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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치맥 회동’ 저도 있었어야”…李대통령 말에 젠슨 황 대답은?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31일 접견은 전날 서울 강남의 '치맥 회동'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만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젠슨 황 CEO를 맞이하자마자 “반갑다. 삼성역에서 나온 장면을 너무 관심 있게 봤다"고 인사하며 먼저 화제를 꺼냈다. 이는 전날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에서 열린 젠슨 황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맥 회동'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하도 유명인이셔서 제가 뉴스에서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한다"며 “어제는 치킨 드시는 것도 온 국민이 함께 지켜봤다. 더구나 골든벨까지 울리셨더라"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젠슨 황 CEO가 배석한 재계 총수들을 가리키며 “제 치맥 동료분들"이라고 농담하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모두 골든벨 받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유쾌하게 화답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도 “삼성과 엔비디아는 25년 넘게 함께 일한 친구 관계"라며 “생전 처음으로 젠슨이 시켜서 골든벨을 울렸다"고 덧붙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고, 젠슨 황은 “다음에 합류하시라"고 제안하며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대통령은 이어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후 이 회장을 향해 “아주 훌륭한 친구를 두셨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젠슨 황의 딸을 향해 “딸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젊어 보이신다"고 말하며 칭찬을 건넸다. 이에 젠슨 황이 “올해 34살"이라고 소개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시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비밀이다"고 받아쳐 또다시 웃음을 이끌었다. 젠슨 황은 “죄송하다. 제가 지어낸 숫자"라고 재치 있게 응수하며 자리의 온도를 높였다. 접견 말미에 기념사진 촬영이 진행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친한 척하며 찍도록 하자"며 참석자들에게 포즈를 유도했다. 이날 접견 내내 웃음과 대화가 오갔고, 젠슨 황 CEO와 재계 총수들, 그리고 대통령 모두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IMF 총재 접견…“코스피 4000, 한국경제 빠르게 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접견하고 한국 경제의 회복세와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경주를 방문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접견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소되면서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국내외 투자자들도 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추경 집행 등을 통해 민간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등 경기가 활력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한국의 소비·수출 등 여러 지표를 볼 때 한국경제가 회복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한국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책 추진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가속화해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본이 기업투자와 산업혁신 등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지도록 금융·외환시장 선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으로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IMF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도 경제 발전 경험을 토대로 저소득·취약국가 지원을 위한 IMF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에 감사를 표하며, “IMF는 앞으로도 글로벌 거시경제 안정과 포용적 성장 촉진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시진핑, 11년 만의 방한…韓中 정상회담 ‘관계 복원’ 분수령 될까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의 방한은 11년 만으로, 사드(THAAD) 배치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상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한 시 주석을 직접 영접했다. 두 정상은 “환영합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나누며 악수한 뒤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길이 불편하지 않으셨느냐"며 시 주석을 안내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국 정상의 첫 공식 회담은 내달 1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여부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 서면 인터뷰에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무적 진전을 가속해 경제·무역 협력의 새로운 제도적 기초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한령은 2016년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시행한 한국산 콘텐츠·문화 교류 제한 조치로, 이후 양국 관계는 냉각기를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복원 시도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류가 끊기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급속히 냉각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 경제와 민간 교류 의제도 주요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 과도하게 경도되지 않도록 관리하려 하고, 한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양국이 실익 중심의 협력 지점을 찾는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양국 간 무비자 입국 제도의 항구적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조기 타결,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경영 안정성 보장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대(對)한국 수출 통제 완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협력 강화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현안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제재 문제 등을 주요 민감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 양안(中·臺) 관계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문제가 한중 정상회담의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발언에서 '북한'과 함께 '중국'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외교가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사실상 무제한 잠항 능력을 바탕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의 잠수함 활동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전 세계 6개국만이 보유한 전략무기로, 중국 입장에서는 '대중 견제' 강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회담 하루 만인 30일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발언을 한국의 전략적 노선 전환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전술적 메시지로 해석할 경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공급 문제에서 미국의 협조가 어렵다면, 한국 역시 미국이 구상하는 대중 견제 구도에 동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통령실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은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북쪽 또는 중국 방향 해역 인근에서 탐지되는 잠수함을 의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YTN에 출연해 “대통령이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는 만큼 핵잠수함을 허용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한중정상회담을 고려해 비공개 석상에서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경주 APEC서 정상들 잇단 영접…‘황남빵 외교’ 눈길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앞서 참석자들을 직접 영접했다. 시 주석은 오전 10시 2분께 행사장에 도착했으며, 두 정상은 미소를 띤 채 악수하며 첫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환영합니다"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기념사진 촬영 후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했으며, 이 대통령은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느냐"며 자연스럽게 시 주석을 안내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다음날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한국에 도착한 시 주석에게 환영의 뜻으로 경주 명물 '황남빵'을 보자기에 포장해 전달했다. 메시지에는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에 시 주석은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대표단을 위해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으며, 중국 외 다른 모든 APEC 회원국 대표단에도 황남빵을 선물하도록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경주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고 들었다. 매우 인상적이고 좋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옅은 미소를 띠며 이날 오전 9시 15분부터 행사장에서 정상들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시계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장 먼저 입장한 이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으며, 이후 19개국 참석자들이 알파벳 역순으로 입장했다. 초청국 자격으로 칼리드 빈 모하메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가 들어왔고,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도착해 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환영한다, 반갑다"며 각국 대표들과 악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참석자들을 회의장으로 직접 안내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관세 협상을 타결한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전날 정상회담을 마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도 반갑게 손을 흔들며 악수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부총리에게도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에게 “언젠가 다시 대통령님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고, 에브라르드 장관은 “홍수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APEC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난 각국 정상들은 이 대통령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이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다른 정상들보다 오랜 시간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어제 고생하셨다. 잘 다녀오셨느냐"고 물었고, 카니 총리는 “한국이 제공한 헬기와 조선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시간을 보냈다"고 답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젠슨 황 접견…GPU 26만장 도입해 ‘아태 AI 허브’ 구축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이 대통령의 황 CEO 접견은 지난 8월 워싱턴DC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접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등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거듭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목표"라며 “최근 블랙록이나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을 아태 지역 AI 허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속도를 담당하고 있다면, 한국은 그 속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측의 협력이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접견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도입을 포함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협력 규모는 최대 14조원 규모다.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는 각 기관별로 5만~6만개의 GPU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 내 AI GPU 보유량은 기존 6만5000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아시아의 핵심 AI 인프라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공급할 GPU는 최신형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RTX 6000 시리즈'로, 업계에서는 GB200의 단가(3만~4만달러)를 감안할 때 총 공급액이 10조~14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은 '소버린 AI(주권형 AI)' 구축 속도를 앞당기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4대 그룹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옴니버스', '쿠다(CUDA)-X', '네모 트론(NeMo Tron)'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AI 팩토리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지능(Intelligence)을 생산하는 공간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21세기의 전기"에 비유하며, AI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도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현실 공간에서 인간처럼 시각과 언어를 인식하고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APEC] 李대통령 “규제 과감히 정비…韓, 매력적 투자처로 거듭날 것”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대한민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실용적 시장주의에 기반한 규제 혁신과 미래 산업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오찬 행사에서 “협력과 연대를 선도하며 번영의 시대를 열어갈 대한민국의 방향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노력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병행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서비스, 디지털 경제, 투자 활성화, 구조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간 합의된 사항들의 이행을 점검하고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행동계획을 마련했다"며 “이런 노력이 모여 한국 경제는 성장과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주는 천년 전에도 연결과 혁신의 도시였다"며 “중세 아랍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가 경주를 '황금의 도시'로 묘사했듯, 번영과 성장은 끊임없는 연결과 혁신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태 지역의 번영과 미래 또한 여러 기업인의 도전정신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며 “여러분이 두려움 없이 더 많이 교류하고 거듭 혁신할 수 있도록 저와 APEC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정상회의 개막…‘경주 선언’에 자유무역 담길까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1일 경주에서 개막했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자유무역 지지를 담은 '경주 선언'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통상 공동선언문에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번 회의가 이러한 원칙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에서 외교·통상 장관들은 정상회의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과 별도로 추진해온 AMM 공동성명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AMM은 정상회의의 성과물을 최종 점검하는 회의체로, 정상선언문 문안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 주요 문구를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동문안 발표가 보류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AMM 공동성명이 무산된 만큼 정상선언문 채택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와 관세 10%포인트 인하에 합의하면서, 무역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만큼 '경주 선언' 채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0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주 선언 채택에 매우 근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다수 회원국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MM 선언문에 몇 가지 쟁점이 남아 타결되지 않았지만, 정상선언문 협상과 연계된 사안으로 통상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미해결 쟁점' 중 하나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가치를 명시하는 문구에 모든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며 공동선언 채택이 무산됐다. 당시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및 투자환경 조성'과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개선' 관련 문구를 둘러싸고 양국 간 의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EC의 근본 가치인 자유무역 정신을 담은 선언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의장국인 한국의 조정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선언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경주선언이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고, 미중 사이 조정 역할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국제질서 중대 변곡점…협력·연대가 해답”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 개회사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 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전례 없는 위기이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APEC이 걸어온 여정 속에 지금의 위기를 헤쳐갈 답이 있다"며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에 언제나 같은 입장일 수는 없지만, 공동번영이라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APEC의 출범과 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APEC이 눈부신 성취를 이루며 다자주의 협력의 모범을 세웠던 순간마다 대한민국은 그 여정을 함께했다"며 “원년 회원으로서 1991년 '서울 선언'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2005년 부산에서는 아태지역 무역 자유화를 위한 '부산 로드맵'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하나로 연결될수록, 서로에게 서로를 개방할수록 회원국들은 번영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며 “APEC 출범 후 회원국의 국내총생산은 5배, 교역량은 10배 늘었고, 대한민국도 그 공동 번영의 토대 위에서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장소인 화백컨벤션센터의 이름을 언급하며 “고대 신라왕국은 나라의 중요한 일을 논의할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고,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조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일궈낸 천년고도 경주에서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의제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과 '연결·혁신·번영'은 5년 전 함께 채택한 APEC의 미래 청사진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세션에서는 '푸트라자야 비전'의 핵심축인 무역과 투자 증진에 대한 회원국들의 고견을 청취하고자 한다"며 “국제 경제 환경의 격변 속에서 APEC의 비전을 어떻게 달성해 나갈 수 있을지 허심탄회한 토론과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2025년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놀라운 저력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한 역사적인 해"라며 “이 막중한 시기에 APEC 경제지도자회의의 의장을 맡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력과 연대, 상호신뢰의 효능을 증명한 APEC 정신이 이곳 경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며 “함께 조화와 화합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다카이치 日 총리와 첫 회담…“셔틀 외교 지속”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새 일본 내각과의 우호 관계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의 첫 대면으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 2분부터 41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통상환경 속에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많은 한일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을 해 나가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 문제도 얼마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선출이라고 들었는데, 저희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또 “오늘 자리가 한일의 깊은 인연을 재확인하고 미래로 인연을 이어 나갈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회담에서도 양측은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양국이 안보·경제·사회 분야에서 폭넓은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서로 의지하고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큰 기념비적인 해"라고 짚었다. 또한 “셔틀 외교도 잘 활용하면서 저와 대통령님 사이에 잘 소통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조기에 복원한 셔틀 외교를 자신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차기 만남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갖기로 하고, 셔틀 외교를 지속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본과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여왔으며, 불과 4개월 사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세 차례 회담을 진행하며 '방문과 답방' 형식의 셔틀 외교를 조기 안착시킨 바 있다. 한미동맹·한미일 협력을 국익 중심 외교의 축으로 삼고,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일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구분해 다루는 '투트랙 접근법'을 유지해 왔으나,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이번 첫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과 “긍정적인 주파수"를 맞추며 우호적 흐름을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이 첫 대면인 만큼 양국 관계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시바 전 총리와의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사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일이 앞마당을 공유하는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또 “문제와 과제가 있다면,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과제는 과제대로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과거사 이슈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강경 행보를 자제해 온 다카이치 총리가 자국 내 정치적 이유로 보수층에 소구하는 언행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약속한 셔틀 외교를 이어가고 잦은 교류를 통해 과거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던 핵추진잠수함 및 한미 관세협상 등 현안은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예상 못한 韓-美 ‘깜짝 합의’…“명분 주고 실리 챙겼다”

“명분을 주고 실리를 취했다." 지난 29일 한국과 미국 정상간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차피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협상이다. 한국 입장에선 잘해도 손해, 못하면 '괴멸'인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미국에게 지난 8월 합의했던 금액은 유지해 '명분'을 주는 대신 연 200억 달러 씩 10년간 분할 투자 등 외환시장 보호책을 따냈고 농업 등 민감 분야도 지킬 수 있게 됐다. 일본보다도 좋은 조건이어서 국내외에서도 한국 정부의 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도 일부 세부 사항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나오고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30일 정재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외환시장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한미 양측은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해 왔지만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약 4200억달러)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한꺼번에 줄 수도 없고 준다고 해도 국가 부도에 처한다며 반발해왔다. 양측은 두달여 간의 협상 끝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을 위한 '직접 투자+선박금융 등 간접 투자'를 병행하기로 조율했다. 투자도 한꺼번이 아니라 사업이 진척되는 대로 돈을 보내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합의했다. 외환 시장이 불안할 때 연간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정부는 실제 150억~2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연간 투자액을 외화 자산 운용 수익, 국책은행의 정부 보증채 발행 등을 통해 국내 외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3500억 달러 투자라는 규모는 지켜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대신 우리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외환 시장의 안전성을 보장받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연간 200억 달러는 최근 한국은행이 '외환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밝힌 액수와 동일하다. 지난 10여년간의 연평균 대중, 대미 무역 흑자 규모, 해외 투자금액과도 비슷하다. 대미 투자금 회수의 안전판을 강화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다. 일본은 투자처를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 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되,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호 합의하에 투자처를 선정하는 구조다. 투자기간도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로 한정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빠른 시일내 송금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으로 상대적으로 길게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약 3년 남아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마스가를 위한 조선 협력 방식도 부담이 큰 직접 투자 외에 간접 투자도 병행하기로 합의한 것도 나름 성과다. 미국 선사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대주는 것을 투자 금액에 포함시킨 것이다. 외환시장의 부담을 더는 한편 우리나라 조선사가 미국 선사의 선박을 수주할 경우 투자금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양보한 것도 있다. 투자 수익 분배 방식에서 한국은 당초 투자금 회수 전까지 9대1의 배분 비율을 요구했지만 일본과 같은 5대5로 합의했다. 또 필요성이 제기된 '한미간 통화 스와프'도 장기 분납에 따라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개막 직전까지도 모든 국내외 전문가들이 '어렵다'고 전망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과 관련 자국 내에서 물가 인상 등에 따라 큰 반발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순방에서 성과가 필요했다. 우리나라도 장기간 표류할 경우 경제적·안보적 불확실성이 고조돼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협상의 틈을 잘 파고들어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는 버티기 전략을 펼친 것이 통한 것 같다"면서 “가만히 놔두면 쌓여야 할 외환 보유고 운용 수익이 빠져나가게 된 것이니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줬을 때를 생각하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비슷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이번 협정이 한국 정부에 큰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정책상 승리(major foreign policy win)"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이 모호한데다 구체적인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조율할 지는 과제다. 양측의 합의안이 최종 명문화되지 않아 일부 항목을 둘러 싸고 '연장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SNS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 “한국이 시장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반도체는 대만 수준의 조건을 보장받았으며,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반도체 관세를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최대 15%로 확약받지 못했는데 대만은 아직 협상 중인 상황으로 이번 협상의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며 “현재 철강, 알루미늄의 미국 관세율이 50%인데, 이로 인해 대미 철강 수출이 올 상반기 11%나 줄어들어는데도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연간 30조원 가량의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중장기적인 환율 인상 압력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굴욕협상', '국익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도 과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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