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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2분기 호실적 거둬…AI·클라우드 쌍끌이

LG CNS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하반기 에이전틱 AI·피지컬 AI 등 기술을 앞세워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사업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LG CNS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602억원·영업익 1408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0.7%·2.3% 상승한 수치다. 매출의 경우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제시한 시장전망치(1조5460억원)를 밑돌았지만, 영업익과 당기순이익(1309억원·957억원)은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AI·클라우드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비용 효율화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AI·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한 8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AI 분야에서는 금융·공공부문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 공공기관이 발주한 AI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경기도교육청 AI 플랫폼 사업과 외교부 AI 플랫폼 사업을 수주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클라우드 분야에선 AI 데이터센터(DC) 사업 성과가 나타나면서 매출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AIDC 사업 컨설팅·설계를 완료했고, 국내에선 네이버클라우드와 코로케이션 계약을 통해 죽전 데이터센터에 입주를 확정했다. 회사는 올해 AIDC 사업 연간매출이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훈 AI·클라우드사업부장은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자체 구축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토대로 금융·공공 영역 솔루션 도입을 확대 중"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별 AI 확산 정책 속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컨테이너용 데이터 솔루션 'AI 박스'를 개발 중인데, 이를 활용하게 되면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마트팩토리·물류 등이 포함된 스마트엔지니어링 부문 매출은 2667억원으로 전년보다 10.7% 감소했다. 최성훈 스마트팩토리사업부장은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새로운 고객 확보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주가 가시화되며 하반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계열사 신성장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그간 축적해온 해외 프로젝트 수행 능력과 계열사 동반 해외 진출 경험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 매출 또한 3210억원으로 6.9% 줄었다. 다만 하반기에 법원행정처 유지관리 등 상반기 수주한 대형 사업의 매출이 본격 인식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LG CNS는 하반기 에이전틱·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사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에이전틱 AI 사업 본격화를 위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인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전환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 고객사를 대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사업화 역량과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희석 재정담당은 “최근 모바일 셔틀 로봇 등 산업 특화 로봇을 자체 개발해 LG에너지솔루션에 적용하며 로봇 하드웨어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자체 모바일 셔틀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물류 외 공항·스마트시티 등 영역으로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은 또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AI를 탑재해 다양한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HD현대 정기선, 美 본토까지 조선 영토 넓혔다…ECO와 공동 건조 착수

HD현대가 미국 현지 선박 공동 건조를 위한 활동에 본격 착수했다. HD현대는 미국 내 선박 건조 협력 파트너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Edison Chouest Offshore)'의 대표단이 방한해 미국 내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디노 슈에스트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엔지니어로 구성된 10여 명의 ECO 대표단 일행은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의 기술력과 선박 건조 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 6월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위한 MOU'를 체결해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키로 했다. 선종 확대는 물론 안보 이슈가 강한 항만 크레인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달 전문가 10여 명을 ECO 조선소에 파견해 생산 공정 체계와 설비 등을 점검하고, 생산성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기도 했다. ECO는 미국 내 18개의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로, 현재 해양 지원 선박(OSV, Offshore Support Vessel) 300척을 직접 건조해 운용하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방한 첫째 날 ECO 대표단 일행은 경기 성남 소재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했다. 이들은 HD현대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 및 건조 능력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후, 디지털 관제 센터를 찾아 HD현대가 건조해 실제 운항 중인 전 세계 선박들의 운용 실태를 살폈다. 이어 자동화 솔루션 개발 현장을 찾아 자동화 솔루션 및 로봇 용접 기술의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국 내 건조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인프라 확충과 생산 역량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양사 최고 경영진 간 만남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디노 슈에스트 ECO 대표는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해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현지에서 이뤄지는 양사간 선박 공동 건조 작업은 한·미간 조선 협력의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CO 대표단은 방한 둘째 날 울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야드를 찾아 선박 건조 현장을 견학하고, 실제 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에 승선해보는 등 HD현대의 설계 및 생산공정, 도크 운영·관리 방법, 자동화 시스템 등을 살폈다. 이번 대표단의 일원으로 함께 방한한 ECO 측 엔지니어 10여 명은 약 1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선진 조선 공법을 익히고, 양사간 기술 교류 워크숍에 참석해 세부 공동 건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국항공서비스, 글로벌 항공MRO 수출기업 ‘날갯짓’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손잡으며 중대형 항공기 정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와 협력을 계기로 정비역량 강화는 물론 해외 의존도가 높던 MRO 분야의 국산화와 수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중정비에 해당하는 MRO는 항공기 설계 수명 중 '감항성(airworthiness)'을 유지하도록 점검·정비·개조까지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통칭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AEMS는 22일 에어프레미아와 항공기 자재 공동구매·중정비 위탁 업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하반기 중 보잉787-9 여객기에 들어가는 △소모품 △배선류 △엔진 관련 부품 등 핵심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동재고 시스템 운영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도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MOU를 본계약으로 발전시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787 기종 중정비 수행 확대와 자재 공동구매 플랫폼의 다자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종전까지 KAEMS는 보잉 737·에어버스 A320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채택한 '협동체'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고, 최대 캐파는 100대에 이른다. 에어프레미아와의 협력을 통해 통해 KAEMS는 중·대형 광동체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역량 강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AEMS 관계자는 “당사는 737 기종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A320 계열의 경우 이번 기회에 787 기종 정비 인증을 추가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 중정비 비용은 한 대당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소요된다. 국내에서는 김해 테크 센터와 같은 자체 중정비 시설을 보유한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국적 항공사들이 정비 능력 부족 탓에 매년 1조2000억원 넘는 비용을 해외 업체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KAEMS가 에어프레미아와 본격 협력 단계에 오르게 되면 정비 역량도 제고함과 동시에 국부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KAEMS는 국토부 지정 국내 유일의 항공기 MRO 전문 업체로 KAI의 자회사이고 2대 주주는 한국공항공사다.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항공 MRO 산업 수출을 이룩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최근 태국 타이항공과 2년 간의 운항정비 계약을 체결했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관련 업무에 착수했다. KAEMS는 현재 인천·김해·제주공항을 거점으로 정비 사무소를 두고 있고, 세부 퍼시픽·에어 차이나·말레이시아항공 등 해외 6개 항공사를 포함해 국내외 총 15개 항공사를 고객으로 유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설립 이래 매출은 △2019년 61억원 △2020년 145억원 △2021년 185억원 △2022년 297억원 △2023년 375억원 △2024년 607억원으로 해마다 평균 44.4%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창사 이후 첫 영업이익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 MRO 시장 규모가 2024년 기준 338억달러(한화 약 46조6541억원)로 세계 시장의 32.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34년에는 410억달러(약 56조5923억원) 수준으로 커져 33%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KAEMS 역시 이 같은 바람을 타고 지속적인 실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AEMS 관계자는 “구체적인 항공사명을 공표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민항기를 대상으로 한 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국도 오픈소스 개방 경쟁…‘AI 헤게모니’ 춘추전국시대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한국어 특화 성능과 독자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 저변을 늘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개방형) 플랫폼에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AI 모델의 소스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수정할 수 있어 자사 기술 보급 범위를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AI 모델 확산과 연계 서비스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최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설계한 경량화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4B 씽크'를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배포했다. 앞서 공개한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안정적·비용효율적으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도록 경량화했다. 상용화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개조한 것이 아닌, 원천 기술을 토대로 추론 능력과 경량화 기술을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중에선 SK텔레콤과 KT가 한국어 특화 LLM '에이닷 엑스 4.0'·'믿:음 2.0'을 각각 개방하며 경쟁에 나섰다. SKT는 처리 효율과 성능을, KT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자율성을 부각한 점이 눈길을 끈다. SKT는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GPT-4o보다 A.X 4.0이 약 33%가량 높은 토큰 효율을 기록한 것을, KT는 한국어 AI 역량 평가 지표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을 능가한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최근 자체 AI '카나나 1.5' 기반 언어모델 4종을,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씨AI는 '바르코 비전 2.0' 기반 AI 모델 시리즈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중 카나나-1.5-8b-인스트럭트는 호랑이(Horang-i) 리더보드'에서 파라미터 80억개 이하의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바르코 비전 2.0 14B'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중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급(SOTA) 성능을 기록했다. 일부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엑사원 딥(추론 특화) △엑사원 패스 2.0(병리 이미지 분석) △엑사원 4.0(언어 생성·추론 통합)은 최근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선정됐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추론 AI 모델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표에서 58점을 받으며 전체 12위에 올랐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소스를 통해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국내 AI 생태계도 함께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며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을 부각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인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경우 아직 관련 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참여 희망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산 AI 기초모형(K-AI 모델) 개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모두의 AI' 전략과도 연계되는 만큼, 오픈소스 공개를 전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경험(40점) △개발 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계획(30점) 등이다. 독자적인 AI 기술력과 실전 경험을 입증하는 게 선정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픈소스 개방 및 서비스 내역, 이용자 규모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류 적합성 검토 및 서면·발표 평가를 거쳐 8월 초 5개 정예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보유한 AI 기술의 순위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가려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까지 하는 만큼 시장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갤럭시Z7 흥행 조짐…삼성전자 ‘폴더블 리더십’ 굳히기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이 정식 출시 전부터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은 이번 흥행을 계기로 연간 1위 수성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의 국내 사전판매량은 총 104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중 최다 기록으로, 폴더블 시장 내 브랜드 위상을 재확인한 성과로 평가된다. 업계는 하드웨어 혁신과 인공지능(AI) 기능 결합이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폴드7은 접었을 때 두께 8.9㎜, 무게 215g으로, 전작 대비 얇고 가벼운 폼팩터(기기 외형)를 구현했다. 플립7은 1.25㎜의 초슬림 베젤과 전면 플렉스윈도우를 적용해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AI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16 기반 'One UI 8'에 '갤럭시 AI'와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최적화해 멀티모달 AI 경험을 제공한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사용자와 기기 간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만든다. 오는 25일 정식 출시 이후에도 판매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규정했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 22일 폐지되면서, 통신사들의 보조금 확대가 고가 스마트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여력이 커지면 소비자들이 중급형 단말기에서 프리미엄 모델로의 업그레이드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초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인도에서 폴더블 신작이 공개된 후 48시간 만에 사전예약 21만대를 기록했다. 역대 갤럭시 폴더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연간 출하량은 1억4000만~1억6000만대에 달한다. 삼성의 폴더블 제품군이 해당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경우,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인 만큼, 플립7·폴드7의 흥행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도 시장에서는 보급형 및 중급형 기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진 반면, 콘텐츠 소비와 생성이 늘면서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애플, 샤오미 등 경쟁사의 추격 속에서도 보급형 '갤럭시 A' 시리즈와 프리미엄 '갤럭시 S25' 시리즈의 동반 호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폴더블 신작까지 더해지며,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삼성은 트리폴드폰 출시를 통해 하반기 시장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Galaxy Z TriFold' 및 'Z TriFold'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연내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전후로 실물 공개와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폴드폰은 기존 폴더블보다 한 번 더 접히는 구조로, 태블릿 수준의 대화면 사용성을 제공한다. 영상 시청, 문서 작업 등 콘텐츠 중심의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으로, 틈새시장 공략이 기대된다. 업계는 9월 애플의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이후 4분기 신제품 공백기를 감안할 때, 트리폴드폰이 삼성의 연말 실적을 견인할 전략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하반기 라인업 강화를 통해 연말 스마트폰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고, 연간 글로벌 출하량 1위 수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찬우의 카워드] ‘바퀴 달린 스마트폰’ SDV…테슬라·현대차 등 ‘눈독’

자동차산업이 또 한 번 대전환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 대전환의 중심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불리는 이른바 'SDV'가 자리잡고 있다. 차량의 기능이 하드웨어로 고정됐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한 줄로도 운전 경험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바야흐로 우리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SDV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35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2376억달러로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DV란 차량의 핵심 기능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구현 및 제어되는 자동차를 뜻한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 미션 등 하드웨어 부품 중심으로 성능과 역할이 정해졌다. 하지만, SDV는 차량의 주행 성능,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능이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에 의해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마치 스마트폰이 시간이 지나도 앱 업데이트나 OS 패치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SDV는 차량을 구매한 뒤에도 성능 개선과 맞춤형 기능 추가가 가능하다. 이처럼 자동차가 '하드웨어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기존의 구매 개념을 넘어, 차량을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하는 시장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2025년을 SDV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와 자율주행 업데이트, OTA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SDV 평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각각 VW.OS, MB.OS, BMW OS 등 자체 운영체제를 구축하며 통합 아키텍처 중심의 SDV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GM과 포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반 차량 통제를 결합한 '얼티파이(Ultifi)'와 같은 독자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중국의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신흥 EV 강자들도 대규모 SW 인재를 확보해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이다. LG전자, 보쉬, 하만 등 글로벌 부품사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이나 디지털 콕핏, SDV 전용 반도체 분야에 적극 진출하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그룹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SDV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핵심 SW 기술을 내재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SDV 시범 모델 'SDV 페이스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첫 SDV 실증 차량으로, 기능 대부분이 SW 중심으로 설계되어 높은 확장성을 자랑한다. 차량 내 기능은 OTA를 통해 수시로 개선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 수만 개의 부품을 제어하는 ECU 소프트웨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며,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했다. 주행 안전성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 서비스, 예컨대 자동 발렛파킹 같은 고도화된 기능도 앞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외부 개발자들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개방형 SW 환경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보안 등 종합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2026년부터는 자체 OS를 양산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SDV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모델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량의 부가가치 상당 부분이 기존 기계적 완성도보다 IT 기술력, 플랫폼 운영 능력, 사용자 맞춤 서비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은 보안성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OTA를 통한 기능 업데이트는 외부 해킹 가능성을 동반하며, 이로 인한 교통사고나 개인정보 문제 등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도 함께 요구된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이러한 보안 위협에 대비해 암호화 기술 고도화와 보안 시스템 내재화에도 지속적으로 투자 중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슈&인사이트] AI 예술, 가치를 묻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미술관에 전시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AI 예술은 인간 예술과 어떻게 다른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나 새로움을 넘어,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까? AI 창작물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예술 평가 기준은 작가의 감정, 경험, 철학, 그리고 작품에 쏟는 노력과 고뇌, 성장 과정 등 '인간적인 요소'에 큰 비중을 둔다. 하지만 AI는 감정을 느끼거나 고뇌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AI가 만든 그림은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감동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변형하여 전에 없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하기도 한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움'은 AI 창작물의 중요한 가치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AI가 창조한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시각은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창작물을 발전시키는 과정 등은 인간의 창작 활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AI의 끊임없는 학습과 진화는 그 자체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도와 개입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 창작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정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정도 등도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디자인 분야에 활용되거나, AI가 작곡한 음악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있다. 또한, AI 예술이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거나, 예술계의 기존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저작권 침해,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차별 등 윤리적인 문제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다면, 그 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 더욱이, AI 예술은 일자리 감소, 예술시장 양극화 심화, 예술의 상업화 가속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의 가치 평가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인간성'과 '새로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AI 창작물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예술의 영역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동시에 윤리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AI 창작물에 대한 가치 평가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 진화해나갈 것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갈 예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열린 마음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 수년간 정치 및 정책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가시적인 이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왜 속도를 잃었을까. 그러나 앞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우리가 정말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현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인지적 역량과 사회적 지혜를 총동원하는 문명적 전환이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도입하는 것과 전체 사회 시스템을 공장제로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AI의 하드웨어 기반일 뿐이다. 진짜 경쟁력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즉 AI 모델을 설계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인재(AI Talents)와 데이터(AI Data)에서 나온다. 여기서 첫 번째 현실적 장벽으로 '심각한 AI 인재 부족'이다. 앞서 있는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그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더 심각한 점은 2024년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여파로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혁신 파이프라인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연구 협력은 줄어들고, 벤처 투자도 감소하며, STEM 전공 졸업생들은 창업이나 R&D보다 의대나 해외 이민을 선호하고 있다. 두 번째는 '데이터의 질적 한계'이다. AI 성능은 학습 데이터 품질에 수렴한다. 중국이 14억 인구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국 언어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셋은 흩어져 있고 체계적인 도메인 온톨로지도 부족하다. 이 처럼 인재와 데이터라는 두 핵심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회가 보인다.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혁신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문화적 실리콘'은 AI 개발에서 편향 최소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최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어 기반 AI 및 범용 AI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분전만으로는 세계 톱티어를 추적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 인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AI 학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K-문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삼을 만한 규제는 없다. 이른바 'K-규제'는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AI 특별구역'을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들과 공동 협력하며,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연구비, 생활비, 영주권 패키지를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데이터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K-팝, 웹툰, 게임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Social Transformation, SX)이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의사가 AI와 함께 희귀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교사가 AI를 활용해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예술가가 AI의 영감으로 상상조차 못 했던 작품을 창작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정과 지혜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와 대화하기,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와 팀 프로젝트 수행하기 등을 가르치는 AI 리터러시 커리큘럼이 필수다. 결국 AI 강국이 되는 것은 기술 개발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꾼 것과 같다. AI 강국은 AI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와 함께 사는 법을 먼저 터득한 나라다. 한국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농업국에서 2000년대 IT 강국으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그 DNA를 AI 시대에 맞게 활성화할 때다. 기술에 맞춰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꿈에 맞춰 AI를 설계할 때, 한국은 진정한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김한성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은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가시적인 이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왜 속도를 잃었을까. 현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인지적 역량과 사회적 지혜를 총동원하는 문명적 전환이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도입하는 것과 전체 사회 시스템을 공장제로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회가 보인다.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혁신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문화적 실리콘'은 AI 개발에서 편향 최소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최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어 기반 AI 및 범용 AI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분전만으로는 세계 톱티어를 추적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 인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K-문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삼을 만한 규제는 없다. 이른바 'K-규제'는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AI 특별구역'을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들과 공동 협력하며,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연구비, 생활비, 영주권 패키지를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데이터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K-팝, 웹툰, 게임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Social Transformation, SX)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와 대화하기,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와 팀 프로젝트 수행하기 등을 가르치는 AI 리터러시 커리큘럼이 필수다. 결국 AI 강국이 되는 것은 기술 개발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꾼 것과 같다. AI 강국은 AI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와 함께 사는 법을 먼저 터득한 나라다. 한국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농업국에서 2000년대 IT 강국으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그 DNA를 AI 시대에 맞게 활성화할 때다. 기술에 맞춰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꿈에 맞춰 AI를 설계할 때, 한국은 진정한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김한성

HMM, 작년 美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국내 운송량 37%…3년 연속 1위

HMM은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3년 연속으로 가장 많이 운송했다고 22일 밝혔다. 미국 해운 조사 업체 JOC의 피어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HMM이 한국으로 운송한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총 3062TEU로 이 분야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SM상선 1779TEU, 3위는 일본 ONE로 1334 TEU를 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HMM은 2023년 시장 점유율 25%(2380TEU)에서 2024년에는 전년 대비 8%p 상승한 33%(2982TEU)를 달성했다. 2025년에는 점유율을 37%까지 확대하며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오렌지는 대부분 캘리포니아산으로 통상 1~4월 사이에 운송되는데, 냉장·냉동이 가능한 '리퍼 컨테이너(Reefer Container)'로 운송된다.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운송 능력이 요구되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화물이다. HMM은 일부 글로벌 선사들만 영하 60도 초저온 냉동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는 '울트라 프리저(Ultra Freezer)'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냉동 화물 운송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 리퍼 컨테이너(Reefer Container)를 지속적으로 신규 제작하고,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화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리퍼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 향상에 투자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최근 해상 운송 기술 발달로 항공 운송 고가 품목들이 해상으로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운송을 시작하는 워싱턴 체리 등 신규 고부가가치 화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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