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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尹 최대 치적 ‘체코원전’ 본계약 지연…“탄핵 시 곧바로 점검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윤 정부의 최대 중점 과제였던 체코 원전 건설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코에서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원전 건설의 현지화율을 6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한수원은 이를 두고 막판 세부 조율을 하느라 본계약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합의에 이어 체코의 현지화율 요구까지 받이들이면 한수원으로서는 남는 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시 곧바로 이 사안에 대해 점검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본계약이 4월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체코 원전 계약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 측에서 체코에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체코 측과의 현지화율 협상, 원전기술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세부적인 조율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체코와 미국 측에서도 국내 정치리스크를 당연히 주시하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 유력하나 반대의 경우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체코 정부는 원전 프로젝트의 현지화율을 60%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반기 총선을 앞둔 집권당의 정치적 압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팀코리아 측은 현지화율은 보장된 비율이 없다는 입장이나, 체코 정부의 요구사항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정국 혼란이 겹쳐 계약 체결 과정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민감국가 지정이 해제되지 않는 등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도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정부의 두코바니 원전 2기(각 1000MW) 건설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정부는 예상 건설비로 1기당 2000억코루나(약 12조원)를 책정해 한수원의 수주액은 약 24조원으로 측정됐다. 이 수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 중 하나로 야당의 체코원전 수주 관련 예산 삭감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적으로 예산 삭감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이 사안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당초 체코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은 올해 3월로 예정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협상 지도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올해 1월 한전·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기술 지재권 합의 댓가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체코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를 넘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여기에 체코 정치권이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원전 건설의 현지화율 6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합의 사항에 체코 정치권 요구까지 모두 받아들이면 한수원 등 팀코리아에 돌아올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훨씬 많은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것은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며 “현재 체코 정부가 60억유로(약 9조원)의 원전 사업비를 결정했을 뿐 남은 비용 조달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이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애초 한수원이 예상한 계약 금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탄핵 선고가 이루어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기던 체코 원전 본계약에도 정치적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섰던 것은 탄핵정국 전까지이며 이후로는 정상외교를 비롯한 수주지원 활동에 나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체코를 방문해 체코 대통령, 총리를 포함한 정치인들과 양국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체코원전 수주 논란에 대해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말이 있다.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이다.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나.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부터 저가 수주 문제를 지적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탄핵될 시 이번 원전 수주 건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그렇고 체코원전 수주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이유는 잘하고 있느냐는 점검 차원이었다"며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소송과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내용은 비공개를 하면서 안심하라고만 하는데, 그게 정말로 맞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체 24조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이번 주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그 사실도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그에 따른 점검 회의나 현안 질의를 할 것"이라며 “본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데 수출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공사 해외사업, 탄탄한 수익 창출·탄소중립 실현 ‘일거양득’

전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분쟁과 높은 기후 변동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는 각국의 에너지 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가 됐다. 특히 대한민국은 94%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 가격의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12개국 22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천연가스의 탐사·개발 등 상류사업에서부터 LNG 액화플랜트 건설·운영, 도시가스 배관 등 중·하류 인프라 사업에 이르기까지 천연가스 전 밸류체인에서 활약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했다. ◇LNG캐나다, 사업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 가스공사는 캐나다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위해 지난 2012년 LNG캐나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가스공사가 최초로 직접 원료가스를 조달하고 생산된 LNG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상반기 캐나다 서부 해안에 액화플랜트 준공 후 2065년까지 연 7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해 국내 도입 및 해외로 판매할 계획이다. 사업에 뛰어든 후 10년 만에 준공과 생산 개시라는 큰 결실을 맺었다. 원료 조달과정에서의 난항, 코로나 등으로 인한 배관 건설비가 증가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사업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인 협의와 맞춤형 적극 대응을 통해 사업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가스공사는 해외사업에서 원료 가스를 조달한 경험이 없다는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캐나다의 원료 공급 시장 여건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사의 대량 구매 이점을 고려해 잠재공급자들과 개별 협상 및 경쟁을 유도했다. 그 결과, 최적의 가격으로 원료가스를 조달해 5년의 원료가스 조달 계약기간 동안 약 9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배관사용료가 약 2배 이상 인상된 상황에서 70여 차례에 걸친 운영위원회 협의를 통해 최적의 협상방안을 도출했고, 배관 사용료 인상 규모를 최소화해 40년 계약기간 동안 3360억 원의 비용 절감을 이끌어냈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셈이다. 가스공사는 캐나다에서 생산한 LNG를 국내에 도입해 수급대응력을 제고하고, 아시아 등으로 판매해 사업 수익을 지속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NG캐나다 사업을 저탄소 사업으로 추진해 글로벌 탄소중립정책도 뒷받침해 나갈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LNG캐나다 사업에서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수력 발전 에너지를 활용, 2025년 4만 톤의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시작으로 향후 매년 최대 8만 톤의 CO2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감축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26배 크기의 숲에서 CO2를 흡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이다. ◇대규모 천연가스전 모잠비크 Area4, 상업생산 본격화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 LNG캐나다 사업과 함께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가스전 사업에서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모잠비크 Area4 광구는 국내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 기준 약 3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약 1.3억톤)을 가진 대규모 천연가스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해외자원개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2007년 Eni사로부터 지분 10%를 매입, 사업에 참여했했다. 2022년 11월 코랄 사우스 FLNG(해상부유식 액화플랜트)에서 LNG생산을 첫 개시해 상업운전을 본격화했다. 2023년에는 안정적인 생산단계에 진입해 총 266만 톤의 LNG를 판매했고, 이중 가스공사 지분 10% 기준 약 1억 2000만 달러의 매출 달성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333만톤의 LNG를 판매해 매출액 또한 약 1억 3700만 달러로 확대됐다.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사업의 상업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2047년까지 25년간 연간 337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판매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Area4의 막대한 부존량을 토대로 후속 LNG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사 재무 여력과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견된 자원의 상업화를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다. 향후 코랄 노스 등 후속 가스전 개발을 통해 LNG 생산량 증산 시 이를 운반할 LNG운반선의 발주가 예상돼, 현재 글로벌 LNG운반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의 매출 증대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코랄1 FLNG에서 디젤발전기 사용 제한, 소각가스 최소화 등 설비 최적화를 통해 운영 안정화를 꾀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3년 대비 약 9만 톤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탄소 중립이 세계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공사 역시 저탄소 해외사업 추진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활약해 나하고 있다. 이제 가스공사의 해외사업 성과는 본격 가시화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오는 2032년까지 투자비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든 후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다수의 사업이 본격 생산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투자 회수율이 점진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2032년 해외사업을 통한 투자비를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투자비 회수액의 일부는 전략적으로 신규 사업에 재투자할 방침"이라며 “가스공사는 2050년까지 해외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물산업 수출액 2조원 돌파…미지의 남미 시장 뚫는다

글로벌 물산업 규모가 2022년 1280조원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3.9%씩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물산업 수출액은 2023년 2조679억원으로 첫 2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물산업 수출액 확대를 위해 남아메리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31일 환경부의 물산업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물산업 수출액은 지난 2019년 1조8180억원에서 4년 만인 2023년 2조679억원으로 13.7% 증가했다. 수출액 중에는 상수도관 등 물산업 관련 제품의 제조업 규모가 1조8208억원으로 전체의 88.1%를 차지했다. 물산업 관련 건설업(1441억원), 물산업 관련 시설 운영, 청소 및 정화업(1015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물산업 수출 주요국을 보면 아시아가 전체 수출액의 39.2%, 유럽 17.3%, 미국 15.9%, 중동 19.2%, 오세아니아 2.0%, 기타 4.0%로 나타났다. 남아메리카 시장은 기타에 포함돼 있는데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수출액이 부진한 편이다. 남아메리카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만큼 시장 개척을 통해 물산업 수출액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물공급 시스템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물 기술을 전파할 여지가 많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 물산업 시장도 계속 성장 중이다. 물산업조사기관인 'Global Water Intelligence'(GW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물시장은 약 1280조원 규모로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9%로 전망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8일 현지에서 엘살바도르 수도공사(ANDA)와 수도 산살바도르의 굴루차파지역 물공급 시스템 현대화사업 참여와 기술협력에 관한 합의서(MOA)에 서명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수자원공사의 사업기획, 설계‧건설공사 감리, 상수도 운영관리사업 위수탁, 초격차 물관리 기술이전 및 협력 등이다. 엘살바도르는 상수도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수도권 지역(산살바도르)의 16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하고 있는 굴루차파 시스템 현대화에 약 1800억원 규모의 정부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합의를 발판으로 기타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후속 사업 발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한성용 수자원공사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이번 엘살바도르 물관리 시장 참여는 중남미 물시장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지난 19일부터 3일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2025 국제물산업박람회'에서는 금호건설과 신우산업이 캄보디아 타크마우시 하수처리시설 구축사업에 약 3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 633억원 규모의 수출 성과가 발생했다. 또한 약 603억원 규모의 계약 협약(MOU) 54건도 체결됐다. 우리나라 물산업 사업체 수는 지난 2023년 기준 1만8075개다. 2023년 물산업 매출액은 지난 2022년 49조6902억원에서 약 2.6% 증가한 50조997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1%를 차지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 내뿜는 거대기업을 멈춰라”…기후소송 원고들의 목소리

포스코의 광양 제2고로 개수, 한국가스공사의 모잠비크 가스전 투자,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용인 국가산단 개발까지. 이 세 건의 대규모 사업을 두고 시민들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잇따라 소송에 나섰다. 원고로 나선 이들은 청소년, 소액주주, 지역 주민들. 다른 배경, 다른 위치에 있지만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목소리가 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포스코는 노후 고로(용광로)를 교체해 사용 연장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청소년 6명이 원고가 되어 고로 개수 중단과 석탄 기반 설비 폐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이주원(14세, 포항 중학생) 학생은 “저희가 살아갈 지구인데, 그 지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막고 싶었다"며 “또 기후위기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송을 발판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지고, 모든 사람들이 미래의 지구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소송에 참여했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되지만, 특히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포스코를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주변 시선이 걱정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아동들과 우리의 미래, 우리가 살아갈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기회를 잡는 아동들이 많아져야 지구에도 더 나은 발전이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광양 제2고로 개수로 인해 향후 15년간 약 1억3700만 톤의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 약 980만 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모잠비크 해상 가스전 사업에 7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코랄 노스 FLNG' 프로젝트로, 향후 4억89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소액주주들은 “이 사업은 기후위기에 역행하고, 경제적 리스크도 크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이세윤 씨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LNG 발전용 수요가 감소한다는 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며, 각국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이미 2021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 가스전 개발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고, 2024년 보고서에서는 각국의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STEPS)에서도 2035년 이후 천연가스 발전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 역시 LNG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LNG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백업'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정부 방침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LNG는 채굴, 정제, 수송, 저장, 연소까지 전 주기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소의 78%에 이르는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 채굴 방식만 근거로 '탄소가 적다'고 주장하는 건 전체 배출량의 빙산 일각만을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가스공사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정작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건스탠리, RBC 등 글로벌 기관들은 LNG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를 경고하고 있는데,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깜깜이로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세윤 씨는 “만약 가스공사가 떳떳하다면 예비타당성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LNG 수요 전망과 공급 과잉 우려가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용인에 조성되는 국가산단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대규모 프로젝트다. 10GW의 전력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만큼 LNG 발전소 3GW가 우선 추진되고, 나머지는 동해안과 호남에서 장거리 송전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시민 16명은 “기후영향평가가 부실했고, LNG 발전이 오히려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개발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김건영 기후솔루션 리걸팀 변호사는 “국가산업단지 계획에서도 기후변화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이 용인된다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다른 사업들에도 배출량 감축 의지를 떨어뜨리는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우려해 이번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업은 자신의 사업활동이 초래하는 기후변화가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커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시민, 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2023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자리한다. 헌재는 지난 8월 “정부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기후소송은 정부를 넘어서 기업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이제는 각 기업과 공공기관이 탈탄소 전환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 시대"라며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결정의 중심에 두는 것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가스공사, 미국산 LNG 활성화 ‘최대 수혜’ 전망

한국가스공사가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함께 물량 퍼스트 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단일기업으로는 글로벌 최대 LNG 물량 구매력을 보유한데다, 글로벌 LNG 개발에 대한 우선적인 투자 요청, 주요 LNG 구매고객으로서의 확고한 위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31일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탐사·개발 등 업스트림 사업부터 LNG 액화플랜트 건설과 운영, LNG기지 및 도시가스 배관 등 미드/다운스트림 및 인프라 사업에 이르기까지 천연가스 전 밸류체인에 걸쳐 총 12개국에서 2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스공사의 LNG 사업은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관세 관련 협상 뿐만 아니라 방위비 협상 등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LNG 수입을 증가시켜 그만큼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줄이려는 계획에 의해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스 국가별 도입비중은 호주 1042만톤(24%), 카타르 860만톤(20%), 말레이시아 611만톤(14%), 미국 512만톤(12%), 오만 497만톤(11%), 인도네시아 291만톤(7%), 러시아 165만톤(4%) 순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 및 오만 등과 장기 계약을 끝내고 도입선을 조정 중에 있다. 이에 따라 900만톤 이상을 미국산 LNG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LNG의 경우 통상 천연가스 배관망이 모여 있는 루이지애나주 헨리허브 지역의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수입하는데 반해, 중동산 LNG는 유가 연동 방식으로 수입가격이 정해진다. 이상헌 연구원은 “최근 미국산 LNG의 물류 등 도입 비용을 포함해도 유가연동에 비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미국산 LNG 도입 등이 가속화되면 원가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미수금을 감소시킬 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LNG 수출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이 목적지제한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계약 체결 시 가스공사가 수급 조절 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LNG 트레이딩 등도 가능해 수익 창출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스공사는 일본 전체보다는 용량이 적지만, 단일 업체 규모로는 글로벌 최대 용량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서 매우 많은 용량을 트레이딩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장기계약을 국내 사용량 이상으로 체결한 뒤 여분 물량을 해외에 재판매하는 트레이딩 등으로 2023년 한해 최소 140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의 경우도 향후 미국산 LNG 도입 증가가 가속화되면서 LNG 트레이딩이 확대됨에 따라 수익성 가시화되면서 성장성 등이 부각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LNG 산업 최강국은 미국…2년 연속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글로벌 천연가스 산업 패권이 미국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간 형국이다. 미국이 2023년에 이어 작년에도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이 본격화 할 경우 미국이 천연가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31일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에 하루 119억 입방피트(Bcf)의 LNG를 수출,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으로 남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LNG 수출국인 호주와 카타르의 LNG 수출은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세계 4위와 5위의 LNG 수출국 지위를 차지했던 러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작년 LNG 수출량은 각각 하루 평균 4.4Bcf, 3.7Bcf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LNG 수출은 2023년과 비교해 큰 물량 차이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았다. 기존 LNG 수출 시설에서 계획되지 않은 몇 차례의 △정전 △유럽의 천연가스 소비 감소 △2022년 이후 제한적인 신규 LNG 수출 용량 추가 등의 이유로 2023년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변동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LNG는 2016년 본토에서 사빈패스 LNG 수출을 개시한 이래 7년 만에 카타르,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지난 2023년 기준 미국산 LNG 수출량은 총 8570만톤으로 최대를 기록했으며 호주 8150만톤, 카타르 7920만톤을 기록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 LNG 수출에서 아시아로의 비중은 2023년 26%(3.1 Bcf/d)에서 2024년 33%(4.0 Bcf/d)로 증가했다. 중동, 북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으로의 미국 LNG 수출도 작년에 증가해 총 수출의 14%(1.6 Bcf/d)를 차지했고, 2023년에는 8%(0.9 Bcf/d)에 그쳤다. 2024년 미국의 유럽 천연가스 수출은 19%(1.5Bcf/d)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산 LNG는 주로 EU와 영국으로 수출됐으며, 2024년의 경우 터키와 그리스로의 수출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는 주로 이집트와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의 수입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전년 대비 미국 LNG를 더 많이 수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EU 국가와 영국으로의 미국산 LNG 수출은 2023년 대비 24%(1.7Bcf/d) 감소했는데, 이는 주로 2023~2024년 겨울 이후 온환한 날씨로 인한 천연가스 소비 감소와 높은 저장 재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이와 동시에 EU와 영국의 LNG 수입 용량은 2021~2024년 사이에 40% 이상 확대됐다. 향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이탈리아에서 새롭고 확장된 재기화 시설이 가동되면 2025년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작년에 미국 총 LNG 수출량의 33%(4.0 Bcf/d)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전통적인 LNG 소비 대국인 일본, 한국, 인도, 중국이 가장 많은 미국 LNG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미국산 LNG 수입량은 총 76%(3.0 Bcf/d)에 달한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착공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알래스카 LNG 개발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LNG 강국 미국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부 가스전에서부터 1300km에 달하는 파이프관을 연결해 남부에서 액화,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관련 사업비만 440억달러(약 6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LNG 수출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이 목적지 제한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계약 체결 시 수급 조절, LNG 트레이딩 등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경우 LNG 구매와 더불어 수출용 LNG 터미널 및 가스관 건설로 구성되는데, 개발 단계 지분 투자를 통해 목적지 제한조항이 없는 물량을 확보하게 될 경우 리스크는 제한적인 반면에 향후 수익성 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한전 패싱’ 본격 시작...전기위원회, 전력직접거래 승인

기업들이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3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기위원회는 지난 28일 제310차 회의를 개최하고 전력직접거래와 관련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지난 1월에 처음 상정됐으나 보류됐고, 2월에는 상정이 되지 않았다. 기존 전기사업법상 전력직접거래를 신청한 기업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직접거래를 신청한 기업들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이후에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시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전력직접구매 제도는 소비자가 전력시장에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전기사업법 제32조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전기사용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대통령령의 기준은 수전설비용량이 3만킬로볼트암페어(kVA) 이상이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03년 신설 이래 참여 실적이 전무했다. 그동안 직접구매 단가가 한전의 소매요금보다 비싸다 보니 신청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2년부터 계통한계비용(SMP) 급등으로 산업용 소매요금이 잇따라 인상됐고, 석유화학 업황이 어렵게 되자 SK어드밴스드가 경영 개선을 위해 첫 직접구매를 신청했다. SK어드밴스드의 지분 절반 이상이 해외자본이라서 대부분 경영진이 외국인이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위는 전력직접구매의 참가 기업 의무 조항이나 계약 기간, 한국전력의 망 사용료, 각종 정산금 가격 책정 등 세부 사항들이 오래 전에 만들어져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제도 전반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전력당국의 보완을 거쳐 다시 상정하자 이번 심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소비자가 전력직접구매를 통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구매할 경우 적용되는 판매 단가는 전력량요금(SMP 연동), 용량가격, 부가정산금, 송배전요금 등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용량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돼 있고, 전력시장의 여러 정산금들도 반영이 안 돼 있어 규정들을 현행화 했다"며 “지금까지 전력시장 제도는 여러 차례 개선이 있었지만 전력직접구매 조항들은 거의 수정된 적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규칙 개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서 이제 기업들은 전력거래소에 직접거래를 신청하면 한전의 산업용 전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전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K어드밴스드의 전력직접구매 첫 신청이 경영개선 효과를 보일 경우 산업계에서 우후죽순으로 신청이 이뤄져 전력시장 구조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전의 산업용 고객들이 그동안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지 않은 저렴한 요금을 사용하다 요금이 오르자 바로 이탈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과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트럼프 눈총 피하자…美 S&P500 상장사들, ‘기후·친환경’ 언급 쉬쉬

최근 경북·경남 등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무차별 확산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기후, 친환경 등을 언급하는 미국 기업들이 대폭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반(反)그린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기업들이 친환경 행보를 보이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의 기후변화 온라인 플랫폼 '블룸버그 그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사들이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청정 에너지 △그린 에너지 등 기후·친환경 용어들을 언급한 횟수가 318회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기후·친환경 언급 횟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에 333회를 보였지만 글로벌 탄소중립 열풍으로 2022년 1분기엔 1300회까지 급증했다. 그 이후엔 언급 횟수가 조금씩 하락하는 추이를 보이다 작년엔 500회 미만으로 줄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던 작년 4분기엔 379회로 줄더니 올 1분기엔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S&P500 중 임의 소비재, 금융, 에너지 섹터에 속한 기업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임의 소비재와 금융 섹터 기업들의 기후·친환경 언급 횟수는 전년 동기대비 52% 가까이 급감했고 에너지 섹터 기업들 사이에서도 횟수가 31% 가량 감소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은행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를 지난해 12월 6일 최초로 탈퇴했고 이후 웰스파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이 이를 뒤따랐다. 또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작년말 성명을 내고 자사의 2025년,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등 빅오일(글로벌 석유공룡)들이 청정에너지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리 기후협약 탈퇴, 전기차 의무 폐지 등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지우기에 나섰다. 또 미 정부 기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 등을 피해야 할 용어로 지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달초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모닝스타의 호텐스 비오이 지속가능성 리서치 총괄은 “출범한 새 행정부가 반기후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후와 관련) 모든 것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기후 관련 내용을 듣고 싶어하지만 기업 경영진들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토드 코트 교수도 “기업들 사이에서 이제 기후변화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 말까'라는 목록에 등록됐다"며 “연방정부의 압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대신 목표를 조용히 달성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가 발표한 '2025 탈탄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참연한 기업들이 5년 전에 비해 9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조용한 진전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원치 않는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기후 공약을 공개하는 것을 피하고 대신 스포트라이트에서 최대한 거리를 벌려 기후 관련 진전을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컨설팅 기업 커니가 지난해 500명 이상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조사한 결과 90% 이상은 그린 투자를 늘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닝스타는 기후·친환경 등을 언급하는 기업들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업 노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오이 총괄은 “기업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 등의) 진전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기후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장]SK가스, 세계최초 LPG+LNG 듀얼발전 가동…직수입터미널까지 밸류체인 완성

[울산=전지성 기자] SK가스가 2025년을 세계 최초 LNG/LPG '듀얼퓨얼' 발전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넷 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 행보에 본격 나선다. SK가스는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와 울산 최초의 LNG 터미널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까지 갖춰 '도입/Trading–저장–공급–발전/판매'까지 LNG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대비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이다. SK가스가 100프로 출자한 울산GPS(Gas Power Solution)는 두가지 연료를 모두 사용해 기존 LNG발전소들 보다 뛰어난 경제성을 자랑한다. LNG가격이 높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LPG를 사용해 안정적인 운영과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국내 타 발전소들도 SK가스의 사업모델을 신규 발전사업에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가스는 지난 25일, 울산GPS와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이하 KET)에서 미디어 투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해 상업가동을 개시해 안정적으로 운영중인 KET와 울산GPS를 차례로 소개했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LPG와 LNG, 향후 수소, 암모니아까지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SK가스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에너지원의 상대적 가격에 따라 고객이 필요한 대체 에너지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SK가스는 이러한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로 에너지 수요처와 공급처가 밀집해 있어, LNG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향후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KET는 이미 준공된 탱크 2기와 건설중인 탱크 1기 등 총 3기에 64만5000kl의 LNG를 저장할 수 있으며 하역/저장/기화∙송출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됐다. LNG 수요가 풍부한 국내 최대 산업단지 울산에 위치해 대형 에너지 기업과 석화사, 발전사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KET 이성모 부사장은 향후 SK가스 CEC(Clean Energy Complex) 내 LNG탱크 2기를 포함해 총 6기의 탱크가 완공되면 2034년까지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하는 국내 메이저 LNG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는 비전과 함께, 'LNG 벙커링'과 'LNG 냉열 공급'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NG 벙커링은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유류 선박연료를 LNG로 대체 공급하는 사업이다. KET는 국내 최대규모의 벙커링 전용부두를 확보해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버려지고 있는 LNG 냉열을 추후 AI 데이터센터 등 수요처가 생기면 직접 공급해 고객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가절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상업가동을 시작한 울산GPS는 세계 최초 GW급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다. 최신 가스터빈(2기)과 스팀터빈(1기)으로 구성돼 있어 발전효율이 높고 급전 순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발전용량은 1.2GW로 연간 생산 전력량은 280만 가구가 1년간(가구당 월 250kWh 이용 기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울산 GPS는 연간 90만~100만톤 규모의 LNG를 공급받아 활용하는 SK가스 LNG 사업의 최대 수요처다. 울산GPS 조승호 대표는 “울산GPS는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배후에 보유하고 있어 발전을 위한 입지조건이 매우 우수하며, LNG와 LPG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주연료인 LNG 가격이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PG를 사용할 수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클 때에도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며 “최신 고효율 설비를 기반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기여할 예정이며, 추후 수소 혼소를 거쳐 전소를 통해 Net Zero를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LPG 단일 사업 모델로 견고한 성장을 이뤄온 SK가스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울산에서 LNG 및 발전 사업 모델을 완성하며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점-선-면' 전략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점)하고 연결(선)해 사업을 확장(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KET와 울산GPS의 상업가동은 SK가스 사업다각화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에 불과다. 앞으로 이 점을 얼마나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는 LNG 및 발전 사업 첫 해인 만큼 지난 40년간 LPG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전사업의 안정적인 오퍼레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향후 LNG 벙커링, 수소, 암모니아, 해외 ESS 사업까지 연계해 넷 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의 비전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민주당, 난방비 폭탄 방지법 발의…요금인상 제한 시 정부가 부담

2022년 당시 전 세계적 에너지 가격 폭등 시 독일, 영국 등 에너지 민영화가 완료된 나라들은 가스요금이 200~300% 인상됐지만, 공기업 가스공사는 폭등한 액화천연가스(LNG) 원가의 43%만을 요금에 반영했다.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정책에 의해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요금 부담이 적었지만, 가스공사는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게 됐다. 문제는 또다른 위기가 닥칠 시 가스공사가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 정책으로 요금인상이 제한될 시 정부 재정으로 이를 부담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창원성산)은 27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요금 인상 억제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난방비폭탄 방지를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허 의원은 “지난 4년간 발생한 가스공사 미수금 대부분은 '민수용'에서 발생했다. 즉, 주택용과 일반용의 가격 폭증을 제한하며 발생한 부채"라며 “향후 에너지 위기가 다시 도래할 경우에 대비해 공익서비스에 대한 가격인상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부담은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금은 요금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고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으로, 현재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은 14조원가량이다. 자리에 함께 한 강승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난방은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는 필수서비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돼야 하는 공공서비스여야 한다"며 “난방비폭탄방지법을 통해 에너지 위기 시 적어도 공공부문과 주택부문에 한정해서는 난방비를 올리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만약 비싸게 수입한 가스가격 그대로 우리 난방비에 반영했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난방비는 10배 가까이 올라 '난방비핵폭탄'이 각 가정에 터졌을 것"이라며 “난방비 인상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가정마다 '난방비폭탄'이 터져 비명을 지르는데, '만약 공공부문인 가스공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토로했다. 황규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난방비폭탄방지법을 통한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원료비 연동제 유보 기간이 장기화되고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원료비 정산단가 반영이 지연되면, 미수금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까지 누적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에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난방비폭탄 방지법을 통해 공공부문 및 주택부문의 원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해 미수금 액수가 일정 기준액 이상 누적되거나 가스공사의 경영상 부담이 중대한 경우에는 정부가 가스공사에 재정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가스공사에게는 '재정 지원 요구권'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이승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도 비판에 가세하며 난방비폭탄방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자신이 통제한 민생경제 안정화 요금정책의 부담을 가스공사에 전가하고도, 공기업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의 행태가 오히려 방만이고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지부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또 다시 예기치 못한 국제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라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변동폭이 매우 심하고 자연재해나 전쟁 등의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더 이상 미수금으로 그 여파를 받아낼 여력이 없다"면서 “이제는 법과 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성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난방비폭탄방지법(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돼 심사를 진행 중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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