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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노동개혁의 새로운 로드맵’

집권 초기마다 거의 모든 대통령이 '노동 개혁'을 외치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개혁 의제는 대체로 '유연성 강화'와 '노동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잃거나, 정치적 이해득실 속에 동력을 소진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40여 년 동안 논쟁은 되풀이됐다. 김영삼 정부의 근로 시간 단축, 김대중 정부의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 윤석열 정부의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과제 강조가 그 연장선이다.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내세워 국무회의 전 과정을 실시간 공개하도록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은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국정 철학을 천명했고, 9월 1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세종시는 균형발전의 상징이며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라고 밝히며 지방시대 위원회와 각 부처의 '국가 균형성장'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그간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산업단지 조성, 도시재생 뉴딜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하다. 지방 인구는 줄고 일자리는 수도권에 더 몰린다. 이 현실은 균형발전의 관건이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노동의 구조'에 있음을 보여 준다. 많은 지역이 사람이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일할 이유'가 사라져 삶의 기반이 약화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 여파로 산업이 쇠퇴하고 청년층은 서울로 이동한다. 지방에는 공장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고, 서울에는 사람이 넘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모자라는 모순이 지속된다. 구조적 괴리를 해소하지 못한 채 균형발전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같은 문제를 반복한다. 일자리의 핵심 변수는 노동시장 설계다. 수도권 중심의 고임금·정규직 편중 구조는 지역 기업 생태계를 왜곡시켰다. 지방 중소기업은 임금 경쟁력에서 밀리고 숙련 인력은 수도권으로 유출된다. 그 결과 지역은 '저임금–저숙련–저생산성'의 악순환에 갇힌다. 균형발전의 실질적 해법이 결국 '노동개혁'에 있다는 뜻이다. 노동 거버넌스의 분권화, 합리적 유연성의 확보, 지역별 산업구조에 맞춘 맞춤형 노동정책 없이는 지방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228개 시군구 중 118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전남 고흥, 경북 의성, 강원 태백 등은 20~39세 청년 비중이 10% 미만이다. 청년이 없는 곳은 곧 노동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근본 원인은 지역 노동의 구조적 병목에 있다. 첫째, 중앙집중형 규제·지원 체계다. 근로 시간제, 최저임금, 고용보조금 등 전국 단일 기준이 지역 현실과 어긋난다. 전남 해남의 농공단지와 서울 구로의 IT 기업이 동일한 임금·근로시간 기준을 적용받는다면 지방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둘째, 산업–교육–노동의 단절이다. 지역 대학은 인재를 길러 수도권으로 내보내고, 기업은 채용을 수도권에서 해결한다. 광주형·군산형 일자리처럼 산학 노동 연계 모델이 시도되었지만, 노동정책과 산업정책이 따로 움직이며 지속 가능한 제도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셋째, 공공 일자리 중심의 왜곡이다. 지방 일자리 정책이 단기 공공근로, 청년 고용 지원금 등 재정 사업에 머물러 장기 정착 동기를 만들지 못한다. 이러한 방식은 생계의 숨통은 틔워도 지속 가능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균형발전'과 '노동 개혁'은 수차례 시도에도 미완으로 남아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지금, 원인에 대한 엄밀한 진단과 대안 설계 없이 예산만 투입하는 접근은 실망과 피로감만 키울 것이다. 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지표를 갖춘 행동 중심의 전문가 TFT를 꾸려, 평가–개선–확대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럴때야 비로소 지역 균형발전과 노동 개혁이 구호를 넘어 결과로 증명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한국 AI에 대한 단상

지난 APEC에서는 많은 이벤트와 기사거리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트럼프의 금관선물 등 공식적 이벤트가 아니라 바로 “깐부회동"일 것이다. 이 만남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세 명의 재벌이 치맥을 하며 사업에 대해 격의없이 논하고 친목을 다진 이벤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 이면에는 AI연산의 핵심을 쥐고 있는 병렬연산프로세서(GPU)와 그에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가장 잘 만드는 엔비디아와, 이의 공급과 수요 측며에서 공급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시켜줄 수 있는 삼성과 현대가 만났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큰 그림이 마련되었던 자리라고 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AI의 발달에 의해 제일 먼저 대체될 직업군으로 단순노동직업이 떠올랐다. 단순노동이야말로 단순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학습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비록 AI에게 단순한 작업을 학습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 알고리즘을 물리적인 작업을 하는 로봇과 연결하는 하드웨어 구현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AI는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여 이제 왠만한 전문가 수준에 이를 정도가 되어있다. 현재 수준으로는 왠만한 학사학력 이상의 전문인력을 대체할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ChatGPT, Gemini를 비롯하여 거대 AI 업체들은 박사학력 수준의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매개역할을 하는 업체가 Mercor, Turing과 같은 기업이다.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인력이 투입되겠지만, 적어도 1~2년 내에 시제품이 상용화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현실화된다면 대체될 일자리는 단순노동직군이 아니라 화이트 컬러, 그 중에서도 전문직이라 불리는 의사, 변호사, 박사급 연구원들 중 일부는 AI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만해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소위 입도선매를 당했다. 즉 졸업도 하기 전에 고연봉으로 취업이 되어 다들 앞을 다투어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진학하고 초등학생부터 코딩을 가르쳤다. 그러나 거대인공지능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기초적인 코딩을 해줄 수 있게 되자, AI업체를 비롯한 IT업체들은 더 이상 신입직원을 고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기존 인력도 대거 내보내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사실 거대인공지능을 학습할 때 사용하였던 자료에서 비롯한다. 학습을 주도한 인력들은 대부분 컴퓨터공학자들이며 이들애게 가장 풍부한 자료는 결국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코드였던 것이다. 또한 파이썬 등 컴퓨터언어의 코드는 인터넷에 아주 잘 공개되어있으므로 이들을 학습자료로 사용하기도 좋았을 것이다. 결과는 결국 이를 학습했던 사람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으니, 아이러니 하다. 각설하고 이러한 AI의 발전은 결국 로봇과 결합하여 이제 물리적 AI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와 모터, 제어기 등에서 특정 과업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하여 학습을 지속할 경우 결국 대체하지 못할 과업은 없을 것이라 본다. 여기에 현대가 가진 로봇기술과 삼성의 반도체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는 깐부회동으로 이어졌으며 다음 AI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는 자리였다고 본다. 전문가 영역의 AI는 우리가 추격하기에 미국회사들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 물론 추격하지 못할 분야는 아니다. 우리도 박차를 가한다면 미국 못지않은 전문가 서비스가 가능하며, 언어만 드를 것이 아니라 제도나 관습 측면에서도 다른 부분들은 우리만의 서비스가 더욱 높은 정확도를 지닐 것이다. 전문가 AI뿐만 아니라 로봇AI 분야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생산공정에서 로봇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또한 가장 좋은 학습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를 선점하는 것은 빠른 결정과 실행이며 우리의 갈림길에서는 현재시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서 직전 정부 따위와…

이강윤 정치평론가 잘 한 건 잘 했다고 인정하는 게 그리 힘든가? 론스타 소송 승소를 둘러싼 공치사성 논란, 보기에 민망했다. 민망한 정도가 아니라 그 소아병적 태도와 진영주의는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새 정부 출범 한참 전인 2025년 1월에 론스타 최종변론이 끝났는데도 “새 정부 성과"라고 강조하는 것은 일단 팩트가 안맞았다. 이 정부 저 정부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자세였다. 팩트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장관이 이전의 노력을 인정하고 평가하며 논란의 가르마를 타려는 건 다행이었다. “끝까지 법적으로 다퉈보자"고 밀고 나갔기에 오늘과 같은 승소가 가능했다. 모두 다 애썼다. 그중 가장 애쓴 사람은 몇 년을 매달린 법무부 실무자와 로펌 담당자들이다. 옆에서 훈수 두다가 실수하거나 도움이 안됐던 이들은 조용히 빠지는 게 맞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왜 비교할 필요도 없는 집단/정부와 자꾸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의 빌미를 주느냐는 것이다. 이 정부의 목표는 직전 정부보다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역대 모든 정부들보다 정치-사회-경제 분야에 개혁적이어야 하고, 먹고사는 문제에는 수퍼 실용적이어야 한다. “필요성은 적극 동의하지만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밀쳐둔 개헌도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중대 사안이다. 개헌 내용에 대한 청사진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추진하는 게 맞다. 지역 간 정치대립 완화와 선거구 조정 등을 포함하는 정치개혁의 공론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서 직전 정부 따위와 비교하고 경쟁하려 하는가, 잘 한다고 뽐내려 하는가. 직전 정부는 정부라 하기에 문제가 너무 많았다. 대통령실 운영을 보면 구멍가게보다 못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 출근시간을 두고 폭로되는 것들을 보면 집무실이 아니라 개인 변호사 사무실 수준이었다. 가짜 출근행렬이라니…그런 눈가리고 야옹 식이 어디 그것뿐이었을까. 고주망태가 즉흥적으로 전횡한, 공사 구분 안되는 이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앉아 흥청망청대다 자폭성 계엄으로 나라를 전소시킬뻔한, 정부를 참칭한 '사적 인연 집단'이 아니었나. 그러니, 나라가 그 시기보다 잘 돌아간다고 뻐길 일도, 으스대며 홍보할 일도, 내세울 일도 아니다. 달리기 경주에서 꼴찌 잡아채면 꼴찌에서 두 번째일 뿐이다. 현 정부의 목표는 당연히 1등이다. 꼴찌를 앞서는 정도가 아니라 전에 없던 준수한 기록의 1등이 목표이고, 목표여야 한다. 개혁을 통해 ●양극화 완화의 첫 단추를 놓는 정부, ●저출생 탈출의 전기를 마련하는 정부, ●공교육 소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정부를 목표로 분골쇄신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그 '분골쇄신'. 모든 정부가 그렇지만, 특히 현 정부는 성공 의무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몇 배는 크다. 왜? 계엄에 맞서 민주공화정을 지켜낸 시민이 세워준 정부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최대 주주는 민주당이 아니라 '은박요정'이나 '남태령 지킴이'같은 시민들이다. 그들께 겸손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해서는 안된다. 정부-여당의 책임있는 이라면 최소한 개인 처신 문제로 시민들이 쯧쯧…혀 차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구의 무슨 일인지는 구체 적시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정권 바뀌어도 달라진 거 별로 없고, 그 놈이 그 놈"이란 얘기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면 해당자는 삭탈관직은 물론 영구퇴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이 정부는 진짜로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신뢰를 부여하게 된다. 이전 모든 정부의 실패 요인은 신뢰 상실이었다. 신뢰 상실은 작아보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라를 바꾸자. 제대로. 이강윤

[박영범의 세무칼럼] 우리 회사는 이렇게 세무조사 안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세법에 정한 질문 조사권 또는 질문 검사권을 가진 세무공무원이 납세자가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국세에 관한 정확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하여, 조사 계획에 의해 세무조사 사전 통지 또는 세무조사 개시 통지하고, 납세자와 거래처를 상대로 질문하고,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 받는 것을 말한다. 세무조사는 납세지 관할 세무서와 지방국세청에서 수행하지만, 관할 세무서와 지방국세청이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상급 기관인 국세청과 지방국세청이 관할을 조정할 수 있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는 신고 내용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신고 성실도 평가 결과, 장기 미조사 연도 수 등을 기준으로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매년 1회 일괄하여 선정하고,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는 공평 과세와 세법 질서의 확립을 위하여 기획 조사, 긴급 조사, 부분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시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조사한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 법인 중 5년 정기 순환 조사 대상자는 연간 수입금액 2000억 원 이상 법인과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소속 법인과 자산 2000억 이상 법인 그리고 전문 인적 용역 제공 법인은 수입금액 500억 원 이상 법인이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을 위한 신고 성실도의 평가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원천제세, 양도소득세 등의 신고 사항과 각종 세원 정보 등을 반영하여 전산시스템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고 세무 정보 자료로 보완한다.세무조사는 명백한 탈세 자료가 없으면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 기간에 대하여 조사 대상 등 재조사를 할 수 없으며, 조사 시작 후에도 중복 조사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조사 철회 및 조사반을 철수하여야 한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가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면 세무조사 기간 유예 혜택은 있지만, 면제하지 않으며 세정 협조자는 유예 등 별도 혜택도 없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 중 개인은 간편장부대상자와 수입금액 3억 원 이하인 법인이 복식 부기 방식으로 장부를 기록·관리하고, 신용카드 가맹점과 현금 영수증 가맹점 등을 가맹하고, 세금계산서 등 가산세 부과받지 않거나, 지출 증명 서류를 작성하여 보관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소규모 성실 사업자로 세무조사를 면제한다. 또한 11월3일 발표한 국세청 2025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 방안에 따르면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소상공인 개인과 법인에 대해 '26년 상반기까지 세무조사를 면제하고,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신고 내용 확인 등 세무 검증 부담을 완화하여 영세 소상공인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달 2일까지 국세청은 일자리 창출 기업과 투자 확대 기업이 '26년 계획서를 홈택스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고 이를 이행한 법인·개인사업자는 2023년 귀속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한다. 세정 지원 대상은 2023년 귀속 사업연도 수입금액 1500억 원 이하인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으로, 일자리 창출 부문은 내년 상시근로자 수를 올해보다 2~3%(최소 1명) 이상 증원하고, 투자 확대 부문은 내년 투자 금액을 올해보다 10~20% 이상 증액하면 된다.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 이외 지역사업장에 투자하는 경우는 기준비율을 5% 완화하여 5~15% 이상 투자하여도 되지만, 종업원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로 명단이 공개된 사업자와 체납·조세범·불성실한 사업자와 성실신고 확인 대상자로 성실신고 확인서를 미제출하면 제외한다. 중소기업은 세무 조사를 선정하는 기준과 면제 자격을 잘 살펴서 불필요한 세무 검증의 부담에서 벗어나 경영에 전념하여야겠다. 박영범

[이슈&인사이트] 건설안전을 뒤틀리게 할 건설안전특별법안 재고해야

최근 행정부는 국회의 힘을 빌려 엉성한 안전법을 손쉽게 통과시키기 위해 청부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재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토교통부의 청부입법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심각한 건 함량 미달의 법이 걸러지지 않고 졸속으로 통과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특별법의 왕국이라 할 만큼 형사특별법이 기형적으로 많이 제정돼 있어 법체계가 뒤틀려져 있다. 건설안전특별법도 가뜩이나 난마처럼 꼬여 있는 건설안전관계법을 더욱 착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예측 가능성과 준수 가능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혼란이 극심한 마당에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건설현장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태에 빠질 것 같다. 대형건설사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재해 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중소건설사는 안전조치에 아예 체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겉으로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계를 살리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조악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내용이 상당수 규정돼 있다. 안전관리조직, 안전관리, 안전교육 등에 있어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 간에 의무주체가 상이하게 규정돼 있어 충돌이 심한 상태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복점검, 자의적 법집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둘째, 강한 형벌이 수반되는데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규정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안전관리", “적정한 기간과 비용", “안전관리 역량"과 같이 전문가조차도 애매하고 모호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개념이 다수 있다. 이런 법이 수범자에게 행위규범으로 기능할 리 없는 만큼 재해 예방은 기대난망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불명확한 형벌규정을 통해 무너진다는 점에서 이런 규정들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셋째, 안전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에게만 안전관리조직의 구축,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 안전조치 의무를 하청 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하청에겐 부과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재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넷째, 발주자의 책임을 실현할 수단과 구조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자문사, 감리자와의 책임관계가 모호해 발주자는 사실상 책임에서 비켜나 있고 감리자가 책임을 떠안는 폐습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안전자문사와 감리자의 역할이 중복되기도 한다. 공사규모, 사업자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발주자에게 의무를 부과하여 이행의 현실성에도 문제가 있다. 법안이 졸속으로 입안되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섯째,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형벌,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과태료를 이중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조차 발견된다. 가히 '기승전-처벌'이라 할 만한다. 실효적인 예방기준을 만드는 일은 등한시하고 안이하게 처벌을 최우선으로 삼는 제재만능주의에 함몰돼 있다. 재해를 줄이려면 '묻지마' 규제를 쏟아내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안전원리를 훼손하고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입법은 금물이다. 아무리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재해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조장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일명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를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안전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깨달을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우를 재차 범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정진우

[이슈&인사이트] 케데헌 열풍에 찬물 끼얹는 음주운전,  강력 처벌해야

필자는 외교관으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세계 곳곳의 유적과 명승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역사가 오래되고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였기에 많이 볼 수 있었다. 동쪽 관문인 산하이관에서 시작하여 베이징의 빠다링 장성을 거쳐 서쪽 끝 지아위관에까지 연결된 만리장성은 볼 때 마다 그 장중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를 하면서 한양도성을 돌며 만리장성 못지않게 감탄하고 묘미를 느끼고 있다. 만리장성은 높은 산허리에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양도성은 우리 생활공간 속에서 자리하고 있어 언제라도 갈 수 있다. 인왕산이나 북악산에 있는 도성 길은 조금 가파른 편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여기저기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현존하는 왕궁 건축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세계문화유산인 베이징 자금성도 크기에 압도된다. 그러나 경복궁도 규모가 상당하고 궁궐뿐만 아니라 연회를 베푸는 공간인 경회루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자금성보다 볼거리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창덕궁은 궁궐 건축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러져 있는 예술 공간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여러 물줄기가 합류하여 한양을 가로 흘렀던 청계천은 청정 도심하천으로 거듭나, 물고기와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등 철새들의 향연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감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K-팝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 열풍으로 남산과 낙산, 북촌 한옥마을은 물론,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과 종묘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 난다. 과거에는 중국인, 청년층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서양인도 많고 노년층도 적지 않다. 외국인들의 감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문화의 원류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다. 금동 반가사유상 앞이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룰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를 초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음주운전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외국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방문하고 낙산 성곽길로 향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어머니가 사망하고 딸이 중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효도여행중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캐나다인 남성을 들이받아 치료 중 숨졌고, 같이 길을 건너던 20대 한국인 여성도 크게 다쳤다. 자국민이 한국을 여행하던 중에 음주운전 차량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심각하게 다뤘다.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의 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과거에는 음주운전이 많았는데, 처벌 조항을 강화하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한국도 2018년에 이른바 '윤창호법'이 통과되면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해졌으나, 대법원 양형 기준은 최고 징역 8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처벌 규정에 비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턱없이 낮고 상당수는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0%가 넘는다. '괜찮아'하면서 음주운전을 무슨 객기부리 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양형 기준을 대폭 높이고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동승자는 물론 음주운전자에게 차량이나 술을 제공한 사람까지도 처벌을 강화하여 공동책임을 확실히 지워야 한다. 특히, 대만처럼 음주운전자 얼굴 공개 조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정치적 상상력을 초월하는 현실 정치

투수이자 홈런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메이저 리그 포스트시즌 4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탈삼진을 10개 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무려 3개씩이나 날렸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까지 친 오타니의 활약은 영화라면 오히려 식상한 전개인데 실전이었기 때문에 더 만화 같이 느껴진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2025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4연승으로 2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진출했다. 정치적 상상력을 초월하는 만화 같은 일이 세계 곳곳의 현실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의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여론에 밀려 사퇴했던 총리(세바스티엥 르코르뉘)가 나흘 만인 10월 10일 다시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는 9월 9일 총리로 임명되었는데 27일 만인 10월 6일 사임했었다. 그는 다시 의회에서 불신임 대상으로 전락했다.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직후 총리에 오른 미셸 바르니에도 12월에 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사퇴했다. 그 뒤를 이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도 2025년 2월 예산안 갈등 당시 신임투표에서 기사회생했다가 7개월 만에 또다시 신임 투표로 도전을 받았다. 그 사이 10월 21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이 감옥에 구속되면서 5년 형기를 시작했다. 2025년 3월 프랑스 법원은 사르코지가 리비아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자금에 사용했다고 5년형을 확정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9월 11일 감옥에 들어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은 27년 3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지지자를 선동해 의회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등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다. 2020년대에 쿠데타를 시도한 사례는 더 있다. 2021년 7월에 취임한 노동운동가 출신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하려는 의회에 맞서 쿠데타를 준비하다가 반역죄로 체포되었다. 페루에서는 7년 동안 대통령을 벌써 5명씩이나 교체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는 뇌물 수수로 탄핵 하루 전에 사임했고, 그 후임(마르틴 비스카라)은 뇌물수수로 탄핵되었으며, 그 후임(마누엘 메리노)은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불과 5일 만에 사임했다. 그 후임(페드로 카스티요)의 다음인 디나 블루아르테 전 대통령도 거센 반정부 시위로 중도 퇴진했다. 다저스의 4연승도 아니고 페루에서는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감옥에 수감된 기록이 있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바르바디요 교도소에는 2001년부터 5년간 재임한 알레한드로 톨레도, 오얀타 우말라(2011-2016년), 마르탄 비스카라(2018-2020년), 페드로 카스티요(2021-2022년)가 함께 수형 생활을 했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카스티요를 제외하고 모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렇게 시끄러운 중남미에서 아직 사법처리된 대통령 사례가 없는 곳은 우루과이 정도로 꼽힌다. 우루과이는 지난해 영국 언론사(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15등을 받았다. 다른 대통령제 중남미 국가와 달리 우루과이에서는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에게 관용 차량이 제공되지 않고 관사 대신 평소 자기 집에서 출퇴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에 공개된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기구(IDEA)의 세계 민주주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사이 173개 국가 가운데 94개 국가에서 민주주의 수준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도 그렇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기준으로 치면 한국이 프랑스와 비슷해 보이고 대통령의 반복된 탄핵과 감옥에 쿠데타를 비교하면 페루와 겹쳐 보인다. 소설보다 더 한 한국의 현실 정치, 정치적 상상이 더 빈곤해 보인다. 이준한

[이슈&인사이트] 흔들리는 원화와 다가온 민생의 겨울

1350원에서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4개월도 채 안된 상황에서 100원 넘게 올라 현재는 1470원 근처까지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환율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하락했는데 지금은 코스피가 70%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율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와 앞으로의 환율 전망은 어떨지 다들 궁금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입 업자들은 내년 환율 평균을 어디에 두고 영업계획을 짜야 할 지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자금 때문일 것이다. 매달 200억 달러씩 10년간 미국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외환 보유고를 고려해도 작은 금액은 아니다. 200억이면 매년 경상수지에서 벌어들이는 잉여금액 수준이다. 둘째, 통화량 즉, M2가 2022년 이후 미국은 3% 우리는 20.4% 증가하였다. 미국은 러-우 전쟁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으로 양적긴축(QT)를 하였지만 우리는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보다 7배나 많은 돈을 풀었다. 금리 역전 현상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한 이후 41개월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는 2.5% 벌어진 상태이고 국채의 시장 금리도 현재 2년짜리 국채 기준 미국은 3.6%, 한국 2.7%로 미국 금리가 높아 미국에서 돈을 번 한국 기업들이 굳이 한국으로 달러를 가지고 들어올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어 더더욱 달러를 국내로 가져오고 있지 않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공급마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셋째, 한은 총재가 우리나라 원/달러 상승의 원인으로 말한 것처럼 서학 개미들과 국민연금의 외화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올 한 해 국내 주식의 호황으로 주식 자금은 200억 달러 순 유입되었지만 해외로 나간 주식투자 금액은 그 10배에 가깝다. 거기에 채권 자금마저 10월에는 7억 2천만달러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유는 한은총재가 블룸버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금리 인하가 힘들 거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금리 인하를 노리고 들어온 외인들이 채권을 팔았기 때문이다. 10월 달에는 미국의 단기 금융시장 혼란으로 REPO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 ATM이라고 불리는 우리 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본국으로 돈을 가져 가면서 환율이 상승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심리적 불안감이다. 정부가 내년 재정을 확대재정으로 정해 재정지출이 늘어날 게 확실해 외인들은 금리인하 가능성도 사라지고 재정적자가 늘어날 걸 우려해 채권을 팔아 환전하면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일본에 새로 들어선 다카이치 내각이 확장재정을 펼치겠다는 선언으로 엔화 또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경쟁국의 환율이 상승하니 우리 원화도 같이 하락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는 국민연금과의 스왑을 통해 외환 개입을 했지만 미 재무성이 이를 외환개입이라고 경고하자 한은만이 시장 개입을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역외시장에서 환율이 크게 움직여 역내시장의 환율 개입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달러가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라는 것이다. 그런데 달러가 시나브로 강세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수입물가가 오른다는 얘기라 국내 물가가 상승할 거고 그렇다면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서민들이 될 거다. 가뜩이나 소위 말하는 k자 성장으로 자산 가치 상승으로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되고 서민들은 더 가난해지는 현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해 만들 거다. 지금은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시급하게 나와야 할 시기다. 최용

[신율의 정치 내시경] ‘잊혀진 사람’과 유튜브 사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택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운영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유튜브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제약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유튜브와 SNS가 지닌 매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국가원수가 이러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튜브와 SNS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두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SNS를 핵심적인 정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SNS 활용과 정치인 팬덤 형성 사이에 구조적 연관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SNS를 통해 정치인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는, 이 매체가 일반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에 '유사 친밀감'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정치 환경에서는 유권자가 정치인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SNS 환경에서는 정치인이 개별 유권자의 의견에 직접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유권자에게 심리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이는 점진적으로 비판적 거리감을 상실한 절대적 지지로 전환되면서 팬덤 현상을 낳는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더욱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 모델이 특정 팬덤 시청자 확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시청자 기반 확보를 위해 유튜버들은 점차 선정적 어조와 자극적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고, 이에 호응하는 팬덤은 더욱 강성화되며, 강성화된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의 자극성은 다시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진출은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튜브 콘텐츠는 '책 추천'을 중심으로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어떤 도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정치적 함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이념적 지향을 담은 서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도서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그가 지닌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비정치적 문학작품을 소개하더라도 이념적 해석과 정치적 논쟁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만약 그 발언이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면, 유튜브 활동은 그러한 지향과 배치되는 선택이다. 문 전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은 재임 기간의 성과가 상당하며 여전히 높은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이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기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현재까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존재하며, '문파'로 지칭되는 팬덤 정치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과 '불공정' 논란에 대한 기억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정부가 단임으로 정권을 상실한 배경에는 해당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작용했다고 해석하는 유권자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면, 현 정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분별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남미사회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1986년 개봉한 영화 (The Mission)은, 18세기 유럽에서 남미 식민지로 온 선교사의 활동과 제국의 이해관계, 그리고 원주민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들의 열연, 정글과 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미, 그리고 인도주의적 철학이 어우러지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실제 과라니 원주민 전쟁을 재구성하여, 신앙의 순수함과 제도화된 종교 권력의 대립을 통해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을 성찰하려고 하였다. 당시 예수회는 남미 각지에 선교 마을을 세우고 유럽식 문화와 교육을 도입하여 원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적 자율성을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유럽 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위협받으며 식민주의의 폭력에 직면한다. 영화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교사들과 원주민은 그곳을 지키고자 유럽 제국에 대항하였으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예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여기서 사용된 음악은 지금도 '넬라 판타지아'라는 곡으로 유명하지만, 역사적 재현의 정확성에 대해서 여러 비판을 받았다. 실제의 예수회 선교구역은 영화에서 묘사된 이상적 공동체와 달리, 식민지 경제에서 일정한 권력 구조를 유지한 복합적 사회였다. 원주민은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자율성을 가진 행위자였으며, 그들의 문화와 언어는 선교의 논리에 종속되었다. 영화는 예수회를 구원자로 이상화하였으나,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식민지 통제의 일부였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배경인 1750년 마드리드 조약은 유럽 제국주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 식민지의 영토를 조정하려고 체결한 조약이다. 이 국제법은 제국들의 세력 균형을 재편한 외교적 사건이었고, 산맥과 강 등 자연 지형을 근거로 식민지 경계를 설정한 국제적 합의라는 점에서 근대사적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조약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땅의 소유자다'라는 uti possidetis(현재 소유 상태를 유지하라) 원칙을 식민지 조약에 명문화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제국주의 침탈을 '합법적 소유'로 둔갑시키는 논리적 장치로 활용되었고, 원주민 공동체의 존재와 권리를 법에서 지우고, 지배를 법적 질서로 포장하여 식민지 폭력을 제도적으로 은폐하였다. 마드리드 조약은 법·지식·경계가 결합한 식민 근대성의 압축된 형태이자, 식민주의 근대의 작동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조약 체결을 가능하게 만든 지도 기술, 행정 조직, 경계 설정 등은 근대 국가의 상징이었으나, 그 본질은 유럽 중심의 지식 체계가 남미를 규율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실제로 마드리드 조약문 어디에도 원주민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이후 제국주의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자원 개발을 위하여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노예화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이렇게 원래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은 식민지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착취당하는 존재가 되었는데, 이것은 피부색과 출생지에 따라 구분된 남미 사회의 위계질서를 만들었다. 현대 남미 사회에서도 원주민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림 개발, 광산 개발, 댐 건설 등 현대적 자연 개발은, 원주민 권리의 침해나 공동체 붕괴 그리고 자연의 파괴를 낳는다. 이는 과거의 조약과 법이 남긴 영토와 자원의 불평등 배분이 여전히 현대적 개발 논리와 결합하여 자연과 원주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현재 심각한 남미의 자연 파괴와 불평등 문제는 식민주의 근대성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주민 권리 운동과 다문화주의에 근거한 남미의 사회 운동은 오래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자 식민지 근대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실천이지만, 경제 종속과 인종적 위계질서라는 식민주의 유산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반도는 식민지 역사를 경험하면서 자원을 착취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계층구조를 경험하였다. 독립 이후의 한국은 개발 경제의 발전 이면에 성공 만능주의, 심각한 자연 파괴, 사회 계층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는 출신 지역, 가정 환경, 졸업 학교에 따른 등급화와 불공정한 취급 등 남미의 계층 인식과 유사한 상황이 있는데, 이를 지적하는 의견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등 구성원의 문제의식도 부족한 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계층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부당한 취급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성원은 이를 경계하고 해결하려는 인식부터 필요하다. 김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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