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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동해 심해 탐사시추를 왜 하는가?

지난 6월 대통령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 계획 발표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탐사시추를 하는 것도 아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데 전국이 요동쳤다. 왜 그랬을까? 지금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대륙붕에 석유가스를 찾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탐사시추를 하는 것은 과연 쓸모없는 일일까? 전체 시추 비용의 50%에 해당되는 500억 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었지만 국회에서 삭감되었다는 것을 보고 놀랐고 또한 몇 일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시 대왕고래 예산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그럴만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한국 석유공사가 해외의 메이저 석유회사처럼 재정 상태가 좋으면 정부와 국민에게손 내밀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당당하게 시추를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투자한 해외자원개발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4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니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는 추가적인 빚을 내 시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계획된 시추를 중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해상 시추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 전에 미리 시추선 용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표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사업은 한 편의 코미디 처럼 흘러왔다. 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 정치의 영역으로 엮이면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우리가 국내 대륙붕 탐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전히 중요한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한 축인 석유 가스의 확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CCS)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국내 대륙붕 조사 탐사는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7광구 한일 공동개발 협정 종료 등 주변국과의 미래 해양영토 문제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장기적으로 조사 및 탐사시추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의 중요성은 산업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작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영향을 주고 한국의 발전된 해양플랜트 분야를 활용할 수 있고 가스전이기에 블루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계획된 첫 시추인 대왕고래 구조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해 심해광구 내에 남아있는 다른 유망구조의 탐사 유망성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향후 올바른 탐사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학을 할 것이다. 성공하면 남아있는 유망구조의 탐사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평가자료를 제공하여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5개의 유망구조가 있지만 1차 공의 시추 결과와 그 분석에 따라 향후 시추할 유망구조의 수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탐사 성공률이 20%이기 때문에 5개 구조를 시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구조에서 가스가 나오면 독자적인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5개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시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시추공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석유개발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일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0%의 확률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실패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야 궁극적인 성공이 가능한 분야가 에너지 자원개발이다. 비난할 준비도 축하할 준비도 하지 마라. 책임 안 물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복권도 구매해야 당첨이 될 수 있듯이 실패가 두려워 시작을 못하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충분한 사전 계획과 준비 없이 운에만 맡기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어디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인지하고 여정을 나서야 성공한다. 신현돈

[기자의 눈] 탄핵안 부결의 경제적 파장

“만약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목도하기 전날인 6일, 다수의 국내 경제 전문가들에게 이같이 질의했다. 6일 오후만 해도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반반, 아니 가결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믿고 있었다. 질문을 받은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안 가결'이 곧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듯 반색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탄핵은 이미 국민들이 경험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만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거나 부결될 경우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탄핵안 가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대한민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기회이자, 국민들의 희망이었다. 물론 모든 전문가들이 탄핵안 가결 후 국내 경제 파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은 아니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가뜩이나 내년 경제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탄핵안 가결이) 기업들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경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망과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허탈했고 참담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195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아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결과다. 전국 각지에 모든 국민들은 7일 오후 텅 빈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원석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불참한 국민의힘 105명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에게는 지금도 탄핵 관련 '항의성' 문자 폭탄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문자 발송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하며 “개인정보 유출, 업무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들은 7일 오후 국회 상황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는 참여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되는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보다는 자신의 정당과 자신들의 안위만 택한 결과다. 추운 겨울, 국회 앞에 집결한 시민들 100만명의 목소리를 외면한 국민의힘이 어떠한 자격으로 '법적조치'를 운운하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도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힘을 믿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우리 당 일임”은 또 다른 헌정유린

이강윤 정치평론가 12.3 계엄은 정치-사회적 충격 못지않게 중대한 법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며 '질서있는 퇴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우리 당 일임, 여당대표-총리 국정운영'은 헌법유린 두 발언은 중대한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또 여당(국힘) 대표는 정치적 지위이지 법률적 지위가 아니므로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이제 자네가 맡아서 해보소"라며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법률가이기도 한 대통령과 국힘 대표에게서 이런 비상식적 발상이 나온 것에 경악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행자를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다.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국가기관의 구성원도 아닌 여당 대표와, 아직 대통령권한대행자가 아닌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헌법 상 대통령직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만 권한대행이 가능하다. 탄핵, 궐위나 사고, 사임으로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이다. 이 세 가지 외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가 대행되는 순간 위헌이다. 정통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한-한' 라인 국정운영 방침은 정치적 계산 국힘이나 한덕수 총리가 이런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한-한' 라인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대통령 유고 사태는 곧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의 2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계산으로 읽힌다. 특정 정파의 추측과 이해관계에 맞춰 국가 권력체계를 손 대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비상사태일수록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또 다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질서있는 퇴진" 역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마치 차분하게 국가시스템이 회복되고 뭔가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만, 법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다. 무엇이 질서이며,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말이 좋아 일임이지 무책임한 방책이다. 대한민국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탄핵안처리 무산 이후 내란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8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혐의로 긴급체포한데 이어 윤 대통령을 내란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긴급체포후 48시간이내 구속영장 청구여부-구속기간 20일이내 기소여부'가 수사 원칙이니 빠르면 연내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내란과 외환죄의 경우는 소추 대상이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마당에 국힘이 탄핵안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는 탄핵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진행된다. 판사 출신의 이 모 변호사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다 해도 새해 1월에는 윤에 대한 직접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도 비상계엄이 내란 기수냐 미수냐 정도만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내란혐의의 증거가 많다는 얘기다. 법 앞에 만민 평등…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7일 국회 앞에서의 느낌 두 가지로 글을 맺는다. 밥을 먹었으면 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밥값 계산'이 최주요 본질이자 최우선 사항이다. 사법부에서 내란이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역사 법정은 물론이고 현실 법정에서 그가 치러야 할 댓가는 혹독할 것이다. 내란죄는 최중형으로 다스린다. 전두환-노태우가 내란으로 처벌받은 전직 대통령들이다. 또 하나. 계엄이라는 초대형 폭탄이 여타 사안을 무화시키거나, 홍수에 둑 터져 다 휩쓸고 가버리듯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재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중인데, 최종 판결 형량에 따라 밥값을 계산하게 될 수도 있다. 계엄사태로 민심과 정국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서 밥값을 깎아주거나 안받는 일이 생길 만큼 사법부가 정치적이거나 비논리적이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런 기미나 냄새가 난다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넓디넓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10시간 동안 맞으며 윤석열 탄핵과 내란수괴구속을 외친 수 십만 시민이 그건 대충 넘어가줄까. 8년 전 박근혜탄핵 때 이미 공정과 상식, 주권재민을 관철시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은 국민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자신들에 대한 사랑과 지지라고 직역할만큼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촛불정부 어쩌다가 윤같은 자가 집권하게 만들었는가?" 토로 “법 앞에 만인은 동등하다"는, 이제는 다시 말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상식적인 이 말이 더 이상 강조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다. A는 A이고, B는 B다. 이게 상식이고 법률이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한, 이 나라는 여전히 야만이다. 야만이면서 선진을 운운하는 건 간단히 말해 사기다. 국회 앞에서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시민과 몇 마디 나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도대체 민주당과 문재인이 촛불정부를 어떻게 운영했기에 윤석열이 같은 자가 집권해서 이렇게 분탕질을 하고 이 난리를 만드는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상식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정치적 계산이나 시도는 '시민에 대한 모반'이라는 것을 칼바람 속 시민들은 웅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놀란 국회앞 집회참가자 연령대와 시위문화 또 하나 놀란 건 집회 참가자 규모가 아니라 연령대였다. 2030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에 최소한 서넛, 40대 이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60%를 훌쩍 넘겼다. 들고 있는 “조기퇴진" “즉각탄핵" 손팻말이 아니었으면 주말을 맞은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앞, 대학로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위문화도 8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촛불은 여전했지만, 형형색색의 아이돌그룹 응원봉이나 형광봉도 많았고, K팝신곡이 80년대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짱짱하게 울려퍼졌다. 모든 연령층의 국민이 한 마음으로 모여 공동체의 기본을 지키자고 다짐하는 국회 앞에서 희망을 봤다. '너희 진영이 이 난리를 쳤으니 이제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당이고 내 차례'라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정치꾼이 있다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는 것을, '민주주의와 주권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흥겹게 웅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역사는,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간다. 윤석열의 터무니없는 비상계엄은 시민들을 비상하게 깨웠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원칙 앞에 결연히 집결시켰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시민들과 헌법을 보면 된다. 이강윤

[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잃어버린 해외 자원개발 10년"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예산보다 적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자원개발 복원을 국정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2013년 이후 폐지한 해외 자원개발 세제 지원을 부활시키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521억원까지 줄어든 예산을 네 배 이상 끌어 올렸다. 하지만 2022년 5개였던 신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지난해 2개로 감소하는 등 성과는 지지부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잃어버린 1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부국에서 쌓은 인적, 물적 인프라가 크게 위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10년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부실 사업을 정리한 것도 원인 이지만 무조건 철수시킨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원 가격이 오를 때 투자하고 떨어지면 팔아 버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어렵게 확보한 광산을 정부 압박 때문에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보고 철수한 사업들이 수두룩 했다. 하지만 좋은 사례도 있다.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개발사업이다. 이 광산은 뉴칼레도니아의 대표 니켈광산 소시에테 르 니켈(SNL), 인도네시아 소로아코와 함께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광산에서 연간 최대 니켈 4만 8000톤과 코발트 4000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지난 4~9월 니켈 약 1만톤을 생산했으며 내년 3월까지 3만 5000톤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주도로 2006년 포스코인터내셔널, STX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까지 11억 달러(약 1조 4400억원)를 투입 했다. 한국 컨소시엄 초기 지분은 27.5% 였는데 현재 45.82%이며 그 중 광업공단이 38.17%, 포스코인터내셔널 6.12%, STX 1.52% 이다 나머지 54.18%는 일본 스미토모가 갖고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이며 합금강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이 2068억원 이었다.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한 2001년 당시 2394억원이 편성됐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는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2697억원까지 늘렸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비정상으로 몰며 초토화한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2020년에 521억원까지 예산을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원외교 재개와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페루 공식 방문에서 “한-페루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다시 남미지역 진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페루는 생산량 기준 구리. 아연(세계 2위) 등 핵심 전략광물의 부존국이자 생산국으로 최근에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등 희소금속의 부존 잠재성도 언급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신규 사업이 갑자기 확대되는 건 아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잘 진행된 이명박 정부 시절 386개 달한 신규 개발사업이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22년 5건, 2023년 2건 등 2년간 7건에 그쳤다. 물론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자원개발 관련 국내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심 전략광물의 93.5%를 수입에 의존해 해외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칠레 등 자원보유국들의 자원국유화 내지 자원무기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 광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해외 자원개발은 어느 정권이든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이다. 해외 자원개발이 지속 가능할려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더 늦기전에 민관이 협력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강천구

[신율의 정치 칼럼]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는 걸까?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국가 혹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연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국민, 민주주의, 국가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하는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단어 사용을 반드시 거짓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실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래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 사태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이런 정치의 일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비상계엄 선포의 '상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포고령 1호 내용에도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고, 군이 국회 본청을 난입한 것은 중요한 탄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입법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군이 난입한 것은, 바로 이 점에서 위법,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탄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현장을 생생히 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본성상, 본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아예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다시 탄핵당하면 향후 20년 동안 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 같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탄핵 반대의 실질적 이유라면, 이는 오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당시 새누리당이 동참했기 때문에, 그나마 5년 후에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당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주관적 시각'으로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 폭망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마느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내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쳐질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은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과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담당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문제다. 즉,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2선 후퇴했던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국정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당정의 계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들의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런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국민은 암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율

[EE칼럼] 트럼프 에너지정책2.0 예측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된 트럼프의 통치 철학은 의심할 바 없이 미국 우선주의다. 초강대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의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에게는 중국, 인도 등이 협조하지 않는 기후변화 대응은 손해 보는 장사로 그의 목표인 위대한 미국 재건(MAGA) 달성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트럼프 머릿속에 기후변화는 아예 없어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후변화 논의를“녹색 신종 사기",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거칠게 비난하며,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 전격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에너지정책은 기후 정책의 하위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보조금이 에너지정책의 근간이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이슈의 정책 순위를 최고로 높이고, 국내 석유, 가스개발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등을 제정하고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연히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의 에너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석유 생산 업체인 리버티 에너지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이트는 민주당 쪽의 기후변화 대응을 공산주의적 정책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강경한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미국의 에너지정책의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파리기후협약 탈퇴, 원자력 발전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내내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에너지를 억지로 규제하는 바람에 에너지비용만 높여 미국 경쟁력을 훼손시켰다고 비난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 아래 국내 석유와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약속했다. 또한 AI 시대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을 얻기 위해 SMR을 중심으로 원전 부활에 나서고, 송전망 등 전력인프라 증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기후변화를 부정하면 간헐성 등 태생적 약점이 많은 재생에너지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에게는 태양광 및 풍력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보조금은 낭비일 뿐이다. 재생에너지 지원의 법적 근거였던 IRA의 폐지가 점쳐지는 이유다. IRA를 믿고 투자했던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IRA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왔던 K-배터리가 대표적 예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로 곤두박질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도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배터리가 또 하나의 리스크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IRA 폐지에는 정치적 허들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 의석수 100석에서 53석을 차지했지만, 압도적으로 과반수를 넘겼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IRA의 완전한 폐지는 의회의 벽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IRA 보조금에 힘입어 청정에너지 투자에 의한 경제적 이익을 크게 누리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는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설치, 와이오밍주는 풍력 발전소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했으며, 조지아주와 테네시주는 IRA 인센티브의 지원을 받아 탄소중립 산업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교롭게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지역이다. IRA 폐지는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결코 특정 에너지산업을 편애하지 않는다. 그에게 에너지정책은 오로지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비용 에너지와 전력 생산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미국 내에 풍부히 매장되어 있는 화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에너지라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은, 기후변화 이슈를 후순위로 격하시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탄소중립 산업이 다소 위축되겠지만, 보조금이나 인위적 규제에 기대지 않는 공정한 에너지 간 진검승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주헌

[기자의 눈] 계엄 다음 파업…불안한 한국경제 우려 커진다

“계엄보다 그 이후 파업이 국내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업 사태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노동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인 현대차지부와 한국GM지부가 지난 5~6일 주·야 각 2시간씩 파업을 추진했다. 역시 금속노조 소속인 HD현대중공업지부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은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에는 완성차, 조선뿐 아니라 철강, 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속해 있다. 특히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오는 11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금속노조 뿐 아니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최근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파업이 얼마나 확대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쉽사리 짐작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률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계엄과 파업 사태가 겹쳤다는 점이다. 계엄과 파업 사태 이전부터도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하향조정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 2.3%로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다. 지난 10월 보고서들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0.2%p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IB들 대다수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계엄 사태로 주가와 환율 등 경제지표가 충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파업으로 제조업의 생산량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셈이다. 다만 계엄 충격은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해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 덕분에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파업에 따른 영향도 최소화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다. 노조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파업보다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선택해보길 기대한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E칼럼]송전망 신뢰도 기준과 위험관리 시스템 제대로 검토해 보자

십수년 전 잘 아는 선배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낡은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안쪽에 “1935년부터 자랑스럽게 운행 중(Proudly serving since 1935)"이라는 라벨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한다.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라서 불안했는데 이에 더하여 1935년부터 운항한 낡은 기종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걱정을 눈치챘는지 같이 갔던 일행 중 한 분이 이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기종이라고 알려 줬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1935년에는 비행기의 제작과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세부적인 설계 및 과학적 원리가 정밀하지 않아 무조건 최고의 안전도 기준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거의 사고가 나지 않는 기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고 무거워 기름도 많이 드는 비행기라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전력망을 운용하는 신뢰도 기준이 이러하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는 전기공학자가 아닌 경제학자여서 기술적인 내용까지 잘 이해할 수는 없으나 전기공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나뉘고 있다는 점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현재 전력 당국은 전력망 운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망에 비상사태가 생겼을 경우를 가정한 이른바 'N-2'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N-2 기준은 폭풍과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시에도, 2회선이 고장났을 때에도 전력망 운용이 가능할 정도로 신뢰도를 적용한 경우이다. 낙뢰나 산불이 났을 때 2회선 고장이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낙뢰나 산불 등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 의한 고장도 2005s년-2023년간 국내 765kV 송전선로 누적 고장건수 71건 가운데 61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N-2라는 보수적인 기준이 필요한 이유도 수긍이 된다. 신뢰도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공짜는 아니다. 전력을 더 보낼 수 있지만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느는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비용을 줄이자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따른다. 기술적 조작도 시간이 걸리고, 특정 지역이나 선로에만 기준을 달리한다면 형평성 문제와 이해관계자의 항의와 민원이 빗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신뢰도 기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담 컨트롤 타워나 전문역량이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넋 놓고 송전망 새로 지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태도이다. 신뢰도 문제도 때와 상황에 따라 상세하게 구분해서 각각의 리스크와 대처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낙뢰와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우려해야겠지만 일년 내내 낙뢰 가능성이 있거나 산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어렵다면 미리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전력수요도 항상 일정하게 부하가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말과 주중으로 나누고, 피크 때와 저부하시를 나누어서 상황별로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도 해봐야 한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도 시간대별로 적용하는데 송전선도 그런 세부적인 검토를 왜 못하는가? 기술과 과학이 발전하는 것은 이런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서 분석해보고,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며, 이를 규정과 법과 필요시 경제적 인센티브로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송전망에 대한 신뢰도 기준과 위험관리 시스템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포기하며 수조 원씩 들어가는 전력망 공사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도 지혜롭게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연구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조성봉

[박원주 칼럼]비상계엄 사태...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의 수용으로 무력화되었다. 기록적인 짧은 시간에 헌정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파괴 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들과 국회에 대해서 각국 언론을 중심으로 놀라워하는 반응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미 우리 시장경제 질서가 폭력적 권력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지 드러났고, 이러한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경제 환경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순조롭게 극복된다 해도 외국 기업을 비롯한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다시 한국을 신뢰할 만한 협력 대상으로 평가해 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국민들이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지점은 대통령이 용인에서 열린 민생경제 토론회에 참석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 등을 통해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가 폭락했고 달러 환율도 순식간에 1446원까지 급등한 뒤 겨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당사자들은 바로 윤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했던 서민들 아닌가? 사단이 벌어진 뒤 금융, 경제당국은 금융시장과 산업계, 민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국민들의 피해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서민을 위한다며 도대체 어떤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러한 정치적 파행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큰위기에 처해 왔다. 부동산 발 PF 위기 여파로 서민 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나름의 경기 붐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고물가와 소득 정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대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만성적인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위정자라면 이런 때 국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치적 도박을 해서는 안 되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안심리는 우리 내수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적지 않고, 이는 내수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특히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일로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 정부로부터 여행주의 대상국가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여러 건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나라를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드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다. 관광객 수의 감소 또한 관광업과 요식업 등 우리 내수 경제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비상계엄 발표 직후 시내 편의점의 식품류가 동나는 등 매점매석 사태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국내 정세 불안은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이처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정상적인 유통 질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가 불과 수시간 만에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심각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더 본격적인 시장 불안으로 자리잡을 우려도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12월 3일 밤,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서 여의도의 마천루 사이를 여러대의 군헬기가 질주하면서 무장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쏟아냈다. 또한 특전사 병사들이 총기를 들고 의사당의 유리창을 깨거나 우발적으로 야당 대변인에 총기를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평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이 지금까지처럼 안전한 투자처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되리라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닐까? 이미 영국 BBC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미국에서 벌어진)1월 6일 폭동때 (미국)보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번 계엄령 선포가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렸다는 아픈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고속성장과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경제적 역동성과 안정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로 얼마나 훼손되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는 외국인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 수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으로 싼값에 물건을 내다파는 개발 경제의 시대를 넘어서 있다. 우리 수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거래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수출 환경에 또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해소하여 영구적인 피해를 막았다는 점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갈 길도 달라질 것이다. 위기를 온전하게 극복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탁월한 복원력(resilience)을 입증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최악의 사태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우리 경제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민들부터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 봐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일 것이다. 박원주

[기자의 눈] 경제 아닌 계엄 살린 尹, 어떻게 책임질 건가

15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이다. 민의의 전당을 군홧발이 짓밟은 초유의 사태. 본회의장을 사수한 건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낸 국회 직원과 보좌진,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이었다. 이로써 서슬퍼렇던 계엄은 한밤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듯 보이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만천하에 입증해보였다는 평가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국격은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삼성·SK 등 주요 그룹들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계엄 충격파'가 우리나라 경제에 남긴 생채기 또한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원자재 가격과 직결되는 만큼,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금융시장 쇼크로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지며 주가가 2400선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까지 뛰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 변동성은 확대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가능성은 줄었다. 안 그래도 내수 부진 장기화와 대규모 세수 결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수렁에 빠져 있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45년 이상 후퇴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계엄 사태가 정국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면서 의회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본회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던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엔 인공지능(AI) 기본법부터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법 등 분초를 다투던 산업계 최대 현안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여느 법안들이 그랬듯 기약 없이 지체되게 생겼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155분 천하'가 남긴 결과물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앞으로 국정동력과 국민 신뢰를 크게 잃게 될 정부가 과연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 사이 기업과 국민이 지게 될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자니 벌써 아득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충분히 숙고해 답해야 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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