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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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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애플·TSMC·삼성전자와 재생에너지 리스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19 10:09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박성우 사진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애플의 최신모델인 아이폰 13 프로는 전 세계 여러 국가의 합작품이다. 프로세서는 애플이 직접 개발하여 대만의 TSMC가 생산하고,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의 삼성과 LG, 카메라는 일본의 소니, 5G 모뎀은 미국의 퀄컴, 배터리는 중국의 선와다가 만든다. 이처럼 글로벌 시대에 우리들이 사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과정에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현대 경영학의 3대 대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1985년 ‘경쟁 우위’란 책에서 가치사슬 이론을 제시했다. 기업의 여러 활동들은 사슬과 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의 가치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본원적 활동과 이를 돕는 지원활동으로 나누었다. 아이폰 뒷면에 조그맣게 표시되어있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조립(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이라는 문구가 글로벌 가치사슬의 예를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작성한 세계산업연관표를 이용하면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국제 무역의 결과를 부가가치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즉, 어느 나라에서 얼마 만큼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지를 알 수 있다.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가보자. 2009년 미국과 중국의 아이폰 무역수지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19억 달러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폭스콘이 여러 국가에서 수입한 부품들을 조립해서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로 조립을 담당하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0.7억 달러로 전체 부가가치의 3.9% 만을 차지하고, 주요부품을 생산하거나 연구개발(R&D) 센터가 위치한 일본이 6.8억 달러(36%), 독일은 3.4억 달러(18%), 한국은 2.6억 달러(14%)인 것으로 밝혀졌다.

애플은 2018년부터 사무실, 소매점,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에 구축한 가치사슬을 토대로 공급업체들에게 2030년까지 애플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100% 사용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애플의 ‘공급자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25개 국가의 213개 공급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 급격히 늘어 100여개 공급업체가 새로 참여하였다. 우리나라도 SK하이닉스, 서울반도체, ITM반도체, 대상에스티가 참여하다가, 작년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삼성SDI, 범천정밀, 덕우전자, 영풍전자, 솔루엠 등 8개 기업이 새로 참여했다.

애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대만의 간판기업 TSMC는 애플의 요청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2020년 7월 덴마크 풍력발전 개발사인 오스테드와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오스테드가 대만해협에 설치할 920MW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20년간 구매하는 계약이다.

대만도 우리처럼 국토가 좁고 산림이 많아 육상풍력을 설치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신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렸다. 2025년까지 5.7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덕분에 삼강엠앤티, 현대스틸산업, LS전선, 씨에스윈드와 같은 우리 기업들이 하부구조물, 풍력타워, 해저 케이블 등을 납품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2020년에만 1.9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기자재를 대만에 수출했다. 올해 대만에는 111개의 터빈으로 구성된 900MW 규모의 창화 해상풍력 단지가 준공될 예정이다. TSMC에게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이제 삼성전자로 눈을 돌려보자.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TSMC와 이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개발을 위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구의 기업들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를 향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고객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B2B 매출 감소’라고 리스크를 언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이미 2020년부터 재생에너지 전기를 100%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핵심 생산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래저래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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