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40325.a19a6b33fb5c449cadf8022f722d7923_T1.jpg)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만든 제품 앞에서 고객은 망설였다. 쌀은 씻어야 하는지, 나물은 헹궈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한 간편식 기업 대표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소비자 반응이다. 만드는 사람은 설명을 넣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포장을 뜯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제품이었다. '간편식'이라는 이름이 간편한 식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전자레인지 조리 안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700W와 1000W라는 출력 수치를 제시했지만 낯설어하는 고객이 있었다. 이 기업은 '꼬들밥', '촉촉밥'처럼 고객이 원하는 식감을 기준으로 조리법을 안내했다. 기기의 수치와 조리 결과를 고객의 눈높이에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익숙하게 쓰는 말과,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해하는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이 기업은 육아 가정의 먹거리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간식 상품을 판매한 뒤에는 수많은 구매 후기를 읽으며 제품 구성을 바꿨다. 출산 후 몸 관리를 내세운 간식에서도 고객은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을 원했다. 판매자는 제품에 담은 기능과 의도를 설명하지만, 고객은 먹는 순간의 맛과 편리함까지 함께 평가한다. 후기는 그 차이를 알려주는 자료였다. 작은 기업은 제품 하나를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원료를 고르고 포장을 만들고 생산 조건을 맞춘다. 그 과정을 오래 거칠수록 자신의 제품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조법을 아는 것과 고객의 사용 경험을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왜 이 원료를 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작 고객이 포장을 어디서 뜯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은 놓칠 수 있다. 수면용 속옷을 만드는 한 기업의 경험은 이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기 제품은 몸을 강하게 조이고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자신은 그 점을 장점으로 여겼지만 고객의 반응은 달랐다. “저는 처음에 그게 좋았어요. 그런데 안 팔려요."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잠잘 때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에게 강한 압박은 오히려 불편함이었다. 이 기업은 압박을 줄이고 편안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수정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큰 사이즈를 추가하고 색상도 늘렸다. 그렇다고 이 변화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표는 인터뷰 당시에도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더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공담보다 제품을 고치는 태도다. 만든 사람의 만족을 잠시 내려놓아야 고객이 원하는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판로를 넓히고 싶어 한다.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새로운 판매채널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살펴야 할 것은 고객이 상품을 만난 뒤의 과정이다. 상세페이지에서 용도를 이해하는지, 배송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지, 기대했던 맛과 촉감이 실제 경험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판매채널이 구매의 기회를 열어준다면, 재구매로 이어갈 이유는 상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다. 고객 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큰 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문의를 모으고, 반품 사유를 읽고, 처음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이 설명을 잘 읽지 않았다고 탓하기 전에 같은 질문이 왜 되풀이되는지 물어야 한다. 제조업체에는 당연한 보관법이나 사용 순서가 소비자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능을 하나 더 넣기 전에 사용 과정의 막힘을 줄이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요구를 제품에 담을 수는 없다. 같은 불편이 여러 고객에게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먼저 바꿔봐야 한다. 안내 문구를 고치거나 포장을 손본 뒤에는 문의와 반품이 줄었는지, 재구매가 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가와 품질을 함께 확인해야 개선도 지속할 수 있다.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출고하는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이 상자를 열고, 한 끼를 준비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평가받는다. 다음 상품을 기획하거나 광고비를 늘리기 전에 우리 제품이 고객의 하루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설명서 앞에서 멈추는 순간, 입었다가 다시 벗는 순간에 고쳐야 할 이유가 담겨 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찾아 제품에 반영하는 일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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