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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폭탄, 수출 한국 강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를 '경제 해방(Liberation of American Trade)' 조치라고 명명했다. 한국은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분류돼, 주요 수출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즉시 시행됐다. 백악관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역사적 조치"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됐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오전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전례 없는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피해 분석과 외교적 해법 마련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의 접촉을 확대해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조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이자 최대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은 약 81만 대로 전체 수출 차량의 28%에 해당한다.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차량 1대당 최소 400만~600만 원의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현지 공장의 가동률 확대를 검토 중이다. 철강과 기계류도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한국산 철강은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연간 무관세 수출 할당을 받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모든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적용되며, 추가 파생 품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2025년 1분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계·금속부품 업계도 미국 수주 일정 재조정과 가격 전략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은 이번 관세 부과 1차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공급망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석유화학과 섬유, 플라스틱 등 중간재 산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완제품 제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수입을 줄일 경우,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섬유산업은 대체 공급국이 많은 만큼, 관세 인상은 곧바로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대응 여력이 제한돼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업계는 공급 계약 재협상, 납기 연기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부품사들은 거래선 다변화와 환차손 보전 등 정부 차원의 세부 대책 마련을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은 한미 양국 간 무역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며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정책 조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종별 영향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자동차·철강·기계 업종에 대해 수출 보험 확대, 긴급 금융지원, 수출시장 전환 지원책 등 실질적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부품기업 대상 긴급 경영안정자금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尹 탄핵 선고 전후 ‘역대급 트래픽’ 예상…ICT업계도 비상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후 데이터 사용량(트래픽) 폭증 및 사이버 공격 시도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트래픽 및 통신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찬·반 시위대 모두 헌재 앞으로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지국당 데이터 커버리지는 한정돼 있는데, 용량을 나눠 쓰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접속 속도가 줄어드는 구조다. 앞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통신·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포털·메신저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앱)과 유튜브 등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통신 3사에 따르면 당시 트래픽은 평일 동시간대 대비 최대 2배까지 증가했다. 업계는 이번에도 실시간 중계·메신저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며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는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비해 이동기지국과 네트워크를 추가 증설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SKT는 집회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존 장비 사전 최적화 및 추가 개통, 이동기지국 배치 등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KT는 인구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광화문, 여의도,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장소의 통신망 현황을 점검하고 네트워크·기지국 증설 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상황실 운영 등 네트워크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네트워크 전문가를 주요 집회 현장 및 통신센터에 배치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운용한다. KT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이동기지국 등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연말부터 광화문·안국역 일대 등 집회 인파가 몰린 곳에 이동기지국, 임시중계기, 발전 장비 등을 설치하고 상주 인력을 배치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해 왔다. 선고 당일에도 수시로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면서 특이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플랫폼업계 또한 탄핵 선고 전후로 커뮤니티·뉴스 등 서비스의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카카오는 트래픽 변동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서비스 접속 불안정 현상을 막기 위해 서버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적 조치를 단행했다. 포털 다음(DAUM)엔 주요 기사와 특보, 선고 절차, 그동안의 재판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이슈 포커스' 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선고 당일엔 실시간 뉴스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또한 서비스별로 관련 시스템의 트래픽 가용 상황 등을 사전 점검하는 한편, 비상근무 인력 확충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 트래픽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ICT업계 관계자는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지국을 추가 개통하는 등 집회 상황에 대비 중이며, 다른 사고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며 “2017년에도 운용 경험이 있고, 지난해부터 예상된 일인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선고 당일 헌재 인근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관측하고 비상경계령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헌재와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0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CJ CGV, 784억 날린 ‘극장 투자 참사’에 미국도 주목

CJ CGV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극장 투자 실패 사례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지역 매체 SFist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은 1일(현지시간) 일제히 CJ CGV가 현지 극장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고 철수한 과정을 집중 조명하며 “애초에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계약 회피를 위한 꼼수와 법적 소송까지 이어진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CJ CGV는 해당 사실에 대해 국내 언론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사업을 정리했지만, 미국 법원 판결과 지역 보도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가 뒤늦게 드러났다. 총 손실은 최소 5350만달러(한화 약 784억 원)에 달하며, 실제 영업 손실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극장은 샌프란시스코 도심 1000 Van Ness Avenue에 위치한 AMC 1000 건물 내 멀티플렉스 극장이었다. CJ CGV는 이곳을 2018년 인수해 4DX, IMAX 등을 도입하며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팬데믹 여파로 공사가 지연된 끝에 2021년 9월 'CGV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하지만 극장이 들어선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범지대'로 꼽히는 텐더로인(Tenderloin) 인근이었다. 노숙자 밀집과 마약 거래 문제, 범죄율 급증으로 인해 현지 관광청에서도 야간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곳이다. 팬데믹으로 도시 전반의 공실률이 치솟은 상황에서 고급 관람 경험을 내세운 CJ의 전략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CGV 샌프란시스코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지적하며, 지역 광고나 마케팅도 거의 없었고, 정작 월세는 30만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업은 개장 1년 반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CJ CGV는 장기 임대계약 조기 해지에 따라 막대한 위약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하자, 이 계약을 '회계상 손실'로 남기지 않기 위해 우회 전략을 택했다. 2022년 12월, CJ CGV는 극장이 위치한 건물을 기존 건물주로부터 2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이를 별도 법인(1000 Van Ness LP)에 헐값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손실 처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계약 해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건물 자체를 사들였다가 넘기는 식의 회피성 거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손해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가중시켰다. SFist는 “이들은 극장을 접고, 건물을 떠안고, 결국 되팔았지만 남은 건 공실 건물과 회피 실패뿐"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3년째 비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철수 과정에서 CJ CGV는 법률 대리를 맡은 미국 로펌 '파출스키 스탱 지엘 & 존스'와도 분쟁에 휘말렸다. 해당 로펌은 위약금 협상에서 일정 부분을 줄여줬으니 '성공 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CJ CGV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9월 로펌의 손을 들어줬고, CJ CGV는 약 1070만 달러(약 157억원)를 추가로 배상하게 됐다. 이로써 총 손실은 확인된 것만 784억원에 달한다. CJ CGV 측은 한국 내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정기공시나 보도자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CJ가 최근 추진 중인 7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벤처캐피털 펀드 조성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조기 처분과 은폐를 병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J CGV는 이번 사태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글로벌 투자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때 2만3000원까지 올랐던 CJ CGV의 주가는 최근 4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CJ CGV의 실패를 “거대 자본이 지역 이해 없이 밀어붙인 결과"로 해석한다 특히 치안·수요·입지·임대료 등 리스크를 전방위적으로 간과한 채, 'K-콘텐츠 프리미엄'만으로 수익을 기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통상압박’에 빅테크 규제 물 건너가나…韓 IT업계 촉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망 사용료 지불·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등 국내 입법 논의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목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빅테크 규제를 위해 추진돼 온 입법 논의가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과 해외 빅테크 간 '규제 역차별'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따르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납부 의무 △공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진입 장벽 △외국인 통신·방송 투자 지분 제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 등이 디지털 무역 장벽 사례로 언급됐다. 특히 국내 정치권에서 빅테크 규제를 위해 입법 추진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 △플랫폼 경쟁 촉진법을 저격한 모습이다. USTR는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경우 한국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과점을 심화해 반(反)경쟁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ISP가 콘텐츠 공급도 같이 하고 있어 미국 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결과적으로 3대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플랫폼경쟁촉진법에 대해선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한국의 두 대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한국의 주요 기업과 해외 기업들은 다수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네이버·카카오·구글·애플 등 소수 기업만 사전 규제 대상으로 설정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예년과 엇비슷하지만, 업계가 이번 발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향후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전 5시(한국시각)쯤 상호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 초 자국 빅테크에 불리한 규제 정책을 적용한 국가를 상대로 보복 관세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의 통상 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업계의 글로벌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업계는 '디지털 무역 장벽' 카테고리의 보고서 내 비중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부터 언급돼 온 망 사용료 납부 의무, 데이터 현지화 외 경쟁정책 분야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국가 핵심기술 보호와 관련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사용 제한이 새롭게 지적됐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자국 빅테크 보호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역외적용 가능성이 더 낮아지면서 국내 사업자에 규제가 집중되는 역차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법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해당 법안을 도입하는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망 사용료 납부를 둘러싼 CP와 ISP의 갈등이 최근 양국의 통상 마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는 빅테크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지만, 망 사용료 및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CP는 망 사용료 부과가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의 접속을 차단·감속하거나 사용료를 별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CP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기 위해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망 사용료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면서 입법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교 이슈로 논의가 장기화한 상황인데, 현재 흐름으로는 앞으로도 글로벌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큰 상태"라며 “빅테크의 국내 트래픽은 앞으로 더 늘어날텐데, 자체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망 투자 비용에 빅테크의 트래픽까지 더해지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 부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문제제기는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압박 수단"이라며 “소비자 보호나 공공 이익을 위한 정책들조차 비우호적 투자환경으로 낙인찍을 수 있어 국내 행정·입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사 손잡은 전자업계…‘이유 있는 동맹’

전자업계와 게임사의 협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제품 홍보를 통한 판매 확대가 필요한 전자업계와 신작 게임의 성공적 흥행을 원하는 게임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크래프톤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래프톤의 신작 게임 '인조이'에 자사 TV 제품을 등장시킨다. 지난달 28일 얼리 억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출시된 '인조이'는 '심즈'와 같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저가 가상 캐릭터를 생성해 직업을 선택하고 집을 꾸미는 등 다양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을 통해 게임 내에서는 △97인치 올레드 TV '올레드 에보(G5)'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휴대용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Go)' △공간 인테리어 TV '올레드 오브제 컬렉션 포제' △벤더블(화면을 구부렸다 펼 수 있는) TV '올레드 플렉스' 등이 구현된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가상 환경에서 실제 LG전자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넥슨 및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과 협업을 발표했다. 삼성의 '오디세이 3D' 게이밍 모니터를 활용해 넥슨의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3D로 구현하는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선 것. '오디세이 3D'는 별도의 3D 안경 없이도 입체적인 화면을 제공하는 게이밍 모니터로, 3D와 2D 그래픽 간 화면 전환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카잔'의 몰입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업계가 게임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제품 홍보 효과 때문이다. LG전자는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TV 판매를 확대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면 유저들이 가상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카잔' 내에서 오디세이 3D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지만, 게임의 3D 몰입감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해당 모니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게이밍 유저들의 제품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23년 65억달러(약 9조5300억원)에서 연평균 14.9% 성장해 2030년 174억달러(약 25조5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게이밍 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게임사와의 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협업을 통해 게임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인조이'와 '카잔'은 출시 이후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글로벌 10위권에 오르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했지만, 게임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흥행이 쉽지 않다. 실제 제품을 게임 내에 구현하면 이용자들에게 현실감 있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3D 기술을 접목하면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다. 이를 통해 유저들이 장기간 게임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 경험 향상과 제품 판매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자업계와 게임사의 협력은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업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갤럭시 S25 엣지’ 출시 앞당겨 스마트폰 호실적 이어간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5 시리즈의 후속 모델인 '엣지' 출시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다음달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달 중순 선보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25 시리즈가 초반 흥행에 성공한 만큼 엣지, Z시리즈, G시리즈 등을 순차적으로 내놓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업체 측 생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갤럭시 S25 엣지를 한국·미국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엣지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폰 두께를 최대한 얇게 해 디자인을 개선한 모델이다. 지난 1월 갤럭시 언팩 당시 티징 영상이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는 실물이 공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았다. 미국 IT매체 안드로이드 폴리스 등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25 엣지를 16일 내놓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회사 스마트폰이 생산되는 베트남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별도의 '온라인 언팩'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5 엣지 출격 날짜를 다음달에서 이달로 앞당긴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본다. 애플 아이폰 16e, 구글 픽셀 9A, 샤오미 포코 시리즈 등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엣지와 가격대가 겹치진 않지만 갤럭시 S시리즈가 워낙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도 부각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S25 성공 분위기를 이어가며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갤럭시 S25는 올해 초 데뷔 이후 전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에서 사전 판매 당시 역대 최대인 130만대를 달성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2월7일 공식 출시 이후 21일만인 27일에는 10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 신기록이다. 전작인 갤럭시 S24와 비교하면 1주일 이상 빨랐다. 갤럭시 S25 울트라의 경우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 '3월 최신 스마트폰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영리단체인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최대 소비재 전문 월간지다. 매달 거의 전 소비재에 대해 업체별 성능과 가격 등을 비교해 소비자에게 제공해 공신력이 높다. 삼성전자 MX부문은 S시리즈가 나오는 1분기 실적이 뛰었다 2~4분기에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작년 영업이익을 봐도 1분기 3조5100억원, 2분기 2조2300억원, 3분기 2조8200억원, 4분기 2조1000억원을 각각 벌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이 회사 MX 부문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엣지 조기 출격으로 실적 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갤럭시 Z시리즈와 두 번 접는 'G시리즈'를 연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주력인 반도체 부문이 각종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는 만큼 MX쪽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고 전해진다. 전날 삼성전자가 수시 인사를 통해 노태문 MX사업부장을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위촉한 만큼 회사가 앞으로 스마트폰 마케팅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25 엣지 등 신제품의)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기술 패권의 상징 ‘HBM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HBM(High Bandwidth Memory)이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DRAM보다 수배의 대역폭과 소비전력 효율을 가진 HBM은 고성능 GPU와의 병렬 연산 구조에서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메모리 솔루션으로 꼽힌다. HBM은 이제 메모리 업계의 '주력 제품군'이자, AI 생태계의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상징적 제품이 되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은 약 9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1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 AMD, 인텔 등 AI 반도체 설계사가 HBM을 필수 요소로 채택하면서, 고객사와의 연계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중심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2022년 HBM3, 2024년 초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AI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B100, GH200, GB200 등 최신 GPU 플랫폼 대부분이 하이닉스 HBM을 채택하고 있으며, 고객사와의 공동 설계·동기화 개발을 통해 패키징 호환성과 전력 효율까지 최적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었다. 이어 마이크론도 HBM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마이크론은 2025년 3월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확정지으며 본격적인 진입에 성공했다. HBM3E 12단 제품은 동급 대비 소비전력을 20% 절감하고, 발열 제어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크론은 'SOCAMM'이라는 모듈형 메모리 패키징을 병행 공급하며, 단순 메모리가 아닌 플랫폼 맞춤형 솔루션 벤더로 전략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삼성은 2023년 하반기부터 HBM3E 제품을 개발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추진해왔으나, 2025년 3월 말 현재까지 납품이 공식화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HBM3E 초기 제품에서 발열 및 수율 문제, 소비전력 최적화 이슈가 지적됐으며,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플랫폼에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는 삼성의 제품 개발 전략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설계-인터페이스-패키징을 맞춰가는 방식이라면, 삼성은 제품을 먼저 개발한 뒤 고객사에 제안하는 '단방향 납품 구조'를 고수해왔다. 이는 HBM처럼 초정밀 맞춤 설계가 요구되는 제품군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이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관계 경쟁"이라며 “고객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채택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인은 “삼성의 기술력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고객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입지를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에게도 기회는 있다. 바로 HBM4다. HBM4는 HBM3E 대비 속도는 60% 이상 빠르고, 소비전력도 개선된 차세대 메모리다. AI GPU 업체들은 2026년부터 HBM4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B400 등)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 한 해가 공급사 선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HBM4에서도 삼성전자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을 이미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설계 협의 단계에 들어섰다. 반면 삼성은 HBM4 개발을 가속화하고는 있으나, 핵심 공정인 1c D램의 일정이 지연돼 시제품 제작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당초 2024년 말 목표였던 1c D램 양산은 2025년 6월로 연기되었고, 이는 HBM4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등은 HBM4를 기점으로 전략을 전면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 공동개발, 플랫폼 최적화, 패키징 역량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HBM 시장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양자 구도로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전쟁은 단기 수주 경쟁이 아니라, AI 시대를 선도할 '기술-고객-생태계 동맹'의 전쟁"이라며 “삼성이 이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2025년 HBM4 공급 전선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MBK-홈플러스 후폭풍…한신평, 사모펀드 리스크 ‘체계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불거진 신용등급 논란을 계기로,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PEF)가 대주주로 참여한 기업에 대한 신용도 평가 항목을 보다 명확히 정리해 시장에 제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일 한국신용평가는 '사모펀드의 경영참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이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경우 신용등급 평가에서 어떤 항목을 중심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일반적인 신용도 평가시 다양한 항목들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참여로 신용도 분석의 체계가 크게 달라질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이슈가 집중 조명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자주 오해되거나 혼선이 발생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 논리를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설명의 배경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 사례가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대규모 배당과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으나,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는 점차 악화됐다. 유통업 업황 부진과 맞물려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한동안 A급 신용등급이 유지되면서 “등급이 과도하게 유지됐다"는 시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채권자는 “사모펀드의 회수전략에 따른 리스크가 등급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신평사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정 부분 수용해,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어떤 점을 중점 점검하는지를 항목별로 구체화했다. 한신평은 특히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기존에 인정되던 '유사시 계열지원 가능성'이 사라지는 경우,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표적으로 SK렌터카는 2023년 자체신용도 개선으로 A+ 등급을 부여받았으나, 이후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제거돼 2024년 A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의 신용도를 판단할 때, 사업 경쟁력의 변화 여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투자 및 배당 소요에 비해 현금흐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등을 핵심적으로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또 인수금융 부담이나 SPV(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 가능성 등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제시됐다. 또 회사채 관리계약서상 '지배구조 변경 조항'에 따라, 최대주주 변경 시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됐다. 실제로 인수 직후 자금재조달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사모펀드나 기존 대주주가 유동성 대응 수단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ESG 평가 항목 중 지배구조(G) 관련 요소 역시 모니터링 대상임을 언급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배구조 변경 후 장기간 경영 및 재무정책을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재무전략·계열 구조·경영진 구성·공시 등 지배구조 요소를 점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선경실록’ 복원…故최종현 회장 경영 철학 총망라

SK그룹이 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 활동이 담긴 방대한 기록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이는 SK의 기업사뿐 아니라, 한국 산업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료로 주목된다. SK는 27년간 보관해 온 13만여 건의 아날로그 기록물을 디지털로 전환해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 제작 과정에서 자료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본격화됐으며, 2년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마무리됐다. 이번에 복원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파일 5300여 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에 달하며, 콘텐츠 수는 13만1647점에 이른다. 특히 최종현 회장의 육성 녹음만 3530개 테이프 분량으로, 하루 8시간씩 들어도 1년 이상이 걸릴 정도다. 그는 임직원 간담회, 전략회의, 대외 협상 등 모든 순간을 원본 그대로 녹음·보존했고, 이러한 원칙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이어져왔다. 녹음 내용에는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중동 외교, 이동통신사업권 반납 당시 구성원 독려 발언, 환경규제 대응 제안서 등 주요 경영 판단이 담겼다. “정치가 불안할수록 기업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경영 철학으로 회자된다. 1982년 신입사원 간담회에서는 지연·학연 타파를 강조했고, 1992년에는 “R&D도 시장을 이해해야 성공한다"며 기술 경영의 본질을 짚었다. 이러한 발언은 당시엔 생소했던 선진 경영 인식을 반영한다. 이번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최종현 회장은 SK그룹 제2대 회장으로, 그룹의 산업적 지형과 경영철학에 결정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형인 故 최종건 회장 별세 후 1973년 그룹을 승계한 뒤,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에너지·정보통신 중심의 첨단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대표적 사례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이노베이션) 인수다. 그는 석유화학 부문을 그룹 주력으로 끌어올렸으며, 북예멘 유전 개발(1984년)을 성사시켜 한국 최초의 해외 유전 개발 성공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다. 이어 울산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 건립(1991년)으로 정유부터 섬유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정보통신 분야 진출 역시 그의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1994년, 최 회장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그룹의 성장 동력을 다각화했으며, 이는 이후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으로 확장되는 ICT 사업군의 기반이 됐다.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 현지에 미주경영실을 설치해 글로벌 IT 흐름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최 회장은 또한 인재 육성에도 집중했다. 1974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사재를 들여 만든 국내 최초의 고등교육 지원 재단으로, 현재까지 매년 해외 유학 장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국가가 좁은 만큼, 인재는 넓게 써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이러한 철학은 SK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 정립으로 이어졌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기준과 기업문화는 그가 도입한 SKMS와 수펙스(SUPEX)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SK그룹의 핵심 운영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SK는 이번에 복원한 자료를 그룹 구성원 교육과 경영철학 전파에 활용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영 기록은 단순한 기업 기록을 넘어, 한 시대 기업인의 철학과 도전이 담긴 귀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무역장벽보고서 살펴보니…“비시장적 규제 전방위 압박”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5 미국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가 한국 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은 해당 보고서를 분석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이 작성한 이번 리포트는 미국의 통상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NTE 보고서'의 정의와 기조 변화를 주목하며, 한국 관련 주요 지적 사항과 향후 시사점을 정리했다. 특히 비시장적 정책을 포함하는 정의 확장, 방산 조달 제도의 구조적 지적, 디지털 무역 규제 확대 등 기존 보고서 대비 특징적인 변화가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무역장벽을 규명·기록한 문서로, 미국 무역법 제181조에 따라 매년 3월 말 의회에 제출된다. 최근 보고서는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거나 약화시키는 정부의 법률, 규정, 정책 또는 관행'을 무역장벽으로 정의하며,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제도 전반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 7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무역장벽 사례로 지목됐다. 전통적으로 반복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자동차 접근성, 제약·의료기기 가격정책 외에도, 방위산업 절충교역과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규제가 새롭게 부각됐다. 방산 절충교역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구조적 무역장벽으로 명시됐다. 한국의 제도가 계약금액 1000만달러 초과 시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공동생산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구조적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는 향후 미국이 '비차별성' 확보를 명분으로 방산 조달 제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지털 무역 분야 역시 문제 제기의 범위와 밀도가 확대됐다. 미국은 네트워크 사용료 부과 추진이 외국 콘텐츠 업체에 불리하고, 한국 통신망 시장의 과점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전 규제안,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이전 제한과 과징금 기준 확대,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이유로 한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제한 조치 등도 공정한 시장 접근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보험 분야 정보 국외이전 제한, 일부 농산물의 시장 접근 제한, 포장·표시제도의 불명확성 등도 지속 지적했으며, 지식재산권과 투자장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유지됐다. 연구원은 상호관세 부과가 수출품에 즉각적 피해를 주는 직접적 압박 수단이라면, NTE 보고서는 국내 정책 전반에 구조적 개입을 유도하는 장기적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공익을 위한 규제조차 비우호적 환경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제도 설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연구원은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전략 수립을 제안하며, △통상환경에 대한 구조적 이해 및 정책 인식 전환 △정부·국회의 통합 대응역량 강화 △산업계의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규제 거버넌스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코딧은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입법·정책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기업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ESG, AI, 바이오·제약, 순환경제 등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리스크에 대한 정기 세미나와 리포트 발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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