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지난 1년 급변한 증권업황에도 흔들림없는 영업이익으로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영업이익과 분기 순이익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비결은 삼성증권이 강점을 보이는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세다. 올해 하반기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346억원, 순이익 2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영업이익은 0.91% 늘고, 순이익은 1.87% 줄었다. 삼성증권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국내 증권사 60곳 가운데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규모에서 3위를 기록했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115억원, 4위인 키움증권과 92억원 차이로 순위 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삼성증권의 1분기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은 5451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관리 부문의 꾸준한 성장과 투자은행(IB) 부문 중심으로 탄탄한 실적을 유지했다. 삼성증권 1분기 순영업수익 비중을 영업 부문별로 보면, 상품운용손익 및 금융수지>브로커리지>투자은행(IB)>금융상품 판매수익 순이다. 순영업수익은 영업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금액이다. 1분기 운용 부문 손익은 3063억원으로 전체 순영업수익 중 56.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71억원)에 견줘 6.7% 개선되었고, 직전 분기(2107억원)에 견줘 68.7% 늘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 운용 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은 14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92억원)에 견줘 4% 낮아졌다. 국내 거래대금이 늘어나며 전 분기 대비 국내주식 수수료는 805억원으로 개선되었으나 전년 같은 기간(1065억원)에 견줘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 증시 부진 등 영향으로 해외주식 수수료가 62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8% 줄었다. 투자은행 수수료 수익은 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71억원)에 견줘 12.5% 낮아졌다. 전통 투자은행 부문은 안정적이었으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구조화금융 관련 수수료가 5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6%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매크로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좌우되는 증권업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인상적"이라며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상향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2024년부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금융 계열사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삼성생명에서 CPC(고객·상품·판매채널) 전략실장, 자산운용부문장을 역임하며 주로 경영지원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근무했다. 특히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소속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일하며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주도했다.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그 역할을 대신할 3개의 사업 부문별 TF 중 금융경쟁력제고TF를 맡아 이끌었다. 2023년 4분기 부동산 PF발 충격과 당국의 보수적 기조 등 요인으로 순손실을 낸 삼성증권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삼성증권은 고소득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WM) 영업에서 전통 강자로 불린다. 박종문 대표 체제에서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을 더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고객은 1년 전보다 500여 명 증가한 4003명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산관리 분야 고객 자산이 10조1000억원 순유입되면서 고객 총자산이 308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증권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자산관리 부문에서 고객자산 순유입 및 금융상품 판매수익 등으로 자산관리 기반 비즈니스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밀리 오피스나 고액 자산가 관련 사업이 특화되어 있어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17년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의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모두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려면 자본 요건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에 관한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특히 형사소송이나 기관의 조사, 검사 등은 적격성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2017년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속된 상태였다. 삼성증권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회장으로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회장의 2심 무죄 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다소 해소된 만큼 올해 금융당국의 종합금융투자사 신규 지정 일정에 맞춰 발행어음업 인가 작업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고 스터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회의체를 운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면 중장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면 운용자산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 레버리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발행어음 영위 4개사의 평균 한도소진율(62%)과 예상 스프레드 1.5%p를 적용하면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예상 연수익은 1300억원"이라며 “현행 법적 여건으로도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허가 작업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