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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5 양평용문산 산나물축제 키워드 4가지...

전진선 양평군수 양평의 자연이 선사하는 봄의 맛과 즐거움 '2025년 제15회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가 지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총 14만8천여명의 방문객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지난해보다 1만6000여명의 발걸음을 더 이끌며 양평군 대표 봄 페스티벌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2025년 경기대표관광축제로 선정된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Let's GO(먹GO쉬GO즐기GO) 양평 산나물!이란 슬로건으로 흥미로운 체험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또한 양평 군정 정책 방향인 '관광, 환경, 건강, 안전'이란 4대 키워드가 축제 속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성공적인 축제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양평은 천혜의 청정 자연환경과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가족, 연인, 반려동물이 함께 누구나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수도권 최고 힐링-관광도시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산나물 피크닉'을 주제로 가족 중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나물 요리를 만들어 보는 '꼬마 요리왕',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벌룬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또한 반려동물 친화 도시 양평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댕이트 엔 양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펫 트래킹, 펫 운동회, 플리마켓 등이 마련돼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에 부응하는 이색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사람과 자연 행복한 양평'을 슬로건으로 미래 환경정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교육도시 양평은 적극적인 자원순환 정책으로 '1회용품 없는 도시'를 목표로 군민이 직접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도시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도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약 20만개 다회용기를 사용해 '친환경 축제' 모범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산나물 비빔밥, 튀김, 전 등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해 쓰레기 발생량을 90% 이상 감축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방문객이 다회용기 사용의 환경적 이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축제장 내 '다회용기 홍보' 공간을 운영했다. 방문객은 일회용품과 다회용기의 환경 영향을 비교한 전시를 통해 친환경 실천 중요성을 체감했으며, 퀴즈 이벤트를 통해 즐겁게 학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축제 기간 중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2%가 다회용기 사용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깔끔한 식사 환경',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자부심' 등이 주요 만족 요인으로 꼽혔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 다회용기 사용 성과는 인근 지자체들 관심도 끌었다. 광주시-하남시-이천시 등 인근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졌으며, 경기도 내 여러 축제에서도 다회용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로쇠축제, 산수유한우축제, 누리봄축제 등과 함께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의 다회용기 전면 도입은 양평군 친환경 축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양평은 전국 최초 친환경농업특구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생산지원과 친환경농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임금님 진상품 중 맛과 품질에서 으뜸으로 뽑혔던 용문산 산나물의 '동국여지지' 기록을 바탕으로 시작된 축제로 양평의 청정자연이 길러낸 참나물, 곰취, 두릅 등 신선한 봄철 산나물을 정성껏 채취하고 준비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장 내 가격정찰제를 통해 '바가지 없는 축제'를 지향해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품질로 전국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축제 기간 내내 양평의 싱싱한 산나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산나물 판매 부스와 양평의 청정 자연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판매 부스 운영을 통해 양평의 건강한 맛을 선사했다. 무엇보다도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안전도시 양평'에 걸맞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 기관-사회단체를 비롯한 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 군민과 방문객의 질서 있는 참여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양평을 알리는 지역 축제이자, 청정자연 및 환경 소중함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앞으로도 양평군은 축제를 통해 매력 넘치는 양평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이와 함께 양평군이 지향하는 가치와 군정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진선 양평군수 kkjoo0912@ekn.kr

[데스크칼럼] ‘사태’만 생기면 ‘전면 규제’…‘망치’보다 ‘핀셋’

유통 채널의 정산 주기 단축을 놓고 관가와 정가가 너도나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전통 소매업의 대금 정산 기한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당정 협의를 거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올해엔 업무 추진 계획에 정산 기한 단축을 골자로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오프라인과 직매입 거래의 정산 기한은 40~60일 이내다. 2021년 이커머스 시장이 열린 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입한 규제다. 기존 오프라인 업체와 마찬가지로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도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새 정부 입법안은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의 정산 주기에 대해 대상과 정산 기한 기준 제시가 골자다. 강민국 의원이 낸 △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 원 이상 플랫폼 △20일 이내 정산 등이 핵심이다. 지난해 국감 현장에서 정무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개정안의 규제 내용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오픈마켓 플랫폼의 정산 기한은 1~3일이며, 개정안 기준인 20일 정산은 이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정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정산 주기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직후부터다. 지난해 9월 3일 윤영석 의원(국민의힘)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 사업자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온라인 판매 사업자에게 판매대급을 지급하게 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다음 날에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판매 대금 지급 기한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10일 이내, 직매입하는 경우에는 7일 이내, 신선 식품의 경우는 5일 이내로 하고, 상품 판매 대금의 50%를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10월 28일에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은 정부 입법안으로 중개 거래 수익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 금액이 1,000억 원 이상인 사업자를 대규모유통업자로 규정, 소비자의 청약철회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지급도록 하고, 판매 대금을 받아 관리하는 경우 판매 대금의 50% 이상을 은행 등에 예치토록 하는 법안을 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위메프 사태로 온라인 중개 사업자로 규제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한창 벌어지다 12·3 계엄 이후 국회의 입법 기능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 사이 홈플러스 사태가 터졌다. 이번에는 오프라인 유통업도 문제가 크니 정산 기한 단축으로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더 강해졌다. 올해 3월 26일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특약매입거래·매장임대차·위수탁매입거래 시 판매대금 지급 기한을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20일 이내로, 직매입거래의 상품대금 지급 기한을 해당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40일 이내로 단축하는 한편,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를 기준으로 영세한 납품업자 등에게는 더욱 신속하게 대금을 지급하도록 차등을 두자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4월 2일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품 판매 대금 정산 기간은 월 판매마감일로 부터 10일로 단축하고, 직매입거래의 경우엔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로 단축하자는 법안을 냈다. 발의안은 제각각이나 의원발 규제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정산 기한 규제는 '대규모유통업자'에 한정되는데 이 대상에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거 포함하자 △대규모유통업자의 대금 정산 기한을 크게 앞당겨 판매사업자의 유동성을 보장하자 △판매대금 50% 이상을 은행에 예치, 유통사의 대금 유용을 어렵게 하자는 것이다. 정관계 주장을 종합해 해석하자면, '유통업에서 대규모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판매업자가 대금을 못 받아 줄도산으로 이어지더라. 그러니 대부분의 유통업체로 규제 대상을 늘리고, 판매업자에게 줄 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더 빨리 대금을 주도록 강제하자'는 말이다.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유통업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정관계는 늘 '전면 규제'만 내걸고 있다. 소상공인의 편의를 위해 유통 생태계를 파괴하더라도 규제를 강화하자는 발상이다. 규제와 상관없이도, 네이버나 쿠팡 등 메이저 사업자는 이미 선정산을 통해 유통 플랫폼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정작 소상공인은 60일 이상의 현금 완충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 업계는 이미 현 정산 시스템에 적응해 선순환하는 유통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을 규제하면 이는 거래 규제로 이어진다. 거래 규제는 온라인 소상공인 피해로 확산한다. 그래서 플랫폼 규제는 전면 규제가 아니라 업체를 가려서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재무위험이 높은 플랫폼을 가려내고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판매대금을 신탁계정 또는 공제조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분리 보관토록 하고, 재무적으로 건전한 플랫폼은 스마트에스크로 등의 자율적 보호장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차등적 규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괄 규제를 지양하고 플랫폼별 특성과 위험 수준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거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위험 플랫폼을 선별해 집중 감독하고, 재무건전성이 확보된 기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감독만을 유지해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밀 감독 체계를 마련하자는 정책 제안이다. 네이버의 빠른정산이나 안심보험과 같이 업계의 자율적인 시장 자체 조정능력을 강화하고 거래 신뢰를 복원하는 것이 유통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정상적인 방법이다. 규제 당국은 늘 그랬다. '사태'만 생기면 당황해 거대한 해머를 들고나와 앞뒤 가리지 않고 망치질만 해댔다. 이제는 가장 핵심적인 근본 원인을 찾아내 핀셋으로 골라잡아 내는 모습을 기대한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기자의 눈] 이름만 바꾼다고 될 일인가

“이름이 바뀐다고 날만한 사고가 안 날까." 최근 한 건설사 고위 임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명 변경에 대해 얘기하다 들은 말이다. 올해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세종포천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량이 무너지면서 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30일 주우정 사장 주재로 전직원 타운홀 미팅을 가지고, 사명 변경 및 주택 사업 신규 수주 중단을 선언했다. 주우정 사장 입장에서 2월 사고는 날벼락이라면 날벼락이다. 작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내정된 후 올해 1월 정식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직을 맡은 지 한 달여 만에 사망 사고가 발생했으니 기운이 빠질만도 하다. 그리고 주 사장은 그 해결책으로 아예 회사 이름을 바꿔버리고, 신규 주택 사업 수주를 중단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과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해경을 해체했던 해프닝이 데자뷰로 떠오른다. 공사 현장 사고는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이름에 따라 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철저하게 현장 관리 작업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고가 터지니 사업을 중단한다'는 말은 '사고가 터졌으니 해경을 해체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린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명 변경 선언은 그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태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주택 사업 신규 수주 중단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꾸겠다'는 언뜻 파격적으로 보여지는 선언은 결국 내부 단속 차원과 대외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로 비춰질 수 있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과연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 사고의 피해자 보상 문제와 같은 후속 조치,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 안전 강화 등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제대로 내놨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을 해체한다'는 극단책을 사용한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년 후 탄핵돼 대통령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해체한 해양경찰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2017년 다시 부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아무리 극한 상황에 몰렸다고 해도 어느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한민국 해경이 겪었던 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슈&인사이트] 한국 도움 없는 MAGA는 없다. 대미협상에 당당히 임해라.

조자룡 칼 쓰듯이 아무 때나 휘두르는 예측 불가의 도널드 트럼프의 MAGA의 행보가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영광을 다시 돌리겠다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MAGA는 피아 구분 없이 전 세계 75개국을 향해서 관세 포탄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부과하겠다는 25% 관세는 가장 양호한 편이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 아래서 가장 밀접하게 경제 교류를 해온 최우방 국가라고 할 캐나다와 멕시코에 적용되는 25% 수준이다. 적대국 중국에는 145% 관세를 선언하고 우회 수출국으로 의심되는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고 있다. 이번 무역 전쟁은 트럼프 정권의 아젠다인 MAGA와 시진핑 정권의 아젠다인 중국몽이 전면전을 선언한 양상이다. 트럼프가 국제 무대에서의 여론 약화와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패권국의 지위를 상실할 위험 때문이다.또한 중국으로서는 물러서면 미국이 제시하는 시장개방 조건을 모두 수용해야 하는데, 이는 곧 시진핑 정권의 중국몽 실패를 뜻함과 동시에 정권의 종말을 초래한다. 이번 전쟁이 계속되면 중국은 두 눈을 잃게 되겠지만 미국도 한눈을 멀게 되는 치명타가 예측된다. 이 경우 미·중의 군사적 충돌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트럼프의 계속된 MAGA 행보는 절대적 군사력 우위가 입증되지 않으면 불가하다. 미·중이 핵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전면전은 불가하겠지만, 동북아에서 국지전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때 해군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절대적이었던 미 해군력의 우세가 흔들리고 있다. 2024년 현재 함정 총톤수에서는 미국(360만 톤)은 중국(156만 톤) 보다 2배 이상 우월하다. 그러나 미국의 6개 함대는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다. 동북아에는 중국은 3개 함대가 있는 반면에,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7함대가 유일하다. 동북아에 한정하면 중국이 미국보다 3배 우월하다. 7함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함대를 동북아에 파견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함정 소요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에 290척을 보유하는 반면 중국은 2030년에 425척을 보유하게 된다. 5년 후에는 중국은 양적인 우위와 더불어 질적으로도 미 해군을 압도한다. 중국 함정의 선령은 15년인데 미국 함정의 선령은 24년으로 노후화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함정의 MRO(유지, 보수, 운영) 가 중요한 데 미국의 조선소가 문제다. 현재 미국에는 MRO가 가능한 조선소가 5개가 있는데, 연간 MRO 능력이 7척 미만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함정의 약 30%가 수리대기 상태다. MRO를 맡기기에는 중국은 적대국이고 일본은 노쇠하다. 오직 한국만이 미국 해양 전력 강화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에 의한 MAGA의 실현을 추구한다면 전임 대통령 바이든은 반도체동맹(CHIP4)에 의한 중국 산업 고사 전략을 구사했다. CHIP4는 미국(팹리스), 한국(메모리), 일본(소재·부품), 대만(파운드리)이 동맹하여 '산업의 쌀'인 반도체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반도체동맹에는 메모리가 핵심이다. 한국이 빠진다면 CHIP4는 김빠진 맥주가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으면 MAGA나 CHIP4나 미·중 경제전쟁에서 미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 한국 최상묵과 안덕근 장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2+2 협의 후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평한 부분에 우려한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인 알래스카 LNG 투자를 약속했거나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국익에 반하는 제안했을 가능성을 걱정한다. 상호 관세 유예 기간 7월 8일까지는 시간이 있다. 대행 체제인 현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6월3일 발족하는 신정부에 미루는 것이 옳다. 한국 도움 없이 MAGA는 없다. 대미협상에 당당히 임해라. 윤덕균

[EE칼럼] 자원빈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외치며 에너지전환에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탄소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탈탄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또 기존의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와 연관성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각국의 에너지자원 부존 현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화석연료가 전 세계 일차 에너지원의 80%를 담당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목표달성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구에서 기후변화는 언제나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급격한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인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증하여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생존의 문제인 기후 위기가 닥친 것이다. 결국 에너지원의 구성이 저탄소로 변화해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데 이 에너지전환이 오래 걸릴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어서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다. 그렇다면 에너지자원 빈국인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에너지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로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에너지원 구성과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과 방향을 잘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주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예상으로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의 수요는 감소하고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자동차의 전기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천연가스의 경우엔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적이다. 이런 예측은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데 각국이 자국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희생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에너지원의 구성은 선진국이 원하는 대로 급격한 탈탄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사실과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 구성과 소비량 예측이 아마도 세계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원 구성,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세계 에너지원 공급망이 좌지우지될 것이 불 보듯 명확하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수십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연료 및 원료로서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석유 가스산업이 자체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저장소(CCS)로서의 역할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가스전의 높은 회수율 때문에 생산을 모두 마친 고갈 가스전을 CCS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CCS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 국가와 사회를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분야, 꾸준히 시간과 자본 및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 꾸준한 준비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분야, 안 하고 손 놓고 있어도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소홀히 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분야. 바로 국가의 안정적 에너지자원 공급망 구축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에너지 자원개발 정책, 새로운 정부 정책에 따라서 “가다가 잠시 길을 멈출지라도 뒤집어엎지는 말자". 신현돈

[기자의 눈] K뷰티, 美관세에 이유 있는 ‘아이 돈 케어~’

“미국에서 K뷰티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관세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국내 한 뷰티기업의 관계자가 미국발 관세 파동 이후 꺼낸 반응이었다. 지난 4월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고공행진 중이던 K뷰티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동시에 '판도라 상자의 희망'을 피력하는 발언이었다. 이같은 희망의 배경에는 'K뷰티의 힘'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기업의 화장품은 미국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가성비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식적으로 관세가 발효된다면 일부 제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제품에 크게 만족하며 사용해 온 미국 소비자가 하루아침에 '손절'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K뷰티는 미국에서 단순히 제품이 아닌 K컬처(한류)의 한 카테고리로 소비되고 있다. K컬처를 향유하는 방식의 하나로 한국 뷰티제품을 사용한다. 즐겨보는 K드라마 속 여배우의 피부 표현이 마음에 들어 그가 사용한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행동이다. 외국인들의 K뷰티 인기는 국내 유명·중소 화장품 기업의 제품의 대표 판매처인 CJ올리브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600만 명 중 400만 명이 여행기간에 올리브영을 찾았다. K뷰티의 태생지에서 직접 K뷰티를 경험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지난해 외국인이 올리브영에서 쓴 돈은 전년 대비 무려 140%나 급증했다. 관세청 자료에서 지난해 해외 소비자가 오픈마켓 등을 통해 K뷰티 제품을 직접 구매한 금액도 9억7300만 달러(1조 3500억 원)로, 전년(5억2300만 달러)보다 약 2배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 'K뷰티 역직구' 열풍이 심상치 않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플랫폼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에는 'K뷰티 인기제품(K-Beauty favorites)'이 따로 분류돼 있다. 유명 패션잡지 얼루어(Allure)는 “관세도 아마존의 'K-뷰티 딜'을 막을 수 없다. 쇼핑카트에 담는 한국 뷰티 베스트 딜 21개"라는 제목으로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관세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팁까지 소개했다. K뷰티의 경쟁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급성장해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콘텐츠'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일정 정도 타격은 받겠지만 K뷰티만이 보유하고 있는 뛰어난 품질을 이미 경험한 소비자의 지갑을 '보호주의'로 닫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강하고 희망찬 경쟁력을 갖춘 K뷰티는 트럼프 관세시대에 한국 산업이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EE칼럼] 대정전의 위험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며칠 전 발생한 스페인 포르투갈 대규모 정전사태는 현대 사회에서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전 국민이 며칠씩이나 생활에 불편을 겪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생명에 관련된 기능을 전기의 힘으로 보조받고 있던 환자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 걱정이 앞선다. 빨리 회복되고 원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빈다. 이런 사태가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여년 전 미국의 뉴욕주를 포함한 북동부와 캐나다에서 대정전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오하이오의 송전선로 문제와 경보 소프트웨어의 버그가 겹쳐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정전에서는 15기가와트의 전력이 갑자기 상실된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엄청난 양의 발전원이 갑자기 전력망에서 탈락한 것인지 그 이유는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 사태는 우리가 예전에 겪었던 다른 재난관련 일을 떠오르게 한다. 2016년에 우리나라 경북 지역에서 지진을 겪은 일이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상당히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리히터 지진규모로는 5.1에 해당한다. 실제 구조물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계산하는 공학자들은 각 시설에서의 지진가속도 계측값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가까이 있던 월성원전에서 계측된 것은 0.0981g였다. 하늘에서 자유낙하하는 중력가속도의 약 10%에 해당하는 것이니 작은 값이 아니다. 그러나 원전은 그 정도로는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 보통 0.2g나 0.3g의 지진에 아무 문제없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기준치를 설정한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때 후쿠시마 원전에서 계측된 지진가속도가 0.335g였지만 지진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 실제로는 지진 1시간 후에 들이닥친 쓰나미로 인해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이 결국 최악의 사고로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0.0981g 지진 정도는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영향이 거의 없는 경미한 자연재해인 것이다. 재난이 정치적 이슈와 연결되면 과학적 분석은 뒷전 그런데 이것이 정치적인 이슈로 연결 되면 과학적인 분석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당시에 지진으로 인한 주택파손과 이재민 대량 발생으로 재난 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되자, 국민들에게 안전을 중요시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당국에서 지진 대책으로 내 놓은 것이 자동 정지 시스템의 설정치를 아주 낮게 잡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이 자동 정지 시스템에서 설정치를 낮게 해 놓으면 작은 지진이 와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안전모드로 들어가니 안전성이 향상되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경제성을 희생시키고라도 안전성을 향상시키려는 충심이었겠지만 꼭 의도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들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정말 무서운 재앙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만약 0.0981g 정도의 지진에도 자동 정지가 되도록 해 놓은 상태에서 그 값을 넘는 지진이 동해안 어딘가에 일어나면,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들이 대부분 동해안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지진을 감지한 원자력 발전소들이 일시에 정지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스페인 포르투갈 대정전의 직접 원인이 15기가와트의 전력공급 일시 상실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우리나라 동해안의 원자력 발전량만 20기가와트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기술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20기가와트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쩔 방도가 없이 전력망이 붕괴되어 초유의 국가정전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애초에 건설할 때부터 설계기준에 반영하여 그것보다 훨씬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입장에서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그런 경미한 지진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망 붕괴를 불러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관련 과학기술자들 덕분에 자동 정지 설정치가 그렇게 낮게 설정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반드시 과학적인 분석을 기초로 하여 판단을 내리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0.0981g의 지진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기능이 파손되어 중대사고로 연결될 위험성(확률론적으로 0에 가깝다)과, 그 지진에 동해안 모든 원전을 정지시켜서 온 나라가 대정전을 맞게되는 위험성(확률론적으로 1에 가깝다)을 비교해 보면 누구나 알 수가 있다. 물론 과학적인 것만 가지고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위험은 피하게 해 준다. 전문가의 정확한 과학적 정보, 국민에게 전달이 중요 요즈음 전력망에 관련한 이슈가 자주 대두되고 있다. 단순한 송전선 설치하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풍력과 태양력 등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의 생산 사이클과 소비 사이클을 조화시키는 문제, 넓은 부지가 필요한 전력 생산자와 도시에 밀집한 소비자간 거리가 점점 더 멀어져서 생기는 병목 현상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해결책 없이 문제만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소규모 지역적으로 견고하고 안정된 에너지망을 갖추고 광역에서는 약간씩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시티나 넷제로 시티 개념이 그 기초가 된다. 소형모듈원전도 이런 목적에 매우 잘 부합한다. 그리고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쉽게 유통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확한 과학적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감상에 젖어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국민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 전제이지만, 일단 그 배경 지식은 진짜 전문가가 제공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 인프라의 위험성도 체계적으로 분석해 나가야 하고 이를 전 국민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 경제의 전략적 대응

2025년 4월, 미중 무역전쟁의 두 번째 라운드가 본격화되며 세계 경제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수 부진과 높은 실업률로 정치적 난국에 처한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며 고율 관세와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강력한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대응하며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은 흔들리며, 세계 각국은 이 거대한 충돌의 여파를 피해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고, 수출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미국의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이전의 수치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앞으로 더욱 강하게 밀려오면 한국 경제는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두 강대국의 충돌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고래가 격돌하는 사이에서 한국은 작은 새우처럼 무력하게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비유다. 실제로 양국의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이며, 중국은 제조업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수출 감소와 공급망 혼란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 피해를 우려하거나 상황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제 정세의 급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은 능동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새우처럼 등을 터뜨릴 것이 아니라, 고래들이 싸우는 틈에서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전략적 해답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자주 언급했던 손자병법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압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제재로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기업들과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으며, 이미 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게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중국에 추격당하고 추월당했던 가전, 반도체 부품, 자동차 부품, 화학 소재 등 중간재 및 최종재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했던 공급망의 빈자리를 한국이 채울 수 있다면,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의 동시다발적인 공급망 재편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로, 평소라면 쉽게 일어나지 않는 대규모 변화가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의 격변 속에서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공급망 재구축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기회다. 중국이 빠진 자리를 한국이 메운다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고래들이 싸우는 틈에서 실속을 챙기는 영리한 전략이 될 것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게끔 유도하면서 한국은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공급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시장 진출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이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물론 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결코 수동적으로 물러설 때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이라는 뼈아픈 타격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 공급망 재편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우리의 경제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와 능동적인 대응이다. 손자병법의 이이제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만의 생존과 성장 전략을 수립한다면,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현

[EE칼럼] 미국과 유럽의 기후 전쟁

미국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4월 23일 세계은행과 IMF가 기후변화 같은 허영심 가득한 프로젝트에 빠져 거시경제 안정과 개발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소홀했다며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40억 달러의 세계은행 기금 기부 약속은 핵심 목표 성과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스벤야 슐체 독일 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은 미국의 압력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포기할 수 없고, EU 회원국이 미국 이상의 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의에서도 청정 전력과 넷제로 글로벌 전환 업무를 압박하며 '화석연료가 아닌' 모든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했다. 한 프랑스 관료는 폴리티코에 익명을 전제로 '탈탄소화는 에너지 안보이자 도구로 프랑스 입장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IEA가 물러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백한 충돌이자 글로벌 기후의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운은 2025년 1월 20일 '국제 환경 협약에서 미국 우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경제를 손상시키거나 억압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제 협정 개발과 협상에서 미국과 자국민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미국에 부당하게 또는 불공정하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 탈퇴는 물론이고 개도국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4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제기후금융을 철회했다. 또한 국제 에너지 협정을 계획·조정하는 모든 부서와 장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모든 대외관계에서 경제적 효율성, 미국 번영 증진, 소비자 선택권, 재정 절제를 우선시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이 원칙에 따라 전선을 조정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수세에 몰렸다. 에너지 위기 이후 유럽 전역을 휩쓴 농민시위는 유럽 국민들의 피로감이 겹쳐 기후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녹색당 등 좌파를 몰락시켰고 이 틈을 우파와 극우가 파고들었다. 올해 초 유럽의회는 공급망실사지침(CSDDD)의 시행을 연기했고 탄소국경세 기업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이 흐름을 주도했던 건 국내외 언론이 그린딜에 우호적이라고 불렀던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의 기후의제 압박이 추가된 것이다. 무게의 추가 기운 이유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여론과 참여다.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에너지 전환 수용의사와 지불의사가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GDP의 2% 미만인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시위에 대중이 움직였던 이유는 정치인들이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약자를 에너지 정책으로 핍박한다는 호소가 먹혔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가 불러온 인플레이션은 4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생활비 위기로,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보조금이 갈수록 늘어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미 우선순위는 국방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는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원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에너지 집약산업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비해서 5~7배가 넘는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COP28에서 금융기관들은 수익성이 없는 녹색 전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주체의 참여 인센티브가 없는 정책은 보급물자 없는 전쟁과 같다. 이 기후 전쟁은 아프리카의 손에 달려있을 수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올 3월 CERA 컨퍼런스에서 아프리카 정부의 화석연료 투자를 지지했고 아프리카엔 석탄을 비롯한 모든 연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막대한 자금지원을 시사했다. 반면 유럽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아프리카 대륙 화석연료 개발을 막으면서도 에너지 위기에서 자신들만 예외로 두고 그들의 대륙에서 천연가스와 석탄을 수입해가는 모순을 보여줬다. 여론과 경제주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진영이 이번 기후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번 폭염과 한파를 지나며 전 세계 국민들은 에너지 요금 고지서를 보고 승자를 결정할 것이다.

[이상호 칼럼] 인도-파키스탄 충돌로 보는 한국의 핵무장 딜레마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파탄 일보 직전이다. 지난 4월 22일 카슈미르의 도시 파할감(Pahalgam)에서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 세력의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해 힌두교도 관광객 26명이 사망했다. 테러범들은 힌두교 성을 가진 비무슬림 남성만 골라 처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도는 이 사건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양국 국경 폐쇄는 물론 1960년 체결된 '인더스 수역 조약'을 파기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했다. 파키스탄이 인더스강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천천히 망해갈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이는 파키스탄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재앙이다. 양국은 과거 여러 번 전면전과 국지전을 벌였지만, 이번 상황은 심각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둘 다 핵보유국이다. 핵 보유의 대표적인 논리는 핵무기의 가공한 성능과 공포 때문에 핵보유국 사이 전쟁은 발생하지 않으며 충돌이 있더라도 국지적 또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바로 핵 억제전략의 본질이다. 양국은 핵무장 이후에도 계속 충돌했다. 적어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핵 억제력이 분쟁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핵무기가 확전을 방지하지만, 전쟁 위협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만약 양국이 충돌한다면 핵무기 사용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인도-파키스탄 관계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북한도 파키스탄같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도 국가 존망을 걸고 핵무장을 이루어 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확산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며 핵무장 여론이 큰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이 아직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핵 보유 잠재력이 있는 국가이다. 최근 한국 핵 보유 논란의 핵심은 북한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아무리 강해도 북한의 핵 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에 각종 군사도발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핵 보유에 따른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해 준다지만,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의 제공하는 확장억제력를 신뢰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위 '핵자강'을 이뤄내야 한다는 여론 모두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핵우산'과 '핵자강' 사이 하나만을 선택할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당장 핵무장을 통해 한국만의 '고슴도치' 방식의 고립된 생존 정책을 택해야 할 시나리오는 미국과의 관계가 파탄 나고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으며 중국이 한국을 전방위에서 고립시켜 숨통을 끊을 정도의 국가 재앙적인 상황일 것이다. 향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한국의 핵 보유 논의는 시의적절하며 필요한 것이다. 핵 보유의 길을 가더라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 영향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은 한미동맹을 지키면서 한국이 핵 보유 잠재 역량을 계속 확대하고 한국 핵 보유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며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한 걸음씩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다. 당장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은 옳지 않다. 비록 이번 인도-파키스탄의 충돌 양상이 과거와 달리 매우 심각한 국면이지만, 지금까지 양국의 재래식 충돌은 전면 핵전쟁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핵 보유가 국가 간 무력 충돌이나 전쟁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회피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핵무기는 공포라는 극단적인 감정을 통해 교전 당사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설득해 주는 도구다. 한국의 도전 과제는 최근 어려운 국제 환경에서 독자적이든 집단적이든 최소한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공포의 균형을 분명하게 보증할 수 있는 대안을 어떻게 확보하냐는 것이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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