뿐 아니라 공정열과 수소까지 공급하는 '에너지 서비스(EaaS, Energy as a Service)' 모델 구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산업단지의 에너지 전환 문제를 SMR 도입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단일 산업단지에서 GW급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산업단지는 국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또 기존 산업단지 열병합발전 설비는 석탄과 LNG 중심 구조여서 탈탄소 전환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석유화학·철강 등 열 다소비 산업에서는 전력뿐 아니라 고온 공정열 공급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은 단 1초의 정전도 큰 손실을 초래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SMR 상용화, 부지와 시장 확보가 과제"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SMR 개발이 기술적으로는 진전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한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증 부지 확보, 규제 체계 구축, 산업단지 수요 창출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상용화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SMR이 향후 산업단지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산업 구조 전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 세금으로 왜 고급차 기름값 지원하나”…석유최고가격제 부작용 우려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주 내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을 다량 소비하는 소비자에 유리해 고급차 운전자를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번 주 내로 기름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최고가격제를 빨리 시행하라고 주무부처에 주문하고 있다. 이날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이미 열흘 이상 가격을 올려 받음으로써 취한 일종의 부당이득을 감안해야 한다"며 “실제 생산원가가 오르더라도 곧바로 정해진 최고가격을 상향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 리터당 1692.6원에서 10일 오후 3시 1907.3원으로 12.7%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597.2원에서 1931.9원으로 21% 올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 방식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사재기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될 경우 소비자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해 구매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됐던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는 유인이 생긴다. 최고가격제가 내수 공급을 줄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책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최고가격제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연료 소비가 많은 상업용 차량뿐만 아니라 고급차도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가 외제차나 대형 SUV를 운행하는 소비자한테까지 세금으로 기름값을 지원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제 가격대비 국내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해 놓으면 소비가 줄지 않아 결국 원료 수입 확대로 이어져 외화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가스 수입이 막힌 상황이라서 수급 자체도 쉽지 않다. 2022년 러-우 사태때 전력도매가격(SMP)을 제한하는 가격상한제가 실시되자 전력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가스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전력 도매사업자인 한전이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채를 떠 안게 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물량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입 원유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가격 상한제만으로는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 방식보다는 선별 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하 영업용 차량이나 물류·운송 업종 등 연료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에 한해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 화물차, 농업용 차량 등 특정 업종에 한해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며 “취약 계층과 영업용 차량 중심의 선별 지원 정책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유는 208일 비축하는데, 왜 LNG는 9일밖에 안하냐”는 국회 지적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천연가스 비축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국의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약 9일 수준에 불과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오해이며 단순히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은 최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정부의 단기 대응과 중장기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은 약 9일 수준으로 원유 비축량 208일분에 비해 크게 낮다"며 “일본의 약 3주분, 유럽의 약 5주분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으로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현물 물량 확보 등 조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지적에 다소 오해가 있다고 보고 있다. LNG는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얼린 액체 상태로, 상온에서는 기화돼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가급적 수입을 하자마자 사용해야 한다. 의무 비축일수가 9일인 이유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LNG를 지상 저장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일본은 수입업자에 비축 의무가 없으며, 2월 중순 현재 재고량은 약 200만톤으로, 이는 지난해 일본의 LNG 수입량 약 6600만톤의 11일분이다. 유럽은 지하 동굴에 기체 상태로 가스를 저장하고 있어 상대적을 저장일수가 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법적으로 약 9일 수준의 천연가스 비축 의무가 있지만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천연가스 저장 구조 자체의 특성 때문"이라며 “가스는 기체 상태로 저장하면 증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유처럼 장기간 대량 비축을 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LNG 수급 안보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축 기준을 강화하기 보다는 한쪽의 수입선이 막힐 경우 최대한 빨리 다른 쪽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의 지난해 LNG 수입량 4668만톤 중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물량은 카타르산 700만톤으로 14.9%이다. 호주, 미국, 동남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도입하고 있어 원유보다 중동 사태 충격이 덜하다. 다만 국내 가스 시장의 제도적 구조는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LNG 열량 규제 문제를 두고 업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 교수는 특히 천연가스 열량 규제가 수입 다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마다 생산되는 LNG의 열량은 차이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일정 범위의 열량 기준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부 저열량 가스 도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가스 열량이 기준보다 낮더라도 LPG 등을 혼합해 열량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엄격한 열량 규제가 유지되면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수입선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열량 규제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력시장뿐 아니라 가스 시장에서도 가격 통제 정책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에너지 위기 당시 전력시장에서는 SMP 상한제가 도입된 바 있어, 가스 시장에서도 유사한 가격 통제 정책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일수록 시장 구조와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과 가스 시장 모두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급 투자와 수급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제도 설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중동 위기에 민간발전사까지 긴급 소집…“평소엔 LNG 억제, 위기땐 역할 기대”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민간 발전사까지 포함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장관 주재로 '중동 정세 에너지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 정세가 국내 전력과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전과 발전5사,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 GS EPS,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발전사도 참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회의에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동향, 연료 수급 상황, 전력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회의에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영향과 발전 공기업 및 민간 발전사의 연료 수급 상황, 해외 사업 영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참석해 중동 정세가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 구성을 두고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에는 탄소중립을 위해 LNG 발전 신규 사업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민간 발전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 정책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LNG 발전 확대를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LNG발전을 대상으로 한 용량시장 도입과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개설이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물량 대폭 축소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정부가 다시 민간 발전사들을 불러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LNG 발전을 줄여야 한다며 신규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공급 안정의 핵심 자원으로 언급하는 상황"이라며 “전력시장에 일관된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력 수급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현실적인 전원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유 최고가격제 검토, ‘SMP 상한제’ 재도입으로 이어지나

정부가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전력시장에서도 과거 에너지 위기 당시 시행됐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다시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에너지 가격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전력시장에서도 SMP 상한제가 다시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MP 상한제는 전력도매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해 150원대 수준이던 SMP가 250원 이상으로 급증하자 정부는 전력시장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SMP 상한제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어느 정도 완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통제로 전력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SMP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발전사들이 연료비 상승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부 발전사들은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 압박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시장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란 LNG 가격 등 연료비의 변동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기요금의 기본 작동 원리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물가 부담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제한하면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47조8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전력 구입 비용 급증이 한전 재무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전력 가격을 억지로 눌러 놓으면 소비가 줄지 않아 이는 결국 연료를 더 많이 수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외화낭비 및 한전의 적자를 부추기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통제를 반복할 경우 전력시장 구조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 실제로는 상한을 두거나 가격 통제를 하면 제도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면 전력시장 투자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일수록 가격 신호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시장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이 대통령 “이란 사태 계기 화석연료 줄여야”…발전업계 희비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계기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발전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규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와 수소 혼소 발전 등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정책 방향 변화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이란 사태를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좀 더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화석연료 발전 확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6일 국회에서는 박지혜, 김정호, 서왕진 등 여권 의원들이 주도해 '신규 LNG 발전소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책 기류 변화 조짐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을 준비해 온 발전·에너지 기업들이다. 현재 민간과 발전공기업,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신규 LNG복합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신규 LNG 건설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도입이 논의됐던 LNG 발전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 물량도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당초 계획보다 적은 규모로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을 전제로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이 많다"며 “정책 방향이 급격히 바뀌면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6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LNG 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셸 김 IEEFA 에너지금융 분석가는 발표에서 한국의 전력 정책이 석탄을 LNG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가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지역 LNG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LNG 인프라 과잉 투자와 좌초자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도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경우 석탄을 LNG로 단순 대체하는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LNG 발전 설비가 늘어나는 반면 발전 비중은 감소하는 구조가 나타날 경우 이용률 하락과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 제도의 취지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CHPS는 기존 화력발전의 좌초자산을 완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제도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제도가 신규 LNG 발전 건설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소 혼소가 기존 설비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신규 LNG 발전 허가의 근거로 사용될 경우 제도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먼저 LNG를 짓고 나중에 수소를 섞겠다'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HPS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수소 전소 기반 기술 실증과 무탄소 유연성 자원 확보를 위한 플랫폼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저혼소 상업 조달을 확대하는 방식보다 수소 전소 기술 실증과 운영 검증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치권 논의와 대통령 발언이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규 LNG 발전 설비 규모와 CHPS 물량이 줄어들 경우 발전·집단에너지 업계의 투자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은 이해하지만 산업계 투자 계획과 전력 수급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정책 책임자의 현실진단 “LNG 없이 전력 시스템 가능? 아직은 어렵다”

이란사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 전력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현재 기술 수준에서 LNG 없이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양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대규모 LNG 신규 건설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이례적으로 약 30분에 걸친 발언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며 균형과 현실성 있는 정책 수립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LNG 발전 신규 건설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 속에 열렸지만, 문 과장은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인 전력 시스템 운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과장은 먼저 최근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소의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의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실제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석탄 발전을 LNG로 전환한 효과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전력 시스템에서 LNG가 수행하는 역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과장은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현재 LNG가 수행하는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올 전력 변동성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 설비가 100GW 수준까지 늘어날 경우 봄철 맑은 날 낮과 밤의 전력 공급량 차이가 약 70GW에 달할 수 있다"며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수요 조정, 에너지저장장치(ESS), LNG 발전 등 다양한 수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과장은 LNG 발전의 경제성 문제도 언급했다.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는 있지만 현재 기술과 비용 구조를 고려하면 LNG의 경쟁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LNG 발전이 태양광과 ESS 조합보다 경제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온실가스 비용이 상당히 높아지지 않는 한 이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LNG 발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 과장은 “10차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LNG 발전 허가는 사실상 한 건도 없었다"며 “정부는 신규 LNG 건설을 사실상 막아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12차 전기본 또한 전력 믹스가 특정 전원 중심으로 단순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전원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 과장은 “탄소중립 시대에 특정 전원 하나만으로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태양광·풍력과 ESS, LNG에 탄소포집(CCS)을 결합한 방식,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전원을 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LNG 없이 전력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쉽지 않다"며 “지금 LNG를 당장 없애자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력 시스템 안정성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 당국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력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LNG 축소라는 두 정책 목표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전 기술 전문가가 와야”…한수원 사장 인선 놓고 노조 반발 조짐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 인선이 임박한 가운데 원자력 기술 전문가가 아닌 관리형 인사 선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부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사장 후보군 최종 5인 가운데 김회천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한전 출신)이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나머지 4명은 한수원 출신의 기술 전문가들이다. 업계에서는 한전과 한수원 간 UAE 바라카 원전 관련 분쟁이 정부 권고로 정리 국면에 들어간 상황과 향후 전력공기업 구조 개편과 해외 원전사업 체계 정비까지 고려했을 때 기술형보다는 관리형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 노동조합은 원전 운영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원전 운영과 안전 관리가 핵심인 조직에서 비전문가 중심의 경영 인사가 임명될 경우 조직 운영과 기술 의사결정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원전 산업은 무엇보다 기술과 안전이 최우선인 분야"라며 “원자력 기술 전문가가 아닌 사무·경영 중심 인사가 내려오는 방식의 인선이 이뤄질 경우 내부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이번 인선을 '낙하산식 경영 인사'로 규정하며 문제 삼고 있다. 원전 산업 특성상 기술 이해도가 높은 리더십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조직적 고려가 우선된 인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원전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기술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노조 측 우려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전) 실증로 1기 등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원전인 SMR은 성능과 폐기물 분야에서 우수하고 수출 가능성도 높지만 아직 세계 상용화 사례가 없어 신임 사장의 기술 이해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원자력 기술 전문가가 아닌 외부 경영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될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술적 판단보다 행정·경영 논리가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비전문가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경우 조직 내부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원전 운영과 안전 관리가 핵심인 조직 특성상 기술직 중심 조직 문화가 강한 만큼, 관리형 인사가 내려올 경우 내부 반발과 조직 내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이번 인선이 향후 한수원 내부 조직 안정성과 노사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수원 사장 선임 절차는 다음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며, 이후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3월 중하순 취임이 예상된다. 노조 측은 향후 인선 결과에 따라 공식 입장 발표와 조직적 대응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사장 인선 과정에서 노조 반발이 실제 인사 절차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수원 사장 인선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과거 사장 선임 과정에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인선 절차가 중단되고 재공모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인선은 정부 의중이 크게 작용하지만, 조직 내부 반발이 커질 경우 절차 자체가 지연되거나 재검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번 한수원 인선 역시 노조 움직임에 따라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조홍종 에너지산업통합포럼 부회장 “AI 시대 핵심은 컴퓨테이션 파워·에너지, 인재”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컴퓨테이션 파워와 에너지, 데이터, 인재입니다." 조홍종 에너지산업통합포럼 부회장(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열린 에너지산업통합포럼 출범식 기념 강연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는 AI 전환(AX)과 그린 전환(GX)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였지만 미래에는 컴퓨테이션 파워, 물리적 이동성, 에너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AI 산업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총력전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컴퓨테이션 파워, 에너지 인프라는 한 기업이 혼자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을 밀어주는 국가 중심 산업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미국은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력망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국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컴퓨테이션 파워와 에너지를 국가가 총력으로 밀어붙이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연간 약 500TWh 수준으로, 이는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약 550TWh)에 근접한 규모다. 그는 “AI는 결국 전력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라며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기업이 발전소와 함께 입지하는 '콜로케이션(Co-location)'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130~150%를 부담하면서도 전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전력망 확충과 시장 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발전소 건설보다 송전망 부족이 더 큰 문제"라며 “발전 설비는 들어올 준비가 돼 있지만 전력망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 △유연성 자원 확보 △전력시장 가격 신호 강화 △계통 운영 효율화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가격 변동성과 시장 신호가 있어야 사업이 가능하다"며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구조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사업이 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시대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활용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조 교수는 “한국은 공기업 중심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해온 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계통 운영과 전력 시장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리아 에너지 데이터 스페이스(KEDS)' 구축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AI 전환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에너지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AX와 GX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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