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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中 ‘한화 마스가 제재’에 시큰둥한 이유는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재 대상인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가 미국 내수용 선박(존스법)을 건조하기에 중국과 접점이 없는데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등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하며 구조적 면역력을 확보하고 있어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번 제재는 중국의 조치가 경제적 압박이 아닌 정치적 신호에 불과했음을 드러냈고, K-조선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무력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한화쉬핑·한화 필리 조선소·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한화쉬핑 홀딩스·HS USA 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을 제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국당국은 제재 이유로 “미국이 중국의 해사·물류·조선 산업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로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화오션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협조하고 지원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제재에 우리 재계와 조선업계는 중국이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을 미국 정부와 한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 조치로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을 겨냥함으로써 국내 조선업계 전반으로의 제재 파급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조선업계의 반응은 '파장'이 아닌 '평온'에 가깝다. 제재 발표 직후 시장의 우려로 잠시 주가가 출렁였으나 단 하루만에 반등하며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는 제재 대상 기업의 운영 현실이 중국의 영향권 밖에 있고 더 나아가 한국 조선업이 수십 년 간 쌓아 올린 구조적 특성이 그 어떤 지정학적 파도도 막아낼 견고한 방패가 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선업계는 중국의 제재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 가장 큰 이유로 제재의 내용이 대상 기업의 실제 사업 현실과 완벽하게 괴리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제재의 핵심 표적인 한화 필리 조선소는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의 적용을 받는 조선소다. 존스법은 미국 항만 간 운송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을 가진 선박으로만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들은 본질적으로 미국 내수 시장만을 위해 존재하며, 태평양을 건너 중국 항만에 기항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 상상인증권은 “현재 생산 중인 미국산 선박은 소규모로 원양선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 시 현시점에서 한화오션에 가해질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이 선박들의 자국 항만 입항을 금지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던 대상에게 무의미한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을 위시한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시선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의 중국 관련 실질 협력은 없는 상황"이라며 “필리 조선소의 일부 공정에 중국산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비중이 작고 한국이나 미국·캐나다·멕시코 등에서 쉽게 대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제재 대상 5개사 중 실질적인 영업 활동이 있는 기업은 한화해운과 한화필리조선소 정도이며, 이들마저 중국과 인적·물적 연관성이 없다는 KB증권의 분석은 이번 제재가 상징적 조치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비단 한화오션에 국한되지 않고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한국 조선 산업 전체가 가진 구조적 면역력을 재확인시켰다. 이러한 면역력의 핵심은 '시장 분리'와 '기술 초격차'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한·중 두 나라의 조선업 주력시장과 고객층도 명확하게 분리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해운사들은 통상 자국 조선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한국 업체에 발주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국영 선사와 국영 조선소가 하나의 거대한 국가 주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한국 조선사들은 애초에 이 시장을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이 자국 해운사에 한국 조선소와의 거래를 금지한다 해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막는 공허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조선업이 의식적으로 추구해 온 전략적 분화에 있다. 과거 중국이 저가·범용 선박 시장을 장악할 때 한국은 가격 경쟁 대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차세대 친환경 컨테이너선 등 고도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구축했다. 시장 고객들은 가격보다 기술적 우위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의 정치적 압력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구직급여 8개월 연속 ‘1조원대’…기간 연장 후 재취업 속도 늦어

올해 들어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8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기간이 늘어난 이후 구직자들의 재취업 속도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15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6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1048억원)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월 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에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선 것이 최장이었다. 올해 1~9월 지급액은 9조630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조164억원) 대비 6.8% 늘어 10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연간 지급액은 11조6629억원이었다. 다만 10월 통계부터는 구직급여 지급액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배정된 구직급여 예산은 12조2100억원이다. 신규 신청자는 지난달 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10%) 늘었으며 지급자 수도 62만5000명으로 4%(2만4000명) 증가했다. 한편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이 오히려 재취업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실업급여 제도 고용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구직급여 지급기간이 연장된 이후 수급자의 평균 수급 기간은 약 30일 늘어났다. 개편 전 90~240일이던 지급 기간은 120~270일로 확대됐으며 지급 기간이 구분되는 연령은 30세 미만, 30세∼50세, 50세 이상의 3구간에서 50세 미만과 50세 이상의 2구간으로 줄었다. 제도 변화 이후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수급 기간은 17일 늘었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 내 재취업률은 4.8%포인트 줄었다. 1년 6개월 후 재취업률 격차는 1.9%포인트로 줄었지만 여전히 개편 이후가 더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50세 이상은 3.3%포인트, 30~50세 미만은 1.3%포인트 낮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셈이다. 다만 중장년층의 재취업 임금 수준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들을 토대로 일부 집단에서 재취업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실업급여로 유동성 제약을 완화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한 긍정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재취업 질 개선 효과는 없고 재취업 소요 기간만 증가한 30세 미만의 경우 도덕적 해이 메커니즘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짧다"며 “향후 개편은 단순한 지급 기간 확대보다는 효과가 검증된 계층 중심의 선별적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자의 눈] 제4인뱅 예비인가 실패…끝이 아닌 시작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4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에서 모두 탈락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호은행, 소소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컨소시엄의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자금조달과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해서다. 제4인터넷은행을 준비하던 컨소시엄들은 실패의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이번 결과가 제4인터넷은행의 필요성마저 부정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컨소시엄들이 내걸었던 소상공인 특화 은행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등 금융소외층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소상공인이나 중저신용자들은 높은 대출 심사 문턱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기존 은행들은 이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이 구상한 소상공인·취약층 전문은행은 은행 서비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포용한다는 취지에서 의미 있는 시도인 점은 분명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터넷은행 탄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실패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에 컨소시엄들이 표방하는 은행이 성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영업점이 없는 100% 비대면 은행을 소비자들이 과연 믿고 찾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지금 인터넷은행은 은행권의 메기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신, 여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통 시중은행이 하지 못한 서비스를 도입하며 현재는 시중은행을 앞설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시중은행 과점을 깨기 위해 출발한 제4인터넷은행이지만, 새 정부에서는 금융소외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포용금융'을 위한 새로운 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예비인가 불발은 실패의 끝이 아닌 도전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컨소시엄들은 금융당국이 지적한 자금조달과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등을 다시 정비하고 미비한 점은 보완해 은행 설립을 위한 안정성과 탄탄한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당국도 더 많은 도전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을 독려하며, 새로운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에서도 회의보다는 기대감을, 비판보다는 응원을 보내며 금융의 변화 과정에 함께 하길 바란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불장 열기 식겠지만...“전월세 불안은 번진다” [10.15 부동산대책]

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과천, 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아파트 매수 수요도 '반짝'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전·월세 가격 상승 불안 요인 등이 맞물리면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오히려 정부가 수요 억제 위주로 부동산 대책을 가동한 탓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매수해야 한다는 심리가 번질 수 있고,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구 부총리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고, 대출‧세제 등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겠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를 보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차주별 대출한도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스트레스 금리 하한도 상향 조정했다. 현재 차주별 대출금리에 1.5%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을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에 한해 3%로 올린다. 소유주택 지역과 관계없이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차주의 DSR에 반영한다. 즉, 이번 대책은 금액별 대출을 차등화해 상급지 갈아타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통한 아파트 갭투자 제동 등이 핵심인 것이다. 정부가 6.27 대책에 이어 또 한 번 초강력 규제를 내놓으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역은 물론 수도권 아파트값을 주도하는 과천, 성남, 용인, 수원 등 경기 남부 벨트를 정조준해 집값 상승세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이번 대책으로 마포구와 성동구, 광진구 등 한강벨트는 물론 수도권 인기지역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정부가 집값 상승하는 지역을 오히려 인정한 결과가 됐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추가적으로 내놓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목소리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구입목적의 대출 한도를 시가 15억원 이하, 25억원 이하 등으로 나눠서 구매력을 규제하겠다고 했는데, 해당 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9.7 공급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을 주도하는 형태로,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고, 민간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40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풍부한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전·월세 가격 상승 불안 요인 등이 겹친 현재의 시장 상황도 해당 대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요인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평균 광의 통화량(M2)은 4040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55조8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과 증가폭 모두 작년 3월(1.5%, 58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들어 집값이 많이 오른 주요 지역 대부분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 및 한강 벨트였다"며 “이들 지역에서 대출에 구애받지 않고, 자체 자금을 통해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는 (정부에서도) 통제가 쉽지 않다"고 짚었다. 구매 수요를 억제하면서 전세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전세가 상승의 땔감 역할을 하던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 악용 이슈는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보증부 월세 등 월세화에 따른 임차인 주거비 부담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규제지역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바로 이동하긴 어렵고, 물건별로, 유형별로 가격이 저렴한 곳들을 찾을 것"이라며 “규제 지역에서 제외된 인천, 구리 등으로 대체재를 찾아서 이동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금은 실거주 요건만으로 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월세 시장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시장에 매물이 돌지 않아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10·15 대책] “서울 전역, 경기까지 규제”…이재명 3번째 부동산대책, 집값 잡을까

정부가 수도권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전면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다.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는 등 수요 억제 중심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매수세 진정이 예상되지만 실수요 위축과 거래 절벽 우려도 뒤따른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과천·성남·광명·안양 등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모든 매매 거래에는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며, 투기 목적의 단기 매매는 사실상 차단된다. 정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불안 심리가 외곽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규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억 원,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줄였다. 스트레스 DSR 금리도 기존 1.5%에서 3%로 상향했으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원리금까지 DSR 산정에 포함시켰다. 전세자금이 다시 매매시장으로 흘러드는 '갭투자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총리실 산하 '부동산 감독기구'도 신설해 국세청·경찰청·금융위원회가 합동 단속을 수행하고, 시세조작·탈세·허위거래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9·7 대책에서 예고된 135만 호 공급 이행 TF를 가동해 12월 중 구체적 입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열된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고 단기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 규제 지정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나 갈아타기 거래를 억제해 단기 과열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전세대출 DSR 반영으로 전세가에서 매매가로 이어지는 전이 구조를 끊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다시 움직이던 투자수요에 경고를 주는 '심리적 제동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지정은 실거주 외 거래를 차단해 투기자본이 부동산에 유입되는 걸 막는 직접적 조치"라며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는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집값 방어보다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전환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단기 투자수요에 제동이 걸리며 단기적으로는 거래 심리가 위축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실수요층의 자금 조달 부담과 거래 절벽 우려도 적지 않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로 중산층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나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좁아질 수 있다"며 “결국 거래량 급감과 가격 경직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면 규제는 긴급 처방에 가깝다. 거래 동결·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움직이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은 6·27의 강화판이지만,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의문"이라며 “'언제까지 누를 것이냐'가 향후 정책 신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 안정에는 기여하더라도 정비사업 지연과 실수요 위축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생애최초·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관리가 필수"라며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등 정상 사업 추진이 막히지 않도록 유연한 금융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공급 등 건설사 자금 경색을 방지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규제 효과가 왜곡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인터뷰] “조급한 매수는 독…‘10·15 이후’ 실수요 해법은 ‘뉴홈형 첫 집 전략’

정부가 15일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전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가주택 대출 한도가 줄고,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 조급하게 매수에 나서는 것은 독이 된다"며 “버는 집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같은 고가 지역으로 진입하기보다, 출퇴근이 편하고 생활 기반이 안정된 곳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내 집 마련을 시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는 당장의 매수보다 정책형 금융상품과 공급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을 지켜보면서 가계 재무 구조를 점검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출 한도를 계산해 두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확대에 들어간 '뉴홈(New:Home)'은 이런 실수요자들을 위한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임대 제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한 정책으로, 분양가는 시세의 70~80% 수준이며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장기 저리(연 1.8~2.4%)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뉴홈은 분양 중심의 '나눔형', 6년 임대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한 '선택형', 기존 공공분양과 유사한 '일반형'으로 나뉘며,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우선공급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기존 임대 중심의 공공주택과 달리 '자가 전환형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정부의 핵심 실수요 정책으로, 올해부터 공급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 교수는 “이런 제도들이 본격화되면 실수요자들도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정부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해서 대출받기보다 월세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택해야 한다. 집을 소유하는 속도보다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에도 경고를 보냈다. 최 교수는 “강남권 재건축 입주민들도 분담금과 종부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가 아니라 '괴로운 한 채'가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세법 개정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시 높아지고, 1주택자 공제 기준금액이 12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80%로 복원되면서,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종부세 산정 기준이 강화된 셈이다. 시세 20억 원대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연간 보유세가 통상 수백만~1000만 원대에 달하고, 고가 단지나 다주택자는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안정적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중산층 직장인은 세금과 대출 상환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가주택이 더 이상 '안정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최 교수는 “소득 대비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에서 직장인이나 은퇴자까지 강남 고가 아파트를 유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강북이나 수도권 대단지처럼 실거주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명, 철산, 이문동 등 교통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은 실거주 만족도가 높고 장기 거주에도 유리하다"며 “이제는 어디가 오를까가 아니라 어디서 오래 살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집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지역 간 격차보다 개인의 재무 여건이 더 중요해졌다.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는 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진짜 내 집"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번 대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부는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시중 유동성을 산업·금융 부문으로 돌리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기반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시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집을 사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그는 “무주택자와 청년층은 남들이 얼마 벌었다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 출퇴근 거리, 세금, 관리비까지 따져본 뒤 내 가족이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고르는 게 진짜 전략이다. 그것이 '뉴홈형 첫 집 전략'의 핵심이자, 지금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블루보틀 커피, 탄소중립 달성…생두 소싱 등에서 탄소 감축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커피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블루보틀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18년 대비 온실가스(GHG) 배출 강도를 18.4% 감축했으며, 남은 배출량은 탄소 크레딧을 통해 상쇄했다. 칼 스트로빈크(Karl Strovink) 블루보틀 커피 최고경영자(CEO)는 “탄소중립 달성은 하나의 이정표이자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과제"라며 “향후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는 커피 품종을 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하고, 재생농업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주요 온실가스(GHG) 배출원인 생두 소싱 방식을 개선해 배출 강도를 25% 감축시켰고, 식물성 우유 확산으로 우유 부문의 배출 강도를 16% 낮췄다. 또 미국과 중화권 카페에서 재생 가능 전력을 도입해 전 세계 소비 전력의 배출 강도를 67% 줄였고, 미국 내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 도입 등으로 전 세계 직원의 출퇴근에 따른 배출 강도를 11% 감축시켰다. 이외에도 폐기물의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를 통해 지난해 순 배출 회피를 달성했다. 칼 스트로빈크 CEO는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블루보틀은 재생 농업의 관점에서 커피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농지를 회복시키고 지역 공동체에 이로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커피 산업 그 자체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함저협 “음저협, 1000억원대 유튜브 저작권료 관리 불투명”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함저협')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대한민국의 음악저작자들을 대신해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레지듀얼 사용료를 수령한 뒤 그 사실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수년간 음저협 명의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지듀얼 사용료'는 유튜브에서 사용된 음악저작물 중 권리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제때 청구되지 않아 발생한 잔여 저작권 사용료를 뜻한다. 함저협은 15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음저협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내부 회원에게만 분배해 왔고 불투명한 관리를 통해 정당한 몫을 주장하는 단체에도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저협은 구글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동일하게 승인받은 두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중 함저협과는 실질적 협의 없이, 음저협에 모든 레지듀얼 사용료를 지급한 것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구글과 음저협이 다른 음악저작자들을 배제하고 양자 간 협의로 레지듀얼 사용료를 음저협에 일괄 귀속시킨 것은, 다수의 음악저작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저협은 “음저협은 2018년부터 불특정 다수의 음악저작자에게 귀속될 레지듀얼 사용료를 정기적으로 수령해왔으며, 그 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이 거액의 사용료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분배되었는지에 대한 세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일부만 함저협에 지급했고, 이에 대한 질의에도 명확히 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음저협의 이러한 불투명한 행위로 인해, 인기 작사·작곡가가 아닌 영세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료를 청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신탁계약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과거부터 레지듀얼 사용료 청구 및 정산 절차를 마련하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음저협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내부 회원에게 임의로 분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함저협은 2025년 2월 26일 음저협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동년 9월 25일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고발했다. 아울러 구글이 양 신탁단체를 차별적으로 대우한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0·15 대책]“초유 3중 규제로 풍선효과 잡고, 핀셋 대출로 국민 주거 안정”

이재명 정부가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내놓을 만한 카드는 모두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시 전역·경기도 일부에 대한 사상 첫 3종 규제 적용을 통한 갭투자 전면 차단과 풍선 효과 예방, 서민 수요는 살리되 한강벨트 중심 고가 주택 수요는 줄이는 대출 정밀 규제, 투기 거래 억제를 위한 강력한 단속, 장기적으로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자산 비율 축소 추진 등 현 시점에서 정부가 실행 가능한 정책은 모두 망라됐다. 전격성과 파격성을 갖춰 시장을 제어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하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단기적 공급 대책 등이 빠졌고 '핀셋형' 대출 규제도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과 전국 135만호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9·7 대책에 이은 세 번째다. 지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불붙자 정부는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은 전부 규제해 투기성 거래를 묶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대출한도 및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까지 모두 옥죄는 '종합셋트'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사상 초유의 서울 전역 3종 규제 카드가 주목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분당, 광명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일부 지역을 조정 거래 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한꺼번에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주택 거래 시 실거주가 의무화돼 '갭투자'가 원천 차단된다. 이는 '풍선 효과' 차단을 위한 전격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6·27 대책에서 강남 3구 외에 용산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 후 마포, 성동은 물론 분당, 과천, 광명 등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만큼, 이번에는 아예 집값이 오를 만한 주요 지역을 모두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줄곧 '국민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시 갭투자 거래를 하는 것은 매수자가 자신이 사들인 주택에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실거주 하는 전세입자의 전세금을 끼고 추후 시세 차익을 노려 아파트를 매매하는 '투기'로 보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즉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실제로 해당 세대에 실거주를 할 실수요자만 사라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실거주 수요 안에서 발생하면 집값 과열 현상이 빠진다는 계산이다. 핀셋식 대출 규제도 서민, 실수요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15억원 미만의 주택은 기존대로 6억원까지 대출해주지만, 그보다 더 비싼 고가 주택의 대출은 대폭 축소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27 대책에서 주담대 한도를 이미 6억원으로 묶어봤지만 정작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상당수가 기존 주택을 팔고 매수 주택으로 갈아타는 '갈아타기' 위주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기존 집을 팔고 6억원을 더 얹으면 얼마든지 '상급지'로의 이동이 가능했다. 6억원 대출이 아파트 거래가에 스며 들어가 집값 상승의 지렛대로 사용된다는 시각 아래 당국은 아예 그 지렛대를 낮췄다. 특히 2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주담대를 최대 2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5억원에서 25억원 사이 해당 구간에 해당하는 고가 아파트도 대출을 4억원으로 묶었다.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의 고가 주택들에 대한 수요를 줄여 과열을 냉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15억 이하 주택에 대해선 실거주 수요가 높다고 판단해 6억원 대출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거래가는 약 14억원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인 14억~15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주택과 그 이하 가격 주택들은 매매 거래 시 대출을 여전히 최대 6억원까지 받도록 허용해 실거주 수요가 거래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 셈이다.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낸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중 모드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을 전격 공개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유세·거래세 조정이 명시됐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거래 물량을 늘리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언급됐다. 이는 규제 지역 부동산 보유·거래세 중과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세제 개편에 소극적이던 정부·여당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취임 직후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인정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정책 목표가 국민 주거 안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며 “세제는 가급적 최후 수단이고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으로 구체적인 개편 방안과 시기·순서는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에버랜드, ‘케데헌 성지’로 우뚝…“영화 속 공연장 방불”

국내 대표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케데헌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26일부터 축제 콘텐츠존에 '케데헌 테마존'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오픈 당일인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주 남짓 만에 약 4만 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하며 케데헌 테마존이 큰 인기를 얻자 12일부터는 포시즌스가든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불꽃쇼'도 선보이고 있다. 에버랜드의 현실판 '케데헌' 세상은 올 연말까지 펼쳐진다. 케데헌 테마존에는 극중 주인공인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더피를 내세운 체험존과 포토존 등 각종 즐길 거리와 영화에 등장하는 라면과 김밥 등 K-분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 트럭도 마련돼 있다. 또 키링, 헤어핀, 마그넷, 인형 등 캐릭터별 기념품 등을 포함해 38종의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는 '굿즈샵'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저녁 시간대 에버랜드의 포시즌스가든은 영화 속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장소로 변신한다. 길이 24미터·높이 11미터의 초대형 LED 스크린에서 '케데몬' 영상이 송출되고, 특별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OST가 울려 퍼진다. 미국 빌보드를 휩쓴 '골든'을 비롯해 '소다 팝' 등에 맞춰 수천 발의 불꽃과 조명, 특수효과 등이 11분간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영상에 공개되는 자막을 보며 일명 '떼창'으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형태로 즐기게 된다. 특히 에버랜드는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불꽃쇼'를 준비하면서 압도적인 몰입감과 시각적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불꽃쇼 대비 불꽃 수량을 약 25% 늘렸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낮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몰입해 즐길 수 있도록 '테마존'에 이어 '싱어롱 불꽃쇼'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데헌' 신드롬은 국가 차원에서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컬처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고 문화강국 실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문화가 국력의 핵심"이라며 “문화강국의 첫 입구에 우리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한 주를 'K-컬처 주간'으로 정하고 다방면의 문화 정책과 현황을 짚어볼 계획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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