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세와 매매가 동시에 흔들리는 '이중 불안' 국면에 들어섰다. 전세는 매물 실종 속 급등하고, 매매는 급매 소진 이후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수급 불균형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의 '4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2% 상승했다. 직전 주(0.17%)보다 0.05%포인트 확대된 수치로, 2019년 12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328주 만이다. 전세 급등의 배경에는 '매물 붕괴'가 자리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만5307건으로 1년 전보다 44.8% 감소했고, 월세 매물도 26.3% 줄었다. 임대차 시장 전반에서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역세권과 학군지 등 선호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상승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전셋값이 상승했으며, 강북권 상승률(0.23%)이 강남권(0.21%)을 웃돌았다. 송파·성북(각 0.39%), 광진(0.35%), 노원(0.32%), 강북(0.30%) 등 중저가 주거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현장에서는 거래 자체가 멈춰서는 '잠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은 단지별로 많아야 한두 건 수준이고, 그마저도 나오면 하루 이틀 안에 바로 계약이 끝난다"며 “집주인들이 굳이 세를 빼기보다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로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매물을 제대로 비교해볼 시간도 없이 '나오는 대로 잡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올라도 선택지가 없으니 계약이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원룸이나 소형 평형은 직장인·수험생 수요가 꾸준해 체감 부족이 더 심하다"며 “전세를 못 구한 수요가 반전세나 월세로 밀리면서 임대차 시장 전체가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전세시장 불안은 매매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3일 기준 7만4173건으로 한 달 새 4.3% 줄었고, 매매가격도 0.15% 상승하며 반등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강남권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송파구는 0.07% 상승하며 9주 만에 하락세를 끊었고, 서초·강남구 역시 낙폭이 축소됐다. 급매물 소진 이후 매수 심리가 일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요는 외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강서(0.31%), 관악(0.28%), 성북(0.27%) 등 중저가 지역의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고, 거래 역시 구로·노원 등 외곽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외곽 실수요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정책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등이 맞물리며 임대 물량이 줄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 축소가 단순한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전세 제도가 약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건 현실을 단순화한 해석"이라며 “전세가 줄면 일부 집주인의 레버리지 구조는 흔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전세 수요가 매매나 월세로 이동하면서 가격을 지지하는 압력도 함께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격 조정보다 거래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공급 지연이 겹치면 실수요자 선택지가 줄어들고 주거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은 무주택 임차 수요가 여전히 두텁기 때문에 전세가 줄어든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일부 구간에서는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중저가 주택 가격을 떠받치는 하방 경직성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 축소는 단순한 가격 하락 요인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라며 “공급 회복 없이 제도만 손대면 가격 안정이 아니라 시장 왜곡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매물 유도를 위한 보완책 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도' 허용 기간 연장이 거론된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상태에서도 일정 기간 양도세 비과세를 인정해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실거주 의무 규정으로 묶여 있던 매물을 시장에 풀겠다는 취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또는 유예 연장도 검토 대상이다. 세 부담을 낮춰 매도 유인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과거 유예 기간에도 매물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따른다. 이와 함께 대출 규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요건 조정 등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세제 완화만으로는 매물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급 확대 없이 규제만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상승과 조정이 반복되는 '박스권 흐름'을 전망한다. 매수 심리는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공급 부족과 정책 변수, 금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결국 핵심 변수는 공급이다. 전세와 매매 모두에서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재 구조에서는, 실제 시장에 얼마나 물량을 복원하느냐에 따라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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