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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트럼프 2.0시대에도 예상되는 강달러와 고금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트럼프가 과연 중국에게 60%를 그리고 나머지 나라들에게는 10% 이상의 일반관세를 부과할지 그리고 강달러가 지속될지 세계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트럼프 2.0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주요 정책은 감세와 관세다. 관세로 감세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와 금리의 인하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지난 주 하원의 예산안 투표 부결과 연준의 내년 2번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점도표를 보면서 과연 트럼프가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20세기 이전 미국은 관세만으로 재정을 꾸려 왔다. 트럼프는 19세기 말 맥킨지 대통령 시대가 가장 미국다운 시대였다고 자주 말하면서 그 시대를 오마쥬 하여 관세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관세 전쟁을 선포했지만 세계는 관세부과 폭탄을 맞기 전에 트럼프 인수위에 줄을 대고 딜을 시작하고 있다. 각 나라는 트럼프에게 조공으로 미국 물건을 더 사주겠다고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고 우리도 LNG 수입선을 중동에서 미국으로 돌릴 협상을 하면서 트럼프 관세 비율을 줄이는데 각고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 관세의 부과는 미국의 무역불균형을 완화해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거는 물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트럼프의 주장대로라면 관세가 감세를 만회한다지만 그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감세에 따른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거다. 지난 목요일 연준회의에서 내년 금리를 2번 정도 밖에 내리지 않을 거라는 점도표 발표 때도 시장이 경기를 일으켜 시중 금리는 오르고 주식은 빠졌다. 시장은 계속해서 높은 금리 (H4L) 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시대에는 강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가 된다면 수입 단가를 떨어뜨려 물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관세를 올린다고 하니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을 거다. 미국 달러 강세로 각국이 미국 채권 매수를 늘려 준다면 미국 금리의 하락에 도움이 되겠지만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달러 자산 동결을 목격한 중국과 중동 국가들의 미 채권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 이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 제품의 가격만 올려 수출에 마이너스 효과와 인플레에 영향을 줄 거라 예상된다. 2022년 러-우 전쟁과 AI 산업의 발달로 미국 자산 가치가 올라 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물밑들 밀려 들어오고 있다. 달러 강세와 경제 성장이 나온다면 물가는 안정되겠지만 돈 유입량이 임계점을 넘어 미국 부동산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지금도 인플레가 고집스럽게 끈적거림으로 남아 있는데 잠잠했던 인플레가 다시 발생할 거고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거다. 이는 부메랑처럼 미국 채권 이자에 부담을 주어 미국 재정안정화를 계획하는 트럼프 계획이 빗나갈 거다. 현실은 우려한대로 달러가 지금 이리도 강한데도 미국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달러로도 미국 물가 상승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번 연준에서 강달러와 고금리로 물가를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보였다 트럼프의 의도와는 반대로 시장은 강달러와 고금리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1450원을 넘은 상태에서 우리는 내수 부진으로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미 연준이 내년 금리를 2번만 내린다면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린다면 미국과의 금리차와 달러 강세로 인해 외인 자금의 유출과 1500원을 넘는 원달러 환율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거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환율과 자본유출을 고려한 금리 동결.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최용

[EE칼럼]기후변화 대응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명연설이 있지만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연설 중 'Connecting The Dots'라는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인생 속 경험과 과정들을 일련의 점으로 표현하고 그 점들을 연결하다 보면 현재의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한 점은 미래의 우리와 후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지구의 위기, 인류의 위기, 노동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1월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막 전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이력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주요국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난항이 예상되었고, 개막일에는 100여 명의 국가 및 정부 수반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는 와중에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는 화석 연료를 '신의 선물'이라고 말하며 기후변화를 서방의 가짜 뉴스에 비유해 비난했고, 환경단체나 정치인들이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연설을 해 참석자는 물론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참석한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자국의 가스를 수출하는 협상을 벌이는 등 반 기후적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 이번 COP29에서는 국제 탄소 시장 운영을 위한 표준 확정(파리협정 제6조), 선진국이 기후 재원을 매년 최소 3,000억 달러(약 420조 원) 조달 합의, 2025년 이후 신규기후재원조성목표(NCQG)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 진행 등의 일부 결과가 있었지만, 파리협정 제6조 이외에는 사실상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고 개도국이 요구하던 5,000억 달러(약 700조 원)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기후 재원에 합의하는 등 개도국의 불만이 크게 제기되었다. 이에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니키 라이쉬(Nikki Reisch) 기후·에너지 책임자는 'COP29는 재앙(dumpster fire)이었다'라고 비난했다. COP29에서의 제한적인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이 그 중심에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4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는 약 60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약 600기에 해당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에 명시된 11월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 총용량 374.531GW의 1.6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태양광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주요국은 2024년 신규 태양광 설치량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3년 216.9GW에서 2024년 최대 260GW를 설치할 것으로 보이며, EU는 2023년 51GW에서 2024년 최대 64GW, 미국은 2023년 24.8GW에서 2024년 최대 40GW, 인도는 2023년 10GW에서 2024년 최대 23GW(11월까지 20.8GW 신설), 독일은 2023년 14.3GW에서 2024년 최대 18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요국에서 신규 발전설비의 70~80%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어, 태양광이 이미 주력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사태로 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모든 정책은 표류하고 있고 특히 당장 시급한 기후·에너지 정책은 길을 잃은 모양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해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년 감축 목표) 수립이 대표적인데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COP29에서 우리나라는 2년 연속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는 1위로 올라서는 등 글로벌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이러한 오명은 향후 국제 협력에서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부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이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황민수

[이슈&인사이트] 국민연금 개혁과 노인빈곤율

2023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인 14.2%의 약 3배에 달했다. 에서는 평균소득 기준 순 연금대체율이 35.8%로 OECD 평균 61.4%보다 훨씬 낮았다. 노인빈곤율은 높고 연금 소득대체율은 낮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기본적인 연금체계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연금은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퇴직연금(혹은 퇴직금)이며, 세 번째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개인연금 상품이다. 연금체계의 목표는 간단하다. 은퇴 후 생애 평균소득 대비 70%를 소득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출범 당시 이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기대여명의 증가로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번 개혁을 거쳐야 했다. 1998년 1차 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재정추계를 도입했으며, 2007년에는 이를 다시 40%로 낮췄다. 연금을 받는 연령 역시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를 통해 연금 소진 시기를 연기할 수 있었으나, 노인빈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4년 7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2,20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제도를 개선하거나 개혁하는 논의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이 '표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논의는 대체로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인가'라는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사업장 가입자 기준으로 소득월액(월급여) 39만 원에서 617만 원까지를 기준으로 납부한다. 회사와 개인이 각각 4.5%씩 총 9.0%를 부담하며, 이를 40년간 유지하면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그러나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 23~26년을 감안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 중반으로 낮아진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 9%의 납부율과 40%의 소득대체율이라는 방정식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현재 추계에 따르면, 2040년대 후반에는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미래의 재정상황을 예측한다. 재정추계는 약 20년 이후의 기금소진 시점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명확히 제시한다. 이는 납부율과 소득대체율 간의 다양한 조합을 제안하면서도 기금 소진 시기를 연기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20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많은 가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납부율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금 운용 수익률 개선 등 대체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을 현재 617만 원에서 건강보험처럼 상한을 없애는 것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납부금 확보로 납부율을 약 2%포인트 이상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만, 납부 금액 대비 은퇴 후 수령액의 소득비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대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씩 높이는 것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약 8~10년 뒤로 미룰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 거버넌스 선진화, ESG 철학을 포함한 기금운용 정책의 실질적 개선, 전문 인력 확충 및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 2,200만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한국 사회의 핵심 노후 복지제도다. 명확한 해결책 없이 OECD 국가 중 최악의 노인빈곤율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데스크칼럼] 여야정협의체 ‘시민권력 참여’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 탄핵 가결이라는 '불행한 역사'가 3번이나 재현됐다. 불행이라는 언표(言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짊어질 정치적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국가적 불행을 말함이다. 탄핵 가결의 단초가 됐던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은 한마디로 대통령 본인은 물론 집권여당과 국내 보수세력에는 하등의 도움, 아니 자칫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뻘짓'에 해당했다. 더욱이 계엄령 선포의 명분으로 삼은 '거대야당의 입법독재', '지난 총선 부정선거 의혹' 등은 스스로 '자기 부정'을 자인한 행위였다. 총선은 국민의 투표행위로 다수표(국회의원)를 받은 정당이 의회를 장악해 다수의석 수를 바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주요 메커니즘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다수결 행위를 입법 독재로 치부하고, 다수당의 존립근거인 총선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본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73%(24만 7077표) 차이의 '다수결 신승'을 부정하는 꼴이다. 스스로 자기 정권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논리는 결국 국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이 찬성하는 탄핵 가결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정당성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귀결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 국민들이 국회의 탄핵 가결을 승인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윤대통령의 탄핵 가결은 헌법재판소의 인용 또는 각하라는 최종 심판만 남겨 놓고 있다. 문제는 그 기간까지 대한민국이 '헌재의 시간'만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외 정치·경제 파고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계엄령과 탄핵가결의 암초를 만난 대한민국 선단으로선 어떻게든 난파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탄핵의 '정치 시침(時針)'도 긴박하지만, 정부·기업·국민들에겐 '경제 초침(秒針)'이 더 절박하다. 다행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하는 분위기여서 국정 혼란의 급한 불을 꺼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혼란기 국정을 바로 잡고 정상화시키는 국정협의체 움직임이 과연 정치권 주도로 전개돼야 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정법)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즉, 윤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장관들로 구성된 권한대행의 정부는 최대한 윤 정부의 국정기조를 유지하려들 것이며,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런 권한대행체제를 자기 관리 아래 두고 헌재 심판 이후의 권력 헤게모니를 모색할 것이다. 탄핵 가결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거대야당 민주당은 국정의 한 축으로 수권정당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헌재의 탄핵 인용 유도과 이어질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국정 안정과 국민 안심을 내걸고 있더라도 3자의 '정략적 셈법'에 따라 좌충우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선 안된다. 정치 논리로 여야정 협의체 운영이 흘러가도록 놔두선 안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협의체에 민간 파트너가 참여해야 한다. 민간 파트너에는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통칭 시민권력이 포함된다. 여야정협의체가 아닌 노사정협의체로 구성해야 여야정의 정치적 셈법을 제 4 권력인 시민권력이 감시·견제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불의하고 부정한 권력을 무너뜨린 맨 선두에는 항상 시민권력이 있었음에도 이후 수습과정에서 역할이 축소되거나 소외됐다. 불행한 대통령 탄핵 가결의 3차례 반복도 정부 및 정치 권력의 시민세력 배제와 탄압에 따른 내재적 견제 시스템의 마비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내재적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선 다수결(절차), 삼권분리(실행) 못지 않게 시민권력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 탄핵 정국이 바로 적기(適期)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기자의 눈] 두려움 속 새해 맞는 한국 증시, 희망은 있다

2024년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은 이미 무너졌다. 올초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코스피 3000 기대감이 부풀던 시장은 이제 냉혹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SK하이닉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AI 반도체 설계 및 생산에서의 기술적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난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내년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도전 과제로 다가올 전망이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한국 기업의 시장 확대에 제한을 줄 수 있다. 반도체 뿐 아니라 수출 중심의 다양한 업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경쟁 심화로 재평가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2400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 불안정성은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비상계엄령 논란에 이은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라는 단어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상징한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증시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미 증시는 2350선에서 바닥을 다졌고,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긍정적 영향이 미치리라는 것이다. 주요 업종인 반도체 역시 모멘텀을 찾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2분기 말부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여전히 지속 중이며, 메모리 반도체 판가 상승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 그리고 국내 정국 혼란은 분명 우려스럽지만 수혜주는 존재한다. 조선, 기계, 방산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와 부진을 겪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와 증시는 순환하며 과거의 실패와 경험은 미래를 더 단단히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변화를 모색한다면 2025년은 부진을 딛고 도약하는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금 시장이 안정을 찾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2025. 1. 1부) □ 부서장 전보 △ 감사실장 김성기 △ 화성지사장 김길정 △ 판교지사장 윤범수 △ 용인지사장 윤지현 △ 분당사업소장 김현수 △ 수원사업소장 김진만 △ 세종지사장 서길영 △ 청주지사장 김성수 □ 부서장 신규 보직부여 △ 재무처장 배정숙 △ 열수송처장 최동일 △ 중앙지사장 김봉균 △ 광주전남지사장 신룡균 △ 양산지사장 강민구 △ 김해사업소장 주인수 □ 부장 전보 △ 기획처 기획부장 김세정 △ 기획처 예산분석부장 이창호 △ 기획처 준법통제부장 송진오 △ 경영관리처 성과관리부장 정기종 △ 경영관리처 홍보부장김성원 △ 경영지원처 총무부장 장영석 △ 재무처 계약부장 유철종 △ 재무처 자금IR부장 강소연 △ 정보시스템처 경영정보부장 은민 △ 사업개발처 시스템개선부장 박재형 △ 미래사업처 신재생사업부장 노태우 △ 미래사업처 해외사업부장 정환석 △ 플랜트기술처 플랜트관리·QC부장 박철규 △ 플랜트기술처 기계기술부장 박우진 △ 플랜트기술처 전기기술부장 최정욱 △ 플랜트기술처 연구기획부장 김재홍 △ 안전처 재난안전부장 김용선 △ 안전처 건설안전부장 김제범 △ 통합운영처 운영총괄부장 김기석 △ 건설처 프로젝트1부장 원종찬 △ 중앙지사 공무2부장 김영섭 △ 중앙지사 운영1부장 김덕환 △ 중앙지사 운영2부장 이위종 △ 중앙지사 열수송1부장 김성준 △ 강남지사 고객지원부장 최석윤 △ 강남지사 운영2부장 최지훈 △ 강남지사 열수송1부장 정훈화 △ 파주지사 계전보안부장 오완석 △ 파주지사 공무품질부장 박성철 △ 삼송지사 기계부장 황윤철 △ 삼송지사 계전부장 최성호 △ 고양사업소 열수송1부장 박형순 △ 고양사업소 열수송2부장 양재권 △ 화성지사 기계부장 김용열 △ 화성지사 복합운영부장 이명원 △ 화성지사 공무품질부장 이성준 △ 동탄지사 기계부장 공도영 △ 동탄지사 복합운영부장 배강진 △ 동탄지사 공무품질부장 임성묵 △ 판교지사 기계부장 권기삼 △ 판교지사 복합운영부장 엄계익 △ 광교지사 계전부장 최동범 △ 분당사업소 고객지원부장 신용균 △ 분당사업소 공무부장 서상오 △ 분당사업소 열수송1부장 정진천 △ 수원사업소 고객지원부장 김리진 △ 수원사업소 기계부장 신상호 △ 수원사업소 계전부장 홍성민 △ 수원사업소 건설추진TF장 서재호 △ 평택지사 고객지원부장 최세훈 △ 양산지사 고객지원부장 안홍준 △ 김해사업소 운영부장 신선미 △ 대구지사 기계부장 정지성 △ 대구지사 토건부장 김희훈 △ 청주지사 고객지원부장 김병훈 □ 부장 신규 보직부여 △ 경영지원처 역량강화부장 김광석 △ 경영지원처 노무복지부장 양해붕 △ 정보시스템처 정보화추진TF장 최장현 △ 사이버보안센터장 박홍석 △ 사업개발처 요금제도부장 이예령 △ 고객서비스처 고객설비효율화부장 홍명의 △ 통합운영처 통합운영부장 신희환 △ 열수송처 열수송진단부장 주재광 △ 광주전남지사 기계부장 정성욱 △ 광주전남지사 운영부장 김미연 △ 세종지사 공무부장 김병승 △ 대구지사 계전부장 김철균.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일하는 캠페인’ 제안의 의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출범을 알리는 언론 및 투자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서 회장의 행사 마무리 발언이었다. 이날 발표와 질의응답이 모두 끝난 뒤 서 회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미리 준비한 듯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해결책은 간단하다. 전 국민이 열심히 일하면 된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감히 제안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제안에는 기업인으로서 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걱정과 절박함이 묻어나 있었지만, 한편으로 성공한 기업인이 의례적으로 내놓는 메시지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 회장의 제안에서 진정성이 느껴진 이유는 자신이 자수성가한 창업가이자 솔선수범하는 CEO이란 점에서다. 서 회장의 인생역경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대기업 임원이었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창업 후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에서 도너츠가게 등을 전전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올 한 해에 서 회장은 '셀트리온 1호 영업사원'으로 전 세계를 동분서주했고, 이날 간담회에서도 미국 뉴저지 한 아파트에서 직원 5명과 함께 숙식하며 현지 바이오벤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국내 탄핵정국 등 새해는 어느 해보다 경제적으로 불확실하고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서 회장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여년 간 기업경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도 냈지만 바이오의약품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바이오 신흥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우리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기회될 때마다 공언해 온 배경에도 셀트리온이라는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셀트리온은 용어조차 생소하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같은 신약 개발 회사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어두운 새해 경제 전망에 연말 분위기가 무겁지만 이럴 때일수록 솔선수범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온 기업인의 제언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재점화하는 '리이그나이트(reignite) 캠페인'으로 승화되기를 바래본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슈&인사이트] 새로운 시위 문화는 미래 세대의 신사회운동

엄청난 규모의 시위대가 모인 즉석 거리광장에는 응원봉을 흔들어대며 '다시 만난 세계', '아파트', '삐딱하게', '불타 오르네', '챔피언, 위플레시', '슈퍼노바'와 같은 아이돌의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춘다. 시위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최소한 몇 곡을 미리 연습해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10대 중고생은 물론, 20~30대의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시위에 나서 노래와 춤이 한결 경쾌해지고, 곳곳에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심각해야 할 시위 현장에 춤과 노래라니? 그 뿐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어떤 이들은 시험공부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유모차를 이끌고, 어떤 이들은 계엄령을 선포한 권력자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시위 현장에 늘 등장하는 노조나 노총, 동아리, 정당의 구태의연한 깃발은 보기 힘들고, 기상천외한 시위대의 깃발이 휘날린다.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까지 나서야겠냐"라는 의미를 지닌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더 이상 미룰 수없다"는 의미에서의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시위하다가 물 주는 일을 잊을까 걱정하는 '화분 안 죽이기 실천 시민연합' 등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시위대가 응원봉을 든 이유는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이 금방 꺼졌다고 망발한 국회의원 때문이고, 재치 있는 상식 밖의 깃발 문구는 역시 탄핵시위 배후가 있다고 퍼뜨리는 음모설에서 '배후는 나 자신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위대의 메시지는 분명해보인다. 기존의 과격한 노동 시위에서 벗어나, 시위대는 무질서하지만 환경운동, 페미니즘, 소수자 권리, 비정규직 권리, 장애인인권, 반려견 및 반려묘 권리 등 다양한 메시지를 신명나게 표출한다. 권력자의 위세 당당한 '처단' 발언에도 시위 현장은 도리어 축제의 큰 마당이 되었다. 여의도 국회 앞 시위 현장에서 뭔가 나사빠진 느슨함을 느낀다면, 당신은 기존의 질서에 익숙한 꼰대다. 당신은 아마도 전국의 시민단체와 노조, 정당, 친목 단체, 대학동아리들이 저마다 전열을 다지며 깃발을 휘날리면서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들여다보면 나 홀로 또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리더도 없이 대오(隊伍)도 흐트러지고, 구호도 제각각 외쳐댄다. 이런 오합지졸의 시위대에 이른바 검찰 정권(?)이 무너지다니, 아마도 어이없이 느껴질 것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힘의 의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면서 '종북세력 축출',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시위대에 기대어 권토중래를 꿈꾼다는 것은 시위대의 '무질서함'을 얕잡아 본 탓일게다. 그러나 이 '하찮은' 움직임들이 위압적이던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한 시위의 놀라운 탄력성 덕택이다. 정치 기획자의 음모 섞인 구호가 없는 시위에는 정해진 울타리와 성역이 없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알랭 투렌은 무정형적(無定形的) 시위문화의 확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젊은 세대가 훨씬 더 다양한 이슈를 들고 나온 시위 현장은 여당이 우려하는 전통적인 '계급투쟁'의 장이 아니다. 미래의 세대가 꿈꾸는 신사회운동(New Social Movements)인 셈이다. 정치권은 춤과 노래를 앞세운 미래 세대의 신사회운동에 긴장해야 할 일이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신사회를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광화문 태극기부대와 어깨동무를 할 것인가? 성일권

[EE칼럼]막판 탈원전 정책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매우 묘한 시기에 발생하였다. 정권의 마지막 해였던 2022년이 되자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에너지가 부족해지자 탈원전의 선두주자였던 독일도 폐기하려던 원전의 재가동을 시도하였다. 영국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 16%에서 2050년까지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일본도 당초에 폐기할 계획이었던 원전 3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태리, 스위스, 벨기에 등 탈원전을 선언했던 나라들이 기존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거나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하였다.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이 대형원전을 건설할 수 없는 나라의 희망이 되면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 등 여러 나라가 각자 고유한 SMR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가 도입되면서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전력량이 원전 5기분에 달하고 그런 데이터센터가 5곳 이상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는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유럽연합(EU)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이다. 또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무탄소 에너지를 현재보다 세 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조짐은 2018년 송도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도 있었다. 지구온도상승을 1.5도씨 이내로 낮추기 위한 4가지 시나리오중 하나만 원자력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나머지 3개의 시나리오는 적게는 50% 많게는 400%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첨단 원자력 즉 소형모듈형원자로를 전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탈원전을 선언한 시기는, 탈원전을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주장했던 나라들이 친원전으로 돌아서려는 바로 그 시기였던 것이다. 물론 우리보다 약간 먼저 탈원전을 선언하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대만이 유일한 예외지만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다들 친원전으로 돌아서려는 시기에,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유일한 예외국가인 독일을 따랐다. 사실상 독일의 제조업이 높은 전기요금 때문에 숨이 막혀가고 있는 상황을 못 본 체 하면서 예외를 마치 좋은 사례인 양 포장하였다. 원전가동을 멈추게 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하지 않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턱없이 늘렸기 때문에,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50%와 70% 인상하였다. 한전의 부채는 1백조 원에서 2백조 원으로 늘었다. 꼭 그 때문은 아닐지 모르지만 마무리가 되어가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수출은 멈춰섰고 영국 원전수출에서는 우선 협상자 지위를 상실하였다. 그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국내에서는 신한울3·4호기 건설이 5년간 중지되었고,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는 백지화되었고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원전부품 공급망이 일부 붕괴되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웨스팅하우스이다. 미국내에서 40년간 원전건설을 하지 않다가 4기의 원전건설이 정부지원하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보글3·4호기는 7년의 공기지연 끝에 지난해와 올해에 준공되었고 VC 서머2·3호기는 건설하다가 중간에 포기하였다. 그 결과 웨스팅하우스는 도산하였고 소유자였던 도시바는 헐값에 이를 캐나다의 헤지펀드에 매각하였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를 놓고 도시바와 수주경쟁을 하였던 우리나라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2천 명 감원, 두산건설 매각, 산업은행 1조원 차입경영을 할 때였기 때문에 구매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월성1호기을 조기 폐쇄하여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한빛3·4호기를 5년간 정지시켜 10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그보다 더 한 것은 신한울1·2호기의 준공이 2년여 미뤄지고, 신한울3·4호기 건설이 5년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다. 득도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이 원자력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원자력 사회는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원전 안전성에 대한 폄훼를 극복하고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확실한 오해불식 등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재인식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나아갈 길을 평탄히 해주었다. 이제는 안보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영역에 무지한 정치의 간섭을 막아야 할 때이다. 정범진

[기자의 눈] 밸류업 외치는 정부, 정부만 도와주면 된다는 보험사

정부가 고질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금융권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정책 시행부터 개별적인 독려까지 여러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보험사들의 실적 거품을 근절하겠다며 꺼낸 제도와 실효성이 낮은 규제 완화가 상충하면서 보험업계에선 밸류업은 커녕 목줄을 더 옥죄는 결과라는 곡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보험사의 고무줄식 회계를 지적하며 시행한 IFRS17에서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적용을 일원화했다. 보험업권은 당장 연말부터 이를 적용하게 되는데 무·저해지보험을 적극 판매한 보험사들은 충격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호실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예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상반기 초회보험료 기준 무·저해지 상품 취급 비중은 iM라이프 98%를 비롯해 한화생명 93%, 신한라이프 91%, KDB생명91% 등이다. 대형사부터 중소형사들이 무저해지 해지율 적용으로 거대한 손실처리 파도를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파가 큰 일부 생보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킥스)이 30%가량 빠지게 된다. 과도한 실적잔치를 잡다가 되려 기업가치가 바닥에 떨어지게 생겼다는 곡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갈수록 커지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으로 인해 올해도 배당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보험사 전체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8조5000억원으로 2022년 말 23조7000억원에 비해 62.4% 증가했다. 많은 재원이 준비금으로 빠지면서 '역대급'으로 벌고도 정작 배당은 할 수 없는 모양새다. 보험사 배당재원을 늘려주겠다며 꺼낸 개선안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일정 킥스를 넘으면 적립금을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올해의 기준인 '경과조치 전 기준 킥스 200% 이상 보험사'에 속하는 곳은 업계에서 극히 손에 꼽는다. 보험사들은 당초 밸류업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무색하게 현재는 규제로 인해 상황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소 엄격한 정부의 기준들에 끼워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실제적인 건전성 수치는 낮아지고 배당은 멀어졌다. 상장 후 줄곧 주가 부진에 시달리는 보험사들 또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일률적으로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체적이고 상대적인 정책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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