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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칼럼]이재명대표, 실용주의 행동으로 보여달라

흑묘백묘론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의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이 했던 말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이후 중국 공산당이 마오쩌둥의 교조적 정경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허용하고 시장의 문을 열게 되는 개혁개방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다. 덩샤오핑의 개혁은 당시 마오쩌둥과 소위 4인방에 의해 주도되었던 문화혁명의 후과로 북한보다 못 살 만큼 피폐했던 중국을 오늘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국가로 올려 세운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이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덩샤오핑의 공산당은 당의 절대 권력에 기대어 정치와 경제를 모두 국가가 장악하던 이념적 사회주의를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을 비롯한 기득권 엘리트들이 경제적 이권의 배분에 개입할 수 있도록 묵인했다. 그러한 개혁은 급속한 경제성장이라는 성과와 동시에 사회와 국정 전반의 부정부패, 그리고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장의 시급한 개혁을 위해 잠재적인 반대 세력들까지 모두 만족시키려 했던 덩샤오핑의 선택은 쥐만 잘 잡았던 것이 아니라 벽지를 찢고 가구를 갉아먹는 버릇없는 고양이들이 창궐하는 세상을 열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십 년 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이 당에 의한 절대적 통제와 분배 우선주의 정책, 즉 사실상 마오쩌둥으로의 회귀를 주장할 수 있었던 씨앗은 이미 덩샤오핑 시대에 뿌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나? 단연코 그렇진 않다. 그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여전히 꽉 막힌 대나무숲 뒤에 숨어서 상상속의 평등과 인민 행복을 부르짖는 가난하고 정체된 나라로 남아 있거나, 서로 다른 민족들로 갈갈이 찢어져 형체도 남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행복한 선택은 없다.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결단은 항상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 보는 자를 낳게 되어 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손해 보는 이들을 설득하고 이익 보는 이들을 최대한 늘려서 사회 전체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정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는 포용의 정치여야 한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집합이론에 빗대어 이야기해 보자. 두 개의 서로 다른 집단이 일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공유하는 부분을 교집합이라고 부른다. 각자가 가진 공간 중 공유된 부분을 제외한 것을 여집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모든 공간을 합친 것을 합집합이라고 한다. 정치를 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행위는 바로 교집합에 속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정책이므로 쉽게 결정하고 욕도 안 먹을 수 있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서로 상대방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험악한 분위기라고 한다면 각자가 자기가 소유한 여집합만을 주장할 것이다. 심지어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 미래가 있을 리가 없다. 될성 부른 사회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나나 우리 편에게 이익이 안 되더라도, 혹은 손해가 되더라도, 상대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서로 내려 준다면 모두의 이익의 총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피해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합의를 통해 보상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 보상은 이익 보는 지분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국가재정의 문을 열어서 해결할 수 있다. 합집합의 정치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수년간 우리 국민들은 제 정신이 아닌 정치를 보아 왔다. 보수와 진보의 각 정파가 서로 찢어져서 상대편에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반대부터 하고 보는 여집합의 정치를 목도해야 했다. 국정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좌파 종북주의자라며, 독재자라며 엄연히 국민이 선출한 정치 지도자들을 서로 범죄자로 낙인찍기 바빴다. 정의롭고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국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남용했으리라는 의혹도 도처에서 쏟아지고 있다. 서로의 발목 잡기가 꼬리를 물면서 결국에는 전대미문의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국민들은 살기 힘들고 앞길이 막막하지만 자기가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는 탄핵 법정에 서서 '계몽령'이라는 전대미문의 헛소리를 하는 모습까지 보아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우리도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 정치 집단의 성향이나 이익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도 국익에 부합한다면 과감하게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주주의와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친시장적인 개혁과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을 수송용 유류 가격개편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 경유, LPG 가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했다. 보수 지지층에 의해 빨갱이로 매도되고 퇴임 후에는 정치적 탄압으로 불행한 선택까지 강요 당해야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사회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라고 하는 가장 논란이 컸던 통상 정책의 변혁을 일구어 냈다. 경제성장의 전설을 등에 업고 보수 대표주자로 등단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출신 경영자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간의 동반 성장과 산업 생태계 복원이라고 하는 친진보적인 규제 어젠다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상대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통 큰 합집합의 정치야말로 우리 공동체와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는 책임 있는 행위인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선택은 없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며, 부작용은 온전하게 선택한 자가 지고 가야 할 짐이 된다. 부작용이 두렵다고 선택을 안 하거나 모두가 공감하는 선택만을 한다면 그런 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최근 우리나라 거대 야당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했다. 덩샤오핑의 선택이 가져왔던 부작용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해야 했던 덩샤오핑의 고민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극한 대립의 정치 구도속에서 좌파 극단주의자로 비난받아 왔던 그가 중도에 선 많은 국민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격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의 거대 야당은 더 이상 집권당의 실책을 비판하는 견제자로서의 역할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 단일의 의사 결정만으로도 많은 개혁입법들을 성사시킬 수 있다. 그러한 결정들이 국가와 국민의 삶과 미래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기존의 이념과 가치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이제까지 성공했던 다른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친화적이고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대안들부터 보다 과감하게 택해 주기를 바란다.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주는 규제들은 꼭 필요할 때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지금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데 정권을 얻고 난 뒤에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당장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여당 또한 힘을 합쳐 주어야 한다. 위난의 시기에 국정 주도권을 둘러싸고 야당의 주장이라고 반대부터 하고 보는 여집합의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실용주의자는 우리 국민들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수든 진보든 국태민안의 시대를 열어 주는 고양이가 더 좋다. 박원주

[EE칼럼]전기본, 새로 짜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수립 기한을 넘겼다. 전기본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년 단위로 수립하여 시행한다. 11차 전기본의 계획기간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이니 계획이라는 의미를 살리려면 2023년에는 수립되어야 맞겠으나 그동안 시작년도에 수립해 왔다. 이번에도 지난해 5월에 실무안이 나온 뒤 산자부는 연말에 확정하려 하였으나 계엄사태로 해를 넘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실무안을 일부 수정한 조정안을 만들어 국회를 설득하고 나섰으나 에너지정의행동 등 시민단체가 백지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전기본은 지난해 실무안이 나왔을 때부터 근본적인 문제들이 지적되어왔다. 한 차례 공청회를 하기는 했지만 수정 의견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국회 보고용 조정안조차 환경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를 미미하게 반영한 수준에 머물렀다. 첫 번째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과다한 목표 수요이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의 최대 전력수요를 129.3GW로 전망하여 22%의 예비율을 적용해 157.8GW의 설비가 필요하다고 설정하였다. 그리고 그때까지 가동하는 기존 발전설비와 기 계획된 발전설비 총 147.2GW를 감안하면 추가로 10.6GW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며, 이는 대형 원전 최대 3기와 소형 모듈러 원전, 가스복합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목표 수요는 10차 전기본의 2036년 목표치 118GW보다 불과 2년 후에 11.3GW를 높여 잡은 것으로 그에 따라 신규 필요 설비량도 1.7GW에서 10.6GW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는 대형 원전 3기를 추가하기 위해 목표 수요를 늘려잡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1,402kWh로 세계 14위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이 수력전기가 풍부한 나라와 일부 산유국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가장 많다. 독일의 1인당 전력소비량 5,500kWh에 비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력의 열량 당 가격이 석유, 가스보다 싼 것도 한몫하였다.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우리의 경쟁국들은 에너지 효율이 우리의 2배 수준이며 이미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동반하지 않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에너지 수입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전기본은 계획의 출발점인 목표 수요를 전망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OECD 국가 중 에너지 안보가 가장 취약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제일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취임 일성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여 경제를 부흥시키겠다고 선언하였다 우리나라는 1988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에너지원의 수입대체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였다. 이미 육상풍력발전의 보급이 궤도에 오르고 있던 시점이다. 이후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성장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 법의 명칭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바뀌었다. 이 중 신에너지는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에너지 이용 합리화라고 보아야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진정한 자립 에너지이다. 97.5%까지 올라갔던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 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더디나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보급된 덕분이다. 이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11차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2030년에 총 발전량의 18.7%, 2038년에 29.1%에 불과하다. 국회 설득용 조정안에는 기존안에서 0.1%를 상향하였다. 참으로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독일은 이미 올해 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2.7%를 기록하였다. 주춤했던 유럽의 재생에너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다시 불붙었다. 에너지 안보가 더욱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손실이나 좌초할 자산이 아니다. 200조원에 이르는 에너지 수입의 대체 효과는 물론 강화되는 기후위기 대응 압박에서 우리나라 산업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는 대폭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독선과 극한의 사고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로 재정립되는 해가 될 것이다. 전기본의 지연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7개월이나 늦은 해도 있었다. 산자부는 11차 전기본의 강행을 유보하고 출발부터 다시 점검하기를 바란다. 신동한

[기자의 눈] 토허제 해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적극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찬성 측은 실효성이 부족했던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합리적인 거래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유권의 과도한 제한, 개발 지연으로 인한 주택 공급 차질,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근거로 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020년 6월 도입됐다. 주택 매수를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강한 통제로 시장을 억눌렀다. 하지만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는 데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총 65㎢, 서울 전체 면적의 11%에 해당한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시행된 토허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실질적으로 가격 안정에 기여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사실 해법은 분명하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를 가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의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조차 내지 못했다. 오히려 거래 위축과 시장 경직만 초래했다. 현재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이고 서울도 최근들어 하향 안정화 추세라는 점도 토허제 폐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가 적다.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까지 높은 상황이다. 개발 촉진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주택 공급 창출 등을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남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 여의도, 목동 등은 물론 강북권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들의 경우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개발 속도가 지연되면서 토지 가치도 하락하고, 상업시설·주거시설 공급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모아타운 등 일부 사례에서 보듯 서울 곳곳에는 여전히 투기 수요가 있다. 지분쪼개기나 과도한 투기적 거래 등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나 주택 공급도 필요하지만 지역 특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이슈&인사이트]헌재에 세워지고 있는 높고 단단한 이념 콘크리트 둔덕...

무안공항 제주여객기 참사의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 미작동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활주로가 끝난 부분에 설치돼 있는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이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로컬라이저는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공항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설계업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참사를 초래했다. 규정을 지켰다면 비행기가 폭발하지도 않았고 피해도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이 다수를 점하면서 높고 단단한 이념 콘크리트 둔덕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9년 출범해 2018년 해체된 법원 내 사모임이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하던 운동권 사람들이 사법부에 진출하면서 결성한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있고 요직을 주고받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사법부의 하나회'로 불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중 3명이 우리법연구회와 인연을 맺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근무한지 이틀 만에 탄핵소추되었다. 이틀 동안 근무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일을 얼마나 많이 심각하게 저질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편향된 재판관 4명이 탄핵 인용에 손을 들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문형배 직무대행이 좌편향되었다는 것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후 SNS에 남긴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 직무대행은 한국을 구하기 위해 온 유엔군을 북침하기 위해 온 듯이 썼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수십만 명의 외국 청년들이 극동의 가난한 신생국 한국에 와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다. 문 직무대행에게 묻는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인가? 문 직무대행의 편향적인 정치관이 드러나면서 정상적인 헌법재판관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천재현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 대상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지, 그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으로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이념적 성향에 따라 탄핵인용을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기에 더하여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우리법연구회 출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마 후보자가 합류하면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 재판관은 4명이 된다. 특히, 마은혁 후보자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강성 진보좌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드룸을 일으키고 있는 전한길 한국사 일타강사는 유튜브 영상에서 “우리 국민은 모두 속고 있었다. 무너진 대한민국의 사법체계 특히 헌법재판소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부패했고 이미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이며 자유대한민국 체제는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은혁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법재판소에는 더 높고 단단한 이념의 콘크리트 둔덕이 구축된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공정성은 정말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파운드리 부문 분사는 삼성전자 난국 수습의 실마리

2014년 당시 독일 총리였던 메르켈이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삼전)의 경영혁신 비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같이 각국 정상들이 한국 대통령보다도 더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삼전의 이재용 회장이다. 삼전이 8만 전자에서 5만 전자로 날개 없는 추락을 할 때도 한국민은 자손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삼전을 생각하고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를 받아냈다. 그런데 지금 종합전자 회사인 삼전은 반도체를 하도급 생산하는 회사에 불과한 대만 TSMC 시총(1,700조 원)의 1/5인 350조 원에 불과하다. 2015년만 해도 삼전의 시총은 TSMC의 2.5배였다. 반도체 공정은 설계, 제조, 조립으로 나뉜다. 설계만 하는 회사를 팹리스(Fabless), 제조만을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 조립 및 검사를 하는 기업을 OSAT라고 한다. 여기에 인텔이나 삼전과 같이 설계 제작, 조립을 일괄공정으로 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가 있다. 팹리스는 공장(Fab) 없이(less) 설계만 한다는 의미다. 빅테크에 속하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 회사다. 한국의 팹리스 기업에는 LX세미콘, 에이디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파운드리 기업은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제작만 하는 회사로, 대표적 회사는 TSMC, 미국의 Global Foundry, 중국의 SMIC 등이 있다. 반도체 조립과 테스트를 하는 OSAT 기업으로는 미국의 AMKOR, 대만의 SPIL, ASE 등이 있다. 한국에는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네페스 등이 있다.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대량 생산 체계에는 일괄공정의 IDM이 대세였다. 그러나 삼전과 인텔의 예에서도 입증되는 바와 같이 다품종 소량시스템에는 부적합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비메모리 반도체에는 공정의 수직 분업이 요구된다. 이에 삼전도 반도체 공정의 수직적 분업의 하나로 지난 2021년 이후 파운드리를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2024년 TSMC는 파운드리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60조 원에 달하지만, 삼전은 약 4조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2024년 말 TSMC가 시장점유율 65%인데 삼전은 한 자릿수로 추락한 결과다. 삼전 난국 수습의 실마리로서 파운드리 분사와 미국 상장을 제기한다. 이는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이를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어떨까?" 2022년 7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낸 리포트 '지경학 시대와 반도체'에서 제기한 내용이다. 삼전의 실무진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를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대로라면 TSMC의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TSMC, 세계 1위의 비밀'(2025년)의 저자 린훙원은 TSMC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삼성이 고객 신뢰 다시 얻는 게 시급하다고 전제한다. TSMC와 삼전의 파운드리 사업 결과가 차이가 나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TSMC는 파운드리에 전문화된 회사이기 때문에 품질과 연구개발 속도에 우월성이 있다. 둘째는 애플과 같은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삼전의 다른 부문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제작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자사의 반도체 설계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삼전에게는 불안하다. 셋째는 인재의 문제다. TSMC에서는 파운드리가 주업이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인재가 집합된다. CEO인 웨이저자를 비롯하여 28명의 이사 중 17명이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반면에, 삼전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후자에 속한다. 그만큼 인재 확보가 어렵다. 삼성후자는 삼전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들의 자조적인 표현이다. 최근에는 삼전 내부에서도 전자와 후자로 나눈다. 삼전 내부에는 초과 실적 성과금으로 연봉이 50% 격차가 나타난다. 동기부여가 되는 전자가 있다면 사기가 저하되는 후자가 있다. 후자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윤덕균

[EE칼럼] 트럼프의 에너지 역주행... 全方位 에너지 시대의 K-기업 생존법칙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으로 급격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기조 하에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화석연료 규제 완화, LNG 수출 제한 해제,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예산 삭감 등 일련의 행정명령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의회·법원·주정부가 얽힌 미국의 권력 구조상,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예산 전면 중단'이 바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역주행' 흐름은 이미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시계를 흔들고 있으며, 한국의 에너지·전력 기업들 역시 이 급격한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급변 속에서 시장은 당장의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표면적인 '친환경 대 화석연료'의 대립 구도 너머에 더 복잡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정책 당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에너지원의 선택보다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는 노후화된 전력망에 전례 없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전력망 인프라는 상당 부분 노후화되어 있다. 특히 동북부와 중서부 지역의 설비 교체 수요가 매우 크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그리드 도입, ESS 연계를 통한 계통 안정화 등은 연방 차원의 예산 지원이 줄더라도, 민간투자와 주정부 협력으로 상당 부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全방위 에너지(All-of-the-above)' 접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역설적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의 병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안정적 기저전력 확보와 탄소 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규제 승인과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SS는 이미 단순한 재생에너지 보조 수단을 넘어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주요 전력회사들은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체 전원으로 대규모 ESS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환경 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전력망 안정성 확보라는 현실적 필요에 기인한다. 수소 역시 IRA 보조금 축소 여부와 상관없이 EU와 아시아에서의 투자 확대로, 향후 블루·핑크·그린 등 여러 방식이 공존할 전망이다. 유럽의 수소 밸류체인 구축 노력과 일본의 수소 발전 실증이 진전을 보이면서, 미국 내에서도 수소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이미 재생에너지·배터리·연료전지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한 한국 기업들은 SMR·청정수소·지능형 전력망 등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내 전력망 현대화 프로젝트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의할 점은 미국 내 주정부별 에너지 전략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와 ESS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텍사스는 풍력·태양광 외에 가스발전·배터리 설치도 함께 늘리는 '사실상 전방위'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별 RPS 목표, 상쇄 크레딧 제도, 인허가 절차 등을 면밀히 분석한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과 정책의 연계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미국뿐 아니라 EU·중국 등도 저마다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원자재·부품 조달과 현지 생산 요구가 강화될 수 있다. 미국 현지화가 유리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유럽·중국 수출 규제나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도 경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역주행' 시도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기술 혁신과 시장 수요 증가는 하루아침에 멈추기 어렵다. 오히려 화석연료·원자력·재생에너지·ESS·수소가 복합적으로 경쟁하고 협업하는 '全방위 에너지 시대'로의 진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증가한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정책·규제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처, 주정부·민간과의 협력 모델 구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내 주요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전력 인프라 현대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마이크로그리드와 자체 발전설비 구축을 통해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기술력과 시장 적응력을 두루 갖춘 기업만이 연방정부 정책 변화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며 한 단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윤희

한샘, 계열사 임원 5명 등 정기 승진인사

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계열사 임원 5명을 포함해 총 433명의 2025년 임직원 정기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손영동 특판사업본부장(겸 한샘넥서스 대표)과 이승호 한샘서비스 대표, 조용한 전략기획실장(겸 한샘개발 대표)이 각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총 5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한샘은 “전문성과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인사 정책을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사랑 받는 기업, 선망 받는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데스크칼럼]비상계엄 사태 해법, ‘헌법·민주주의’ 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다. 거대한 삼각파도가 덮쳐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 처지다. 과도한 가계 부채 등에 의한 내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치적 리더십 실종과 극단적 사회 분열이 삼각파도의 정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급선무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눈앞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달 19일 새벽 우리는 그 일단을 지켜봤다.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수백명의 폭도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법원을 습격했다. 앞으로도 위험하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논란, 절차적 공정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불복 빌드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예정된 탄핵소추 판결과 이어질 조기 대선, 내란죄 재판 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재현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원인은 정략으로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 재판은 그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차기 대권의 향배와 자리 보전만 본다. 지지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배포하고 견강부회를 일삼는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 본 위헌적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우긴다. 수백건의 재판에서 실체가 부인된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특히 사회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최악의 행태다. 판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와 인신 공격, 테러 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사태를 정리하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외국 자본은 철수할 게 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도 헌법 질서 준수, 민주주의 원칙 존중이라는 금도를 벗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1.19 폭동 주도자는 물론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 두 번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과 함께 시급히 민생 해법 마련과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용하지 않고 반도체 특별법 등 민생 관련 법안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한가한 정치 노름으로 비친다. 꽁꽁 언 민생은 최 권한대행과 야당의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검토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를 심사숙고해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세 번째, '피크 아웃'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구조적 한계에 처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의 기회로 삼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에서 나타난 고질적 대기업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규제를 혁신해 사주 일가의 불법적 사익 추구를 제한하자. 몸집을 줄이고 전문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키도록 감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초저출산 등 장기적 성장 동력 유지·향상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도 우선 과제다.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텀 아웃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E칼럼] 에너지와 AI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들라고 하면 단연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일 것이다. 삼성전자와 LG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수천 개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저마다 본인들이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를 이끌어 갈 선두 주자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관련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선진국 정부들 역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주 중국의 작은 벤처기업 딥시크(DeepSeek)의 뉴스는 이제 AI의 시대가 규모에서 효율성으로 퀀텀 점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AI는 에너지 분야와는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가 가장 먼저 보이는 관계일 것이다. 먼저 컴퓨팅 파워의 증가로 인한 영향이다. AI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CPU에 이은 GPU의 발달과 HBM으로 대표되는 저장장치의 발달 등 이른바 컴퓨터의 능력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AI의 발전은 컴퓨팅 파워를 보다 더 증가시킬 것이며 이제 손에 든 핸드폰의 컴퓨팅 능력이 70~80년대 수퍼컴퓨터의 능력보다 우수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석유가스 및 광물의 탐사 분야이다. 특히 물리탐사 자료의 해석 분야가 대표적이다. 깊은 바닷속 석유를 찾기 위하여 탐사용 선박을 동원하여 얻은 물리탐사 자료를 예전에는 분석용 수퍼컴퓨터가 있는 지상의 연구소에 가져와서 분석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 확인하였는데, 이제는 탐사용 선박 위에서 물리탐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선박에 탑재된 소형 PC만으로 선박 위에서 자료 해석과 확인 작업을 곧바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바로 AI와 Big Data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노동력을 AI 기능을 탑재한 전자제품이 대신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인 화석연료의 청정전력화와 맞물려 엄청난 규모의 발전시설과 송배전 시설의 추가 건설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주요 내용이 바로 AI의 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더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의 생산을 늘려 전력 생산원가를 낮추고자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AI 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하여 전력 인프라의 확대 및 전력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자국산 에너지원의 생산 증대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는 또한 컴퓨팅 파워나 사용량의 증대 이상으로 학습을 통하여 보다 '스마트'하게 생활함을 의미한다. 이는 AI 시대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기존의 방식과는 매우 달라야 함을 말한다. 전력망 증대 및 스마트미터 보급 등의 단순한 양적인 증대가 아닌 실제로 스마트한 생산과 소비를 위한 투자와 제도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너지망을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의 제공 및 다양한 에너지 요금제의 제공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사용패턴에 적합한 요금제도와 사용 방식을 AI 기능과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로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최근 발표한 World Energy Outlook에서 냉난방을 포함한 가전제품(appliances)의 효율 증대로 인한 효과가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인한 변화보다 훨씬 크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에너지 사용기기의 개선 및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행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가전업계는 건물과 가정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AI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전력사용량이 피크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저전력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와 전력사용기기 제조회사 및 건설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스마트한 측정기기 및 요금제도라면 에너지 효율성의 증대는 물론 국민의 만족도도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급자 역시 전력망의 부하 관리를 AI와 빅데이터를 통하여 크게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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