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들어서는 中 태양광셀 공장…“국내 생태계 초치는 행위” 업계 반발

새만금 지역에 중국 태양광 셀 공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에 태양광 산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산 수입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아예 중국 공장이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기업들은 설자리가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기업이 한국을 미국 우회 수출국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중국 공장 유치를 추진하는 새만금개발청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실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기업인 HT사는 새만금개발청에 새만금 산업단지에 태양광 셀 공장을 짓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투자의향서에는 13만2000㎡ 부지(4만평)에 1억5000만달러(2150억원)를 투자해 태양광 셀 공장을 짓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 셀이란 태양광 최종 완성품인 모듈을 만들 때 쓰이는 핵심 부품을 말한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2150억원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적어도 셀 생산용량이 연간 1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태양광 셀 전체 생산용량은 약 6~7GW이다. 태양광 산업계는 국내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적극 나서는 판에 중국산 태양광 공장 유치는 초를 치는 행위라 비판한다. 1GW는 국내 시장을 충분히 교란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되자 우리나라를 미국 수출길 우회경로로 쓰겠다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우리나라가 해외수출 우회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중국 태양광 공장 유치가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 중으로 전해진다. 한 태양광 산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마당에 새만금개발청이 중국 태양광 기업의 투자를 이렇게 유치해도 되는지 의문이다"며 “중국 기업에 수출 우회 경로도 열어주고 있다. 현재 정부 내에서도 관련 사항을 논의 중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개발청은 고용 창출, 세수 증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태양광 셀로 모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중국에서 모듈을 직접 수입하는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며 “내수 시장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즉 새만금 지역에 생산되는 태양광 셀로 모듈을 만들어도 중국산 태양광 모듈보다 비싸니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해당 공장은 우리나라 시장을 보고 하는 건 아니고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 수출 우회국으로 지정되려면 우리나라에서 중국 기업이 정말 많은 양을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 한두 개 정도 온다고 우회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업은 우리나라로 들여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다른 나라로 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셀을 생산해 고용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산업단지에 HT사 태양광 셀 공장 유치 시 약 7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효과가 있다고 봤다. 국내 태양광 생산업계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에 새만금개발청이 국내 업계의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절하하지 말고 중국 기업의 국내 판매를 제한하는 신사협정을 맺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트럼프의 에너지정책, 한국에 호재…원전·재생에너지 기회 잡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석유·가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산 석유와 가스 수입량을 늘려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 산업계는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풍력 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할 필요성 제기됐다. 22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제25-1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사로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에너지)가격을 낮추고 전략적 비축량을 다시 최고치로 채워 전 세계에 미국의 에너지를 수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경연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을 요구하면 미국산 원유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국인 우리나라를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돼서다.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은 13.2%로 더 늘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가스 수급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에경연은 트럼프 2기에서는 LNG 공급능력 확대에 시간이 걸리나 미국의 LNG 수출 능력이 2030년까지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능력 증가로 공급여유 상황이 지속되면 가격이 하향하며 안정화를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원전 산업 복원은 트럼프 1기 정부부터 바이든 정부까지 연속적으로 추진됐기에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원전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에서는 자국 원전 노형 중심 수출 등 행보를 취하면 국내 개발 노형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대응전략 마련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내 SMR 사업에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래 SMR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봤다. 재생에너지는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의 전면 폐기 가능성은 낮으나 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원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트럼프는 해상풍력 신규 프로젝트의 허가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했다. 에경연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및 보급 성장 속도는 둔화하나 장기적으로는 확대할 것으로 봤다.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등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 봤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상향에 다른 시장에서 태양광 부품 저가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산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제언했다. 미국의 해상풍력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우리나라가 대안시장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외 우수기업의 해상풍력 생산시설을 국내로 유치해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는 전략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되면서 재생에너지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생산도 위축될 것으로 봤다. 반면, 화석연료로 만드는 블루수소 생산에는 긍정적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내 추진 중인 청정수소프로젝트에서 생산 규모 상위 10개 프로젝트 중 9개는 블루수소 생산 프로젝트로 이들의 평균 생산량은 연간 16만9000톤 수준이다. 에경연은 이에 미국 내 블루수소 생산 프로젝트 투자로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 ‘204조원’ 부채 누구 때문인데…산업계 전력직접거래 흐름에 “속타네”

전력당국이 SK어드밴스드가 신청한 직접전력거래를 허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제는 한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전력거래는 고객사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거래소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제도를 말한다. 한전은 이제껏 산업계에 유리한 전기요금을 제공해 왔고 이로 인해 심각한 재무 위기까지 겪고 있어 최근 산업용 요금만 잇따라 올린 바 있다. 그러자 일부 산업체가 한전을 건너 뛰는 직접전력거래를 신청해, 이를 두고 염치없는 행동이자 '체리피킹'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그동안 사용해 온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한전의 적자로 누적됐다"며 “요금이 오르자 기업들이 이런식으로 이탈한다면 그동안 기업들이 부담을 안한 인상분은 결국 전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전력거래소 긴급규칙개정위원회는 SK어드밴스드의 신청 안건을 가결하고, 계약기간도 3년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기업들은 직접전력거래를 한번 사용해보고 나중에 한전 요금이 더 저렴해지면 다시 한전 계약으로 복귀하면 된다. 한전과 계약기간이 전력직접거래 의무기간인 3년의 3배인 9년으로 늘고, 전력시장 회원에서 제명되는 것 외엔 별다른 패널티가 없다"며 “기업들의 선택이 전체 전력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력 도소매 독점사업자인 한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총 43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발전단가가 크게 올랐으나,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인 것이다. 현재 한전은 총부채 204조원, 부채율 514%로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2023년 기준 용도별 전기사용 비중을 보면 산업용 53%, 일반용 24%, 주택용 15%이다. 그동안 한전의 저렴한 전기요금의 최대 수혜자는 산업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력거래소에서는 '전력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직접거래 확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시장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한전 독점을)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인데 그렇다면 그 전제 조건이 한전이 각종 비용을 반영한 적정 가격으로 소매가격을 책정하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지금은 모든 인상요인이 규제로 막혀 이를 한전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만 활성화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전력직접거래를 사용해도 큰 요금인하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전 측은 “한전의 산업용 전기 사용자와 달리 직접거래 사용자에게는 망 사용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며 “실제로 한전을 이탈해 직접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나온다면 그에 맞게 기존 규정을 손볼 계획이다. 기존 산업용 전기 사용 고객과 차등을 두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SMP 비용만 고려해 신청을 할텐데 그 외에도 부가 정산금이나 한전의 망 사용료 책정 등 이것저것 들어가는 비용을 다 따져보면 크게 이득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독·프 압박에 트럼프 재집권까지…EU, ‘ESG 공시 규제’ 완화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가운데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공시 규제에 앞장서왔던 유럽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압박으로 ESG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정부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이하 CSRD)을 완화하는 방안을 새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주 이내 완화안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종업원 수 1000명 미만인 기업들에겐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비(非)EU 기업을 포함한 모든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로도 불리며 연매출 5000만유로에 직원 수가 최소 250명인 기업들이 공시 대상이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약 5만개로 추산됐으며 이들은 조만간 2024년 회계연도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 중 EU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상당수의 기업들도 CSRD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EU 국가가 CSRD 미준수 시 재무보고 미준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벌칙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에서는 CSRD 미준수 시 총자산의 2%까지 벌금을 부여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EU에선 ESG 규제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EU의 경제 성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도한 기업 규제가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가 전년보다 0.2% 감소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독일 기업들과 정책입안자들은 경쟁력 상실의 주요 원인을 과도한 규제로 꼽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 주요 장관들은 CSRD 시행을 2년 연기해달라고 지난달 EU 집행위에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은 “기업들의 지나친 보고 부담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면서 CSRD 보고 항목은 물론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오펠 전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청장은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응하도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공통된 진단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9월 집행위 의뢰로 발표한 'EU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자문 보고서에서 CSRD와 EU의 별도 기업 규제인 공급망 실사 지침을 “규제 부담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렇듯 독일과 프랑스가 규제를 완화하도록 압박을 가하자 촉구하자 EU 집행위는 ESG 공시 의무를 축소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고 이러한 논의는 내달 26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출범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2기 행정부는 잇단 지적에 '규제 완화가 아닌 단순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두 번째 5년 임기 동안 기업이 부담하는 행정절차를 25%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유럽이 ESG 야망에서 후퇴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의 친기후 정책을 뒤집고,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동맹국들에게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현실과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과의 무역 적자 문제를 재차 거론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EU는 아주 아주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것이 (무역) 공정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우리는 EU에 약 300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들이 빨리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관세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 석유와 가스를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트럼프 “석유가스 생산·수출 더 확대”…한국엔 희소식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석유·가스의 생산과 수출을 확대한다고 밝혀 공급 확대로 가격 안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가스를 100%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입비용 감소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에너지 공기업 재무위기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날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구멍을 뚫는다는 뜻의 드릴은 석유·가스 생산을 위해 지하를 채굴하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며 “(에너지)가격을 낮추고 전략적 비축량을 다시 최고치로 채워 전 세계에 미국의 에너지를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에너지 강대국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고 수출해 그야말로 에너지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는 그 자체로도 상품이지만, 제조업 등 경제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를 통해 미국 경제를 부흥시켜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격차를 멀찌감치 벌려 놓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EI(전 BP 세계에너지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은 하루 1936만배럴의 오일(천연LPG 포함)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20.1%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은 1139만배럴, 3위 러시아 생산량은 1108만배럴이다.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에서도 2023년 1035bcm(billion cubic metres)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25.5%를 차지했다. 2위 러시아의 586bcm, 3위 중국의 234bcm보다 거의 2~4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은 수출에서도 하루 911만배럴의 오일을 수출해 사우디 828만배럴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천연가스를 액화한 LNG 수출에서도 2023년 114bcm을 기록해 카타르 108bcm, 호주 107bcm을 제치고 역시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석유·가스 생산을 늘리면 공급 확대로 가격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날 대표 국제유가인 유럽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79달러대를 기록했다. 미국 현지 가스가격(헨리허브)도 전날보다 1.7% 하락한 3.88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를 100% 수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 수입비용 감소를 통해 에너지 요금 안정 및 에너지 공기업 재무위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LNG 도입의 80%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총부채 42조5000억원, 부채율 403%이며, 전력시장 독점 도소매사업자인 한전은 총부채 204조원, 부채율 504%를 보이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도 총부채 5조6000억원에 부채율 252%이다. 가스공사는 미국산 LNG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LNG 총 수입량은 4633만톤으로, 순위별로 보면 1위 호주 1141만톤, 2위 카타르 888만톤, 3위 말레이시아 614만톤, 4위 미국 564만톤, 5위 오만 473만톤이다. 미국산 LNG를 더 수입할 여지가 많다. 특히 미국 LNG는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국내 수입액을 수입량으로 나눈 단순 도입단가를 보면 톤당 카타르 745달러, 오만 733달러, 호주 628달러, 말레이시아 551달러, 미국 548달러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20년간 가장 비싼 가격에 수입했던 카타르 연 490만톤 물량과 오만 연 410만톤 물량이 지난해 종료됨에 따라 대량의 신규 물량을 계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다수의 미국 LNG 공급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장기계약 체결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국산이라고 무조건 사기 보다는 가격, 계약조건 등을 모두 따져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한가를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작년 가스 수입량 소폭 늘고, 수입액 대폭 줄어

지난해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물량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수입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22년 동절기 이후 따뜻했던 날씨와 국제유가 등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분석된다. 21일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NG 수입물량은 약 4634만톤, 수입금액은 약 29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약 4415만톤) 대비 수입물량은 219만톤 증가, 수입금액(약 360억달러)은 68억 달러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월 국내 LNG 수입물량은 48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수입금액은 44.3% 감소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2월 수입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한 420만톤, 수입금액은 51.9% 감소한 약 27억달러에 그쳤다. 3월 수입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357만톤, 수입금액은 41.1% 감소한 약 22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LNG 수입물량과 수입금액은 2022년 최고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수입물량은 4652만톤, 수입금액은 501억달러를 보였다. 당시 동절기 한파로 인해 값비싼 현물 LNG 구매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가스공사 등 업계에 따르면 국제 LNG 현물가격은 2022년 2월 24일 러-우 전쟁 발발로 전대미문 수준까지 급등한 바 있다. 2023년에는 △각국의 조기 재고 비축 △높은 가격으로 인한 가스 수요 감소 △에너지 수요 절감대책과 온화했던 북반구 동절기 기온으로 국제 현물 LNG 가격이 급락했다. 2023년 당시 현물 LNG 가격은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동절기에 접어든 10월 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과 발틱 해저배관 손상으로 인해 한때 20달러/MMBtu(백만열량단위)까지 상승했지만, 그해 12월 초까지 온화한 동절기 기온으로 수급 불안이 완화되면서 다시 10달러/MMBtu대 초반까지 하락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러-우 전쟁 발발과 함께 LNG 수입이 급등했던 유럽은 2023~2024년 역대급 온화한 동절기로 인해 재고 비축 수요가 감소하고 자발적 수요 절감 지속, 경기 둔화,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 등으로 2024년 11월까지 LNG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세를 보였다. 결국,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동절기 온화한 기온이 이어지면서 유럽과 동북아시아의 충분한 재고 확보로 인해 수급 불안이 크게 완화되면서 국내 도입되는 LNG 물량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LNG 시장의 안정세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한원희 가스공사 연구원은 “올해 국제 현물 LNG 가격은 동절기 정점인 1월까지 변동성을 보이다가 신규 LNG 공급 프로젝트 가동으로 인한 수급 상황 개선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 연구원은 “2기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강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세계 LNG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행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 위험은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역사상 첫 한전 건너뛴 전력거래 나온다…당국, SK어드밴스드 직접거래 허용 가닥

전력시장 최초로 기업이 한국전력공사의 산업용 전기가 아닌 전력도매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사례가 나오게 됐다. 최근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고환율, 정치 불안정 등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이같은 선택을 내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지난 20일 개최한 긴급규칙개정위원회에서 SK어드밴스드의 전력직접거래 신청 안건이 가결됐다. 규칙위는 기존 전기사업법상 전력직접거래를 신청한 기업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장관의 승인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SK어드밴스드는 3년의 계약기간 동안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이후에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시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SK가스의 석유화학사업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전력거래소에 한전의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전력을 구매하겠다고 신청했다. 중동, 중국의 석유화학 저가 공세로 회사 재정상태가 매우 어렵게 되자 내린 결정이다. SK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30만KW 이상 전력 구매자는 구매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나쁜데다 전기요금까지 올라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직접거래를 신청한 것은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 공장을 운영해 보려고 한 것이다. SMP가 급등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감수하고 있다. 만약 불발된다면 손실을 막기 위해 한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번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지난 3년간 기록한 4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었다. SK어드밴스드가 허용되면 다른 기업들의 신청도 쏟아질 것이고, 이는 한전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전력시장 구조 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전력 도매시장에서는 다수의 전력 공급자가 있지만 한전이라는 단일 독점 수요자가 존재하며, 소매시장에서는 한전이 독점 공급자로서 모든 전력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이러한 구조가 시장의 기본 원칙인 자유 경쟁과 완전 경쟁의 정의에 어긋난다며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을 조성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SK어드밴스드도 이번 안건에 정부 정책 달성을 목표로 신청했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도매시장 접근권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본질적 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마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것과 유사하다. 중간 유통업자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거래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넘어 경제 효율성의 문제로 연결된다"며 “도매 전력 가격이 소매 가격보다 낮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명백하며, 기업들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이 어느 방향으로 재편되든, 미래를 이끌 새로운 권력에게 전력시장 개혁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강력한 이니셔티브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보수 진영에게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적용하는 정책으로, 진보 진영에게는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매력적인 아젠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트럼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파리기후협정도 탈퇴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석유·가스 시추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파리기후협정은 재탈퇴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 개발을 중단하는 등 지난 정부의 기후정책을 뒤집겠다고 공언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이 에너지산업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업까지 부흥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됐다"며 남부 국경지대 비상사태와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드릴, 베이비, 드릴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에너지)가격을 낮추고 전략적 비축량을 다시 최고치로 채워 전 세계에 미국의 에너지를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릴은 석유·가스 생산을 위한 지하 채굴을 뜻한다. 또한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끝내고 전기차 의무구매제를 폐지해 자동차 산업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및 화석연료 사용 확대는 미국을 압도적인 에너지 대국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제조업까지 부흥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I(전 BP 세계에너지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은 하루 1936만배럴의 오일(천연LPG 포함)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20.1%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은 1139만배럴이다. 미국은 천연가스도 2023년 1035.3bcm(billion cubic metres)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25.5%를 차지했다. 2위인 러시아의 586.4bcm보다 거의 2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은 에너지 수출에서도 하루 911만배럴의 오일을 수출해 사우디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천연가스를 액화한 LNG 수출에서는 114.4bcm을 기록해 카타르, 호주를 제치고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도 완화되면 전통산업인 자동차산업도 부활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AI산업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취임식 후 곧바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 족쇄도 제거했다. 그는 1기 임기(2017년 1월~2022년 1월)때도 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파리기후협정은 2050년 탄소중립 및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탈퇴하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백악관도 빠르게 움직였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 극단주의 정책 종식 등 6대 우선 정책 의제가 제시됐다. 백악관은 “광물채굴 및 가공을 포함한 에너지 생산과 사용에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모든 규제 철회를 검토할 것"이라며 “자연을 훼손하는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임대계약을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및 화석연료 회귀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5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는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다. 파리기후협정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최대한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76년이 남은 지난해에 벌써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은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정 재탈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미국 내 도시와 주(州) 정부, 기업들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21세기의 번영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및 시장을 창출할 저탄소 구조의 회복력 있는 경제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분석] 체코 끝으로 유럽 원전 수주는 끝, 한국은 중동만?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마무리하는 협정을 맺은 가운데 이 협정이 한국 측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앞으로 유럽지역의 신규 원전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맡고, 한국은 중동 및 동남아 지역만 단독 진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유럽 원전 수주를 주도하던 한수원과 중동 지역 원전 수주를 추진하던 한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에너지업계에서는 최근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한국형 가압경수로 APR1400' 원전 노형에 대한 지식재산권 분쟁을 마무리하는 협정이 한국에 불리하게 체결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협정에 참여한 관계자로부터 들은 상세 내용에 따르면 유럽의 신규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맡고, 한국은 중동과 동남아만 수주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즉,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글로벌 신규 원전 수주에 서로 협력하면서도 유럽지역의 신규 원전 수주 입찰에는 웨스팅하우스가 단독 참여하면서 한국 측은 빠지고, 중동 및 동남아 지역의 신규 원전 수주 입찰에는 한국 측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웨스팅하우스가 빠진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전·한수원의 APR1400 노형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시 자사의 허가 및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해 수건의 소송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등 해외 원전 입찰마다 번번히 부딪혔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시공능력이 없어 사실상 수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계와 시공능력이 우수함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정이 한국에 불리하게 체결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협정이 불리하게 체결된 배경에는 최근 국내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가운데 체코원전 최종 계약일이 다가오면서 우리 측이 협상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측이 체코를 끝으로 유럽에서 추가 수주를 못하게 될 경우 그동안 한수원이 추진하던 유럽쪽 원전 수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수원은 수년 전부터 체코를 비롯해 폴란드,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 다양한 국가들에 원전 수주를 위해 봉사단을 파견하는 등 물밑작업을 펼쳐왔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한수원이 협정의 구체적 내용까지는 어렵더라도 수익배분이나 시장분배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라며 “유럽 추가 수주를 한국이 못하게 됐다는 내용은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측은 비밀유지 조약에 따라 세부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수원이나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해명하지 않을 경우 업계는 물론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중동 주요국들은 미국보다 한국형 원전 수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 원전의 최초 수출국인 UAE의 에미레이트 원자력에너지공사(ENEC)는 바라카 원전 1~4호기에 이어 5·6호기 건설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한국형 원전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우디 측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인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한다"며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문타파-태양광] 중국에 포위된 태양광 공급망, 국산화 지원 시급

국내 태양광 생태계가 중국산 제품에 포위된 가운데 오는 2월 시행에 들어가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 국산화를 강화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 기기가 핵심자원으로 지정되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태양광 모듈을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서 규정하는 핵심자원으로 선정하기 위해 정부와 논의 중에 있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은 다음달 7일부터 시행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자원안보 컨트롤타워인 자원안보협의회를 구성해 핵심자원의 수급 관리, 자원안보위기 대응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법에서 규정한 '핵심자원'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경제활동 또는 산업생산 등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자원을 말한다. 주요 광물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재생에너지의 소재·부품도 포함한다. 특히 법 제12조에서 정부는 국가의 자원안보 상황을 고려해 핵심자원의 안정적인 개발ㆍ구매ㆍ조달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위해 △공급원 다변화, 공급망 안정성 및 신뢰성 반영 △국내외 공급망 보완ㆍ강화 위해 필요한 조치 권고 △공급기관 소요 비용 전부 또는 일부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자원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해외개발 핵심자원 반입명령, 비축자원 방출·사용조치, 핵심자원 판매가격 상한제 등 여러 대응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자원안보 기본 계획 및 시행 계획은 5년마다 수립된다. 태양광 모듈이 핵심자원으로 선정되면 비축의무기관이 비축물량을 확보하고 수급 상황에 따라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발령될 수 있다. 국내 태양광 생태계는 중국산 점유율이 커지고, 국산 점유율이 계속 줄고 있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 신규 설치용량은 964메가와트(MW)로 국내산 671MW보다 많다. 국내산 비중을 따지면 41%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국내산 모듈 비중은 68%였는데 불과 1년 반사이 국내산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태양광 모듈이 핵심자원으로 지정되면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자원안보특별법에는 핵심자원 재자원화를 위한 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 등을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 회원사인 원광에스엔티가 환경부로부터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현장 처리 서비스'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을 받으면서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태양광 폐모듈 발생량은 지난 2023년 988톤에서 오는 2027년 2645톤, 2029년 6796톤, 2032년 9632톤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산업협회는 태양광 인버터도 핵심자원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태양광 인버터란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전력변환장치다. 인버터가 태양광만이 아닌 풍력에서도 쓰이다 보니 태양광 단독으로 인버터를 핵심자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태양광 모듈을 핵심자원으로 지정하는 데 집중하고 인버터는 추후에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인버터를 핵심자원으로 지정하려고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인버터는 태양광에서만 쓰이는 게 아닌 범용자원이라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정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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