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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조원’ EU 무기 대출기금 ‘바이 유러피안’ 방점…현지합작 K-방산은 ‘기대’

유럽연합(EU)이 200조원대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 마련에 뜻을 모아 역내 생산 제품을 우선 도입한다는 기조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전날 1500억유로(한화 약 236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다음주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승인이 나면 이는 시행이 확정된다. 이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거나 각국의 무기고 비축을 목적으로 방산 물자 공동 구매를 추진하는 역내 회원국에 EU 예산을 담보로 대출금을 지원해주기 위한 자금 지원 계획이다.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 규정 초안에는 'EU 가입 신청국과 후보국,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도 공동 구매 참여를 허용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면서도 완제품 가격 대비 최소 65% 수준의 부품이 유럽 자유무역협정(EFTA) 권역 또는 우크라이나 생산품이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문구는 방산 물자의 부품 중 EU 지역 밖에서 수급해온 비율은 35%를 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사실상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규정은미국 등 역외 방산 기업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유럽 내 방위 산업 자립과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집단 안보 위협에 직면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무기 생산 역량을 키우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 유럽 방산업계는 오랜 기간 평화 속에서 미국 안보 우산에 의존해왔다. 또 환경·사회·지배 구조(ESG)가 강조된 10여년 간 투자를 받지 못했고 대량 생산 인프라 증설과 표준화 모두 실패했다. 생산 능력은 수요 급증을 따라가지 못해 비근한 예로 탄약·장비 등 기본적인 무기조차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수년 간 유럽 방산 조달의 70% 이상이 미국 등 역외 기업에 집중됐고, 유럽 내 생산 역량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폴란드·루마니아를 위시한 동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EU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의 규정상 단순 수출 방식으로는 대형 공동 구매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EU가 역내 방산 기업들의 이익을 우선했고, 관련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지에 법인과 생산 설비를 구축한 국내 방산 기업들이 이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앞서 영국의 기동 화력 플랫폼(MFP) 입찰과 스웨덴의 전차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A2와 현대로템의 K-2는 각각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KMW)의 RCH 155과 레오파르트 2에 밀려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 무기를 사주는 게 관례여서 탈락한 것"이라며 “유럽의 터줏대감인 독일의 외교력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예견된 수순일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우리 정부는 EU와 작년 11월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여서 오히려 원칙적으로 자격 요건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은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등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K-2 전차 △K-9 자주곡사포 △천무 다연장 로켓 등은 현지 생산·조립을 통해 유럽 내 부가가치 비중을 높이고, 납기 준수로 신뢰를 쌓고 있다. 방위사업청도 EU·NATO와의 공급망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윤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브뤼셀 무역관은 “유럽의 재무장 기조에는 다소 제한이 따르긴 하지만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를 제공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EU 내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 등 다양한 산업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현지 규범과 조달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KF-21 양산기 최종 조립 착수…내년 하반기 공군 납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 양산 1호기의 최종 조립 단계 착수 행사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최종 조립 착수는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의 최초 양산 계약 체결 이후 △전방 동체 △주익 △중앙 동체 △미익 등 주요 부품의 개별 생산과 동체 결합을 마친 데 이은 단계다. 조만간 양산기는 본격적인 지상과 비행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고, 2026년 하반기 1호기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 체계 개발 사업은 노후화된 F-4와 F-5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에 부합하는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방위 산업 프로젝트다. KAI를 비롯, 국방부·방위사업청·합동참모본부·공군·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주요 기관과 600여 개 국내 협력사가 참여해 국산화율 65%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항공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F-21은 2022년 7월 시제기 비행 시험을 시작으로 공중 급유, 공대공 무장 발사 등 다양한 임무 수행 능력을 입증하며 임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AI는 지난 40여 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KF-21의 임무·비행 제어 컴퓨터와 AESA 레이더 등 핵심 항공 전자 시스템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차재병 KAI 부사장은 “KF-21 체계개발사업은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들의 협력 덕분에 양산까지 안정적으로 올 수 있었다"며 “빈틈 없고 완벽한 공정으로 적기 납품을 위해 전 구성원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헌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도 “KF-21의 성공적인 양산과 전력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업체-협력사 간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분기 영업익 5608억원…전년 동기비 3060%↑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 방산 수출 증가와 한화오션의 자회사 편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3060% 증가했다. 사업별로 보면 지상 방산 부문은 매출 1조1575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7%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특히 유럽향 K-9 자주곡사포, 천무 다연장 로켓의 수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 견인에 한 몫을 했다. 항공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4% 늘어난 5309억원, 영업이익은 43% 증가한 36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방산 부문 수출 증대로 매출 6901억원, 영업이익 582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상선사업부의 LNG선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되며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방산 3사의 역량을 결집된 통합 솔루션을 제시해 해외 사업을 본격화 할 것"이라며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 투자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기습 유증 배경두고 논란 계속…주주 설득이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3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갑작스레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시점과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화 오너 일가의 승계와 연관됐다는 의심과 함께 주주 희생을 수반하는 유상증자로 직행했다는 비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융감독원이 두 차례 “정보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을 요구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최초 3조6000억원이던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 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메우기로 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28일 마무리됐다. 29일 공시를 보면, 한화에너지가 약 1236억원(16만3037주), 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2883억원(38만419주),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8881억원(117만1584주)을 각각 투입했다. 해당 금액은 지난 3월 각 회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오션 지분을 넘기고 받은 금액과 똑같다. 최근 3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규모 수주로 인해 장부상 부채로 잡히는 선수금이 크게 늘었다. 그러면서 부채비율도 따라서 늘었고 외부에서 재무구조 악화 신호로 해석한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설명했다. 방산회사에서 재무건전성으로 평가하는 신용등급은 수주를 위한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무기는 1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맺기 때문에 방산회사는 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저리에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산 영업 주체인 당사 별도 기준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393%로 연말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운전자본 증가 및 신규 수주 선수금 등 부채 증가 요인이 상존해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한 시기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맞물려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증자가 끝나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81.3%에서 213.7%로 낮아져 재무안정성 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81%에서 2023년 말 317%로 늘었다. 작년 말에는 한화오션 연결 편입 효과로 281%까지 낮아졌다. 다만, 부채 내용을 뜯어보면 이른바 '착한 부채'로 불리는 선수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부채 약 31조9725억원 중 선수금이 13조6479억원(42.7%)이다. 선수금은 지난해 7조3322억원에서 1.8배 늘었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하지만, 회사가 갚아야 할 돈은 아니다. 회사가 약속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로 전환된다. 즉, 선수금은 다른 부채처럼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선수금이 사라지면서 매출로 기록되니 기업의 손익을 좋게 만든다. 오히려 회사의 단기 유동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27일 수출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입은행에서 대출한 총액은 2조3199억원이다. 그중 80%가 이행성 보증(RG) 형태다. 이행성 보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수출입은행이 발주처에 대신 지급하겠다고 확약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필수적인 금융이다. 일반 대출에 견줘 리스크와 이자율이 모두 낮다. 수출 관련 대출 2024억원, 수입 관련 대출 1000억원 등 실제 현금성 자금 조달은 4639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 부채비율 등을 고려할 때 대출 한도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은 10년째 'AA-'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화에어로 신용공여 한도는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유상증자를 택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14일 열린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설명이 없다"면서 “한화가 3조원을 유상증자 할 수 있다는 것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본 조달 방법에서 증자는 후순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했다. 이때 보유하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소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3750억원이었다. 한화오션 지분 취득을 위해 94.5%를 쓴 것이다. 그 후 갑작스레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주들이 발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자금은 그룹 계열사에 쏟아붓고, 정작 한 달 뒤에 투자자금이 부족하다고 주주에게 손을 벌린 탓이다. 설령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더라도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결정이 필요하더라도 주주를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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