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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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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력수급 비상인데 준공된 신한울 1·2호기는 1년째 놀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01 11:09

작년 12월 수립 9차 전력수급계획 6개월만에 빗나갈 듯…탈석탄 후퇴 가능성도



폭염·산업생산 증가에 전력수요 역대 최고 전망…8년 만에 위기 경보 발령 가능성



산업부 "예비력 4.0GW까지 떨어질 수도…추가 예비자원 8.8GW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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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현황판.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전력수요에 따른 발전설비 계획을 수립한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1년도 되지 않아 엉터리로 판명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지난 겨울 최대전력수요 예측을 한 차례 틀린 가운데 올 여름에도 폭염과 산업수요 증가로 전력수급대란이 예상된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여파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국내외에 천명한 정권이 탄소중립은 발을 떼기도 전에 전력수급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한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국무총리 주재 현안 조정 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기상 전망과 경기 회복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기준전망’은 90.9GW(기가와트), ‘상한전망’은 94.4GW로 예상했다.

정부는 기온 변화 등을 고려해 2019년부터 기준전망과 상한전망, 두 갈래로 나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올해 기준전망은 평균 기온 29.4℃, 상한전망은 평균 30.2℃를 적용했다. 정부가 전망한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94.4GW)는 111년 만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사상 최고치였던 92.5GW를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최대 전력 수요는 89.1GW였다.

올여름 폭염과 산업생산 증가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전력수급에 비상이 예상된다. 전력 수요는 많이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빠듯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신한울 1·2호기, 원안위 허가 지연에 1년째 멀쩡한 시설 놀려 

 


이에 정부는 폐쇄한 삼천포 1·2호기 등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수급난에 탈원전 폐기 넘어 탈석탄 정책 후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탈원전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고사하고 이미 준공된 신한울 1·2호기의 가동허가를 1년 넘게 내주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원안위는 신한울 1·2호기 가동허가 안건을 지난해 11월부터 무려 13차례나 상정하고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한울 1·2호기는 지난 2014년 12월 첫 운영 허가 신청에 이어 2018년 4월과 2019년 2월 상업운전을 계획했으나 가동허가 지연으로 번번이 무산돼 멀쩡한 시설을 갖추고도 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리한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월성 1호기를 무리하게 조기폐쇄하고 신규원전도 취소하는 등 국내 전력수급 현실을 무시한 채 일부의 주장만 믿고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정부를 믿고 기업경영을 하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와 기상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수급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8.8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예방정비 중인 부산복합 4호기, 고성하이 2호기 등 발전기의 시운전 일정을 전력피크 주간으로 조정하고,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충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방전시간 발생 시간 등도 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여름철 휴가 분산과 냉방기 순차 운영 등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 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작년 말 9차 전력수급계획 세워놓고 6개월만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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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전력 예측 결과 비교(7차 vs. 8차) 7차 계획(113.2GW) 대비 11%(12.7GW) 낮게 예측됐다. [자료=산업부]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급대란이 발생할 경우 9차 전기본은 1년만에 잘못된 계획으로 판명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만마다 수립하는 정부계획이 1년은커녕 6개월만에 빗나가게 생겼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뭐하러 정부 계획을 수립하고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정부를 믿고 기업 경영을 하겠냐"고 꼬집었다.

전기본은 15년간 전력수요 전망과 발전설비 계획 등을 담는다. 계획 수립의 기초는 ‘전력수요’다. 전력수요 전망을 토대로 발전소 등 전력설비(공급) 건설의 틀을 짠다. 그만큼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 전력수요 예측은 꾸준히 늘어나다 현 정부 들어 설립한 8차 전기본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로 예측하면서 7차 계획(113.2GW) 대비 11%(12.7GW) 낮게 예측했다. 예비력을 감안하면 이전 계획 대비 약 15GW의 설비 축소가 예상되는 용량이었다.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력)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인 상태"라며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줄여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해 수립된 9차 전기본에서도 이어졌다. 8차 전기본 수립 위원들은 당시 원전을 줄여 전력예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정비나 고장으로 인해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예비 전력은 원전이 LNG보다 더 크다. LNG 발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정지 등으로 1년의 약 12%인 44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반면 원전은 1년의 약 20%인 76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김진우 당시 전력수급기본계획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원전을 줄이고 LNG를 늘리면 확보해야 할 예비전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과소예측’이라고 비판해 왔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충실히 반영된 제8차 전기본은 전력수급 안정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했다고 평가받는다.

경제성장 둔화 전망을 반영한 전력수요 예측, 공격적 수요관리 목표량 설정, 지구온난화에 의해 커지는 기후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최대 전력예측 등으로 인한 수요가 과소예측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본의 수요예측은 전력수급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에 충실하고 보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가 됐다. 산업부가 2015년 발표한 7차 전기본에서 예상한 2017년 동계 최대 전력수요는 88.2GW였다. 반면 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말 수립된 8차 전기본에서는 2017년 동계 최대 전력수요를 3GW 줄인 85.2GW로 예상했다.

수립 직후인 2018년 1월 11일과 12일 최대 전력수요는 각각 85.6GW, 85.5GW로 집계됐다. 8차 전기본이 확정된 지 2주 만에 예측치를 30만~40만kW 초과한 것이다. 예측 오류는 올해도 반복됐다. 지난해 말 9차 전기본 수립 이후 산업부는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90.4GW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1일 90.5GW를 기록하며 계획 수립 2주 만에 예측치를 초과했다.

문주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어느 한 해 일시적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오차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요예측 시 반영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지만 최근 기후변동성이 커지고 반복되는 추세 감안 시 이를 최대 전력예측에 반영치 않는다면 과소예측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계획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적절한 전기요금, 환경성, 경제성, 효율성, 안전성, 에너지 안보 등의 핵심가치들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전원 구성을 도출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위해 무리한 발전원 구성 목표를 세우고 수요예측까지 낮춰 잡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탈원전·탈석탄을 맹렬하게 밀어붙여왔던 현 정부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며 "과거 정부의 발전소 건설 계획 덕분에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고 임기 마치게 된다. 현재 7기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부담스러운 원전·석탄의 폐기와 신재생·LNG 건설은 온전하게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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