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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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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포럼 개회식] “생물다양성 ESG, 선의 아닌 데이터로 증명해야”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탄소 중심에서 자연자본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관리와 공시가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ESG는 단순한 선언이나 캠페인을 넘어 사업 구조와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는 이슈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제언이 나왔다.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의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에서는 기업 ESG의 새로운 축으로 '생물다양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현실적 과제와 해법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가 강연에 나섰다. 이들은 공시와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현장 실행'과 '데이터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은 “기업이 기후뿐 아니라 자연자본 관점에서도 리스크와 기회를 공시해야 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리스크 평가에서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붕괴는 향후 핵심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TNFD(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등 새로운 공시 체계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환경재단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맹그로브 100만 그루 식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맹그로브는 육상 식물 대비 5배 이상의 탄소흡수 능력과 함께 해안 방재, 생물 서식지 제공 등 복합적 기능을 갖는 대표적인 자연자산이다. 특히 단순 식재를 넘어 지역 주민 교육,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연구기관 협력까지 결합한 '통합형 ESG 모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조림 지역에서는 조류·어류 등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는 성과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드론과 AI를 활용해 외래종을 제거하고 자생종을 복원하는 '그린웨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기반 생태복원 모델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실행은 훨씬 복잡하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는 “생물다양성 ESG는 보고서가 아니라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현장 중심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중랑천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쓰레기 수거, 외래종 제거, 준설 저지 등 기초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참여하는 생태복원 사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물리적 관리와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 현대모비스 등과 진행 중인 '생거 진천 프로젝트'에서는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하천을 모래 기반 생태계로 되돌리는 작업을 수행 중이며, 일부 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자연 복원은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다. 염 대표는 “나무를 심어도 30%는 죽고, 행정이나 개발로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기업의 단기 성과 중심 접근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TNFD 지표로 지역별 생태 특성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시 체계와 현장 간 괴리를 짚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해법으로 '데이터 기반 접근'이 제시됐다. 김해원 (주)땡스카본 대표는 “생물다양성 ESG는 선의가 아니라 증명 가능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정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표 설정 어려움 △출발점 부재 △기초 데이터 부족 등으로 공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위성, 음향 AI, 환경 DNA(eDNA) 등을 활용해 생태계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 데이터로 산림 훼손과 수자원 변화를 추적하고, AI를 활용해 음향으로 종 다양성을 분석하며, 환경에 흔적으로 남는 eDNA 기반 분석으로 생물종 변화를 정량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TNFD의 LEAP 방법론(Locate-Evaluate-Assess-Prepare)을 기반으로 사업장 경계 설정부터 리스크 평가, 대응 전략까지 체계화하면 다양한 글로벌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결국 모든 공시와 규제는 '위치 기반 자연 데이터 확보'로 수렴된다"며 “자연도 사람처럼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종합하면 기업의 생물다양성 ESG 대응은 △실제 생태계 복원과 관리가 이뤄지는 '현장 기반 실행' △이를 측정하고 공시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단기 성과를 넘어서는 '장기적 투자와 파트너십'으로 나뉜다. 탄소 중심 ESG에서 자연자본으로의 확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이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12차 전기본, 2040년 수요 ‘657~694TWh’ 전망…“수요관리로 대응”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인공지능(AI)과 전기화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면서도, 수요관리 강화를 통해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22일 열린 전력수요 전망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허진 이화여대 교수(수요전망 위원장) 따르면 2040년 전력소비량은 657.6~694.1TWh로 전망됐다. 이는 11차 전기본 최종연도(624.5TWh) 대비 증가한 수치다. 다만 경제성장률 둔화 영향으로 기본적인 수요 증가세는 과거보다 완만해진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 등 '추가수요'가 구조적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12차 전기본은 처음으로 복수 시나리오 체계를 도입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기존 성장 흐름과 2035 NDC 53%를, 상향 시나리오는 AI 확산과 NDC 61% 달성을 가정했다. 허진 교수는 단일 전망이 아닌 시나리오 기반 접근을 통해 “과잉·과소 투자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번 계획에서 가장 큰 변화 요인이다. GPU 서버 전력밀도는 2040년까지 현재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반영됐으며, 이에 따른 전력수요는 약 26.5TWh로 전망됐다. 전기화 역시 핵심 변수로, 산업·수송·건물 전반에서 전력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차 전기본 수립 위원회는 수요 증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효율향상(EERS) △DR시장 △히트펌프 △시간대별 요금(TOU) 등을 통해 120TWh 이상을 절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전기차(V2G), 산업용 요금 등을 활용한 부하이전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이번 12차 전기본 수요 전망의 핵심은 '수요는 늘어나지만, 그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AI·반도체·전기화로 전력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정부는 이를 그대로 설비 확대로 연결하기보다는 수요관리와 패턴조정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전력이 필수이며 산업 전기화 역시 '피크 수요' 확대 요인이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수요관리만으로 감당 가능한가"라는 현실적 의문이 남는다. 결국 향후 쟁점은 △수요관리 실현 가능성 △LNG·원전 등 백업전원 필요성 △계통·송전 투자와의 정합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에너지안보 = 재생에너지’라는 함정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는 수입 연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에너지 안보는 '발전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설비와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에너지저장장치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자원의 가공과 정제는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대신 설비와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의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이란 사태처럼 주요 해상 물류 경로가 흔들릴 경우, 원유뿐 아니라 이러한 부품과 소재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원전이나 LNG 발전, 혹은 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설비 투자 역시 에너지 정책을 논의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전망 문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특성상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 확대와 동시에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송전 제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료, 설비, 공급망, 계통, 비용이 모두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중요한 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의 안정성, LNG의 유연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이란 사태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호르무즈 리스크에 AIDC 전력 수요까지…두산에너빌리티 ‘전원믹스 수혜주’ 질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라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특정 발전원이 아닌 다양한 전원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원전·풍력 중심, 해외에서는 LNG까지 포함한 전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이란,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만큼, 봉쇄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해협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으로 대규모·상시 전력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 방식은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LNG와 원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은 결국 LNG나 SMR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가스터빈을 통한 LNG 발전 설비, 대형 원전 주기기, SMR 핵심 기자재, 해상풍력 터빈까지 모두 제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전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외 시장 환경 차이도 두산에너빌리티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탄소 규제가 강화되며 LNG 발전에 대한 제약이 커지는 반면, 대형 원전과 SMR, 해상풍력 등 무탄소·저탄소 전원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다. SK, GS, 포스코 등 민간 기업들도 LNG 가격 급등과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SMR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전원 다변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초 SMR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I-SMR이 설계인증에 착수하는 등 제도적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 탄소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된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LNG와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전원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수주가 잇따르면서 주가 상승의 핵심동력이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추가적인 수주 기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단순한 원전 관련주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종합 플레이어'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전 중심 기업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LNG·SMR·재생에너지까지 모두 대응 가능한 구조다. 에너지 안보와 AI 전력 수요가 결합되는 국면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라며 “국내에서는 전원믹스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설비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은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전원에 베팅하기보다, 변화하는 전원믹스 전반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전공기업 통합 ‘가속’…이르면 연내 마무리 수순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발전 자회사 통합을 위한 연구용역 초안이 오는 6월 중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17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한국발전공사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송재봉, 곽상언 의원도 발의에 참여했다. 법안은 현재 5개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정부 100% 출자의 단일 공기업인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사는 전력 생산과 공급을 총괄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목표로 삼고, 탄소중립 이행과 함께 석탄발전 폐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의무로 규정했다. 또한 한전·가스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전력망과 연료 수급을 연계 운영하도록 하고, 발전사업·해외사업·기술개발 등 전반적인 발전 기능을 통합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기존 발전공기업은 공사 설립과 동시에 해산하고 자산과 인력은 포괄 승계하는 구조로, 사실상 발전부문을 단일 공기업 체제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처럼 일사천리로 통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8월 발표 예정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통합 방향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제도·계획이 동시에 맞물리며 통합 작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가는 셈이다. 현재 5개 발전공기업의 지분은 100% 한전이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법인도 한전 소유가 된다. 하지만 한국발전공사 법안은 통합법인을 한전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한전으로부터 통합법인의 주식을 매수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이다. 발전공기업 통합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출범 이후 역할이 중복되는 공공기관의 통합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봉사·미래를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도 “제가 욕먹을테니 합리적으로 합칠 건 합치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관 통합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여권의 의지만 강하면 매우 짧게도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10월에 바로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재생에너지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됐다. 아직 청사가 합쳐지지 않아 에너지부문을 담당하는 2차관실 산하 조직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건물에 있다. 발전사 통합도 기존 5사의 본사 건물 활용방안과 통합 공사의 본사 위치 등은 서류상 통합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본사 위치는 나주나 세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각 발전공기업 경영진의 거취다. 지주사 체제로 재편될 경우 조직 구조가 대폭 변경되는 만큼, 현재 사장단의 임기 보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사장단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공석인 남동발전도 사장 공모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 이후 조직 슬림화와 인사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사실상 '전면 재신임' 수준의 인사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 재편을 넘어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발전 자회사 분리 체제는 경쟁 도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는 제한적 경쟁과 비효율 논란이 지속돼 왔다. 여기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 지역별 요금 차등, 전력시장 기능 재정비 등 굵직한 과제들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발전공기업 통합은 향후 전력시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석탄발전 감축 일정은 미뤄졌다. 당초 올해 6월 폐쇄가 예정됐던 보령·하동 일부 석탄발전 설비는 최근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전력수급 불확실성을 이유로 폐쇄 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SMP 상한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매가격 안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 조기 폐쇄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발 물러난 반면, 단기적인 전력가격 안정과 수급 대응이 앞서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사 통합, 12차 전기본 확정과 함께 구체적인 석탄발전 폐쇄 일정도 다시 조정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명에너지, 호남권 BESS 2건 동시 수주…ESS 시장 ‘강자’ 부상

코스닥 상장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명에너지가 정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대형 프로젝트 2건을 동시에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명에너지는 전남 고흥군 '고흥나로 BESS'와 광양시 '광양황금 BESS' 사업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두 사업의 계약 규모는 각각 337억원, 333억원으로 총 67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1310억원)의 약 5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추진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됐다. 대명에너지는 BS한양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EPC(설계·조달·시공)를 수행하며, 두 프로젝트 모두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즉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수주의 배경에는 제주 북촌 BESS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실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대명에너지는 2023년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한 장주기 BESS 공모사업에서 북촌 프로젝트 EPC를 수행하며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의 설계, 시공, 시운전, 계통연계까지 전 공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 경험이 이번 입찰에서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레퍼런스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ESS 중앙계약시장 특성상 실적 기반 평가 비중이 높다"며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 유리한 구조"라고 분석한다. 대명에너지는 이미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고, 영업이익 168억원(+73%), 순이익 141억원(+82%)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BESS 수주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성 매출로 반영될 예정으로, 향후 실적 가시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회사는 풍력·태양광 발전소 8곳(총 278MW)을 운영 중이며, 약 1500MW 규모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BESS 사업까지 더해지며 발전·저장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약 2.22GW 규모의 ESS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추가 입찰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명에너지는 제주 북촌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호남권 사업까지 확보하면서 ESS 중앙계약시장 내 대표 EPC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광철 부사장은 “풍력·태양광뿐 아니라 BESS까지 전 영역 EPC 수행 역량을 갖춘 것이 강점"이라며 “정부 ESS 확대 정책에 따라 지속적인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SS 시장은 이제 '보조적 설비'가 아니라 전력계통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중앙계약시장 도입 이후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명에너지의 이번 수주는 단순한 프로젝트 확보를 넘어 향후 시장 지배력 경쟁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인사이트] 탄소중립이냐, AI냐…대통령 결단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전력특례 논쟁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둘러싼 최근의 정책 흐름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AI 산업 경쟁력'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더 정확히는, 두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책 흐름은 조율이라기보다 충돌에 가깝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세우며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겠다고 한다. 실제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 발전의 가동연한 제한, 수소발전의 정책적 후순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전통적인 '유연 전원'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AI 3대 강국을 선언하며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인프라로 키우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 두 정책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급선 다변화와 물량 확보 전략이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다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접근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산업, 안보가 맞물린 복합 영역인 만큼, 특정 목표에 치우치기보다 위기 대응 능력을 포함한 균형 잡힌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AIDC, 전력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요구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질'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단순히 많은 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이 필수다. 전력 단가 또한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만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헐성과 계통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반대로 탄소중립 역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자 산업 전반의 생존 전략이다. 특히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탄소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감축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맞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서와 속도로 갈 것이냐'다. 그러나 지금 정책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LNG를 줄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수소발전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원믹스에 대한 큰 그림 없이 개별 정책이 병렬적으로 추진되면서 모순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산업과 시장이 떠안게 된다. 발전사업자는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기업은 전력 확보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전력 수급이 흔들리면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I는 미래 성장 축…대통령의 현실적 결단 필요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다. 에너지 정책은 부처 간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AI 산업을 국가 성장축으로 삼겠다면, 이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전력 공급 전략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중립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면, 그에 따른 산업 경쟁력 저하와 비용 상승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해답은 양자택일이 아닐 수도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하되, LNG 등 유연 전원을 일정 기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현실적 믹스'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명확한 방향성과 시간표가 전제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 같은 '현실적 믹스'의 필요성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신규 반도체 공장 전력원으로 LNG 기반 발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순간적인 전력 변동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글로벌 경쟁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조차 '탈탄소'의 방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전력 확보 수단으로 LNG 등 유연 전원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에너지 시스템 위에서 미래 산업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미룰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전력감독원, 내년 초 출범 가닥…전력시장 ‘게임체인저’ 되나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크게 늘면서 전력망에 대한 공정하고 중립적 감독을 맡는 감독기구가 신설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차별과 정부 주도의 '관치'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전력감독원(가칭)'이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고 전력시장 내외의 부당거래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궁극적으로는 전력시장 운영과 감시 기능을 분리하는 구조 개편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구상은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공사가 각각 전력시장 운영과 전력망 사업에 집중하고, 전력감독원이 시장을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기능 분리형 구조'다.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는 현행 전력시장 거버넌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기사업 허가, 전기요금 인가, 전력시장 및 계통 관리 등 핵심 권한이 기후에너지환경부, 한전, 전력거래소에 혼재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전기위원회 역시 심의·자문 기능에 머물러 실질적인 견제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심의·의결 기능으로 확대하고, 전력감독원을 별도로 신설해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을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전력시장 규율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전력감독원 신설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나왔으며,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김정호 의원,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의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반기 내로 국회와 협력해 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전력감독원은 약 130명 규모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관련 인력 일부를 차출하고 추가 채용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기존 전력거래소, 전기위원회, 한전, 기후부 내 전력시장 관련 기능 일부도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감독원의 역할은 크게 △전력망 감독 △전력시장 감시 두 축으로 구성된다. 전력망 감독 측면에서는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준인 '그리드코드' 고도화와 이행 관리가 중심이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등 비상조치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주요 설비 고장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실적이 있는 발전 설비용량은 2020년 1월 117GW에서 2026년 1월 139GW로 19% 증가하는 동안, 발전사업자 수는 3597개에서 7561개로 110% 늘었다.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력망 감독 중요성도 커지게 됐다. 또한 분산형 전원의 확대에 대응해 통합관제 체계 구축을 위한 기관 간 협력 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전력시장 감시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시장 내외의 부당거래를 감시하고, 가격·시장집중도·지배력 분석을 통해 경쟁구조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함께 신규 및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 점검, 장내외 거래 간 연계 적정성 평가, 소비자 분쟁 조정 지원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12차 전기본과 이번 규제기구 신설에서 기존 경제학 전문가가 아닌 전력계통, 전기공학 전문가들을 중용하고 있다. 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 전원이 전력공학, 계통 전공 교수들로 이뤄진 것은 최초의 사례다. 지난 10차는 경제학, 11차 때는 원자력공학 전문가가 위원장을 역임한 것과 구별된다. 이번 전력감독원 설계도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가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무총리실 수소경제위원회 등 주요 정책기구에서 활동해온 전력·에너지 정책 전문가로, 현재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도 맡고 있다. 전력경제와 계통 운영 분야에서 다수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적 성과와 정책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평가되며, 이번 감독기구 설계에도 이러한 전문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전력시장 효율화와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차별과 정부 주도의 '관치'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복잡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출력제어의 적정성이나 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한 체계적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정부 주도의 감독 권한이 강화될 경우 전력시장이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관치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SMP 상한제 등 가격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과 맞물릴 경우 시장 자율성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독 기능 자체는 필요하지만 가격 규제와 감독 권한이 동시에 강화되면 민간 투자 환경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감독원 신설은 전력망·시장 분리 감독이라는 구조 개편이지만, 동시에 전력시장 '관치 강화' 논쟁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구역전기·자가발전도 ‘전기본 안으로’…정부 통제 확대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중심으로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통제 강도를 대폭 높이고 있다. 과거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됐던 구역전기, 집단에너지, 자가발전까지 사실상 정부 허가 체계 안으로 편입되면서 시장 구조가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자가발전까지 전기본 체계로 편입하려는 배경에는, 개별 기업 단위에서 추진되는 발전설비가 전체 전력수급 및 탄소감축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포스코가 포항에 약 600MW 규모 LNG 자가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수소 혼소 조건과 100% 국내 그린수소 사용 계획 제출 등이 요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가발전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국가 전력믹스와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개별 기업의 자율에 맡기기보다 전기본을 통해 총량과 방향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가발전까지 사실상 정책 수단으로 묶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그동안 열병합발전 기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발전은 전기본과 별도로 정부의 허가가 이뤄졌다. 산업단지나 신도시 등에서는 수요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2차 전기본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설비들이 모두 전기본에 포함된 총량 안에서만 허용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사실상 정부 승인 없이는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이나 제철소 등 대규모 전력 수요를 보유한 산업계의 자가발전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방식 역시 정부 계획과의 정합성이 요구되면서 독자 추진이 사실상 제한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단지 등에 활용돼 온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 역시 정책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정부는 열병합발전 대신 전기 기반 난방 방식인 히트펌프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기존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설비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열병합발전이 높은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갖고 있음에도 정책적으로 배제되는 흐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LNG 발전 투자와 직결되는 용량시장(Capacity Market)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재개가 예상됐던 LNG 용량시장은 12차 전기본 수립 이후로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본에서 허용 물량이 확정된 이후에야 입찰 공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책 방향에 따라 용량시장 자체가 축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은 연내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신규 발전소 진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수소 혼소를 전제로 노후 LNG 발전소를 개체하는 일부 사업만 참여가 가능한 구조다. 대표적으로 동서발전 울산복합 1·2호기, 포스코 인천 3·4호기 정도가 입찰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CHPS 역시 신규 투자 시장이라기보다 기존 설비 전환 시장으로 제한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정책 흐름이 지속될 경우, 향후 국내 신규 발전설비는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신규 대형 원전과 일부 SMR(소형모듈원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재생에너지 중심으로만 신규 설비가 허가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책 흐름을 두고 전력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LNG 가격 급등과 동시에 SMP 상한제 등 가격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투자 판단이 어려워지는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민의힘 “기후공론화, ‘답정너’식 설계”…조기감축 유도 의혹 제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후위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결과를 두고 “특정 감축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답정너'식 절차"라고 비판했다. 설문 문항과 전문가 발제, 제공 정보 전반이 조기 감축경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어 공론화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기후특위 위원들은 13일 “국민 숙의를 통해 사회적 판단을 모으겠다던 공론화가 오히려 특정 감축경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됐다"며 “그 결과를 곧바로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공론화의 핵심인 감축경로 설문 문항이 애초부터 조기 감축을 유도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설문에서는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오목형)'에 대해 “IPCC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권고하는 감축경로와 유사하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적다"는 설명을 붙였다. 반면 선형 또는 후행형 감축경로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부정적 설명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설계가 응답자에게 조기 감축경로를 더 책임 있고 도덕적인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축목표 수준에 대한 설문에서는 시민대표단의 39.1%가 '전 세계 평균 수준', 25.0%가 '그보다 낮은 수준'을 선택해 64.1%가 평균 또는 그 이하 수준을 선호했지만, 감축경로 문항에서는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을 택한 점도 유도된 응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문가 발제 역시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봤다. 지난 4일 진행된 감축경로 세션에서 발제자가 조기 감축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후행형 경로는 정책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해 사실상 조기 감축을 '정답'처럼 제시했다는 것이다. 국제 비교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일본이 2030년 46% 감축, 2035년 6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선형 감축경로를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도 선형보다 완화된 감축경로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된 자료집과 설문 문항에는 이런 핵심 국제 비교정보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전기요금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국민의힘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조기 감축경로가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막대한 전환 비용과 투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산업계 부담과 기술 실현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논의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저장(CCS) 등 핵심 감축수단이 아직 본격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만 앞서는 방식은 입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기후특위 간사는 “이번 공론화는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확인한 절차라기보다 조기 감축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절차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항 설계와 정보 제공 방식에 편향과 유도의 한계가 있었던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공론화 절차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다양한 의견 수렴과 충분한 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초기 더 많이 감축' 응답이 불과 일주일 만에 급등한 것은 편파적 발제와 토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범수 의원은 “공론화 결과보고서를 특위 당일 처음 배부하고 토론하자는 것은 국회를 형식적으로만 거치는 절차처럼 보인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탄소중립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가별 형평성과 현실적 이행 가능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론화 결과만으로는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다 충분한 시간과 균형 잡힌 정보 제공,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한 재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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