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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AI 시대에도 기업의 기본은 품질이다.

11월 30일은 대화형 AI인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챗GPT의 개발은 AI가 특정인의 전유물에서 대중화를 촉발했다. 대중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객들의 기대 심리에 따라 AI의 품질 중요성은 증대된다. AI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오류에 의한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 AI 시대의 품질 과제는 3단계로 요약된다. ① AI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품질 ② AI 소프트웨어 품질 ③ AI의 환경을 구성하는 국가 시스템 품질이다. AI 시대에도 기업의 기본은 품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넘사벽이라고 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배다. 주된 원인은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엔비디아에 HBM(고대역 메모리)을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에서 실패했다. 이유는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SK하이닉스에 품질이 뒤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전시회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내 로봇 샤오팡이 오작동 난동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작동으로 판명됐지만, 인공지능 위험성의 한 단면이다. 이 같은 AI 로봇 사고 사례는 많다. 2016년 미국의 경비 로봇 오작동으로 16개월 된 아기를 공격했다. 2016년 2월에는 구글 무인 자동차가 시험 주행 중 버스와 사고를 냈다. 2015년 6월 독일 폭스바겐 제조 로봇 오작동에 엔지니어가 사망했다. 유럽 배터리의 희망이라고 하는 스웨덴 배터리 셀 제조사 노스볼트가 미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유는 북유럽의 적은 노동시간, 고임금 등 과도한 '노동 중시' 환경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 뒤에는 근본적으로 10개를 만들면 불량품이 6개에 달할 정도로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 있다. 최근에 중국 홍성 신문에 의하면 중국의 IT업체 샤오미가 최근에 자체 개발한 전기차의 주차 기능 고장으로 70여 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AI의 소프트웨어품질은 AI 모델의 품질과 학습용 데이터의 품질로 대별 된다. 특히 데이터 품질은 AI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좋은 AI 모델을 도입한다 해도 고품질 데이터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느냐는 AI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2016년 3월에는 MS 언어습득 AI 로봇이 인종차별 표현으로 가동 중단되었다. 2017년 중국이 만든 인공지능 채팅 메신저가 중국에서 퇴출당했다. 채팅 메신저 '베이비Q'가 이용자가 “공산당 만세"라고 입력했더니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가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다른 챗봇 'QQ 샤오빙'도 “너의 중국몽이 뭐냐?"고 묻자 “미국 이민"이라고 답했다. 두 챗봇이 중국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배경은, 챗봇에 적용된 실시간 대화 기능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빅데이터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급기야 인공지능에 의한 중국 민주화 봉기라는 댓글까지 등장하자, 중국에서 챗봇 서비스가 폐쇄됐다. 국가 시스템의 품질 문제는 인공지능의 오류에 의한 사회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규제 도입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다. 규제가 강할 경우 AI의 개발을 제약하고 약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한다. AI의 발달로 범람하는 가짜뉴스,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딥페이크' 등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유럽연합은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적용해 AI를 규제하는 'AI 법'을 지난 6월 초안이 통과됐으며, 2026년 법안 시행을 목표로 한다. 더욱이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딥페이크 문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딥페이크의 일부가 트럼프와 머스크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는 AI가 진실 개념 자체를 불안하게 한다. 모두 것이 가짜일 수 있고 진짜도 조작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AI 시대일수록 품질 또 다른 측면에는 신뢰성이 기업의 기본임을 확인한다.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상법 개정에 사장단이 직접 나선 이유, 경제계의 절박함 외면해서는 안 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경제계에서 보기 어려운 행사가 열렸다. 11월 2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개 주요 그룹들의 CEO들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업과 경영자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자신이 종사하는 기업에 피해가 갈 우려가 있고, 정치권에서 한마디 한다면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개인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에도 주요 기업의 사장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직접 얼굴을 보였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기업인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나선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국가 보건위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기업의 CEO가 직접 나서는 행사가 열렸다는 것은 가볍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긴급제언의 내용은 엄중한 경제상황, 위기에 직면한 산업에 대한 지원이 담겨있지만, 주된 내용은 역시 상법 개정안이었다. 사실상 모든 언론도 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기사를 다루었다. 그 만큼 기업에게는 중차대한 일인 것이다. 야당은 11월 14일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그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이사의 정당한 주주이익 보호 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존 경제계에서 반대하던 규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계와 투자자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경제계로서는 위기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상법이 재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정치권을 통과한다면 투기 세력에 의한 경영권 공격,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배임죄 고발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신산업 투자나 사업재편을 위한 M&A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계의 우려 때문인지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서 보완방안으로 배임죄 개선이나 폐지,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경영판단원칙 도입 등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배임죄 폐지나 개선은 형법, 특경법, 상법 등에 규정된 배임죄 규정을 모두 정비해야 하고, 부작용 방지를 위한 방안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므로 단시간에 가능한 작업이 아니다. 경영권방어수단은 그간 경영계에서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했지만 대기업 특혜 논란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지금도 대법원에서 판례로 인정하고 있으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법제화한다고 지금보다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보완방안은 없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같은 지배구조 규제 강화와 등가교환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커다란 변화의 순간에 서있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받아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 트랜드로 자리잡게 되면 대한민국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기업을 옥죄는 규제강화는 지양해야 한다. 만일 필요하다면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법상 합병 산정 방식의 개선, 물적분할한 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과 같이 실질적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정주

[윤석헌 칼럼]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의 평가와 방향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9%로 다시 하락했다(지난달 29일 갤럽 발표 기준).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순위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경제부문 중 금융부문은 어떻게 평가될까. 구체적 수치 평가는 안보이나 점수가 높진 않을 것 같다. 차제에 지난 2년반 동안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주요 이슈 중심으로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본다. 첫째, 가계부채는 초기엔 잡히는 듯싶었으나 결국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2년 일시 감소했다가 '23년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 3분기말 1913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은은 올해 3분기까지 가계신용 누적 증가율이 1.5%로 명목 GDP 성장률 이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가계부채 절대규모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사회적 한계비용 증가의 부담이 걱정된다. 당분간 지속적인 감시가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최근 취약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증가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재정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금융권의 자영업자 프리워크아웃 및 컨설팅 등을 촉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은행의 과점이익을 수차례 질타하면서 은행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은행개혁 과제는 은행중심인 국내 금융시스템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슈로 강조할만하다. 그러나 그후 해결책은 잘 안 보이는 중에 정부 개입에 대해 관치 비판이 이어졌다. 사실 오늘의 과점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주도했던 금융기관 대형화 정책의 결과로 이해되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개선방안도 쉽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지속발전에 필요한 금융중개역할을 제공'하도록 이끄는 것인데, 과점이익의 질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관치금융 비난을 방패삼아 은행의 천수답 경영이 더 공고해질까 걱정이다. 셋째,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경제 선진화를 위해 자본시장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혀 주가상승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슈가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부문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행위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식인데,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는 것은 밸류업 취지에 위배된다. 넷째,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며, 과세하기로 대내외에 공표한 바 있다. 따라서 주가하락을 이유로 이를 폐기처분하는 것은 국가 신뢰에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금투세 시행 초기에 세금효과로 일시적 주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은 동일 주식을 낮은 주가로 구입하게 되며, 후일 매도시 금투세의 이익과세/손실공제로 인해, 금투세 도입을 전후로 투자수익률의 기대값은 동일하나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시행 초기 주가하락을 일부 상쇄할 것이다. 다섯째,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보험한도 1억원 증액)은 금융 안정화에 기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도가 높아지면 예금자의 금융사 위험 감시기능은 약화될 것이다. 게다가 금융사들간 수신고 확대 경쟁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대출과 투자 위험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예금자 보호가 확대되고 금리가 높아져 마치 예금자 이득인 듯 싶지만, 위험확대의 부담은 예금자 내지 국민 몫으로 귀결될 것이다. 결국 보험한도 증액은 예금자와 국민 부담에 기대어 금융사와 예금자의 위험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금융권은 국내 탈탄소 에너지 전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원전 수출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관련 국내투자에 소홀하여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정보제공과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한국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내외 금융중개역할을 이끄는 금융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헌

[이슈&인사이트]탑다운 방식이 빚은 ‘사도광산’ 사태, 대일외교 다시 생각해야

순항하던 한일 관계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에서 복병을 만났다. 공동으로 개최키로 했던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일본측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한국이 희생자 유족 9명과 함께 별도 추도식을 열어 둘로 쪼개졌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정부의 이해를 얻겠다는 취지로 매년 현지에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차관급 정부 인사의 참석을 끝까지 요청해 받아냈으나, 일본이 보낸 인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혹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었다. 특히, 일본 대표의 추도사에는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하였으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추도식 식순에서는 추도사가 아니라 아예 '인사말'로 명명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마음'을 중시하면서, '물잔의 반'을 먼저 채우고 관계 개선을 도모해 왔는데,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머지 물잔을 채워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국 정부가 이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결단하여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그간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추동한다는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선의로 대하면서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곧바로 입증되었다.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라인야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고 한국인 이사가 내쫒기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임했었다. 당시 한일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일본측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냉각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찬성할 때, 일본이 과거 '군함도' 때처럼 뒤통수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군함도 때와는 달리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 매년 개최를 합의했다고 하면서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했지만, 추도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일본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당장 일본에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당국자가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감을 표명한 당국자가 누구인지, 일본대사관 측 대화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국가관계는 상호 대응성, 비례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구체적 협의와 추진 일정에 대해 외교부에 자율성을 주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라는 것은 한쪽만 선의를 보인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용하려 할 수 있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결국은 더 효과적이다. 윤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 협의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사도광산 문제를 보면서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는 떠났고 다른 총리가 들어섰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아직도 유효한가? '죽창가'를 불렀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근성(guts)' 있는 대일 외교를 전개해 왔는데, 윤 정부는 다른 모습이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에 대해 '신중 모드'가 아니라 근성있는 외교를 전개해야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트럼트2.0 시대: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설마 했던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제45대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시대를 사람들은 '트럼프 2.0'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고, 내각 역시 트럼프에게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임기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며 트럼프가 주장해온 정책들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가 우려하던 여러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낳고 있다. 트럼프 1기가 국내외적인 저항으로 인해 의도한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이미 한국 경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어 한국의 수출 중심 산업, 특히 반도체와 전자제품 부문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혔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며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은 한국 제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겼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그리고 트럼프주의(Trumpism)를 신봉하는 내각 구성을 통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복합적이고 강력한 변수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폐지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 투자(FDI)와 관련된 기대 수익을 불확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 재무부가 한국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환율을 유리하게 조정하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환율 조작 정황이 포착될 경우, 해당 국가는 대미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의 무역 및 재정정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층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관세정책의 효과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Fed)은 통화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의 약세를 초래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수입물가 상승, 외채 부담 증가, 그리고 해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된다.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에 대한 민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특히 민감하며, 트럼프 2.0 행정부의 대중국 및 대북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리스크가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대중국 무역 분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환경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 중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대북정책 역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시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협상이 미국과 북한 중심의 외교로 진행될 경우, 우리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경제는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내부 갈등이라는 무거운 닻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분열은 우리가 직면한 외부 위기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등으로 사회가 사분오열된 가운데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사회의 구심점을 강화하고 하나로 결속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국지적 분쟁, 글로벌 공급망의 와해,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 등과 기술 격차 축소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내부 분열로 인해 대응력을 잃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각계각층의 리더와 국민 모두가 각성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고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고개를 들어 세계로 시선을 돌릴 시점이 왔다. 김수현

[이상호 칼럼] 러시아의 중거리 다탄두 탄도미사일 공격의 역설과 한계

지난 11월 21일에 러시아가 6개의 개별 목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약 5~6,000km의 다탄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공격했다. 통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를 5,500km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사실 사정거리가 약간 짧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공격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지적 재래식 전쟁에서 6개의 탄두가 들어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공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일에 북한의 참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본토 공격을 받은 직후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원칙을 수정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핵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에 탑재된 6개의 탄두는 음속의 10~12배 속도로 목표를 타격했고, 서방의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들 탄두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는 핵전쟁 준비가 되어 있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탄두 미사일로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지만, 핵이 탑재되지 않은 6개의 재래식 탄두 공격의 군사적 효용은 부족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개별 탄두 무게는 약 800kg 정도로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보유한 현무 5 지대지미사일 탄두 예상 무게인 8~9톤의 10%에 불과하다. 현무 5도 사정거리에 따라 탄두 무게가 달라지지만, 러시아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음속의 10~12배로 지상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무 5는 오레시니크와 달리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김정은 지휘부 같은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무 5 미사일 탄두의 질량을 갖지 못해 관통력이 부족했던 러시아 재래식 탄두 공격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포탄, 전차, 장갑차 등의 재고가 급격하게 소진되었고 북한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이유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때문이다. 불과 10발 정도만 재고로 보유했다는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이번에 사용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장기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면 러시아가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참전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를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낭비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아무리 핵 사용 위협을 공식화하고 오레니시크 미사일의 뛰어난 성능을 과시해 서방을 위협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입체 도로와 도시 활성화

2017년 2월15일 국토교통부는 도로운영과 등 다 부서간 협력 사업으로 “입체도로시대의 도래. 도로 상하부 활용"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칭 '입체도로법'의 제정을 위해 다양한 논의와 입법 과정이 이루어졌으나, 국회에서 법제정이 이루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실제로 가칭 '입체도로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논의를 하였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한된 도시가용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쇠퇴하는 도시의 활력 요소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도로의 상공 및 지하 공간 개발을 본격화할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며 도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도로공간을 활용한 창의적 도시 디자인,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고, 도로 상부와 하부에는 다양한 건축설계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식하였다. 국토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창의적 도시공간의 조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도로 상ㆍ하부 공간과 그 주변지역을 연계하여 개발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의 도시에서 도로 주변을 입체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경인ㆍ경부 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국도에 대한 지하화가 추진되면서 이들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도로 공간은 사실상 공공 개발만 허용되고 있어 민간의 개발은 제한되어 공공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민간이 문화․상업 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에 관한 법제도가 만들어지면 이러한 규제 개선이 일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법제도는 도시·건축 분야의 창의성이 증진되고, 도시경쟁력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이 창조적 디자인 산업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민간개발을 허용하여 공공기여를 통한 미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활용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입체개발에 있어서는 이러한 공공기여를 확보하는 개발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규모의 입체도로 개발이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와 동시에 소규모 골목길과 생활가로를 대상으로 하는 입체적 이용은 쇠퇴한 공간의 재생이라는 가치를 우선에 두고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버려진 공간의 재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있어서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기성시가지 소규모 정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가칭 '입체도로법' 제도도입으로 주차장 통합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도로 상공도 활용하여 저렴한 주택공급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정비와 도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일본은 도로 위 건축물의 입체적 정비를 유도화고 구분지상권 등의 허용과 부동산 개발 활성화와 도시활성화의 수단으로서 입체도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보스톤 빅딕(Big Dig)과 같은 대규모 고속도로 입체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도 도로공간의 재인식과 도시활성화 유도라는 정책방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이범현

[기고] 건설산업의 이기적 유전자와 대전환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인간 행동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진화의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복제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정적인 이타주의를 발현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 이기주의'와 '집단 이타주의'의 균형은 오늘날 협력과 경쟁 속에서 생명체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건설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은 수주와 시공을 통한 이익 추구 등 단기적 성과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건설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형태는 개체 유전자가 개체의 이익, 즉 생존과 번식을 우선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품질, 안전사고, 인력 부족, 이미지 추락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단기적인 이기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도킨스가 설명한 집단적 이타주의의 중요성처럼, 이제는 모든 참여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가치와 위상에 맞는 확장적 정의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국민 생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간 산업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영향력과 범위는 왜 건설산업이 거듭나야 하는지, 참여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로서 성실히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건설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가치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시공,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확대 역시 대전환의 핵심요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품질 제고 및 안전사고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건설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비추어볼 때, 건설산업의 개별 기업들이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집단적 이타주의, 즉 산업 내 모든 참여 주체들의 협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 발주기관, 시공기업 등 모든 주체가 범 건설 산업적 시각에서 협력하며, 산업의 발전과 위상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설산업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신율의 정치 칼럼]민주당의 비명계, 그들의 운명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언급이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비명계들이 움직이면 당원과 함께 나서서 죽이겠다는 언급도 있었고,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인용하며, 이재명 대표를 '신의 종', '신의 사제'에 비유하기도 했다. '명상록'을 SNS에 올린 의원은, 자신은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를 두고 '신의 사제', 혹은 '신의 종'으로 비유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대다수 국민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표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다. 이런 언급들은, 이재명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자, 진심으로 화가 났거나 감정이 복받쳐서 나왔을 수 있다. 그 이유야 어떻게 됐든, 분명한 것은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 구도를 예측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 주자로써의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겠지만, 설사 피선거권 박탈 형이 확정되더라도,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현재의 민주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명계 대선 주자급으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두관 전 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장점을 가진 인물들이다. 김동연 지사의 경우,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했고,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자 대학 총장을 지낸, 그야말로 학문과 실무 경력 모두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중도층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이장부터 시작해 민선 군수를 거쳐 경남 도지사, 장관을 두루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친화력은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며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2심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당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필자 개인적 견해로는 이런 예상에 동의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 대법원에서조차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민주당 막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재명 대표가 '지원'하는 친명 주자가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친명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고, 본선에서 이기면, 이재명 대표를 사면 복권 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차차기 대선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할 수 있다. 현행 대통령제는 단임제이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만일 4년 중임제라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사면 복권에 소극적일 수 있지만, 단임제이기 때문에 자신 다음의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표를 밀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이 계속 건재하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다. 민주당이 현재 추진하려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 개헌은 보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상황을 보아가며 개헌을 추진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25일에 있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결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판결은 민주당의 전략 수정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그린벨트 해제와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은 신중한 접근 필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걸친 총 4개 지역, 5만 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8.8)의 후속조치로서 현재진행형인 3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는 사안이다. 신도시를 계획할 때 필수적인 교통대책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미 지난 2월에 제시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전략산업'의 추진을 요건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용지 확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한 목적은 시장심리의 안정이지만, 세간의 기대와 달리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외곽지 일부에 한정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해제를 예상하지만 한정된 신규공급으로 서울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서 지금으로선 실현가능성을 확신할 수만은 없다.정책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의도한 정책목표를 얻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신규택지로 공급가능한 물량이 실제로 시장안정을 이끌어내고 그 효과를 확산시켜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그간의 유사한 경험으로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서울의 모 대단지 규모가 약 1만 세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신규택지의 규모와 해당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2029년에 분양(2031년 입주)을 시작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의 시장안정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하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시장심리에 우선적으로 반영되므로, 무주택 실수요자를 가정했을 때 2029년의 첫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시장안정효과는 달라진다. 또한 제조업과 달리 일관된 생산환경의 설정과 유지가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상 처음 설정한 공기보다 실제 공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예정된 분양과 입주시점이 상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토지수용과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공사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돌발변수가 최소화되면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실행이 맞물린다면 일정준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서울(서리풀지구) 공급물량의 55%인 1.1만 가구를 배정하는 것은 저출산대책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저출산문제의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분양전환없는 장기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위치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섰던 선례에 비추어본다면, 이번처럼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근접한 신규택지가 사회적 이슈의 하나인 신도시 재건축에 긍정적일 것은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베드타운이 추가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재건축 선도지구같은 정비사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의 재건축사업은 과거처럼 인허가가 아니라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여력이 관건이다. 사업추진속도는 부촌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지역적이고 국지적인 양극화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신규택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린벨트의 고밀개발은 사업지별로 세심한 조정이 요구된다.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지난 정부부터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한강이 가리든 남산이 가리든 집이 없으면 무조건 높게 건물을 올려서 많이만 만들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 그린벨트 해제지역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가 축적한 바람직한 도시경관의 구축이라는 방향성이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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