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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K-City Gas-SPC, 자율 안전관리의 초석 될 것

도시가스사업은 '안전을 서비스한다'는 사업 철학 아래, 사업 초기부터 안전관리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가스 사고는 현격히 감소했으며, 현재는 유틸리티업종 중에서도 안전사고 발생률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안전은 안전할 때 더욱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 도시가스업계는 ICT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안전분야에서 도시가스업계가 공통 적용할 수 있는 '특성 데이터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고, '평가 툴'을 개발하였다. 모든 도시가스사는 공급시설의 안전분야 특성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고 있으나 위험성평가는 대규모 또는 사업 역량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중저압 배관(Distribution Line)에 적용 중인 DIMP(Distribution Integrity Management Program)를 벤치마킹하여, 전국 도시가스사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특성 데이터의 표준화 방향을 DIMP 기반으로 설정하였다. 표준화는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설계되었다. 첫째, 평가체계의 객관성 확보를 통해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가 가능해야 하며, 둘째, 용이성을 고려해 모든 도시가스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기존에 구축된 평가체계와의 연계성을 유지함으로써 현실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표준화 대상은 크게 배관, 정압기 및 밸브 세 부문으로 나누었다. 배관 부문은 공통 위험요인을 설계/환경, 제3자, 부식, 운전/보수 및 응력/설비결함 5개로 설정하였다. 그 아래에 17개의 위험인자(sub-factor)를 설정하고 가중치를 반영하여 요인별 위험 점수를 산정토록 했다. 밸브 부문은 3개의 공통 위험요인과 10개의 위험인자, 정압기 부문은 4개 요인과 15개 위험인자를 각각 설정하여 배관과 같은 방법으로 평가토록 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총 42개 위험인자별로 내용 설명, 선정 목적, 대응 및 완화 방안, 배점, 위험 메트릭스를 나타내는 '위험인자 정의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정의서에 따라 회사별로 수집, 관리하는 특성 데이터를 입력하여 결과 값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K-City Gas-SPC'를 개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가스업계가 최초로 모든 회사가 공통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평가 툴이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 운영 전반(데이터 입력, 데이터 평가, 해석 등)에 대한 이용자 측면의 표준 매뉴얼을 준비하여 운영 효율성과 실용성을 높였다. 이번에 개발한 안전분야 특성 데이터의 표준화와 평가 툴은 도시가스사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주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가스업계의 안전 수준을 상향 업그레이드 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까지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던 회사들은 표준화된 위험성평가 툴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선도 업체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점에 의의가 있다. 둘째, 위험성평가 방법의 표준화로 도시가스업계의 안전관리가 대외적으로 신뢰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시스템 구비로 제도개선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자율안전관리로 가는 초석을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예지보전시스템(predictivce maintenance) 확충으로 향후 경영전략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과제는 안전관리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여 위험성평가 결과에 대한 치밀한 내부 검증 과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보완 과정을 거쳐, 제3자 검증을 통해 위험도 기반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면 제도개선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K-City Gas-SPC가 도시가스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혁신적으로 선도하고, 자율안전관리의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정희용

[이슈&인사이트] 장(長), 능력보다는 품성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의 세기 못잖게 바람의 방향이 중요하다.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바람이 자신에게 오지 않으면 더울 수 밖에 없다. 117년만의 최고 기록이었다는 올 여름 폭염은 고통이자 형벌이다. 정책도 에어컨 바람의 방향과 매우 흡사하다. 꼭 필요한 사람/곳에 1차적으로, 바로, 가 닿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두 위를 긁는 격이다. 빈곤층/서민대중의 이익이나 관점, 정서에서 벗어나면 그 정부는 시민의 정부, 국민주권정부가 아니다. 그런 정부는 실패할 수 밖에 없고 실패가 마땅하다.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래서 수감됐다. 어느 정권이든 명심해야 할 게 서민대중의 이익과 관점, 정서다. 이걸 놓치면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반드시 망한다. 수 없이 망해왔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처럼 그런 정권은 바로 망하는 게 정의다. 이런 평범한 진리를 동서고금 역사가 줄곧 증언하고 있는데 자주 잊는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더 잘 잊는다. 가장 강한 도취가 권력이라잖던가. 능력은 시간을 두고 겪어봐야 알 수 있고 관점에 따라 그 평가나 가치도 달라진다. 그러나 품성은 바로 알 수 있다. 지나온 행적은 지우거나 고치지 못한다. 품성은 언행의 누적이자 총합이다. 능력은 향상될 수 있지만, 장년기 이후 품성은 고쳐지기 힘들다. 품성이 바뀌길 기대하느니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게 빠르다. 장(長)의 역할은 본인이 이것저것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다. 혼자 열심히 일하는 걸 솔선수범이라고 생각하던데들, 틀렸다. 장은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 장의 능력은 거기서 판가름난다. 이력서나 경력증명서는 자신이 그간 지나온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 사람을 움직이게 한 것, 즉 감동이나 리더십 여부의 물증은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나 힘은 거쳐온 자리의 명칭이 아니라 품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장(長)은 능력보다는 품성이다. 간판주의-능력주의를 표방했던 박근혜-윤석열정부 꼴이 어땠나, 결국 어떻게 됐나. “우리는 그들과 본 판이 다르다"고? 다를 수도 있겠고 다르기를 바란다만, 사람의 본능이나 욕망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그들도 처음에는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고 철석같이 다짐했다. 큰 소리도 쳤고. 새 정부 장관급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점퍼 색 교체, 의자 주인 교체가 아니라 세력을 교체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혁명이 아니었으니 그런 비판은 당연하기도 하고, 하나마나한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비판의 행간에는 실망과 회의가 담겨있다는 걸 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공은 아니지만, 정권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므로 성공하려면 최소한 실패는 말아야 한다. 박근혜-윤석열의 실패에는 추산 불가능할 정도의 막대한 국민 돈과 시간이 들어갔다. 그들의 실패는 우리 모두의 실패이자 영원히 회수불가능한 매몰비용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낭비를 넘어 죄악이다. 박수칠 때 겸손하고 성찰해야 한다. 아첨꾼이자 수다맨이고 노욕 그 자체인 모 씨가 늘 말하지 않던가. “골프와 정치는 고개 처들면 망한다"고. 그 이 말 중 그거 하나는 딱 맞는 말이다. 대개의 경우, 인사가 지지층 분화/이탈의 시작이자 정권의 한계가 명확해지는 순간이고, 향후가 대강 그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점퍼 교체가 아니라 세력 교체"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이 계속 나오면 정권의 성공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사가 만사이자 망사다. 이강윤

[박원주 칼럼] 중국 제조 2025의 교훈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라는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리커창 총리가 주도했던 이 정책은 성장 정체와 중등국 함정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출발했으며, 2025년까지 자국 제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신에너지차, 항공우주, 해양공학, 전력장비, 고급철강, 신소재, 바이오의료 등 10대 핵심 전략 산업의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제시됐다. 중앙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빅펀드'를 조성했고, 지방정부들도 자체 산업클러스터를 구성해 기업 유치와 R&D 투자를 경쟁적으로 추진했다. 외국 기업에는 기술이전 압력을 가했고, 국내 기업들엔 글로벌 M&A를 독려해 선진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초공격적 전략이 전개됐다. 당시 한국 정부에 중국의 제조 2025는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됐다. 이미 조선과 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 산업이 중국발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마저 추격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면밀히 점검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16년 7월 사드(THAAD)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한한령 보복이 이어졌고, 이는 단순한 한류 콘텐츠 차단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산 배터리가 배제되며,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잃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전략 산업의 글로벌 판도는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이 공언했던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달성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2차전지, 전기차, 산업용 로봇, 스마트폰 등 일부 분야에서 목표에 근접하거나 초과 달성했지만, 핵심 기술 확보에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전기차의 경우 BYD와 NIO 등의 수출 확대로 2015년 1% 미만이던 글로벌 점유율은 2024년 30%를 넘어섰고, 휴대폰 분야에서도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이 전 세계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세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과 독일을 추월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00억 위안 규모의 우한훙신(HSMC) 프로젝트가 부실과 비리로 좌초되었고, 핵심 경영진은 기술 확보 없이 공장만 짓고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프로젝트 수십 건이 실패하거나 중단되며 '좀비 팹(zombie fabs)'이란 말도 생겼다. 철강, 타이어, 로봇 등에서도 과잉 설비와 저가 투매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전기차는 밀어내기식 수출로 시장 점유율은 확보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음에도 성과가 저조하다. 중국은 외국 기술인력을 유치하고, 해외 기업의 기술공여를 압박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극자외선(EUV) 장비나 고급 설계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선 여전히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 크게 뒤쳐져 있다. 반도체 산업의 자립 시도는 오히려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촉발했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IPEF 추진, 첨단장비 수출 통제, M&A 차단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 현재는 기술·무역의 전 영역에 걸쳐 규제와 압박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결국 제조2025는 기술 자립과 일부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고비용 저효율 구조와 국제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동시에 이 정책은 한국에도 예기치 못한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우리는 중국이 우리 기술을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지에만 집중했지만, 정작 더 큰 충격은 미국의 반격이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아예 자국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받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미국 중심 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10년 전 중국의 산업 전략은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 질서를 완전히 재편해 놓았고, 그 여파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중국 제조2025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중국식 경쟁 모델이다. 중앙정부가 큰 방향을 제시하되, 실제 산업 선정과 기업 육성은 지방정부가 주도하며 지역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만 살아남는 구조였다. DJI, BYD, 화웨이 등은 바로 그런 환경에서 성장했다. 기업 보호와 대마불사의 프레임에 갖혀 있던 우리 정책이 혁신 스타트업들의 건강한 성장을 발목 잡아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이에 더해, 실패한 분야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중형 컴퓨터 사업이 실패했지만 그 경험과 인재들이 훗날 IT 강국의 토대를 마련했듯, 중국의 실패 역시 향후 산업 지형 변화에 따라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산업정책 동향을 앞으로도 두눈 똑바로 뜨고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더 높이자

한국정당학회가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4.7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5월 15일 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6개 국가 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은 역시 헌법재판소로 5.2점이었고 바로 그다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4.7점)이었다. 그 뒤로 행정부가 4.2점이었고 국회와 법원이 똑같이 3.8점을 받았고 검찰은 3.2점으로 꼴찌였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2025년 3월 14일에 공개된 한국갤럽의 기관별 신뢰여부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소를 신뢰한다는 여론이 가장 높아서 53%였다. 그다음이 경찰(48%)과 법원(47%)인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4%로 그 뒤를 이었다. 공수처(29%)와 검찰(26%)은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전직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정선거론을 퍼뜨리고 다니고 있는데도 국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손을 들어준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만 해도 기상천외한 일이 많이 발생했는데 선관위는 대체로 다 잘 막아냈다. 충북 금산군 군북면의 한 투표소에서는 술에 취한 유권자가 자기가 사전 투표한 사실을 잊어버리고선 본투표를 다시 시도하면서 오히려 112로 부정선거를 신고한 사례가 있다. 이건 그저 해프닝에 그치나 더 심각한 일이 있었다. 사전투표에 갔다가 또 본투표에 다시 들어가 투표하는 부정선거를 시도하거나 또 이에 성공했다고 선전할 목적으로 선관위를 시험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거의 200건에 달했다고 한다. 선관위는 대통령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이러한 조직적인 시도를 딱 한 건을 제외하고 다 막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법체계에 있다. 사전투표에서 이미 투표한 뒤 본투표에서 다시 투표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모두 다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했다. 하지만 정작 의도적으로 투표사무원을 속이고 실제로 두 번 다 투표한 사람은 처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중대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관위의 신뢰와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데도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통해서 대한민국 선거관리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을 마구 깎아내려도 아무런 처벌을 가할 수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에도 미국의 극우인사까지 동원해서 대한민국 선거의 정통성을 훼손해도 속수무책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매일 같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단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마치 면죄부를 가지고 있는 듯이 계속해서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그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선관위는 다시는 두 번 투표하려는 조직적 시도를 단 한 건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데 대하여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투표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선거사무원을 폭행하거나 또는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행위가 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한 최대한의 처벌을 가해 국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신뢰가 허물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간 채용비리 건으로 수년간 국민적인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올봄에 채용비리 관련자 전원을 임용취소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 이제 사법부에서 임용취소자 가운데 위법한 사람은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억울한 사람은 다시 깨끗하게 대접해주면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재판소가 왜 국가기관 가운데 국민적 신뢰도가 가장 높은지 분석하고 따라 배워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정당(정치인)에 줄 서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며 변신하고 또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이슈&인사이트]새 정부에 기대하는 ‘저출산 대응 전략’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저출산과 고령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부처럼 새로운 출산장려정책을 국민 앞에 선보이고 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 2조 1천억원에서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2년에는 51조 7천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2023년에는 48조 2천억원으로 조금 감소되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0. 75명으로 2023년(0. 72명)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OECD 평균(1. 5명)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여전히 출산율이 OECD 최저 수준이다. 정부관계자나 전문가에 미미한 변화에 대한 원인을 물어보면 그 누구도 시원하게 국민들에게 답변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전년도 계획안에 대한 철저하고 과학적인 정책평가 시스템 도입을 주문하고 싶다. 2023년 세부예산 계획을 보면, 임신출산 지원, 보육확대, 일 가정 양립제도 도입, 소득 보장강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막대한 혈세로 집행하는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책평가메뉴얼'에 입각하여 정책평가를 거친 후 차년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평가 없이 예산을 다시 투입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 세부정책이 도움이 되었고, 어떤 정책이 효과성이 떨어졌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이런 점검은 차년도 정책집행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선진국의 우수 정책 전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출산율은 지난 60년간 3. 3명에서 1. 5명으로 절반 이상 급락했으며 이는 선진국 대부분의 공통된 현실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의 정책 전략은 눈여겨볼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안된 모든 정책이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효과가 다소 상이할 수 있지만, 정책평가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적용가능한 사례를 발견하는 것도 저출산예방을 막기 위한 대안의 일부일 것이다. 즉 성공한 환경분석을 통해서 그 원인환경을 찾아내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어느 정도 성공 이후에 효과가 떨어진 정책이 있다면 효과가 떨어진 원인을 분석해서 타산지석을 삼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프랑스의 '가족수당과 소득세 공제' 제도이다. 프랑스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가족수당(les allocations familiales)을 매달 140유로,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가족수당을 매달 320유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가족 수가 많을수록 소득공제비율을 주는 소득세 과세소득 공제(quotient familial)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양육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그 결과 1994년 합계출산율(TFR) 1. 66명이었지만 이 제도 도입으로 2008년 이후 1. 9-2. 0명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두번째, 싱가포르의 통합적 보육지원 정책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부터 출산장려 패키지(유급 출산휴가, 어린이집 보조금, 소득세 감면, 아동계좌 매칭 보조금, 기업 유연근무 지원금)를 도입했다. 그 중 '아동 당 맞춤형 계좌 지원제도(Child Development Account)'는 출생하면 정부가 무조건 3. 000달러(2024년 기준) 계좌를 통해 지급하고, 부모가 계좌에 입금하는 금액에 대응하여 정부가 1:1 비율로 매칭 입금해주는 제도이다. 이 계좌통장 금액은 보육료, 병원비, 기타교육비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아빠할당제((Daddy Quota)이다. 이는 출산 후 부모에게 총 480일(약 1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이 중 90일은 아빠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아빠가 90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엄마가 쓸 수 없고 3개월은 소멸되도록 했다. 이 제도는 자녀가 12세가 될 때 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 도입(1974년)당시에는 아빠 휴직비율이 1%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90% 아빠가 육아휴직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률이 높아져 경력단절을 예방되고, 휴직한 아빠의 사망위험은 16% 감소되고, 알코올 관련 입원율이 약 34%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슈&인사이트] 트럼프의 셈법: 감세는 표, 관세는 돈… 한국 경제에 미칠 파고”

트럼프의 감세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감세 법안으로 10년간 3.3조 달러의 재정 적자가 늘어날 거라 예상한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가 지난주 서신 발송과 함께 다시 관세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확률이 높아졌다. 이 번 감세 법안에 부채한도를 5조 달러 상향하는 내용도 있다. 7월말로 다가온 부채한도 협상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늘어난 부채 한도 내에서 추가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룸이 생긴 거다. 올 상반기 미 정부는 부채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재무부의 돈과 공무원 연금을 합해 1조 달러를 끌어 쓰면서 채권 발행 없이 장기 금리의 상승을 막아왔다. 하지만 이 돈을 8월에는 채워줘야 하는데 이 번 부채 한도 상향으로 일단 채권 발행의 근거는 마련했다. 그리고 부채 한도가 높아진 만큼 이제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그 방법은 트럼프와 베센트가 선호하는 장기 국채보다는 단기 국채의 발행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채는 시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높아질 것이고 미국의 성장이 강하면 마찬가지로 금리도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트럼프는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발행을 하려한다. 그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 은행의 SLR 규제 완화와 스테이블 코인과 파월의 협박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SLR 규제 완화 역시 단기채 수요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단기채 금리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을 협박해서 기준금리 인하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가 작지만 스테이블 코인 같은 경우 중남미와 중국 등 은행 시스템을 규제하는 나라의 돈이 꾸준히 유입된다면 10년에 걸쳐 그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게 베센트의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단기채 수요가 늘어나 단기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행해 장기 금리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게 베센트의 계획이다. 그럼에도 감세 법안으로 늘어날 3.3조 달러와 현재 미국의 36조 달러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에 들어오는 매달 1,000억 달러의 관세로는 10년이 지나야 2조 달러가 벌린다. 그러기에 관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트럼프는 재정적자를 메우려 할 것이다.지난주 트럼프는 결정된 관세율 서신을 보냈으며 8월1일부터 거기에 맞춰 관세를 부과할 거다. 종전존에는 10~20% 정도 언급되다가 최대 60~70%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감세와 연결된 관세 즉,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 그로 인한 금융 시장의 혼란은 감세에 기반한 성장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세로 늘어날 적자를 우려해 트럼프는 관세 문제를 쉽게 끝내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협상은 이제 이번 주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파월을 굴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정이 악화되면 통화 정책이 힘을 잃을 테니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다 많은 세수를 관세를 통해 늘려줘야 할 거다. 그만큼 관세 협상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는 강하게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월처럼 각국의 반발에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 주 발송된 서한에는 각국에게 TACO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내용이 들어갈 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감세 법안, SLR 규제완화,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위한 지니어스(GENIUS) 법안 통과 등 감세와 규제완화로 각종 쿠션을 준비해 두었다. 결국 우려되는 것은 우리에게 과연 얼마의 관세율이 부과되고 자동차와 철강 등 개별 관세 완화를 위한 얼마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가 일것이다. 최용

[기고] 포천시와 공공사업 그리고 사회적 책임

포천시는 현재 다양한 공공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 하천, 복지, 체육, 산업 기반 등 시민 삶에 직결되는 분야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들은 단순한 시설 조성을 넘어 지역 발전과 경제 회복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지역 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용 불안정 등 삼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천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이야말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힘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공공사업은 예산 규모도 크고, 다양한 산업군과 연계돼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장비, 자재, 인력, 하도급 등 다양한 형태의 지출이 발생하고, 그 사용처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여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지금 포천시 현실은 어떠한가? 포천시에서 추진하는 일부 공공사업 현장에서 타 지역 자원을 다수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장비는 외지 업체에서, 자재도 포천 바깥에서, 인력 역시 지역과 무관한 외부 고용에 의존하고 있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 결과, 지역 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포천시가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사업으로부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천시는 '지역상품 우선구매에 관한 조례'를 통해 관내 자원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조례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법적으로도 특정 지역 업체 사용을 강제하거나, 타 지역 자원 사용을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법령위반 소지가 크기 때문에 행정이 임의로 강행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포천시와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는 스스로 지역과 함께 가는 공공사업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단기적인 공사 효율이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끊는다면 그 사업은 지역사회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역 자원 활용을 '의무'로 만들 수는 없지만 지역경제와의 상생은 포천시와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책임'이다. 법적 의무는 없더라도, 지역 장비를 활용하고, 관내 자재를 우선 구매하며, 지역 인력을 채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지역 내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 효과를,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안정적인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 포천시 사업을 수주했다면, 그 이익 일부는 포천에 환원되는 것이 최소한의 상생 윤리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포천시 역시 현재 제도와 절차를 돌아봐야 한다. 지역경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장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공사 전 '지역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공사 종료 후 '성실이행 평가' 항목에 '지역기여도'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예산 집행'이라는 행정의 책무다. 시민의 혈세로 수행되는 사업이라면, 그 이익이 포천시민에게 돌아오게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은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관내 업체의 참여 확대는 단순히 경제 수치를 높이는 것을 넘어, 포천이라는 공동체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략이다. 관련 제도는 법적 제한 속에서 신중하게 설계돼야 하겠지만, 정책의 철학과 의지까지 제한될 수는 없다. 계약업체에는 공공사업 수급자로서 상생 책임을, 포천시에는 행정 주체로서 정책적 실천 의지를 묻고 싶다. 관내 업체 한 곳이 사업에 참여하고, 장비 한 대가 지역에서 임대되며, 자재 하나가 지역 소상공인을 통해 조달될 때, 그 공공사업은 단지 물리적 구조물을 넘어서 지역공동체를 위한 의미 있는 투자가 된다. 공공의 역할은 시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진정한 지역 상생은 행정과 민간이 함께 실천할 때 가능하다. 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안철수의 사퇴: 혁신을 위한 ‘수단’과 ‘도구’의 부재

6월 4주 전국지표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결과를 대선 직전인 5월 넷째 주 조사와 비교해 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은 20%에서 11%로 감소했고, 보수층 지지율 역시 65%에서 48%로 하락했다. 이는 중도층 10명 중 9명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으며, 보수 유권자의 절반가량만이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보수층에서 절반 정도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TK(대구·경북) 지역의 견고한 지지 덕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TK 지역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 출범을 추진했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은 혁신위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고, 위원장으로 임명된 안철수 의원이 사퇴하면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혁신위가 벌써부터 좌초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힘 혁신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안철수 의원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이력을 가진, 국민의힘 내 유일한 중진 의원이다. 또한 그는 영남이 아닌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컸어야 했으나, 출범 초기부터 기대감은 제한적이었다. 안 의원 역시 혁신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가 추구한 방향이 국민의힘의 근본적 혁신, 즉 인적 쇄신을 겨냥한 것이었음에도, 단지 올바른 방향성만으로는 혁신이 실현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혁신을 실행할 '수단'과 '도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단' 혹은 '도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혁신위에 실질적인 전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송언석 원내대표는 혁신위의 권한 범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계속 맡기는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당내 기득권에 의해 제약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저 없이 직을 내려놓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고, 실제로 그는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둘째는 안철수 의원이 당내에 기반 세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 위원장으로서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근본적 혁신을 위해서는 당내 기득권과 충돌이 불가피한데, 당 내부에 자기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대결을 벌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안 의원 입장에서는 '여론'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 주류 세력의 행보를 보면, 정치적 생존을 위해 여론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기에, 여론에 기반한 혁신 추진 역시 현실적으로 힘든 선택지였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국민 상식' 수준의 조치를 '혁신'이라 부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상식'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안철수 의원의 사퇴는 국민의힘에는 뼈아픈 손실이지만, 안 의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9일 임명했지만 그의 행보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어차피 혁신 아닌 것을 혁신이라고 주장할 바에는, 차라리 적나라한 것이 나을 수 있다. 한심한 국민의힘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외교는 타이밍, 나토 불참이 한미 위기 부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되었다. 한편으로 법원이 '추후 지정'이라는 말로 이재명 재판을 무기 연기시켜 사법리스크도 사실상 사라졌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거칠 것이 없이 탄탄대로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그것도 동맹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비오 국무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루비오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전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일정을 철회했고 구체적으로는 중동 정세를 언급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한 일정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취소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7월 말 목표로 추진해온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루비오 장관이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위성락 안보실장을 면담하여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만약 정상회담이 미뤄질 경우, 8월에는 휴가철이기 때문에 회담을 하지 않은 경향이 있어 9월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나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취소는 단순한 외교 일정 변경이 아니고, 이재명 정권의 외교 노선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관세와 방위비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이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 타진 보도 직후에 방한 취소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한미 간 외교 일정이 번번이 어긋나고 있다는 데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은 것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당선 3일째 저녁 늦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한미정상회담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발표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4(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국) 정상급을 초청한 특별회의정상회의 개최를 조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불참은 전임 대통령이 참석했던 외교적 일관성을 감안하면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방산 세일즈 외교 기회를 날렸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특별정상회의를 무산시킴으로써 미국 리스크를 가중시킨 셈이 되었다. 루비오 장관 방한 취소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2개 국가에 관세율을 통보하겠다고 밝히자 부랴부랴 위성락 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으로 급파했다. 사실 이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개최하여 의견을 나누었다면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에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는 서한을 발송하고 SNS를 통해 이를 밝혔다. 다만 “한국이 무역 장벽을 없애면 관세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고, 백악관은 “8일 만료 예정이던 상호 관세 협상 시한을 8월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가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시한이 연장되었다고 하지만, 현재 관측으로서는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한 상태에서 관세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인데, 나토정상회의 불참이 다시 한 번 뼈아프게 느껴진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공정한 동행은 가능한가

최근 더본코리아는 '빽햄' 원산지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는 '햄'이라는 이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기대했지만, 실제 제품은 기계분리육(MDM)과 전분이 주재료였다. 단순한 원재료 논란을 넘어, 신뢰의 상징이던 백종원 대표와 브랜드 이미지 간 괴리가 소비자 실망을 키웠다. 더본 측은 대표의 방송 하차와 전국 할인전을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이러한 조치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동시에 피자헛은 가맹점주와의 법적 분쟁에서 2심 판결로 약 210억 원의 차액가맹금 반환을 명령받았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제품을 유통·공급하면서 붙이는 마진인데,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계약서나 정보공개서에 투명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본사가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고, 가맹점 수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된다면, 유사한 구조를 가진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맹점은 명목상 독립된 사업자지만, 정보의 비대칭성과 협상력의 격차는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제어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유통 이익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이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맹사업법을 통해 정보공개서 제도, 분쟁조정제도, 계약서 사전 교부 의무 등을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보공개서 상 차액가맹금 항목은 2018년 개정으로 공시가 의무화됐지만, 소비자나 가맹점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정보공개서에 포함된 차액가맹금 항목은 “단순 유통이익일 뿐 본사의 핵심 영업비밀은 아니며, 따라서 공개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 희망자들이 “이 회사가 유통마진을 얼마나 붙이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닌, 본질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과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구매협동조합을 통한 공동구매, 공정 수익 분배 모델, 자율분쟁조정기구(ADR) 설립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또한 프랜차이즈 수익모델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차액가맹금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대다수의 본사들이 매출에 연동된 '러닝 로열티'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가맹점 매출 확대가 곧 본사 이익으로 직결되기에 상호 성장 유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공정위는 '차액가맹금에서 러닝 로열티로 전환 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매출 공개 자체를 꺼리고, 로열티 납부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갖고 있다. 본사는 백마진을 포함한 간접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괄적 전환은 어렵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러닝 로열티를 도입한 브랜드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정보공개서의 표준양식을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방식 등 '스틱 앤 캐럿'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동시에 로열티 전환은 브랜드 신뢰도가 낮은 업체나 리스크 회피성 전환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평가 기준과 로드맵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연간 120조 원의 시장 규모, 1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그렇기에 공정성과 투명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가맹점주의 이익을 넘어, 산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갑을' 관계로 유지되던 프랜차이즈 구조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본사가 진정한 파트너십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소비자는 진실한 브랜드에 반응하고, 점주는 공정한 계약에 충성한다. 가맹본부가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할 때, 진정한 상생은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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