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감] “애인보다 나”... 20대가 연애를 안 하는 이유

과거 20대에게 연애는 대학생활의 꽃이자 당연한 필수코스로 여겨졌다. 캠퍼스 커플을 꿈꾸며 미팅과 소개팅에 열을 올리던 풍경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적지 않은 청년들에게 연애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될 때만 고르는 '선택지'가 됐다.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에너지를 쏟기보다, 나 자신의 성장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 감정 소모보다는 '마음의 평화' 이들은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기복과 갈등을 큰 부담으로 느낀다. 대학생 김모 씨(여·20)는 연애했다가 헤어졌던 경험을 떠올리며 “연애를 하면 필연적으로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 소모가 내 일상을 망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연애를 시작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감정 소모 및 갈등'을 꼽은 응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생 박모 씨(여·20)는 연애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씨는 “연애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연락을 기다리는 모든 과정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누군가에게 내 감정의 주도권을 맡기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쓰고 싶다. 연애를 안 하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 딱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마음이 더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설문에서도 연애가 '인생에서 필수적이지 않다'고 답한 인원은 9명에 달했다. ◇갓생 살기와 개인 시간 사수 최근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갓생' 문화와 자기관리 열풍은 연애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 차모 씨(21)는 최근 새벽 운동과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차 씨는 “나를 가꾸고 성장시키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연애를 하면 이 소중한 개인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14명은 '연애보다 나 자신의 성장이나 휴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대학생 박모 씨(여·23)는 연애 대신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박 씨는 “연애에 쓸 돈과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이나 운동에 투자한다. 결과가 확실하게 남는 자기계발이 연애보다 훨씬 생산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손모 씨(28)는 경제적인 현실을 언급하며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도 밥값과 카페 비용 등으로 월 50만원 가량이 깨진다. 이 중 데이트 비용이 6 정도를 차지한다"며 “그 돈이면 학원비를 내거나 사고 싶던 옷을 사는 게 낫다.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할 절박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설문에서도 연애에 쓸 시간과 돈을 취미나 운동, 학업 등에 쏟고 싶어하는 경향이 고르게 나타났다. ◇사회 분위기도 혼술 문화와 개인 루틴 중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는 연애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을 상쇄해 준다. 대학생 한모 씨(20)는 하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며 보낸다. 한 씨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에서 연애를 하지 않아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매체로 '유튜브와 OTT'를 선택한 응답자가 18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응답도 13명에 달했다. 대학생 강모 씨(22)는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굳이 연애를 안 해도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혼술 문화와 개인 루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연애 기회를 줄이는 요소다. 대학생 윤모 씨(24)는 “예전처럼 단체 술자리가 많지 않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적다. 하지만 억지로 기회를 만들기보다 혼자만의 루틴을 지키는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대에게 연애는 이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될 때 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신교근 기자·손혜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수백 명과 대화해도 현실은 혼자…SNS가 키운 청년 고독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데, 스마트폰 화면이 꺼지는 순간이 유독 외롭게 느껴져요."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주말 저녁이면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창을 들여다본다. 수백 명의 팔로워와 일상적인 대화와 농담을 주고받고, 친구들의 게시물에도 댓글을 남긴다. 화면 속 최씨의 모습만 보면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화가 하나둘 끊기는 새벽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씨는 “온라인에서는 수십 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순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SNS에서의 관계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현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시대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실제 만남과 정서적 유대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낀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대학생 박모 씨(20)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부터 확인한다. 지인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고 밤사이 자신의 게시물에 어떤 반응이 달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박씨는 “밤사이 올린 사진의 좋아요 수가 생각보다 적으면 순간적으로 모든 연결이 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사람도 많고 게시물도 많은데 오히려 그 안에서 혼자 겉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 속 세상은 계속 북적거리는데 그 흐름에 끼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단순히 외롭다는 것보다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타인의 일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임모 씨(26)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켰다가 대학 시절 함께 지냈던 동기가 사원증 사진을 올린 것을 봤다. 게시물에는 축하 댓글이 잇따랐다. 임씨는 “친했던 친구가 취업했다는 사실을 축하해줘야 하는데, 그 순간에는 오히려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댓글을 달지 않고 바로 앱을 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SNS 사용을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또 다른 불안감이 찾아왔다. 임씨는 “친구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요즘 어떤 것이 유행하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 오히려 사회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SNS를 보면 비교하게 되고, 안 보면 세상에서 나만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SNS의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도 청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지만, 타인의 소비와 여행, 여가생활 등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만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20)는 손님이 뜸한 시간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본다. 짧은 영상들을 넘기다 보면 인플루언서들의 해외여행이나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씨는 “새벽에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을 계속 보다 보면 밤새 일해서 버는 내 시급과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너무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깐 재미로 보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보고 나면 기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모 씨(여·20) 역시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마다 SNS를 찾는다. 재미있는 숏폼이나 게시물을 보면서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SNS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회가 커진다고 했다. 이씨는 “공부가 안 될 때마다 SNS를 켜는데, 한참 보고 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내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마트폰을 끄고 나면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SNS 사용과 청년층의 우울감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2025년 우울증 및 정신질환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113만8230명으로 2021년 91만785명보다 약 25% 증가했다.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이 18~30세 97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SNS 이용과 우울 증상의 관계를 추적한 연구에서도 SNS 사용량과 우울 증상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하루 SNS 사용 시간이 많은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SNS 사용 자체가 우울증을 직접 발생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성향이나 기존 정신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SNS 사용이 많은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교'와 '시간 낭비에 대한 후회', '현실과 온라인 사이의 괴리감'이었다. SNS를 하루 200분 이상 이용한다는 대학생 권모 씨(20)는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지만 화면을 끄고 나면 현실에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사람들과 계속 연결돼 있었는데도 정작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SNS에서의 관계와 현실의 관계 사이에 차이를 느낀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대학생 안모 씨(20)는 SNS에서 상당한 수의 인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힘든 일이 있을 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안씨는 “SNS에서는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던 사이인데도 막상 실제로 만나면 서로 할 말이 없을 때가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눈앞에 있으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관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현실에서의 사회적 관계나 정서적 지지가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SNS에서는 친구들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DM도 계속 주고받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라며 “온라인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과 이야기해도 직접 만날 사람이 없을 때면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SNS는 청년들에게 분명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멀리 떨어진 친구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관심 있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수처럼 관계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타인의 반응에 자신의 가치를 대입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취업과 여행, 소비 등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는 일도 반복된다. 결국 청년들에게 SNS는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인 동시에 비교와 관계에 대한 피로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백 명의 팔로워와 대화하고 수많은 게시물을 접하는 동안에도 정작 스마트폰 화면을 끄는 순간 고독을 느끼는 청년들. SNS 시대의 청년 고독은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외로움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윤호 기자·임성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진짜인 줄 알았다”…SNS 뒤덮은 AI 생성물, 혼란·피로감 확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로 제작된 이미지와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실제 사람이나 상황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이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진짜인 줄 알았다"…오인 사례 잇따라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늑구 실종 사건'이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 AI로 생성된 늑구 이미지가 실제 실종 사진처럼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탓이다. 일부 이용자들이 이를 실제 사건으로 받아들여 허위신고로 이어졌고, 급기야 소방당국이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AI 기술이 실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대표적 사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AI 크리에이터 '유브카이만(ubcaiman)'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케이팝 아이돌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지속적으로 게시 중이다. 해당 영상에는 이른바 '캐릭터 스왑' 기법이 활용돼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영상 속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구현되면서 많은 이용자가 실제 영상으로 착각하고는 한다. 영상 댓글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무섭다", “진짜 사람인 줄 알았다", “이젠 눈으로 봐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동시에 “초상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 “딥페이크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 AI 표시 정도는 필요하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용자 반응도 다양…혼란·피로감부터 흥미까지 AI 콘텐츠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반응은 다각도로 나타난다. 가장 지배적인 반응은 혼란과 피로감이다. SNS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진짜인 줄 알고 끝까지 봤다", “괜히 속은 기분이다", “이젠 인터넷에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실제 뉴스나 사건처럼 편집된 AI 콘텐츠가 늘면서 온라인 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기술 발전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기술력이 정말 신기하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콘텐츠 자체는 재미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I 기술이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규제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 콘텐츠가 허위정보 유포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용자들이 제작 방식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표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생 이모 씨(20)는 “예전에는 AI 콘텐츠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많아져서 피로하다"며 “일부 콘텐츠는 사람들을 일부러 속이려고 만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부모님 세대는 AI 콘텐츠를 진짜 뉴스나 실제 상황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쉽게 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용자들은 특히 이미지 형태의 AI 콘텐츠가 영상보다 구분하기 더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학생 김모 씨(여·19)는 “동물 사진이나 인물 이미지는 AI로 만든 티가 거의 안 난다"며 “댓글을 보면 실제 상황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이어 “영상은 자세히 보면 움직임이 어색하거나 손 모양 같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 티가 난다"며 “반면 사진은 순간적으로 지나가면 거의 구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AI 사진이라고 하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티가 거의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용자가 스스로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생성형 AI는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사진과 유사한 수준의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특히 SNS에서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이용자들이 진위 여부를 충분히 판단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회입법조사처 “무엇이 생성형 AI인지 판단 어려워" 생성형 AI 콘텐츠의 무분별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학생 엄모 씨(19)는 “콘텐츠의 재미는 제작자가 직접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든 결과물을 인간의 창작물과 완전히 같은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릴스에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AI 콘텐츠가 너무 많다"며 “이런 콘텐츠가 잘못 사용되면 범죄나 허위정보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 씨(여·18)는 “AI 기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용자가 AI 콘텐츠인지 알 수는 있어야 한다"며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표시장치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AI 콘텐츠 표시 의무화를 둘러싼 실효성 의견은 엇갈린다. 직장인 최모 씨(36)는 “AI가 만든 콘텐츠라면 최소한의 표시가 필요하다"며 “이용자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우모 씨(여·33)는 “요즘은 사진 보정이나 글쓰기에도 AI가 일부 활용된다"며 “어디까지를 AI 콘텐츠라고 볼 것인지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일부만 활용된 경우까지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의무화부터 추진하면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생성형 AI 기술은 콘텐츠 전체를 제작하는 방식뿐 아니라 이미지 보정, 문장 추천, 음성 변환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AI 사용 여부'만으로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생성형 AI 표시 의무화와 관련해 적용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무엇이 생성형 AI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밝히며, 표시 의무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일상 속 콘텐츠 제작 과정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이용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교근 기자·우태경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과제는 챗GPT로 하지만…” 20대의 ‘디지털 이중생활’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서모 씨(여·23)는 코딩 과제를 할 때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부친이 쓰던 낡은 수동 필름 카메라를 챙겨 서울 올림픽공원으로 외출한다. 서 씨는 “평일에는 전공 특성상 하루 종일 모니터를 봐야 해 피로한데, 주말에는 뷰파인더로 직접 초점을 맞추는 아날로그 취미로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 학업이나 일상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쓰면서 여가에는 굳이 아날로그 방식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강원대 원주캠퍼스 교정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고성능 스마트폰 대신 수동 필름 카메라인 '미놀타 X-700'으로 풍경을 찍고 있었다. 최 씨는 “최신 스마트폰은 화질이 너무 좋아 사진이 차갑게 느껴진다"며 “필름 특유의 거칠고 따뜻한 입자감이 좋아 현상소에 필름을 맡겨 스캔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도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주말마다 무거운 수동 카메라를 챙겨 동호회 출사를 나간다. 정 씨는 “필름은 한 통에 36장밖에 못 찍어 셔터를 누르기 전 신중해진다"며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기다림 자체가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필름값 인상으로 학생 신분에 비용 부담이 큼에도 이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현상소를 직접 찾아가며 위안을 얻는 이들도 있다. 서울 노량진에서 자취하는 취업 준비생 배모 씨(26)는 한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현상소를 찾는다. 배 씨는 “택배나 온라인 전송으로 편하게 결과물을 받아볼 수도 있지만, 현상소 문을 열고 들어가 필름을 맡긴 뒤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특유의 설렘과 기대감 때문에 일부러 발걸음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 막막하고 힘든데, 사진은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른 물리적인 노력만큼 온전한 실물로 인화되어 돌아온다는 점에서 큰 위로가 된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세상에 공유하려는 목적도 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여·21)는 필름 사진을 스캔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차 씨는 “스마트폰 앱 필터와 실제 필름의 색감은 확실히 다르다"며 “친구들도 일반 스마트폰 사진보다 필름 사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아날로그 회귀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4.8%가 '필름 카메라 구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포트 월드에 따르면 전 세계 활성 필름 카메라 사용자 4200만 명 중 35%가 청년층(18~30세)이며, 이들의 수요에 힘입어 전 세계 35㎜ 필름 판매량이 최근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장인 정모 씨(35)는 관련 논문을 인용해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20대에게 아날로그는 낡은 과거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대들이 무조건 아날로그만 쫓는 것이 아니라, 효율이 필요할 땐 디지털을, 감성이 필요할 땐 아날로그를 선택하는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현상소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 씨(23)는 “필름 카메라는 한 번 찍으면 끝이라 그 순간의 분위기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된다"며 “초점이 나간 사진도 결국 내 흔적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말에 필름 한 통을 비우며 평일의 디지털 피로감을 날려 보낸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치환되는 세상에서 손에 잡히는 필름 한 통과 인화지는 20대에게 작지만 확실한 위안이 되고 있다. 결국 이들에게 아날로그는 과거로의 도망이 아닌,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느림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생존 방식인 셈이다. 이상무 기자·윤이레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내 정보도 학습될까 불안”…2030 덮친 ‘AI 일상화’ 공포

2013년 개봉한 영화 에는 인간과 대화하며 감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가 등장한다. 사만다는 사용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농담과 사랑, 질투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까지 학습한다. 당시만 해도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상상에 가까웠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검색엔진처럼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학생들은 과제와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AI를 이용한다. 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고민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AI에 입력하는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이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 이를 학습에 사용할 경우 이용자가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다. 청년층을 비롯한 이용자들은 AI의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다. 고등학생 김범수 씨(17)는 AI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AI를 활용하면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지모 씨(19)도 AI가 학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씨는 “대학교에서 AI를 활용하면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지모 씨(41)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제미나이를 사용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사용하기 전보다 몇 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AI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화장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김모 씨(54·여)는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사내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직접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를 맡겨야 개인 업무에 맞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며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직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게 됐고 업무 처리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직원들이 야근하는 경우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AI가 정보 검색부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 개발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영역을 넓히면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편의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AI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직접 입력한다는 점이다. AI 챗봇에 질문을 하면서 이름이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회사 업무 내용, 개인적인 고민, 학업 자료 등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력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대학생 전유덕 씨(19)는 AI 챗봇을 이용한 이후 개인정보가 다른 곳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AI 챗봇을 자주 사용한 이후 모르는 번호에서 보험 관련 전화가 자주 왔다"며 “AI에 입력한 개인정보가 본인의 동의 없이 기업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개인정보 유출이나 스팸 전화가 AI 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가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논란이다. 스캐터랩은 과거 AI 챗봇 이루다의 학습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충분한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당시 이루다 이용자였던 직장인 양은석 씨(26)는 관련 사실을 접한 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양씨는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기업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편했다"며 “앞으로 개인적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텍스트 자체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데이터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입력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임재서 씨(19)는 챗GPT를 자주 이용하지만 개인정보와 관련된 논란을 접한 이후 AI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평소 오픈AI의 챗GPT를 자주 이용하는데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하고 불쾌했다"며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AI는 이미 청년들의 학업과 직장인의 업무에 깊숙이 들어왔다. 정보 검색과 자료 정리부터 번역, 문서 작성, 코딩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의 편리함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보다 어떤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 역시 AI 챗봇에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회사의 기밀자료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입력하는 일을 피하는 등 기본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질문을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현실이 된 만큼, AI에 제공되는 데이터의 범위와 활용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화 속 '사만다'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 이제 AI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신뢰가 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김유찬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잠 설치고 야식 못 참아”… 대학 기숙사생 건강 잔혹사

기숙사 생활은 대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동생활 형태다. 그러나 편리함 뒤에는 다양한 건강 문제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은 수면 부족, 식습관 붕괴, 감염 문제, 정신적 피로 등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동생활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숙사 생활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수면 패턴이다. 대학생 김민수 씨(23)는 “룸메이트와 생활 패턴이 달라 밤마다 잠을 설친다"며 “아침 수업이 있어도 수면이 부족한 날이 많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22) 역시 “시험 기간에는 밤샘이 일상이 되는데 같이 사는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서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생활 습관이 같은 방을 쓰는 학생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기숙사 내 소음 문제도 학생들의 피로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유학 상담 관계자는 “기숙사에서는 생활시간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소음 관련 불만이 꾸준히 나온다"며 “수면 부족뿐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감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JOOO는 “기숙사에 들어온 뒤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적었다.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야식 문화도 학생들의 건강을 흔드는 요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박지현 씨(여·21)는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끼니를 자주 거른다"며 “배달 음식에 의존하다 보니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던 취업 준비생 염모 씨(26)는 “야식을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혼자 빠지기 어렵다"며 “시간표보다 방 분위기에 따라 생활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BOO 역시 게시물에서 “기숙사 특유의 야식 문화 때문에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혼자 식단을 관리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보건학 전공자 정수현 씨(여·24)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이나 식단 관리가 무너지기 쉽다"며 “기숙사는 이런 악순환이 빠르게 반복되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위생 문제도 쉽게 발생한다.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최모 씨(여·20)는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다 보니 감기가 한 번 돌면 방 전체로 빠르게 퍼진다"고 말했다. 최씨는 “화장실이나 세탁실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많아 위생 관리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동생활 특성상 개인이 조심하더라도 감염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정신적인 피로감도 크게 호소했다. 기숙사 거주 경험이 있는 대학생 김모 씨(24)는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작은 갈등도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지은 씨(여·22)는 “시험 기간에는 방 안 분위기 자체가 예민해져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고 전했다.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공동생활을 이어가며 긴장감이 누적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기숙사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생활지도 상담사 김도윤 씨(29)는 “기숙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공간"이라며 “같이 운동하고 적정 시간에 함께 쉬는 문화가 형성돼야 건강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혼자 버티는 방식으로는 건강 관리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생활 공간인 만큼 생활 습관 역시 함께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무 기자·박규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뽑을 때 도파민 터진다”… 서브컬처 게임 ‘가챠’ 열풍의 그늘

최근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가 뜨겁다. 서브컬처 게임은 특정 마니아층(오타쿠)이 선호하는 화풍과 감성을 바탕으로 캐릭터 수집, 스토리 등을 내세운 게임 장르를 뜻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원신', '명조', '승리의 여신: 니케', '붕괴: 스타레일' 등이 있다. 실제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지난 5월 25일 기준)를 보면 △명조(7위) △원신(11위) △승리의 여신: 니케(12위) △붕괴: 스타레일(30위) △이환(32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게임 내 시스템이 유사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가챠(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이다. 가챠는 무작위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캡슐 뽑기처럼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 대부분이 이 가챠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희귀 등급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극히 희박한 확률로 설정해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천장(일정 횟수)을 채워야만 얻을 수 있다. 가챠 시스템은 게임사에는 높은 수익을, 이용자에게는 희귀 요소 획득에 따른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높은 과금 부담과 비합리적인 재화 가격에 대한 이용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대학생 권모 씨(20)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을 안 쓰고 진행이 힘들다"면서도 “딱 하나 좋은 점은 원하는 것을 뽑았을 때 도파민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확률 요소를 뚫고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었을 때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다만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이 전용 재화를 통해 뽑기가 진행되는데 재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챠와 함께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단연 '캐릭터 수집'이다. 게임 속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는 이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확실한 수집 동기를 부여하고, 가챠를 이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용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서사, 유저와의 상호작용 요소가 필수적이다. 재수생 김모 씨(20)는 “수집형 게임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얻었을 때의 만족감으로 유지된다"며 “이 캐릭터를 뽑아서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만족감이 떨어지며 회의감이 든다"고 짚었다. 대학생 박모 씨(여·23)도 “예쁜 캐릭터와 독창적인 캐릭터성이 필수"라며 “사이버 피규어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는 이용자에게 단순한 수집을 넘어 재미와 힐링을 선사한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캐릭터 수집 그 자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이자 대표적인 재미"라고 전했다. 유튜브 이용자 A씨는 관련 영상 댓글을 통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다가 몇 판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원신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더 오래 플레이하게 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유튜브 이용자 B씨는 “스토리가 좋지 않으면 게임에 남아있을 동기가 사라져 결국 접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가챠와 캐릭터 수집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더해지며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교근 기자·채민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원주 안인데 왜 이렇게 멀죠”…대학생 울리는 ‘통학 전쟁’

강원도 원주시 내에서 통학하기에 크게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대학생들에게는 학교와 집 사이의 이동이 만만치 않다. 버스 노선이 충분하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 환승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신도심에서 대학가로 이동하는 학생들은 자동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원주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버스 배차와 이동 시간문제로 통학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긴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는 실정이다. 버스 노선과 배차의 비효율성은 학생들이 꼽는 대표적인 통학 불편 요인이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오모 씨(21·여)는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은 크게 직통과 환승 두 가지인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오씨는 환승 과정도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승을 한 번 해야 하는데 환승할 버스가 바로 오지 않는다"며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단구동까지 이동해야 해서 결국 환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원주혁신도시는 원주시 반곡동 일대에 조성된 지역으로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 등이 이전해 형성됐다.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자동차를 이용하면 약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환승과 배차시간 때문에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학생들에 따르면 혁신도시에서 환승 지점까지 이동하는 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25분이며, 환승 이후 학교 방향 버스는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학생들은 주로 중앙동이나 단구동 등에서 환승한다. 기업도시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기업도시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며 “기업도시에서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말했다. 원주시 지정면에 조성된 기업도시에서 학교까지 자동차로는 약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20분 이상 걸린다는 설명이다. 기업도시를 오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도 20~60분으로 긴 편이어서 학생들은 주로 단계동에서 환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역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버스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대학생 김모 씨(20·여)는 “학교 앞 강원대학교 정류장에서 원주역까지 갈 수 있는 버스가 34-1번과 31번 정도뿐"이라며 “입학 초반에 원주역에 정차하지 않는 버스를 잘못 타 기차를 놓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원주역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이 걸리는 만큼 버스를 놓칠 경우 대체 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수업이 조금이라도 늦게 끝나면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오모 씨(21·여)는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약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직통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원주의 여러 정류장에 다 정차하는 것 같아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환승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통학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학교에서 막차를 타고 환승 지점까지 이동했지만, 집으로 가는 다음 버스가 3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오후 9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원주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있지만 정류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결국 긴 이동 시간은 학생들의 교통수단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중교통 대신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에서 통학하는 오씨는 최근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차를 타고 자동차전용도로로 가면 20분이면 도착하는데 버스를 타면 너무 오래 걸려 요즘에는 택시를 이용한다"며 “택시비가 1만원 정도 나오지만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성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모 씨(21)도 “버스를 타면 너무 오래 걸리고 집 주변에 정류장도 멀다"며 “택시를 타거나 부모님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대학도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지역의 통학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원대학교 통학버스는 원주역과 무실동, 단구동 등을 중심으로 운행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 인근 한라대학교는 시외 통학버스와 시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내 통학버스는 두 개 노선으로, 하나는 만종역과 버스터미널, 무실동을 거쳐 학교로 이동하고 다른 하나는 관설동과 단구동, 판부면, 원주역을 거쳐 학교로 향한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역시 원주세브란스병원과 고속버스터미널, 무실동, 원주역 등을 경유하는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지대학교 셔틀버스는 혁신도시를 시작으로 관설동과 단구동, 단계동 등을 중심으로 운행한다. 하지만 학교별 셔틀버스 역시 운행 지역과 시간에 제한이 있어 모든 학생이 편리하게 이용하기는 어렵다. 거주지와 셔틀버스 노선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결국 시내버스 환승이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통학 문제는 단순히 이동의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시간 통학하는 학생들은 수업 참여와 팀플,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제천에서 기차를 타고 원주로 통학하는 대학생 신모 씨(21)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탓에 수업 시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신씨는 “아침 일찍 나와야 해서 수업시간에 자주 졸게 된다"며 “하교할 때도 원주역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기차를 놓치기 때문에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 중간에 나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막차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도 시간 제약을 느낀다. 대학생 박모 씨(22)는 “버스를 이용하면 막차 시간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며 “팀플을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하는 날에는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학생들도 지각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혁신도시에서 통학하는 오씨는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탔는데도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뻔했다"며 “수업시간에 늦을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통학 시간이 길다 보니 갑작스러운 수업 일정 변화에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통학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수업이 갑자기 휴강하거나 시간이 변경되면 집에 다녀오기가 어렵다"며 “집에 잠깐 다녀오고 싶어도 왕복 2시간이 걸려 결국 학교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원주 지역 대학생들에게 통학은 단순히 집과 학교 사이를 오가는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환승과 배차시간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학생들의 하루가 교통편에 맞춰 움직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주거지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가와 주요 생활권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효율성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버스 한 대가 더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환승 구간에서 다음 버스까지, 그리고 학교와 원주역까지 이어지는 전체 이동 과정이 보다 촘촘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주 안인데도 통학이 멀다"는 학생들의 말에는 거리 자체보다 시간과 연결성의 문제가 담겨 있다. 대학생들의 일상과 학업을 좌우하는 통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선 확대뿐 아니라 배차 간격과 환승 체계, 대학 통학버스의 운행 범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호 기자·이채현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SNS 계정 일부러 지우는 이유…“내 과거가 발목 잡을까 두렵다”

“내 죽음보다 무서운 건 내가 잊고 싶은 과거가 영원히 온라인에 떠도는 것이다." 대학생 손 모 씨(여·20)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페이스북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 때 올린 사진과 철없던 시절 쓴 이상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될까 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계정을 삭제한 지금 손 씨는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가 사라져서 아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타인이 이미 캡처했거나 퍼간 기록은 완벽히 지울 수 없다는 사실에 여전한 찜찜함을 드러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는 자신의 온라인 흔적을 지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평판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이 원인이다. 강원대 에브리타임 이용자 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최근 1년 내 블로그나 SNS 등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L은 아래와 같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가끔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는데, 예전에 쓴 글이 보일 때마다 소름 돋아서 죽고 싶다. 내가 지우고 싶어도 이미 퍼진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진짜 스트레스다. 차라리 계정을 아예 다 삭제해버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로 있고 싶다." 삭제되는 내용의 유형은 다양하다. 취업 준비생 김 모 씨(24)는 인스타그램에 쓴, 이른바 '중2병' 식의 과한 감성 글이나 개인적인 고민 상담 글이 나중에 보면 너무 부끄러워 계정 삭제를 경험했다고 적었다. 설문 응답자 M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보관함에 남은 과거 연인과의 사진이나 음주 사진 등이 해킹이라도 돼서 유출될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담긴 DM(다이렉트 메시지) 캡처본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방치할 경우 평판 관리나 취업 등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설문 응답자 조모 씨(20)는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등 지능형 범죄에 악용될까 봐 무서워서 SNS를 다 비공개로 돌렸다. 조 씨는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합성 범죄 소식을 접한 뒤 얼굴이 노출된 게시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정리했다. 이처럼 20대에게 디지털 기록은 자아의 확장이 아닌 관리해야 할 부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 업체에 사후 데이터 삭제를 의뢰하거나, 생전부터 유료 서비스를 통해 기록을 관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오래된 플랫폼의 흔적도 예외는 아니다. 설문 응답자 K는 초등학생 때 지식인에 올린 미숙한 질문과 답변 활동 내역이 검색 결과에 여전히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밤새 하나씩 다 지웠다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는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편향된 생각이나 미숙한 발언이 현재의 나를 규정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대학 오기 전에 SNS에서 내 흔적을 싹 다 지우니까 그나마 속이 시원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남겼다. 그는 기존 계정을 폐쇄하는 '계정 세탁'을 거친 뒤 새로 계정을 만들어 활동 중이며, 이때부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을 올릴 때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과거 흔적을 정리했다는 후기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에 남은 데이터가 미래의 사회적 신용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의 60% 이상은 취업 시 기업에서 자신의 SNS를 뒷조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시기 게시물의 삭제를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는 도입 1년 만에 신청 건수가 1만7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용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 성인 10명 중 7명(71%)이 서비스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할 만큼 과거 기록 노출에 대한 불안감은 세대를 불문한 공통된 정서로 나타났다. 과거의 '나'를 지우고 현재의 '나'를 지키려는 청년들의 사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경이다. 기록의 홍수 속에서 '지울 수 있는 자유'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상무 기자·김선율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10년 스팀 기록 살펴보니…게임트렌드, ‘경쟁’에서 ‘치유’, 그리고 ‘몰입’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승패 중심의 경쟁에서 협동과 소통, 그리고 개인의 몰입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최근 10년간(2016~2026년) 연말 결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오랜 기간 게임을 이용해 온 대학생 김모(20)씨의 사례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토대로 지난 10년간의 시장 흐름을 살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1인칭 슈팅(FPS)과 다중 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MOBA) 장르가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고사양 PC 성능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승패를 가르는 경쟁 콘텐츠를 선호했다. 이 시기 스팀 상위권을 유지한 대표작으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도타 2(Dota 2) ▲배틀그라운드(PUBG) ▲레인보우 식스 시즈 ▲GTA V 등이 꼽힌다. 게이머들에게 이 시기의 게임은 타인을 제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정복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시장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승패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보다 타인과의 소통과 협동이 가능한 플레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이용자 김씨는 “팬데믹 당시에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모여 함께 플레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을 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 역시 소통과 협동 요소를 강조한 콘텐츠 출시에 집중했다. 이 시기에는 ▲어몽 어스(Among Us) ▲발하임(Valheim) ▲파스모포비아(Phasmophobia)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는 개인의 플레이 경험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오픈월드 RPG 및 로그라이크 장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완전한 가상세계에 몰입하거나, 짧은 시간 내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점진적인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최근 순위권에 오른 ▲발더스 게이트 3 ▲엘든 링 ▲사이버펑크 2077 ▲하데스 I·II ▲팔월드(Palworld)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형 개발사의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독창성이 이용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김씨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명작들의 리메이크나 완성도를 높인 신작들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결국 지난 10간 스팀 시장의 흐름은 승부 중심의 '경쟁'에서 팬데믹 기간의 '소통과 협동'을 거쳐 개별 이용자의 '깊은 몰입' 형태로 확장돼 왔다. 이는 게임 선택 기준이 개발사의 규모나 이름값에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본질적인 재미와 완성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교근 기자·추연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