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축소…교육감 선거 쟁점으로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과 교육복지 확대 공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58명의 교육감 후보 상당수는 고교 무상교육과 교육복지 확대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걸며 학부모와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정 당국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책 경쟁을 넘어 '지방 교육재정 방어'를 위한 후보들의 역량 시험대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정부의 예산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 30일 '2027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제도로, 2021년 전면 시행됐다. 현재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비율은 기존 '47.5%'에서 '47.5% 이하'로 조정됐다. 올해 정부 지원 비율은 30%(5785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지원 비율을 추가로 낮춘 뒤 국회 협의를 거쳐 2027년 사업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교 무상교육을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전국 시·도교육청이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갈등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부의 국비 축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국가 책임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교통비·교육 바우처·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으로 학부모 표심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도권 후보들을 보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만 3~5세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와 '초·중·고 학생 교통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기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영어학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공교육 확대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육청이 우수 학원을 지정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부모의 사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공립형 학원' 구상도 내놨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는 지난해 고3 학생 12만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운전면허 취득비를 지원한 데 이어, 중3~고3 학생 독감 예방접종비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안민석 후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원의 펀드 자금을 지급한 뒤 6년간 위탁 운용해 졸업 시 수익금과 함께 돌려주는 '씨앗 교육펀드'를 공약했다. 특히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순 무상교육 유지 요구를 넘어 AI 바우처·교통비·교육수당·사회진출 지원금 등 현금성·바우처형 공약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교육복지 범위가 학교 안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청사가 위치한 세종·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임전수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최근 “교육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라며 “고등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 무상교육을 법정 제도로 전환해 항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 지역은 농산어촌과 소외 지역 비중이 높은 만큼 국비 축소 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지방교육재정 방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 후보는 교육감협의회와 연대해 국고 지원 비율을 법으로 명확히 의무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현숙 후보는 “국가 지원 축소는 교육격차 확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시적 예산 편성 체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경호 후보는 지역별 교육 인프라 지수를 반영한 예산 배분 기준 마련과 고교 무상교육 법적 근거 강화, 지역소멸 위기 지역 대상 특별 교육교부금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익 후보 역시 “국비 지원 축소는 결국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최소한의 국비 지원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지금도 누군지 몰라요”…교육감 ‘깜깜이 선거’ 무관심

“지금 교육감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신 모씨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를 아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이번에는 누가 나오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같은 날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이 모(34세·남)씨는 “미취학 아동인 딸 1명이 있지만 솔직히 교육감 선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하더니 “앞으로는 관심을 가져보겠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26일 정치권에서는 오는 6·3 전국 교육감 선거까지 8일 남았지만,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광주·전남 통합에 따라 16개 시·도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며, 총 58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는 진보·보수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며,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래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감은 시·도별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걸쳐 인사·예산·시설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중차대한 자리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도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부터 정당 공천 제도를 배제한 주민 직접선거(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어떤 후보가 있고 어떤 공약을 펼치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당 공천이 불가능함에도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상징색을 앞세우는 등 결국 진영 싸움으로 흘러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인지도 조사에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드러난다. 5월 12일~13일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서울시 거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전화 자동응답 조사 결과, 교육감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없음(23.8%)'·'잘 모름(27.7%)' 선택지를 택한 응답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p)다. 기사에 인용된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선거 기간이 겹치는 지방 선거와 비교하면 관심도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시·도지사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 선거의 경우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당 공천이 허용된다.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 투표율은 53.3%였다. 반면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때는 23.5%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자녀를 둔 학부모 이외 성인 유권자의 경우 투표 후 체감 효과가 낮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당 공천이 막혀 후보자가 막대한 선거비용 전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정책보다 자금 동원력에 결과가 갈리는 폐해를 낳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선제의 제도적 실효성이 다했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개정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라는 위장 가면이 씌어져 작동되고 있다"며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러닝메이트제(시·도지사,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제도)를 통해 정당 정치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책임감을 강화한 선거제를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러닝메이트 후보가 교사 출신 등 현장 전문가보다 소위 교수·전문가 집단 위주로 이뤄질 리스크가 있다"며 “교육전문가의 범주를 초·중·고 등 현장 경력으로 법안화시키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주도해 후보 등록부터, 검증, 홍보, 토론, 단일화 등을 공적 체계로 묶는 선거 공영제로 후보자들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투표 신뢰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특정 정당에 유리한 공약을 만든다든지 선전성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어릴 때 받는 교육은 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자칫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공영제 원칙을 담은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에 한해 학생들의 참정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행 선거법상 교육감 선거는 만 18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를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유권자로서 아이들 스스로 교육감 정책을 분석해본다든지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감 선거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李 전통시장 행보에 野 불편 기류…대통령들의 ‘시장 정치학’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전통시장 방문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야권은 “사실상 정치 행보", “관권선거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통시장 방문이 역대 대통령들이 꾸준히 활용해온 대표적인 '민생 정치'의 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본인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안동구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같은 날 점심에는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민과 상인들과 만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데 이어, 14일에는 경기 성남시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들러 소상공인의 애로 사항 등을 경청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며 날을 세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이 선거 개입의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며 선거 운동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거 운동이 한 번만 더 진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 명분 있는 행사, 가야 할 곳을 가고 있다"며 “지선과 무관한 통상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정치적 고비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전통시장을 찾았으며, 그때마다 '민생 행보'와 '선거 개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둘러싼 여야의 공수교대는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어 온 '단골 레퍼토리'다.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 '어퍼컷 세리머니'로 지지층을 결집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지지율 고비가 올 때마다 대구 서문시장이나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등 보수 기반의 시장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히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와 시장 방문을 병행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으로 시장을 주로 찾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대문시장, 동원시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자 당시 야당은 '총선용 기획 행보'라며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치적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시장에서 직접 미나리를 사는 모습을 통해 기존의 '귀족 이미지'를 탈피하는 감성 정치의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갖는 다중적 의미에 주목하면서도, 선거 임박 시기에는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선거 개입' 프레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근본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선거 중립 의무를 지는 공무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행위는 행위 양태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통령들도 각종 선거 때마다 지방을 순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며 “선거철마다 관권 선거 논란을 소모적으로 반복하느니,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대통령의 정당 활동 및 선거 운동을 일정 부분 전면 허용하는 것도 소모적 논란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AI 딥페이크’ 주의보…제도 허점이 부정선거 키운다

선거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생성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악의적 딥페이크·허위 정보로 유권자의 판단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엄중한 조치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유세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범정부 차원에서 AI 선거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4월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지난 20일 AI 가짜뉴스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리는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등 선거범죄는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부정적 효과도 매우 크다“며 "신속하게 삭제 조치하고 최초 제작자부터 유포자까지 추적해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선거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주도로 부처별 특성을 살린 범정부 협의체를 굴려 AI조작 콘텐츠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내부적으로 관련 특별 대응팀을 꾸려 실시간 대응 중이다. 공직선거법 82조8항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음성 등을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상·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는 선거법을 손질해 AI 선거범죄에 대한 신규 규제까지 적용했음에도 여전히 진짜·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콘텐츠들이 난립하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온라인상으로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후보로 추정되는 남성이 등장하는 AI 이미지가 떠돌아 논란이 일었다. 전통시장 배경으로 조 후보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착용한 한 남성이 물건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조 후보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안중시장에서 할머니 짐을 직접 들어 드렸다“며 “AI 생산물은 캠프건 조국혁신당이건 만든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거철 때 가짜 콘텐츠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발생한 '조 바이든 딥페이크 전화 소동'이 대표 사례다. 그해 1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전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사칭한 가짜 전화가 민주당원들에게 불참할 것을 종용한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이 AI 가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 1월부터 AI기본법도 시행됐지만, 1년 간 과태료가 물지 않는 계도기간이 적용된다. 사실상 6월 지방선거까지 실질적 집행력이 없다는 의미다.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31조2항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용한 결과물을 제공할 시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은 “만일 정당에서 악의적 콘텐츠를 유포해 선거에 영향을 줬다면 부정선거로 상대 후보에 페널티를 주면 된다"며 “다만,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의사표현하는 1인 콘텐츠 사업자가 개입할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물이 딥페이크 제작물을 통해 악영향을 끼쳤더라도 선거법상 개인 처벌은 가능하지만, 후보들과 직접적인 관계성이 없으니 선거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챗GPT가 선거운동원’…6·3 선거 파고든 AI 기술

선거 때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AI가 정책 제안부터 홍보 영상 제작, 유세 동선 관리까지 선거 실무 전반에 활용되면서 정치권의 선거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AI가 선거 과정에서 허위 정보 확산과 여론 왜곡 우려를 키우는 위험 요소로 인식됐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유권자 접점을 확대하는 '실무형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기술 대중화로 누구나 영상·이미지·문구 제작이 가능해진 데다 선거 비용 절감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후보 캠프는 AI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병수 국민의힘 김포시장 후보 캠프는 최근 AI 기반 실적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정치 홍보 영상이 감성적 메시지와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해당 영상은 각종 정책 성과와 지역 데이터를 시각화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후보 캠프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ChatGPT에게 지난 4년 동안 김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봤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권자가 챗GPT에게 김포의 변화상을 질문하고 AI가 답변하는 형식이다. 정당 로고나 정치적 문구 없이 AI의 분석 결과만 담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선거 홍보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전문 제작 인력과 장시간 편집 작업이 필요했던 콘텐츠를 이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력과 자금력 열세에 놓인 후보들도 디지털 선거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정당 차원의 AI 활용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AI 기반 정책 제안 시스템을 도입해 유권자 의견 수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며 후보 경쟁력과 리스크 분석 체계를 강화했다. 개혁신당은 유세 일정과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는 'AI 사무장'을 자체 개발해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 중이다. 이처럼 AI 활용 범위도 단순 홍보를 넘어 정당 운영과 후보 관리 시스템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거 선거가 조직 동원과 인맥 중심의 '맨파워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전략화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현장 곳곳에서 등장하는 AI 기반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AI 선거 홍보 로봇 '로보트(RoVOTE)'가 거리 유세를 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AI 기반 선거방송도 앞두고 있다. 최근 오픈AI 코리아는 S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6·3 지방선거 특집 개표방송 '2026 국민의 선택'에서 AI 실시간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SBS의 선거방송 제작 역량과 오픈AI의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선거방송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가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유권자가 선거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반복적인 선거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AI 활용 확대와 함께 부작용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 문제는 여전히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의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I 기술이 선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신뢰성 검증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초단편 영상과 AI 생성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에서는 허위 정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활용 능력 못지 않게 허위 정보 대응 체계 구축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존에는 조직·인맥·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이나 신인 후보들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AI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정책 홍보와 콘텐츠 제작, 유권자 분석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한 언론사 기고 칼럼을 통해 “AI가 정치 참여의 비용을 낮추며 선거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정치인이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기존의 돈 정치와 줄서기 정치 구조를 일정 부분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과 신인들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시민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하남갑 승부수’ 이광재,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

“3선을 거치며 쌓아온 정치력을 하남을 위해 쏟아붓겠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경기 하남시 전통시장 한복판에 섰다.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야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이 후보의 하남 덕풍시장 출정식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 후보가 출정식 장소로 덕풍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민생'이었다. “하남은 제2의 고향 같다"는 이 후보는 “과거 강원도 정선시장을 크게 살렸던 것처럼 덕풍재래시장을 확실히 살리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세차에 오르기 전, 이 후보는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점포마다 일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화이팅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차량을 멈춰 세우고 창문을 내린 시민이 “응원한다"고 외치자 이 후보는 양손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출정식은 선거유세라기보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시장 입구에 웅장한 오페라 선율의 유세 팝송이 울려 퍼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선한데"라며 걸음을 멈추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 '팡재인형'도 다시 등장했다.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자 덕풍시장 사거리 인도는 100여 명의 시민이 몰려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후보는 연설에 앞서 “일단 큰절부터 하고 시작하겠다"며 시민들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는 강원도지사 시절 자신의 별명이 '예산 폭격기'였음을 강조하며 “시시하게 정치할 거면 이곳에 안 왔다. 이광재의 손을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평짜리 농사는 호미로, 1000평은 삽으로 지을 수 있지만, 10만 평이 넘으면 트랙터가 있어야 한다"며 “일이 산적한 하남시에 트랙터 같은 강력한 일꾼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서거 17주기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의 꿈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라며 “그가 못다 이룬 꿈, 즉 일자리가 넘치고 집 걱정이 없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의료·문화 도시를 이곳 하남에서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는 정무적 감각도 돋보였다. 이 후보는 “우리 추 후보님이 오셨는데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덕풍시장 등 5개 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별조정교부금 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3개 현안을 확실히 요구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생의 종착지는 하남"이라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이번 하남갑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겠다. 당이 부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했고, 평택을 출마 제안도 고사했다. 대신 하남갑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부겸 총리는 대구에 네 번째 출마했고, 전재수·김경수 같은 후배들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 몸을 던지고 있다. 당과 지지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헌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두 가지 핵심 의미가 있다. 첫째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점이다. 임기 4년이 남은 이재명 정부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는 윤석열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단호한 심판을 내려주셔야 비로소 건강한 보수가 자리 잡고, 여의도 정치가 내전 상태를 끝내 경제를 살리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 하남갑은 지난 총선에서도 격전지였고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다만 최근 이광재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은. “저는 민주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경제성장론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한민국에 10개, 20개는 더 나와야 나라가 산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유권자분들께서 이념적 편향 없이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사람'이다. 하남의 묵은 현안들은 힘 있는 일꾼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 - 출마 선언 직후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하남을 찾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행정을 두루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이미 일을 시작했다. '당선되면 잘하겠다'가 아니다. 최근 한병도 원내대표가 직접 캠프를 찾아 '원내대표 직속 지역 숙원과제 입법지원 TF'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자리에서 하남시 7대 숙원과제를 풀기 위한 21개 입법 제안서를 전달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국토위 의원들은 감일동 현장까지 찾아와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논의했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원외 위원장 시절에도 사무실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장관들을 분당으로 모셔와 15년 묵은 성남공항 고도제한 문제와 8호선 연장 문제의 물꼬를 텄다. 사무관부터 장관에 이르는 행정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아야 예산이 따라오고 법안이 통과된다. 과거 제 별명이 왜 '예산 폭격기'였는지 결과로 증명하겠다." - 하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 문제다. GTX-D 노선 조기 추진, 지하철 3·9호선 연장 등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하남시청에서 위례까지 1시간이 걸리고, 시청역 5호선은 배차 간격이 14분이라 시민분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뛰고 계신다. 이건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해법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광역버스 증차가 시급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증차와 배차 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중기 대책으로는 올 7월 결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핵심이다. 이 계획에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을 반드시 반영시키겠다. 확정 후 예산 배정이 지연되고 있는 3·9호선 연장 역시 과거 강원도 시절 철도 예산을 따냈던 경험을 적용하겠다. 4선 중진으로서 국회를 움직이고, 야당 지도부와도 소통 채널을 갖춘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하남을 판교와 강남이 부러워하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녹색 미래도시 하남'과 국가정원 구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남을 강남보다 문화와 교육이 좋고, 판교만큼 미래 산업이 풍부하며, 강원도만큼 녹색 자연이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 하남은 그린벨트 비율이 71%에 달하고 국공유지가 94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그동안 묶어두기만 했다. 이곳에 세계적 수준의 AI 대학원을 유치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을 추진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국가정원 구상은 미사섬 인근 하천부지에서 출발한다. 그린벨트 역시 무조건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곳은 미래도시로 개발하고 보존할 녹지는 확실하게 지키는 '합리적 재편'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짜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하남은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 유입이 많은 도시다. 청년·육아·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신도시별 맞춤형 생활 고충을 해결해 '아이 키우기 좋은 하남'을 만들겠다. 첫째로 과밀학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당선되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하남의 교육 환경 개선을 직접 챙기겠다. 둘째는 의료 공백 해소다. 부모들에게 가장 절박한 순간은 한밤중에 아이가 아픈데 갈 병원이 없을 때다.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 24시간 심야약국 지정,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 마지막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다. 교산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공공분양 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초기 비용으로 10분의 1만 내고 살면서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형 주택'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 만약 국회에 재입성하신다면, 거대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여야 협치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 이후 민주당도 '실용주의 노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80% 이상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이야기한다. 당이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 민생에 집중하도록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상생의 정치 문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다. 저는 이미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한 경험이 있다. 양보하고 헌신해도 결국 더 큰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인 만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남갑 유권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하남 시민 여러분, 늦게 와서 죄송하다. 늦게 온 만큼 더 치열하게, 더 겸손하게, 더 헌신적으로 일하겠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장동에 거처를 마련했고, 천현동에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남의 성공이 곧 이광재의 성공이다. 만약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를 각오하겠다. 이번 선거는 하남의 묵은 숙제를 단숨에 풀어낼 해결사를 뽑느냐, 아니면 또다시 말잔치로 끝낼 사람을 뽑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 예산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4선 중진의 힘을 하남을 위해 써달라. 하남을 강남과 판교가 부러워하는 녹색 미래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 하남을 제 땀으로 적시겠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부산시장 선거, 전재수·박형준 오차범위 접전…보수 텃밭 민심 흔들리나 (6.3 격전지)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말투와 삶의 풍경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새벽 시장 골목을 걷는 후보도 있었고, “떠나기 싫다"는 청년의 말을 가장 마음 아픈 문장으로 꼽은 후보도 있었다. 국밥 한 그릇으로 민생을 말하는 후보도 있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하루를 각각 따라가 선거철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 박형준 “부산찬스 있는 도시 만들고 싶다" Q. 요즘 부산에서 가장 자주 가는 장소는 어디인가? A. 새벽의 부전시장과 자갈치시장입니다. 상인들 손이 가장 바쁜 시간에 가보면 부산 경제가 그대로 보입니다. 임대료 걱정, 손님 이야기, 생선 한 상자 가격까지 다 현장의 언어입니다. 시장의 답은 결국 시장 골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체육대회나 행사장도 자주 갑니다. 시민들이 툭 던지는 한마디가 가장 현실적입니다. Q. 시장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 반응은? A.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했을 때였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시민들이 “부산을 위해 진심으로 뛰는 건 알겠다"고 해주셨습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들까지 와서 응원해준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결국 행동으로 전달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Q.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는 편인가? A. 새벽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외신까지 챙겨보고 중요한 글도 직접 씁니다. 시장의 일은 결국 판단의 연속인데, 결정의 깊이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가끔 클래식 음악도 듣습니다. Q. 정치 시작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정치를 선택하겠나? A. 결국 다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를 먼저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정치도 그런 과정 속에서 선택한 길입니다. 정치는 자리를 얻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부산에 꼭 남기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A. “부모찬스가 없어도 부산찬스는 있는 도시." 그걸 꼭 만들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산을 싱가포르·홍콩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키우고 싶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반드시 완성해야 합니다. ■ 전재수 “국밥 먹다 들은 민생 이야기, 그게 지금 부산 현실" Q. 선거 기간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A. 시장 국밥이나 국수입니다. 빨리 먹고 바로 이동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식사하다 보면 상인분들이 꼭 붙잡고 이야기합니다. “장사 너무 안 된다", “재료값 감당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정말 많이 하십니다. 그래서 부산시장이 되면 가장 먼저 민생부터 챙기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됩니다. Q. 부산에서 가장 정이 가는 동네는? A. 아무래도 북구입니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시민들이 저를 세 번이나 선택해주셨습니다. 실패와 도전도 모두 북구에서 함께했습니다. 만덕-센텀 지하고속도로, 금빛노을브릿지 같은 사업들도 결국 서부산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부산 전체를 함께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Q.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A. 청년 일자리 문제입니다. “부산 떠나기 싫은데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해수부 이전, HMM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립 같은 것들이 결국 좋은 일자리로 연결돼야 합니다. 부산이 다시 청년들이 모여드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Q.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 '프로일잘러'라고 하고 싶습니다.(웃음) 결국 시민들은 말보다 결과를 봅니다. 해수부 부산 이전도, HMM 이전도 처음에는 다들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말보다 성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Q. 부산에서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변화는? A.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완성하는 겁니다. 단순히 항만만 키우는 게 아닙니다. 행정·사법·금융·기업 기능을 모두 부산에 모아 거대한 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부산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입니다. ■ 정이한 “청년들 말은 하나였다… '부산 떠나기 싫다'" Q. 정치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생활 습관은? A.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요즘은 주머니용 수첩을 늘 들고 다닙니다. 시민들 이야기 듣다가 중요한 말이 나오면 길바닥에서도 바로 적습니다. 거의 메모 중독 수준입니다.(웃음) Q. 청년들과 대화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A. “떠나기 싫다"는 말입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좀 먹먹합니다. 부산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미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거니까요. 그 말을 꼭 “부산에 남길 잘했다"로 바꾸고 싶습니다. Q. SNS는 언제 가장 많이 보나? A. 이동하는 차 안입니다. 사실 퇴근하면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120여일 된 아기 돌보는 초보 아빠가 됩니다.(웃음) 육아가 시작되니까 세상 모든 부모님이 존경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차 안 이동 시간이 거의 유일한 SNS 시간입니다. Q. 부산에서 꼭 살리고 싶은 분위기가 있다면? A. 서면의 활기입니다. 캠프 창밖으로 보면 청년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에너지가 도시를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활기가 부산 전역으로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Q. 가장 빨리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A. 일자리 공약입니다. 기업 유치와 로컬기업 성장 지원은 시장이 의지만 있으면 바로 뛸 수 있는 영역입니다.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결국 좋은 일자리입니다. 취임식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가장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한편,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부산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최근들어 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수 후보는 47.4%, 박형준 후보는 41.5%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 한 달 전 조사 때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 후보는 북극항로와 친환경 스마트항만 육성에 무게를 두며 부산항 미래 전략에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 해양금융 허브 조성에 각각 주력하면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18개 지역구 중 17곳을 국민의힘이 차지했고,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16개 구·군 기초단체장을 모두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지난해 조기 대선 역시 전국에서 부산만 떼어놓고 보면 강서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보수 진영 득표세가 강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너도나도 ‘반도체’ 선거판...‘삼성·SK하이닉스’만 외치는 후보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9곳에 출마한 후보들이 5대 핵심 공약에 반도체 산업단지·공장·팹(Fab) 유치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내건 광역단체까지 더하면 사실상 전국이 '반도체 공약 러시'에 휩쓸린 형국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유권자 관심이 쏠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없는 공수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22일 본지가 16개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들의 5대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기·인천·세종·충남·전북·전남광주·대전·경북·대구 등 9개 광역단체에서 후보 1인 이상이 반도체 공장·산단·팹 유치를 5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곳은 대구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을 유치해 대구·구미를 잇는 'TK 반도체 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용인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했다. 임기 내 대기업 팹 유치를 추진하고 2034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완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전남광주에서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민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린 이종욱 후보도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용인 삼성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남광주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유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을 잇는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권역을 포괄하는 '초광역 AI·반도체 클러스터 K-벨트 구축'을 각각 공약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도지사로서 꼭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기반 반도체 팹 유치를 공약하며 “K-반도체 자립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2030년까지 3조4585억 원을 투입해 유성 교촌동에 530만㎡ 규모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에서는 이원택·양정무·백승재 후보 모두 반도체 관련 공약을 5대 핵심에 포함시켰다. 이원택 후보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이 증설되면 전북에 올 수밖에 없다"며 삼성 반도체 실증 공장 유치도 약속했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첨단 반도체 후공정 생산 거점·수출기지 조성'을,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송도·영종·남동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클러스터 완성'을 내걸었다. 세종에서도 조상호 민주당 후보가 반도체 소부장 특화 스마트 국가산단 조성을 5대 공약에 포함했다. 5대 공약에는 반도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언급한 광역단체도 4곳에 달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데이터센터 100조 원 투자와 반도체·이차전지 신산업 유치에 힘쏟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AI 전력반도체 제조 특구' 조성을 공약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2022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대기업 유치"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충북을 핵심 산업기지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약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닌 교육원뿐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외치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2022년 캠프스탠리 부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임기 내 이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미이행 공약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유권자의 검증 의지 부재가 지목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지난 선거 때도 반도체 공약은 지자체마다 있었다"며 “그 때 공약을 걸었던 곳 중에서 실천한 곳이 있는지를 보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 잘 되니까 뺏어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다 지은 다음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지역에 해를 주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이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이미 용인·평택에 투자를 결심하고 부지도 마련한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만약 실제로 이행된다면 기업에 굉장히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불확실성을 겪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SK하이닉스는 같은 지역에 6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김광두 서울대 교수는 “실현성도 없고 국가 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잘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괜히 혼선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결정이 난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공약이 기업에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교수는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미국의 경우 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토지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적 억지력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이 현재 위치에 있는 건 전력·냉각수·전문가 접근성 등 모든 조건을 따진 결과"라며 “4년에 한 번 하는 선거 때문에 다 옮긴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했다. 이종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소장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는 건 최소 생산라인 4개 규모의 대단지를 의미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공장은 생산라인 관리 인력이 대다수이고 로봇 비율이 높아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 유치는 소재 업체도 같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은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지방은 어떻게 물건을 옮겨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선거운동 첫날…吳 “밥은 해본 사람이” 너스레, 鄭 “일 못하면 바꿔야” 일침

정원오 더불어민주당·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나란히 서울 전역으로 출격했다. 정 후보는 동서울우편집중국 새벽 배송 현장에서 출발해 왕십리 출정식·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삼성역 지하 공사 현장 점검까지 오세훈 시정 실패를 파고들었다. 오 후보는 자정 가락시장 배추 경매장을 시작으로 강북·서대문·구로·성북·동대문·종로·강남구를 회오리 형태로 훑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실정 심판을 외쳤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 개시 첫 행보로 택한 곳은 서울 전역으로 소포와 택배물이 오가는 동서울우편집중국이었다. 파란 점퍼와 작업용 장갑을 낀 정 후보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박스를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을 직접 도왔다. 작업을 마친 정 후보는 “선거 홍보물과 투표용지가 이곳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된다.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를 택했다"면서 “6월 3일, 좋은 소식이 시민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 앞 파란 풍선과 파란 모자로 뒤덮인 지지자들이 광장을 빼곡히 메웠다. '하나씩 착착! 정원오' 손피켓은 현장에서 1000원에 팔렸다. '착착 유세단'이 선거송 '으라착착 정원오'를 선창하면 지지자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착착'은 정 후보가 내건 슬로건 “하나씩 착착"에서 따온 것으로, 공약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행하겠다는 의미다. 정 후보의 애창곡이기도 한 '무조건'이 흘러나오자 지지자들이 다시 함성을 높였다. 이해식 총괄선대본부장이 직접 개사한 곡으로, 유세본부가 이번 선거운동을 위해 준비한 로고송 8곡 중 하나다. '일 잘하는 서울시장' 문구가 내걸린 출정식 유세 단상에 선 정 후보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오세훈 시장을 끝내고 삶을 안전하고 든든하게 바꿔보자는 것 아니냐"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1년, 삼성전자 파업 위기 중재와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귀환까지 이것이 바로 효능감"이라며 “이제 서울시만 바꾸면 됩니다"라고 외쳤다. 오 후보를 향한 공세는 주거·경제·교통·안전 순으로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2021년에 매년 8만 호씩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22년부터 24년까지 착공 기준 연 3만 9천 호밖에 안 됐다. 절반도 안 된 것"이라며 “전임 시장 탓, 현 정부 탓할 게 아니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광장 곳곳에서 “맞아!"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용산 참사, 이태원 참사, 싱크홀 인명사고, 삼성역 철근 누락까지. 오세훈 후보는 뉴스 보고 알았다고 한다"며 “그동안 안전을 얼마나 등한시했으면 직원들이 보고조차 안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중 사이에서 “왜 그러냐고!"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에 정 후보는 “일 잘하는 사람은 계속 뽑아주고, 일 못하는 사람은 바꾸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고 답했다. 출정식 직후 정 후보는 광진구 한 스튜디오에서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마주 앉았다. 보증금 미반환 피해 청년 윤여진(29) 씨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서울시 이름을 믿고 들어갔는데 보증보험이 가입조차 안 돼 있었다"고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이철빈(32) 공동위원장은 “소송부터 경매, 채권자 연락까지 전부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서울시는 관망만 한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선거 후 인수위에서 서울시의 잘못을 짚고, 피해자들이 원래 약속대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철근 누락사태가 발생한 강남구 영동대로 GTX-A 삼성역 공사 현장 지하 5층을 직접 찾았다. 현장 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정 후보는 균열이 촘촘히 번진 콘크리트 벽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현장 소장은 “철근 2500개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작년 11월에 인지했고, 보강 방법을 찾는 동안 해당 구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않고 공간을 비워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보강 방법이 결정되기 전에 왜 나머지 공사는 계속 진행했느냐"고 따져 묻자, 소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장을 나온 정 후보는 취재진에게 “균열이 너무 많아 비전문가인 저도 놀랐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관계 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보강을 완료한 뒤 다음 공사로 넘어가는 게 상식인데, 한쪽에서는 보강 방법을 찾고 있고 한쪽에서는 공사가 계속 진행돼 이미 지하 3층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강 방법이 바뀐다면 지하 3층까지 다 해놓은 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렇게 공사를 해도 되는 건지 의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일정은 이날 자정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었다. '서울의 경제를 깨우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 후보는 양손에 목장갑을 끼고 직접 배추를 트럭에 실으며 상인들과 함께 땀을 보탰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덕분에 서울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서울 시민과 함께 공유하면서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세 첫 무대는 오 후보의 유년기를 보낸 강북구 삼양동이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입주권 확보', '신속통합 재개발' 현수막이 붙은 삼양초 뒤편 내리막 골목길에 우비 한 장에 빨간 캡모자를 눌러쓴 오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출정 대시민 메시지에서 “이곳은 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곳"이라며 “그 시절 삼양동은 불도 들어오지 않고 공용 우물물로 물을 길어다니는 동네였다. 초등학교를 4곳 전전하며 가장 힘겹게 버텨냈던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이곳을 첫 출정식 장소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삼양사거리에는 '드넓은 서울을 살릴 사람 오세훈~' 질풍가도 개사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웠다. 오 후보는 주먹을 꽉 쥐고 “집 생각만 하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시죠. 대통령도 정원오 후보도 단 한 마디 설명도 사과도 없다. 이 사람들 이번에 정신이 번쩍 나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네!"라는 함성이 터졌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나란히 “네~"라고 호응했다. 정원오 후보를 향해서는 “5년 동안 사력을 다해 온 저 오세훈에게 전월세난 책임이 있다고 적반하장으로 뒤집어씌우는 정원오 후보를 반드시 심판해 달라"며 “그런 비양심적인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만든 게 이재명 대통령 아니냐.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관권 선거"라고 쏘아붙였다. 단상에 오른 유 전 의원은 “1번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그대로 따라 할 사람"이라며 “선거는 절박한 사람이 이기는 것. 오세훈 후보는 삼양초를 네 번 전학하며 어려운 분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 후보는 작심한 듯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11시 서대문구 인왕시장에 흰 반팔 티에 빨간 조끼 차림으로 등장한 오 후보는 “만에 하나 제가 안 되고 다른 당 후보가 되면 서울 주택시장은 완전히 재앙 수준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며 “집이 있으면 있어도 고민, 없으면 없어도 고민, 갖고 있으면 보유세, 팔려고 하면 양도세.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정책은 '빵점'"이라고 외쳤다. 주민들을 향해 “맞습니까?"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맞아요!"가 터져 나왔다. 이어 “내년에는 선거가 없다. 집값이 계속 올라도 청와대에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제가 다시 시장이 돼서 이재명 대통령과 맞장 떠서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 돌연 웃음기를 띠며 말투를 낮췄다. “4번 했는데 5번 한다니까 지겨우시죠? 홍제천 폭포, 안산, 인왕시장, 유진상가 싹 바꾸는 계획 누가 세웠습니까. 일은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입니다. 밥도 해본 사람이 진밥 안 만들지 않습니까. 이제 한 번밖에 더 못 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로구 베다니교회 앞 유세에서는 “제가 돌아오기 전 구로의 재개발·재건축은 모두 올스톱이었다. 지금은 44곳에서 정비사업이 시작됐다"고 운을 뗀 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책, 10·15 대책으로 집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힘들어졌다. 전셋값 뛰고 월세 오르면 학원비도 반찬값도 병원비도 다 쪼그라든다. 주식시장엔 돈이 넘친다는데 구로구 서민 주머니는 텅 비어간다"고 외쳤다. 유세 막바지 마이크가 30초가량 꺼지자 오 후보는 육성으로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를 크게 외쳤다. 그는 곧바로 “마이크 꺼지니까 답답하시죠? 오세훈을 다시 안 만들면 서울시도 엔진이 꺼진다"며 “정원오 후보는 대통령 도움 없으면 한 걸음도 못 뛰는 알맹이 없는 후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6·3 선거 공식 개막…정청래 ‘초조’ vs 장동혁 ‘여유’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 시작되면서 여야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유세차를 동원한 거리 유세와 민생 행보에 나서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명과 기초단체장 227명, 광역의원 933명, 기초의원 3035명, 교육감 16명, 국회의원 14명 등 모두 4241명을 선출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782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쳐 평균 경쟁률은 1.8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 결과가 2년 뒤 총선은 물론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초반 판세는 당초 전망과 달리 서울 등 주요 승부처에서 접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며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상승 흐름을 기대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7시 정 대표는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에서 류삼영 동작구청장 후보 유세에 동참했다. 앞서 0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광진구를 거친 뒤, 빗속 거리 유세까지 이어진 일정인 만큼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오전 10시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 응원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현역을 찾았다. 선거 운동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정을 이끌 승리 확률 높은 경기도지사 후보는 누구냐"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오전 시간을 수도권 접전지 위주로 할애한 데 대해 표심이 엇갈리는 텃밭을 지키기 위함이라 풀이한다. 동작구·광진구는 부동산 정책에 따라 판세가 갈리는 '한강벨트' 지역구들로, 서울 표심의 승부처로 꼽힌다. 성남시를 포함한 경기 남부의 경우, 원도심·신도시에 따라 진보·보수세가 혼재돼 표심이 요동치는 경합지로 불린다. 정 대표는 “이번 국민의힘 공천에서 보았듯 '윤 어게인'을 외치며 아직도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반성과 성찰을 모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내란을 심판해달라"고 했다. 이처럼 정 대표가 야당 견제에 날을 세우는 배경으로 정치권에선 여당 강세론이 압도적이던 판세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 풀이한다. 공소취소 특검법·국민배당금제 등 여당발 논란들이 민심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중 특히 경남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며 “오차범위 내 경쟁 중인 곳들 가운데 어느 쪽으로 유권자들이 더 많이 이동할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6·3 대전시민의 승리 출정식'에서 이재명 정권 견제를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오늘 저는 '대전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5개 재판을 멈춰 세웠다. 또 대법관 수를 늘리고 자기 범죄를 없애기 위해 4심제를 만들더니 재판 취소를 위해 특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며 “자기 죄를 없애겠다고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이겠다"며 유세차 아래 빗물로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장 대표가 연일 여당과 대통령을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최근 판세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 초반 다소 수세적이던 당내 기류와 달리 최근에는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선거 전략에 나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당초 전망과 달리 여야 초접전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정권 출범 직후 선거에서는 통상 '허니문 효과'가 작동한다. 올 초만 해도 경북지사를 제외하면 민주당이 대체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판세 변화는 민주당과 일부 후보들의 강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