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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트럼프 2.0 시대의 에너지 정책

미국 제 47대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공공연하게 본인의 첫 부임일에 41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겠다고 말해왔다. WP(Washington Post)는 2022년 11월 15일부터 2024년 9월 10일까지 트럼프가 유세를 하는 하는 과정에서 '첫날'(on day one) 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했던 공약들을 추적 정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불법이민자 추방과 교육개혁에 대한 공약이다. 실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첫날 불법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고 인종적 편견과 성적 차별의 부당함을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로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지치고 법치에 소외되었다고 느낀 국민들을 자극하여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특히 에너지 부분은 다양한 언급을 했지만 핵심은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수많은 친환경 뉴딜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 주된 공약이다.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차량의 연료배출 강화 등 환경규제와 전기차 생산 촉진을 위한 보조금 확대 정책을 '전기차 의무화'로 지칭하며 강력하게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며 바이든 정부가 금지한 공공부지에 대한 유가스전 시추를 모두 허용할 것이고 중단된 송유관 공사도 재개할 예정이고 현재 불허된 LNG 액화터미널 공사도 허용할 것임을 수 차례 공약하였다. “drill baby drill"은 트럼프의 가장 유명한 유세 문구이고, 사실 그 문구 앞에 트럼프가 “frack, frack, frack"을 외치는 장면이 더 있다. 셰일(shale)오일과 가스가 묻혀있는 지역민들에게 경제회복을 약속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미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석유와 가스를 대량 시추하여 에너지와 전력가격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인플레이션에 지치고 힘든 중서부의 소외된 러스트밸트 국민들에게 물가안정을 선물해줄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AI로 떼돈을 버는 듯한 실리콘 밸리 엘리트들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로 인해 친환경 보조금과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산업들을 매일 TV로 보면서 생활의 변화는 없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스러운 중산층들은 천문학적인 친환경 재정확장을 멈추고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회복해줄 대안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친환경 산업이 결국 중국에 종속되고 중국만을 위한 돈잔치임을 부각시켰고 이를 막기 위해서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때려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의 메시지가 통한 것이다. 매우 이론적으로 엉성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민주당 정권하에서 법치에서 소외됐다고 느끼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느끼는 절대 다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서 선거를 승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파리협약을 탈퇴했고 이번에도 첫날 파리협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또한 금번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트럼프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았고 독일 숄츠, 프랑스 마크롱, EU 집행위원장인 폰데어라이언 등이 불참했다. 주요국의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합의한 선진국이 $300 Billion을 모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을 줄 펀드를 마련한다는 최종안은 아무도 지켜질 거라고 믿지 않는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한 합의라고 보인다. 원래부터 탄소저감 담합은 지켜지기 어려웠는데 미국이 당분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키는 나라는 바보가 돼버린다. 모든 나라는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명분이 아닌 실리를 위한 국익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새로운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현명한 협상을 통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조홍종

[기자의 눈] 대기업과 협업성공 스타트업이 되려면

대기업·중견기업과 혁신창업기업(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협업에 성공하는 경우 서로 이득을 얻는 윈윈(win-win)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중견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수혈해 차별화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 좋고, 스타트업은 대·중견기업의 글로벌 유통망 등 인프라를 활용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근 대·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투자에 앞장서고 있으며, 유망한 스타트업들은 내노라하는 큰 기업들과 협업한 경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2024 민간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협업 성공 사례를 발표한 SK에너지-크래블 팀은 SK에너지가 철자재를 사용해 일반적인 GPS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경우였다. 현재 두 기업은 GPS 단말 오차를 3㎝ 미만으로 줄일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SK에너지-크래블 팀처럼 대·중견기업이 파트너사로 거듭나 순조롭게 사업을 영위하는 좋은 사례가 있는 반면, 협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취재로 만났던 한 중견기업 관계자도 “스타트업과 첫 협업 때 해당기업이 구현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성능이나 운영이 기대이하의 결과값을 내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협업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입을 모아 조언하는 공통사항이 있다. 바로 시도 단계에서 지금 가진 데이터나 인프라로 협력기업에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범위에서 협업이 가능한지 사례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유관부서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해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한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고 덧붙여 조언한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협업을 원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급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차별화된 신기술이 줄 수 있는 메리트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더 따져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중견기업과 협업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보듯 당장 눈 앞의 자기 이득에 집착하기보다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 중요하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데스크 칼럼] 코너몰린 경제, 플랜B는 어디있나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른바 '스트롱맨'으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4년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감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글로벌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 정치권과 경제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길을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2%)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출생, 고령화, 내수부진에다가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영향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와 달리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각 정당, 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기득권을 지키고 싸우기에 급급하다. 민심과 국민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직후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 시도라는 위험한 길을 자초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지 중지를 모아도 까마득할 판에 여야는 각자 스스로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은 요원해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판의 현실이라니 참으로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트럼프는 예측 불허의 인물이다. 그의 재집권은 당연히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아직 취임 전임에도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며 급등했고 코스피는 폭락하며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은 이미 현실화됐다. 당장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들었고,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몰고 올 구조적 변화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수 한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내년 사업계획에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현금성 자산 확보, 사업부 매각 등 긴축경영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복합적인 경제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단추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던 기존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 측면에서 보수적 정책운용의 중요성은 유지하되, 단기적인 재정확장운용을 통해 내수소비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현재 상황은 필사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중 후반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저성장 경제의 본원적인 잠재성장률 확보를 위해서라도 재정투입의 선제대응은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과 함께 자국주의와 고율의 관세로 직격탄을 받을 우리 수출기업들을 위한 정밀한 지원책 역시 시급한 과제다. 기업경영 전반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노동·환경·입법에 대한 파격적인 규제개혁과 이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정책들을 대거 발굴해 기업경쟁력 저하에 대한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정책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른바 '충성파'를 주요 요직에 발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우리 기업들의 아군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 사장단의 외침이 공허하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기고] 건설산업의 이기적 유전자와 대전환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인간 행동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진화의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복제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정적인 이타주의를 발현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 이기주의'와 '집단 이타주의'의 균형은 오늘날 협력과 경쟁 속에서 생명체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건설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은 수주와 시공을 통한 이익 추구 등 단기적 성과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건설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형태는 개체 유전자가 개체의 이익, 즉 생존과 번식을 우선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품질, 안전사고, 인력 부족, 이미지 추락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단기적인 이기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도킨스가 설명한 집단적 이타주의의 중요성처럼, 이제는 모든 참여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가치와 위상에 맞는 확장적 정의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국민 생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간 산업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영향력과 범위는 왜 건설산업이 거듭나야 하는지, 참여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로서 성실히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건설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가치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시공,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확대 역시 대전환의 핵심요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품질 제고 및 안전사고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건설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비추어볼 때, 건설산업의 개별 기업들이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집단적 이타주의, 즉 산업 내 모든 참여 주체들의 협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 발주기관, 시공기업 등 모든 주체가 범 건설 산업적 시각에서 협력하며, 산업의 발전과 위상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설산업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김성우 칼럼] 트럼프 2기와 기후변화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트럼프 1기때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언급해 향후 정책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이에 후보 시절의 공약집(Agenda 47)과 선거유세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 그리고 인선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정책 및 영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지난 7월 발표된 최종 공약집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10대 공약별 세부 항목들로 구성된 16페이지짜리 책자에 '기후'나 '환경'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대신 에너지 해방(unleashing), 규제 완화 및 철폐, 안정/풍부/저렴한 에너지 등에서 기후변화 정책 방향을 포괄하고 있어, 여기에 선거유세 과정에서의 발언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방향이 보인다. 첫번째 방향은 환경적 요소는 무시하고 경제적 요소를 중시하는 정책의 확대이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연방정부 석유/가스 시추 허가 절차 완화∙가속화,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원자료 발전소 가동, 투자 등을 통한 원자력 에너지 생산 지원, 미 환경보호청(EPA) 규제 철폐 등 환경 규제 완화 등이 언급되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천연가스와 석유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고, 바이든 정부에서 제한했던 연방 토지 내 시추를 허가하고 원유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도 예고한 상태로 단기적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높다. 두번째 방향은 경제성에 방해가 되는 비싼 환경성 강화 정책의 철폐이다. 사회주의적 그린 뉴딜 종식이나 전기자동차 의무화 폐지는 공약집에 명시되어 있고, 파리협정 탈퇴나 기후공시 기관장 교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사용자금 철회 등은 선거유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역점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 등 청정기술에 보조금을 주는데,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액공제 관련 세부 지침을 수정하는 등 지원을 축소하거나 느리게 집행할 가능성은 높다. 또한 미국이 글로벌 기후대응 협정인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탄소감축에 덜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고, 개도국 지원금도 감소해 국제사회의 기후협력을 한층 더 약화시킬 수 있다. 상술한 두 방향은 최근 지명한 인선에서 더 선명해 진다.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EPA청장에는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이 지명되었는데, 석유시추 등 경제활동을 막는 친환경 법안에 반대한 인물로 지명 직후 일자리 창출 및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지휘하는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이자 내무부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은 미국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 3대 주(州)인 노스다코타의 주지사로, 지난 5월 “바이든의 화석연료에 대한 공격을 트럼프가 멈출 것"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지난 16일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된 크리스 라이트는 아예 미국 2위 수압 파쇄(fracking·프래킹) 전문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CEO이자 석유재벌로, 기후위기는 허구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화석연료의 장점보다 적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기회 요인을 더 발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기후위기의 수단은 탄소중립이고 탄소중립의 핵심은 전기화인데, 미국시장내 중국기술의 부재는 우리나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력기기 산업에 분명 호재다. 미국으로 가지 못하는 중국제품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는 이슈이지만, 친환경 규제가 심화되는 EU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탄소배출량을 낮추고 재활용비율을 높여 에코디자인법안처럼 EU에서 강제화되기 시작한 제품의 친환경 기준에 선제적으로 맞춤으로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화석연료 및 청정에너지를 다 활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나, 화석연료 자산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은 더 주목받을 것이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국가별 감축목표 및 기후투자가 위축될 것이고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모멘텀도 약화될 것이지만, 이러한 위험 요인은 단기적일 확률이 높아, 병존하는 중장기적 기회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김성우

[신율의 정치 칼럼]민주당의 비명계, 그들의 운명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언급이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비명계들이 움직이면 당원과 함께 나서서 죽이겠다는 언급도 있었고,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인용하며, 이재명 대표를 '신의 종', '신의 사제'에 비유하기도 했다. '명상록'을 SNS에 올린 의원은, 자신은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를 두고 '신의 사제', 혹은 '신의 종'으로 비유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대다수 국민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표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다. 이런 언급들은, 이재명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자, 진심으로 화가 났거나 감정이 복받쳐서 나왔을 수 있다. 그 이유야 어떻게 됐든, 분명한 것은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 구도를 예측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 주자로써의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겠지만, 설사 피선거권 박탈 형이 확정되더라도,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현재의 민주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명계 대선 주자급으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두관 전 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장점을 가진 인물들이다. 김동연 지사의 경우,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했고,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자 대학 총장을 지낸, 그야말로 학문과 실무 경력 모두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중도층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이장부터 시작해 민선 군수를 거쳐 경남 도지사, 장관을 두루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친화력은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며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2심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당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필자 개인적 견해로는 이런 예상에 동의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 대법원에서조차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민주당 막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재명 대표가 '지원'하는 친명 주자가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친명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고, 본선에서 이기면, 이재명 대표를 사면 복권 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차차기 대선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할 수 있다. 현행 대통령제는 단임제이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만일 4년 중임제라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사면 복권에 소극적일 수 있지만, 단임제이기 때문에 자신 다음의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표를 밀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이 계속 건재하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다. 민주당이 현재 추진하려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 개헌은 보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상황을 보아가며 개헌을 추진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25일에 있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결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판결은 민주당의 전략 수정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EE칼럼]지역별 전기요금의 차등화는 재생에너지 자립도에 근거해야

정부는 2026년부터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 도매가격을 지역별로 차등화한다고 한다. 발전소가 많아 전력자립도가 높은 지역은 싸지고 수도권과 같이 발전소에 비해 수요가 많아 전력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가격이 오른다. 현재 계획은 kWh당 최소 19원에서 최대 34원의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경제인협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대 도매가격 격차 34원이 그대로 소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체 전체가 내는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1조3748억원이 증가할 것이며 이 중 전자·통신 업종은 6248억원으로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렇게 전력요금의 지역별 차등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본래 이 제도는 송배전 비용을 그대로 소매 요금에 반영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발전소에서 먼 거리에 있는 소비지는 가까운 곳보다 더 많은 송배전 비용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왜 전국 단일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었을까? 그건 우리나라의 전력망이 좁은 국토에 매우 촘촘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송배전 효율도 높아 그 손실율이 3.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한국전력의 송전이용요금 단가표를 보면 기본요금 외에 사용요금의 차이가 수도권은 2.44원/kWh, 비수도권은 1.42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에서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한전 입장에서도 차등 고지하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없으니 그냥 전국 단일요금제를 시행해 온 것이다. 전력공급 비용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은데 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려는 걸까? 이유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전력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이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청정자립에너지 보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 국회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생산·공급하는 분산에너지의 활용을 높이고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이를 근거로 2026년부터 소매 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첫걸음을 떼는 방향이 영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력거래소와 산자부, 한전 등 전력당국이 지난 7월에 마련한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 차등요금제 기본설계안'은 2026년 소매요금 차등화에 앞서 내년에 도매가격부터 차등화하기 위한 시행안이다. 전체 가격은 유지하는 가운데 차등을 두다 보니 발전소가 많은 지역의 발전소들은 도매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가격 차등화가 노리는 효과가 발전소가 적은 지역에 발전소를 늘리든지 아니면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기업이 분산되는 것이지만 그런다고 도매가격이 높아지는 수도권에 얼마나 발전소들이 늘어날 수 있을까? 설령 가격이 높아져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화력발전은 환영받기 어렵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데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비용이나 용수 공급 때문에 건설비도 만만치 않다. 본래 분산에너지법이나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추구하는 바는 청정·자립에너지의 활성화이다. 청정한 자립에너지의 생산이어야 비로소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근거한 가격 차등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이미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수도권이라 해도 화력발전소가 많은 인천은 전력자립도가 186%에 이르고, 비수도권이라 해도 대구와 광주, 대전은 13% 이하이다. 이들 지역은 나름대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이 시행하려는 지역별 전기요금의 근거는 단순한 전력자급도가 아니라 청정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자급도가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모든 건물과 시설들을 발전소로 만들 수 있어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송배전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지역에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이를 필요로 하는 전자·통신 산업의 지역 분산도 꾀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법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역별 요금제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새롭게 도입하려는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순항하려면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지향은 청정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확대임을 상기하자. 신동한

[기자의 눈] 기후악당된 한국…플라스틱 협약에서 꼬리표 떼야

한국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오늘의 화석상' 1위를 받았다. 지난해는 3위였다. 세계 150개국의 2000여개 환경단체가 모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선정했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또 한 번 '기후악당'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것이다.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과도한 공적금융 지원과 탄소 배출 억제에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였다. 특히 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에서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반대한 점이 비판의 중심이 되면서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 흐름에서 한 걸음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 중심의 플라스틱 생산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 역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번 COP29에서 드러난 한국의 행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국내외적으로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오늘의 화석상은 그저 부끄러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에게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로 전환하라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더 이상 기후위기 대응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플라스틱 오염 대응 정부 간 협상회의(INC-5)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협상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에 답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다. 협상의 핵심 의제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감축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허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플라스틱 감축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석유화학업계의 과도한 로비와 공급 과잉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국이 생산 감축을 분명히 지지하고, 협약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선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후악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COP29에서 받은 국제사회의 지적을 그냥 흘려 버려서는 안 된다. 이번 INC-5는 단순히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식 입장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만들 기회다.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일회용품 저감과 석유화학 산업의 전환을 실현하는 정책적 노력도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이제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고, 과거의 꼬리표를 떼어낼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INC-5에서 한국이 기후위기 해결의 모범국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어둠의 경로’에 피멍드는 K-콘텐츠…이용자 인식 제고 필요할 때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사라진 줄만 알았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얘기다. 흔히 '어둠의 경로'로 일컬어지는 이곳은 K-콘텐츠들을 불법으로 유통해 논란이 됐다. 최근 운영자 검거로 논란은 일단락 된 줄 알았지만 운영을 재개한다는 이가 나타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 영역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뿐만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넓어지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열혈사제2'와 최신 웹툰,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까지 불법 사이트에서 소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누누티비(영상)'와 '밤토끼(웹툰)'로 대표되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시장을 헤집으면서 K-콘텐츠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누누티비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에서 스트리밍되는 드라마와 시리즈, 영화, 예능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그 여파는 OTT 플랫폼에까지 미쳤다. 업계에선 누누티비를 통해 발생한 저작권 피해가 약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부가 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밤토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이 밤토끼로 인해 7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사실상 어둠의 경로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접속 차단 조치에도 URL 변경 등을 통해 운영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해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이용자들의 인식 제고다. 어둠의 경로 방문은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저해해 그 영향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창작자의 피와 땀이 녹아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투자자가 투자를 줄이고 그 여파로 좋은 창작자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용자가 없다면 불법 사이트들도 운영 동력을 잃는다. K-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선 콘텐츠를 시청할 때 정상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그린벨트 해제와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은 신중한 접근 필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걸친 총 4개 지역, 5만 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8.8)의 후속조치로서 현재진행형인 3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는 사안이다. 신도시를 계획할 때 필수적인 교통대책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미 지난 2월에 제시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전략산업'의 추진을 요건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용지 확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한 목적은 시장심리의 안정이지만, 세간의 기대와 달리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외곽지 일부에 한정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해제를 예상하지만 한정된 신규공급으로 서울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서 지금으로선 실현가능성을 확신할 수만은 없다.정책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의도한 정책목표를 얻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신규택지로 공급가능한 물량이 실제로 시장안정을 이끌어내고 그 효과를 확산시켜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그간의 유사한 경험으로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서울의 모 대단지 규모가 약 1만 세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신규택지의 규모와 해당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2029년에 분양(2031년 입주)을 시작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의 시장안정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하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시장심리에 우선적으로 반영되므로, 무주택 실수요자를 가정했을 때 2029년의 첫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시장안정효과는 달라진다. 또한 제조업과 달리 일관된 생산환경의 설정과 유지가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상 처음 설정한 공기보다 실제 공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예정된 분양과 입주시점이 상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토지수용과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공사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돌발변수가 최소화되면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실행이 맞물린다면 일정준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서울(서리풀지구) 공급물량의 55%인 1.1만 가구를 배정하는 것은 저출산대책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저출산문제의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분양전환없는 장기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위치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섰던 선례에 비추어본다면, 이번처럼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근접한 신규택지가 사회적 이슈의 하나인 신도시 재건축에 긍정적일 것은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베드타운이 추가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재건축 선도지구같은 정비사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의 재건축사업은 과거처럼 인허가가 아니라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여력이 관건이다. 사업추진속도는 부촌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지역적이고 국지적인 양극화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신규택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린벨트의 고밀개발은 사업지별로 세심한 조정이 요구된다.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지난 정부부터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한강이 가리든 남산이 가리든 집이 없으면 무조건 높게 건물을 올려서 많이만 만들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 그린벨트 해제지역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가 축적한 바람직한 도시경관의 구축이라는 방향성이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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