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칼럼] 힘이 지배하는 시대 한국 국민의 선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9 11:00

대전대학교 교수/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요즘 세상 모든 일이 뒤숭숭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전례 없는 '독단주의'로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 폭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들기. 갈라치기 정치를 통한 권위주의적 지배 시도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행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승리 굳히기, 중국의 전방위적 영향력 확산 시도는 강대국이 어떻게 평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현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균열과 이상 징후는 코로나 사태 때부터 예견되었다.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해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전 세계가 무제한 돈 풀기를 하면서 국가의 경제 체력이 바닥났다. 이는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문제해결에 나선 강대국은 외부에서 희생양을 물색했다. 러시아는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인내, 협력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무력을 사용한 국가의 의지 관철이 선호되는 시대가 왔다. 힘이 지배하는 현실주의 세계가 온 것이다.


강한 안보와 안전한 자유 무역은 지금의 부강한 한국을 만든 기반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번영했고 한미동맹으로 핵무장 북한과 강압적인 중국, 변덕스러운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 번영 가능성은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안보 환경과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국익을 위한 무력 사용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한국은 양자택일보다 중립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제3의 길인 중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중요시 여겨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속국 또는 조공국을 자처하게 하여 점차 중국 세력권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 사례를 볼 때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더 의존할수록 중국은 한국을 조련하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제재하고 속박하며 통제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누린 경제적 번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 '독단주의'가 싫어도 한국은 한미동맹을 지켜야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서로를 위해 피를 흘린 75년의 혈맹이다. 이런 역사와 가치는 쉽게 훼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며칠 뒤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내 정치 논리와 권력 투쟁에 매몰되어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말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지만, 따지고 보면 부패한 카르텔, 무능한 웰빙족, 정신 나간 평화주의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리는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 부동산과 기본소득 등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경제 이슈 때문에 실체가 가려져 있지만, 이번 선거는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포함한 반민주세력 국가들이 만들고 있는 신 권위주의적 세계질서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국민의 선택은 오직 국익과 번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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