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생용품 기업이 생수·도장까지?…크린랩 ‘파격 변신’ [유통 인사이드]

주방·위생용품 브랜드로 유명한 크린랩이 생수·도장(圖章) 등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사업으로 발칙한 외도를 이어가면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기 당시 수혜를 입으며 반짝 실적을 냈으나 다시 침체기로 돌입한 가운데, 신사업 승부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크린랩은 지난 18일 미세플라스틱 걱정을 덜어낸 자사 생수 브랜드 '릴리프'의 무라벨 버전을 새롭게 내놓았다. 지난해 말 릴리프를 첫 선보인 당시 크린랩은 100% 사탕수수로 만든 PLA 생분해 소재 패키지를 강조했다. 이번에 PLA 라벨을 제거한 전면 무라벨 상품까지 추가 출시한 것이다. 그동안 위생·주방용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던 크린랩이 먹는 샘물 사업에 뛰어든 데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 평가한다. 특히, 먹는샘물 시장은 제주삼다수·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농심(백산수)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만 60%를 넘을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크린랩은 친환경 생수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혀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크린랩의 생수 사업은 생수 제조 전문기업 산수음료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로부터 생수를 제공받아 PLA 병에 넣어 공급하는 구조다. 생수 수원지는 경기 남양주시다. 현재 자사몰과 쿠팡 등 일부 이커머스에서 해당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생수를 넘어 친환경 패키징의 사업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크린랩 측은 “릴리프는 친환경 패키징 사업을 나타내는 제품이기보다 친환경 생수 브랜드 자체로 포지셔닝한 것"이라며 “현재 친환경 패키징을 별도 사업부로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릴리프 매출도 생수 카테고리 매출로 인식 중"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크린랩이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것은 생수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장인 제작 주문 기반의 프리미엄 도장 사업도 본격화했다. 내구성·정밀성을 갖춘 스테인리스 소재의 고급 도장을 앞세워 선물·기념품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와디즈 등 펀딩 플랫폼을 통해 국내 단독 유통권을 확보한 일본 프리미엄 금속 도장 '미래인' 도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와디즈에서 19㎜ 개인 인감을 첫 출시한 당시, 펀딩 목표치 대비 900% 가량을 달성한 바 있다.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24㎜ 법인 인감까지 추가 공개했다. 크린랩의 신사업 움직임은 과거 대표이사였던 승문수 현 대표가 2024년 5월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크린랩은 2019년 창업주 전병수 고(故) 전병주 회장 사망 후 수 년 동안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다. 그해 3월 장남인 전기영 씨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판결로 사건이 종식된 후, 장남 전 씨의 조카인 승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같은 해 10월 회사가 기존 '크린랲(Clean Wrap)'에서 현재의 '크린랩(Cleanlab)'으로 공식적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신사업 강화와 결을 같이 한다. 영단어 Wrap(포장재)과 Lab(연구소)의 의미 차이에서 드러나듯, 기존 위생·주방용품 중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크린랩이 신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할지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승 대표 취임 이전인 2023년 크린랩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내년까지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지난해 연결 기준 크린랩의 연매출 1148억원으로 사실상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서 크린랩은 위생장갑·마스크 등 위생용품 착용이 생활화됐던 코로나19 확산기 동안 큰 수혜를 입었다. 2019년 1200억원대였던 연매출도 2022년 1820억원까지 크게 올랐으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매출 흐름이 꺾이기 시작됐다. 실제 2023년 1760억원, 2024년 1392억원, 지난해 1148억원까지 매출 하락세가 지속됐다. 그나마 수익성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위안이 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 95억원에서 이듬해 28억원까지 급감했으나 2024년 82억원, 지난해 98억원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승 대표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5년 영업이익 목표치로 100억원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근사치까지 도달한 셈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유통 인사이드]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오너일가 극적 화해 가능할까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지주사 임시주주총회, 주식반환청구소송 등 굵직한 변수가 남아있지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분쟁 상대방인 부친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및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오너 가족간 극적 화해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빠 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동생 윤 대표는 29일 예정된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진출하려 했다가 최근 이사 후보직을 전격 자진사퇴했다. 이날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는 윤 대표와 부친 윤 회장 등 10명의 윤 대표측 인사를 대거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지난달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진출한데 대한 '맞불 작전'으로, 윤 대표측이 콜마홀딩스 이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상정한 안건이다. 그러나 윤 대표가 이사후보 6명과 함께 자진사퇴함으로써 이날 안건은 윤 회장 등 3명의 이사후보 선임 안건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윤 대표의 이사후보 자진사퇴를 두고 콜마홀딩스 지분구도상 어차피 승산이 없어 '전략적 후퇴'를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고, 다른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이사선임 안건은 그대로 둔 채 윤 대표만 사퇴해 부친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 부친·여동생 '파상 공세'에 '대응 자제' 이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장남 윤 부회장의 대응이다. 반년간 이어온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윤 부회장이 여동생 윤 대표의 경영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을 교체하려는데 윤 대표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부친 윤 회장은 딸 편에 서서 장남 윤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9년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주식을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과 윤 대표 부녀는 2019년 주식 증여 당시 화장품(한국콜마)과 의약품(HK이노엔)은 아들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콜마비앤에이치)은 딸 윤 대표가 각각 맡기로 했던 합의를 윤 부회장이 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주력사인 한국콜마(대표이사 최현규)와 HK이노엔(대표이사 곽달원)에서는 모두 대표직을 맡지 않은 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여준 윤 부회장의 대응도 윤 대표측과 대조적이다. 윤 대표측은 윤 부회장이 요구한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을 비롯해 윤 부회장측 인사인 이승화 이사 후보에 대한 자질 공격, 콜마비앤에이치 주주에게 화장품 선물 제공 등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윤 대표측의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언론대응이나 법적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부회장은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에서 승리하고도 최근 이사회에서 윤상현·윤여원·이승화 3인 각자대표체제를 구축, 윤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시켰다. 비록 윤 부회장 자신도 콜마비앤에이치 각자대표로 합류했고 윤 대표의 역할을 대외 사회공헌활동으로 국한시켜 사실상 여동생을 경영권에서 배제했지만, 자신은 내년 3월까지만 각자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 약속함으로써 이승화 신임 각자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는 한국콜마, HK이노엔과 같이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윤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욕심에 여동생을 내치려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직 완고한 부친…아들 '유화' 태도에 대응 주목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어차피 그룹 내에서 지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대응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행사장에서 윤 부회장은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윤 회장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부친 윤 회장이 아들의 '절제된' 모습에 어떻게 화답할지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23일 열린 주식반환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 법정에서 윤 회장측 대리인은 기존 윤 회장의 입장과 같이 윤 부회장이 주식 증여의 전제 조건인 '승계 계획 실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 회장은 다음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전부(69만2418주)를 딸 윤 대표에게 증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구조(콜마홀딩스 약 44%, 윤여원 대표 약 8%)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여전히 윤 회장이 딸 편에 서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게 된다. 문제는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소송이 장기화될 경우다. 이 소송은 중간에 화해 또는 소 취하가 없다면 1~2년 혹은 그 이상 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송 최종 결과에 따라 경영구도가 재편될 수 있어 콜마그룹은 장기간 경영 불확실성에 놓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지난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오너 가족간 화해로 갈등이 봉합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았지만, 꼬박 1년간 그룹 내 직원들의 내홍과 대외적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업계는 윤 회장이 여전히 딸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창업주로서 가족 화합과 그룹 안정에 중심 인물인 만큼 극적 화해를 위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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