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 Veracone 투자컨설팅 대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이 지난 달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 달 28일 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의 이유로 들고 있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세계적 관세 또는 보복관세를 정당화할 어떠한 법적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전면 무효화 그리고 행정명령의 시행을 영구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바로 트럼프는 29일 미 연방순회 항소법원(CAFC)에 항소하여 CIT 판결에 대한 가처분 인용을 받은 상태다.
5월 10-11일 제네바에서 미·중이 만나 관세회담을 한 후 미국은 중국의 관세를 145%에서 30%로 원상복귀 시켰고 90일 간의 유예 기간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풀지 않자 트럼프는 격노했고 지난 6일 극적으로 시진핑과의 전화 회담이 성사되어 오는 9일 런던에서 미·중 관세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 번 회담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의 예측대로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최근 관세에서 수출통제로 초점이 전환되면서 관세 문제보다는 미국은 중국에게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수출통제의 해제를 다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은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성향을 알고 있어 관세가 궁극적으로 10%로 수렴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각국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주가지수는 물론 미국의 S&p 지수는 6000 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관세 카드 패가 읽혀면서 중국에게 관세 문제보다 희토류 공급을 요청해야 하는 등 관세 문제에 대해서 양치기 소년이 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 주 트럼프와 머스크의 충돌에서 보듯이 측근과도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그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감세 재원을 만들기 위한 관세의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관세협정이 코너로 몰리면서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8일까지 과연 몇 개국과 타결이 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가 예상한 관세가 징수되지 못한 상태로 감세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발효된다면 10년간 거의 4조 달러에 가까운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감마저 안아야 한다. 사법부도 그 어느 나라도 그의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11월 초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올 10월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일본도 중국과의 접촉을 늘리며 중일 관계 개선에 눈에 띄게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후 리창 중국 총리를 면담했고 지난 1월에는 일본 자민·공명 연립여당 간사장이 12명의 방중단을 이끌고 중국 공산당과의 정당 간 교류를 7년 만에 재개했을 때도 방중단은 중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최근 10년간 이렇게 많은 공산당 고위 간부가 일본 측을 환대한 건 처음이다.
이런 환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회담에 초청을 받아 드디어 외교무대에 등단한다.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그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 주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이 번 만남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할 게 틀림없다. 다자에서 지역 무역체제로의 전환 시기에 우리도 더는 중립 외교 노선을 취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일본처럼 중국과의 무역 실리는 포기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등단이 우리 국민에게 관심과 기대가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