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불확실성 시대, 변화와 경쟁력이 ‘해답’

2025년 새해를 맞아 국내 유통시장은 다양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비상계엄 정국으로 국내 경제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특히 유통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불확실성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비상계엄 정국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필수 소비재 중심의 지출은 유지되겠지만, 고가 사치재와 선택적 소비재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내릴 것이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화됨에 따라 차이나커머스나 다이소 같은 채널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국제경제 변화도 국내 소비시장의 중요한 환경 변수다. 특히, 수입제품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편리성과 신속성을 중시하며 온–오프라인의 통합적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되고, 온라인 플랫폼은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며, 네이버는 더 개인화된 고객 제안을 통해 락인(Lock in:고객 묶어두기)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구독 서비스, 퀵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업체들에게는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국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 유통시장은 지속적으로 정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고객 확보보다는 기존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소비의 중심축이 MZ세대에서 더 젊은 세대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네이티브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과 채널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정체 속에서 기존 업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재편과 효율성 증대가 주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특히 시장성숙 단계에 접어든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계에선 선두업체간 제휴 합병이 유력시된다. 아울러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소비자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이미 고객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한 추천 시스템, 정밀한 수요 예측을 통한 재고 관리 등은 유통시장의 핵심 경쟁력 요소이다. 이에 강점을 가진 쿠팡과 네이버 등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유통플랫폼의 국내 진입 확대와 AI 등 첨단 기술 중심의 유통시장 트렌드에 따라 정부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친화형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중소유통 및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 기술 지원, 협력 모델 구축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되, 보호보다는 자생력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기술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지역 기반 중소형 유통업체가 디지털 생태계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자금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격 안정화, 생활 밀착형 지원, 물가 관리 등이 요구된다. 2025년 유통시장은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민관 협력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쿠팡, 무신사, 올리브영 등 혁신적인 사례는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 신뢰와 시장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2025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E칼럼] 2025년의 불확실성과 미-중 간 제조업 경쟁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25년의 키워드는 단연코 불확실성(uncertainty)과 위험(risk)의 증대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시작하는 2025년은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의 위험들이 여전하여 21세기 들어 가장 거대한 불확실성을 맞닥트리는 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COVID-19 사태가 사실 불확실성이나 위험성으로 보면 더 큰 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전 세계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국가, 특히 선진국들은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는 COVID-19 시기와 같은 우방의 도움이나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불확실성과 위험의 진폭은 시간에 감에 따라 가라앉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에 발생할 다양한 변화 및 불확실성 중 특히 미국과 중국 간 4차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의 21세기 후반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는 우리는 이미 2024년에 미국의 IRA 법과 보조금을 둘러싼 논쟁과 미국의 엔비디아, 대만의 TSMC,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뉴스로 그 전초전을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는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 인프라가 정책의 중심에 있다. 21세기 초반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 대량생산에 성공하였을 때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전력 생산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전력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되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은 현재 원유생산량 세계 1위이며 셰일가스는 수출하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상당하며 관련 첨단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나라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이 건설한 발전시설 건설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자력발전 계획 기수만 150개가 넘는다. 재생에너지 제조업 역시 세계 최고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의 제조업은 이제 중국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 생산원가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보통신산업과 반도체 제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조업이 중요한 나라의 경우,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수출 과정에 필요한 도로와 항만 등은 필수적인 공공 인프라이자 공공 서비스이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통신,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산업 등은 모두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도로와 항만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총 전력 사용량은 547.9TWh이며 이 중 제조업이 49%에 달하는 266.9TWh를 사용하였다. 제조공정은 물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운영에서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는 물론 양질의 에너지와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진과 NIMBY 현상 및 지중(地中)화 요구로 인한 사회기반 인프라 건설비용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다. 지중화를 해서라도 지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하여 미국은 우수한 전력 생산 인프라를 건설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제조업, 특히 4차산업혁명에 관련된 제조업이 다수인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첨단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전력, 물, 도로로 대표되는 국가 인프라건설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여기에 뒤처지게 되면? 그 답은 다들 잘 알고 있다. 2025년이야말로 우리 모두 그 노력을 함께 시작할 가장 좋은 시점이다. 허은녕

[박원주 칼럼] 불꺼진 나라...모두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난 몇 개월, 참 바쁘게 다녔다. 매주 한 번 있는 대학원 강의 틈틈이 때늦은 은퇴여행과 회의 등을 끼워 넣었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일본 도쿄까지의 긴 여정을 겨우 마쳤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이없고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변란이 있었다. 경제가 망가지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나름 즐거워야 할 여정이 꽤나 힘들어졌다. 연말을 맞아 전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방콕에서는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빨간 털모자를 쓴 산타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인파가 넘치는 야시장 곳곳에 캐롤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연말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도쿄의 거리도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우리나라의 조용하게 가라앉은 연말 거리풍경과 대비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묘한 기시감과 답답함. 우리도 저랬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두 번의 경제위기와 선거 때마다 쏟아지던 규제 입법들, 거스를 수 없는 고령화의 해일까지 몰아치면서 우리 경제는 손발이 꽁꽁 묶인 늙은 사자가 되어 버렸다. 이젠 더 이상 한국 경제를 두고 기적이니 뭐니 하는 낡은 레토릭을 말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당신네 나라 괜찮냐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상황에서 천진난만하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정치인들은 갈등과 분열을 만들거나 이에 편승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 당선된 뒤에는 “다 알면서 왜 그러냐. 공약은 원래 그런 거다."라며 뻔뻔하게 약속을 어겼다. 어떤 경우엔 명백하게 해선 안 되었던 약속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사고도 쳤다. 방향타를 잡고 기업과 국민을 이끌어야 할 정부는 좌고우면하느라 더듬이만 비대해져서 달팽이처럼 엉금거리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사법리스크가 대유행을 타면서 통화 녹음이 대세라는 말까지 들린다. 도대체 의사 결정이란 걸 하는 관료가 오히려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기업은 멀쩡할까? 그렇지도 않다. 분명히 오늘 내일 하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게 많은지 막상 아픈 부위를 물어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다. 창업자인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대부터 유구한 전통으로 이어져 온 대기업들이 초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젊은 오너의 한마디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 임원들로 가득찬 기업들. 예스맨만 모아서 미래먹거리를 찾는 혁신을 마무리할 순 없다. 협력업체와 경쟁사, 작은 고객사들을 대하는 기업들의 윤리의식도 땅에 떨어져 있단 말을 듣는다. 상생의 룰이 사라진 기업현장은 정글과 같아서 누구도 내일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갑질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현실을 진단하고 올바른 여론을 이끌어 주어야 할 전문가 집단 또한 칭찬 받을 구석이 없다. 자기 직역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한 장벽을 마구 세우고, 혁신을 왜곡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죽하면 카르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예산이 깎이고 대학 정원을 강제 조정 당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을까?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이 'ㅇ튜브'에 푹 빠져 있다고 한탄하지만 자기 반성이 먼저다. 제도권 언론이 얼마나 공정하지 못했기에 이토록 외면 당하는지. 노조, 환경단체 등 사회적 행동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이익과 주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다른 사회적 가치들을 부정해 왔다. 사회의 활력이 소진되고 새로운 미래 가치가 보이지 않게 되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가치도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랬다. 합의와 상호존중이 사라진 사회가 어디까지 황폐해질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도 잘한 게 없는 건 마찬가지. 진영과 지역, 나이대에 따라 산산히 쪼개져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이를 모두 '×××' 이니 'ㅇㅇ'이라며 손가락질해 왔다. 심지어는 부모 자식 사이마저도 그러했다. 이 모든 데카당스의 끝에 그 형편없는 계엄소동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제 뭐가 더 남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내일은 오려는지, 2025년 이후 있을 수 있는 조기대선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게 큰 희망을 걸기에는 우리 앞에 쌓인 과제들이 너무나 험난하고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의외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임자' 반대로만 하면 될 거라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다 또 한 번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 권력에 몇 가지 제언을 드린다. [내편 네편 좀 가르지 말자.] 이 조그만 나라에 뭐 그렇게 먹을 게 많아서 피아를 나누고 쌈박질해야 하는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란 말이 안 들어간 취임사를 본 적이 없지만 그 말을 지키는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 진보가 강남 은퇴자들의 억울한 사정에도 귀를 기울여 주고 보수가 세월호, 이태원 사태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것이 뭐 그렇게 나쁜 일인가? 포용(Inclusion)은 UN에서도 강조하는 세계적 덕목이지만, 소외된 이들을 찾아 챙기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은 소외시키는 행위 자체를 안 하는 것이다. [국민보다 우선하는 이념은 없다.] 좋은 말도 너무 많이 들으면 지겹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 다른 뜻이 있는지 의심도 하게 된다. 지난 2년반 동안 대통령이 '자유'라는 말을 무한 반복하는 것을 들으며, 우리나라가 그토록 자유롭지 못한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바로 그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특전사 무장군인들을 투입했다. '수거'니 '사살'이니 하는 험악한 말들까지 보도되고 있다. 국민의 자유보다 '자유'의 자유 또는 대통령의 자유가 더 중요했던 것일까? 구소련의 붕괴 이후로 이념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나라는 찾아 보기 어려웠다. '자유'주의 이념의 종주국인 미국마저도 자국의 이익앞에서라면 얼마든지 WTO의 룰을 무시하는 세상이 왔는데, 왜 우리는 철지난 이념 논쟁 앞에 무너져 버린 것일까? 국민의 이익만 생각해 주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사람 좀 똑바로 써라.] 눈앞의 위기가 하루 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이상 국정을 책임지는 이는 끊임없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고, 제대로 일할 인재는 귀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삼고초려를 했다는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민이 월급 주는 샐러리맨이다. 유능한 월급 CEO는 자기와 친한 사람만으로 팀을 구성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최고의 성과를 내려 한다. 한 손이라도 아쉬운 위난의 시기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인재를 모아 통합으로 위기를 이겨내는 통 큰 지도자를 보고 싶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 달라.] 새로운 희망으로 국민들을 이끌어 주는 것은 고맙지만 되지도 않을 거짓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민들은 원숭이가 아니니 조삼모사는 답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담담하게 설명하고 어떤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지도 말해주어야 한다. 많은 경제문제들이 눈앞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미루어져서 지금의 파행을 만들지 않았는가. 이젠 좀 솔직하게 답을 만들어 낼 때가 되었다.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TV에서 대통령이 집무실을 소개하면서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힌 팻말을 보여주는 것을 본 적 있다. 미국을 따라 한 모양인데 솔직히 좀 웃겼다. 우리 국정의 책임자가 스스로 책임을 져 왔다면, 국정과제를 수행하다 법정에 서야 했던 그 많은 공무원들은 뭐고, 지금 정부 부처들이 책임을 안 지려고 의사결정을 미루는 모습은 도대체 뭔가? 공무원이든 기업이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세상은 정의롭지도 유망하지도 못하다. 책임과 열정은 모두 국가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서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다. 부하들에게 열정만 요구하다가 책임질 일 앞에서 외면한다면 복지부동만이 살 길이 된다. [결단은 나중에, 설득부터 하라.] 최근 뉴스에서 결단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 대통령이 주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을 결단이라고 정의하는 거라면 그런 사전은 갖다 버리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존경하던 전직 장관 한 분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그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자유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책임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자기 뜻대로 결단을 했을 때는 주변의 의견을 무시한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 생명, 재산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상상도 못했던 전쟁의 위기가 우리곁에 있었고, 수십년전 무덤으로 보낸 줄 알았던 군부독재의 망령이 법치의 탈을 쓰고 주변을 횡행하고 있었다.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의 우리는 잃을 것이 많은 국민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이를 교란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다. [일은 항상 열심히, 술은 그만둔 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보와 마찰, 이해관계가 한데 모이는 지점이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항상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 필자가 보았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극도의 일벌레였고, 만족스러운 해답이 나올 때까지는 쉬임없이 파고드는 소명의 화신들이었다. 그중엔 애주가도 있었지만 현직에 있는 동안 마음 놓고 술잔을 드는 이를 본 적 없다. 그런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노파심에 한 마디 더해 본다.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을 태워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이라고. 소명을 마치고 다 타들어간 촛불처럼 시들어진 어깨로 물러날 때 국민들이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자리라고. 지도자가 국가사회의 운명을 온전하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사회 전체의 역량, 거쳐온 역사와 문화의 지향점이 대세를 정한다. 그럼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국민앞에 명료한 방향을 보여주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역할이다. 2025년 새해에는 길고 긴 어둠의 끝을 밝히는 새로운 빛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원주

[기고] LNG와 석유, 한국 산업 지배력 유지에 필수불가결

한국은 오랫동안 산업의 힘, 기술 혁신, 글로벌 야망의 찬란한 아이콘이었다. 반짝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울산 산업단지의 고동 소리 아래에는 섬세하고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라는 실타래가 있었다. 한국은 에너지 수급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최근 석유,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두 배로 늘리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탈탄소화 요구가 지배적인 시대에 논란이 되는 이 결정은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경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의 실용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의 산업은 경제의 생명줄이다. 현대, 기아 같은 거대 자동차 기업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리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명성은 공장의 열기와 최첨단 생산 라인의 정밀성에서 형성된다. 중공업(화학, 철강, 전자, 기계)에서 섬유산업, IT, 농업, 축산, 수산에 이르는 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와 석유화학 수도로 알려진 울산과 같은 지역에서는 칩 제조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이 급증해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과 광주와 같은 전통적인 산업 허브가 계속 번창하는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전략도 신흥 중심지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부가 이 지역을 최첨단 제조업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30억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이미 배터리 생산과 로봇 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이 경제를 구동하려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주로 수입으로 이를 충당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 주요 에너지의 약 80%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다. 석유가 대부분울 차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이 그 뒤를 따른다. 이는 2000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원자력은 전력 생산에 세 번째로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이 화석연료 수입을 통해 충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LNG와 석유는 한국 경제에서 계속해서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석연료 수입 시장에 대처하고 낮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한국은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현재 전력 생산을 위한 LNG와 석탄에 대한 소비세 인하를 2025년 6월까지 연장했다. 이를 보완해 LNG에 대한 수입 관세는 0으로 유지되며, 이는 3월 말까지 연장된다. 이러한 표적 개입은 에너지 부문의 금융 환경을 안정시키고 중요한 인프라 복원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2024년 10월에 인상이 예정됐던 가정용 전기 요금 동결을 허용했다. 현재 카타르와 오만 LNG 계약이 898만톤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KOGAS)는 3년에서 15년에 이르는 유연한 중기 계약을 통해 약 400만톤을 확보하고 잠재적인 미국 장기 LNG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역동적인 조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는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2위 공급국으로, LNG 전체 수입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카타르와 한국은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가졌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 공급에 대한 강력한 협력을 유지하고 조선 프로젝트에도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2024년 7월, 한국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1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ADNOC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8~10척의 LNG선을 건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양국은 또한 향후 10년간 양국 간 전체 수입량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가스공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석유공사(KNOC)도 전략적 비축량을 약 300만배럴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계산된 조치는 잠재적인 공급망 중단에 대한 강력한 완충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석유공사는 쿠웨이트석유공사와의 획기적인 계약을 통해 전략적 석유 매장량을 확보해 2024년 말까지 석유공사 울산 저유시설에 400만배럴의 쿠웨이트 원유를 저장할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 호주에서 LNG 수입을 늘리고 중동에서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다. 기후 정책의 악당으로 묘사되는 석탄조차도 2021년 이후 인도네시아와 호주로부터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차세대 제조 허브를 육성하면서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한국의 이중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양국의 즉각적인 에너지 수요를 해결해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탄소 없는 미래에 대한 이상주의적 비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산업 강국은 에너지 안보로 도박을 할 여유가 없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반영한다. 오늘날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혁신하고 경쟁하며 번영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에서 산업의 불꽃을 유지하려면 국가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석탄, LNG, 원자력은 다음 세대 한국을 경제 패권국으로 계속 이끌 것이다. 비제이 자야라지(Vijay Jayaraj)

[기자의 눈] 호화여객선 타고 ‘그린보트’ 캠페인이라니

환경재단의 '그린보트' 캠페인이 환경단체 사이에서 논란이다. 그린보트란 내년 1월 16일~23일, 7박 8일 동안 부산부터 대만, 일본 주요 도시 등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말한다. 환경재단은 단순 크루즈 여행이 아닌 친환경 교육과 같은 여러 환경캠페인을 그린보트를 통해 하겠다고 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그린보트를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라고 비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환경캠페인을 호화 여객선인 크루즈에서 한다 하니 이상하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환경 쪽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상 눈치를 본다. 기후 분야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환경을 다루는 공공기관들도 어느 정도 환경주의자의 마인드를 가진다. 환경단체 사람들이 받는 압력은 더 크다. 이들은 환경캠페인을 하다 보면 '너는 차 안타고 고기 안먹고 사냐'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환경단체는 사람들의 비난에 적어도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걸 제외하고는 자제하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엔진만 넣으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즐거운 놀이를 찾는 것도 삶의 목적이다. 당장 비난은 피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환경운동은 관심을 얻기 어렵다. 에코나우가 최근 개최한 유엔청소년환경총회에서 친환경 E스포츠를 주제로 삼고 청소년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봤다. 게임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데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친환경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환경운동에는 과격함뿐 아니라 다양함이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으로 여행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환경에 해악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여행 다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환경단체의 그린보트 캠페인도 사람들에게 친환경 여행이라는 메세지를 주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해도 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린보트를 이야기하는데 크루즈를 직접 타면서 경험을 얻을 필요는 없다. 친환경 E스포츠를 논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써도 게임은 똑같다. 크루즈가 친환경 연료로 돌아간다 해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업무협약이나 세미나로도 그린보트를 하자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이 요즘 싸졌다고는 하나 사치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골프치는 사람들이 흔해졌어도 '그린골프'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린보트도 마찬가지다. 게임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일반 서민들이 해외여행으로 가는 데 7박 8일이나 투자하기 어렵다. 그린보트는 엘리트 환경주의자들이 부를 과시하는 자리로 보이면 안된다. 조용히 혼자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것과 환경운동으로 내세우는 건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린보트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내년이면 벌써 20년을 맞이한다. 환경운동에 대한 사람들 의식도 변하고 있는 만큼 캠페인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들 문제라고 하는데 고집을 계속 부리면 저의가 의심될 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상호 칼럼] 트럼프 2기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대비한 한국의 선택

트럼프 당선인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는 미국 중심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이미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충실한 예스맨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지속해서 한국을 곤란하게 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낸바 있어 그의 취임을 앞둔 한국 정부가 크게 진장을 하고 있다. 경제, 통상 등에서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한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안보 문제다. 무엇보다 미국은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강하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트럼프 1기 때 미군 철수까지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과 규모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는 유세 중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라고 지적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한화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한국의 국방예산인 61조 5,878억 원의 23%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국은 국가 GDP 대비 2.8%를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동맹국 중 4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과 대비해도 높은 수준의 지출이다. 방위비 분담금도 2026년에 8.3%를 인상하기로 합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며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많은 한국민이 미국의 기여와 희생을 알고 있고 앞으로 점차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트럼프식 거친 압박으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한국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맺은 북한이 핵 공갈 수위를 계속 높혀가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해 충분한 신뢰가 부족한 한국민 일부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은 이런 한국에 불만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주한미국 철수를 담보로 방위비 분담금 14조 원을 계속 요구하면 이에 감정이 상한 한국민이 미군 철수를 받아들이고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은 있지만, 핵무기 보유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상황에서 핵 보유로 인한 국방비 압박 확대와 미국과의 관계 파탄으로 한국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는 주한미군 철수를 꾸준히 주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의 방위비 갈등으로 주한미군 철수 용인한다면 이들 국가는 반색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이게 실현되는 날 숙원을 이룬 북한의 김정일은 인생 최대의 파티를 열어 축하할 것이다. 이들 국가는 과거에는 미군 철수라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지만, 이제는 핵무장과 미군을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한국민을 현혹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은 냉정하게 핵무장과 주한미군 중 어떤 선택이 한국의 안보를 항구적으로 보장하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게 동맹 관계라지만 아무리 핵무장이 주는 유혹이 강해도 주한미군 전면 철수의 대안일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국이 미국의 분담금 인상을 최대한 수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한적 핵무장, 전술핵 공유 또는 핵 잠재력 확보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방위비 인상을 대신해 경제와 통상 등 분야에서 보상을 받는 대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면서 핵 잠재력 확보로 북한 및 주변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억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효용성이 큰 결과물이라 판단한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의 안보 불안 요소에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한국의 안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상호

[김성우 칼럼] 2025년, 기후변화 대응의 딜레마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24년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뉴스는 1.5도 붕괴 가시화와 트럼프의 재당선이다. 지난 11월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올해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발표와 더불어 2024년이 1.5℃ 마지노선이 처음으로 붕괴되는 해로 1.5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의 1.5℃ 상승이라는 마지노선은, 2015년 파리 협정의 전지구적 장기 목표가 수립되고 잇따라 그 근거에 관한 보고서가 채택되며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지구 면역체계에 상당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의미한다. 즉, 연쇄적인 기후재앙이나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를 직면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다. EU 감시기구 발표를 차치하더라도, 난생 처음 경험한 폭염 추석에서 송편이 쉬고 수영장이 북적이는 그 이상한 경고를 우리도 절감했다. 1.5℃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탄소중립 선언이나 목표 수립 단계를 넘어 행동의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예측이 어려운 내년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의제를 비난하거나 그린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폄훼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소식에 2025년 기후변화 대응 관련 이행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고민이 보다 짙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기후정의나 환경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산업∙통상과 연계된 경제 현안이 되어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인 바, 기후위기 심화와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시작하는 2025년에 기업이 고려할 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앞으로의 상황을 냉정하게 조망해 보면,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후국제협력은 약화되고 미국내 에너지는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며 환경 규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로 인한 국제사회에의 영향이 중장기적으로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1.5℃ 저지선의 붕괴로 인해 트럼프의 영향보다 거대한 기후위기에 노출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더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올 것이고, 사회내 이해관계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거의 매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기후위기가 심화된 지금은 더 넓은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배출정보 요구 등의 국제사회 흐름은 미국 대통령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설치 용량이 473GW인 반면 미국은 31GW로 집계되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감소가 글로벌 추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前 USTR 대표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긍정적이고 반스 부통령도 미국내 제품이 타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발언해 미국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업들은 관련 기술의 선제적 확보와 탄소배출 정보관리에 있어 위험을 줄이면서도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GDP대비 수출입비율이 90%에 육박하는 한국인 만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2035년 NDC설정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ETS) 할당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관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 시그널을 주어야 하고, 한국판 IRA같은 종합지원책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공평한 기술 수요 및 시장을 형성해 줌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다. 김성우

[기자의 눈] ‘계엄·탄핵 연대책임’ 정부·여당, 결자해지 필요하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동은 한국 민주주의는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혔고, 이후 국가 전반의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소상공 자영업자는 계엄 파동과 탄핵 정국 여파로 내수 심리가 더 꽁꽁 얼어붙으며 올해 폐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올해 11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중소기업의 파산 신청 건수(1745건)도 이미 지난해 파산 규모(1657건)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일반기업들의 비즈니스 미팅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계엄 파동 당시 한국에 머무르다 급히 귀국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국내 기업과 논의하던 29조원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백지화하고 중국에 넘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는 대표 사례다. 더욱이 해외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1480대까지 급등하며 조만간 1500원을 넘기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도 지난 27일 2400선 아래로 무너졌다. 계엄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여당 일부가 동조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최종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문제는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가 적어도 2~3개월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곧 2025년으로 해가 바뀐다. 정부를 비롯해 기업, 소상공인, 심지어 국민 개인도 새해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헌재의 윤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빨리 진행돼 국정의 불안정성과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 당선으로 구축된 현재의 행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대통령 계엄 파동'에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헌재의 정상적인 탄핵심판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후 모습에서 권한대행체제 정부와 여당은 국가혼란 사태의 조기 수습보다는 사태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었고, 이는 국내외에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 메시지로 작용해 환율 급등 등 경제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킨다고 비난할게 아니라 '혼란의 연대책임 일원'인 권한대행체제 정부와 여당은 책임지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국정 안정과 민생 책임'의 구두선이 아니라 탄핵정국 조기수습의 초당적 협조라는 실천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데스크칼럼] 죽어 묻히고 싶은 대한민국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선망받는 신흥 문화 중심지였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꿈꾸는 나라였다. 그런데 단숨에 여행 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무역과 투자 선순위 희망국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영국에 30년을 산 변호사, 시의원으로서 한국 정치와 군, 검찰의 후진적 구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40여년 전 군사 쿠데타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많은 세계인이 실소를 금치 못한, 어이없는 정치적 무능과 혼란을 보여줬고, 한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비민주적 군사 동원의 용이함, 대통령 유고로 인한 국정 마비, 능력과 성과보다는개인적 인맥에 의해 운영되는군과 검찰, 국가와 국민보다 개인적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위헌적 명령 체계, 그리고 정치검찰의 수사 난맥상 등 민주적 체제의 취약점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지난 달 11일 Remembrance Day 기념식에서 만난 구십대 중반의 한국전 참전 용사는 “우리 생명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내 말에 오히려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훌륭한 선진국을 만들어 줘 고맙고, 우릴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죽으면 우리들 희생을 감사하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1951년 파주 설마리에서, 대대 750명 병력으로 중공군 3만여명에 맞서 마지막 39명만 남을 때 까지 싸워 서울과 민주주의을 지켜냈던 영국군 글로우스터 연대 1대대, 그 후 70여년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 GDP규모 약 2조달러, 총자산 1경 7천조원의 민주주의 문화 선진 경제 대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주 윤석열 비상계엄은 국내정치 혼란, 사회적 갈등 심화,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감소, 관광산업 타격, 금융시장 불안정, 외교적, 문화적 신뢰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예상되고, 이런 혼란이 1년여 지속되면 여태껏 축적한 나라 전체의 국부가 소진될 거라고 한다.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권력을 행사하는데, 국민의 신임을 잃으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범죄로 국민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것 또한 당연하다. 역량과 도덕성이 결여된 무능한 지도자, 견제와 균형없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몰아주는 헌법과 제도, 능력과 성과가 아니라 인맥에 의한 반칙과 이해충돌이 만연한 권력기관들, 정치와 검찰의 유착 등, 이는 외국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니다. 아직도 50년 전에 머문 미개발국 수준의 정치인들과 권력기관들, 이 들의 시대착오적 미몽이 세계 최고 시위문화를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응원봉에도 깨지 않는 이유는 뭘까? 심부름꾼들이 주인 목에 총칼을 들이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온라인 신분증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소한 주요 헌법기관 구성원들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잘 못할 경우 해임할 수 있게 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선임한 심부름꾼을 해임할 수 없다는 건은 민주주의 이전에 비상식적이다. 로버트김 영국 킹스톤 왕립자치시 의원(변호사)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