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영의 아파토피아] 하이엔드라며 품질은 그대로?…아파트 브랜드 전쟁의 내막

“너 래미안 살아?, 난 디에이치 살아." 아파트 단지명 앞에 붙는 브랜드가 집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그것도 대형 건설사의 1군 브랜드가 붙지 않으면 아파트가 잘 팔리지도 않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런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들도 상당수 부실 시공으로 논란을 일으킨다. 마케팅 차원에서 아파트 브랜드 경쟁을 하더라도, 건설사들이 품질과 안전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포주공 2단지·3단지를 각각 재건축한 반포래미안·반포자이는 2000년대 지어질 때만 해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브랜드인 '래미안'과 GS건설의 브랜드인 '자이'를 대표하는 단지였다. 당시 보기 드물었던 수영장과 사우나, 골프장, 헬스장 등 각종 생활 인프라 시설을 갖춰 '커뮤니티 아파트'의 시초를 연 곳이기도 하다. 각 개별 세대 아파트 창틀이 쇠창살로 이뤄져 있던 과거 천편일률적인 구조에서 쇠창살 창틀이 사라지고 입면분할 통창으로 시공해 세대 내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조망권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첫 단지들로도 유명하다. 2009년 나란히 완공된 이 단지들은 거의 10년간 각각 래미안과 자이를 대표하는 단지로 항상 홍보 제일선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단지들이다. 이 아파트들이 각종 언론과 신문 지상에서 집값의 바로미터로 차용되면서 아파트 브랜드의 인지도 역시 수직상승했다. 래미안이 첫 선을 보인 2000년과 자이가 론칭한 2002년 당시만 해도 브랜드 아파트의 개념은 생소했다. 20세기까지만해도 현대건설이 현대아파트, DL이앤씨가 옛 사명인 대림산업에서 차용한 대림아파트 등 시공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99년 롯데건설의 롯데캐슬을 필두로 2000년 DL이앤씨의 '이편한세상', 2003년 대우건설이 '푸르지오'를 내놓는 등 새천년을 맞아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시공사 이름이 아닌 생소한 아파트 브랜드 정착을 위해 건설사들이 택한 것은 톱 탤런트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광고모델로 이병헌, 신민아를 기용했고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광고모델로 김태희와 김남주를 내세웠다. GS건설의 자이는 이영애가 전면에 서는 등 브랜드 아파트 출범 초기만 해도 아파트 브랜드 광고 모델이 되는 것이 '톱 스타'의 보증 수표였다. 2010년을 넘어서는 톱스타 모델들이 사라져갔다. 래미안 퍼스티지나 반포자이 등이 전 국민이 선호하는 '드림 아파트'로 일반 대중에 깊숙이 각인되면서 이제 배우들의 홍보 없이 브랜드 하나만을 내세워도 충분히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래미안'이라는 세 글자가 단지명 앞에 붙기만 해도 전 국민이 고급 아파트로 인식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현재 건설사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등장한 브랜드는 DL이앤씨의 '아크로'다. 다만 1999년에 론칭된 아크로는 10년 이상 하이엔드 개념의 브랜드가 아닌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브랜드로 사용되다가 2013년 신반포1차 아파트를 재건축 한 아크로리버파크 분양 당시 하이엔드 브랜드로 리뉴얼됐다. 우리나라 건설사 맏형인 현대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의 주거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는 2006년 론칭했다. 10대 건설사 브랜드 대부분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등장이었다. 현대건설이 경쟁사 대비 아파트 브랜드를 늦게 내놓은 것은 '압구정 현대'로 대표되는 현대아파트의 상징성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파트 시장 선호도가 일제히 브랜드 아파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도 언제까지나 과거의 현대아파트만을 고집할 순 없었다. 결국 현대건설도 한 발 늦게 힐스테이트를 선보였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앞서 등장한 래미안과 푸르지오, 자이 등이 이미 브랜드 인지도를 선점한 상황에서 고전했다. 시공능력평가 수위를 다퉜지만, '힐스테이트'는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타사 경쟁 브랜드들에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힐스테이가 래미안이나 자이 등에 밀리는 경우가 많아 현대건설 입장에선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대건설은 결국 2015년 더욱 고급화를 지향하는 하이엔드 컨셉의 '디에이치'를 출시, 프리미엄 브랜드 시대를 개척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뒤쳐졌던 힐스테이트의 약점을 극복하고 하이엔드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그러자 이번엔 반대로 다른 건설사들이 현대건설의 뒤를 따랐다. 대우건설이 써밋을 론칭했고 롯데건설 르엘,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의 드파인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10대 대형 건설사 중 7곳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라는 '투 트랙'의 주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반포 지역의 브랜드 아파트가 개별 세대 직결 지하 주차장 완비, 커뮤니티 시설, 지상에 차 없는 단지로 대표되는 3세대 신축 아파트의 시대를 열었다면 하이엔드 브랜드로 대표되는 2010년대 후반~2020년대부터 등장한 4세대 신축 아파트는 '원스톱 주거의 고급화'로 대표된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실내 운동장을 갖추고 단지 내 입주민 전용의 영화관 시설을 갖추는가 하면 커뮤니티 시설에서 조식과 중식, 석식을 서비스하는 등 호텔 급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런 초고급 스펙을 갖춘 4세대 신축 아파트는 서울 강남 지역의 일부 고가 아파트로 한정돼 있다. 아직도 비강남 및 지방 신축 아파트 대부분은 기존 브랜드에다 스펙도 3세대에 머물러 있다. 또 4세대 신축 아파트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파트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기존 일반 드랜드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이미 공사 중인 단지들의 경우 건축 사양과 무관하게 고급 브랜드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시공사와 마찰이 벌어지기도 한다. 건설업계 내에서도 고심이 깊다.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모든 시공사가 '투 트랙 브랜드'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는 일반 브랜드와 하이엔드 브랜드간 차별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일반 브랜드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계륵'이 될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닌 일반 브랜드를 적용하면 차별을 하냐는 항의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시공사 입장에서도 공사비 기준에 따라 브랜드를 결정하는데 일방적으로 브랜드를 높여달라는 요구를 들어줄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하이엔드 브랜드가 득세하고 일반 브랜드가 '찬밥 신세'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단일 브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 등은 상대적으로 '원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더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래미안은 굳이 더 상위 레벨의 브랜드 없이도 '래미안'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시장에 먹힌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필요없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굳이 다른 브랜드를 운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앞으로도 오직 하나의 래미안 브랜드 상품성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파트 브랜드 경쟁 속에 가장 지켜져야 할 근본은 주택의 품질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더욱 안전하고 튼튼한 시공을 기대하지만 정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2023년 입주 이후 약 30여 세대에서 창호에 금이 가고, 곰팡이나 결로 현상이 신고되는 등 부실자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GS건설이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서는 입주한 지 3개월만에 커뮤니티와 지하주차장에서 침수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배그랑자이에서도 세대 내부에 악취가 발생해 공사 당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건설사 간 마케팅 차원의 일환을 넘어서서 품질 시공과 안전 보장, 층간소음 해소 등 입주민 주거의 '삶의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고급화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실거주를 하면서 불편함을 겪지 않고,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건설사들이 설계·시공의 품질에 더 신경써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기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급하게 공사 속도를 높이다 보니 고급 브랜드가 적용된 사업장에서도 마감 공사가 꼼꼼하지 못한 곳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입주 초기에 하자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이런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살인 부르는 ‘층간소음’…“20년된 시공 기준부터 바꿔야”

“매일 귀마개를 끼고 잡니다. 새벽에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자 홧병이 났다. 이 아파트를 얼마에 주고 샀는데, 이런 초고가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 정말 층간소음 문제 하나 때문에 이 비싼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급아파트 단지의 한 주민이 층간소음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이 아파트는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가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16년 입주한 단지다. A아파트는 비싼 아파트들이 많은 강남에서도 '선두 주자'다. 2019년 당시 소형 평형인 전용면적 59㎡(24평)가 24억원에 팔리면서 대한민국 아파트 거래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 1억원 거래'의 시초를 열였던 단지다. 특히 대형건설사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를 적용해 고급화를 꾀한 단지로도 유명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층고(각 개별 세대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다. 2010년대 이후에 지어진 3세대 서울 신축 아파트가 일반적으로 2.3~2.4m 정도의 층고로 지어진 것과 달리 이보다 층고가 더욱 높은 2.6m로 지어졌다. 층간 소음 방지가 주목적이었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장 아파트인 바로 옆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 층고도 2.5m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원베일리와 7년이라는 연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2016년 입주 당시 보기 드물게 높은 층고로 설계된 것이다. 층고가 높게 설계되면 그만큼 개방성이 보장돼 집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윗층이나 아래층과 세대 간섭이 약해져 층간소음 문제가 경감된다. 시공사가 층간소음 문제 해소와 개방성 확보를 위해 지금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개별 세대 내 층고를 2.6m로 설계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혁신적인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층고를 높게 설계하면 그만큼 공간을 많이 차지해 용적률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세대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재건축 아파트는 세대 수를 많이 확보해 일반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층고를 높이면 수익성은 저하된다. 시공사와 조합은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층간소음 해소를 위해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이런 A아파트마저 층간소음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전용 84㎡(34평)이 55억원 이상에 팔려 '평당 1.5억' 아파트가 된 A아파트 입주민들 마저도 층간소민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한국 아파트의 고질병인 '층간소음' 문제다. 일반 아파트보다 30cm나 더 층고가 높은 A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이 있는데 다른 일반 아파트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입주민간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한 애로사항 만이 아니다. 각종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전국 아파트 거주민 상당수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기엔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인 입주민들의 피해 여부나 이해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A아파트의 경우에도 피해 세대의 주장과 같이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사까지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층간소음이 없어 너무 좋다"고 평가하는 입주민들도 있다. '전혀 상반된 이야기'가 동일 단지 내애 공존한다. 피해 정도가 주관적인 영역으로 정의하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작은 소리나 진동에도 민감한 반면 그렇지 않은 입주민들은 피해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등 개인적인 차이가 크다. 또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자산 손실'로 받아들이는 문제도 있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거론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 A아파트 주민의 층간소음 피해 고발 게시물에 다른 입주민들은 '우리 집은 문제 없다', '층간소음은 이웃을 잘못 만난 것이지, 아파트 문제가 아니다', '층간소음 결국 복불복 문제인 것인데 당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아니냐', '층간소음이 심하면 관리실을 통해 해결할 것이지, 남들 다 보라고 이런데다 올리는 이유가 뭐냐'는 날선 반응들이 나온다. 층간소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해도 이를 입증하고 공급자인 시공사(건설사)에게 피해 보상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우선 층간소음 인정 기준이 까다롭다. 환경부의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평균 1분 당 주간엔 평균 43데시벨(dB), 야간엔 38dB이 넘는 소음이 입증되야 층간소음으로 간주한다. 입주민 개인이 이 같은 소음의 수준을 체크하고 입증하기엔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려운 부분이 크다. 입주민이 장비를 동원해 층간소음으로 간주되는 그 이상의 소음을 입증해도 건설사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실시공 탓이 아니라 개인 생활습관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반박한다. 개인이 규정 이상의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증명해도 부실시공 때문인지 아닌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피해자들이 이를 증명하기 힘들다. 시공사와 피해 주민이 법적인 소송을 진행한다면 대기업인 건설사는 재원과 시간을 들여 법원으로부터 정당함을 주장한다. 피해자 개인이 건설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자비로 변호사를 고용해 부실시공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본인의 자산과 시간을 소비하면서까지 시공사와 싸우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 본인이 층간소음으로 입는 손해를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 입증해야 하지만 이 피해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으로 역시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으로는 층간소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한국 건설사의 아파트 시공법에도 문제가 크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98%)은 수월한 시공 난이도, 저비용 장점, 공간 활용성, 난방 및 단열 효율 등의 이유로 벽식 구조로 지어진다. 그런데 벽식 구조는 슬래브(수평구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그대로 벽을 타고 전달되는 취약점이 있다. 물론 벽식 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해도 슬래브와 벽을 지탱하는 철근 콘크리트를 충분히 두껍게 시공하면 소음이 슬래브를 통과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건설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슬래브와 벽 두께를 기준치에 맞춰 최소한으로 짓는다. 현재 마련된 기존에 120~150mm 수준이었던 슬래브 두께는 2005년 이후로 210mm까지 강화됐지만 이마저도 20년 전에 세워진 기준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슬래브 두께 시공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도 나름대로는 '층간소음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현실에서 결국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를 시공하는 것이 경쟁사와의 차별화는 물론 '계속적인 지속 경영'을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것에 건설업계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복합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을 신설하고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 시공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지난 8월에 완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구마을 제3지구 재건축)에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기술을 상용화해 첫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현재 슬래브 최소 규정 210mm에서 강화 모르타르·흡음재·탄성체·차음시트·복합 완충제로 구성된 110mm의 다층 구조체를 더한 320mm 두께의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마다 경쟁적으로 경량1등급, 중량1등급 인증을 받고 있는 추세지만, 대우건설은 자체 개발한 320mm 바닥구조인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로 경량·중량 1등급 인증을 따냈다"며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는 바닥충격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우수한 시공성과 구조적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인만큼, 층간소음 차단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강남 한복판 고급아파트가 7개월째 ‘거래 실종’…도대체 무슨 일?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해 2023년 11월에 입주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퍼아)'는 사업 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주거 환경을 자랑하는 강남의 요지에 국내 최대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의 최고급 브랜드를 적용했다. 최신 설계·자재를 도입했고, 7000세대에 육박하는 초거대 단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조건은 있는 대로 다 갖춘 최우량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그랬던 디퍼아가 요즘 비상에 걸렸다. 올해 3월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7개월째 매매가 실종된 것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국내 최고급·최신 아파트 단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지난 20일 디어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이날 수인분당선 구룡역 5번 출구에서 나와 대로변 하나를 건너 도보로 약 7분이면 디퍼아 입구에 도달한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풍경은 텅 빈 상가다. 2023년 말부터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가 시작됐고 이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가 전체가 공실 상태로 남아 있었다.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건축때 상가까지 포함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 동티가 났다. 공사를 마치고 상가 주인들과 일반 주택 조합원들 사이에 재개발 이익 배분을 둘러 싸고 갈등이 장기화되고 소송이 진행되면서 정식 사용 승인(준공)이 나지 않아 아파트 거래가 멈춘 것이다. 올해 3월 이전까지는 조합원 매물에 한정해 분양권 거래에 준한 은행권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매매가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당월 조합 측이 강남구청으로부터 부분 사용승인을 신청해 6월 인가를 받으면서 아예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부분 사용승인을 받은 경우 건축물대장에 등재하거나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 또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이 미완공 상태여서 추가 인허가나 비용이 들어가 부담하게 될 수 있으며, 은행들로부터 대출도 제한된다. 단지 인근 G부동산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3월에 25평이 28억원, 33평이 35억원에 거래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거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 3월 부분 사용승인 인가가 나면서 조합원 매물도 소유권 이전이 안 돼 거래가 어렵다. 약식 계약서로는 매매 거래가 가능한데 이는 계약 후 집주인이 얼마든지 계약 파기 및 거래금 조정이 가능해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사려는 수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년째 거래가 전무한 디퍼아이지만 여전히 매물 호가는 높은 상황이다. 올해 3월 13일 27억9500만원에 마지막으로 실거래 된 전용 59㎡(25평)는 1300세대 이상 되는 전체 세대 가운데 매물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9·7 주택 공급 대책 전 마지막으로 나왔던 매물 1개가 32억원이었는데 이마저도 지난달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이 다시 거둬들였다. 올해 3월 23일 35억원을 마지막으로 실거래가 끊긴 84㎡(33평)도 현재 매물이 단 2개에 호가는 40억원에 달한다. 인근 T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 중 최대 규모 대단지에, 가장 최신축 단지이다보니, 반년 이상 거래가 없는데도 여전히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초등학교 두 곳이 단지 내에 위치해 있는 더블 초품아 단지로 교육 여건이 워낙 우수한데다 영화관, 수영장, 스카이 라운지 등 개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커뮤니티가 최고급 수준으로 들어가다 보니 집주인들이 웬만한 대책에도 호가를 높게 부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퍼아 단지 내는 2020년대 이후에 준공된 4세대 최신축 아파트답게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고급 인테리어·소재나 첨단 시설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2010년대에 지어진 3세대 신축 아파트가 동 하단부 대리석 마감을 2~3층 수준에서 마무리 한 것과 달리 디퍼아는 필로티 위로 4층까지 해서 하단부 5층 높이를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영화관과 볼링장, 10레인에 달하는 수영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퍼스티어'가 두 곳이나 들어서 있다. 6700세대 이상 되는 거대단지인 만큼 입주민들의 커뮤니티 이용 편의성을 배려한 설계였다. 수경시설도 최근 가을로 들어서면서 가동이 중단됐지만 봄, 여름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였다. 4세대 최신축 고급 아파트 단지의 필수 스펙인 쓰레기 배출 시설도 차별점이었다. 아파트 동에서 나오지 않고 거주 동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쓰레기 배출구가 설치돼 있다. 단지 출입구이자 졍문 역할을 하는 '문주'도 휴대폰 카메라에 전체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게 건축됐고, 이런 문주 양식이 74개 동에 달하는 개별동 대부분 출입구에도 동일 양식으로 시공돼 건축 컨셉의 통일 양식도 돋보인다. 이처럼 디퍼아는 현재 반년 이상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격과 선호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다만 이번 10·15 대책이 3중 규제로 강력하게 시행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G부동산 공인 중개소는 “지난주에 10·15 대책이 발표됐지만 애초부터 개포동은 토허제로 묶여있던 지역이라 전혀 현장에서 반응이나 어떤 움직임이 없다"며 “다만 예전엔 개포동만 토허제로 묶여있었다면 이번엔 개포동으로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 지역도 토허제로 묶인만큼 지금 당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상황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개포주공아파트는 1970년대 강남 개발로 기존 원주민들이 밀려나고 이로 인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강남의 배후 주거시설로 건축됐다. 개포동 일대에 지어진 9개단지 규모의 공공 주거 단지였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개포주공 1단지는 5040세대, 124개동 규모로 1981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개포주공 내 대표 단지였다. 개포주공 9개 단지 중 최대 규모였다. 특히 1단지는 5층 이하 저층 건물로 지어져 재건축 시 용적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올릴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기대되는 단지로 손꼽혔다. 개포주공 1단지를 시공했던 현대건설이 다시 재건축에 참여해 자사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했다. 개포주공에서도 가장 세대수가 많았던 대표단지인 1단지 재건축은 서울 아파트 시장의 대기 수요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디퍼아 이전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도 기대감을 키웠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인 디에이치 1호 단지는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 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다. 2019년 완공 당시 아직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4세대 고급화 아파트의 시초로 화제를 끌었다. 현대건설이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을 자사의 디에이치 1호 단지로 완공한 2019년에 경쟁사인 삼성물산도 개포주공 3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개포주공 2단지를 '래미안 블레스티지'로 재건축 하면서 고급화 아파트로 완공시켰다. 국내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선릉로를 사이에 두고 2단지와 3단지를 나란히 같은 시기에 완공시키고 두 단지가 경쟁 구도로 시중에 오르내리면서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은 단숨에 시장의 관심을 받는 '핫한' 지역이 됐다. 이어 2021년 7월 8단지를 재건축 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 2022년 9월 9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 상록스타힐스, 2023년 2월 4단지를 재건축 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가 완공됐다. 입주 시기가 2030년 이후로 예정돼 있는 5단지 재건축 '개포 써밋 187'과 6~7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르베르'를 제외하면 사실상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이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최대 규모 대표 단지인 개포주공 1단지는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을 마무리 하는 최신축 단지로 기록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강남권 ‘미니신도시’ 헬리오시티…“입지 최고지만 토허제 묶여”

2018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 아파트를 84개동, 9510세대 규모로 재건축한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아파트다. 단지 내 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이 가장 비싸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2025년 8월 기준 헬리오시티 시총은 21조87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3일 종가 기준 코스피 기업 시총 2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총 순위 28위 기업인 삼성화재(21조961억원)와 29위 기업인 LG화학의 시총 21조71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4만여명이 거주하는 헬리오시티는 작년 말 둔촌주공을 재건축 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완공되기 전까지 약 6년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단지 아파트로 자리매김 해 왔다.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보다 더 높은 자산 가치를 지닌 헬리오시티의 시초는 서울도시개발공사(현 SH)가 지은 시영아파트로부터 시작된다. 1970~80년대 정부 주도의 아파트 보급 정책으로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주공아파트를 서울 내에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짓기 시작하자 기존에 사업지에 살고 있는 철거민들은 집을 잃게 됐다. 이에 서울시가 나서 이들 철거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지은 아파트가 시영아파트다. 시영아파트는 헬리오시티의 전신인 가락시영 외에도 잠실시영, 고덕시영, 문정시영, 성산시영 등 주공아파트가 공급된 인근에 대거 들어섰다. 서울 내 재건축 바람과 함께 2006년 잠실시영이 파크리오로 재건축을 마쳤고, 2016년엔 고덕시영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로 재건축 됐다. 1980년 134개동 6600세대 규모로 입주한 가락시영은 2003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개발을 추진했고, 2008년부터 원주민 이주를 시작했지만 조합 내분과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가로막혀 2015년이 돼서야 이주를 마쳤다. 그해 9월 착공에 이어 11월 일반분양을 거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3개 대형 건설사의 컨소시엄 공동 시공을 통해 3년여 공사 끝에 15년만에 재건축이 완료됐다. 지난 22일 직접 찾아 가본 헬리오시티는 뛰어난 입지와 잘 갖춰진 인프라를 자랑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거래가 제한되면서 투자가 어려워 '고급'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우선 교통 입지는 뛰어났다.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및 4번 출구와 입구 정문이 바로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입지에 위치해 있었다. 다만 송파역이 단지 맨 서쪽변 끝에 붙어있어 송파역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동쪽변 끝 동들의 경우 도보로 15분 이상이 걸려 역세권이라 보기엔 거리가 있었다. 단지 정문에 들어서면 곧바로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가 위치해 있다. 이제 입주한지 6년이 넘은 헬리오시티는 상가 대부분이 공실이 없었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상점이 모두 들어차 있었다. 작년 말에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 내 단지 상가가 현재까지도 1층 대로변의 목이 좋은 호실도 상당수가 공실 상태인 것보다는 훨씬 활성화돼 있었다. 헬리오시티 입구에서 밖을 바라보면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바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단지는 잠실과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편에 속한다. 특히 헬리오시티의 입지적 특징은 송파구와 강남구 경계를 가르는 탄천과도 바로 맞붙어 있다는 점이다. 단지 서쪽변이 송파역과 붙어있어 역세권 입지가 강점이라면 동쪽변 동들은 탄천과 인접해 그만큼 강남과 지리적 거리가 가깝다. 탄천을 넘어 동부간선도로와 양재대로를 통해 바로 강남구로 진입이 가능해 잠실 생활권과 강남 생활권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지적 강점에 힘입어 2015년 일반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전용 59㎡(24평)이 약 7억원, 84㎡(34평)이 9억원 수준에 분양됐는데 최근 실거래가는 59㎡가 26억5000만원, 84㎡는 거의 30억에 육박하는 29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6년만에 분양가에서 3~4배 가격이 뛴 셈이다. 즉 저소득 무주택 철거민을 위해 지어진 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이후 국민평형(국평)이 30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가 된 것에는 그만큼 헬리오시티가 지닌 입지가 뒷받침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지 내부는 고가 아파트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고급화 된 부분이 눈에 띄진 않았다. 2010년대 이후 지어진 3세대 신축 아파트의 일반적인 건축 양식인 하단부 대리석 마감 처리도 되지 않았고, 저층부를 지상에서 띄우는 필로티 구조도 동에서 일부 부분에만 적용돼 있었다. 특히 일부 동들은 동 외벽 페인트 도색이 상당수 벗겨져 있어 새 아파트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만여 세대, 4만명이 거주하는 초거대단지답게 단지 내 곳곳에 설치된 휴게 시설과 수경 시설이 도심 내에서도 한적한 수목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게 했다. 단지 지하로는 수영장과 사우나 및 헬스장, 골프장 등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1만 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인만큼 1만2602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시설도 지하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부지가 워낙 넓어 지하주차장은 마치 고속도로처럼 차가 다니는 도로가 커뮤니티 시설 및 자전거 도로, 인도까지 별도로 구분돼 있었다. 특히 송파역 서쪽변 단지 입구와 동쪽변 탄천 쪽으로 길게 늘어선 단지 한가운데를 잇는 1km 길이의 파크밴드가 나 있고 양쪽으로 동들이 들어차 신도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지 내 상가 C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헬리오시티는 이전 시영아파트 시절 원주민들의 손바뀜이 많이 이뤄진 단지"라며 “재건축 사업이 워낙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면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이 손을 털고 나갔고 그 빈자리를 인접한 강남구의 고소득층이 투자용으로 많이 사들였다"고 말했다. J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탄천을 건너 양재대로를 조금만 타면 바로 대치동 학원가로 들어갈 수 있어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단지들에서 2010년대에 상당수 헬리오시티로 갈아탄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헬리오시티의 또 다른 강점은 교육 환경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대치동 학원가가 탄천 너머로 가까운 것과 더해 헬리오시티 북측변으로는 단지 내 수요를 단독으로 받고 있는 자체 학원가가 형성 중이다. 해누리초등학교와 가락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위치해 있는 더블 초품아 입지로 통학 환경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단지 인근 G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예전부터 대치동 수요 대체 단지 입지를 가지고 있다 보니, 아예 자체적으로 단지 주변으로 학원가가 발달하고 있다"며 “강남과 잠실 못지 않게 여기 단지 입시 결과도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헬리오시티는 현재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묶여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 C 공인중개소 대표는 “토허제 규제를 받다보니, 갭투자가 안 돼고 무조건 실거주를 해야 한다"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사실상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국평 가격이 30억이다 보니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지 내 고급화가 돼어 있지 않거나 외벽 도색 부실 등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단지가 만 세대 가까운 대단지이다보니 공사비가 너무 치솟는 관계로 재건축 계약 당시 고급화를 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입주 이후에도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일부 동에 관리가 소홀한 부분을 모두 체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토허제로 묶이다 보니 거래가 뜨문뜨문 되기는 하는데 9.7 대책 발표 이후에 오히려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24평 최저가 매물이 대책 발표 전엔 26억었는데 현재는 26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34평도 30억에서 31억으로 호가가 올랐다"고 귀띔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규모의 경제’ 실현한 올파포…“희소성·인프라에 매물 실종”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 한 '올림픽파크포레온(올파포)'은 현재 아파트 위주의 대한민국 주거 문화를 상징하는 단지다. 무려 1만2000여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초대형 단지'로 지방의 웬만한 소도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땅에 오밀 조밀하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에 마치 '개미집'처럼 모여 살고 있다. 특히 분양 때만해도 미달이 속출해 '폭망'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입주 무렵에는 두 배가 넘게 가격이 올라 '대단지·새 아파트 불패의 신화'를 몸소 입증했다. 과연 올파포는 어떤 곳이며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거기를 선택했을까? 이 문제를 답을 풀어 보기 위해 지난 15일 올파포를 직접 찾았다. 교통편은 좋았다. 서울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과 단지 서북단이 바로 맞닿아 있고, 9호선 둔촌오륜역은 단지 동남단 지역과 맞붙어 있는 더블 초역세권 단지였다. 다만 1만2000세대에 달하는 대단지인 까닭에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동의 경우 역까지 도보로 15~20분이 걸리는 역도 있어 세대별로 역세권 입지에 대한 체감도가 커 보였다. 둔촌동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단지 내 메인 상가인 '포레온 스테이션 5'이 보인다. 입주한 지 9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1층 메인 상가엔 부동산 공인 중개소 몇 곳이 입점한 것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 있었다. 다만 실제 느끼는 불편함은 크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우선 단지 내 상가 지하 1층에 GS 더 프레시 마트가 들어서 있는 등 상가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또 지상 1층에 스타벅스가 9월말 개점을 목표로 한참 공사 중이었다.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상가는 '스세권'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거나 예상되는 지역인 만큼 앞으로 탄탄한 상권이 갖춰질 것으로 보였다. 둔촌주공아파트는 1979년 143개동, 5930세대 규모로 완공돼 1980년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2009년 12월 재건축 조합이 출범했다. 2010년 조합이 현대건설을 주관사로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가 공동 시공하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관리처분변경인가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85개동, 1만2032세대로 재건축 규모가 확정됐다. 그해 12월 철거 완료 후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재건축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2021년 새로 교체된 조합은 기존 조합이 시공단과 체결했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불인정했다. 결국 2022년 4월 현대건설 컨소는 무료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공사를 중단했다. 7개월간 서울시와 강동구청의 중재를 통해 결국 조합장이 사퇴하고 조합이 새로 꾸려지면서 그해 11월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준공과 함께 입주가 이뤄졌다. 올파포는 1만2000세대 대단지로 크게 4개 단지로 나눠져 있다. 시공에 참여한 4개 건설사가 각 1개 단지씩 시공했다. 1단지는 대우건설, 2단지는 현대산업개발, 3단지는 현대건설, 4단지는 롯데건설이 지었다. 이처럼 개별 건설사가 시공했지만 청녹색과 적갈색의 동일한 컨셉으로 4개 단지가 모두 통일돼 있어 1개 건설사가 1만 세대를 지은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단지 서북단 모서리에 위치한 5호선 둔촌동역에 인접한 단지는 1단지고, 동남단 끝에 붙어있는 9호선 둔촌오륜역과 붙은 단지는 4단지이지만, 실질적으로 주택시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단지는 3단지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강남과 잠실 및 올림픽공원 쪽과 가장 가까이 인접해 있다. 시세도 4개 단지 중에 가장 높다.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G 부동산 공인중개소장은 “아직 국토부에 실거래 신고 등록 전 계약이지만, 지난 주말인 12일에 302동에서 34평이 32.5억에 신고가 거래됐다"며 “올림픽공원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3단지 안에서도 302동이 대로변 라인이라 호가 역시 가장 높았는데 이번에 거의 평당 1억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올파포는 2022년 말~2023년 초 전용 59㎡(24평) 일반분양가가 평균 약 10억원, 84㎡(34평)이 약 13억원 수준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3.7대 1에 그쳐 부진한 보습을 보였고, 2023년 3월까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끝에 겨우 일반분양 물량을 소화했다. 이 때와 비교하면 현재 시세가 2.5배가 뛴 셈인데 단지를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올파포엔 1만2000세대, 입주민만 3만명이 거주하는 하나의 미니신도시가 형성돼 있다. 단지 내로 마을 버스가 다니고, 강동구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인 강동중앙도서관이 지난달 31일 올파포 단지 내에 개관한 것만 봐도 올파포가 지닌 '규모의 경제'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케 한다. 아직 입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최신축 단지인만큼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신축 대단지에서도 갖추기 힘든 수영장 시설을 8개 레인이라는 대규모 수준으로 갖춘 점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3개 레인을 별로도 구성해 총 11개 레인 규모의 대형 수영장 시설이 2단지 내 스포츠 콤플렉스 시설에 마련돼 있다. 3단지 내엔 301동 최고층인 35층에 스카이 라운지 시설을 갖추고, 303동 35층엔 스카이 힐링센터, 302동과 304동 35층엔 8실 규모의 스카이 게스트룸이 꾸려져 있다. 이들 스카이 시설은 입주민 출입로와 별도의 전용 통로로 출입하는데 입주민만 접근이 허용돼 있다. 단지 내 곳곳엔 폭포시설과 분수대, 석가산 수변공간 등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곳곳에 수많은 놀이터들과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3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거대단지인만큼 어린 아이들도 많이 살고 있는 것이 올파포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둔촌초등학교와 위례초등학교 두 곳을 단지 내에 품은 더블 초품아 단지로 맹모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니 신도시 규모의 동일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 여건이 충족 가능해 실거주 만족도가 높아 시장에 매물도 거의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체들의 전언이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려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내 H 공인중개사 소장은 “전체 세대 수가 1만2000세대나 되는데 현재 입주 가능한 매물이 34평 1개, 24평은 1개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24평은 세를 끼고 있어 2027년 입주 가능 매물"이라며 “아직 입주한 지 1년 미만이라 등기가 나오지 않아 조합원 물량만 거래 가능한 이유도 있지만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을 즐길 수 있다보니, 매도 매물이 워낙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S 공인중개사 소장도 “작년말 올해 초 입주 이후 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는 순간 그 호가에 맞춰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매물이 나와 거래가 이뤄지면 바로 다음 매물이 가격을 올려서 나오고, 이게 이어지면서 계속 가격이 올라 최근 2년새 가격이 거의 두 배 이상 뛰었다"고 귀띔했다. 또 지난 7월말 특정동 내부 공용 시설인 복도 벽면에 균열이 생겼지만 현재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실제로 15일 기자가 균열이 발생한 319동 내부를 입주민과 함께 입장해 34층 내부를 취재한 결과 크랙 부분을 메꾼 것으로 확인했다. G 공인중개사 소장은 “문제가 된 동은 기계 주입 방식을 통해 틈을 완전히 메웠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나 올파포 입대위 등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주체하는 정밀구조안전진단을 마친 상태"라며 “이달 말 경에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면 크랙 이슈는 정상적으로 완전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파포는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6.27 대책과 대규모 주택공급에 주안점을 둔 9.7 대책 등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된 지난 부동산 정책에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H 공인중개사 소장은 “6.27 대책 이후엔 조금 매물이 나와 거래가 이뤄졌는데 물건이 나오는 순간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오히려 시세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최근 9.7 대책이 나온 이후엔 오히려 몇 개 있던 매물을 집주인이 다시 거둬들이는 바람에 더 시세가 올랐다"고 말했다. S 공인중개사 소장은 “지금 유일하게 1개 나와있는 24평 물건인 201동 매물은 원래 9.7 대책 발표 전에 25억 하던 것이 갑자기 집주인이 최근 대책 발표 후에 27억으로 호가를 올렸다"며 “401동에 1개 나온 유일한 34평 매물도 31억 짜리였는데 지난 주말에 32.5억에 302동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G 공인중개사 소장은 “9.7 대책에서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한다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1기 신도시인 분당 전체 물량이 10만 가구 밖에 안 되는데 현 정부가 무슨 수로 135만채를 짓는다는 것인지 알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나마 공급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대부분 서울에 없고 서울 밖에 경기권 물량이다 보니 서울에서 이렇게 큰 대단지인 올파포의 희소성만 더 띄운 겪"이라며 “이번 대책은 오히려 올파포 같은 서울 최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이름값만 올려준 셈"이라고 혹평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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