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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하반기 수출 더 나빠…상저하저 흐름”

하반기 수출도 통상환경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부진이 이어지며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2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3.8% 줄어든 3355억달러, 수입은 2.1% 감소한 3132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약보합 수준(-0.6%)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에는 부진이 더욱 심화돼 올해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총 2.2%(△151억 달러) 감소한 668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미만 감소(-0.9%)에 그쳤지만, 반도체(1~5월 11.4%)를 제외하면 감소 폭이 무려 3.8%에 달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 인상 대상 품목인 자동차(-2.5%), 자동차부품(-6.1%), 철강(-5.6%) 등의 수출 부진과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21.5%), 석유화학(-10.6%)의 감소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미 수출(-4.4%)이 급감하면서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작년 4%에서 올해 3.4%(1~4월 기준)로 0.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하반기에도 상호관세 유예(~7/8, 현지시간) 만료 등 대외 무역·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올해 세계경제 회복세가 2% 중반에 머물고, 연내 세계교역은 역성장(WTO -0.2%)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품목별로는 상반기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에는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산업의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IT기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정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도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해외생산·조달 비중 상승 영향으로 7.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7.2%) 역시 美 수입관세 인상과 EU·인도를 중심으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가 강화되면서 수출 부진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석유제품(-19.2%), 석유화학(-4.1%), 일반기계(-3.8%) 등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점쳐졌다. 다만, 디스플레이(6.5%) 수출은 아이폰 17시리즈 전 모델의 국내 기업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채택 등으로 일부 업황이 회복되면서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美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AI, 모빌리티 서비스,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주간 신차] 국가대표 세단의 복귀…기아 신형 K5·K8 출시

기아가 브랜드 대표 세단 K5와 K8의 2026년형 연식변경 모델 'The 2026 K5'와 'The 2026 K8'을 19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번 신차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 선호 사양을 대폭 기본화한 신규 트림 '베스트 셀렉션'의 도입이다. 먼저 중형 세단 K5의 '베스트 셀렉션' 트림은 프레스티지 트림을 기반으로 상품성을 한층 강화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정면),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전진 출차),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재출발), 안전 하차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내 안전구간·곡선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 적용됐다. 또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LED 리어콤비램프, 스웨이드 헤드라이닝, 운전석·동승석 파워시트,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등 고급 편의사양도 기본화해 쾌적한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하이패스 시스템,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 공기청정 시스템, 오토디포그, 레인센서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추가해 상품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1.6 가솔린 터보와 2.0 하이브리드 모델도 각각 다양한 트림으로 운영된다. 준대형 세단 K8의 '베스트 셀렉션' 트림은 노블레스 라이트 트림을 바탕으로 18인치 전면가공 휠, 뒷좌석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다이내믹 앰비언트 라이트, 스웨이드 헤드라이닝 등 내·외장 고급감을 한층 높였다. 여기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스마트 파워 트렁크, 듀얼 스마트폰 무선충전, 동승석 통풍시트, 오토 디포그 등 프리미엄 편의사양과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측방 주차 거리 경고 등 다양한 안전 기능까지 더해 고급 세단의 품격을 완성했다. 특히 K8은 시그니처 트림에 전방·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운전 스타일 연동),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진출입로 지원), 고속도로 주행 보조2(차로변경 보조 포함), 빌트인 캠 2,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지문 인증 시스템, 전자식 차일드락, 후석 승객 알림(센서 타입)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기본화해 상품성을 더욱 강화했다. 파워트레인은 3.5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하게 운영된다. 기아는 신차 출시를 기념해 7월 말까지 K5·K8 베스트 셀렉션 트림을 출고하는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에게 각각 10만원(K5), 15만원(K8) 상당의 '기아 샵' 온라인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또한 K8 출고 고객에게는 1년 이내 차량 외관 손상에 대해 복원 및 교체를 보장하는 'K스타일케어' 서비스도 추가로 지원한다. 기아 관계자는 “고객 선호 사양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베스트 셀렉션 트림을 새롭게 추가해 고객 선택권을 확대했다"며 “강화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세단의 가치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made in 차이나 쓰나미④] 수입차·PB제품 ‘알고보면 중국산’···품질 불안감 여전

중국 소비재 기업들은 브랜드를 새단장하거나 국내 유통사와 협업하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프리미엄 모델, 롯데하이마트·쿠팡에서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가전제품도 알고보면 중국에서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대표사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TCL의 자회사인 MOKA는 쿠팡과 협업해 '홈플래닛 43형 TV'를 한국에서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마켓 1위인 쿠팡에서 '로켓배송' 등 혜택을 받으며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삼성·LG전자가 만든 동급 TV의 반값 이하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플럭스' 브랜드 제품 대부분도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43인치 이동형 TV, 75인치 4K TV 등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에서 만든 '일렉트로맨'이나 '노브랜드' 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이 월마트 PB 등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던 '성공 방정식'을 한국에서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가전보다 가격대가 더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테슬라는 '모델 Y' 등 주력 제품 대부분을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볼보와 폴스타 역시 S90 등 최고급 차량들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가전기업들이 한국 유통사와 손잡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은 애프터서비스(AS)나 소비자 상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사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실적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노린다. 일부 PB상품의 경우 중국산임에도 무상 AS나 무료 반품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가 눈여겨보는 포인트는 중국산 소비재의 '품질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소형 가전이나 저가 제품은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대형가전과 자동차는 소비자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TV가 화질이 떨어지지만 보다 높은 수준의 해상도를 갖췄다고 '거짓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로봇청소기 브랜드는 해킹에 취약하다거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자동차는 기본적인 조립 자체가 안돼 있는 신차가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까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시승기] 현대차 신형 넥쏘, 5분 충전으로 최대 1천㎞ ‘씽씽’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변경 모델을 7년만에 내놨다. 전작 대비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19일 오전 현대차 '디 올 뉴 넥쏘'를 시승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영종도를 왕복하는 약 100㎞ 구간을 달렸다. 현대차는 신차의 마케팅 포인트로 '친환경성'과 '편의성'을 꼽고 있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무공해차인데 단 5분 충전으로 72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차량을 직접 만나보니 '720㎞'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책정된 숫자였다. 개인 운전 습관에 따라 완충 이후 1000㎞ 이상 주행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기존 수소전기차 구매자들의 최대 고민이 '충전소 찾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상품성 개선이라는 평가다. 탑승 전 신형 넥쏘의 강인한 외관이 눈길을 잡는다. 이전 세대 모델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면 신차는 남성미를 강조한 듯하다. 앞쪽과 옆라인 얼굴을 각지게 만들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포인트는 파란색 번호판과 독특한 모양의 후미등이다. 차량 제원상 크기는 전장(측면길이) 4750㎜, 전폭(앞면길이) 1865㎜, 전고(높이) 1640㎜, 축거(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간 길이) 2790㎜다. 투싼과 싼타페의 중간 수준이다. 실내 공간은 넉넉했다. 연료탱크와 모터 등 배치를 효율화한 덕분에 공간 손실이 많지 않다. 얼핏 봐도 투싼에 버금가는 여유가 느껴졌다. 키 180㎝ 성인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아래 공간이 매우 넉넉했다. 머리 위는 다소 답답한 느낌이 있었지만 세단과 비교하면 확실히 탁 트인 느낌이 있다. 디자인은 최근 나오는 형제 차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억지로 구현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에 든다. 트렁크 기본 적재용량은 510L를 제공한다. 이전 세대 모델 대비 49L 늘어난 크기다. 2열을 접을 경우 공간을 1630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달리기는 안정적이다. 수소차는 수소를 연료로 쓰는 전기차다. 연료전지 '스택'에 수소와 산소가 공급되면 전기가 생성되고 물이 배출되는 방식이다. 넥쏘 경쟁력은 현대차가 만드는 전기차 상품성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7년여간 '아이오닉' 시리즈가 쌓아온 기술력이 디 올 뉴 넥쏘에도 대거 적용됐다는 얘기다. 일단 효율성이 개선됐다. 현대차는 '5분 충전으로 720㎞ 주행 가능'이라는 문구를 쓰고 있는데 이는 산업부에 신고한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8인치 기준 107.6㎞/㎏인데 실주행 중에는 대부분 상황에서 120㎞/㎏ 이상 실연비가 표시됐다. 흐름이 원활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속도를 줄이고 최대한 연비만 신경 쓴 주행을 할 경우 효율이 160㎞/㎏까지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속과 고속 주행 성능을 체험하며 왔다. 최종적으로 97㎞를 1시간50분 동안 달린 결과 실연비는 155㎞/㎏이 찍혔다. 속도감은 완전히 달라졌다. 1세대 넥쏘의 단점 중 하나는 고속 구간에서 가속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제한속도는 170㎞/h이 넘지만 사실상 140㎞/h가 넘기기 힘들었다. 신모델은 최고 모터 출력이 150㎾로 개선돼 확실히 강력해졌다.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의 출력은 94kW, 고전압배터리의 출력은 80㎾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7.8초다. 첨단 안전 사양이 대거 추가됐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9에어백 시스템 △다중 충돌 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들어갔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 기존 차량에 적용된 사양들도 대부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넥쏘 구매자들은 수소 잔량이 부족할 때 100㎞까지 견인을 돕는 '긴급 딜리버리' 서비스를 5년간 연 2회씩 이용할 수 있다. 2년 간 수소충전비를 최대 55%까지 지원해주는 '수소충전비 지원 혜택'과 기존 넥쏘 인증중고차 판매 후 신형 넥쏘 구매 고객에게 300만원 할인을 지원해주는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신형 넥쏘는 패밀리차로 이용하기 충분해 보였다. 환경을 지키는 노력에 동참하면서 연료비 부담까지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매력도 있다. 현대차 디 올 뉴 넥쏘의 가격은 8644만~8435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은 2250만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700만~1500만원 정도가 나온다. 일부 고객은 3000만원대에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치고오는 中, 멀어지는 美…韓 완성차 위기감 고조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경쟁국인 중국의 수출 증가란 이중고에 직면했다. 중국 전기차의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의 수출은 미국의 25% 관세에 막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던 한미 정상회담도 무산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5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62억1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도 2.5% 줄었다. 수출 물량 역시 5월 기준 24만7577대로 3.1% 감소했고, 1~5월 누적 수출도 3.8% 줄었다. 이 같은 감소는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이 27.1% 급감한 영향이 컸으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중동, 오세아니아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줄었다. 반면, 아시아(45.1%), 아프리카(43.7%), 중남미(42.3%), 기타유럽(30.9%), EU(28.9%)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크게 늘었으나, 미국 시장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산업부는 대미수출액 감소에 대해 “관세부과와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대해 '25% 품목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설상가상, 미국 수출 관세 문제 해결의 유일한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이 최근 돌연 연기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자동차 관세 등 핵심 통상 현안 논의가 미뤄지면서, 업계는 불확실성 속에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17일 대한민국 대통령실은 캐나다 G7 정상회의 기간 열릴 예정이었던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 첫날인 16일(현지시간) 중동 사태를 이유로 갑자기 일정을 앞당겨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정상회의를 통해 대미관세 협상을 하려했지만, 영국을 제외하고 성과를 얻은 국가는 없었다. 영국은 자동차 연간 10만대를 할당량으로 정해 기존 25%보다 낮은 10%의 수출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 한미 정상회담 일정도 아직 미정이다. 업계에선 오는 24~25일 열리는 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확실하진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이 대미관세로 인해 신음하는 가운데 자동차 경쟁국인 중국에선 회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체리차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자동차 박람회에서 올해 1∼5월 작년 동기 대비 1.99% 증가한 44만3940대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체리차는 이달 말 누적 자동차 수출 500만대를 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 기록이다. 게다가 2003년 수출을 시작한지 22년 만에 달성하는 대기록이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다인 260만4000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4800억 위안(9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체리차는 현재 120개 지역에 진출한 상태다. 내수에만 강하다고 여겨졌던 중국 브랜드의 해외 선전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수출이 어려워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이 절실한 상황인데, 중국 자동차들이 널리 퍼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밥그릇을 뺏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동남아 등 신흥시장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국 자동차와 가격대가 비슷한 KG모빌리티 등 국내 중견 완성차 기업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할인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해외 수출에서는 다양한 혜택과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등 국내 업체들은 이런 시장 환경에서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 中전기차 ‘저가 공세 자충수’ 노린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심각한 과잉생산과 극단적인 가격 경쟁에 빠지면서 휘청이고 있다.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가 기업들을 모아 “과도한 할인 행위를 자제하라"고 권고를 내릴 정도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중국 전기차의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생산량이 판매량을 2배 넘게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중국 친환경차(전기-하이브리드차) 예상 판매량은 1600만~1700만대인데 생산량 예상치는 약 3600만대다. 이미 중국 전기차 공장의 가동률은 50%까지 떨어졌고 BYD 등 1, 2위 업체를 제외하면 전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후발 주자임에도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주축으로 급속도로 보급을 확대했다. 특히 중국 시내에서는 내연기관차를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랐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BYD는 2년 연속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반에 급증했던 전기차 수요만 믿고 과도하게 생산량을 늘렸지만, 수요가 정체되면서 재고가 부메랑이 돼 출혈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며 내수 시장 잡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제살 깎기'에 그치고 있다. BYD는 일부 모델을 34%까지 할인 판매했고 체리자동차는 자사 모델 전기차를 최대 47% 저렴하게 팔았다. 자동차 업계 평균 이익률이 1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고 자동차를 판매한 셈이다. 과잉생산과 치열한 경쟁의 여파로 이미 체력이 약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에만 16개 신에너지차 브랜드가 시장에서 퇴출됐고,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렸던 지웨자동차는 2023년 11월부터 생산과 매장 운영을 중단했다. 그나마 BYD는 높은 판매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BYD가 협력사에 지급하지 않은 어음이 40조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대금 결제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BYD는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 기한을 6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중국 정부는 주요 전기차 업체 경영진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과도한 할인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가 저가 공세를 지속하면 시장 점유율은 늘릴 수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만약 시장 점유율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재고가 계속 쌓이면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과잉 생산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 등 수출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장은 국가 간 무역 전쟁으로 사실상 닫혔고, 가장 가까운 일본과 한국도 여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에서 과도한 할인에 대한 제재를 걸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의 극단적인 저가 공세는 어려워 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과잉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 시장은 사실상 닫혔고, 일본·한국 등도 진입 장벽이 높아 탈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BYD의 할인 공세가 해외로 확산되면, 한국과 유럽 등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오를 수 있지만 미국·유럽은 관세 장벽이 있어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국차를 꺼리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대봤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서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탄탄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침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급증하며,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는 2025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8.4%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이 오히려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기능과 품질에서 우위를 가진 현대차그룹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을 병행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BYD처럼 전기차에만 집중한 기업은 경영난에 처할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가 늦어질수록 오히려 유리한 입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KG모빌리티, 수출·친환경차 앞세워 ‘실적 반등’ 시동

KG모빌리티(KGM)가 경영 정상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KGM은 유럽 수출 강화와 하이브리드, EREV 등 친환경차 적극 확대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브랜드로 거듭날 방침이다. 17일 KGM은 경기 평택시 본사에서 곽재선 회장, 황기영 대표이사, 노동조합 노철 위원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기자, 애널리스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GM FORWARD'를 열었다. 행사는 KGM이 지난해 8월 신규 슬로건 'Enjoy with Confidence'와 브랜드 전략 '실용적 창의성'을 공개한 데 이어, 중장기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곽재선 회장은 “2년 10개월간 회사의 아픔과 어려움을 진단했고, 이제는 치료를 시작할 때"라며 “구성원·고객·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KGM은 지난해 적자 탈피에 이어 올해는 본격 성장모드에 돌입한다. KGM은 쌍용차 시절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매년 기록해왔다. 그러다 2022년 KG그룹 편입 이후 토레스의 흥행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황기영 KGM 대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2년 KG그룹 편입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2023년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완성차 12만7000대, 매출 30% 성장, 영업이익 1729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KGM은 수출 비중도 6:4에서 7:3으로 확대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KGM은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토레스 EVX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튀르키에, 이집트, 이스라엘 등 주요 핵심시장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두바이, 리비아, 시리아, UAE, 필리핀, 에콰도르 등 신흥시장도 개척해 총 73개국의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더불어 페루, 인도네시아, 알제리,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맞춤형 차량 공급 및 KD 산업, 국민차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돋보인다. KGM은 지난해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대형 SUV 개발과 첨단 기술 협력도 본격화했다. 이전엔 전기차 글로벌 1위 BYD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만들기도 했다. 수출과 더불어 KGM이 강조한 것은 '친환경차'다. 비단 하이브리드, 전기차뿐만 아니라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인 EREV까지의 확장을 강조했다. KGM은 충전의 번거로움 없이도 전기차 수준의 성능과 효율을 구현한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를 콘셉트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KGM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국내 최초 1-P3 구조의 듀얼모터 변속기(eDHT) 183kWh급 대용량 배터리 A15가지 최신 연비 기술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으로 구성돼 도심에 최적화된 고효율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eDHT(e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는 EV, 직/병렬 HEV, 엔진 구동 모드 등 9가지의 운전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 구동 시스템으로, 정숙하고 부드러운 도심 주행 및 즉각적인 토크 반응, 우수한 연비 실현이 가능하다. 권용일 기술연구소장은 “최대 출력 듀얼코어, 최대 용량 하이브리드 배터리, 최고 효율의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등으로 EV 주행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EREV, PHEV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KGM은 신차 계획도 공유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액티언 하이브리드' 출시를 예고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의 도심 연비(15.8km/ℓ, 20인치 타이어 기준)와 3,700만 원대의 합리적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또 중국 체리사와의 첫 공동 프로젝트인 'SE10' 출시도 언급했다. SE10은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F100'에 'T2X 플랫폼'을 적용해 내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중이다. 또도 무쏘 브랜드를 중심으로 파워트레인 별 풀 라인업을 완성하여 픽업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다목적 차량(MPV)' 등 신규 세그먼트에 진입함으로써 시장 니즈에 적극 대응한다. KGM은 신차 7종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트렌드와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곽정현 사업전략 부문장은 “올해 하반기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 무쏘 스포츠/칸 2.0 터보 가솔린 모델, 하이브리드 MPV 모델 등 다양한 신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기아차, 美충돌평가 ‘가장 안전한 차’ 2년연속 최다  선정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동차 안전 평가에서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를 최다로 배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기아 K4 등 3개 차종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에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IIHS는 충돌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차량에 TSP+ 등급을, 양호한 성적을 거둔 차량에 TSP 등급을 각각 부여한다. 이번 IIHS 충돌평가에서 TSP 이상 등급을 받은 현대차그룹 차종은 △현대차 7개 △제네시스 5개 △기아 3개 등 총 15개다. 이는 일본 완성차인 마쯔다(8개), 혼다(7개) 등을 누르고 글로벌 자동차 그룹 기준 최다 선정 기록이다. 올해 TSP+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투싼 △싼타페 △GV60 △GV70 △GV70 전동화 모델 △GV80 △EV9 △텔루라이드 등이다. 제네시스 G90는 TSP 등급에 선정됐다. 지난해 평가에서도 총 22개 차종이 TSP+ 및 TSP 등급을 받은데 이어 이번 수상으로 현대차그룹은 2년 연속 '최고 안전 차'의 신뢰와 위상을 과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매년 강화되는 IIHS 충돌 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의 다수 차종이 우수한 성적을 거둬 매우 자랑스럽다"며 “첨단 연구와 설계·기술로 고객에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과 품질을 갖춘 차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중동戰 불똥 고유가에 車산업도 ‘비상등’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와 운송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자동차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5일 오후 7시(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3.7%(2.72달러) 급등한 배럴당 75.6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도 4.94%(3.67달러) 급등한 배럴당 77.90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이란의 미사일 보복 등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두 나라 모두 추가 대규모 공격을 경고해 중동지역 전쟁이 국제유가 및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300만 배럴을 넘고, 수출량도 200만 배럴에 달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는 이란 의회의 발언까지 나와 유가시장에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그룹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중동발 고유가 급등 움직임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든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수급 구조상 유가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원가 상승, 소비 위축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고유가는 기업의 생산비 부담을 증가시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달성할 경우 자동차 산업은 1.4%의 원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 만약 최대 전망치인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경우 자동차 업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문제는 원가가 올라도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 완성차 가격을 쉽게 인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차량 제조사들은 수익성을 희생하며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또한, 고유가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킨다. 이는 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 구매를 미루게 만드는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구매심리 회복은 유가 안정과 공급망 정상화 등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국내 소비자물가는 0.85%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특히, 자동차 판매는 유가 1% 상승 시 0.68% 감소해 내수와 수출 모두 위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L당 9.46원 오른 1705.98원을 기록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 내연기관차 구매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다. 소비자들은 차량 유지비 상승을 우려해 신차 구매를 미루거나, 연비가 좋은 차종 또는 대중교통으로 이동 수단을 전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높은 기름값에 전기차 구매 확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완성차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데다, 전기차의 경우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 비싸서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한국은 원유와 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업계·기관이 원팀으로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차 vs. 車] 美 인기 대형SUV 한국 상륙…비슷한듯 다른 매력 ‘뿜뿜’

유럽과 일본의 대형 SUV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서 먼저 진가를 발휘한 폭스바겐 '아틀라스'와 혼다 '파일럿'이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이 넓은 실내 공간과 패밀리카에 특화된 편의 사양, 그리고 검증된 주행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아성이 굳건하다는 점에서 두 수입차 브랜드의 대형 SUV의 도전에 완성차 업계 및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폭스바겐 아틀라스와 혼다 파일럿 두 모델을 직접 시승해 보고 체감한 생생한 차이점을 항목별로 정리해 본다. 폭스바겐 신형 아틀라스는 동급 최대(전장 5095mm)의 차체와 웅장한 R-Line 패키지로 대형 SUV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외관은 '골프' 등 기존 폭스바겐 모델의 패밀리룩을 계승해 친숙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실제로는 덩치가 크지만, 팰리세이드 등 경쟁 모델에 비해 시각적으로는 덜 육중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BMW X5, X7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블랙 컬러와 20인치 블랙 휠, 대형 혼다 엠블럼 등으로 중후함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강조한다. 3열 창문이 크게 설계돼 개방감이 뛰어나고, 전면부의 레이더와 워셔액 장치 등 디테일도 눈에 띈다. 아틀라스의 실내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인상적이다. 과도한 럭셔리 대신 실용 위주의 구성으로 부담이 적고, 2열 선쉐이드와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 적용돼 개방감이 탁월하다. 7인승(2+3+2)과 6인승(2+2+2) 중 선택 가능하며, 2열 캡틴시트가 적용된 6인승은 가족 단위 패밀리카로 활용도가 높다. 아틀라스는 전장 5095mm, 전폭 1990mm, 전고 1780mm로 동급 최대 크기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3ℓ, 3열 폴딩 시 1572ℓ, 2열 폴딩 시 최대 2735ℓ로, 완전 평평한 바닥이 가능해 캠핑·레저에 적합하다. 혼다 파일럿의 실내는 블랙과 레드 포인트로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2열 중앙 보조 시트 탈부착으로 7~8인승 구성이 자유롭다. 파일럿은 전장 5090mm, 전폭 1995mm, 전고 1805mm, 휠베이스 2890mm로, 2열·3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해 성인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7~8인승 구성이 자유롭고, 풀플랫 차박 공간이 강점이다. 곳곳의 대형 컵홀더와 수납함, 블랙 에디션 로고 등 디테일도 강점이다. 아틀라스는 12인치 터치스크린,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무선 스마트폰 연동, 앰비언트 라이트(30색), 3존 에어컨, 12스피커 하만카돈 오디오 등 첨단 사양이 풍부하다. 모든 버튼이 터치식으로 통합돼 시각적으로는 깔끔하지만, 실제 주행 중 조작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오토홀드(브레이크 자동 유지) 기능이 빠져 있다는 점은 직접 시승에서 체감되는 아쉬움이다. 정차와 출발이 잦은 도심 주행 환경에서 오토홀드의 부재는 분명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파일럿은 10.2인치 계기판,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화가 이뤄졌고,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충전, 6개 USB 포트, 물리 버튼 기반 공조 시스템 등 직관적이고 편리한 구성을 자랑한다. 특히 블랙 에디션에는 보스(BOSE) 12 스피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풍부하고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실제 동승자도 “내가 타본 차 중에 오디오 품질이 제일 좋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두 차량 모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기본 적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지만, 세부 기능과 사용성에서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아틀라스는 2.0L 터보 가솔린(273마력, 37.7kg·m)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4모션 AWD를 조합했다. 실용 영역(1600~4750rpm)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돼 대형 SUV답지 않은 경쾌함과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준다. 고속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 트레일러 히치 기본 장착으로 견인(2268kg)도 가능하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3.5L V6(289마력, 36.2kg·m)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강력한 힘과 부드러운 가속, 풍성한 배기음이 특징이다. 전자식 4WD, 다양한 주행모드(스포츠·에코·스노우)로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서의 효율성(13.3km/L)도 만족스럽다. 아틀라스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을, 파일럿은 강력한 배기량을 통한 역동적이고 강력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아틀라스는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대형 SUV답게 넓은 공간, 첨단 편의사양, 평탄화 적재공간, 무난하고 편안한 주행감이 강점. 대형 SUV 운전에 부담을 느끼는 운전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다만 오토홀드 기능의 부재는 분명한 아쉬움이다. 파일럿은 강력한 V6 엔진, 실용적이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차박 등 레저 활용성, 8인승까지 가능한 유연한 시트 구성, 다양한 주행모드와 함께,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돼 탁월한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 두 모델 모두 미국식 대형 SUV의 장점을 극대화해 한국 패밀리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공간, 실용성, 주행성능, 가격 등 소비자 취향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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