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 오전 7시 투표율 0.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7시 투표율이 0.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천464만9천908명 가운데 22만4천966명이 참여했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같은 시간대 사전투표율 0.48%보다 0.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 0.92%, 강원 0.67%, 광주 0.61% 순이었다.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로 0.35%를 기록했다. 부산 0.41%, 경기 0.42%, 인천 0.43%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0.46%로 집계됐다. 사전투표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투표 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사전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는 신분증을 지참해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방문하면 된다. 전국에는 총 3천571개 사전투표소가 설치됐다. 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나 대표전화 1390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GTX·서소문·굿당·칸쿤”…‘네거티브’로 끝난 서울시장 첫 TV토론회

28일 오후 11시에 열린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첫 TV토론회에서 여야 후보들은 '주거 공급 실적', 'GTX 철근 누락 은폐' 등을 주제로 상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서소문·수서 공사 현장 사망 사고가 토론 직전 발생한 탓에 '안전 행정 실패' 공방이 시작부터 나왔고, '반칙' '거짓말' '유착' 등 거친 표현이 난무하는 격렬한 네거티브전이 이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후보는 시작 발언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정조준했다. 권 후보는 “서소문 고가차도, 수서역 부근 공사 현장 등 서울시에서 이번 주에만 노동자 6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며 “오세훈 후보는 무슨 낯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GTX 철근 누락을 서울시가 보고받고도 5개월이나 숨겼다. 알고도 묵인했다면 범죄, 정말 몰랐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어느 쪽이든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어 “철도공단과 국토교통부가 보강 작업을 통해 안전하다고 인지하고 5월 4일부터 90여 회 시험 운행을 마쳤다"며 “선거전이 불리해지자 민주당이 주도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거짓말이면 당선 무효가 된다. 보고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고 재차 압박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GTX 철근 누락 관련 문제를 재차 꺼냈다. 정 후보는 “서울시 담당 본부장은 중대 과실이 아니라며 보고도 안 했다고 하는데, 국토부 국장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장관과 차관에게 대면 보고했다"며 “6개월 가까이 보고가 안 된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담당 본부장 판단처럼 일반적인 부실 시공이냐, 중대한 부실 시공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 후보가 “보완 가능하냐, 시험 운행을 할 정도로 안전하냐가 핵심"이라며 답변을 피하자, 정 후보는 “명확하게 말씀을 못하는 게 안전 불감증"이라며 “오세훈 후보는 아직도 삼성역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오 후보는 “지금 자꾸 그것을 선거용 소재로 쓰고 있기 때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90회 시험 운행까지 마친 상태"라고 맞받았다. 주거 안정 대책을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 양 후보는 공급 실적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정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취임 후 매년 8만 호씩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착공 기준 실제 공급은 3만 9000호에 그쳤다"며 “본인 약속의 절반도 못 지키면서 왜 전임자와 정부 탓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구역 389곳을 해제해 놓고 떠났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원상복귀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으로 구역 지정에 5년 걸리던 것을 2년 6개월로 단축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가 “공공 재개발, 도심공공복합사업, 리모델링 등 세 가지 사업은 왜 외면했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오 후보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이라며 “일정 물량은 진도가 나가고 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아기씨 굿당' 토지 기부채납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해당 의혹은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당시 행당7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48억원 규모의 이른바 '굿당 건물'을 신축한 뒤 이를 기부채납 받기로 해놓고, 완공 이후에는 건물 대신 현금 기부채납을 요구해 재개발 조합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오 후보는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아기씨 굿당 땅을 구청에서 조합의 기부채납으로 안내했다는데 조합장이 배임으로 구속돼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행당 7구역 어린이집 문제도 거론하며 “공무원 실수로 17억원을 반환하면서 7000만 원을 이자로 물었는데 해당 공무원을 징계했느냐"고 압박했다. 정 후보는 “아기씨 굿당 결정은 2008년 한나라당 구청장 시절에 이뤄진 것"이라며 “제가 취임 후 기부채납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고 조합과 해당 측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덮개공원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가 조합에 허가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구해 놓고 같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오 후보가 거듭 징계 여부를 물어붙이자 정 후보는 “반칙하지 마십시오. 제 시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오 후보는 “틀린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라며 말을 끊었다. 정 후보가 “왜 끊고 반칙을 하십니까"라고 항의하는 사이 오 후보는 “앞에서 다 거짓말을 해 놓고"라고 받아쳤고, 결국 사회자가 직접 개입해 토론을 중단시켜야 했다. 또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칸쿤 해외 출장' 논란도 꺼내들었다. 이에 정 후보는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부하며 활동하는 이사들이며 계약 절차는 법에 따라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하면서 “재탕 삼탕이고 주제와 관계없는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이어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 선거를 하자고 요청했는데, 한편으로는 정책 선거를 하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토론 기회가 오늘 하루밖에 없고 내일이 사전 선거일"이라며 “정책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TV 토론 제안을 계속 회피한 것은 정 후보"라고 받아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읽지도 않는 공보물, 외벽 덮는 현수막”…지선이 남긴 ‘환경 청구서’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 지난 25일 배달된 선거 공보물이 이틀이 지나도록 우편함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216세대 규모의 이 건물에서 오후 2시 기준 106개의 공보물 봉투가 수거되지 않은 채였다. 우편함 한쪽에는 봉투째 쌓인 공보물 19개가 별도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선거공보물이라 함부로 버리기도 애매하다"며 “언제 다 치울지 아직 결정 못 했다"고 했다. 같은날 강서구 화곡역 인근 '화곡빌딩' 외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이 6층부터 9층까지 4개 층을 뒤덮고 있었다. 맞은편 빌딩 4층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이 창문 두 개를 가린 채 걸려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30분간 화곡역 사거리 신호등 4개 방향을 오간 보행자 760명 중 오세훈 현수막 쪽으로 시선을 준 사람은 7명에 그쳤다. 정원오 현수막을 본 시민은 단 3명이었다. 발산동에 사는 김모(30)씨는 “현수막 지금 처음 봤다. 나무에 가려져 눈에 잘 안 띈다"고 했다. 우장산동에 사는 최모(62)씨는 “오세훈, 정원오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굳이 저렇게 크게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읽히지도 않는 공보물과 건물 외벽을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 최종 등록 후보자는 총 7829명으로 저마다 얼굴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 경쟁이 불붙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이 환경 청구서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이번 6·3 지방선거 공보물은 24일까지 발송돼 각 가정에 배달됐다. 서울 지역의 경우 한 세대에 배달된 공보물만 34개에 달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정원오·오세훈), 강서구청장 6장(진교훈·김진선), 교육감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한만중·조전혁·정근식)씩 들어 있었다. 거대 정당 후보는 고급 용지로 최대 분량을 채웠지만,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흑백 단면이나 명함 크기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공보물은 5억 8000만 부로, 한데 모으면 여의도 면적의 10배(2.9㎢)에 달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 선거도 규모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공보물을 제대로 읽는 유권자는 드물다. 서대문구에 사는 강승민(27)씨는 “19대 대선부터 수많은 공보물을 받았지만 한 번도 뜯어본 적 없다"며 “바로 버릴 때도 있고, 관리인이 수거하실 때까지 우편함에 꽂아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올해 2~3월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 활용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충 훑어봄'이 52.2%로 가장 많았다. '봉투째 버린다'는 응답도 18.8%, '읽지 않음'도 17.5%였다. 자세히 읽는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또 초대형 현수막이 선거운동 기간 전국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에 설치하는 현수막의 규격과 수량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빈틈을 파고들듯 후보들은 도심 건물 외벽을 통째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북구갑에서는 총 9층짜리 건물 1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6~8층 외벽을 현수막으로 뒤덮었다. 같은 건물 3~5층은 정명희 후보 현수막이 차지하며 9층 건물 전체가 사실상 선거 광고판으로 변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6층짜리 건물의 3~5층을 현수막으로 덮었다. 캠프들도 딜레마를 인정한다. 한 지역 선거 캠프 관계자는 “SNS나 유튜브는 실제 유권자가 아닌 사람이 볼 가능성도 크고, 각 집으로 들어가는 공보물을 얼마나 많이 보겠냐 싶지만 후보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현수막이 도로 미관을 해치고 환경파괴 우려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후보와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분량 안에서는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다. 지난해 전국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53t은 재활용되지 못했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가 주성분이어서 매립해도 잘 썩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재활용 비용이 소각비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싸 실제로는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상태가 나쁜 것들은 소각 처리한다. 매립은 환경적으로 좋지 않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이 공보물의 환경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보물·투표용지·벽보 인쇄에 쓰인 종이만 1만 2853t이었다. 종이 1t 생산에 30년생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선거 한 번에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공보물에 쓰이는 코팅 종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일반 폐기물로 처리된다. 여기에 종잇값·인쇄비·우편 배달 비용에 수작업 포장 인건비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대의 세금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없이는 이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국민 세금으로 현수막을 이렇게 남발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가 작심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친환경 현수막'이란 없다. 피해가 덜할 뿐이지, 안 만드는 것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다"며 현수막 허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낭비되는 현수막과 공보물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관행적으로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보물 재질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고, 필요한 유권자만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동윤 인턴기자

투표 ‘D-6’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시작…막판 표심 향방은?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실투표 전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 표심이 어떤지 볼 수 있는 상징적 지표로 평가 받는다. 각 진보·보수 진영 캠프의 기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요 격전지별 여·야 후보들도 막판 판세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본투표일 6일 전인 28일부터 선거 당일 오후 6시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이 기간은 표심 왜곡 등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에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는 본투표 전 민심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핵심 격전지 위주로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블랙아웃 기간 전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우세하고,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나타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서는 여야 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4~25일 뉴스핌·리얼미터가 실시한 서울시장 지지도 조사 결과,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48.8%,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1.4%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4%p로 오차범위 밖에서 정 후보가 앞섰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1~25일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46%,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34%로, 전 후보가 12p%의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에 대한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50.1%,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1.1%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9.0%p로 추 후보가 오차범위(±3.1%p) 밖에서 앞섰다. 부산 북갑 재선거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8.2%로 우세했다. 뒤이어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34%,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3.3% 순으로 집계됐다. 기사에 인용된 뉴스핌·리얼미터 조사는 5월 24~25일 서울시 성인 803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조사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였다. 부산시장 지지후보에 대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5월 21~25일 부산시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였다. CBS 의뢰로 KSOI가 5월 24~25일 대구 거주 성인 1001명에게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는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부산 북갑 재선거 지지도 조사(부산일보·에이스리서치)는 5월 23~24일 부산시 북구 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502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방법은 무선전화면접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면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결과와 당선 결과가 들어맞는 일부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9.8%포인트(p)차로 제치며 당선됐다. 6·1 본투표 전 20%p 격차를 유지하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과 큰 차이가 없던 셈이다. 유권자 최다 지역인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p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블랙아웃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는데, 실제 투표에서도 초박빙 양상을 벌이며 예측이 적중한 경우였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지선 결과와 크게 빗나가면서 흑역사를 썼던 때도 있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한나라당(국민의 힘 전신)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명숙 후보와 0.6%p 차이로 당선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공개 시스템이 체계화되기 전인 터라 당시 주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오 후보가 10%p 중후반대로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론 근소차로 간신히 따돌린 사례였다. 표심 향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주요 여·야 후보들은 막바지 민심잡기에 한창이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군위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예정지에 동시 출격해 관련 공약 발표에 나섰다.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동시 진행되는 부산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방문해 대리 유세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고,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장시장에 들러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는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거 유세도 잠정 중단된 분위기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멈추는 대신, 사고 현장에 방문하거나 희생자 추모에 집중하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표심 가닥은 잡혔다고 판단되나, 일부 지역에서 변수가 남아 있다"며 “대구의 경우 박 전 대통령 등판과 함께 보수층 결집을 통해 1%라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투표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산 북갑은 변수로 보수 단일화가 남아있다"며 “만일 한동훈 무소속 후보쪽으로 단일화가 진행되면 하정우 민주당 후보 입장에선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국힘 뒤집기 어려울 듯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선거 유세 전면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28일 강원도 원주와 횡성 지역을 찾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등과 동행하며 지지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2017년 탄핵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공개 선거 지원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도층 반발과 과거 탄핵 정국 재소환 가능성을 거론하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찾은 원주 중앙시장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와 골목 곳곳에는 휴대전화를 든 시민들이 몰렸고 경찰과 경호 인력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이동 동선을 통제했다. 시장을 찾은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박 전 대통령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지원 유세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 강원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후보자와 지지자 등이 총출동했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일부 지지자들과 상인들은 지나가는 박 전 대통령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앞으로도 강원도가 계속 발전하려면 김진태 후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주 시민 여러분, 강원도민 여러분 부디 많은 도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횡성으로 이동해 추가 유세 일정에 나섰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대구·충북·대전·경남·울산·부산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보수층 결집을 위한 지방선거 지원 유세 행보를 이어왔다. 이번 일정은 선거 막판 보수 표심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국민의힘 전략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요 격전지 판세가 당초 예상보다 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통 보수층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판단이 강해진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의 잇단 지원 유세 행보가 보수 지지층 재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충분히 보수 결집을 이뤄낼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결집이라는 것은 결국 투표장에 가게 만드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움직이게 할 정도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을 통한 반전 계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등에서 보수 진영 승리를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층의 높은 관심과 상징성이 여전히 확인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탄핵 이후 공개 정치 행보를 자제해왔던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유세 현장에 등장한 것 자체가 전통 보수층에는 강한 결집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을 가득 채운 열기와 별개로 이른바 '박근혜 효과'의 실질적 파급력을 둘러싼 냉정한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행보가 보수 진영 내부 결집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선거 전체 판세를 뒤흔들 만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지난 2017년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이후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2021년 특별사면·복권이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이 여전히 유권자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팬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과거처럼 중도층과 청년층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날 유세 현장 역시 중장년층 이상 지지자 비중이 높았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현재까지 형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개 정치 행보가 일부 유권자들에게 탄핵 정국을 다시 상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를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대해 “탄핵당한 대통령이 지금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방문이 실질적인 표심 변화보다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징적 환영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 환경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 역시 변수로 꼽힌다. 최근 유권자들은 특정 정치인 개인의 상징성보다 민생·경제·후보 경쟁력 등을 보다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적 충성도보다 실용성과 정책 경쟁력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대구·경북 등에서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국적인 선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지방선거 지원 유세와 관련해 “선거판을 변화시킬 역량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동윤·박서현 인턴기자

‘경기 선두’ 추미애…남은 보수끼리 ‘진흙탕’ 싸움 [6·3 격전지 분석]

6·3 지방선거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던 경기도지사 선거가 추미애 민주당 후보의 독주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와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가 단일화는커녕 고발전까지 벌이며 '진흙탕 싸움'에 빠진 모습이다. 28일 정치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추미애·양향자·조응천·홍성규·김현욱 후보 등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지율을 고려하면 선거 구도는 사실상 추미애·양향자·조응천 후보의 3자 대결로 압축된다. 여론조사에서는 추 후보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 후보와 조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추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4~15일 경기도 거주 18세 이상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방식으로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추 후보는 47.9%, 양 후보는 33.8%, 조 후보는 5.5%로 집계됐다. 추 후보는 양 후보를 14.1%포인트 앞서며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 응답률은 7.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추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원팀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앞서 추 후보는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 분당에서 출정식을 열고 “유능한 대통령 밑에서 경기도 문제를 풀려면 추진력의 추미애를 활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공보물에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경험한 후보'라고 적고, 법무부 장관 시절 사진과 함께 전 새천년민주당 지방자치위원장부터 6선 국회의원까지의 이력을 부각했다. 양 후보는 '반도체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1985년 광주여상 졸업 후 삼성전자 메모리 설계실 연구원 보조로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낸 이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양 후보는 지난 26일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반도체 패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지사가 되면 돈 버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를 향해서는 “첨단산업 생태계를 잘 모르는 법률기술자"라고 직격했다. 조 후보는 '양당 구도 타파'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출정식에서 “제3정당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두 개의 거악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저는 한쪽으로는 '추미애'라는 후보와, 다른 한쪽으로는 '장동혁'이라는 후보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사는 이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발판이 됐던 자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당초 추 후보와 양 후보의 여성 후보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뒤흔들 만한 변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1강·1중·1약'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기도는 인구분포를 봤을 때 보수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4050 세대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후보 간 인지도 차이도 판세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보수 진영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건 양향자·조응천 후보 자체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은 반도체 때문에 양향자 후보를 내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추미애 후보의 인지도와는 상대가 안 된다"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도 사실상 멀어진 분위기다. 양 후보의 박사 학위 표기를 둘러싼 공방이 고발전으로 번지면서 양측 갈등은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조 후보 측은 양 후보의 'AI전략경영 박사' 표기를 허위 학력 공표라고 주장하며 선관위 이의제기와 수사기관 고발에 나섰다. 반면 양 후보 측은 세부 전공을 표기한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두 후보 간 싸움은 보수 결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단일화를 하면 해볼 만하다는 여론이 생기기도 전에 서로 물어뜯는 모습은 결집을 깨뜨리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사전투표 코앞인데…‘부산 북구갑·경기 평택을’ 단일화 난항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29~30일)를 앞두고 주요 격전지인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후보의 정치적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등 진영 내 후보 단일화 협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투표용지의 사퇴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기 인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전투표 하루 전인 28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 진영 모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단일화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간 보수 단일화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지난 25일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단일화는 확고부동하게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정당당한 태도도 아닐뿐더러, 북구 주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불과하다"며 완주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하자고 압박한 적 없다"며 “결국 민주당을 제대로 이길 후보는 한동훈뿐"이라고 맞받았다. 경기 평택을에서도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간 진보 진영 단일화가 난망한 상태다. 조 후보가 김 후보의 차명 대부업 의혹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 측은 차명 대부업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가 완주할 경우, 진보 진영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기존의 단일화 가능성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또 김 후보를 향해 “차명 사채업자"라고 비판하며 윤리감찰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후보 관련 의혹이 후보를 중간에 그만두게 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단일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후보 간 우열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쪽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경쟁력 차이가 나타나야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팽팽한 신경전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향후 정치 주도권과 차기 대권 구도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한동훈·조국 후보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후보 사례가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개혁신당을 창당해 제3지대 후보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높은 인지도와 강성 지지층, 지역 밀착 전략이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한 후보 역시 국민의힘 대표 출신으로 현 지도부와 충돌 끝에 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높은 대중 인지도와 중장년층 중심 지지세, 지역 밀착 행보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단일화가 최종 무산되더라도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모두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부산 북구갑의 경우 초접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해 24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36%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부산 북구갑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기 평택을 역시 '1강 없는 혼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도 추격권에 있다는 평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8일 평택을 지역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용남 후보 31%, 조국 후보 27%, 유의동 후보 17%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재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 승패를 넘어 차기 주자들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곧바로 정치 생명의 종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후보의 경우 무소속 신분으로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오며 유권자들과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한 점이 큰 자산이 됐다"며 “한동훈 후보 입장에서 당선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부산 북구갑에서 2년 후 총선을 통해 재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가 낙선할 경우에는 한동훈 후보보다 쓰라린 패배가 될 것"이라면서도 “조국혁신당 소속 12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만큼 향후 총선 승리를 위한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합치면 ‘지역 소멸’ 해결될까…선거 화두 된 ‘행정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충청·호남·영남권의 '행정통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논의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통합을 넘어 인구 유입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 등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회 주도로 급물살을 탔던 행정통합 문제가 선거철과 맞물리며 주요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에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초대 수장으로 누가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시·군 단위의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는 있었지만, 광역자치단체 통합형 지방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최초다. 해당 지역 여·야 지자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지방 소멸 대응 등 대승적 관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 등 각론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광역지자체 중심의 행정구역 통합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초광역화를 통한 중복 인프라 제거 등 행정 효율성 제고는 물론, 수백만 명의 인구 수를 보유한 광역시 특성상 규모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용이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시장 후보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모두 핵심 공약으로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의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통합특별시의 경우, 정부가 4년 간 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이를 활용한 두 후보 간 공약 내용에 따라 표심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압도적 성장'을 강조하는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라는 큰 그릇 속 '분권형 특별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주권·서부권·동부권·중남권 4개 권역으로 쪼갠 뒤, AI·재생에너지·미래차·반도체·바이오·K-푸드·문화관광 산업 등 권역별 특성을 살린 신성장 벨트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기회'를 강조하며 20조원을 들여 항공우주·AI에너지 등 10개 유력 분야, 대기업 10곳을 유치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동시에 과거 예산·인사·인허가·보조금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해 지역 발전을 막는 비효율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은 지방선거 전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선 9기 단체장의 과제로 남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주요 후보들은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식에선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2년 내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고, 향후 총선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속도감 있는 재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당선 직후 경북도와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추후 주민 투표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특별법 제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경북의 생존이 달린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방해하며 발목을 잡았다"며 민주당이 행정통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와 수차례 접촉하며 'TK 공동비전'까지 선포하는 등 통합특별법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민주당의 '메가시티 복원론'과 국민의힘의 '행정통합론'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같은 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만나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을 공통 공약으로 선포했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시도지사가 야권 소속으로 변경됨에 따라, 무산된 특별지자체 구성을 되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특별연합이 아닌 '부·경 행정통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메가시티가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별도 마련하는 광역연합형이라면, 행정통합은 기존 지자체를 합쳐 광역지자체로 새롭게 만드는 데 차이점을 둔다. 대전·충남 행정통합법안 역시 국회 문턱에서 표류 중이다. 당초 7월 출범이 목표였으나, 마지노선이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판만 바꾸는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재정·권한 이양 등 지역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비효율적 행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단순한 시·도 행정 통합은 지역 살리기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인구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은 결국 산업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시·도', '시·군·구', '읍·면·동' 3단계 행정체제로 이뤄졌는데, 이 단위를 '읍·면·동'이나 '시·군·구'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대 광역화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3단계 체제가 유지되면, 행정의 비효율화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당신들이 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2030 ‘무당층’의 고백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무교로 서울시일자리센터 입구에는 '채용중심 취업지원 프로그램', '생성형 AI 활용 교육', '청년취업사관학교'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이력서와 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든 청년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토익학원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던 대학생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토익 준비를 병행 중이다. 지지 정당을 묻자 “청년 공약이 제 일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 4일 하며 사무·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반째다. 월세 55만원에 식비·교통비·자격증 응시료까지 더하면 매달 최소 130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알바를 늘리면 생활비는 되는데 자기소개서 쓸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월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청년 가운데 지지 정당을 확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에게 선거는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기보다 멀리 있는 정치 일정에 가까웠다. 본지가 2030 청년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은 26명, 70.3%에 달했다. 반면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명으로 97.3%였다.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 아니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가 33명, 89.2%였다.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50만~80만원이라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만~100만원 8명, 100만~150만원 6명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은 식비(24명)였고, 여가·문화비(13명), 교통비(12명)가 뒤를 이었다. 무당층인 이유로는 '이념 싸움이 피로해서'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당 모두에 실망해서' 11명, '청년 공약이 체감되지 않아서' 9명 순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문모(23)씨는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식비,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는 계속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청년 공약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4)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한다. 앞뒤 출퇴근에만 두 시간이 더 걸린다. 취업 준비 7개월 차인 그는 “월세 지원 확대나 취업 준비 비용 공약이 나오면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 마련이 취업 준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직 3년 차인 서울 용산구의 직장인 조모(27)씨는 “근로소득이 청년 지원 기준에서 조금씩 초과돼 대부분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공약은 '청년 일자리 확대'가 24명(64.9%)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전세사기·주거 불안 대책(17명), 생활비·물가 지원(14명), 청년 월세 지원(11명) 순이었다. 반면 여야 청년 공약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가 17명,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가 2명으로 전체의 51.4%가 체감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상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서'와 '취업·주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서'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67만원을 낸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30만~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해 죽을 맛"이라며 “청년 공약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당이든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내놓지도 마라. 당신들이 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취업준비 5개월 차인 이모(25)씨는 “청년은 공약용 표어로만 남아있다"고 했다. 취업준비 1년 차인 장모(29)씨도 “이념 싸움이 피곤하다. 민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흠 잡기가 많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무당층이 느는 이유로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데서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청년실업을 비롯해 새로운 바람과 갈망이 있는데 여야 어느 쪽도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청년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정치적 방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미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이 정치 무관심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 참여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일자리, 경제 등 실질적인 이슈를 많이 제시하고 혜택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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