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의 인기를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빠른 제품 기획 등이 K-뷰티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여기에만 기대서는 세계 시장에서 장기간 경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원천 기술과 연구개발(R&D), 품질,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는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국가별 규제와 인증 정보를 촘촘하게 제공하고 위조품 대응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가 산업을 직접 이끌기보다 기업의 혁신과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기적으로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K-뷰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화장품과 피부미용, 의료관광 등을 연결해 산업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 “한류 인기에 안주 안돼···R&D·브랜드 경쟁력 키워야"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K-뷰티 열풍이 단기간의 유행에 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 화장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 빠른 제품 개발 능력,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더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K-뷰티 열풍은 단기간 유행에 그치기보다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화장품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 빠른 제품 개발, 한류 콘텐츠와의 결합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수출 증가를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생산과 원료, 기술까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K-뷰티가 '제2의 반도체'가 되려면 단순히 화장품 수출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생산과 원료, 기술까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한류 인기에 안주해서도 안된다고 당부했다.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저가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R&D와 품질관리, 원료·소재 기술에 투자하고 글로벌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에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기업들이 마주하는 장벽을 낮춰달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인증과 통관 절차를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상표권과 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산업을 통제하기보다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규제 개선과 기업의 기술·브랜드 투자가 함께 이뤄진다면 K-뷰티가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200개국 규제 제각각···수출지원 컨트롤타워 필요" K-뷰티 수출 시장이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만큼 국가별 규제 정보를 수집하고 기업에 제공하는 정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200개가 넘는 국가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나라마다 요구하는 절차와 서류, 규제가 모두 다르다"며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최근 수출이 늘고 있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까지 규제 정보를 보다 세심하게 수집해 기업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소벤처기업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여러 기관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관련 기능을 한데 모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여러 정부기관이 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기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측면이 있다"며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해외 규제부터 시장 진출까지 체계적으로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위조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과거에는 가격이 비싼 글로벌 명품이나 고가 화장품을 중심으로 가품이 유통됐다면 최근에는 조선미녀 등 국내 인디 브랜드 제품까지 모방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작은 중소기업은 해외에서 위조품이 유통돼도 이를 찾아내고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대표적인 위조 사례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대응해 K-뷰티 가품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소 브랜드의 빠른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국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의 제조 기술과 품질관리 역량이 뒷받침하는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좋고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따라가는 능력도 뛰어나다"며 “작은 기업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OEM·ODM 업체들이 품질과 제품 안전성 측면에서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며 세계를 누빌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화장품 수출의 70% 이상을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만큼 이들이 발목 잡히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작은 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K-뷰티 산업 전체도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지원사격···결국 제품 실력으로 승부" 기업에서는 기업의 자율적인 혁신을 보장하면서 R&D와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는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신생 기업이 스스로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면서 성장해온 산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장품 산업은 정부에 의존해 성장했다기보다 대기업과 신생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해 시장을 개척하면서 자생적으로 커온 특징이 있다"며 “산업 규모가 커지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기업들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경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을 직접 이끄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기보다 기업들이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사격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해외 진출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풀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되 정부가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국가마다 다른 화장품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같은 성분이라도 국가에 따라 허용 여부와 기준이 달라 기업이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식약처가 해외 규제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강화해 기업의 R&D와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뷰티를 화장품만의 성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국 영화와 K팝, 음식 등 문화 전반의 인기가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렸고 이것이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소비자 입장에서 K-뷰티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함께 움직인다"며 “화장품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와 문화,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성장세를 장기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마케팅 못지않게 R&D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브랜드를 알릴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10년 이상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K-뷰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이 오히려 R&D와 품질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 화장품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제품 기획이나 마케팅만으로 차별화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케팅 방식은 경쟁업체가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다"며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을 확보하고 좋은 제품을 꾸준히 내놓아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제품의 실력과 품질로 경쟁사를 이겨내겠다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벌어들이는 성과를 원천기술과 R&D에 다시 투자해야 K-뷰티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가격 경쟁 가지 말고 프리미엄으로···K-뷰티 외연 넓혀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K-뷰티의 성장 배경을 한국 화장품 자체의 경쟁력을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에 대한 세계 젊은 층의 관심에서 찾았다. K팝과 드라마 등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한국인의 패션과 화장법, 피부관리 방식 등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것이 K-뷰티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K-뷰티의 본질에는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과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과거 세대와 달리 세계 젊은 층에게 한국은 이미 익숙하고 매력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블랙핑크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K팝 스타들을 통해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기를 장기간 유지하려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을 가져가려면 가격 경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결국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세계 화장품 시장을 오랫동안 주도해온 프랑스를 사례로 들었다. 프랑스 화장품의 경쟁력은 개별 제품뿐 아니라 파리와 패션, 프랑스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문화적 이미지와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이 됐다고 흥분할 때가 아니다"며 “프랑스가 세계 화장품 산업을 오랫동안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랑스가 축적해온 문화와 이미지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도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프리미엄화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뷰티의 범위를 화장품에 한정하지 않고 피부미용과 의료, 관광 등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내놨다. 서 교수는 “K-뷰티를 화장품 산업으로만 좁게 봐서는 안 된다"며 “피부미용과 의료, 메디컬 투어리즘까지 연결하면 산업의 크기를 지금보다 훨씬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피부관리와 미용 시술 등을 함께 경험하는 만큼 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한국 화장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부도 K-뷰티를 화장품 하나의 품목으로 보기보다 피부미용과 의료관광, 서비스산업까지 아우르는 큰 산업으로 보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K-뷰티 산업을 크게 키우기 위한 중장기 육성 계획을 세우는 등 보다 큰 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화장품과 피부미용, 의료관광을 함께 연결한다면 한국 서비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가 수출 호조·글로벌 인기 날개를 달고 화려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이면에 '메이드 인 코리아' 경쟁력을 갉아먹는 위험 요인들이 쌓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K-뷰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노린 위조품 유통 문제가 심화되면서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 가치를 깎아먹는 분위기다. 더구나 인디·중소 브랜드 약진에도 개별 기업 간 역량 차이로 양극화마저 벌어지고 있다. 갈수록 미국·유럽 연합(EU) 등 주요 지역들이 성분·안전 규제를 강화하며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본·트렌드 대응력을 갖춘 중국 화장품(C-뷰티) 공세까지 더해지자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가짜 화장품에 멍 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가치 위조품 유통은 K-뷰티 브랜드 입장에서 브랜드 신뢰도 훼손은 물론, 재구매율 감소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우려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적발 사례가 늘면서 K-뷰티 산업에 얼룩을 남기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3년 1만6774건이었던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이듬해 2만3494건, 지난해 3만6116건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눈여겨 볼 지점은 위조품 유통 방식의 변천사다. 과거에는 한글 표기·패키지 등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용기·제형뿐 아니라 제조번호까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복사하는 치밀한 수법까지 진화했다. 이 같은 위조 제품은 국내외 주요 소비자 접점에서 정품 브랜드 상품으로 둔갑돼 은밀히 유통된다. 국내 주요 온라인 오픈마켓마저도 유통 브로커가 불법 판매하는 해외에서 제조된 가짜 화장품의 유통망으로 활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가 최근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 중국 제조산 가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국내에 불법 반입해 판매한 유통 브로커 A씨를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24년 10월~2025년 11월까지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화장품·건기식 등 61종, 약 45억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에서는 셀라딕스·웰라쥬·가히·코스알엑스·조선미녀·아누아 등 국내 브랜드 제품과 에스티로더·SK-Ⅱ·랑콤 등 해외 브랜드 제품 28종이 포함됐다. 식약처가 압수한 기능성 화장품 12종·건기식을 검사한 기능성 성분·지표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가품 문제뿐 아니라 잘 나가는 K-뷰티 브랜드 상품에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며 찬 물을 붓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최근 에이피알은 싱가포르에 불법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체 브랜드 '메디큐브'의 특정 제품에 대한 성분 논란이 불거지며 몸살을 앓았다. 앞서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일부 배치 제품에서 발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수단레드가 미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에이피알 측은 국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해당 배치군을 재검사한 결과 문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당초 해당 제품을 싱가포르에 수출한 적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에이피알 측은 “HSA가 검출 사실을 밝힌 샘플 판매처로 언급한 업체는 당사가 해당 제품을 공급한 공식 유통업체가 아니다"라며 “해당 배치도 당사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개별 제품이 아닌 브랜드 공간 자체를 통째로 모방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올 초 중국 후난성 창사시·리우양시에서는 국내 뷰티 편집숍 올리브영을 본뜬 듯한 '온리영(ONLY YOUNG)'이라는 상호의 매장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이 매장은 상호명·브랜드 색상·로고·제품 진열 방식 등까지 올리브영과 흡사한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해당 매장은 더우인 등 현지 SNS를 통해 K-팝을 배경음악으로 깐 홍보 영상을 게재하는 등 한국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양극화 심화, 규제 장벽, C-뷰티 공세…K-뷰티 '삼중고' 고공행진 중인 K-뷰티 제동을 거는 것은 가품·무단 판매 문제만이 아니다. 업계는 인디 브랜드 위주로 글로벌 뷰티 시장이 재편되면서 그 존재감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상위 브랜드 위주로 매출이 집중돼 성장의 결실이 고루 확산되지 않은 가운데, 자본력이 부족해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용마저 대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브랜드 인큐베이터로서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도한 입점 경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리브영은 '인디·중소 뷰티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을 펼쳐왔다. 2020년 36개였던 올리브영의 연매출 100억원 이상 브랜드 수는 지난해 116개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 그 방증이다. 토리든·메디힐·닥터지·클리오·달바·라운드랩 6개 브랜드는 지난해 올리브영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을 넘었고, 이는 전년 대비 2배인 수치다. 플랫폼 입점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마케팅·유통 역량이 부족한 브랜드는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바이어들이 올리브영 입점 여부·판매 순위 등을 고려해 브랜드 경쟁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판로 확장 기회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다. K-뷰티의 발목을 붙잡는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은 글로벌 규제 장벽이다. 각 나라마다 허용하는 성분·제품 등록 절차·표시 기재 규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이더라도 수출국 규제에 맞춰 성분 처방·패키징을 달리하는 등 업계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예컨대 미국은 '화장품규제현대화법(MoCRA)' 시행에 따라 제조시절 등록·성분 안전성 입증·부작용 보고 의무 등이 적용된다. 지난 8월 중순부터 유럽연합(EU)도 포장 폐기물 감축·재활용 확대를 골자로 새로운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뷰티 기업들도 제품·포장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성분 재검증·패키지 재정비·현지 인증 획득 등 규제 대응에 소요되는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내부 전담 조직·법무팀 등을 별도로 갖춰 비교적 여유가 있는 반면, 대다수 중소·인디 브랜드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결국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임에도 진출 자체를 포기하거나, 기진출한 국가마저 발을 빼는 사례까지 포착된다는 업계 설명이다. 전방위적 추격에 나선 C-뷰티의 거센 공세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당장에 품질·신뢰도 측면에서 K-뷰티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대규모 자본·물량을 쏟아 붓는 C-뷰티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최근 들어 C뷰티는 화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색조 화장품 카테고리를 집중 공략하는 행보가 두드러진다. 색조 화장품은 기초 화장품 대비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 더구나 트렌드·가격대에 따라 쉽게 수요가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동화풍 디자인을 내세운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 노즈'가 대표 사례다. 해당 브랜드는 틱톡·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일본·한국 유통 채널에 공식 입점한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팝업 매장을 선보이며 사업 영토까지 확장 중이다. 빠른 해외 진출 속도만큼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 1분기 플라워 노즈 매출은 6억7500만 위안으로, 단 1분기 만에 지난해 연매출(17억 위안)의 약 40%에 이르는 성적을 거뒀다. 최근 중국 최대 뷰티기업인 '프로야'가 플라워 노즈에 지분 추가 투자를 단행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점도, 이 같은 실적 신장세와 무관치 않다. 끊임없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글로벌 뷰티 공룡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로레알'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분석이다. ◇단속·신고·인증·연구개발…K-뷰티 지키기 나선 시장·정부 단순히 수출 실적 등 수치적으로 보면 K-뷰티 성장세는 여전히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위조품 유통·무단 판매 등 신뢰 리스크와 함께, 인디 브랜드 양극화·해외 규제 강화·C-뷰티 공세 등 각종 위험 요인이 한 번에 조여 오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물론 시장 차원에서도 자구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당장에 보호막이 시급한 위조품 유통 문제만 봐도 에이피알·구다이글로벌·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뷰티 업체 일제히 위조 상품 색출·지식재산권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인력을 활용하거나 외부 업체와 협력해 온라인 판매처 위주로 실시간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방식이다. 온라인 플랫폼들도 가품 판매 창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가품 대응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쿠팡은 기존 AI 기반의 가품 탐지 시스템에 더해 가품 신고 전용 핫라인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위조 상품에 대한 신속한 신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골자로 평일뿐 아니라 주말·공휴일 늦은 시간에도 신고 접수가 가능해졌다.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6월 지식재산처·식약처·관세청·대한화장품협회는 업무 협약을 체결해 위조 화장품 대응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지식재산처의 경우, 올 7월부터 '가짜 K-브랜드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부터는 국가인증상표를 현지 수사·단속·통관 보류 등과 연계하는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도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나아가 정부는 K-뷰티 생태계의 체질 전환을 앞당길 범부처 차원의 전략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주요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산업 육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15일 공포된 '화장품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기존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해외 진출 지원 확대에 무게를 싣는 것이 핵심이다. 연내 관련 계획 발표 후 내년 산업 실태조사를 단행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출 기업 가운데 중소·인디 브랜드들은 정책적인 부분을 모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 부처 차원에서 정부가 수출 관련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등 협력하는 지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화장품 업종이 수출 호조로 매출은 높게 잡히지만 타 산업 대비 연구개발비가 굉장히 적다"면서 “타 업종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지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 화장품 관련 식약처 규제가 심한 편인데, 이를 완화해준다면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의 수출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낮아진 자리를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이 채우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상대해야 할 소비자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의 크기만 달라진 게 아니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과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도 국가마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 美 '비싸면 좋다' 공식 깨진다···SNS가 매장 역할까지 20일 업계와 주요 외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효능'과 '가치'가 화장품 소비를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화장품 제조산업 매출은 작년 기준 약 453억달러(약 61조2000억원)로 추정됐다. 수입 규모는 약 168억달러(약 22조7000억원)로 예상됐다. 한국은 2024년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라섰다. 소비 방식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유명 브랜드나 높은 가격 자체보다 실제 피부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가격에 걸맞은 효능을 갖췄는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맥킨지도 최근 세계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의 실제 효능과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을 발견하는 장소도 달라졌다. 과거 백화점이나 화장품 전문매장이 신제품을 만나는 주요 창구였다면 최근에는 아마존과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이 이 역할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마존·울타뷰티·세포라·틱톡 등 4개 사업자가 뷰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틱톡의 뷰티 판매액은 2023년 이후 매년 약 260%씩 증가해 올해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틱톡 전체 뷰티 판매 가운데 구매 기능이 결합된 짧은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66%에 달한다. 제품의 효능을 짧은 영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쉬운 스킨케어가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달팽이점액이나 스피큘 등 독특한 성분과 제형도 SNS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소재가 되고 있다. ◇ 유럽, 화려함보다 '지속가능성'…가격에도 깐깐 유럽에서는 제품의 효능과 함께 친환경·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 시장인 독일의 2024년 화장품 산업 매출은 약 169억유로 규모다. 이 가운데 스킨케어가 전체의 33.9%를 차지해 가장 큰 품목으로 집계됐다. 독일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환경친화적인 원료와 포장재, 동물실험 여부 등을 고려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연 유래 원료와 재활용 가능한 포장, 비건 제품 등이 현지 시장에서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유럽의 최근 변화 가운데 하나는 가격이다. 최근 몇 년간 가격 인상과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지만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면서 앞으로는 판매량 증가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유럽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부는 더 저렴한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이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신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가 제품 자체보다 가격에 걸맞은 성능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유통 구조도 미국과 다르다. 독일의 DM과 로스만처럼 대규모 점포망을 갖춘 드럭스토어의 영향력이 크다.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브랜드뿐 아니라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까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 ◇ 中, '브랜드 이름'보다 성분…토종 'C뷰티' 급성장 한때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은 소비 구조가 크게 달라진 시장이다. 2024년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7746억45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 규모가 주춤하는 사이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해외 유명 브랜드라는 간판 자체보다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어떤 효능을 내는지 살피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히알루론산과 레티놀, 펩타이드 등 기능성 성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온라인 중심의 소비 구조도 뚜렷하다. 2024년 중국 화장품 온라인 매출은 4055억3000만위안으로 전체 시장의 52.5%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판매가 전년 대비 6.0% 감소한 것과 달리 온라인은 0.2% 증가했다. 더우인과 티몰 등을 통한 라이브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주요 판매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큰 변화는 토종 브랜드의 성장이다.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현지 업체들이 연구개발(R&D)과 소비자 데이터 분석, 온라인 마케팅 등을 강화하면서 수입 브랜드의 입지는 과거보다 좁아졌다. 중국이 한국 화장품 업계에 여전히 큰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와 같은 '한류 프리미엄'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日, 회사보다 '제품' 본다···SNS 타고 인디브랜드 약진 일본에서도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이 변하고 있다. 기업 규모와 브랜드 역사보다 제품의 효능과 성분, 사용감, 후기, SNS 화제성 등을 살펴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규모 광고를 앞세운 기존 업체뿐 아니라 기획과 출시 속도가 빠르고 제품 콘셉트가 뚜렷한 인디 브랜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구조도 정착하고 있다. 큐텐과 라쿠텐, SNS 등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로프트와 플라자, 앳코스메, 돈키호테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방식이다. 윤리적 소비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2023년 일본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비건 화장품이 차지한 비중은 2.6%로 아직 크지 않지만 스킨케어와 베이스 메이크업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이 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현지 입지도 상당하다. 한국산은 2022년부터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1~9월 기준 한국산 점유율은 28.8%로 프랑스산 25.1%를 앞섰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 화장품'이라는 하나의 범주보다 개별 브랜드와 제품의 성분·효능·콘셉트가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모습이다. ◇ 동남아, 젊은 소비자가 이끈다…'하나로 여러 기능' 인기 동남아시아는 젊은 인구와 소득 증가, 높은 SNS 이용률이 맞물려 뷰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태국에서는 여러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담은 '멀티펑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보습과 자외선 차단, 피부톤 보정 등을 하나의 제품으로 해결하거나 여러 색조 기능을 결합한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색조화장품 소비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집계로 태국 색조화장품 시장은 2023년 270억8560만바트에서 2024년 324억4310만바트로 19.8% 성장했다. 2025년에는 373억7620만바트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베트남에서는 천연·친환경 원료 선호와 현지 생산 확대가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코넛과 커피, 아보카도, 알로에베라 등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원료도 화장품 산업의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젊은 소비자와 SNS의 영향력이 크다. 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보유한 국가라는 특성상 화장품 시장에서도 할랄 여부가 주요 소비 기준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 동남아시아라는 하나의 권역 안에서도 기후와 피부 특성, 종교, 구매력 등이 달라 국가별로 소비 트렌드가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 중남미, 기능성 스킨케어 '쑥'…성분 직접 따진다 중남미는 향후 글로벌 뷰티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 시장인 멕시코에서는 스킨케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유로모니터 집계로 2024년 멕시코 스킨케어 시장은 37억4330만달러(약 5조5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2025년에는 12.36% 증가한 42억580만달러(약 5조6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가 찾는 성분도 구체화하고 있다. 히알루론산과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 비타민C, 세라마이드, PDRN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파라벤이나 설페이트 등을 넣지 않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자외선 차단과 항노화 기능도 주요 구매 기준으로 꼽힌다. 유통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던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현지 유통업체 사이에서는 인기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은 스킨케어뿐 아니라 향수와 헤어케어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도 다른 시장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 인도, 280억달러 시장으로…호주는 '윤리적 소비' 주목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인도의 성장성이 눈에 띈다. 인도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2024년 약 280억달러(약 37조8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2028년에는 약 340억달러(약 45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산층 확대와 가처분소득 증가, 개인 미용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판매 구조도 이커머스와 주문 직후 상품을 배달하는 퀵커머스 확산으로 변하고 있다. 화장품과 함께 미용기기 시장의 성장도 주목된다. LED와 IPL, 고주파 등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뷰티 소비의 영역이 제품에서 기기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호주는 인도와 성격이 다르다.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숙했지만 자체 제조 기반이 약해 전체 화장품 수요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2024년 호주 스킨케어 시장은 약 24억달러(약 3조2400억원), 색조화장품 시장은 약 15억달러(약 2조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5년 8월 누계 기준 주요 수입국은 미국 24.5%, 한국 14.7%, 프랑스 12.4% 순이다. 호주 소비자는 지속가능성과 제품 정보의 투명성, 윤리적 생산 여부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고급 제품과 비슷한 효용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누리려는 소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 아프리카, 젊은 인구 바탕으로 성장…온라인 시장도 확대 아프리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화장품 산업의 성숙도가 낮지만 젊은 인구와 도시화, 중산층 확대를 배경으로 성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장이다. 다만 국가별 구매력과 유통 인프라 차이가 커 하나의 시장으로 묶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상대적으로 화장품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시장이다. 남아공 색조화장품 시장은 2024년 약 15억4000만달러(약 2조8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2032년까지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트렌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격과 품질을 함께 따지는 소비가 늘면서 자연 유래 성분과 비건 화장품, 하나의 제품으로 여러 기능을 해결하는 멀티제품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 중심이던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남성 소비자가 늘어나는 점도 최근 변화로 꼽힌다. 판매 채널에서는 오프라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지만 온라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남아공 색조화장품 이커머스 시장은 2024년 약 6억626만달러(약 8200억원) 규모로 추산됐으며 2025~2032년 연평균 9.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 '화장품' 경계도 흐려진다…홈뷰티·웰니스까지 확장 지역별 소비 성향은 다르지만 세계 뷰티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뷰티'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뷰티 산업이 스킨케어와 색조, 헤어케어, 향수 등 화장품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미용기기와 건강기능식품, 웰니스, 피부과·미용 시술 등 인접 영역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아름다움을 단순한 외모 관리가 아니라 자신감과 자기관리, 신체·정신 건강 등으로 폭넓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LED 마스크와 고주파, 가정용 레이저 등 홈뷰티 기기가 성장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제품을 사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재 세계 뷰티 판매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모든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높다. 식료품 유통채널이 19%, 뷰티 전문점이 18%로 뒤를 잇는다. 2030년까지 세계 뷰티시장 판매 증가분의 과반이 이커머스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SNS는 광고판을 넘어 판매처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제품을 발견하고 후기를 확인한 뒤 플랫폼 안에서 바로 구매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이나 성분을 찾는 소비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K-뷰티의 수출 지도가 넓어지는 동시에 세계 뷰티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국내 화장품 산업이 이제 서로 다른 소비 취향과 유통 구조를 지닌 세계 각국의 시장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가 세계 시장을 질주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있다. CJ올리브영이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처럼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성장한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 메디큐브와 아누아, 조선미녀 등 최근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디 브랜드와도 역할이 다르다. 올리브영의 경쟁력은 수많은 제품 가운데 잘 팔릴 상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큐레이션'에 있다. 국내에서는 신생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등용문 역할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최신 화장품을 한곳에서 경험하는 'K-뷰티 성지'가 됐다. 이제는 역할을 세계로 넓히고 있다. 미국에 직접 매장을 열고 온라인몰과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와 손잡고 한국 중소·인디 브랜드를 해외 매장에 소개한다. 국내에서 K-뷰티 생태계를 키워온 유통 플랫폼이 해외로 직접 진격하기 시작한 셈이다. ◇ LA에 10만명 몰렸다…美서도 통하는 '올리브영' 미국 시장에서 나타난 초기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14~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에는 사흘간 10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올리브영이 2019년 국내에서 시작한 체험형 뷰티 축제를 해외에서 선보인 첫 사례다. KCON LA 2026과 연계해 1422평 규모로 꾸린 행사장에는 55개 K-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참여했다. 현장 분위기도 한국의 올리브영을 단순히 미국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서울 지하철역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내부에는 강남과 성수, 명동, 홍대 등 서울의 대표 상권을 재현했다. 한글 도로표지판과 버스정류장, 횡단보도를 배치해 관람객이 K-뷰티와 한국 문화를 함께 경험하도록 했다.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에도 한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적용했다. 행사장 중앙의 '올리브영 스토어'에서는 더블클렌징부터 패드, 세럼, 선케어로 이어지는 순서대로 상품을 배치했다. 현지 소비자가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을 직접 따라가며 제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 상품을 추천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피부 상태를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킨스캔' 등 체험 공간에는 행사 기간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 브랜드에도 기회가 됐다. 페스타에 참여한 55개 브랜드는 모두 미국 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한 곳이다. 개별 중소기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리브영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올리브영이 K-뷰티를 '파는 곳'을 넘어 해외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곳'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LA 페스타에 앞서 문을 연 미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월 미국 현지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한 뒤 올해 5월 미국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미국 첫 매장을 열고 미국 전용 온라인몰도 동시에 선보였다. 패서디나점은 연면적 803㎡(약 243평) 규모의 단층 대형 매장이다. 애플스토어와 인접해 있고 도보 1~2분 거리에는 룰루레몬과 알로요가, 티파니앤코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전체 입점 브랜드의 80% 이상을 K-뷰티·웰니스 브랜드로 채웠다. 약 400개 브랜드, 5000개 이상의 상품을 취급한다. 메디힐·바이오던스·아누아·토리든·롬앤·퓌·미장센·어노브 등 한국 브랜드가 대거 들어갔다. 6월에는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베벌리힐스와 로데오드라이브에서 차로 5~10분 거리인 프리미엄 상권이다. 문을 열자 새벽부터 소비자가 몰렸다. 쇼핑몰 내부에 100m가 넘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오픈런'이 벌어졌다. 미국 소비자의 높은 스킨케어 관심을 반영해 센추리시티점의 관련 매대는 국내 표준 매장보다 1.5배 크게 만들었다. 세럼과 에센스를 모은 공간, 토너패드와 선케어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 한국에서 사용하는 뷰티 디바이스 전용 공간도 별도로 꾸렸다. 피부 상태를 분석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스캔 서비스도 제공한다. ◇ 매장 2개인데 美 전역으로…비결은 '세포라' 올리브영의 미국 공략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직접 매장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현재 자체 오프라인 매장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플랫폼 세포라를 활용해 단숨에 미국 전역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달 20일부터 미국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 580여곳과 온라인몰에 '올리브영 K뷰티에딧(OLIVE YOUNG K-Beauty Edit)'을 선보였다. 지난 1월 세포라와 체결한 파트너십의 결과물이다. 매대에는 올리브영이 직접 고른 19개 K-뷰티 브랜드의 제품 약 150종이 들어갔다. 미국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세럼과 크림, 선케어부터 토너패드와 새로운 제형의 클렌저, 마스크팩까지 K-스킨케어 루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의 작은 화장품 브랜드가 미국에서 직접 세포라 입점을 추진하려면 브랜드 인지도부터 유통 협상, 물류, 마케팅까지 상당한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 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을 거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골라낸 뒤 '올리브영이 선택한 K-뷰티'라는 묶음으로 세계적인 유통망에 진입할 수 있다. 올리브영이 단순한 화장품 판매업체가 아니라 한국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종의 'K-뷰티 유통 인프라'를 자처하는 배경이다. 올리브영의 목적지는 미국만이 아니다. 회사는 미국에서 시작한 'K뷰티에딧'을 올해 안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의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캐나다와 호주, 영국, 중동 등으로 진출 지역을 넓힌다. 오프라인 행사도 세계를 돈다. 국내에서 연 1회 열었던 올리브영 페스타를 올해부터 '월드투어' 형태로 바꿨다. 지난 5월 일본에 이어 8월 미국 LA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얻은 신생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창구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에서는 글로벌몰이 또 다른 축이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해외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역직구 플랫폼이다. 국가별 상품과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배송비와 배송기간을 개선하며 취급 브랜드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3월 글로벌몰 '올영세일'에 참여한 브랜드 수는 2021년과 비교해 약 3배로 증가했다. 미국에는 별도 온라인몰까지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블루밍턴에 서부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기존 글로벌몰에서 영업일 기준 5~7일 걸렸던 배송기간을 미국 전용몰에서는 3~5일로 단축했다. 무료배송 기준도 60달러(약 8만원)에서 35달러(약 5만원)로 낮췄다. ◇ 한국에선 이미 'K뷰티 성지'…외국인이 0.9초마다 결제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자신 있게 'K-뷰티 큐레이터'를 자처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내 시장에서 쌓은 영향력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소비자 관련 지표가 더욱 눈에 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이 구매한 금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1월에야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시점이 3개월 빨라졌다. 1~8월 외국인 결제 건수는 1101만건이다. 회사가 매장 영업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0.9초마다 외국인 결제가 한 번씩 발생한 셈이다. 세금 환급 데이터를 기준으로 올리브영에서 상품을 구매한 외국인의 국적은 192개국에 달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매출 구성이다. 2022년만 해도 국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올해 8월에는 33%까지 높아졌다. 3년여 만에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외국인 소비자가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서울 명동이나 성수만의 현상도 아니다. 올해 1~8월 전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가운데 강원 지역은 105%, 경주 88%, 대전 80%, 전주 62%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리브영이 한국 여행 중 한 번 들르는 화장품 매장을 넘어 외국인이 K-뷰티 트렌드를 확인하는 쇼룸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올리브영N 성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이 매장의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70%에 달했다. 피부 진단과 제품 추천을 결합한 스킨컨설팅 이용자의 72%도 외국인이었다. ◇ 신사동 작은 매장이 매출 5조8000억원 기업으로 지금의 위상을 감안하면 올리브영의 시작은 소박했다. 1999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제일제당그룹 HBC(Health & Beauty Convenience) 사업부가 선보인 신사업이었다. 약국과 화장품 가게, 슈퍼 등으로 나뉘어 있던 건강·미용·생활용품을 한곳에 모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었다.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규제와 사업모델 정립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환점은 2008년이었다. 식품·헬스 중심의 드럭스토어에서 '헬스&뷰티 스토어'로 사업 정체성을 다시 잡고 20~30대 여성 소비자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혔다. 매장은 빠르게 증가했다. 2008년 57개였던 점포 수는 2011년 100개를 넘어섰다. 2017년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매장만 늘린 것도 아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선보이며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면서 이 같은 옴니채널 전략은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적도 가파르게 뛰었다. CJ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별도 기준 매출은 2022년 2조7774억원에서 2023년 3조8611억원, 2024년 4조79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5조833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47억원으로 22.5% 증가했다. 3년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올리브영 성장에서 매장 수나 매출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내 화장품 산업에 미친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과거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려면 자체 매장을 내거나 백화점·대형마트 등에 입점해야 했다. 대규모 광고도 필요했다. 올리브영은 다른 방식을 만들었다. 여러 브랜드를 한 매장에 모으고 판매 데이터와 트렌드를 토대로 제품을 선별했다. 소비자는 브랜드 이름을 몰라도 '올리브영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신생 브랜드 입장에서는 전국 유통망과 온라인몰을 통해 단기간에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올리브영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사례를 수업 교재로 채택했다. 하버드 측은 유망 신진 브랜드를 발굴·육성하고 매장과 온라인, 글로벌 채널 등 인프라를 활용해 브랜드 성장을 지원한 구조를 주목했다. 다만 올리브영이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해서 해외 사업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세포라와 얼타뷰티를 비롯해 이미 강력한 뷰티 전문 유통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과 틱톡숍 등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에서 이제 막 자체 매장을 열기 시작한 올리브영은 이들과 경쟁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다음 목표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장품 매장'이 아니라 '세계 소비자가 새로운 K-뷰티를 발견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지난 14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역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에서 올리브영N 성수점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2~3명씩 무리를 지어 걸어가는 방한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올리브영 쇼핑백 또는 타폴린 백을 든 외국인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리브영의 첫 혁신형 점포인 성수점에 도착하니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들렸다. 직원들은 초록색 팻말을 들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번역 앱이 탑재된 휴대폰을 들고 외국인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외국인들은 올리브영의 장점으로 원스톱으로 여러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중국 쓰촨성에서 온 샤오위(24) 씨는 “올리브영은 화장품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제품을 고르기 편하고, 가성비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장바구니 속에는 색조 메이크업 제품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샤오위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샤오훙슈(중국 현지 SNS·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올리브영을 추천한다"며 “명동 백화점과 공항 면세점도 방문할 예정이나, 화장품은 올리브영에서만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날아온 베티(20)씨는 친구 5명과 함께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베티의 장바구니 속에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알게 된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제품 4개 정도가 담겨 있었다. 그는 “올리브영에서는 화장품을 한곳에서 비교해 보고 살 수 있어서 편하다"며 “홍콩에서는 화장품 가격이 비싼 편이라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좋다"고 덧붙였다. 3층 스킨케어 코너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더 붐볐다. 유아차를 탄 아이부터 50대 중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특히, 다채로운 기초 화장품을 총망라한 '데일리 스킨케어' 존에서는 약 20명의 손님들이 저마다 다른 제품들을 둘러봤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이샤(27)씨는 메디힐 매대 앞에서 친구와 함께 토너 패드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말레이시아 날씨가 더워서 피부 관리에 좋은 마스크팩을 많이 담았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샤의 장바구니에는 바이오던스·메디힐 등 유명 인디 브랜드의 마스크팩 등 스킨케어 제품이 들어 있었다. 성수 지역은 여러 K-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과 팝업들이 밀집돼 국내외 코스메틱 덕후(코덕)들의 성지로 통한다. 이날 오후 올리브영에서 나와 여러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가두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바닐라코 매장에는 손님 10여 명이 오가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색조 화장품을 체험해보거나 직원에게 제품에 대해 질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매장 2층에서 만난 홍콩 국적의 관광객 메기(25)씨는 이날 립펜슬·아이브로우 제품을 구매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유튜브를 통해 한국 뷰티 제품을 알게 됐고, 제품을 구매 기준으로 피부 타입과 잘 맞는지, 가격은 적당한지, 성분은 괜찮은지 등을 두루 살핀다고 했다. 특히, 그는 개별 브랜드 매장을 찾는 이유로 “올리브영과 달리 한 브랜드의 제품을 폭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올리브영에서는 인기 제품이 주로 만나볼 수 있고, 브랜드 단독 매장에서는 자체 할인 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점포 내 여러 제품에는 20%, 30% 할인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며 데이지크 매장을 구경 중이던 19세 동갑내기 세이나·카노하 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해 오늘 한국에 도착했다"며 “틱톡에서 데이지크 아이섀도 팔레트를 보고 관심이 생겨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섀도 팔레트를 살 예정으로, 어떤 색이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은 데이지크 매장을 둘러본 뒤 여러 화장품 팝업 매장을 들릴 계획도 밝혔다. ◇달라진 명동 K-뷰티 지형도…원스톱 쇼핑은 '올리브영', 럭셔리 화장품은 '백화점'으로 같은 날 방문한 서울 명동 역시 월요일 평일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길거리뿐 아니라 여러 상점에서도 한국어보다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때 명동은 중앙로를 중심으로 각종 원브랜드 로드숍이 가득 들어서며 이른바 '화장품 거리'로 불렸다. 최근에는 이들 상가가 발을 빼 생겨난 공백을 올리브영·대형 약국 브랜드 등이 메우면서 상권 지형도도 새롭게 재편된 상황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K-뷰티 쇼핑 동선도 이들 상점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몰리(22) 씨는 이날 매장에서만 약 38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쓸어 담았다. 그는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샤오홍슈에서 제품 정보를 얻고 매장에 왔다"며 관련 상품이 담긴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체감상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대다수인 느낌이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였지만 대체로 기초 케어 제품을 구매하고,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제품 중심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짙었다. 특히, 사전에 구매할 제품을 미리 정해오는 목적형 구매 패턴도 두드러졌다. 해당 올리브영 매장에서 근무 중이던 한 뷰티 컨설턴트는 “외국인 고객은 기초 화장품과 마스크팩이 진열된 1층에 가장 많이 몰리며, 주로 스킨케어와 마스크팩을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이어 이 컨설턴트는 “중국인 고객은 SNS 화면을 보여주며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인 고객은 잡지에 소개된 '올리브영에서 사야 할 제품' 목록을 미리 본 뒤 찾아오는 사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왔다는 에바(25)·티나(28)·카트카(30)씨도 이미 온라인에서 상품 정보를 확인한 뒤 매장을 찾은 사례였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일반 소비자의 사용 후기·추천 제품을 참고하거나, 유튜브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검색한 뒤 리뷰를 확인하는 방식 등을 취했다. 특히, 더마 화장품 위주로 살펴보던 이들은 “주요 구매 기준은 피부와 잘 맞는지, 실제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닥터지 레드 블래미쉬·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 등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피부 고민을 가진 에바 씨는 “가격을 따지지만 효과만 있다면 한 제품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쇼핑을 마친 뒤 매장 앞에서 올리브영 종이가방을 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제품을 사러 들어오는 사람과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사람이 계속 교차되면서 출입문은 좀처럼 닫힐 틈이 없었다. 명동 지역은 성수와 달리 백화점 등 대형 럭셔리 리테일이 자리하는 특성상 고급스럽고 화려한 제품을 찾는 외국인 수요도 적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판매점 거울 앞에서 립 제품을 직접 발라보며 색상을 비교하고 있었다. 직원과 상담을 마친 뒤 제품을 다시 테스트하거나, 직원에게 휴대전화로 제품 위치·특징을 묻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백화점 내 맥(MAC)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던 인도네시아 관광객 라나(25) 씨는 “올리브영에서는 마스크팩을 주로 구매했고, 백화점에서는 립과 블러셔 위주로 샀다"며 “올리브영 제품은 한국 소비자에게 더 특화된 느낌이고, 백화점 제품은 아시아 소비자 전반을 타깃으로 삼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재미·개성 좇는 홍대 관광객…무신사 뷰티 등 '체험형' K-뷰티 랜드마크로 집결 개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서울 홍대입구 상권은 특히 배낭여행·자유 여행을 즐기는 젊은 세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으로 통한다. 지난 2024년 올리브영이 일찌감치 기존 홍대입구 점포를 K-뷰티 체험 특화매장(홍태타운점)으로 새 단장해 선보인 것도 재미·경험을 좇는 관광객이 많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최근 무신사 뷰티가 약국 결합형의 첫 단독 매장을 홍대에 개장한 점을 고려하면 어느 곳보다 차별화가 요구되는 지역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4일 방문한 올리브영 홍대타운점에서는 올리브영·무신사 뷰티 홍대 등 주로 K-뷰티 랜드마크급 매장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가장 인파로 북적거리는 매장은 올리브영이었다. 올리브영 매장 밖에서는 이미 엄청난 양의 화장품 쇼핑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내부는 3층으로 이루어졌는데, 1~3층 모두 외국인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자신들을 캐럿(세븐틴 팬덤명)이라 밝힌 20대 캐나다인·스페인인 여성들은 “이번이 2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화장품 쇼핑은 10번째"라며 K뷰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각자의 피부·헤어 고민에 따라 관련 스킨 헤어·케어 제품을 구매했다. 특히, 상품 구매 시 함께 증정하는 사은품에 대해 호감도 드러냈다. 캐나다인 여성은 “머리카락을 염색해 손상된 탓에 헤어 제품을 샀는데, 사은품을 준대서 해당 제품을 샀다"며 증정품일 키캡을 보여줬다. 옆에 있던 스페인인 여성도 “자신은 포차코(일본 산리오캐릭터즈 캐릭터 중 하나) 제품을 사은품으로 받았다"며 “우리는 산리오의 팬이기도 하다"고 웃었다. 이들은 “K-뷰티에서 스킨케어가 가장 좋다"며 “특히, 틱톡에서 추천 받은 이니스프리 노세범 파우더는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틱톡 이외에도 어떤 제품이 나한테 가장 나은 선택인 지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물어볼 때도 있다"고 답했다. 홍대타운점에서 나와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서 무신사 뷰티 홍대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외관부터 핑크 색상이 압도적인 이곳에서는 전체 방문객 중 약 30%가 외국인이었다. 특히, 중국인·이탈리아인·일본인 국적의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헤어 제품을 구경하던 30대 일본인 남성 2명은 “주로 브랜드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얻는다"며 “좋아하는 브랜드는 닷슈"라고 언급했다. 밝은 표정으로 매장을 둘러보던 한 이탈리아인 부부는 “챗GPT를 통해 무신사 뷰티와 브랜드 정보를 탐색한 뒤 점포에 방문했다"며 “AI는 우리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가운데 40대 남편은 장바구니를 보여주면서 “친구들에게 선물해 줄 마스크팩을 구매했다"고 했다. 옆에 있던 50대 아내는 “진한 메이크업은 잘 하지 않고, 천연 성분 제품만 원하기 때문에 아로마티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여성 중국인 3명은 “10년 전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 화장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주로 샤오홍슈와 인스타그램 쓰레드에서 화장품 정보를 얻고,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소재가 신기한 아비브"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했다. 이들은 “방금 올리브영에서 40만~50만원을 쓰고 왔다"며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뷰티 브랜드는 많이 알지만, 이곳에서(무신사 뷰티) 판매하는 브랜드는 모르는 게 많아 검색하면서 쇼핑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편집숍만 매장 외관 등 공간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일부 가구·소품 차원을 넘어 예쁜 공간 인테리어만으로 긍정적인 구매 경험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리뉴얼 개장한 에이피알(APR)의 메디큐브 홍대점도 외관·내부 모두 핑크톤으로 뒤덮여 있었고, 외벽에는 브랜드 공식 모델인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대형화보가 걸려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곰 인형 모양의 거대 오브제가 손님을 반겼다. 현장에서는 한국인 고객 없이 일부 외국인들이 한가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매장을 구경 중이던 20대 이탈리아인 2명은 “틱톡에서 이 브랜드(메디큐브)를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아주 많다"며 “모든 제품을 다 써보고 싶을 정도로 아주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평소 어떤 고민 탓에 K-뷰티에 관심을 가지게 됐냐는 질문에 “피부 고민은 블랙헤드를 비롯해 특히 오돌토돌한 뾰루지가 신경 쓰인다"고 대답했다. ◇'목적형 소비·글로벌 특화 점포 방문' 두드러져…정보 접근 방식·구매 품목은 각양각색 외국인 관광객들이 K-뷰티 쇼핑을 목적으로 주로 방문하는 성수·명동·홍대를 둘러본 결과, K-뷰티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일회성 방한이 아닌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할 일종의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쇼핑 과정에서는 사전에 제품 정보를 찾아 가는 '목적형 소비'가 두드러졌다. 다만,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차이는 나타났다. 샤오홍슈·틱톡·인스타그램·생성형 AI·잡지 등 선호하는 매개 위주로 상품 정보를 얻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 쇼핑 동선은 대체로 올리브영·무신사 등 '신흥 리테일 중심의 글로벌 특화 점포' 방문이 많았다. 편집숍 구조 특성상 대형·중소 K-뷰티 브랜드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고, 다국적 외국어와 편리한 결제 시스템 등 응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이다. 직접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국적과 무관하게 스킨·헤어 케어 제품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특히, 개인 관리용 또는 선물용으로 마스크팩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 다만, 각자의 몸 상태 관리 고민에 따라 구매하는 제품이 각양각색이었다. 방한 관광객들이 무조건 랜드마크급 신흥 리테일 채널을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럭셔리 화장품을 찾아 여전히 백화점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재미를 좇아 일부러 팝업을 찾는 외국인도 있었고,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의 이색적인 외관에 흥미를 가지는 여행객들도 적지 않았다. 과거 명동에서 시작된 K-뷰티 열풍은 이제 성수·홍대에서도 K-뷰티라는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명동에서만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여행 일정 중 성수·홍대까지 추가 쇼핑에 나서는 순환 소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K-뷰티를 이끌어갈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계 쌍두마차인 코스맥스·한국콜마가 올 들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3위 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면서, K뷰티 산업의 핵심 설계자로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들 기업들은 한때 대형 브랜드사의 숨은 조연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중소 브랜드의 존재감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후방 지원을 맡는 ODM 몸집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인디 K뷰티 활황에 실적 축포를 쏜 ODM 업계의 다음 라운드는 생산공장 증설 경쟁이다. ◇ODM 3사 신기록 랠리…계절적 비수기도 극복 '전망' ODM 업계의 전례 없는 호황은 성적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코스맥스는 올 상반기(1~6월) 연결 기준 매출액 1조4769억원, 영업이익 12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8%, 13%씩 증가한 수치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반기 누적으로 한국콜마도 14.8% 증가한 1조5893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41.8% 증가한 1892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메카코리아 매출·영업이익 역시 각각 4112억원, 539억원을 거두며 각각 46.8%, 52.8% 증가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 발표치였던 2분기 확정 실적을 살펴봐도, 호조가 계속되면서 3사 모두 경쟁적으로 신기록 소식을 쏟아냈다. 코스맥스는 매출·영업이익이 7949억원, 73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7.5%, 21.2% 오르며 분기 최대 실적을 냈고, 미국 법인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콜마의 화장품 부문 매출도 27.1% 증가한 606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업계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00억원을 넘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2분기 매출(2261억원)·영업이익(321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39.8%, 39.3% 증가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급속한 성장세에 글로벌 ODM 시장 구도도 올 1분기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데 이어, 2분기에도 그 흐름을 굳혔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매출만 봐도 한국콜마(3706억원)는 이탈리아 '인터코스'(4417억원)보다 다소 뒤쳐져있었지만, 1분기 추월에 성공했다. 2분기에도 2위 자리 수성에 성공하면서 실적 격차도 711억원에서 1406억원으로 더 벌렸다. 이례적인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사업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상 4분기는 ODM 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연말 특수에 대응해 생산·납품 일정이 3분기에 몰려 있어 주문량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례없는 한국 화장품 수출 모멘텀을 바탕으로 ODM 산업의 계절적 수요 편차가 갈수록 희석되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역사상 최초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 실적발표는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해외 럭셔리 브랜드 업체에 공급, 판매하기 시작한 신제품들이 성공할 경우 한국 화장품 ODM 역사의 기념비적인 한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ODM 발판 삼아 K-뷰티 수출 성장세…연구개발, 중소·인디 브랜드 지원 강화 업계는 국내 ODM 시장의 실적 개선 배경으로 가장 먼저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확대를 지목한다. 특히, 채널 반응이 빠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들 인디 브랜드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주를 대량 확보함에 따라, ODM사의 매출 수준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 전반의 실적 흐름뿐 아니라 개별 기업 연간 수출액 흐름에서도 성장세가 읽힌다. 예컨대 2023년 1억8378만달러였던 코스맥스 수출액은 이듬해 1억8913만 달러, 지난해 1억9619만 달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국내 ODM업계 처음으로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올해는 3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케어·스킨케어 등 주요 카테고리 위주로 강세를 보이는 것도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해당 카테고리 상품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주문이 증가함에 따라 선케어 브랜드 수요가 확대된 점이 실적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콜마 측의 설명대로라면, 최근 K-뷰티 수출의 80% 수준이 스킨케어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콜마도 선케어 등 스킨케어 제품 매출 구조가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고객사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K-뷰티의 수출 호황에 ODM 업계가 무조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닌, ODM 업계의 제품 개발력·생산 대응력이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K-ODM 업체가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상위권에 오른 것도 사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K-ODM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ODM 업계는 대규모 예산을 들여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코스맥스는 매년 연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367억원(매출 대비 5.7%)으로 전년보다 31.3% 늘었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도 818억원(매출 대비 5.5%)으로 전년과 비교해 41% 가량 올랐다. 이를 통해 코스맥스의 올 상반기 기준 국내외 누적 특허 출원만 2000여건, 등록 특허는 900여 건에 이른다. 글로벌 고객사 요구에 맞은 제품을 만들고, 중소 뷰티 브랜드의 시장 진입·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실제 한국콜마는 같은 처방을 여러 고객사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고객사별 브랜드 콘셉트 등에 걸맞은 1사 1처방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인디 뷰티 브랜드들의 인큐레이터로서 2024년부터 동반성장 세미나·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참여 회사만 총 500여개에 달한다. ◇밀려드는 수요에 신규 고객 받기도 힘들다…생산능력 확충 '급선무' 일제히 실적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국내 ODM 업체들의 다음 과제로는 생산능력 확대가 꼽힌다. 중소·인디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수출 확대와 함께, 진출 지역도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ODM업계로 밀려드는 수요도 매우 커졌다. 일각에서는 생산시설 확충에 따른 공급량 과잉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이미 받아든 주문을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ODM 업체들이 올해 더 이상 신규 고객을 받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톱3 화장품 ODM 업체들의 경우 연말까지 생산일정이 다 차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며 “기존 고객사 물량 만으로 생산 일정이 빼곡하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핵심 지역에서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600억원 가량을 들여 기초화장품을 생산 중인 경기 평택1공장 증축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초 가동 예정인 태국 방플리에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착공에 돌입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지 진출 20주년을 맞은 상하이 신좡공업구에서도 연면적 7만3000㎡(약 2만2000평) 규모의 신사옥을 설립 중이다. 하반기 완공 시 중국 내 연간 생산능력만 16억개에 이를 것으로 코스맥스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신공장 건립이 완료될 경우, 코스맥스는 35억개 수준의 연간 생산가능수량(CAPA)이 약 40억개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콜마도 K뷰티의 위상·수요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기존 베이징 공장을 철수하되, 세종시에 대규모 인공지능(AI) 기반의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생산시설은 우시 공장으로 일원화된다. 앞서 한국콜마는 정부에 국내 생산 기지 확대에 대한 의사를 밝혔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 한국콜마를 '1호 유턴(리쇼어링)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회사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8년까지 세종 전의산업단지 9851㎡(약 2980평) 부지에 기초화장품 생산시설을 더 만든다. 현재는 설계 단계로, 전체 투자 규모는 1733억원이다. 업계 3위인 코스메카코리아로도 총 2000억원을 투입해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연면적 약 5만㎡(약 1만5125평) 규모의 스킨케어 공장을 세운다. 이를 위해 올 6월 640억원을 들여 토지·건물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생산시설 구축을 명목으로 136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달 중 착공해 내년 1차 가동을 시작하고,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설비 확충에 나선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글 싣는 순서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의 글로벌 열풍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뷰티 20개 브랜드의 제품과 특징을 살펴봤다. ◇ 화장품에 디바이스까지…에이피알 메디큐브 '홈 뷰티' 개척 최근 K-뷰티의 진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다. 메디큐브의 경쟁력은 피부 고민을 세분화한 화장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함께 제공한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바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집에서 기기를 활용해 피부를 관리하도록 '홈 뷰티 루틴'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화장품에서는 모공·탄력·보습·광채 등 피부 고민별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브랜드의 장수 제품 가운데 하나인 '제로모공패드'는 토너를 적신 패드를 이용해 피부결과 모공을 간편하게 관리하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콜라겐과 PDRN 등 세계 뷰티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성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럼·크림·마스크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해 소비자가 하나의 피부 고민에 맞춰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디큐브만의 차별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화장품을 홈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과 연결한다. AGE-R은 2021년 '더마 EMS 샷'을 시작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저주파(EMS), 고주파(RF), 초음파(HIFU) 등 미용기기에 활용되는 기술을 가정용 기기에 적용한 '부스터 프로', '울트라 튠 40.68', '하이 포커스 샷' 등을 선보였다. 올해 3월에는 차세대 제품 '부스터 프로 X2'를 내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부 고민에 맞는 메디큐브 화장품을 고르고 AGE-R 기기를 활용해 관리하는 하나의 루틴을 만들 수 있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각각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경험'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 구축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2021년 약 5만대였던 AGE-R 누적 판매량은 올해 1월 600만대를 넘어섰다. 본업인 화장품의 성장도 가파르다. 에이피알의 연결 기준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은 2024년 3385억원에서 지난해 1조77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100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온라인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를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옮기고 있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울타뷰티 약 1400개 매장에 메디큐브가 입점했다. 올해 4월 타깃 1500개 이상 매장, 6월에는 월마트 약 3000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일본에서도 스킨케어와 AGE-R을 동시에 앞세운다. 지난해 3분기 큐텐 재팬 '메가와리' 행사에서는 약 2주간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럽·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B2B 판매 지역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스킨케어에서 시작해 디바이스까지 영역을 넓힌 메디큐브는 K-뷰티가 화장품이라는 전통적인 제품 범주를 넘어 '뷰티테크'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인 셈이다. ◇ 쌀·인삼을 '힙하게'···구다이글로벌 조선미녀, 한방의 재해석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는 이름부터 다른 K-뷰티 브랜드와 결이 다르다. 영문 브랜드명 역시 'Beauty of Joseon'이다. 조선시대의 미용법과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는다. 가장 큰 특징은 한방과 한국 전통 원료를 젊고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쌀·인삼·녹두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원료를 현대적인 스킨케어 성분과 제형에 접목한다. 대표 제품인 '맑은쌀 선크림'(Relief Sun: Rice + Probiotics)은 이런 철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쌀 추출물과 곡물 유래 발효 성분을 활용하면서 매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케어를 지향한다. 기존 자외선차단제에서 소비자가 느끼던 무겁고 답답한 사용감을 줄이고 스킨케어 제품처럼 편하게 바를 수 있도록 접근한 것도 특징이다. 자외선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바르는 제품이 아니라 매일의 피부관리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선크림을 제안한 것이다. 조선미녀의 세계관은 하나의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인삼을 활용한 에센스와 세럼, 쌀과 알파알부틴을 결합한 세럼, 녹두를 활용한 클렌저 등 제품 전반에서 한국적인 원료와 현대 화장품 성분을 결합한다. 패키지도 화려한 장식을 앞세우기보다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택했다. 제품명부터 원료와 패키지, 브랜드 스토리까지 하나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세계관으로 연결한다. 이 같은 접근법은 해외에서 오히려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됐다. 특히 맑은쌀 선크림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해외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사용 콘텐츠가 확산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조선미녀의 성장 과정은 K-뷰티가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가격이나 제품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익숙한 원료와 문화가 해외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뷰티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중 구다이글로벌의 티르티르는 색조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티르티르를 대표하는 제품은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이다. 붉은색의 둥근 패키지와 높은 커버력·밀착력을 앞세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피부톤을 고려해 쿠션의 색상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힌 점이 주목받았다.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쿠션이라는 제품을 다양한 인종과 피부톤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화한 것이다. 조선미녀가 한국의 전통 원료와 스킨케어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두드렸다면 티르티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쿠션'을 세계 소비자에게 맞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구다이글로벌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꼽힌다. ◇ '립 마스크'부터 인삼·더마까지…아모레퍼시픽 4色 전략 '전통 강자' 아모레퍼시픽도 존재감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수분'이다. 1994년 출범한 이후 수분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고 잠자는 시간을 피부관리 시간으로 활용하는 '슬리핑 뷰티'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대표 제품은 '립 슬리핑 마스크'다. 잠들기 전 입술에 바르는 마스크라는 직관적인 사용법에 다양한 향과 제형을 결합했다. 립밤처럼 수시로 바르는 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밤사이 입술을 관리한다는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네즈는 립 슬리핑 마스크를 중심으로 립 글로이 밤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최근에는 개인화된 뷰티 경험에도 힘을 싣고 있다. '라네즈 서울'에서는 최대 45가지 조합의 립 슬리핑 마스크를 만들고 150가지 색상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쿠션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립 슬리핑 마스크는 2024년 한 해 세계에서 약 2000만개가 판매됐다. 현재 라네즈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인삼'을 브랜드 자산으로 키운 K-럭셔리 대표 주자다. 뿌리는 1966년 세계 최초 인삼 화장품 'ABC 인삼크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설화수는 오랜 기간 축적한 인삼 연구를 현대 피부과학과 결합해 제품으로 구현한다. 대표적인 '자음생크림'은 인삼을 핵심 원료로 활용한 안티에이징 제품이다. '윤조에센스' 역시 설화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제품만큼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도 차별화한다. 전통 한방과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패키지와 매장, 광고 등에 일관되게 적용한다.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고급 화장품'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원료와 미학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는 '정통 더마'를 내세운다. 태평양제약에서 시작된 더마 헤리티지에 아모레퍼시픽의 피부 연구 역량을 결합한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 역시 서로 다른 물이 만나 비옥한 땅을 만드는 삼각주의 어원 'ESTUARY'에서 가져왔다. 대표 제품은 '아토베리어365 크림'이다. 피부장벽과 보습이라는 명확한 피부 고민을 중심으로 제품을 설계한다. 에스트라는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으로 축적한 전문성을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킨케어로 확장했다. 특히 독자적인 세라마이드 캡슐 기술 등을 활용해 피부장벽 관리라는 전문 영역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아토베리어365를 중심으로 크림·로션·클렌저·세럼 등으로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는 성분 중심의 직관적인 스킨케어로 결이 다르다. 대표 제품군은 달팽이점액여과물을 활용한 '어드밴스드 스네일' 라인이다. 에센스와 크림 등을 통해 보습과 피부 컨디셔닝에 집중한다. 제품명에서 핵심 성분과 제품의 역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인디 브랜드로 출발해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아모레퍼시픽에 편입됐다는 점도 독특하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는 인디 브랜드의 상품기획력과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유통 역량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 '어성초 브랜드' 넘어 PDRN까지…더파운더즈 아누아의 성분 전략 더파운더즈의 아누아는 피부에 효과적인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을 결합하는 'K-뷰티 퍼포먼스 스킨케어'를 지향한다. 피부에 가장 효과적인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으로 만드는 브랜드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아누아의 이름을 처음 알린 원료는 어성초다. 대표 제품인 '어성초 77 수딩 토너'를 중심으로 피부 진정과 편안한 사용감을 강조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핵심 원료와 함량을 제품명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전달한 것도 특징이다. 최근 아누아는 '어성초 브랜드'라는 틀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더파운더즈가 제시한 주요 제품군을 보면 PDRN, 아젤라익산, 복숭아, TXA, 라이스 등 피부 고민에 따라 서로 다른 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가 확장됐다.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는 'Gentle yet Effective'가 있다. 피부에 부담을 줄이는 사용감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유행하는 성분을 높은 함량으로 넣기보다 피부 고민에 맞는 자연 유래 원료와 기능성 성분의 조합을 제품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품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계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PDRN·어성초 등 핵심 성분을 전면에 배치하고 피부 고민별로 라인을 구분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의 목적을 쉽게 파악하도록 한다. 이런 '성분 중심' 전략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통했다. 더파운더즈는 현재 전체 매출의 약 90%가 글로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 160개국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회사 자료에서 설명한다. ◇ 마다가스카르 원료 자체가 브랜드…구다이글로벌 스킨1004 구다이글로벌 계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스킨1004는 원료의 '산지'까지 브랜드 정체성으로 끌어들인 사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산 센텔라아시아티카다. '마다가스카르 센텔라'라는 이름을 주요 제품군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스킨1004를 센텔라 전문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했다. 대표 제품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은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을 핵심으로 피부 진정과 보습에 초점을 맞춘다.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제형과 간결한 성분 구성이 특징이다. 브랜드의 확장 방식도 흥미롭다. 기본 센텔라 라인을 시작으로 수분을 강조한 '히알루-시카', 피부장벽 관리를 겨냥한 '프로바이오-시카' 등으로 피부 고민을 세분화했다. 앰플뿐 아니라 선세럼·클렌징오일·크림 등으로 제품 영역도 넓혔다. 특정 원료를 하나의 브랜드 세계관으로 만든 전략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며 해외 중심의 K-뷰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 하이드로겔·화이트 트러플…제품 하나가 브랜드의 얼굴 뷰티셀렉션의 바이오던스는 하이드로겔 마스크라는 뚜렷한 대표 제품을 갖고 있다.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는 일반적인 부직포 시트마스크와 달리 하이드로겔 형태로 만들어졌다. 장시간 피부에 붙여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했던 마스크가 점차 투명해지는 독특한 모습도 제품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저분자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등을 활용하고 피부에 밀착해 집중 관리하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제품의 변화 과정이 영상으로 쉽게 표현된다는 특성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달바글로벌의 달바는 '화이트 트러플'과 '스프레이 세럼'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었다. 대표 제품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세럼을 미스트처럼 뿌려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활용한 독자 성분을 적용하고 오일과 세럼이 분리된 이중층 제형으로 만들어 흔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메이크업 전후나 건조함을 느낄 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세럼과 다른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화이트 트러플=달바', '뿌리는 세럼=달바'라는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 '좋은 성분은 피부를 속이지 않는다'…마녀공장, 클렌징 강자에서 종합 스킨케어로 마녀공장(manyo)은 '좋은 성분은 피부를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을 브랜드 출발점으로 삼는다. 엄선한 성분과 연구를 통해 피부 본연의 힘이 살아나는 순간을 만들겠다는 게 브랜드가 내세우는 철학이다. 슬로건 역시 '당신을 위한 매일의 마법(Everyday Magic for your skin)'이다. 제품 개발에서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민감성 피부를 고려한 저자극 포뮬러, 피부 고민에 대응하는 고기능 케어, 효능 성분의 '최대 함량'보다 안정화와 조합을 고려한 최적의 밸런스다. 블랙헤드·피부장벽·흔적·모공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별 제품을 설계한다. 브랜드의 얼굴은 단연 클렌징오일이다. '퓨어 소이빈 클렌징 오일'은 14가지 식물성 오일을 포함해 식물성 오일을 87% 이상 함유하고 블랙헤드와 피지, 피부 노폐물을 녹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논코메도제닉 테스트도 완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마녀공장은 클렌징 강점을 하나의 제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일·밀크·폼·워터·밤 등으로 클렌징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했다. 동시에 갈락 나이아신, 비피다 바이옴, 글루타치온 등을 활용한 토너·에센스·앰플·크림과 선케어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제품 경쟁력도 강점이다. 퓨어 클렌징 오일은 누적 판매 2000만병을 넘어섰고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5년 연속 클렌징오일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얼루어 뷰티 어워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외 접점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마녀공장은 현재 66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미국에서는 울타뷰티와 타깃, 일본에서는 돈키호테·앳코스메·로프트 등 주요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 수분은 토리든·마스크팩은 메디힐…전문 분야 '집중 공략' 토리든의 토리든은 '수분'을 명확한 브랜드 자산으로 만든다. 대표 제품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세럼'을 중심으로 토너·크림·마스크 등 수분 관리 제품을 구성했다.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핵심으로 산뜻한 사용감과 수분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파란색 패키지와 'DIVE-IN'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메디힐은 '마스크팩의 대명사'에서 종합 스킨케어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랜 기간 피부 고민별 마스크팩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최근에는 이를 토너패드로 확장했다. 마데카소사이드·티트리·콜라겐 등 피부 고민에 따라 패드를 세분화해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쉽게 선택하도록 했다. 마스크팩에서 구축한 '피부 고민별 집중 관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패드와 세럼·크림 등 일상적인 스킨케어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 쿠션·립부터 두피·모발까지···K-뷰티 영역 넓어진다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색을 잘 다루는 브랜드다. '쥬시 래스팅 틴트' 등 립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상과 감각적인 제품명, 트렌디한 제형을 빠르게 선보여왔다. 특히 퍼스널컬러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소비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는 경험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했다. 한국에서 구축한 색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등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는 얼굴을 넘어 두피와 모발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단순히 머리를 씻는 샴푸보다 두피·탈모 증상·모발 볼륨 등 구체적인 고민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북미에서는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등을 앞세워 전문적인 두피관리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와이어트의 어노브는 '손상모 집중 케어'를 핵심으로 삼는다. 대표 제품 '딥 데미지 트리트먼트 EX'를 중심으로 염색과 펌, 열기구 사용 등으로 손상된 모발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트리트먼트뿐 아니라 샴푸·헤어오일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하나의 손상모 관리 루틴을 구축했다. 제품 효능뿐 아니라 향과 패키지, 사용 후 감촉 등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해 헤어제품을 생활용품보다 '뷰티 제품'으로 접근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의 CNP는 피부 전문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더마코스메틱을 표방한다. 프로폴리스 라인이 대표적이다.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 등을 중심으로 피부 보습과 광채 관리에 집중한다. 전문적인 더마 이미지를 바탕으로 피부 고민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하고 미국 등 해외 유통망도 확대하고 있다. ◇ 로드숍에서 다시 세계로…에이블씨엔씨 미샤·토니모리의 귀환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200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브랜드숍 시대를 연 대표적인 1세대 K-뷰티 브랜드다.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력을 앞세워 '화장품은 비싸야 한다'는 당시의 통념에 도전했고 이후 'M 퍼펙트 커버 BB크림', '타임 레볼루션' 등 세계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과 스테디셀러를 글로벌 소비자 취향에 맞춰 재해석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과거 국내 로드숍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사업구조 역시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토니모리도 2006년 출범한 1세대 K-뷰티 브랜드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철학은 'Be Uncommon-가장 나다운 특별함'이다.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재미있고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과 빠른 상품기획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특히 화장품 용기 제조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Fun & Unique' 디자인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발전시켰다. 과일이나 캐릭터 등을 활용한 눈에 띄는 패키지로 제품 자체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회사 자료 역시 용기를 제품 품질과 함께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제품의 폭도 넓다. 2025년 말 기준 스킨케어 211종, 메이크업 77종, 바디·헤어 62종, 남성화장품 22종을 갖추고 있다. 대표 스테디셀러는 '원더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다. 세라마이드 성분을 활용해 보습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지난해 6월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넘어섰다. 2500시간 숙성한 발효 지리산 어성초 추출물을 활용한 '어성초 시카 쿨링'도 토니모리의 원료 차별화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색조에서는 '겟잇틴트 워터풀 버터'와 '퍼펙트 립스 쇼킹 립' 등이 대표 상품이다. 겟잇틴트 워터풀 버터는 히알루론산과 시어버터를 활용해 촉촉한 사용감을 강조한다. 퍼펙트 립스 쇼킹 립은 강한 발색과 밀착력, 지속력을 특징으로 한다. 해외에서는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운 유통망과 연결하고 있다. 2023년 미국 타깃 1500개 매장에 입점했고 올해는 월마트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일본에서는 본셉이 웰시아 약 1700개 매장에 진출했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강점인 넓은 제품 개발 경험과 가격 경쟁력, 독창적인 디자인을 현재의 올리브영·다이소·글로벌 대형 유통채널에 맞게 다시 조합하고 있다는 점이 토니모리의 새로운 성장 전략인 셈이다. ◇ '20개 브랜드, 20개 무기'···K-뷰티 다양성이 경쟁력 20개 브랜드를 살펴보면 K-뷰티의 경쟁력은 하나의 성공 공식을 공유하는 데 있지 않다. 각자 '잘하는 것'이 명확하다는 점에 오히려 가깝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인삼 연구, 라네즈는 수분과 립케어, 에스트라는 피부장벽 더마, 코스알엑스는 성분 중심 스킨케어라는 색깔이 뚜렷하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했고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는 한국적인 원료와 문화를 제품에 녹였다. 더파운더즈의 아누아는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의 조합, 구다이글로벌 계열 스킨1004는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달바글로벌의 달바는 화이트 트러플, 마녀공장의 마녀공장은 클렌징이라는 확실한 브랜드 자산을 갖췄다. 색조와 헤어에서도 각자의 무기가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티르티르는 쿠션,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립,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는 두피, 와이어트의 어노브는 손상모 관리에 강점을 보인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와 토니모리의 토니모리는 1세대 K-뷰티가 축적한 제품개발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춰 재구성하고 있다. 세계 소비자가 'K-뷰티'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제품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다는 것. 20개 브랜드가 가진 서로 다른 색깔 자체가 지금의 K-뷰티를 움직이는 힘인 셈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미국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사는 이유는 '한국 제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K팝과 한국 드라마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 세계 소비자가 수년째 지갑을 여는 이유를 한류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K-뷰티의 성장 기간이 길고 범위가 넓다. 제품은 비교적 저렴하다. 성분은 낯설고 재미있다. 신제품은 끊임없이 나온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하는 곳도 TV 광고나 잡지가 아니라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이다. 마음에 들면 바로 아마존에서 살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현재 글로벌 소비재 시장이 원하는 조건을 고루 갖춘 셈이다. ◇ “이 가격에 이 품질?"…첫 번째 무기는 여전히 가성비 15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는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영리한 마케팅, K팝·영화 등 한국 문화의 영향이 맞물린 결과라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올해 뷰티산업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제품 발견과 구매가 크리에이터와 소셜플랫폼,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화에 빠르게 올라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한국 화장품을 들었다. K-뷰티 열풍은 우연히 터진 한 번의 '대박'보다 가격·제품·생산·문화·유통·마케팅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K-뷰티가 세계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들어간 첫 번째 이유로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꼽는다.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의 주력 제품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의 럭셔리 화장품보다 가격이 낮다. 글로벌 소비자가 익숙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럼과 크림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 인디브랜드 제품은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시험할 수 있다. '싼 화장품'과는 의미가 다르다. 낮은 진입가격에 기능성 성분과 새로운 제형을 결합한다. 피부장벽, 진정, 수분, 모공, 탄력 등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효능을 전면에 배치한다. 병풀과 쌀, 인삼 같은 익숙한 소재부터 달팽이점액, 스피큘, PDRN 등 화제를 만들기 좋은 성분까지 활용한다. 가격 부담이 낮으니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을 본 소비자가 직접 시험해보기 쉽다. 마음에 들면 재구매하고 주변에 경험을 공유한다. 온라인에서 또 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K-뷰티가 높은 광고비를 들여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뒤 제품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화장품 공식과 다른 지점이다. 소비자는 먼저 제품을 써본다. 효능을 체감하면 브랜드를 기억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인디브랜드가 가진 낮은 고정비 구조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자체 공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지 않고 제조는 ODM에 맡긴다. 마케팅과 제품기획, 브랜드 구축에 자원을 집중한다. 로이터도 한국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전문 제조사 활용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달팽이점액부터 PDRN까지…'이상한데 써보고 싶은' 제품 가격만 저렴했다면 지금과 같은 열풍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K-뷰티의 두 번째 경쟁력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내놓는 힘이다. 달팽이점액 에센스와 쿠션팩트, 마스크팩, 워터 틴트, 선스틱, 토너패드, 하이드로겔 마스크 등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유행을 만들거나 빠르게 대중화한 제품이 적지 않다. 현재 미국 아마존에서 K-뷰티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제품군도 계속 변한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K-뷰티의 강세 카테고리가 세럼과 크림, 토너, 선크림 중심이었다고 해석햇다. 지난해 마스크팩과 클렌징으로 넓어졌고 올해 멀티밤과 미스트, 아이패치, 토너패드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시장점유율 상승의 중요한 배경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PDRN과 스피큘, 엑소좀을 연상시키는 첨단 스킨케어 콘셉트도 해외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화장품이 피부과 시술을 대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관리'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 디자인과 설명이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작동한다. 맥킨지는 닥터멜락신의 사례를 별도로 살펴보기도 했다. 스피큘을 활용해 피부에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짧은 영상 콘텐츠에 잘 맞았다는 것이다. 닥터멜락신은 2024년 사실상 존재감이 없던 미국 틱톡숍 스킨케어 시장에서 지난해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관련 매출이 약 57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화면을 몇 초만 넘겨보는 소비자를 붙잡으려면 설명보다 장면이 필요하다. 화장품을 얼굴에 붙였을 때 투명하게 변하는 하이드로겔 마스크, 모공을 닦아내는 패드, 사용 전후를 비교하기 쉬운 제품은 숏폼 시대에 유리하다. 제품의 기능과 마케팅 콘텐츠가 처음부터 맞물리는 구조다. ◇ 유행 보이면 제품부터 만든다…K-뷰티의 '속도전' 세계 화장품 회사가 모두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다. 한국 기업의 특징은 읽고 끝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품화까지 빠르다. 국내에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를 비롯한 대형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부터 특수 제형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업체, 용기와 펌프를 만드는 부자재 기업까지 촘촘한 제조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브랜드가 제품 콘셉트와 성분, 목표 가격을 정하면 자체 공장이 없어도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수많은 인디브랜드가 동시에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 제조사가 단순한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시대도 지났다. ODM 업체가 자체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새로운 제형과 원료를 브랜드에 먼저 제안한다. 브랜드와 제조사 사이의 경쟁과 협력이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인다. 올해 호황은 이 시스템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증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하이드로겔 마스크 ODM 업체는 추가 주문을 받을 생산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브랜드 업체들의 주문 증가에 생산라인을 늘리고 2교대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까지 나타났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대형 ODM 기업은 설비를 교체해 같은 공간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일부 공정을 외주화해 주문에 대응한다. 제조업체끼리 물류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외국 경쟁사가 한국 브랜드의 제품 하나를 보고 비슷한 상품을 기획할 때 국내에서는 이미 후속 제품이 출시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K-뷰티의 또 다른 특징은 승자의 얼굴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화장품을 대표하는 이름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었다. 현재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명단에는 메디큐브, 아누아, 조선미녀, 스킨1004, 바이오던스, 달바, 닥터엘시아, 닥터멜락신, 이퀄베리, 성분에디터 등이 들어간다. 몇 년 전 국내 소비자에게도 낯설었던 이름이 많다. SK증권이 미국 아마존 판매지표를 추적한 결과 메디큐브와 아누아 같은 기존 강자가 더 성장하는 동시에 이퀄베리·닥터멜락신·셀리맥스·아렌시아·성분에디터·넘버즈인 등 후발 브랜드의 순위가 빠르게 상승했다. 작은 조직의 민첩성이 장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한국 연예인처럼"에서 “한국 제품이라 궁금해"로 한류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과거 K-뷰티와 한류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했다. 한국 드라마와 K팝 스타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으면 소비자가 배우와 가수의 화장법을 따라 했다. 한국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도 컸다.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세계로 확대되면서 범위가 달라졌다. BTS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산' 자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 음식과 패션, 여행, 화장품을 한국 문화의 연장선에서 경험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현재 K-뷰티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갔다. 해외 소비자가 반드시 특정 한국 연예인을 좋아해야 한국 화장품을 사는 것은 아니다. 틱톡 피드에서 제품을 먼저 발견하고 검색한 뒤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류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광고판이라기보다 '한국에서 온 새 상품을 한번 써봐도 괜찮다'는 신뢰의 문턱을 낮춰주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K팝이 문을 열었다면 제품력이 소비자를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K-뷰티의 폭발적인 성장은 소셜미디어의 변화와 시기도 정확히 겹쳤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마케팅 문법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배우나 모델을 기용해 TV 광고를 집행하고 백화점 매장에 대형 광고물을 설치했다. 지금 10~20대 소비자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에서 제품을 발견한다. 맥킨지는 소셜미디어가 더 이상 단순한 광고 채널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제품 발견과 크리에이터 협업, 고객 소통, 구매 전환까지 하나의 판매 기능으로 결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환경이 K-뷰티에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생 브랜드는 글로벌 광고 캠페인에 수백억원을 쓸 여력이 없다. 대신 수십·수백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제품을 보내 사용 영상을 만든다. 누군가 올린 영상 하나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 판매량이 급증한다. 대형 광고회사나 현지법인을 거치지 않고 미국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는 구조다. 제품의 이름을 짓는 방식도 달라졌다. '진정', '모공', '광채', '수분', '장벽'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핵심 성분을 전면에 내건 브랜드도 많다. 영상 한 편만 봐도 “이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마케팅이 아무리 뛰어나도 살 곳이 없으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마존이 두 번째 엔진 역할을 했다. 글로벌 소비자가 틱톡에서 한국 브랜드를 발견한 뒤 별도의 해외직구 사이트를 찾아 회원가입할 필요가 없다. 평소 사용하는 아마존에서 검색하고 주문하면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현지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하기 전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소비자 리뷰와 판매 순위도 쌓을 수 있다. 성과가 데이터로 확인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움직인다. 메디큐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분기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에서 강한 판매 성과를 거둔 뒤 얼타뷰티를 넘어 타겟과 월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채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수년 전만 해도 해외 화장품 사업은 매장부터 뚫고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먼저 브랜드를 키운다. 판매량과 검색량, 리뷰를 확인한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매장으로 부른다. 숨은 조력자도 있다. 과거 중소 화장품 기업이 해외로 나가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물류와 유통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품 한두 개가 인기를 얻어도 통관과 재고관리, 배송, 현지 영업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K-뷰티 열풍과 함께 전문 유통업체가 성장했다. 실리콘투는 여러 한국 브랜드 제품을 한꺼번에 해외로 유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지 물류거점을 갖추고 다양한 인디브랜드가 해외 판매망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등이 물류거점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에는 K-뷰티 전용 풀필먼트센터가 들어섰고 폴란드에도 실리콘투 물류센터가 있다. 상품을 잘 만드는 능력과 세계 소비자에게 제때 배송하는 능력이 함께 좋아졌다. 브랜드-ODM-용기-유통-플랫폼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K-뷰티의 경쟁력은 어느 한 요소에서 나오지 않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력에 빠른 상품 개발 능력이 더해졌다. 한류가 한국 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고 소셜미디어는 작은 브랜드에도 세계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열었다. ODM과 유통업체는 주문이 늘어날 때 빠르게 생산·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 요소들이 맞물리며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 공식도 바뀌었다.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해외 유통망부터 뚫던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브랜드가 제품 하나로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온라인에서 검증된 뒤 오프라인으로 영토를 넓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K-뷰티 열풍의 힘도 여기에 있다. 세계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처음 집어 들게 만든 것은 호기심일 수 있다. 다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은 결국 제품 경쟁력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韓 기업들 '글로벌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K-뷰티가 '대항해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을 상대로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팔던 산업의 모습은 빠르게 옛일이 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아마존과 틱톡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들은 한국 브랜드를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폴란드,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 중국 의존 벗었다…세계로 뻗어가는 K-뷰티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9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다. 2023년 상반기 40억7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와 비교하면 3년 만에 72%가량 늘었다. 2분기 수출액만 39억달러(약 5조2800억원)로 1분기보다 25.8% 증가했다. 연간 기준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12년 10억7000만달러(약1조4400억원)에 그쳤다. 2024년 102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14억달러(약 15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은 수출 지도를 보면 더욱 선명하다. 올해 상반기 최대 화장품 수출국은 미국이다. 대미 수출액은 14억4900만달러(약 1조9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의 20.7%를 미국이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 10.9%였던 미국 비중은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미국이 처음 중국을 제치고 연간 최대 수출국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상반기 전체 화장품 수출의 46.5%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2023년 34.7%, 2024년 25.2%, 지난해 19.6%, 올해 14.4%로 내려왔다.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출액은 10억6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차이나 리스크'가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K-뷰티 성장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면세점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해 현지에 재판매하는 따이공이 주요 유통 경로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한한령, 코로나19, 중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현재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현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한국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 브랜드들은 아마존을 넘어 얼타뷰티·세포라·타겟·월마트·코스트코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 영국 150%·네덜란드 220%↑…유럽으로 번진 K-뷰티 미국 다음 성장축은 유럽이다. 올해 상반기 폴란드 수출액은 2억5100만달러(약 33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2.8% 늘었다. 영국은 2억4600만달러(약 3320억원)로 150.6% 증가했다. 네덜란드는 1억7700만달러(약 2390억원)로 220.4% 뛰었다. 튀르키예 수출도 87.6%, 에스토니아는 196.1% 증가했다. 유럽 밖에서는 호주와 캐나다가 각각 46.1%, 55.9% 성장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럽 지역 화장품 수출 증가액이 7억5000만달러(약 1조130억원)로 미국의 4억2000만달러(약 5670억원)를 웃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화장품 수출 증가액의 약 70%를 차지했다. 유럽 물류망 확대도 수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K-뷰티 전용 풀필먼트센터가 들어섰고 에스토니아와 폴란드 등에도 한국 화장품 유통사의 물류시설이 자리 잡았다. 특정 국가의 소비 증가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기반이 갖춰지는 모습이다. 성장 여력도 크다. SK증권은 올해 북미와 유럽 화장품 시장 내 K-뷰티 침투율을 각각 4.8%, 4.2% 수준으로 추정했다. 장기적으로 10% 안팎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화장품 시장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K-뷰티가 현지 대형 유통업체 매장까지 본격적으로 파고들 경우 추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아마존 베스트셀러 점령…'무명 브랜드'도 세계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K-뷰티의 글로벌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검색하면 코스알엑스와 메디큐브, 아누아,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스킨1004, 토리든 등 국내 브랜드가 상위권에 등장한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에게 먼저 이름을 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증권이 미국 아마존 23개 뷰티 카테고리에서 156개 한국 브랜드의 BSR(Best Sellers Rank)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평균 점수는 794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9.7% 높아졌다. K-뷰티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3%에서 15.7%로 상승했다. 메디큐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맥킨지는 메디큐브가 올해 1분기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에서 뷰티 브랜드 1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해외 화장품 시장 진출은 대기업의 영역에 가까웠다.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광고비를 투입해 백화점과 전문 유통업체 영업망을 확보해야 했다. 아마존과 틱톡은 이 진입장벽을 낮췄다. 국내 중소 브랜드도 제품 하나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 세계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검증받은 K-뷰티는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메디큐브는 미국 얼타뷰티에 이어 월마트와 타겟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달바와 센텔리안24 등 다른 한국 브랜드들도 현지 오프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의 오프라인 판매 비중은 여전히 약 60% 수준이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직 공략하지 못한 시장이 더 큰 셈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메디큐브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 올해 초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유럽 5개국 아마존 입점을 마쳤다. 글로벌 시장 진출 공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현지 유통업체 매장에 제품을 넣은 뒤 브랜드를 알렸다. 지금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발견한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구매한다. 판매량과 리뷰가 쌓이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입점한 뒤 유명해지는 브랜드'에서 '유명해진 뒤 입점하는 브랜드'로 순서가 바뀌고 있다. ◇ 세럼 넘어 마스크팩·헤어케어…잘 팔리는 품목도 확대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54억8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미국으로 향한 기초화장품 수출은 7억4000만달러(약 9990억원)에서 11억달러(약 1조4900억원)로 48.6% 뛰었다. 초기 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세럼과 크림, 토너, 선크림에 마스크팩과 클렌징 제품이 가세했다. 최근에는 멀티밤과 미스트, 아이패치, 토너패드 등으로 인기 품목이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이드로겔 마스크 성장세도 가파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마스크팩 수출액은 처음 월 5000만달러(약 675억원)를 넘어섰다.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한 규모다. 헤어케어도 새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대미 헤어케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K-뷰티=스킨케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마스크팩과 헤어·바디케어 등으로 수출 품목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수출 열기는 국내 화장품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브랜드가 해외에서 주문을 받으면 제품을 생산하는 ODM과 용기업체,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유통기업의 물량도 함께 늘어난다. 하나증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처음 분기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콜마는 국내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처음 분기 매출 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화장품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는 분기 매출 400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생산라인도 바쁘게 돌아간다. 수출이 급증한 하이드로겔 마스크의 경우 일부 제조업체는 설비를 늘려도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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