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에 기대어 성장하던 시대를 지나 미국·유럽·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K-뷰티'를 직접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소·인디 브랜드가 아마존과 틱톡에서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과 용기업체, 상품을 세계 각지로 실어 나르는 유통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수출 지형과 인기 브랜드, 제조 경쟁력, 해외 유통망, 소비 현장 등을 통해 K-뷰티 열풍의 현재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코스맥스·한국콜마 등 '한류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에스트라 아토베리어 크림 연출 이미지.

'K-뷰티'의 글로벌 열풍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뷰티 20개 브랜드의 제품과 특징을 살펴봤다.
◇ 화장품에 디바이스까지…에이피알 메디큐브 '홈 뷰티' 개척
최근 K-뷰티의 진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다.
메디큐브의 경쟁력은 피부 고민을 세분화한 화장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함께 제공한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바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집에서 기기를 활용해 피부를 관리하도록 '홈 뷰티 루틴'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화장품에서는 모공·탄력·보습·광채 등 피부 고민별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브랜드의 장수 제품 가운데 하나인 '제로모공패드'는 토너를 적신 패드를 이용해 피부결과 모공을 간편하게 관리하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콜라겐과 PDRN 등 세계 뷰티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성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럼·크림·마스크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해 소비자가 하나의 피부 고민에 맞춰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에이피알 메디큐브가 다음달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릴레이 팝업'을 진행한다.
메디큐브만의 차별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화장품을 홈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과 연결한다.
AGE-R은 2021년 '더마 EMS 샷'을 시작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저주파(EMS), 고주파(RF), 초음파(HIFU) 등 미용기기에 활용되는 기술을 가정용 기기에 적용한 '부스터 프로', '울트라 튠 40.68', '하이 포커스 샷' 등을 선보였다. 올해 3월에는 차세대 제품 '부스터 프로 X2'를 내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부 고민에 맞는 메디큐브 화장품을 고르고 AGE-R 기기를 활용해 관리하는 하나의 루틴을 만들 수 있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각각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경험'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 구축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2021년 약 5만대였던 AGE-R 누적 판매량은 올해 1월 600만대를 넘어섰다. 본업인 화장품의 성장도 가파르다. 에이피알의 연결 기준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은 2024년 3385억원에서 지난해 1조77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100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온라인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를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옮기고 있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울타뷰티 약 1400개 매장에 메디큐브가 입점했다. 올해 4월 타깃 1500개 이상 매장, 6월에는 월마트 약 3000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일본에서도 스킨케어와 AGE-R을 동시에 앞세운다. 지난해 3분기 큐텐 재팬 '메가와리' 행사에서는 약 2주간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럽·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B2B 판매 지역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스킨케어에서 시작해 디바이스까지 영역을 넓힌 메디큐브는 K-뷰티가 화장품이라는 전통적인 제품 범주를 넘어 '뷰티테크'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인 셈이다.
▲조선미녀 제품 이미지.
◇ 쌀·인삼을 '힙하게'···구다이글로벌 조선미녀, 한방의 재해석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는 이름부터 다른 K-뷰티 브랜드와 결이 다르다. 영문 브랜드명 역시 'Beauty of Joseon'이다. 조선시대의 미용법과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는다.
가장 큰 특징은 한방과 한국 전통 원료를 젊고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쌀·인삼·녹두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원료를 현대적인 스킨케어 성분과 제형에 접목한다.
대표 제품인 '맑은쌀 선크림'(Relief Sun: Rice + Probiotics)은 이런 철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쌀 추출물과 곡물 유래 발효 성분을 활용하면서 매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케어를 지향한다.
기존 자외선차단제에서 소비자가 느끼던 무겁고 답답한 사용감을 줄이고 스킨케어 제품처럼 편하게 바를 수 있도록 접근한 것도 특징이다. 자외선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바르는 제품이 아니라 매일의 피부관리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선크림을 제안한 것이다.
조선미녀의 세계관은 하나의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인삼을 활용한 에센스와 세럼, 쌀과 알파알부틴을 결합한 세럼, 녹두를 활용한 클렌저 등 제품 전반에서 한국적인 원료와 현대 화장품 성분을 결합한다.
패키지도 화려한 장식을 앞세우기보다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택했다. 제품명부터 원료와 패키지, 브랜드 스토리까지 하나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세계관으로 연결한다.
이 같은 접근법은 해외에서 오히려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됐다. 특히 맑은쌀 선크림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해외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사용 콘텐츠가 확산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조선미녀의 성장 과정은 K-뷰티가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가격이나 제품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익숙한 원료와 문화가 해외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뷰티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중 구다이글로벌의 티르티르는 색조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티르티르를 대표하는 제품은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이다. 붉은색의 둥근 패키지와 높은 커버력·밀착력을 앞세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피부톤을 고려해 쿠션의 색상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힌 점이 주목받았다.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쿠션이라는 제품을 다양한 인종과 피부톤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화한 것이다.
조선미녀가 한국의 전통 원료와 스킨케어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두드렸다면 티르티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쿠션'을 세계 소비자에게 맞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구다이글로벌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꼽힌다.
▲라네즈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라네즈 서울' 내부 이미지.
◇ '립 마스크'부터 인삼·더마까지…아모레퍼시픽 4色 전략
'전통 강자' 아모레퍼시픽도 존재감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수분'이다. 1994년 출범한 이후 수분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고 잠자는 시간을 피부관리 시간으로 활용하는 '슬리핑 뷰티'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대표 제품은 '립 슬리핑 마스크'다. 잠들기 전 입술에 바르는 마스크라는 직관적인 사용법에 다양한 향과 제형을 결합했다. 립밤처럼 수시로 바르는 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밤사이 입술을 관리한다는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네즈는 립 슬리핑 마스크를 중심으로 립 글로이 밤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최근에는 개인화된 뷰티 경험에도 힘을 싣고 있다. '라네즈 서울'에서는 최대 45가지 조합의 립 슬리핑 마스크를 만들고 150가지 색상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쿠션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립 슬리핑 마스크는 2024년 한 해 세계에서 약 2000만개가 판매됐다. 현재 라네즈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인삼'을 브랜드 자산으로 키운 K-럭셔리 대표 주자다. 뿌리는 1966년 세계 최초 인삼 화장품 'ABC 인삼크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설화수는 오랜 기간 축적한 인삼 연구를 현대 피부과학과 결합해 제품으로 구현한다. 대표적인 '자음생크림'은 인삼을 핵심 원료로 활용한 안티에이징 제품이다. '윤조에센스' 역시 설화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제품만큼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도 차별화한다. 전통 한방과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패키지와 매장, 광고 등에 일관되게 적용한다.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고급 화장품'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원료와 미학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 본관 1층에 위치한 설화수 공식 팝업 스토어 전경.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는 '정통 더마'를 내세운다. 태평양제약에서 시작된 더마 헤리티지에 아모레퍼시픽의 피부 연구 역량을 결합한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 역시 서로 다른 물이 만나 비옥한 땅을 만드는 삼각주의 어원 'ESTUARY'에서 가져왔다.
대표 제품은 '아토베리어365 크림'이다. 피부장벽과 보습이라는 명확한 피부 고민을 중심으로 제품을 설계한다. 에스트라는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으로 축적한 전문성을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킨케어로 확장했다.
특히 독자적인 세라마이드 캡슐 기술 등을 활용해 피부장벽 관리라는 전문 영역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아토베리어365를 중심으로 크림·로션·클렌저·세럼 등으로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는 성분 중심의 직관적인 스킨케어로 결이 다르다. 대표 제품군은 달팽이점액여과물을 활용한 '어드밴스드 스네일' 라인이다. 에센스와 크림 등을 통해 보습과 피부 컨디셔닝에 집중한다. 제품명에서 핵심 성분과 제품의 역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인디 브랜드로 출발해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아모레퍼시픽에 편입됐다는 점도 독특하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는 인디 브랜드의 상품기획력과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유통 역량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아누아가 올리브영 美 패서디나점서 '브랜드 오브 더 위크'에 참여했다.
◇ '어성초 브랜드' 넘어 PDRN까지…더파운더즈 아누아의 성분 전략
더파운더즈의 아누아는 피부에 효과적인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을 결합하는 'K-뷰티 퍼포먼스 스킨케어'를 지향한다. 피부에 가장 효과적인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으로 만드는 브랜드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아누아의 이름을 처음 알린 원료는 어성초다. 대표 제품인 '어성초 77 수딩 토너'를 중심으로 피부 진정과 편안한 사용감을 강조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핵심 원료와 함량을 제품명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전달한 것도 특징이다.
최근 아누아는 '어성초 브랜드'라는 틀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더파운더즈가 제시한 주요 제품군을 보면 PDRN, 아젤라익산, 복숭아, TXA, 라이스 등 피부 고민에 따라 서로 다른 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가 확장됐다.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는 'Gentle yet Effective'가 있다. 피부에 부담을 줄이는 사용감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유행하는 성분을 높은 함량으로 넣기보다 피부 고민에 맞는 자연 유래 원료와 기능성 성분의 조합을 제품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품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계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PDRN·어성초 등 핵심 성분을 전면에 배치하고 피부 고민별로 라인을 구분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의 목적을 쉽게 파악하도록 한다.
이런 '성분 중심' 전략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통했다. 더파운더즈는 현재 전체 매출의 약 90%가 글로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 160개국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회사 자료에서 설명한다.
▲스킨1004가 핀란드 '예뽀 코리아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 마다가스카르 원료 자체가 브랜드…구다이글로벌 스킨1004
구다이글로벌 계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스킨1004는 원료의 '산지'까지 브랜드 정체성으로 끌어들인 사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산 센텔라아시아티카다. '마다가스카르 센텔라'라는 이름을 주요 제품군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스킨1004를 센텔라 전문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했다.
대표 제품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은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을 핵심으로 피부 진정과 보습에 초점을 맞춘다.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제형과 간결한 성분 구성이 특징이다.
브랜드의 확장 방식도 흥미롭다. 기본 센텔라 라인을 시작으로 수분을 강조한 '히알루-시카', 피부장벽 관리를 겨냥한 '프로바이오-시카' 등으로 피부 고민을 세분화했다. 앰플뿐 아니라 선세럼·클렌징오일·크림 등으로 제품 영역도 넓혔다.
특정 원료를 하나의 브랜드 세계관으로 만든 전략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며 해외 중심의 K-뷰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던스 글로벌 홍보 포스터.
◇ 하이드로겔·화이트 트러플…제품 하나가 브랜드의 얼굴
뷰티셀렉션의 바이오던스는 하이드로겔 마스크라는 뚜렷한 대표 제품을 갖고 있다.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는 일반적인 부직포 시트마스크와 달리 하이드로겔 형태로 만들어졌다. 장시간 피부에 붙여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했던 마스크가 점차 투명해지는 독특한 모습도 제품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저분자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등을 활용하고 피부에 밀착해 집중 관리하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제품의 변화 과정이 영상으로 쉽게 표현된다는 특성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달바 제품 이미지.
달바글로벌의 달바는 '화이트 트러플'과 '스프레이 세럼'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었다.
대표 제품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세럼을 미스트처럼 뿌려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활용한 독자 성분을 적용하고 오일과 세럼이 분리된 이중층 제형으로 만들어 흔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메이크업 전후나 건조함을 느낄 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세럼과 다른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화이트 트러플=달바', '뿌리는 세럼=달바'라는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마녀공장이 미국 LA에 마련한 체험형 '매직쇼' 부스 전경.
◇ '좋은 성분은 피부를 속이지 않는다'…마녀공장, 클렌징 강자에서 종합 스킨케어로
마녀공장(manyo)은 '좋은 성분은 피부를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을 브랜드 출발점으로 삼는다. 엄선한 성분과 연구를 통해 피부 본연의 힘이 살아나는 순간을 만들겠다는 게 브랜드가 내세우는 철학이다. 슬로건 역시 '당신을 위한 매일의 마법(Everyday Magic for your skin)'이다.
제품 개발에서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민감성 피부를 고려한 저자극 포뮬러, 피부 고민에 대응하는 고기능 케어, 효능 성분의 '최대 함량'보다 안정화와 조합을 고려한 최적의 밸런스다. 블랙헤드·피부장벽·흔적·모공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별 제품을 설계한다.
브랜드의 얼굴은 단연 클렌징오일이다. '퓨어 소이빈 클렌징 오일'은 14가지 식물성 오일을 포함해 식물성 오일을 87% 이상 함유하고 블랙헤드와 피지, 피부 노폐물을 녹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논코메도제닉 테스트도 완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마녀공장은 클렌징 강점을 하나의 제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일·밀크·폼·워터·밤 등으로 클렌징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했다. 동시에 갈락 나이아신, 비피다 바이옴, 글루타치온 등을 활용한 토너·에센스·앰플·크림과 선케어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제품 경쟁력도 강점이다. 퓨어 클렌징 오일은 누적 판매 2000만병을 넘어섰고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5년 연속 클렌징오일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얼루어 뷰티 어워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외 접점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마녀공장은 현재 66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미국에서는 울타뷰티와 타깃, 일본에서는 돈키호테·앳코스메·로프트 등 주요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토리든이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에 참가했다.
◇ 수분은 토리든·마스크팩은 메디힐…전문 분야 '집중 공략'
토리든의 토리든은 '수분'을 명확한 브랜드 자산으로 만든다.
대표 제품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세럼'을 중심으로 토너·크림·마스크 등 수분 관리 제품을 구성했다.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핵심으로 산뜻한 사용감과 수분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파란색 패키지와 'DIVE-IN'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메디힐은 '마스크팩의 대명사'에서 종합 스킨케어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랜 기간 피부 고민별 마스크팩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최근에는 이를 토너패드로 확장했다. 마데카소사이드·티트리·콜라겐 등 피부 고민에 따라 패드를 세분화해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쉽게 선택하도록 했다.
마스크팩에서 구축한 '피부 고민별 집중 관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패드와 세럼·크림 등 일상적인 스킨케어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닥터그루트가 미국 세포라 424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다.
◇ 쿠션·립부터 두피·모발까지···K-뷰티 영역 넓어진다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색을 잘 다루는 브랜드다. '쥬시 래스팅 틴트' 등 립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상과 감각적인 제품명, 트렌디한 제형을 빠르게 선보여왔다.
특히 퍼스널컬러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소비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는 경험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했다. 한국에서 구축한 색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등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는 얼굴을 넘어 두피와 모발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단순히 머리를 씻는 샴푸보다 두피·탈모 증상·모발 볼륨 등 구체적인 고민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북미에서는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등을 앞세워 전문적인 두피관리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어노브가 미국 세포라에 입점했다.
와이어트의 어노브는 '손상모 집중 케어'를 핵심으로 삼는다.
대표 제품 '딥 데미지 트리트먼트 EX'를 중심으로 염색과 펌, 열기구 사용 등으로 손상된 모발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트리트먼트뿐 아니라 샴푸·헤어오일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하나의 손상모 관리 루틴을 구축했다.
제품 효능뿐 아니라 향과 패키지, 사용 후 감촉 등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해 헤어제품을 생활용품보다 '뷰티 제품'으로 접근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의 CNP는 피부 전문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더마코스메틱을 표방한다. 프로폴리스 라인이 대표적이다.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 등을 중심으로 피부 보습과 광채 관리에 집중한다. 전문적인 더마 이미지를 바탕으로 피부 고민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하고 미국 등 해외 유통망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 CNP 프로폴리스 에너지 액티브 앰플.
◇ 로드숍에서 다시 세계로…에이블씨엔씨 미샤·토니모리의 귀환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200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브랜드숍 시대를 연 대표적인 1세대 K-뷰티 브랜드다.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력을 앞세워 '화장품은 비싸야 한다'는 당시의 통념에 도전했고 이후 'M 퍼펙트 커버 BB크림', '타임 레볼루션' 등 세계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과 스테디셀러를 글로벌 소비자 취향에 맞춰 재해석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과거 국내 로드숍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사업구조 역시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토니모리의 '세라마이드 하이드레이팅 버블 세럼' 제품 이미지.
토니모리도 2006년 출범한 1세대 K-뷰티 브랜드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철학은 'Be Uncommon-가장 나다운 특별함'이다.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재미있고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과 빠른 상품기획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특히 화장품 용기 제조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Fun & Unique' 디자인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발전시켰다. 과일이나 캐릭터 등을 활용한 눈에 띄는 패키지로 제품 자체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회사 자료 역시 용기를 제품 품질과 함께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제품의 폭도 넓다. 2025년 말 기준 스킨케어 211종, 메이크업 77종, 바디·헤어 62종, 남성화장품 22종을 갖추고 있다.
대표 스테디셀러는 '원더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다. 세라마이드 성분을 활용해 보습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지난해 6월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넘어섰다. 2500시간 숙성한 발효 지리산 어성초 추출물을 활용한 '어성초 시카 쿨링'도 토니모리의 원료 차별화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색조에서는 '겟잇틴트 워터풀 버터'와 '퍼펙트 립스 쇼킹 립' 등이 대표 상품이다. 겟잇틴트 워터풀 버터는 히알루론산과 시어버터를 활용해 촉촉한 사용감을 강조한다. 퍼펙트 립스 쇼킹 립은 강한 발색과 밀착력, 지속력을 특징으로 한다.
해외에서는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운 유통망과 연결하고 있다. 2023년 미국 타깃 1500개 매장에 입점했고 올해는 월마트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일본에서는 본셉이 웰시아 약 1700개 매장에 진출했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강점인 넓은 제품 개발 경험과 가격 경쟁력, 독창적인 디자인을 현재의 올리브영·다이소·글로벌 대형 유통채널에 맞게 다시 조합하고 있다는 점이 토니모리의 새로운 성장 전략인 셈이다.
▲미샤 '옹기발효' 헤리티지 이미지.
◇ '20개 브랜드, 20개 무기'···K-뷰티 다양성이 경쟁력
20개 브랜드를 살펴보면 K-뷰티의 경쟁력은 하나의 성공 공식을 공유하는 데 있지 않다. 각자 '잘하는 것'이 명확하다는 점에 오히려 가깝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인삼 연구, 라네즈는 수분과 립케어, 에스트라는 피부장벽 더마, 코스알엑스는 성분 중심 스킨케어라는 색깔이 뚜렷하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했고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는 한국적인 원료와 문화를 제품에 녹였다.
더파운더즈의 아누아는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의 조합, 구다이글로벌 계열 스킨1004는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달바글로벌의 달바는 화이트 트러플, 마녀공장의 마녀공장은 클렌징이라는 확실한 브랜드 자산을 갖췄다.
색조와 헤어에서도 각자의 무기가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티르티르는 쿠션,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립,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는 두피, 와이어트의 어노브는 손상모 관리에 강점을 보인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와 토니모리의 토니모리는 1세대 K-뷰티가 축적한 제품개발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춰 재구성하고 있다.
세계 소비자가 'K-뷰티'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제품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다는 것. 20개 브랜드가 가진 서로 다른 색깔 자체가 지금의 K-뷰티를 움직이는 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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