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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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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이렇게] 난방 1도 낮추기, 샤워 1분 줄이기…에너지요금 월 3~5만원 절감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공공과 민간, 특히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이 다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당국은 가정에서 전기와 가스 소비량을 각 10%만 줄여도 월 3만~5만원가량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2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에 이르는데도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1차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7위(5.42TOE)이며, 전력 소비량은 세계 13위(1만1503kWh)이다. 10년간 OECD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0.2% 감소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연 0.9%씩 늘었다. 지난해 11년 만에 가장 높은 5.4%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2%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만 놓고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전체 소비는 4위, 1인당 소비는 5위다. 실제로 민간 부문의 에너지 과소비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우선 반도체·자동차·철강·화학 등 주력 산업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돼 있다. 도심 건물이나 아파트는 한 밤 중에도 대낮 같이 밝다. 공공부문의 에너지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다리 조명을 비롯해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원 분수 등 운영실태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강 다리는 형형색색으로 휘황찬란하다. 공원 분수는 비가 오는 날에도 솟구친다. 국민의 혈세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곳인데도 전기를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약은 거창한 설비 투자보다 일상적인 사용 습관 변화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전기와 가스를 합쳐 10~20% 수준의 절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가정용 전기 사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기전력과 냉난방이다. 대기전력 차단은 가장 손쉬운 절약 방법이다. TV, 셋톱박스, 충전기 등은 사용하지 않아도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멀티탭 스위치를 활용해 한 번에 차단하면 월 5~10% 수준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래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전기절약 꿀팁이다. #1. 빨래는 모아서! 먼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인 제품을 사용하면 5등급에 비해 에너지가 30~40% 절감된다. 또 세탁기를 한 번 돌리는 데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은 세탁량이 많거나 적거나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빨랫감을 한데 모아 세탁기 용량의 70~80% 정도를 채워서 돌리는 게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6kg의 빨래를 한 번에 하면 3kg씩 두 번에 걸쳐 세탁할 때보다 평균 30%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2. 컴퓨터 끄기 컴퓨터는 한 번 켜면 사용하지 않더라도 계속 켜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형광등 3~4개를 켜두는 것과 같은 전략을 소모한다. 특히 17인치 모니터의 경우 100W 가량의 전력을 소모한다. 따라서 10분 이상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최소한 모니터는 반드시 꺼두거나,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모니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대기 모드를 설정해 두도록 한다. 대기모드를 설정하면 사용하지 않을 때 모니터의 전력 소비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3. 전자레인지 사용은 짧게 전자레인지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10분 안팎으로 짧지만, 평균 소비 전력을 1000W 정도로 가전제품 가운데 에어컨 다음으로 전력 소비량이 크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코드를 뽑는 것은 기본이고, 사용할 때는 음식물을 조리하는 용도보다는 식은 음식물을 데우는 데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4. 냉장고, 자주 열지 말고 음식물은 식혀서 보관 냉장고는 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사용방법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 구입할 때부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것을 골라야 한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에너지 낭비가 없다. 무엇보다 냉장실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은 냉장고의 소비 전력을 높이는 가장 나쁜 버릇이다. 문을 열면 냉장고 내부의 전등이 켜지고 냉기가 빠져나가 냉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전력이 소비된다. 또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는 반드시 식혀서 넣어야 한다. 그 이유는 가령 온도가 50도인 4L의 물을 5도로 냉각할 경우, 20도의 물을 5도로 냉각하는 것보다 전력 소비량이 10% 정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5. LED전등을 사용하자 가정용 LED 조명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형광등보다 3배 밝으면서 전기는 절약되고 환경친화적인 LED 홈조명의 장점 덕분이다. 형광등은 전력의 40%를, LED는 90%를 빛으로 바꾼다. 수명도 전구는 최대 7000 시간대이나 LED는 최소 5만 시간이다. #6. 전기난방기기 사용 자제 전기장판, 온풍기 등의 사용으로 전기난방기기는 동절기 최대전력수요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겨울철 에너지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 폭탄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정전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필요 시에만 사용하는 게 좋다. 전기난방기기 1대(1kw)를 하루 4시간씩 20일 동안 사용하지 않는다면 월 1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7. 대기전력 소비 줄이기 전기흡혈귀라고 불리는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제품에서 소비되는 전력으로 가정의 소비 전력을 6%나 낭비한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만 뽑아도 대기전력을 상당수 줄일 수 있다. 대기전력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절전형 멀티탭 사용하기, 외출 전 멀티탭 끄는 습관 갖기,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멀티탭 두기 등이 있다. #8. 여름 에어컨과 겨울 보일러 온도 1~2도 조정 보일러 온도를 1~2도만 낮춰도 가스 사용량이 5~10% 줄어든다. 특히 외출 시 '외출모드'를 활용하고, 장시간 집을 비울 경우 완전히 끄는 것보다 낮은 온도로 유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여름철 에어컨은 설정온도를 1도만 높여도 약 7%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다. 적정 온도를 26~27도로 유지하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체감온도는 낮추면서 전력 소비는 줄일 수 있다. #9. 샤워 시간 1~2분 줄이기 온수 사용도 중요하다. 샤워 시간을 1~2분만 줄여도 가스비 절감 효과가 크며, 온수 온도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가정에서 전기와 가스를 각각 10%만 줄여도 한 달 기준 3만~5만원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연간으로 보면 50만원 이상 절약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절약은 가격 상승기에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무조건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변동성을 반영하는 것이 소비 절약 효과를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6 기후에너지복지문화대상] 서부발전,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복지 상생모델 만들어

기후위기로 인한 한파와 폭염이 일상이 된 가운데 한국서부발전은 지역 취약계층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면서 탄소 감축까지 실현하는 에너지 복지 상생모델을 만들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부발전은 충청남도, 충남 지역시·군과 '기후위기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마을 공동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주민들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지역 기반 프로젝트로 서부발전과 충남도가 협력해 추진한 국내 최초의 기후위기 대응 마을 조성사업이다. 서부발전은 지난 2020년 서천군과 천안시 18개 마을회관, 경로당을 대상으로 LED 조명 설치, 노후 보일러 교체, 건물 단열필름·쿨루프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주민 대상 기후위기 대응·에너지 절약 교육 등을 진행해 지역사회의 기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2024년에는 아산·논산·당진 등 74개 마을로 대상이 확대됐고 2025년에는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참여하면서 사업 금액이 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를 통해 태안, 보령, 예산 등 충남 10개 시·군에서 추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2025년 말 현재 충남 전역에 336개의 기후위기 안심마을이 운영 중이다. 사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주민 공동 이용시설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2025년에는 등유 1만5000리터 이상과 전기 7만9,000kWh를 절감하는 등 연간 132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냈다.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부발전은 발전소 주변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계절별 생활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혹서기에는 여름 이불과 냉감패드를 혹한기에는 방한 이불과 보온용품을 지원하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돕고 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부발전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공동으로 사회복지시설의 태양광 설비 유지·보수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복지시설의 발전설비 관리를 돕고 있다. 향후에는 한국에너지재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발전소 주변 취약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단열, 창호, 보일러, 에어컨 등 에너지 효율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기후위기 안심마을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면서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는 공기업형 사회공헌 모델"이라며 “사업을 지속 확대해 에너지 취약계층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복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후위기 안심마을' 사업은 공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ESG 경영의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충남 곳곳에 조성된 336개의 안심마을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지역사회 에너지 취약계층 주민들이 따뜻한 에너지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6 기후에너지복지문화대상 심사평] “탄소중립 기반 지역상생과 에너지복지, 혁신적 사례”

기후에너지복지문화대상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하고 에너지경제가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기후에너지복지 분야 시상제도이다. 본 상은 기업, 공공기관, 단체, 비영리법인 등을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에너지복지문화와 기후복지문화 확산에 기여한 우수사례를 발굴해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제정됐다. 제4회 기후에너지복지문화대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수상기관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서부발전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탄소중립 실천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결합한 사업,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에너지복지 모델이 두드러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공공기관으로서 탄소중립 실천과 지역상생을 결합한 혁신적 사례를 제시했다. 공사는 지역 카페, 다회용컵 업체와 협력해 '허그컵(다회용컵) 순환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 탄소중립포인트제와 연계한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과거 동일 지역에서 다회용컵 사업이 참여 저조로 중단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참여 유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개선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 결과 연간 약 4만1000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약 1톤 저감 및 폐기물 감소 효과를 거두는 등 환경적 성과를 창출했다. 아울러 전 직원이 참여하는 조직 차원의 실천과 지역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 효과까지 달성함으로써 공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서부발전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복지 모델을 구축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부발전은 지자체와 협력해 '기후위기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추진, 2025년 기준 총 336개 마을을 조성하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주거 및 공용시설을 대상으로 고효율 조명(LED) 교체, 노후보일러 개선, 단열 보강, 쿨루프 설치 등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사회복지시설 태양광 설비에 대한 무상 점검 및 유지보수를 제공함으로써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강화했다. 특히 폭염·한파 대응 물품 지원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생활 밀착형 지원을 병행해 실질적인 복지 효과를 창출했다. 나아가 타 발전사의 참여를 유도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공기업-지자체-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한 점은 향후 에너지복지 정책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수상기관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통합적 접근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은 향후 기후에너지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끝으로, 비록 이번 공모에서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나눔과 실천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적 사회 구현에 힘써주신 모든 참여 기관과 단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복지 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대통령 “잠이 안 온다, 해법은 재생에너지”…당장 급한 건 석유인데?

대통령이 에너지 위기를 두고 “잠이 안 올 정도"라고 밝히며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현재 이란 사태로 시장이 흔들리는 핵심 지점은 전력이 아닌 '석유'라는 점에서 정책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력시장은 아직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1일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3월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109.68원으로 큰 변동 없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SMP는 113.03원 이었으며 지난달도 108.52원이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상호보완이 가능한 '에너지 믹스'로 수급이 유지되고 있어 즉각적인 위기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처럼 향후 전력도매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이미 LNG발전 대신 석탄과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반면 현재 에너지시장의 가장 큰 위기는 '전력 밖 에너지 분야'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운송용과 산업용에서 절대적인 에너지인 석유는 여러 발전원이 있는 전력분야와 달리 대안이 없다. 1,2차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빠르게 올라 물류와 일반 산업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3월 넷째주 기준 국내 기름값은 전국 휘발유 평균 1819원, 경유는 1815원으로 연초 대비 200~300원 이상 올랐다. 다음주에는 평균 1900원 더 나아가 2000원을 돌파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의 체감 물가를 자극하는 것도 전기요금이 아니라 유류비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의 성격은 명확히 '비전력 에너지 위기'에 가깝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비축유 방출, 유류세 조정 등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단기 가격 억제 중심의 조치에 불과하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나 추가 물량 확보 등 당장의 '공급 대안'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부문의 중장기 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이지, 당장 유가 급등과 석유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지금 시장이 흔들리는 건 명백히 석유 등 비전력 에너지 분야인데, 정책 메시지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 SMP는 안정적인데 유가가 뛰는 상황에서 처방이 엇나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년 단위의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과제인 반면, 유가 급등은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석유비축기지를 찾아 석유화학기업들과 한국석유공사를 향해 “대체 조달처 확보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가용한 수단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선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장기 계약 중심의 글로벌 원유 시장 특성상 물량을 급하게 전환하기 어렵고, 정유·석유화학 설비 역시 특정 원유 성상에 맞춰 최적화돼 있어 대체 유종을 즉각 투입하는 데 기술적 제약도 따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동발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만 별도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유통대리점 업계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최고가격제 등 가격 통제 정책은 공급 위축과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가격을 억누르는 동안 실제 물량 확보가 뒤따르지 않고, 이들 업계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망 붕괴 등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대체 조달처 확보, 재생에너지 전환'은 중장기 전략으로는 유효하지만, 당장 유가 급등과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에는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단기 대응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위기 인식이 정책 처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 방향성 선언이 아니라, 당장 석유 수급과 가격 충격을 직접 겨냥한 현실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母子 관계라도 계산은 명확하게”…김회천 한수원 사장 첫 과제는 ‘UAE 정산금’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비 분쟁이 국제중재소에서 국내중재소로 무대를 옮겼다. 하지만 갈등의 본질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최근 취임한 한전 출신의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양측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진행 중이던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국내 중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한수원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의 방안을 모색하면서 절차를 원만하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송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국내 중재 전환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를 두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일단 덮어두기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어릴 때 형제가 싸움을 하면 부모는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기 보다는 '조용히 하라'며 일단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시비를 가리는 대신 문제를 봉합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 자문위원,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 36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등을 지낸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원전 전문가이다. 이번 분쟁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발단이다. 한전 컨소시엄은 2009년 바라카 원전 건설을 약 22조6000억원에 수주했다. 한전이 주계약자이고 한수원이 건설 과정에서 운영 등의 업무를 맡았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2021년 1호기부터 2024년 9월 4호기까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공사가 길어지고, 자재비 및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한수원 측에 약 1조4000억원의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한수원은 한전이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전은 UAE 측과의 정산 이후에나 지급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이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지만 엄연히 법인간 계약이기 때문에 지불할 건 지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자회사 모회사 관계를 떠나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계약의 기본 원칙"이라며 “운영지원(OSS) 계약은 UAE 계약과 별개로, 한전과 한수원 간 독립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사 지연의 원인 역시 한전 측 장비 발주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핵심 부품(PORV) 주문 오류로 약 1년의 공기 지연이 발생했지만, 책임 조항이 계약에 명확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협상 대신 중재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 책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미 협력업체에 비용을 지급한 상태로, 이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이 현실화된다. 정 교수는 “아무 조치 없이 넘어가면 배임이 되기 때문에 소송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중재 신청 자체가 경영진 책임 회피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공공기관 자율성 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소송 취하 압박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중재 무대가 국내로 옮겨진 것을 두고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국내 중재로 갈 경우 구조적으로 한전이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의 조직 특성과 영향력 차이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회천 신임 한수원 사장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한전에서 35년간 근무하고 2020년 경영부사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이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을 맡았다. 김 사장이 배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용 가능한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 분쟁을 넘어 한국형 원전 수출 구조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한전과 한수원의 역할 분리 이후 기술·계약 역량이 분산되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향후 원전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분쟁은 '조용한 봉합'과 '책임 규명'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압축된다. 정부가 단기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경우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반대로 원칙에 기반한 책임 규명이 이뤄질 경우 단기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전 수출 체계 정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규원전 부지 공모 마감…대형 2기 ‘영덕·울주’, SMR ‘경주·기장’ 압축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공모가 30일 마감되면서 후보지 경쟁 구도가 사실상 윤곽을 드러냈다. 30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까지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할 부지 공모를 마감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형 원전 2기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는 경북 영덕과 울산 울주군이며, SMR을 유치한 지자체는 경북 경주와 부산 기장군이다. 이번 공모 결과는 기존 원전 인프라가 집중된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후보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예견된 흐름이라는 평가다. 대형 원전의 경우 과거 신규 원전 부지로 거론됐던 영덕과 기존 원전 밀집 지역인 울주가 맞붙는 구도다. SMR 역시 기존 원전 입지 인프라를 갖춘 경주와 기장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다만 원전은 부지 등 제반 여건이 충분할 경우 한꺼번에 짓는 것이 경제성이나 계통성에도 효율적이라는 측면을 감안할 때 대형원전과 SMR을 따로 짓지 않고 한 곳에 몰아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서는 송전망, 냉각수 확보,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원전 지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울원전이 있는 울산 울주군과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은 기존 원전 및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즉시 건설 가능성 △운영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원전 운영 경험과 송전망, 숙련 인력이 갖춰져 있어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과거 원전 부지로 지정됐다가 취소된 경북 영덕과 설계수명이 거의 만료된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규 원전 유치를 통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대규모 투자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적 조건은 일정 수준 이상 모두 충족되는 만큼, 최종 판단은 지역 수용성과 정책적 판단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부지 선정 절차는 부지선정위원회의 평가로 이어진다. 위원회는 기술적 적합성, 계통 연계성, 환경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오는 6월 30일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단순 입지 조건뿐 아니라 전력 수요 대응과 송전망 확충 가능성, 지역 갈등 관리 역량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원전 건설 논의는 그동안 정책 방향보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 가장 큰 난관을 겪어왔다. 이번 공모 역시 기술적 조건 외에도 지역 주민 수용성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전 정책 방향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지만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결국 부지 확보에 달려 있다"며 “후보지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간 유치 경쟁과 갈등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신규원전 부지 선정은 지난 2012년 천지(영덕)·대진(삼척) 원전 예정구역 지정 이후 약 14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당시 경북 영덕군과 강원 삼척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하며 2017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비롯해 천지·대진 건설 계획까지 모두 백지화했다. 이로 인해 2019년 삼척 예정구역이 철회됐고, 2021년 영덕 예정구역도 철회됐다. 하지만 2024년 9월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발표하고, 지난해 2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대형원전 2기와 SMR 실증로 1기 건설을 확정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도 신규원전 건설을 이어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안보 홀대한 대가 톡톡히 치른다 [미-이란 전쟁 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한 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에너지 정책도 다시 '비상 모드'에 들어갔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동반 상승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비축유 방출 검토, 대체 물량 확보, 원전 재가동, 석탄발전 확대, 에너지 절약 대책까지 사실상 모든 대응 수단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단순한 외부 변수 충격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사이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성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3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이후로 정부가 확보한 아랍에미리트 2400만배럴 원유를 제외하고 중동산 석유, 가스(LNG) 수급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다만 중동산 수입의존도가 70%인 원유는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수입의존도가 15%인 가스는 대체 수입선 확보를 통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다. ◇수급 위기인데 최고가격 제한, 차량 운행 늘었다 석유시장은 대란 직전에 놓여 있다. 우선 기름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쟁 전인 2월 2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693원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전쟁이 터지면서 가격은 급등해 3월 10일 1907원까지 올랐다. 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가격은 안정세를 보여 26일 1819원으로 내렸지만, 2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인 29일 11시 현재 1862원으로 올랐다. 경유 평균가격도 2월 27일 1597원에서 3월 10일 1932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계속 하락해 26일 1816원을 기록한 뒤 29일 현재 1855원으로 오른 상태다. 그나마 이 가격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기름값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상승폭이 제한된 것이다. 이 대책이 없다면 실제 가격은 휘발유 2000원, 경유 2800원 수준까지 오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쟁 전 국내 석유비축량은 민간 9000만배럴, 정부 1억배럴이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는 208일분이지만, 지난해 국내 하루 소비량(255만배럴) 기준으로는 약 75일분에 그친다. 현재는 민간 재고부터 소진하고 있으며, 4월 중순부터는 정부 방출키로 한 2246만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격 억제 정책은 소비 절감 유인을 소멸시켜 오히려 수급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서울톨게이트부터 신갈TG까지 통행량을 보면 2월 28일 9만8749대에서 3월 28일 9만9409대로 오히려 늘었다. 정부가 석유 소비를 낮추기 위해 차량 5부제를 도입했지만, 차량 2대 이상을 보유한 가구 수가 크게 늘어 실제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고가격제로 정유사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이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을 지난해 3월 수준으로 가정했을 때 정유사 손실액이 리터당 100원이라면 총 손실액은 약 3400억원이다. 현재 국제 경유가격이 2200원을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사 손실액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동 자본 지배받는 정유업계, 중동산 비중 70% 고착화 원인 이번 중동 사태는 우리나라의 석유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드러냈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것이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이 70%로 고착화된 이유로 꼽힌다. 정유 설비도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단기간 내 수입선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비중동산 원유 수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동 의존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결국 중동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가격과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가스 수입의존도는 카타르 물량 15%이다. 특히 카타르는 LNG 생산시설을 이란군에 폭격 맞아 최대 5년간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가스공사는 대체선 확보가 충분해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와 가스의 수입선 차이는 수급 리스크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비중동산 원유 수입 의무화 내지는 인센티브 확대, 석유 의무비축 강화, 바이오연료 사용 활성화, 전기 또는 LPG 등 수송연료 다양화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왕고래 시추비 1000억 아깝다는 李정부, 대가는 수조원 가장 확실한 에너지 안보는 국내에 석유, 가스전을 확보하는 것이고, 해외에도 우리 기업의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는 자원개발에 철저히 소홀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전 동해심해 가스전(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시추비 1000억원이면 인공지능을 위한 GPU(그래픽처리장치) 3000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예산 배정을 거절했다. 이후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영국 BP가 추가 시추를 해볼만 하다며 석유공사의 사업에 참여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를 6개월째 보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5년 16%에서 2023년에는 11%로 떨어졌다. 자원개발률은 한국 기업이 국내외에서 개발 및 생산으로 확보한 물량이 전체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원전 안전 규제 강화로 당장 가동 어려워 전력 믹스의 구조적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LNG 발전 의존도가 1/3 수준으로 높은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이 그대로 전력시장에 전이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발전원은 충분하지 않다. 원전은 강화된 안전 규제와 장기간 정비 일정으로 즉각적인 가동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단기 수급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석탄과 LNG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인 가격 통제와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반복되는 위기를 막기 어렵고, 에너지 수입 구조와 전력 믹스를 포함한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가격 통제와 단기 처방에 의존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를 중심에 둔 정책 전환 없이는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인사이트]“석탄발전 늘리고, 미세먼지 줄이라”…표출되는 기후에너지부의 딜레마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철, 중동발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부에서 상반된 정책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것도 한 부처에서 말이다. 바로 기후에너지환경부다. 2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LNG 수급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라 최대 80%로 제한했던 석탄발전 상한을 해제하고, 석탄발전소 2기의 폐지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기후부 내 환경 담당 라인에서는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자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현장 점검과 함께 소각시설 관리 강화, 날림먼지 억제, 외출 자제 권고 등 통상적인 대기질 대응 조치가 병행됐다. 결과적으로 한 부처 내에서 '석탄발전 가동 확대'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상반된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할 때부터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부문을 합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에너지 부문과 탄소를 감축하는 환경 부문을 한 부처에 몰아 넣음으로써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 이 우려는 결국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표면화됐다. 전력수급 측면에서는 석탄발전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대기질 관리 측면에서는 동일한 정책이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내부 정책 충돌을 넘어, 에너지 거버넌스 전반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낸다. 중동발 위기의 핵심은 석유와 가스 등 연료 수급 문제이지만, 해당 기능은 여전히 산업통상부에 남아 있다. 반면 발전 운영과 전력수급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한다. 결국 연료 수급은 산업부, 발전·전력은 기후부로 나뉜 구조 속에서, 양 부처 간 별도 협의체를 통해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책 통합을 통해 기대했던 '일원화된 대응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연료와 발전 정책이 분리된 채 운영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와 정책 일관성 모두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기적 정책 엇박자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책 혼선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급격한 확대·축소, 부처 간 또는 내부 기능 간 충돌, 정책 방향의 잦은 변경은 모두 전력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단기적 판단보다는 안정성과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보수적 에너지 믹스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한 부처 출범은 정책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내부 충돌과 정책 혼선을 드러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조직 통합만으로는 정책 우선순위 설정, 기능 간 역할 정립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확보와 같은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석탄발전 확대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현재 상황은 단순한 정책 엇박자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 구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위기는 반복된다. 그때마다 같은 혼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거버넌스 구조가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통합이 목적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실행력 있는 체계 구축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공고 3개월 남겨 놓고 CHPS 입찰 변경…“사업 하지 말란 건가” 불만 폭주

정부가 6월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 공고를 앞두고 물량 및 평가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자들은 단기간 내에 바뀐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변경 사항은 다음 입찰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26일 정부 및 발전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장하고 있는 올해 CHPS 입찰은 4~5월 공청회 및 설명회를 거쳐 6월 입찰공고를 내고, 하반기 평가를 통해 연말 계약 체결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CHPS(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청정수소를 발전연료로 사용해 그만큼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정책사업이다. 2022년 수소법 제정을 통해 2024년부터 매년 일정 물량을 입찰에 부쳐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새 정부 출범 등으로 입찰이 취소됐다. 올해는 기후부가 입찰을 재개해 6월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불과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입찰물량 축소 및 평가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입찰물량은 기존보다 크게 줄은 1/3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공고 물량은 연 3TWh이다. 또한 평가 항목 중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와 산업·경제 기여도 부분에서 국산 그린수소 사용과 국산 기자재 적용 조건이 강화될 예정이다. 입찰을 준비하던 사업자들은 입찰 변경에 당혹감과 함께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변경 사항을 단기간 내에 충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과연 CHPS 정책이 유지될지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입찰물량이 기존보다 1/3로 줄어들면 발전용량으로는 150~200MW가량이 된다. 이는 일반 LNG 발전기 300~500MW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그만큼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진다. 국산 수소에 가점을 준다는 것은 청정수소 등급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청정수소는 국산과 수입산에 차이가 없다. 청정수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는데, 배출량은 원료 채굴부터 수소 생산단계까지만 계산하고,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운송 부분은 경제성 확보를 감안해 제외하고 있다. 바뀐 기준이 운송 부분까지 배출량을 계산한다면 이미 해외 청정수소를 도입하기로 한 사업자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내부 투자 검토와 사업 구조 설계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다. 조건이 바뀌면 일정 지연은 물론 사업 자체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입찰은 기존대로 진행하고, 변경 기준은 다음 입찰부터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과연 CHPS 사업이 유지될지도 사업자들한테는 큰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CHPS는 2024년 5월 첫 입찰이 시작됐고, 2025년 두 번째 입찰에는 더 많은 사업자들이 준비를 했으나, 계엄과 탄핵, 새 정부 출범, 부처 개편 등으로 결국 취소됐다. 올해 입찰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사업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나, 공고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물량 축소 및 기준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사업 자체에 회의감을 보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 신호를 보고 기업들이 움직였는데 중간에 조건이 바뀌면 그 리스크는 전부 민간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제도 내용보다 정책 신호의 안정성에서 찾는다. 에너지 산업은 장기 투자 산업이라는 특성상 정책의 방향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기업의 투자가 이어진다. 반대로 정책이 반복적으로 조정될 경우 기업들은 투자 대신 관망을 선택하게 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이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산업계의 투자 계획과 전력 수급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자력 세미나] “중동 전쟁으로 원전 중요성 재확인… SMR, 재생에너지 보완 역할”

올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초기 시장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첫 투자에는 부담을 가지는 만큼 초기 시장을 잘 열어줘야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SMR 시대 개막과 원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제9회 원자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SMR 특별법 통과에 따른 SMR 산업 육성 방법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법 통과를 계기로 SMR 산업 육성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정책 지원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가스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급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원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좌장을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평가위원은 “이번 전쟁으로 과거 유럽이 겪었던 가스 공급의 불안정성이 다시 확인됐다"며 “과거 탈원전 과정에서 원전을 줄이고 가스로 대체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원전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SMR은 가스발전을 대체할 발전원이지만 대형 원전보다 유연하게 발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이를 SMR이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SMR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백업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의 배터리·양수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는 가스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SM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어 “앞으로 전력계통 운영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미 원전 출력 조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계통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SMR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전력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은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SMR 산업 성공의 핵심 과제로 초기 시장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SMR은 소수 건설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일정 규모 이상의 반복 건설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요와 발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 유치는 쉽지 않다"며 “수용성 확보와 함께 시장·제도 여건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MR 특별법에서 경제성을 고려한 시행령과 예상 가능한 규제가 마련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한곤 혁신형SMR기술개발사업 단장은 “SMR 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상용화 단계에서의 지원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첫 번째 사업자가 되기보다는 두 번째부터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도 SMR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 시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SMR 사업은 안정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전력시장에서 다른 전원과 경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이 구체화될 때 세제 혜택 등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이 유지되면서 규제가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MR의 수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용수 한국수력원자력 SMR사업실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SMR 산업을 키우기 어려운 만큼 해외 선도 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국내 초도기 건설을 통해 실증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수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며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 수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자재 기업들의 동반 진출"이라며 “현재 약 350여 개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가 SMR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혁신형 SMR 사업은 부지 공모, 인허가, 설계 고도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으며 2030년대 초 건설, 중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과 함께 규제 체계, 공급망, 금융 지원 등이 동시에 갖춰져야 사업화가 가능하다"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SMR 전기를 소비할 수 있는 특구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SMR을 잘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국내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도만으로는 SMR 전기를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부족하다"며 “인허가 패스트트랙, 요금 자율화,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포함한 'SMR 에너지 특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 안에 또 하나의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SMR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특구를 조성해 산업과 전력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 가격이 보장되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20~30년 단위의 전력 가격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원전을 활용한 전력 공급과 SMR 도입 이후 상환 구조를 결합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그는 “초기에는 기존 원전 전력을 활용하고 이후 SMR이 가동되면 이를 통해 상환하는 구조를 만들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민간 중심의 장기 계약이 형성되면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사업 지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원자력안전위원회 SMR규제연구추진단장은 이날 토론회 방청객으로 참여해 최대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SMR 시대는 기존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SMR은 여전히 기술과 시장이 함께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결국 SMR 시대의 핵심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목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히 규제 문제와 관련해 “안전 규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실제로는 그 외 다양한 제도적·외부 규제가 더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SMR 특별법 등에서 논의되는 규제 개선 역시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원안위가 최근 발표한 SMR 규제체계 로드맵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규제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규제기관 역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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