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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재 다 이겨도…中 법 앞에선 무용지물

“국제중재도, 한국 법원 판결도 이겼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국산 게임 지식재산권(IP)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싼 위메이드의 중국 내 로열티 분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위메이드는 싱가포르 국제중재소(ICC)와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모든 주요 분쟁 사건에서 승소했지만, 정작 중국 법원에서는 중재 판정의 집행이 지연되거나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1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성취게임즈, 절강환유, 지우링 등 중국 게임사들과의 '미르의 전설2' 관련 국제 중재 판결 내용과 그간의 법적 대응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위메이드는 “수조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판결을 확보했지만, 중국에서는 지금도 제대로 된 로열티 수령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2001년부터 중국 게임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르의 전설2' IP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중국 파트너는 성취게임즈(구 상다게임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로열티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고 위메이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 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는 2023년 6월, 위메이드가 성취게임즈와 그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 사건에서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줬다. 판정부는 성취게임즈에 약 15억 위안(한화 약 3000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고, 액토즈에게도 이 중 절반인 7억 위안(약 1500억원)을 연대 책임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보다 앞서 2019년에는 절강환유를 상대로 한 또 다른 ICC 중재에서 약 960억원의 배상 판정이 내려졌고, 2020년에는 지우링을 상대로 KCAB에서 약 3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정도 확보했다. 위메이드 측은 이들 금액을 모두 합치면 “총 3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행이다. 중재 승소 이후 위메이드는 중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집행이 이뤄지지 않거나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 특히 성취게임즈 사건의 경우, 위메이드는 2020년 ICC 판정 이후 중국 법원에 집행을 신청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 지연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가, 2025년 2월 다시 재신청한 상태다. 절강환유 사건은 더 직접적이다. 위메이드는 2019년 7월 중국 법원에서 강제집행 허가 결정을 받았지만, 킹넷(절강환유 모회사)이 해당 자회사의 수익을 모두 외부로 유출해 실집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는 2020년, 킹넷을 상대로 법인격 부인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상하이 고등인민법원에서 이례적으로 위메이드의 청구가 인용됐다. 그럼에도 2023년 8월 발급된 강제집행 결정 이후에도 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위메이드 측은 기자회견에서 “150억원 상당의 가압류 자금조차 중국 법원이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제중재제도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중국 게임사들의 유사한 계약 파기 및 책임 회피 패턴이다. 이들은 대부분 계약 체결 이후 초기 로열티 일부를 지급한 뒤, 게임 매출이 급증하자 로열티를 중단하고 매출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방식으로 자산을 은닉했다. 위메이드가 상대로 삼은 절강환유, 지우링 등의 회사는 모두 중국 상장 게임사인 킹넷 네트워크 또는 그 자회사이며, 실질적인 IP 수익을 얻은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한 법인 분리와 지분 변경 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 법무실 관계자는 “킹넷 측은 지우링의 자산을 판정 전 매각해버리고, 자회사의 매출을 모두 회수한 뒤 책임만 회피했다"며 “이러한 계약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위메이드 측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위메이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게임산업협회 등과 접촉했으나 실질적인 조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위메이드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의 IP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도 계약을 지키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 중국 정부의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요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강제집행 승소를 받았으며,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집행 절차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압류된 자금조차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회수가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태민·강현창 기자 etm@ekn.kr

中 OLED 굴기에 韓 수성 ‘비상’…점유율 격차 매년 줄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강국' 한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패널로 분류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와 자동차용 OLED 등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며 국내 업체들의 수성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주도해온 OLED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한국 81.3%, 중국 17.9%였지만, 2024년에는 한국 67.2%, 중국 33.3%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2년 새 양국 간 점유율 차이는 63.4%p에서 33.9%p로 30%p 가까이 축소됐다. 특히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한국은 75.3%의 점유율로 중국(24.4%)을 크게 앞섰지만, 2024년에는 한국 54.4%, 중국 45.5%로 격차가 8.9%p까지 좁혀졌다. 스마트폰 OLED는 전체 OLED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기준 스마트폰 OLED 매출은 418억1000만달러(약 59조3953억원)로, TV·IT·자동차용 OLED 매출(94억7300만 달러·약 13조4573억원)을 압도했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다면, OLED 전체 시장에서도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하락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약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순위에서 1위 애플, 2위 삼성에 이어 3~7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이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함께 중국산 OLED 패널 채택 비중도 늘리고 있다. 더 큰 위협은 국내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왔던 프리미엄 OLED 시장까지 중국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TPO OLED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저전력 특성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2022년 LTPO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8.5%에 달했지만, 지난해 중국은 25.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OLED 기술력 강화와 대량 양산 체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BOE가 아이폰용 LTPO OLED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BOE는 애플에 LTPO 대비 사양이 낮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만을 공급해왔지만, 공격적인 단가 전략을 앞세워 중저가 라인업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BOE가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일부 한계가 있지만, 애플의 패널 공급처 다변화 정책과 맞물릴 경우 LTPO OLED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독점 구도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차세대 성장 시장인 자동차용 OLED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자동차 OLED 시장은 전년 대비 47.9% 성장해 전체 OLED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노후차 교체를 유도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리, 상하이자동차, 니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수요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동차 OLED 채택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자동차 OLED 점유율은 전년 대비 5.5%p 하락한 76.1%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중국의 추격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기술력이 여전히 한국에 비해 열위라는 평가도 있지만,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OLED 시장 내에서 스마트폰, 프리미엄, 자동차까지 중국의 전방위적인 추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 고도화와 생산 효율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술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문서 스캐너 시장 성장세···日기업, 韓 공략 속도낸다

엡손, 캐논, 브라더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문서 스캐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디지털전환 등 수요가 생기며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엡손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에 문서 스캐너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평판, 휴대용, 급지평판형, 급지형 등 4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B2B 영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엡손은 대표 제품 'ES-580W' 등을 통해 B2C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북스캐너 ES-580W는 책, 문서 등을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험생·학습자에게 한층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e북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에 4.3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돼 PC 연결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엡손은 지난해 국내 문서 스캐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45.8%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캐논의 추격도 거세다. 캐논은 지난 2월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사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단면 기준 분당 50매, 양면 100매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하다. 일 권장 사용량이 최대 9000매에 달해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고객 니즈에 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캐논은 신제품에 스캔 시 백지 용지를 자동 감지해 저장하지 않는 기능, 자동 흑백·컬러 검지 기능, 원고 기울어짐 보정 기능 등을 장착했다. 브라더는 지난해 휴대용 무선 스캐너 2종을 한국에 선보였다. 최소 1.37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캔 속도를 A4용지 기준 최대 30ppm/60ipm으로 높여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스캔 및 저장·공유 작업이 가능하다. 문서 스캐너 시장은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세부적인 특성이 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성장세는 분명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문서 스캐너 시장이 60억1900만 달러(약 8조55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107억6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라고 계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시장 크기는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결은 '디지털전환'이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가 없는) 시대를 맞아 프린터 수요는 줄지만, 반대로 스캐너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 업무가 가속화되며 시장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각종 자료를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경우에도 스캐너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이 예고된 곳이지만 앞으로도 과실은 일본 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프린터 사업부를 HP에 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복합기, 프린터 등으로 유명한 신도리코를 제외하고는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체 기술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캐너 시장은 성장성이 보인다 해도 이미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아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이미 확보해둔 (일본) 업체들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미반도체는 어떻게 ‘슈퍼 을’이 됐나

한미반도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용 장비인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를 상용화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업 구조를 통해, 공급사임에도 고객사의 후공정 생산공정에 깊이 관여하는 '슈퍼 을'로 불려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신규 TC본더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가 대응 차원에서 가격 인상과 엔지니어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급히 한미반도체 달래기에 나섰다고 전해지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미반도체가 '슈퍼 을'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구조는 일반적인 벤더-클라이언트 관계와 크게 달랐다. SK하이닉스가 주요하게 생산하는 HBM은 고성능 AI 연산용 반도체다. 열과 전기적 연결을 모두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이도 공정이 요구된다. 여기에 쓰이는 TC본더는 기존의 와이어 본딩(Wire Bonding) 방식과는 달리, 다이(die)와 인터포저(interposer)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정밀하게 정렬 압착하는 장비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장비 개발과 공정 세팅, 양산 품질 확보까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016~2017년 사이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HBM용 TC본더를 시장에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2년 이상 SK하이닉스 후공정 Fab 내에 엔지니어를 상주시켜 실시간 공정 지원과 품질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고객사의 사양 변경 요구를 수시로 반영하고, 장비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정하는 등 일반적인 공급사 범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개발한 TC본더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공정 정밀도가 높고, 라미네이션 오차가 ±3μ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층 구조의 HBM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적 오차를 줄여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1년 HBM2E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HBM3, HBM3E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면서도 TC본더는 계속 한미반도체 제품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현재도 SK하이닉스는 HBM 공정에서 대부분 한미 TC본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정 연속성 차원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기술적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수치로도 이 구조는 드러난다. 한미반도체의 2024년 TC본더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 5589억원 중 약 85%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향 공급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5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5.7%에 달했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전용의 맞춤형 장비 개발과 품질 안정화 작업을 수년간 단독으로 수행하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고객사의 공정운영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가 Fab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전형적인 '슈퍼 을' 구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특정 장비사에 대한 의존을 지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은 HBM3E 라인 구축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를 포함해 ASMPT(싱가포르), K&S(미국) 등 최소 3개 업체와 동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는 특정 벤더에 기술 조건을 좌우당하지 않고, 라인별·세대별로 최적 장비를 선택하려는 전략이다. TSMC는 BESI, ASMPT, K&S 등 복수 장비사와 협업해 패키징 공정 장비를 다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oIC(3D 패키징) 공정에서는 장비 개발 단계부터 복수 업체에 기술을 공유하고, 병렬 테스트 후 성능이 가장 우수한 장비를 도입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세메스를 비롯해 일본 신카와, 토레이 등과 거래하며 멀티 벤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독립성과 가격 협상력 확보를 위해 독점 구조보다는 다원화된 공급망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2024년 말부터 ASMPT, 한화세미텍 등 복수 벤더로부터 TC본더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2025년 초 SK하이닉스로부터 약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공급 조건 조정을 요구하며, 기존 장비 단가를 인상하고 공정에 상주하던 엔지니어를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고위급 임원이 직접 한미반도체 측을 만나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멀티 벤더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도 고객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큰 고객사의 공급다변화를 비판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모델은 2025년 중으로 마이크론 등 해외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HBM4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도 강점을 유지 중"이라며 “단일 고객 기반의 '슈퍼 을' 지위를 지속하기는 산업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의 최고 '갑'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으로 공급을 다변화하고 삼성전자도 이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은 인정받되, 공급 구조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사기는 살인”…10년 넘게 금융범죄 추적한 변호사의 ‘일갈’

“사기는 살인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나고, 자살한다." 이민석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도 수만,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들 사이에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외치는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금융피해자연대"는 피해자만 1만 명 이상, 피해액이 1조원을 넘는 사건들만 모아 구성한 단체다. 피해자들의 연대는 단순한 소송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체"의 성격을 띠고 대규모 금융범죄에 맞서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는 20일 에너지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통해 “키코, MBI, KOK,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ICC-FVP 등 수많은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금융피해자연대에 속해 투쟁 중"이라며 “이들 사건은 피해 규모만 30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기 사건들에서 단순한 개인의 탐욕이 아닌 “구조적 배경"을 지적한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비호세력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규모의 피해가 반복될 수 있었겠나?"라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사와 재판, 제도의 빈틈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그는 IDS홀딩스 사건을 예로 들며 정치권과 사법기관, 수사기관이 얽힌 구조를 비판했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 고수익·원금 보장을 내세워 약 1만2000명에게서 1조1000억원 가량을 편취한 대규모 폰지 사기다. 그는 “IDS홀딩스 창립 행사에 변웅전 전 자유민주연합 대표, 경대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동영상 축사를 했고, 이우현 의원은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며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이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정관계의 그림자와 연결된 복합 범죄라는 것이다. 이민석 변호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도 지적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무인가 상태로 크라우드펀딩 방식 벤처 투자를 빙자해 약 3만 명에게 7000억원 이상을 불법 유치했다. 그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유시민, 도종환, 이재정, 변양균 등이 강연을 했고,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대표 이철에게서 6억원대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MBI의 경우엔 인천경찰청 경감의 부인이 근처 사무실을 차려 다단계 모집을 했다. MBI는 말레이시아 기반 국제 금융 다단계 사기로, 가짜 광고권과 GRC 토큰 투자를 미끼로 국내에서만 약 10만명에게 5조원대 피해를 입혔다. KOK도 비호세력의 의혹이 짙다. KOK는 K-콘텐츠 플랫폼 투자를 빙자한 암호화폐(KOK 토큰) 다단계 폰지 사기로, 전 세계 180만명 이상(추산)에게 약 4조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는 KOK 행사에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노웅래 전 의원이 축사를 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비호세력은 수사의 외압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사법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사기 범죄는 34만7901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30조원에 달했다. 그는 “정부에 범죄 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사기 수법은 해마다 진화해왔다. 그는 조희팔의 상품 다단계 사기에서 시작해, IDS홀딩스와 VIK의 금융 다단계, 라임 옵티머스의 사모펀드형, 그리고 KOK나 시더스그룹 같은 코인형 사기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코인이나 토큰을 이용한 금융 다단계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며 “KOK는 실체 없는 K-콘텐츠 사업을 빙자해 KOK 토큰을 배포하며 사기를 쳤고, 시더스그룹은 해피캐시, 쇼핑캐시를 이용한 유사한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MBI의 구체적인 사기 방식을 언급하며, “엠페이스 광고권을 1구좌당 650만원에 구매하면 1년에 두 번 1.5배씩 증액된다며, 허구의 광고권과 GRC라는 토큰을 연계해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기 방식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를 가능케 한 법과 제도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무기력한 수사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을 동시에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검찰은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이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엔 수사조차 안 한다"며 “수사는커녕 범죄예방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됐다. 그는 “90만 명 피해, 4조원대 사기 사건인 KOK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지검으로 갑작스럽게 이송된 것 자체가 축소수사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1조원대 사기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공범과 검사실에서 27억원의 범죄수익 은닉을 공모했음에도 검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법원과 검찰이 사기의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의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전국 단위의 검경합동 통합수사본부 설치. 둘째,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 적용해 조직 전체를 처벌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셋째,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강화다. 그는 “범죄수익금이 공범이나 정관계 비호세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된 자의 재산은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해 “사기조직을 범죄단체로 보아야 상층부터 말단까지 일괄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원 중 일부만 기소되면, 나머지는 여전히 다단계 사기업체 이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양형기준 개혁도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피해자 50명에게 50억원을 사기쳐도, 한 사람에게 50억원을 사기친 사람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총 피해액 기준으로 형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과주의'와 '가중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며 “권도형이 한국행을 희망한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IDS홀딩스 김성훈은 1조원을 사기치고 징역 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은 징역 14년 6월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 정치권,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법부는 사기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기를 당하면 가정은 파탄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른다. 사기는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판결이 나온다"며 “IDS홀딩스 사건으로 50여명이 넘는 자살자가 나온 것을 법원은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언론은 피해자들이 보고 안심하고 투자하게 만들 정도로 사기를 홍보해줬다"며 IDS홀딩스나 KOK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영방송에서 문제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다른 언론은 품질대상 상패를 안겨주기도 했다"고 말해 언론의 무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사기업체를 홍보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기자 개인이 쓴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회가 많이 썩었다고 하더라도 굴러가는 이유가 있다. 소수지만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되고, 결국 사회를 바꾸는 건 국민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콘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참여기업 모집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21일 도내 문화기술 기업의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25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내달 21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콘진에 딸르면 이 사업은 제작이 완료된 문화기술 콘텐츠의 유통을 지원해 도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 및 판로 개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총 5개사를 선정해 각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 규모의 유통 자금과 함께 유통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선정 기업에게는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과 연계한 하반기 성과 전시 및 시연 기회도 함께 제공된다. 올해도 총 5개사를 선정하여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유통 활동을 지원하며 기업별 유통 계획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 후속 유통 파트너 매칭,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 내 전시 및 홍보 기회 등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추진한 대표 사례로는 △Dome screen VR 콘텐츠 '우주고양이 키츠'의 글로벌 홍보(크리에이티브섬) △IP 기반 콘텐츠와 롯데백화점 굿즈 기업이 연계한 팝업스토어 운영(샵팬픽) △AR 앱 '듀윙'을 활용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 교육 행사(이한크리에이티브) △제스처 기반 반응형 영상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 콘텐츠(온즈) △XR 시어터 기반 이머시브 연극 (파란오이) 등이 있다. 이와함께 경콘진은 가상융합·신기술 분야 유망기업에 육성 프로그램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2025년 엔알피(NRP. Next Reality Partners) 기업육성' 참여기업을 내달 15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엔알피(NRP) 기업육성' 사업은 총 16개사를 선발해 최대 3천만 원씩 총 4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함께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운영하는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 중 투자유망 기업들에는 엑셀러레이터의 연내 합산 3억원 이상 직접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성장지원 프로그램은 지원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기업 맞춤형 진단, 투자사 멘토링,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컨설팅, 투자라운드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투자유치 단계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Seed)'단계, '프리A(Pre-A)'단계로 구분해 운영한다. 시드단계 프로그램은 ㈜리벤처스, 프리A 단계는 ㈜더넥스트랩이 각각 운영한다. 지원기업은 참가신청 시 투자단계를 고려해 희망하는 엑셀러레이터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사업 참여 자격은 메타버스, 가상‧증강‧확장현실(VR/AR/XR), 인공지능(AI) 등 가상융합 및 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으로, 경기도내 주소지(본사, 지사)를 두고 있거나 이전 예정인 기업이다. 엔알피 사업은 도내 콘텐츠 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경콘진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연계 운영된다. 이번 지원기업 모집 또한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통합해 진행된다.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은 콘텐츠 유망기업에 투자 의향을 가진 투자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단계별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은 내달 15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 가능하다. 배영상 경기도 디지털혁신과장은 “엔알피 기업육성 사업은 도내 미래콘텐츠 분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도 많은 기업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ih31@ekn.kr

급히 성사된 한·미 통상회담, 美 보호주의 변화 오나

한국과 미국 간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협의가 미국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산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현실적 개선 신호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장관이 오는 23일 출국해 워싱턴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함께 미국 측과 통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임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협의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의 투자 안정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는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기준의 현실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의 우방국 배려 등이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되, 투자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를 요구해 주길 바란다"며 “이번 협의가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ASML·엔비디아도 직격탄…반도체 실적에 ‘통상전쟁’ 반영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전쟁 격화가 반도체 업계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체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도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퍼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인 ASML은 올해 1분기 수주액이 39억4000만 유로(약 6조3000억원)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8억200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또 ASML은 올해 2분기 매출 총이익률을 50∼53%로 전망하면서,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망치 범위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관세 발표로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상황은 한동안 역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사인 만큼 ASML 실적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즉, ASML의 수주가 기대를 밑돌면 고객사들이 예상보다 수요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설비 투자를 보류하거나 미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ASML도 네덜란드에서 최종 조립한 장비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부 품목에 필요한 부품 등을 수입할 때 관세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의 신규 수주는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 투자 기조, 계획 지연에 따라 전 분기 대비 급감했다"며 “반도체 장비·부품 관세 우려로 전방 수요 위축 가능성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AI 반도체를 이끄는 미국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을 새로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으로 포함하면서 수출 장벽을 높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발생할 손실을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예상했다. AMD도 AI 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엔비디아·AMD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는 이 여파로 최근 급락했다. 1분기에는 규제 시행 전 수요가 몰리며 호실적을 냈지만, 2분기부터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관세 시행 전 비축 수요로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분기 순이익이 3616억 대만 달러(약 15조7000억 원)로 전년 대비 60% 급증했다. 블룸버그 예상치 3468억 대만 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결과 TSMC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출시 효과와 D램 출하 증가로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6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메모리 부문에서 전 분기의 관세 부과 전 출하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로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메모리 수요가 선반영되면서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 전국 1000개 매장으로 판매 확대

삼성전자가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판매 접점을 전국 약 100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의 판매처를 기존 삼성닷컴, 삼성스토어, 하이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130개점, 전자랜드 78개점 등 약 1000개 매장으로 대폭 늘린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통해 세탁건조기 대세화를 지속 이어나가는 한편, 'AI 가전=삼성' 공식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은 기존 비스포크 AI 콤보 건조 용량인 15kg에서 3kg 더 늘어난 18kg 건조 용량과 25kg의 세탁 용량을 갖췄다. 국내 최대 세탁·건조 용량을 달성하는 동시에 제품 외관 크기는 기존과 동일해 공간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된 열교환기로 건조 효율도 극대화했다. 열교환기의 핀(fin)을 더욱 촘촘하게 배치해 부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열 면적을 약 8% 확대했다. '쾌속 코스' 3kg 기준 건조 시간을 기존 모델 대비 20분가량 크게 줄여,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완료할 수 있다.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부터 건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AI 홈' 스크린과 더 똑똑해진 빅스비(Bixby)를 탑재해 편리한 스마트홈 경험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세탁물의 무게와 오염도·건조도 등을 감지해 AI로 맞춤 케어하는 'AI 맞춤+' △세탁이나 건조 후 자동으로 문을 열어두는 '오토 오픈 도어+' △세탁물에 맞게 적정한 양의 세제를 알아서 투입하는 'AI 세제자동투입' 등 편리한 핵심 기능도 고루 갖췄다.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강화된 AI 기술과 사용자 중심 설계를 통해 세탁과 건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AI 콤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 접점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 한 달만 앱 다운로드 500만건 돌파

네이버의 별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출시된 지 한 달을 넘어선 가운데 앱 다운로드 및 매출 모두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다운로드는 안드로이드 버전과 애플 iOS 버전을 합쳐 500만건을 넘어섰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4월 2주차(7~13일 기준)에는 6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챗GPT(95만)에 이어 주간 전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거래액 성장도 가파르다. 가장 큰 폭의 거래액 신장률을 보인 부문은 디지털·가전이다. 노트북, 에어컨, TV 등 상당수 제품에 인공지능(AI) 쇼핑 가이드가 적용되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가전에 이어 식품, 생필품, 자동차·공구, 유아동, 펫, 이미용 순으로 거래액 성장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 추천을 기반으로 개인의 관심, 취향에 따라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앱 출시 이후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것은 개인화 쇼핑 경험의 고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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