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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진화…AI가 노리고, AI가 막는다

인공지능(AI)이 사기꾼의 무기가 된 동시에 방패가 되는 시대가 됐다. 사기꾼들은 AI를 이용해 더욱 교묘한 수법을 개발하고, 기업들은 AI로 이를 막아내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28일 엔비디아와 인터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액이 1조달러에 달했다. 주당 5억5000만 건의 사기 전화가 걸려왔고, 미국에서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 4통 중 1통이 사기 의심 통화로 분류됐다. AI를 이용한 사기는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 홍콩의 한 기업은 화상회의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임원들과 대화하다 25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 사기범들은 공개된 영상과 음성을 AI로 학습시켜 여러 고위 임원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사기 수법이 급증하고 있다. 음성 복제 기술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이다. 단 3초 분량의 음성만으로도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한 긴급 자금 요청 사기가 늘고 있다. AI기반의 사기를 막는 것도 AI가 필요하다. 토스뱅크는 실시간 AI 시스템을 통해 위조 신분증을 탐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94% 이상의 정확도로 위조 신분증을 식별하며, 도입 후 6개월 동안 600건의 위조 신분증을 적발해 약 120억원 규모의 잠재적 사기를 예방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앱 'IBK 피싱스톱'을 개발했다. 이 앱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위험도가 80% 이상일 경우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은행이 사용하는 국제 은행간 통신 네트워크 'SWIFT'는 글로벌 은행들을 대상으로 AI 기반 사기 탐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연간 수십억 건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지하게 된다. 해외 금융사들의 대응도 활발하다. 최근 엔비디아는 자사의 관련 서비스를 통해 보안을 강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은 AI 시스템 도입 후 사기 탐지 정확도가 20% 향상됐다. 페이팔은 GPU 기반 AI 추론 시스템으로 실시간 사기 탐지율을 10% 개선했고, 서버 용량은 8분의 1로 줄였다. 정부 기관들도 AI 사기 탐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는 2022년 말부터 AI 머신러닝을 도입해 수표 사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 회계연도에만 40억달러 이상의 사기를 예방하거나 회수했다. 엔비디아 측은 “전통적인 사기 탐지 방법에는 규칙 기반 시스템, 통계적 모델링, 수동 검토 등이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디지털 시대에 증가하는 사기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와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AI와 가속 컴퓨팅 시스템을 결합하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 사기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2.0을 맞아 뜨는 4대 테마 ‘EAR US’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Energy), AI·로봇(AI·Robot), 우주(Space), 안보(Security) 등 4대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EAR US' 테마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환경규제 완화를 통한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NG 프로젝트 및 수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생산을 늘리고,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운영 중인 LNG 수출터미널은 총 7개이며, 신규 건설 중인 5개 터미널이 완공되면 2029년까지 LNG 수출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AI·로봇 분야에서는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패권 확보에 나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로 국제 안보 지형을 바꾼 것처럼, 이번에는 AI를 통해 기술 헤게모니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AI가 국방 및 방산 분야에 활용될 경우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분야에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한 달 탐사가 본격화된다. 지난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약 50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2027년까지 달의 남극 지역에 미국인 우주비행사 착륙을 성공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달 기지 구축 및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각자도생 정책이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내세워 NATO 회원국들에 대대적인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의 방위는 NATO 동맹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지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산 LNG 도입 확대를 통해 트레이딩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호주 등에서의 가스전 개발을 통해 천연가스 매장량을 2021년 0.9TCF에서 2030년 2.5TCF로 확대할 계획이다. SNT에너지와 비에이치아이는 중동과 북미 지역의 LNG 프로젝트 증가로 수주가 확대될 전망이다. 성광벤드는 LNG 관련 프로젝트 물량이 늘어나면서 제품 믹스 변화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성화인텍은 LNG선 초저온 보냉재 수주 증가로 4년치 물량을 확보했다. AI·로봇 분야에서는 고영이 뇌수술 로봇 및 AI 솔루션으로, 루닛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우주 분야에서는 AP위성이 우주 빅사이클 도래로, 인텔리안테크는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사상 최대 실적과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SNT다이내믹스는 K2 전차 및 K9 자주포 수출 확대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STX엔진은 민수 및 특수사업 실적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헌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 정부정책 추진은 트럼프 1.0 시대 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물가 안정, 규제 완화, 에너지 독립 등의 정책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 및 미중 패권전쟁에 기반한 통상 및 산업 정책 확대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나란히 한국 시장 출격…삼성 vs 샤오미 최신 폰 대결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인다.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의 최신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는 진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월 7일 한국 시장에 '갤럭시 S25' 시리즈를 선보인다. 최근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된 이 제품은 최초의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갤럭시 S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AI 폰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샤오미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샤오미는 '샤오미 14T'와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를 출시하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의 강점은 AI 기능이다. 전작인 갤럭시 S24와 비교해 AI 성능이 한층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을 AI 혁신의 핵심으로 포지셔닝하며, 모바일 AI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 경험(MX) 사업부장은 최근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을 출시한 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모바일 AI 시장을 선도해 왔다"며 “갤럭시 S25 시리즈는 더욱 발전된 AI 기술로 사용자에게 보다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추가된 AI 기능으로는 '나우 브리프'와 '글쓰기 어시스트'가 있다. 나우 브리프는 사용자에게 날씨, 일정, 수면 점수 등 필요한 정보를 개인 비서처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뉴스를 자주 보는 사용자에게는 관심사 기반 맞춤 뉴스를 추천한다. 글쓰기 어시스트는 텍스트 요약, 맞춤법과 문법 검사 등 AI 기반 텍스트 편집 기능을 통합한 서비스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내 AI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AI 폰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짐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8년 스마트폰 10대 중 9대가 AI폰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AI 폰 시장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샤오미가 선보인 최신 폰의 경우 AI 기능 측면에서 갤럭시 S25에 비해 차별화된 기능이 부족하다. 샤오미 14T가 AI 통역,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가 AI 카메라 등을 적용하기는 했지만,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갖췄다. 샤오미 14T의 국내 가격은 '12GB+256GB' 모델이 59만9800원, '12GB+512GB' 모델이 64만9800원으로 책정됐다. 갤럭시 S25의 경우 울트라 모델 기준 '12GB+256GB', '12GB+512GB' 가격이 각각 169만8400원, 184만14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불경기 속에서 저렴한 가격의 샤오미 제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샤오미 14T는 라이카와 협업한 고성능 카메라 등도 소구 포인트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을 살펴보면 “라이카 카메라가 좋아 보인다", “삼성 폰의 3분의 1 가격에 괜찮은 편"이라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이번 신제품 출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이 19%로 그 뒤를 이었다. 샤오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1% 미만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독보적"이라면서도 “저렴한 가격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면 샤오미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샤오미는 곧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첫 매장은 서울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점진적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中 TI 반덤핑 조사, 트럼프 2기 반도체 전쟁 ‘1라운드’

중국 상무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를 겨냥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중 반도체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칩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미국 기업들이 칩스법(CHIPS Act)를 통한 보조금 혜택을 받고 중국에 저가로 성숙공정 칩을 수출하고 있다는 중국 국내 기업들의 민원에서 비롯됐다. 중국 측에 따르면 TI는 지난 2023년 5월 중국 시장에서 재고 감축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력관리 칩과 신호체인 칩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칩 부족 시기 최고가 70위안에서 몇 전까지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TI가 중국 제조업체의 견적이 얼마든 상관없이 5-10% 더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며, 중국 업체의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사는 WTO 규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며, 12개월의 조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40% 수준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으며, 2월 1일부터는 우선 10%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국 상무부로부터 칩스법에 따라 최대 16억 달러를 지원받고 텍사스와 유타에 3개의 300mm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TI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산업용 제어 관련 업체들이 TI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I는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용 칩 시장에서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와 함께 선두권의 공급업체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양국 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AI반도체 경쟁력에 무디스도 ‘우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 시대 주도권 경쟁 심화 속에서 삼성전자의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무디스도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AI 반도체 기술 리더십 약화와 수익성 둔화를 지적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무디스가 전날 삼성전자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현재의 재무 안정성과는 별개로 미래 사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디스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산업, 특히 인공지능(AI) 칩에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향후 12∼18개월간 수익성이 보통(Moderate)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반영해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가 당장의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에 영향을 받는 채권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상환 회사채 잔액이 5476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자회사 하만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물량이다. 전체 부채비율도 27.1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충분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투자 및 운영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상태다.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a2'로 유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는 것은 현재의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단기적인 재무적 위험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디스의 이번 보고서는 삼성전자에 기술 리더십 회복과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슈"라며 “현재의 안정에 머무른다면 장기적인 성장 둔화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기, 작년 총 영업익 7350억원…전년 동기비 11.3%↑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4922억8100만원, 영업이익 1150억3400만원, 당기순이익은 2111억8300만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4%, 영업이익은 0.7%, ​당기순이익은 339.50% 증가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서버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증가해 전장용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와 서버용 플립 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 공급을 확대해 전년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24년 전장용 MLCC 매출은 고온·고압품 등 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규 거래선 추가 진입을 통해 2023년 대비 두 자리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패키지사업부의 연간 매출도 베트남 생산 라인 본격 가동과 서버·ARM CPU 기판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을 확대해 2023년보다 우상향을 이뤄냈다. 작년 총 매출은 10조2941억300만원, 영업이익 7350억600만원, 당기순이익 7032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3%, ​당기순이익은 56.1% 늘었다. 올해는 인공 지능(AI) 서버의 고성장세 등 AI 분야 수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자동차의 전장화 확대 등으로 전장용 시장 성장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사측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와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리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서버용 △MLCC △패키지 기판 △전장용 MLCC·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 제품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객사 다변화와 공급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6년 전보다 1조원 더 써…SK하이닉스, 노조 달래기 ‘진땀’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이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2018년과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배경을 직접 설명하고 나섰다. 세부 분석 결과 1인당 실수령액은 2018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조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4일 오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22일 결정된 초과이익분배금(PS) 및 특별성과급 지급률 1500%에 대해 “회사 인원 증가와 미래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에 결정된 성과급은 PS 1000%와 특별성과급 500%를 합해 총 1500%다. 여기에 정기 급여 성격인 생산성격려금(PI)은 영업이익률 30% 초과로 인해 최고 수준인 상하반기 각 150%가 지급된다. 2018년의 경우 PS 1000%, 특별기여금 500%로 성과급은 1500%였으며, PI는 200%였다. 결과적으로 2024년 급여를 제외한 총 보상액은 1800%로 2018년의 1700%보다 1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곽 사장은 “2018년과 비교해 올해 성과급 재원이 1조원 더 많다"며 “회사 측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정규직 근로자 수는 2018년 2만5878명에서 2024년 3만1894명으로 6016명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노사대표 공동협의를 4차례 진행했다. 당초 회사는 1450%를 제안했으나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1500%로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따른 투자 재원 확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 개발 완료 및 사업화 기반을 마련했으며, 현재 HBM 대량 양산 체계와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최근 SK하이닉스는 이번 성과급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새로운 옵션도 제공했다. 구성원들은 PS의 최대 50%를 자사주로 선택해 보유할 수 있으며, 자사주를 1년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 갤럭시 S25 출시…소비자들 “S24와 달라진 게 뭐냐” 의구심

삼성전자가 인공 지능(AI)으로 무장한 '갤럭시 S25 시리즈'로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승부수를 띄웠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은 전작과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S펜에서의 일부 기능을 빼 열화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3일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3시(미국 현지 시간 22일 오전 10시) 캘리포니아 산 호세 소재 SAP 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5 행사를 개최해 올해 상반기 전략 AI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선보였다. 언팩 행사 기조 연설을 맡은 노태문 MX사업부장은 갤럭시 S25 시리즈가 기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삶과 일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의 핵심은 새로운 AI 기반 운영 체제인 '원(One) UI 7'이다. 노 사업부장은 "AI를 기반으로 한 원 UI 7을 개발해 시스템 레벨에서 AI 에이전트를 깊이 통합했고, 구글과 협력해 AI를 핵심으로 하는 안드로이드를 재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시스템은 AI 에이전트를 깊이 통합해 사용자의 명령뿐만 아니라 의도까지 이해하고, 버튼 하나로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음 주에 있는 OO팀 경기 일정 찾아서 내 달력에 추가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이를 이해하고 관련 앱들을 연동해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삼성전자 측은 퀄컴이 협력 개발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칩셋을 탑재해 이전 세대 대비 신경망 처리 장치(NPU) 성능이 40%, CPU 성능이 37%, GPU 성능이 30% 향상돼 AI 처리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AI 기반의 차세대 '프로비주얼 엔진'을 탑재해 더욱 뛰어난 사진 촬영·편집 기능을 제공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표에 한 소비자는 “앱 간의 핵심적인 원활한 통합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 각 앱이 별개로 존재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며 호평을 남겼다. 반면 이날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언팩 행사를 본 소비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상품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전작 S24 대비 달라진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아서다. 한 소비자는 “램 업그레이드도 없고, 배터리 용량도 늘리지 않고, 카메라는 작년과 거의 같고, 아마도 사용하지 않을 AI 기능에 중점을 뒀는데 지금 (삼성전자는) 어떻게 돼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새로운 휴대전화 발표라기보다는 쌍둥이자리 광고처럼 느껴졌다'는 내용의 댓글에는 2300여명이 공감했다. 또 소비자들은 “S펜에서 블루투스 기능을 제외한 것은 개악"이라며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갤럭시 유저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카메라나 큰 화면도 아니고, S펜은 S 시리즈 울트라 기기를 원하는 유일한 이유"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본지는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데이터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S펜을 잘 쓰지 않아 사용성 개선을 도모하고자 했고, 내구성을 제고하겠다는 개발진의 의지가 담겨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해당 관계자는 “AI를 통해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펜 사용 경험 자체에 집중하도록 함이 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들이 모바일 AI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번 갤럭시 25 시리즈 전 제품을 국내에서 전작과 같은 판매가로 가격을 동결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전자, 작년 매출 ‘역대 최대’…영업이익은 감소

LG전자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 최대치를 2년 만에 경신했다. 주력인 생활가전 사업과 기업 간 거래(B2B)의 한 축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의 성장이 최대 매출액 달성에 기여했다. 다만 물류비 상승 요인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감소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87조72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 2022년(82조5215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전사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생활가전과 B2B 성장의 한 축을 맡은 전장 사업이 각각 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여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B2B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 또한 전년 대비 매출액이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4197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6.4% 감소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 회복 지연과 하반기 물류비 상승 요인 등의 여파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올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특화 및 인공지능(AI) 적용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공들이고 있는 구독 사업은 태국, 인도 등으로 확대한다. 올레드, QN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AI 기능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래 준비 차원의 SDV 역량 확보에 주력한다. 또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글로벌 톱티어(일류)로 빠르게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반도체 ‘양극화’ 가속… 삼성·SK 최첨단만 힘 실린다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중하겠다는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AI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범용 메모리 시장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의 이중고를 겪으며 감산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초기 투자금 1000억달러를 시작으로 4년간 총 500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존하는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핵심은 AI 반도체 수요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B300은 HBM 탑재량이 기존 129GB에서 288GB로 증가할 예정이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AI 추론에 특화된 가속기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은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강력한 수요 증가를 견인할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용 HBM 시장에서 53%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AI 분야가 아닌 반도체 시장에서는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카드와 USB향 낸드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월 4.72달러에서 12월 2.08달러까지 급락했다. 시장은 낸드플래시 제품의 가격인 올해 1분기 중에서 최대 15% 이상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도 범용 메모리 수요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창신메모리는 2024년 월 7만장이던 생산능력을 20만장까지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쯔메모리도 웨이퍼 투입량을 월 13만장에서 14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 업체들은 주요 제조사 대비 50%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결국 시장 상황에 대응해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15% 줄였으며,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월 20만장에서 17만장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0% 안팎의 감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 회복과 유지는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레거시 시장에서는 당분간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2기가비트 DDR5와 HBM3E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HBM 생산을 DDR5보다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엔비디아향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AI 수요 증가에 따른 기술 혁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0단 이상 고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QLC 기반 고용량 eSSD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며 성장은 AI 관련 제품이 주도할 것"이라며 “AI용 최신 제품과 범용 제품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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