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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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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시그널…반도체·소부장 키우고, 내수주는 줄였다

2025년 4분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중심으로 비중을 늘렸다. 반면, 유통·소비 등 내수 관련 비중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 확대와 내수 경기 둔화 전망이 맞물리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에서도 성장 산업 선별과 경기 민감 업종 비중 조정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104개의 지분 변동 중 지분을 신규 취득했거나 기존 지분을 확대한 종목은 44개로 나타났다. 60개 종목은 지분을 줄였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변동될 경우 공시해야 한다. 신규 취득한 17개 종목 중 절반은 AI와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해있다. 반도체 후방산업인 소부장 관련 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대형 반도체 기업에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신규로 담은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보면, 전공정과 후공정, 소재·부품·장비를 고르게 편입해 반도체 사이클 리스크를 분산한 점도 특징이다. 반도체 전공정에 속하는 하나머티리얼즈(5.01%)과 후공정 기업인 두산테스나(5.15%), 해성디에스(7.19%), 장비 기업 케이씨(5%), 부품 기업 코리아써키트(5.05%) 등을 고루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반도체 대형주와 소부장주가 동시에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 모멘텀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대형주와 소부장주가 동시에 주목받는 시장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관한 적정주가를 높이고 있다. 공통으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이어지면서 올해 개별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신증권은 코리아써키트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적정주가를 기존보다 9.1% 올린 6만원으로 제시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리아써키트가 엔비디아의 소캠2, 브로드컴에 AI 가속기 ASIC향, 애플의 아이패드(프로), 맥북 및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HDI(PCB) 등을 공급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점이 밸류에이션 상향의 배경"이라고 했다. DB증권은 하나머티리얼즈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적정주가를 기존 3만원에서 5만4000원으로 높였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낸드는 최종 고객사의 공정 전환 지연으로 부품 수요가 약한 상황"이라면서도 “내년 일부 낸드 업체의 시설 투자가 증가하며 하나머티리얼즈의 낸드 장비향 부품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해성디에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적정주가 7만2000원을 신규 제시했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경쟁사들이 하이엔드 패키징 기판 공급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중·저부가 기판 캐파(Capa·생산능력)를 보유한 해성디에스에 수혜 집중이 예상된다"고 했다. 기존 지분을 늘린 종목 중에서 반도체 관련 대형주도 포함됐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보유한 SK스퀘어(기존 7.67%→8.8%)는 1.13%포인트 늘렸다. 반도체 기판 업체인 삼성전기(9.91%→10.92%) 1.01%포인트, LG이노텍(8.43%→9.46%)은 1.03%포인트 늘렸다. 사이버 안보 및 보안 전문기업인 에스투더블유를 신규 취득(5.41%)한 것도 눈길을 끈다. 대규모 해킹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사이버 보안기업의 성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에스투더블유에 대해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보안사고 등으로 인하여 향후 사이버 위협 대응 차원 측면에서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성장성 등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요 제품인) 퀘이사 매출액의 경우 2022년 22억원에서 2024년 40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62억원, 올해 100억원 등으로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도 국민연금은 바이오와 방산·기계 종목도 새로 담았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인적분할로 코스피시장에 재상장된 삼성에피스홀딩스(6.7%)를 비롯해 에스티팜(5.02%), 오스코텍(3.87%) 등 코스닥 바이오 종목이 신규 편입됐다. STX엔진(6.5%)·진성티이씨(7.12%)·디와이파워(5.02%) 등 방산·기계 종목도 새로 담았다. 반면 소비재·유통·엔터·항공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지분을 줄였다. 한국콜마(11.45%→9.34%)와 코스맥스(12.97%→11.91%), 아모레퍼시픽홀딩스(7.08%→6.07%) 등 화장품주는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둔화해 당분간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국콜마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중국법인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미국법인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주가는 11만원에서 9만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코스맥스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05억원으로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적정주가를 24만원에서 23만원으로 낮췄다. 엔터주도 비중을 줄였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기존 7.24%→5.09%) 2.15%포인트,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6.06%→4.91%) 1.15%포인트 줄였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활황일 때도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는 각각 27%, 2% 하락했다. 다만 올해 1분기 블랙핑크, BTS, EXO 컴백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엔터주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 5개사의 연간 합산 매출액은 7조, 영업이익 1조원으로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며 “중국의 '한일령' 입장 강화와 내수 경기 회복이 필요한 중국의 의지를 감안할 때 K-콘텐츠를 활용할 가능성, 즉 한중 교류관계 물꼬가 실질적으로 트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유통·소비·항공 관련 종목도 비중을 줄였다. 이마트(9.99%→7.89%) 2.10%포인트, CJ제일제당(9.81%→7.81%) 2%포인트, 대한항공(9.01%→7.01%) 2% 포인트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소비재·유통·항공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 전반적으로 단기 실적 가시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마진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역시 내수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비중을 조정하며 포트폴리오 방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7일 장 초반 코스피 지수가 4600선을 돌파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4224.53으로 출발해 4거래일 만에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9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4.71포인트(1.87%) 오른 4607.76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0.86포인트(0.90%) 오른 4566.34로 출발해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3.46%)와 SK하이닉스(4.41%)는 둘 다 상승세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이 463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개인(3177억원)과 기관(1335억원)은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은 1.77포인트(0.19%) 오른 957.74로 개장해 같은 시각 1.55포인트(0.16%) 내린 954.42를 기록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코스피, 장중 1% 상승해 4500선 돌파

코스피가 새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일 장중 4500선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피는 오후 1시44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2.63포인트(0.96%) 오른 4500.15에 거래되며 3거래일 연속 장중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도체 종목 차익실현의 영향으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조선, 방산, 원전, 증권 등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SK하이닉스도 상승 전환하면서 4500선을 넘겼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71만닉스'를 넘기면서 전날 기록한 역대 최고가를 또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1시 44분 기준 0.14%(200원) 오른 13만8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2조원 넘게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날 1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은 8300억원, 기관은 1000억원 가량 순매수하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美,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시장은 ‘장기전 여부’에 초점

3일(현지 시각)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이송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목받으면서 단기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시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로 정권 이양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 사례처럼 '핀셋 제거'로 끝날 경우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군의 대규모 2차 침공 등으로 확전될 경우 신흥국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 첫 거래일인 5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이날 상승 출발한 국내 증시는 장중 오름폭을 키워 코스피는 3.43%(147.89포인트) 오른 4457.52, 코스닥은 1.26%(11.93포인트) 오른 957.90으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2.97%)와 상해종합지수(1.34%), 홍콩 항셍지수(0.17%) 등 중화권 증시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며 144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이번 사태를 즉각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미국 이송까지 주요 이벤트가 주말 휴장 기간 중 마무리됐고, 작전 자체도 단기간에 종료됐기 때문이다. 미군은 현지 시각 3일 밤 작전을 개시한 지 약 5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베네수엘라 영토를 벗어났다.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단기 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전 세계 GDP의 약 0.1% 수준으로, 주식·채권시장이 존재하지만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는 제한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사태의 리스크는 아직 금융시장에 충분히 가격 반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베네수엘라는 이미 국가 부도(디폴트) 상태이므로 베네수엘라 국채보다 인접국인 브라질·콜롬비아 등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통화 가치 변동을 리스크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섹터와 방산 섹터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시장은 할인율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5~10%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글로벌 실물 경기 둔화로 연결되지 않는 한 이는 구조적 하락이 아닌 단기적 이벤트성 조정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 사태의 핵심 변수는 향후 전개 과정으로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할 최대 변수로 '장기전 여부'를 제시"하며 “이번 작전은 전술적 차원에서 압도적인 성공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에 강력한 저항을 계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2차 대규모 침공을 감행할 전망"이라며 “이 경우 불확실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 사례를 비춰보면 1989년 파나마 침공의 경로를 따를지, 아니면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유사한 전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형식 면에서는 이번 사태가 파나마 침공과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미국은 파나마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마약 밀매와 돈세탁 명분으로 단기간 군사 작전을 통해 체포한 뒤 미국 법정에 세웠다. 한 달 만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은 이를 단기 국지전으로 인식해 주가와 물류 자산은 빠르게 안정됐다.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 역시 전면전보다 지도부 '핀셋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파나마 모델과 가깝다는 평가다. 반면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산유국이라는 점에서는 이라크 전쟁과의 유사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정권 붕괴 이후 잔존 세력의 저항과 내전이 이어지며 불확실성이 장기화됐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건형 연구원은 긍정적 시나리오로 '파나마 모델'을 꼽으며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군부가 신속히 투항하고 과도 정부가 들어서며 민주적 정권 이양을 선언하는 경우"를 짚었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이라크 모델'을 꼽았다. 하 연구원은 “반대로 마두로 친위대가 게릴라전으로 전환하고 군부가 분열되며 석유 시설에 대한 파괴 및 공작(사보타주)이 발생할 경우 공급 쇼크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보다는 신흥국 자산과 위험자산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이양이 원활할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라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 강화와 함께 신흥국 증시·통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하 연구원은 “남미 전체의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남미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국제 자본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인 미국채와 달러화로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머니무브의 그늘…‘단기 차입–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

2026년을 기점으로 은행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에 힘입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자금이 몰리는 속도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핵심은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금조달 가운데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 비중은 86.2%에 달한다. 이는 2014년보다 11%포인트나 더 높아진 수치다. 대형사와 중형사 모두 단기 편중이 커졌다. 은행처럼 안정적인 예금 기반이 없는 증권사가 단기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 편중이 IMA·발행어음 확대 국면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금리가 낮은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수단은 자금 유입이 늘어날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단기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장기 채권처럼 만기가 긴 자산에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은 차환 실패 시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증권사의 신용도 평가가 약화하고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차환 비용 급등이나 차환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024년 중소형 증권사의 차입부채 중 RP 비중은 52%에 달해, 특정 조달 수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 수단이 거의 없는 구조다. 이는 개별 회사 리스크를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일부 증권사에 적용되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단기 유동성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만기 구조 자체를 장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이 방치된다면, '생산적 금융'이라는 명분 아래 단기 차입과 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 머니무브는 방향보다 속도와 관리가 중요하다.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한 자금이 쌓이는 구조가 시스템 리스크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병행해야 한다. NSFR 단계적 도입이나 조달 수단 다변화 없이 IMA·발행어음만 키운다면, 생산적 금융은커녕 다음 위기의 씨앗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치] 정책 모멘텀 쌓이는 1월 증시…코스닥과 자사주 소각이 이끈다

1월 국내 증시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소형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에 더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동시에 본격화하면서다. 여기에 반도체와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까지 겹치며, 연초 증시의 핵심 투자 포인트가 코스닥 중소형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월 국내 증시에서 주목할 정책 이슈로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꼽힌다. 지난해 증시 구조개혁의 수혜가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됐던 만큼, 올해는 정책 효과가 코스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코스피 지수는 75%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37%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정책 수혜의 차이뿐 아니라 수급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 특성상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관 수요가 제한돼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수급 확대와 신뢰 회복을 골자로 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기관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핵심 기관 투자자인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한도를 확대하고, 개인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세제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초대형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 역시 중소형 성장주가 밀집한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정부는 혁신 기업의 진입은 늘리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코스닥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중복상장 심사 기준 명문화, IPO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율 공시 등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 모멘텀은 계절적 요인과 맞물리며 1월 코스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매년 1월 소형주와 가치주의 상대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1월 효과'가 코스닥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정상휘 교보증권 연구원은 “1월 코스닥과 코스피의 상대 성과를 비교하면 코스닥에 우호적인 시장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형주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대감과 계절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1월 코스닥 시장의 전술적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 정책 당국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시장 안착과 활성을 통해 유명무실한 투자대안으로 전락한 코스닥 중소형 성장주 시장의 전술적 유용성 재고를 모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1∼2월에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 시장의 계절성, 정책 모멘텀, 코스닥 활성화 추진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섹터를 꼽고 있다. 두 섹터 모두 코스닥 내 비중이 크고, 정책 모멘텀과 실적 개선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1월 증시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먼저 반도체 섹터는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혜 범위가 코스피 대형주에서 코스닥 중소형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재개와 함께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가동률 회복이 맞물리면서 장비·소재 등 후방 산업에 속한 코스닥 기업의 수주와 매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2026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IT 반도체 섹터가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반도체 기업은 특정 공정이나 장비·부품에 특화된 구조를 갖고 있어 업황 회복 국면에서 실적 탄력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섹터 역시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정책 효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분야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제약·바이오 기업일 정도로 바이오는 코스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 임상 초기 단계부터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모델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바이오가 공통적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 대비 외국인과 기관 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로 꼽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코스닥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나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상황"이라며 “이번 코스닥 신뢰 및 혁신제고 방안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진입여건이 마련되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의 충분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헬스케어는 앞으로도 코스닥 바이오를 중심으로 시장을 아웃포펌(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바이오가 꾸준히 승률을 높이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제약 라이선싱 딜이 임상 초기 단계를 중심으로 늘고 있고 국내 기업이 거기에 맞게 포지셔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법 개정 논의는 올해 들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월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3차 개정안 통과를 예고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장기간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주주환원 강화 차원을 넘어, 국내 증시의 구조적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지만, 실제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유통주식 수는 줄지 않아 기업가치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코스피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확대됐지만, 실제 주주가치 제고 관련 소각 비율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한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이나 계열사 간 거래, 향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유통주식 수 감소 → 주당순이익(EPS) 및 주당가치 상승 → 밸류에이션 개선이라는 연결고리가 보다 명확해진다. 특히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성숙 기업이나 지주회사, 금융지주 등에서는 배당 확대와 함께 가장 직접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자사주 소각 수혜주로 지주회사, 증권사,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면서도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제도 변화에 따른 재평가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최근 iM증권은 SK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상향한 33만원으로 제시했다. SK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4.8%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상당 부분 소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ETF㊦] 몰리는 뭉칫돈에 운용사 경쟁 ‘박터져’…과열 양상에 베끼기 관행 지적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대로 급격히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상품 베끼기, 과도한 수수료 인하 등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면서 업계 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5년 마지막 날 기준 ETF 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삼성운용, 38.3%),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 32.8%),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 8.5%), KB자산운용(KB운용, 7.1%)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AUM) 중 해당 운용사의 ETF 순자산총액 합계로 나눈 비율이다. 이들 네 곳 운용사가 전체 시장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부터 5년간 시장 구도를 보면,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이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위 삼성운용과 2위 미래에셋운용 간 격차는 2024년 2%포인트에서 2025년 5%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운용은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약 4%포인트 줄어든 영향이다. 2025년 코스피 수익률이 미국 S&P500 수익률을 뛰어넘으며 해외 투자형 상품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운용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운용은 'TIGER 미국 S&P500', 'TIGER 미국 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추종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 이후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상품 출시에 나섰지만 1, 2위 대형사와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2021년 이후 KB운용이 줄곧 3위를 지켜왔지만, 2025년 처음 한투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줬다. 한투운용은 2021년 점유율 4.6%에서 2025년 8.5%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2024년과 2025년 시장 점유율 확대 폭이 가장 큰 운용사다. 한투운용은 2022년 10월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개편했다. 한투운용은 '미래 성장에 장기 투자'한다는 목표를 갖고 구조적 성장 테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리브랜딩 이후 ACE ETF 신상품 내 테크 테마 비중은 70%에 달한다. 한투운용의 대표 상품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와 'ACE KRX금현물'의 2025년 수익률은 각각 78.65%, 61.27%다. 특히 'ACE KRX금현물'에는 2025년에만 약 3조78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한투운용 점유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KB운용은 7%대 점유율에서 주춤하고 있다. 2024년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ETF 사업 수장은 연이어 교체되었다. KB운용 리브랜딩을 총괄했던 김찬영 전 ETF사업본부장은 2025년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로 발탁된 노아름 본부장도 조직 개편 이후 ETF운용본부장을 맡다가 연말에 퇴사했다. ETF 시장은 개인 투자자를 사로잡는 게 핵심이다. 이에 운용사는 광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유튜브와 방송에서 부쩍 눈에 많이 띄는 ETF 광고가 대표적이다. 운용사는 광고선전비를 매년 크게 늘리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ETF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사의 광고지출비는 2020년 214억원에서 2024년 51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025년 3분기 기준 375억원을 지출했다.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 양상은 상품 베끼기와 과도한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다. 한 운용사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나오면 곧바로 따라 만들면서 상품 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결국 보수 수수료를 낮추는 경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 시장이 성장하면서 상품 베끼기 관행은 매년 반복됐다. 2023년 이차전지, 2024년 비만치료제, 2025년 양자 컴퓨터, 금 현물 섹터가 대표적이다. 운용사가 특색 있는 상품을 출시해도 다른 운용사가 비슷한 구조 상품을 바로 출시하면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나눠 먹을 수 있다. 2024년 말 키움자산운용이 출시한 'KIWOOM 양자컴퓨팅'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KB·신한·한화·삼성액티브 등 운용사들이 미국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뒤따라 출시했다. 안전자산인 금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한투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다른 운용사에서 잇따라 금 관련 ETF를 출시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투자자 입장에선 비슷한 상품이 나오면 수수료가 낮은 상품을 찾기 마련이다. 이에 상품 독창성 경쟁은 사라지고 수수료나 이벤트 등 경쟁으로 번지기 일쑤다. 금융당국도 베끼기 관행을 끊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ETF 신상품의 독창성을 보호하는 제도를 내놨다. 다만 실제로 운용사가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 특성상 독창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탓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 집중 출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 나가겠다"며 투자자 보호를 중심에 둔 상품 설계와 책임 있는 운용을 주문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오천피 시대-➂시장] 4000 이후…올해 시장을 움직일 세가지 힘, 유동성·실적·수급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199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국과 견줘도 최상위권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업 실적·밸류에이션·유동성의 삼박자가 모두 개선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속에서 한국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레벨업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어 지수 고점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5년 12월 11일 기준 코스피는 71.31%, 코스닥은 37.81% 연초대비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익률을 기록한 해다. 2025년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 밸류에이션, 유동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 정책, 반도체 기업 실적 반등 등 호재가 겹치며 코스피 지수는 11월 4200선까지 돌파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증시로 '머니 무브'를 이끌었다. 지난 8월 기업 실적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국내 기업 실적 전망치는 9월부터 본격 상향 조정했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증시는 빠르게 올랐다.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투자자 보호 강화, 생산적 금융 등의 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으로 국내 증시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 4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도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국장에 돌아왔다. 5월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를 약 15조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어난 구간에서는 대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비율과 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에서도 대형주가 코스피 중형주나 코스닥보다 높았다. 다만 2024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어진 순매도 규모가 38조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외국인 순매수 여력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진정될 경우 2026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글로벌 증시 강세 전망의 핵심 배경은 유동성이다. 최근 시중 자금(M2)이 빠르게 증가하며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글로벌 M2 증가율은 6.7%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유동성의 공급 방식이다. 이전에는 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장 유동성을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재정 확대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2026년에도 GDP 대비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더라도 기준금리는 낮출 것으로 보여 유동성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5년 9월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8.5%로 가파른 증가세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2025년 7%, 2026년 8% 증가가 예상돼 총지출은 75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재정이 꾸준히 확대되며 구조적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2026년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부담이다. 유동성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지수 상단에 대한 논란이 재부각될 수 있다. 기업 실적 개선은 유동성을 실제 수요로 연결하는 결정적 요소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7조원으로, 2025년 대비 38% 증가가 예상된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업종은 82조원에서 148조원으로 81% 증가할 전망이고, 그 외 업종도 22% 성장한 249조원이 예상된다. 2025년 9월 이후 이익 모멘텀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주요국 대비 한국의 실적 레벨업은 더 뚜렷하다. 2026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한국이 35.7%로 가장 높고, 대만(20%)·인도(16%)·중국(15%)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글로벌 평균(1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26년 실적 증가 요인은 비슷한 매출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 덕분이다. 2026년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5~7% 수준으로 안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1% 이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고정비 부담 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6년 실적 증가는 매출보다 마진 개선이 중심"이라며 “추가적인 실적 상향을 위해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이 곧바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적 둔화가 시작되면 매출 감소보다 먼저 수익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2026년에는 시장의 축이 '장기투자'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약 300조원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계좌, 44조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혜택이 장기투자 유도로 바뀔 예정이다. 퇴직연금 자산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장기 자금이 증시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해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할 경우 비과세 한도를 현재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농민형은 500만원인 비과세 한도를 1000만원까지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연금 자금의 유입이 변동성 완화·패시브 자금 확대·대형주 중심의 안정적 상승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정부 정책 모멘텀으로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주목된다. 이는 고액자산가의 자금을 끌어들일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없던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투입 가능성도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 중 약 20조원이 벤처·코스닥시장에 유입될 경우 개인 수급 중심 시장구조에서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한 대규모 정책 자금이 벤처와 첨단 산업을 경유해 코스닥 성장 업종으로 유입됨에 따라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회사채 발행 확대와 정책 자금 유입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시키면 설비투자·수주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장중시황] 새해 첫 거래일 코스닥 52주 신고가,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2026년 첫 거래일인 2일 장중 코스닥 지수가 52주 신고가를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도 상승 출발한 직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1시 52분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65포인트(1.97%) 오른 944.12를 기록해 52주 신고가를 돌파했다. 같은 시각 코스피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6.41포인트(1.08%) 오른 4260.58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10.36포인트(0.25%) 오른 4224.53으로 출발한 뒤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장 시작 직후 기존 장중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11월 4일 기록(4226.75)을 갈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39억원, 62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개인은 1974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알테오젠(1.89%) 에이비엘바이오(0.25%), 레인보우로보틱스(4.68%), HLB(3.74%), 삼천당제약(3.01%)은 오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2.73%), 에코프로(-2.09%), 리가켐바이오(-0.58%), 코오롱티슈진(-9.05%), 펩트론(-1.38%)은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873억원을 순매도, 외국인과 기관은 635억원, 4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4.5%)와 SK하이닉스(3.07%)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기록했던 장중 사상 치고치(12만1200원)을 돌파해 12만5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나머지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우(3.48%), 현대차(0.34%), SK스퀘어(5.71%),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6%), 두산에너빌리티(0.13%)는 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2.04%), 삼성바이오로직스(-0.59%), HD현대중공업(-1.18%)은 내리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439.5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AI 산업, 올해도 막대한 투자 예상…“과연 돈은 벌 수 있을까” 논란은 이어질 듯

2025년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개선됐고, 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면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AI 기업을 둘러싼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목받으며 증시 변동성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2026년에도 AI가 핵심 산업으로 남겠지만, 투자 판단의 기준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확산과 투자 확대 국면을 지나 실제 수익 창출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 AI 산업은 글로벌 증시에서 주도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됐고, 국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AI 밸류체인과 맞닿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에 연관된 기업도 상승세를 보였다. AI 투자가 실물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2026년을 앞두고 시장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성장은 대규모 자본 지출(CAPEX)을 전제로 한 확장 국면에 가까웠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등 인프라 구축이 우선됐고,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었다. 그러면서 과잉 투자 우려도 나왔다. 미국에선 엔비디아-오픈AI-오라클 등 일부 AI 기업 간 순환 투자 가능성과 상호 지분 투자 확대와 수익성 논란 등 불안 요인이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2026년부터는 AI 기업들이 투자 대비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플랫폼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됐는지가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AI를 도입하거나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매출 대비 자본 지출 비중은 26년 2분기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결국 주가 상승을 위해 자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창출 여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인프라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전력 인프라는 AI 확산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 환경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공급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전력 확보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력 비용과 공급 안정성은 장기적으로 AI 서비스의 수익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 대응 능력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적은 전력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칩이나 클라우드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1월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를 내놓으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출렁였다. TPU는 AI 추론에 특화된 칩으로 확장성은 떨어지지만 기존 엔비디아 칩 대비 전력을 절반만 쓰고 효율성을 높였다. 기술 경쟁 역시 심화하고 있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했다. 이후 이용자 수가 급증하며 생성형 AI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에 대응해 구글은 2025년 11월 '제미나이 3.0'을 출시하며 경쟁에 나섰다. 구글은 생성형 AI를 넘어,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구동이 되는 피지컬 AI까지 발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사용자 경험을 바꿔야 시장 경쟁에서 승자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초부터 AI 에이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은 유의미하게 바뀌지 않았다"며 “본질적으로 일상을 바꾸는, 광고·커머스·예약·지도·결제를 수행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에이전트가 탄생해야 승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통합 AI 에이전트를 서비스할 수 있는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거대 플랫폼이 꼽힌다. 이들은 결제, 커머스, 광고 등의 버티컬 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산업을 둘러싼 버블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버블은 신산업에 대한 기대 확대, 유동성 증가, 양호한 경기 환경이 동시에 작용할 때 형성된다. 현재 AI 산업은 이 같은 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버블이 조정되는 과정에서는 경기 둔화, 유동성 축소, 투자자 인식 변화가 차례대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현재 AI 산업 전반이 붕괴 국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가 수준에서는 과열 구간에 진입한 종목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통된 견해는 주가와 산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가는 조정받을 수 있지만, AI 기술과 산업 구조 자체는 유지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과거 인터넷, 모바일 산업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평가다. 결국 2026년 AI 투자의 핵심은 선별이다.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 구조의 구체성이다. AI 인프라 투자 계획, 전력과 비용 구조, 서비스 수익화 일정이 명확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AI 산업이 성장 단계에서 성과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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