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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AI·로봇이 두렵나? 해법은 창업”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인공지능(AI)·로봇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창업'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케이(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산업용 인공지능 로봇 도입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거론하며 “인공지능 로봇을 노동현장에 투입한다고 하니까 그 회사는 주가가 올라가고 주목받는데, 현장에서는 저 로봇 들어오면 우리 일자리 없어지는데, 로봇 설치를 막자. 이런 운동하지 않나. 그 절박함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기능을 개선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들어온다. 우리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하니 얼마나 공포스럽겠나"라며 “이에 대응해야 하는데 결국 방법은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로봇 기술 확산이 불러올 일자리 상실 우려를 창업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기존 일자리 구조의 한계와 관련해 “좋은 일자리라고 대개 우리가 대기업, 공공기관 몇 군데를 친다. 전체 일자리 중 10~20% 정도"라며 “나머지는 별로 취직하고 싶지 않은 일자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든지 돌파구를 찾아보자 한 게 창업이다. 창업 사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창업 방식도 바꿔보려고 생각 중"이라며 “씨앗을 만드는 것 자체를 한번 지원해보자는 게 아마 오늘 주요 주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창업 후 가능성 있는 데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지원이 최대치였는데 이제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아이디어 상태에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시작할 때부터 정부가 지원을 해주자, 함께 책임져주자 그런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韓 ‘환율 관찰 대상국’ 재지정…靑 “美와 소통”

미국 정부가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주요 사유로 지목된다. 청와대는 “미국 정부와의 소통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10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6월까지의 4개 분기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으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태국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이유로 새롭게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은 △150억 달러 이상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등 3가지 지정 기준 중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6년 180억 달러의 2배 이상인 5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5년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GDP의 5.9%를 기록해 전년 동기 4.3%에서 크게 증가했다"며 “이 증가는 반도체와 기타 기술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 무역이 거의 전적으로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원화 약세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재무부는 “2024년 4분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국내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원화에 대한 절하 압력이 극심했다"며 “2025년 말 원화는 한국의 강력한 경제 기초여건과 부합하지 않게 추가로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방식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재무부는 “한국 정부는 절하와 절상 압력 모두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왔다"며 “2009~2016년 원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일관된 개입 패턴에서 벗어나, 원화 약세에도 대응하는 대칭적 개입 패턴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보고서를 통해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관찰국 재지정은 미국 재무부 평가 기준에 따라 다소 기계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환율 보고서에서는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통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한 차례 제외됐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24년 11월 다시 명단에 포함된 이후 현재까지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그린란드 야욕으로 본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 변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욕심을 보인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현재 양측은 이 문제로 전례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관계가 더 악화하면 미국과 유럽이 결별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덴마크, 독일, 영국 등 7개 나토 회원국은 그린란드에 비록 소규모지만 병력을 파병해 유럽이 미국의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파병 국가에 2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고 6월 1일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하겠다며 위협을 하자 독일 등 일부 국가가 파병을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로 유럽은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 미국이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침공하면 나토는 나토 헌장 5조에 따른 집단 방어권을 동원해 미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나토의 붕괴를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만약 미국이 계속 영토 야욕을 보이고 유럽에 대해 관세 공격을 시작하면, 유럽이 보유한 약 10조 달러(1.5경 원)의 미국 국채와 주식을 처분해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더라도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는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국제관계 질서를 파괴하는 전례 없는 행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내세우며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러시아나 중국 같은 적대세력을 견제하기보다 유사한 가치관과 정치사상, 제도를 가진 동맹국인 나토 회원국들을 더 가혹하게 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이 나토를 냉정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국은 개국 이래 미국 '우선(예외)주의'를 포기한 적이 없다. 이는 미국을 다른 나라들과 다른 독특하고 예외적인 나라이며, 미국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핵심 가치와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더불어, 미국은 미주 대륙 이외 이익이 안 되는 유럽 등 여타 지역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경찰 역할을 맡은 것은 예외적인 사례이다. 지난 2025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 전략 문서인 NSS(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보면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선주의'를 재확인하고 미주 대륙을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지역으로 명시했다. 이에 미국은 한국, 일본은 물론 나토에 미국이 희생해서 더 이상 안전보장과 군사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방위비 인상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특히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소련 붕괴 이전까지 나름대로 자기 역량에 맞는 기여를 했지만, 이후 극단적인 군축과 방위비 삭감을 진행했다. 이에 일부 국가는 군을 폐지하는 수준까지 병력을 줄였고, 대신 자국민에 대한 복지 혜택은 확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유럽의 실망스러운 대응, 자국의 이익과 방만한 돈 풀기 등은 포기하지 않고 공동의 위협 앞에서도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행동 등은 트럼프의 미국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미국이 보는 유럽은 더 이상 혈맹이 아니라 미국의 발목을 잡고, 경제적, 정치적 출혈을 강요하는 안보 무임승차 세력일 뿐이다. 이번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야욕은 지나치고, 무책임하며 경솔하다. 그러나 유럽이 더 이상 협력이 대상이 아니라면, 미국이 자국의 핵심 전략적 이익이 달렸다고 보는 그린란드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겠다는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이나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미국이 깡패같이 이렇게 국제 질서를 앞서 파괴하는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감성과 이상주의에 물든 유럽이 알아 왔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다. 앞으로의 국제관계는 비정상이 정상, 몰상식이 상식이 되는 비정한 도박판이 될 것이다. 협력보다는 위협, 양보보다는 독점, 대화보다는 주먹이 주도하는 원초적 실력주의 시대가 열리는 징조라고 봐야 한다. 한국과 일본도 미국과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과정에 있다. 두 나라가 유럽만큼 미국과 갈등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세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단단히 안전벨트를 조여 매야 한다. 이상호

지선 앞 주택 공급 정책 논란…민주당 “공공”에 오세훈 “민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주택 공급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공 주도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정책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택시장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반복적으로 선거 결과를 좌우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에서 부동산 이슈로 서울 민심을 국민의힘에 내준 경험이 있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황희 민주당 서울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토지는 공공성, 건물은 시장성, 주거는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공공부지 활용 확대를 강조했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들은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이나 복합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6대 주거정책'을 통해 연간 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주민센터와 공공청사 등 600여 개 부지를 활용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수준의 '반값 투룸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장기 미집행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대상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3만 가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주민 의원은 “3년 내 공공주택 15만 가구 착공, 이후 매년 4만 가구 공급 체계를 구축해 결혼하는 부부가 원한다면 분양이든 임대든 선택 가능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체인지 서울' 비전을 통해 용산공원과 용산정비창 일대를 전략적 주거 거점으로 조성하고, 도심 공공주택 15만 호를 단계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신규 공급 물량의 70% 이상은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고, 다자녀 가구에는 민간 재건축 인센티브로 확보한 물량을 활용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해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1000세대 이하 소규모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이관해 행정 병목을 해소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김영배 의원도 “1인·2인 가구가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이미 계획된 재개발·재건축과 공공 재개발은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태릉·육사 등 공공용지 활용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육사 이전 문제는 이미 국토교통부와 대통령실에 건의한 사안으로, 공공용지를 활용한 신속한 주택 공급은 반드시 필요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은 공공과 민간을 병행해 약 30만 호를 공급하는 '주거 공급 패스트트랙'을 제안했다. 주택 공급을 지연시키는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12개월 내 인허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서 의원은 “청년에게는 직주근접 역세권 중심의 기회 주택을, 중장년·무주택 가구에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해 전·월세에서 내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유력 후보로 부상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공공·민간 이분법과는 다른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보다는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공공이 주택을 기부채납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구청장은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관리와 소규모 정비사업 심의 권한의 자치구 이관을 통해 재개발 착수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부동산이 선거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와의 정책 차이를 부각할 수 있는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인 서울시가 이재명 정부의 주택 정책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기하며, 공급 방식과 정책 수단을 둘러싼 차별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28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공공 유휴부지 활용보다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한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한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한강벨트 19만8000가구를 포함해 총 31만 가구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 다주택자는 0%로 제한됐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묶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 추진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 상당수가 새 주거지로 이주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그간 6·27 대책과 9·7 대책, 10·15 대책 등을 놓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10·15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되자, 중앙정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공급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렵게 시작된 공급마저 막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은 가장 빠른 공급 수단인데, 10·15 대책으로 사실상 추진이 막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 유휴부지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의 해법은 다른 곳에 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8일 민간 임대주택 현장을 찾아 “정부가 민간임대 사업을 금융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시장에 주택이 공급된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정부에 다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임대사업자의 LTV를 현행 0%에서 70%로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제외 조치의 재검토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 확정…‘소통령’에서 출당까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당에서 제명됐다. 국민의힘은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의혹을 이유로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의결한 제명 처분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윤리위가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한 지 16일 만이다. 장동혁 대표가 '쌍특검 단식'을 마치고 복귀한 뒤 처음 주재한 최고위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이날 최고위에는 장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의결권을 가진 9명이 참석했다. 2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안건은 거수 표결에 부쳐졌고,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만 반대표를 던진 뒤 퇴장했다. 나머지 8명 중 양향자 최고위원이 기권해 '찬성 7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제명이 확정됐다. 반대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동혁 지도부의 제명 결정을 “명백한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동혁 지도부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제명으로 향후 5년간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는 재입당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과 대선에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저를 제명할 수는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의 열망을 꺾을 순 없다"면서 “기다려 주시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김영삼 전 대통령 일대기 영화를 관람한 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김 전 대통령 말씀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국민과 계속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당 윤리위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한 전 대표를 전격 제명한 후 다음날 새벽 언론에 공지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최고위에서 곧바로 제명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다수 의원의 우려로 장 대표가 '재심 신청' 기간인 열흘간 상정을 보류했다. 또 같은 날 장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제명 확정은 약 2주간 미뤄졌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등장과 함께 시작된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분수령에 처하게 됐다. 그는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의 파격 인사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장관 시절 그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대 범죄 혐의자'로 지칭하며 각을 세웠고, 이른바 '이재명 킬러' 이미지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 불리며 정치적 자산을 쌓던 그는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돼 총선을 지휘했지만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총선 패배 이후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처리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견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윤-한 갈등이 본격화됐다. 한 전 대표는 202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문제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윤 전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각을 세웠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국면에서 '조속한 직무정지'와 '질서 있는 퇴진', '탄핵 찬성'으로 이어진 오락가락 행보로 자신의 입지를 좁혔다. 결국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센 당내 반발 속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친윤' 주류인 장동혁 대표 체제 들어 한 전 대표가 2024년 말 당원 게시판에 가족들의 명의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등을 비난하는 '막말'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려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결구 이번 제명 조치로 이어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코스닥 획기적 업그레이드 방안 마련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시장 개선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제도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8일 춘추관에서 진행된 경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세계 최고 자본시장 제도로 만드는 비전을 갖고 제도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그런 제도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특히 코스닥을 당초 코스닥다웠던 시절의 초기 위상에 걸맞은 코스닥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이 코스피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아쉬운데 정부에서 주안점을 두는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코스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방안, 이제 세계 최고가 되자는 정도에 왔으니 상법 4차, 5차 등 제도적인 걸 떠나서 거래소라는 자본시장 핵심이 되는 걸 개혁하자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그래서 금융위,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특히 코스닥을 우리 인공지능(AI)이나 에너지나 여러 측면에서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창업 등을 담아낼 수 있는 시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탈바꿈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빠른 속도로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이번에 마련된 코스피 5000 모멘텀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시장 자체를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취지로 지시했고, 금융위와 거래소에 검토를 요청했고, 정책실에서도 함께 방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용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한두 달 연장 검토…원칙 훼손은 아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의 종료 시점을 당초 예고한 5월 9일에서 한두 달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5월 9일이 아닌 한두 달 뒤에 종료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중과 유예 조치를) 한두 달 뒤 종료하더라도 원칙을 훼손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정부도 약간의 책임이 있다"면서 “4년간 계속 관례대로 연장해 왔으니까, 이번에도 (국민들께서) 되겠지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미리 집을 팔려면 그 안에 세입자도 있고 해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일몰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좀 더 일찍 보고드리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성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부동산) 매각이 이뤄진 것을 상당 기간 인정해 주려면 시행을 고쳐야 한다"며 “시행령을 고칠 때까지 5월 9일 계약이 체결되고, 그 이후 일정 기간 어느 정도 뒤까지 거래를 완료하는 것까지 (인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실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대통령이 지난번 밝힌 '유예 없다', '당초 예고한 대로 일몰할 것이다'라는 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서는 “시기별, 단계별로 정말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고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제라는 게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주제"라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한두 달 내에 발표할 내용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장기간, 심층적으로 여러 다부처가 동원돼 논의해야 할 주제"라며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타산지석, 부동산 망국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韓 여전히 저평가…세계 최고 투자처 만들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외국인 투자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미래를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 간담회를 갖고 참석자들에게 외국인 투자 확대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 기업은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일정 비율 이상 출자한 기업을 의미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등 7개 주한 외국상의 대표와 외국인 투자기업 31개사 임원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전반기에는 매우 불확실한 시기였지만 하반기에는 (정상궤도로) 되돌아왔다"며 “외국인 투자의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고 하는데 환영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 흐름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변동 상황을 보면 너무 (주가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빨라 놀랍다"며 “한편으로는 원래 기초체력 이하로 평가받던 것이 이제 제대로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 대한민국 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성장세를 예측하는 근거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가 매우 중요한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불필요하게 북한과 군사적 대결을 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제까지 주주가 회사의 주인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이를 개혁해 주주가 제대로 대접받는 합리적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소위 주가조작 등으로 대한민국이 망신을 사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 제가 그런 일을 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가장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첨단기술 산업 중심으로 대전환할 것이고, 핵심은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라고 밝혔다. 지역 균형 발전 구상으로는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아 서울과 지방이라고 해 봤자 중국에서 성과 성 사이를 움직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거리상으로는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는 차이가 크고 수도권에 자원이 몰렸다. 이를 대대적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지방 중심의 정책을 편다는 점이 여러분이 앞으로 경영상 투자 결정을 할 때 하나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기업군 내에서도 공정한 룰을 철저히 확보해 중소기업이 차별받지 않고 보호받도록 하겠다"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도 많이 쓰겠다. 이 역시 투자에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건희 징역 1년8개월…알선수재 유죄, 주가조작·정치자금 무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것은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주가 조작 의혹으로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약 5년 9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몰수와 함께 1281만5000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4800여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여사가 받는 세 가지 혐의 가운데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움직임을 인지했을 가능성, 즉 '미필적 인식'은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주도하거나 공모한 '공동정범'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주가조작 세력 중 누구도 김 여사에게 범행 내용을 직접 알렸다고 진술하지 않았고, 김 여사가 시세조종 구조를 명확히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또 2022년 대선 전후 명태균 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2억74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의뢰했다는 증거가 없고, 묵시적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실시 여부와 공표 대상은 명 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했으며, 김 여사는 단순한 배포 대상자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가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특검의 구형보다 크게 낮아졌다.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서는 특검이 기소한 세 차례의 금품 수수 가운데 2022년 7월에 이뤄진 샤넬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김 여사가 통일교 측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경제·문화적 업적들이 훼손되지 않게 작업 중"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는 상대방의 청탁을 인식하고 알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2022년 4월에 수수한 샤넬백에 대해서는 “대선 승리 등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 대화에 그쳤다"며 구체적인 청탁이 오갔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고 무죄로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솔선수범 못할 망정 반면교사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을 해하는 부패는 금전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금품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다"며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것도 유리한 양형 사유"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헌정 사상 역대 영부인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가 됐다. 이로써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 모두 실형 선고'라는 불명예도 함께 안게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앞서 체포 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여사는 별도의 구속 집행 절차 없이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전망이다. 이날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도, 국민과도, 법 상식과도 동떨어진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V0'라 불리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히 주가조작·공모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해 “재판 결과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며 “김건희 씨가 자본시장을 조작하여 8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명확한 증거가 넘침에도 주가조작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시세조종 행위는 인지했더라도 공동정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말은 윤석열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특검의 즉각 항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지방선거 개헌’ 외치던 李 대통령…“화장실 갈때·나올때 마음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1호 국정과제였던 헌법 개정이 여야의 무관심 속에 집권 8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의 출발선으로 꼽히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1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도 점점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12·3 내란 사태 전후 대통령 권한 축소 등 권력 구조 개편, 지방자치 강화 등을 명분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우선 대통령 권한을 축소·분산하는 개헌을 통해 불법 계엄의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된 현행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헌을 공약했고,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각각 제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개헌은 주요 국정 의제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9월에는 국정기획위원회가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제시하며 대통령 4년 연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의 국회 이관, 대통령 재의요구권 제한 등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 방향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이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4월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일정표도 내놨다. 하지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현재까지 출범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개헌 국민투표의 전제 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역시 11년째 답보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현행 국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개정 시한(2015년 12월31일)은 이미 한참 지났다. 22대 국회에서 김영배·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나 공청회는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나섰다. 우 의장은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해 왔다고 밝히며, 신속한 입법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26일에는 홍익표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국민투표법이 방치돼 있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국민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논의가 잘 이뤄지면 6월 지방선거에서 원 포인트 개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지난 7일 국민투표법 개정 간담회를 열고 “합의 가능한 것까지 담는 최소 수준의 개헌으로 첫발을 떼자"며 단계적 개헌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도 “40년 가까이 묵은 과제, 개헌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하다"며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맞춰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헌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이 제시한 일정은 '1월 개헌특위 구성'→'2월 특위 출범'→'3월 국민투표법 개정'→'4월 개헌안 본회의 상정'→'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시간표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개헌에 대한 관심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헌을 꺼내는 것 자체가 다소 뜬금없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상으로 보더라도 이번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기보다는, 선거 이후 정치 구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예컨대 다음 총선 전에 개헌안을 마련해 총선과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고, 이후 2030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당면한 정치 현안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사법·검찰·언론 등 3대 개혁과 내란·김건희·채상병 등 3대 특검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국면에서, 개헌 이슈가 모든 정치 현안을 흡수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내란이나 사법·검찰개혁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3대 개혁 완수는 타협 불가한 시대정신"이라며 “개헌 논의는 이 과제들이 매듭지어질 때가 적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쌍특검'(통일교·공천 헌금 의혹) 요구를 정국 전환의 계기로 삼은 국민의힘은 밖으로는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28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 '쌍특검 수용 촉구'를 위한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투쟁에 돌입했다. 당 내부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며 내홍이 거세다. 야권 관계자는 “당내 정비도 마무리되지 않아, 개헌은 사실상 테이블에 올리기 어려운 주제"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가운데, 조국혁신당 등 소수 정당만 개헌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 대통령에게 '지방 균형 발전 조항'을 지방선거 전에 헌법 1조에 담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조 대표는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는 지방 분권, 지역 균형 발전 그런 조항을 헌법 1조에 넣는 그런 원포인트 개헌은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임기 후반부 들어서야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 대통령 역시 지금은 개헌할 시기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과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고, 이후 2030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일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주기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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