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년]내란 청산·국정 정상화 속도…李 대통령 “정의로운 통합”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이재명 정부가 '내란'을 막아낸 국민들의 용기와 행동을 기리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계엄에 가담한 군인·공직자 처벌 등 잔재 청산과 국정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국민주권 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무장 국민의 손으로 평화롭고 아름답게 쿠데타를 막아낸 것 역시 세계 역사상 최초"라며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을 함께 기념하고,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세력에 대한 처벌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의 진상규명,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또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의로운 통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정의로운 통합'의 의미를 두고 “가장 정의롭지 못했던 전두환이 국민에게 정의사회 구현을 외쳤듯 통합을 오염시키고 악용한다"며 “악행의 반은 용납해 줘야 하지 않나, 일단 다 벌어진 일인데 다 덮고 가야지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닌 봉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국회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직접 시민들을 만나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부도 내란 청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내란 관련 행위자를 파악하는 한편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에 참여했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파악해 인사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징계 외에도 승진 배제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군에서는 대대적인 인사와 수뇌부 개편이 이뤄졌다. 비상계엄 여파로 64년 만에 첫 문민 국방장관이 임명된 후 지난 9월 첫 대장 인사에서 계엄 당시 군 수뇌부였던 4성 장군 7명을 모두 전역시켰다. 이후 3성 장군 30여 명 중 약 3분의 2가 교체되는 등 군의 기강을 세우기 위한 '물갈이 인사'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투서'가 쏟아지는 등 공직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각 부처에선 정권과 연줄이 닿는 친명 공무원과 윤석열 정부서 잘 나갔던 친윤 적폐 공무원으로 분류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국정운영 정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회복과 성장을 기조로 취임한 후 1호 행정 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TF를 가동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민생경제 회복에 힘을 쏟았다. 이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대에서 1% 안팎으로 회복되고 내년엔 2%까지 바라보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코스피 5000시대 공약을 위해 소액주주 보호 강화 등의 입법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2024년말 2400에서 최근 들어선 4000선까지 올라가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각종 다자외교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으로 한국을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에 복귀시켰다. 이달 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옮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검찰청 해체를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노란봉투법 입법, YTN 매각 철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등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도 계속되고 있다. 전 정부가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다시 옮기는 작업도 이달 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로의 이전은 국정 운영 정상회의 마침표를 찍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서 “이 대통령이 임기 초반 국내외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만큼 임기 2년차엔 더욱 더 적극적인 국정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비상계엄 1년] ‘계엄의 강’ 못 건넌 국힘, 중도층·지방선거 포기했나?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다가오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탈당까지 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 없이 1년을 보내면서 계엄 책임론은 당내 최대 난제가 됐다. 그사이 친윤 주류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 대선 후보에서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확장'을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결별과 내란 사태에 대한 인정·대국민 사과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큰 반향은 없는 상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다음날 발표할 취임 100일 메시지를 고민 중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인정과 사과 여부다. 장 대표는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으나, 계엄 사태에 대한 직접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국힘 의원들의 '회피 본능'은 지난달 24일 의원총회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외부 시각으로는 계엄 1년을 앞두고 당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처리할지 논의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관련 안건은 의제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문제의 첫 단추는 계엄 선포 당시부터 어긋났다. 계엄이 선포됐다 6시간 만에 해제되는 과정에서 정치지형은 일거에 뒤집혔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3시간 만에 통과되자 민주당은 즉각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라며 반발했고, 당 지도부는 계엄 사태와 선을 긋는 데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중진들은 “두 번째 탄핵 정국"이라며 '총력 결집'을 주장했다. 초·재선 74명이 전체 68%를 차지한 구조 속에서 중진의 기류는 쉽게 주류가 됐다. 결국 '친한동훈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탄핵안 가결에 협조하면서 계엄 11일 만에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 국면에서도 '계엄·탄핵' 논란은 전면에 섰다. 당원들은 올해 6월 경선에서 '탄핵 반대'를 외친 김문수 후보를 선택하며 강경노선에 힘을 실었다. 이후 8월 전당대회에서는 장동혁 대표까지 뽑히며 반탄파가 완전히 힘을 얻었다. 현재 지도부·실무조직·공천기구 요직은 대부분 반탄파가 차지했다. 당내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은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계엄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중도를 설득할 수 없다"는 자성론이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신호탄은 민주당과 접전이 예상되는 광역단체장들이 쏘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변신은 거기서 시작된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에게 분명히 잘못됐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격전지 의원들 사이에서는 “계엄 사과는 필수"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은 한참 남았지만 당장 6개월 뒤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 출마자들은 영남 의원들과 포지션이 달라 힘들어하고 있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지도부 침묵 속에 개인 사과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안철수·진종오 의원은 SNS에 각각 자성 메시지를 냈다. 안 의원은 “작년 12월 3일 이후 시민의 삶이 무너졌다"며 “정치가 혐오와 분노를 재생산하느라 바빴고,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당 주류와 강성 지지층은 “사과는 끝났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왜 계속 졌던 방식을 또 하라는가.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는가"라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6시간짜리 계엄이었다"며 “이재명 정권이 1년 내내 내란몰이를 하고 있다.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추경호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 강경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영장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계엄을 털어내지 못하면 지방선거도, 이후 총선도 버겁다는 현실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의원 구속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란 공모 의도를 입증할 근거가 검찰에 없다. 관심법 수준의 판정은 법원에서 쉽지 않다"면서도 “별개로 계엄 사과는 불가피하다.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면 당은 다음 단계로 못 간다. 1년을 맞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비상계엄 1년] 내란 청산 ‘올인’ 민주당…협치 복원·보복 논란 ‘과제’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 특검' 검토를 공식화하며 내란 청산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의 극한 갈등을 비판하며 협치를 복원해야 민생 살리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한 내란 청산 기조가 자칫 정치 보복·독재로 비칠 수도 있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다 태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일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이틀 앞두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연내 설치와 사법개혁 추진, '2차 종합 내란 특별검사' 검토 등을 공식화하며 '내란 청산'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멈춰버린 내란청산 시계를 다시 돌릴 것"이라며 “연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조작기소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법안을 처리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종합 특검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3대 특검의 미진한 부분을 한데 모아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상병 특검이 지난달 종료되고 내란·김건희 특검도 이달 종료되는 만큼 추가 특검을 통해 내란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당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으나 위헌 논란이 커지자 내란전담재판부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상계엄 관련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2심을 맡기려는 계산이다. 이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심사했다. 판사나 검사가 특정인에게 유·불리를 주기 위해 사실관계를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법왜곡죄' 신설도 함께 논의됐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신속하게 통과시켜 내란을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 직후 단숨에 본회의를 열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법안을 처리했고, 내란 청산·검찰개혁·언론개혁을 전면에 내건 지도부를 선출하며 연일 강도 높은 청산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기조는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이 결정되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짓고 법무부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기각될 경우에는 사법부를 '내란범 방패막이'로 규정하며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의 명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란 재판 1심 선고도 다가오는 만큼 “집권당다운 통합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정부 부처의 자체 조사, 법원의 재판이 이미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당까지 내란 청산 공세에 매달려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란 청산'만 반복하면 중도층은 미래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정책·개혁 어젠다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계엄 사과론'이 제기되기 시작한 점도 민주당이 방향 전환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매달리다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을 활용해 해결해야 할 대형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년연장, 산업재해 대책,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 전환. 연금 개혁, 정치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등은 여야 합의는 물론 사회전체적 조율이 필요한 미래 핵심 의제다. 예컨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출범하고도 5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민간자문위를 꾸려 첫 전체회의를 여는 등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특위 임기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선거 국면 속에 실질적 논의 진전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계엄·내란 사태에 대한 단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답답함이 강경 대응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내란 청산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당은 내란 청산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에 집중하며 역할 분담이 있었지만, 1심 판결이 나오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도 민생·경제·부동산 등 현안을 챙길 수밖에 없어 늦어도 2월이면 정국이 민생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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