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LG전자, 14.6억명 인구 1위 ‘인도 국민기업 비전’ 선포

LG전자가 인도법인을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하면서 세계 1위 인구대국의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각) 열린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기념식에는 조주완 LG전자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인장, 송대현 인도법인 이사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과 아쉬쉬 차우한(Ashish Chauhan) NSE CEO, 현지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지분 15%(주식 1억181만여주)를 구주매출 형태로 처분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주당 1140루피(약 1만8000원)로 확정됐으며, 청약 경쟁률은 54대 1을 기록했다. 이로써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12조원 이상으로 평가됐고, 국내 본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약 1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조달 자금을 미래 성장 투자에 활용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조주완 CEO는 이날 상장식에서 △Make for India(인도를 위해) △Make in India(인도에서) △Make India Global(인도를 세계로)의 3대 비전을 발표했다. 'Make for India'는 인도 고객의 생활방식과 문화에 맞춘 맞춤형 제품 전략을 강화해 현지 고객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Make in India'는 생산, R&D, 판매, 서비스 등 전 밸류체인을 인도 내에서 완결시키며 인도 경제성장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Make India Global'은 인도를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 신흥시장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이다. LG전자는 인도 상장과 함께 현지 고객을 위한 '국민가전' 4종(냉장고·세탁기·에어컨·마이크로오븐)을 공개했다. 현지 라이프스타일과 구매력을 반영해 기능·디자인·가격을 새롭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인도 전통 의상 '사리'를 손상 없이 세탁할 수 있는 AI 세탁기, 수질과 수압에 맞춘 정수기, 모기퇴치 기능 에어컨 등 현지 특화 제품이 대표적이다. 신제품은 11월부터 순차 출시되며, 전량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서 생산된다. LG전자는 인도 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스리시티 지역에 약 6억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공장은 약 2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며, 완공 후 인도 내 연간 생산량은 냉장고 360만대, 세탁기 375만대, 에어컨 470 대 등으로 확대된다. 또한 벵갈루루 SW연구소를 AI, SoC, 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 연구 중심지로 육성하고, 노이다 연구소를 통한 제품 현지화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을 계기로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확대한다. 인도법인은 글로벌 경영평가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로부터 2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청소년 기술교육 프로그램 'LG 희망기술학교', 영양식단 지원사업 'Life's Good Nutrition Program', 대국민 헌혈 캠페인 등 다양한 CSR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조주완 CEO는 “인도는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LG전자와 인도법인의 동반 성장을 통해 인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엔솔 호실적에 LG화학 ‘안도’…고부가 전환 속도낼까

LG화학이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호실적에 힘입어 석유화학 부문 부진을 털어내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가시화하며 3조원 넘는 유동성 '실탄'을 확보하면서다.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버티는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1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이차전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4.1% 늘어난 6013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235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5조6999억원으로 17.1% 줄었다.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부진(캐즘) 현상이 길어졌지만 미국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데 힘입었다. 이는 LG화학 영업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은 81.4%다. 상반기 LG화학은 연결 기준으로 91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8668억원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왔다. 매출도11조8243억원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주력 분야인 석유화학에서 매출 9조3043억원과 영업적자 1469억원을 낸 가운데 이차전지 사업으로 방어한 것이다. 석유화학 분야의 부진을 딛고 고부가가치와 첨단 산업용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도 기여한다. LG화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내세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을 내세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이 도움을 줬다. LG화학은 다음 달 3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2.5%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3년 뒤 지분 가치가 낮아지면 차익만큼 매수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3년 동안 1조9981억원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6월 첨단소재 부문의 수처리 필터(워터 솔루션) 사업을 1조4000억원에 사모펀드기업 글렌우드 PE의 특수목적법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고, 8월에는 에스테틱 사업을 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PRS 계약까지 포함해 약 3조5000억원만큼 미래 투자 여력이 생긴 셈이다. LG전자가 13일 인도 법인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1조8567억원까지 더해 LG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키울 체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당분간 ESS와 다양한 배터리 폼 팩터(형태)를 기반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세가 LG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버팀목 중 하나가 돼줄 전망이다.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LG화학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LG화학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동시에 정부가 국내 석화 사업 구조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어 석화 부문 실적 부진을 털어내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국내 최대인 연산 330만톤(t) 규모로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NCC의 생산 능력(캐파)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석화업계는 국내 NCC 생산 능력(캐파)를 최대 370만t 감축하고 산업단지별로 석화사와 정유사 간 합작법인(JV)을 세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석화사들이 방안을 내놓으면 정부와 금융권이 이자나 세제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에틸렌 등 기초 석화 소재 시장에서는 생산 비용이 저렴한 중국과 원유를 직접 뽑는 중동 국가들이 한국을 앞선 지 오래라 구조조정을 빨리 시행할수록 석화기업들에 유리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화오션 美 5개 자회사, 中 제재 대상 올라…조선업계 “별 다른 타격 없을 듯”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의 중국 조선 산업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제재 대상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미국에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중국 상무부는 한화쉬핑·한화 필리 조선소·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한화쉬핑 홀딩스·HS USA 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제재 이유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해사·물류·조선 산업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로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화오션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협조하고 지원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화오션의 5개 미국 자회사들에 대해 반(反) 외국 제재법 제3·4·6·9·10·15조와 해당 법의 시행 규정 제3·5·8·10조의 규정에 근거해 국가 반 외국 제재 업무 조정 기구의 승인을 거쳐 현지 내 모든 조직과 개인과의 거래나 협력 또는 기타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제6조는 비자 발급 거부·취소·입국 불허·추방도 가능토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사용하는 주요 도구들과 직접적으로 유사하다. 이는 의도적인 전략적 모방 행위로 풀이된다. 미국 제재의 핵심은 개인에 대한 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SDN 명단), 거래 금지 등에 크게 의존한다. 거의 동일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중국은 법과 정치적 대칭성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한화오션 5개 자회사들에 대한 제재가 한국의 조선업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의 쇠퇴한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한 대규모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연관돼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이 미국과 한편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 측은 “아직 이 사안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HD현대 역시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HD현대가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인도·베트남 등 중국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들에 조선소를 두고 있어서다.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나 삼성중공업은 중국과 관련한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5개사 제재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들은 대체로 미국 연안에서만 다녀 중국 항만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해운사들은 통상 자국 조선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한국 업체들에는 발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타격을 입을 일이 없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한화오션 어느 곳을 겨냥해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국토부, 비처벌 전제 ‘항공 공정 문화’ 실행 방안 착수

국토교통부가 실수를 자발적으로 보고하고 공유하는 '공정 문화(Just Culture)' 실행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처벌이 두려워 잠재적 위험을 보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침묵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는 '항공 분야 공정문화 실행 지침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은 4400만원이고 과업 기간은 오는 12월 31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4월 발표한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현행법에는 종사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고할 수 있도록 행정 처분 면제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세부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의·중과실 외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 처벌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학습 기회로 활용토록 하는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대한민국 항공 안전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는 중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공정문화협의체'를 운영하며 공정 문화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은 현재 국내 항공 안전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을 느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 문화는 항공교통관제사·조종사·정비사 등 일선 운영 요원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자신의 훈련과 경험에 따라 내린 조치나 결정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는 실수를 처벌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데 집중하는 전통적인 '처벌 문화(Punitive Culture)'와 대척점에 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현장의 종사자들은 비로소 잠재적 위험 요인이나 아차사고(near-miss)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안전 데이터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 거리가 멀다. 한국항행학회의 '국내 항공사 운항 승무원의 안전 문화가 안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공정 문화와 자율 보고는 활성화가 미흡해 안전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장의 종사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처벌이 두려워 보고를 꺼리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시스템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눈과 귀를 스스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침묵의 근본 원인은 뿌리 깊은 처벌 위주의 정책에 있다. 항공학계에서는 안전 토론회를 통해 “과도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자율 보고 기피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기보다 개인의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손쉬운 방식을 택해 온 결과 현장에서는 '보고하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는 결국 더 큰 위험을 방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토부가 2022년 실시한 항공사 안전 수준 평가 결과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평가에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일부 대형 항공사들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주요 위해 요인으로는 '경직된 조종실 안전 문화'와 '기장과 부기장 간 소통 문제'가 지목됐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에 만연한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한국 특유의 존비어 문화와 서열 문화는 비상 상황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과거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 등 대형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항공사들이 조종실 내 영어 사용 의무화 등 여러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최근 평가에서 여전히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는 점은 이 문제가 얼마나 고질적인지를 방증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토부의 해당 연구 용역 발주는 축적된 데이터와 경고를 통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는 '지연된 반응'이라는 평가다. 처벌이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이 침묵을 낳으며, 침묵이 결국 더 큰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정교한 규정과 첨단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하늘길 안전 보장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두 개의 상호 보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공정 문화를 구현한다. 이는 협력과 비밀 보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칙에 기반한다. 우선 항공 안전 활동 프로그램(ASAP, Aviation Safety Action Program)은 항공사·조종사·정비사 등 현장 종사자들이 비 의도적인 실수나 안전 저해 요소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처벌적 시스템이다. 이는 공정 문화가 책임감 있는 전문가들의 정직한 실수는 용납하되, 안전을 의도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항공 안전 보고 시스템(ASRS, Aviation Safety Reporting System)은 사내 프로그램인 ASAP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안전망'이다. 이의 특징은 FAA가 아닌 미 항공우주국(NASA)이라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이 운영을 맡는다는 점이다. 규제나 처벌 권한이 전혀 없는 NASA가 보고서를 접수·처리하기 때문에 보고자는 자신의 신원이 규제 기관에 노출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고 '제한적 면책 특권'이 주어진다. 이처럼 미국의 시스템은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기관에는 결코 솔직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인간 행동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시스템 설계에 반영한 것이다. 유럽의 접근 방식은 미국과는 다른,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기반으로 한 하향식(Top-down) 모델이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EU 규정 376/2014를 통해 공정 문화의 원칙을 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법률'로 명문화했다. 이 규정은 항공사·공항·관제 기관 등 제반 항공 관련 조직에 의무적으로 사건 보고 시스템(Occurrence Reporting System)을 구축하고 운영하도록 강제한다. 여기에는 특정 유형의 사건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과 그 외 잠재적 위험 요소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이 모두 포함된다. 나아가 각 조직은 직원 대표와 협의해 공정 문화 원칙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보장되고 실행되는지를 명시한 내부 규정을 채택해야 한다. 이 규정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보고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다. 회원국은 보고 시스템을 통해 알게 된 '비의도적이거나 태만에 의한 위반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종사자들의 보고할 권리를 단순한 정책적 권장 사항이 아니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법적 권리로 격상시킨 것이다. 유럽의 규정 역시 중과실이나 고의적 위반, 파괴적 행위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국과 유럽의 모델은 방법론은 다르지만 '신뢰의 제도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이들의 성공은 공정 문화가 데이터 수집과 처벌 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고 명확한 원칙과 경계선을 설정하며, 모든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교한 시스템 설계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국토부가 안전 증진과 처벌 집행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현장 종사자 입장에서는 구조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한국형 공정문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강화 △협력적 실행 체계 도입 △중립적 안전 지대 마련 등의 접근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스트 컬처-항공 안전과 공정 문화'의 저자 안주연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연구이사(박사)는 “안전 정보의 남용과 처벌의 두려움 탓에 항공 실무자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되면 결국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한다"며 “공정 문화는 이런 악순환의 반복에서 적절한 균형과 타협을 통한 실행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 경주APEC 성공개최 ‘불꽃쇼·방산포럼’ 후원

한화그룹이 이달 31일부터 11월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진행에 총력 지원을 펼친다. 14일 한화에 따르면, 이번 APEC 정상회의에 그룹이 공식 스폰서(후원사)로 참여해 31일 개막일 갈라 만찬에서 행사를 기념하는 불꽃 쇼와 드론 쇼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불꽃 5만발, 드론 2000여대를 포함해 기념 이벤트의 안전 및 환경 관리 운영, 관련비용을 지원한다. 한화는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기념 불꽃쇼를 진행한 관록 경험이 있는데다 이번 경주 APCE에선 드론쇼까지 연출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APEC 갈라만찬 기념쇼 외에도 한화그룹은 국내외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APEC CEO 서밋'의 공식 스폰서로도 나선다. 특히, 서밋 행사에서 한화는 방산 분야 퓨처테크 포럼을 개최하고, CEO 서밋 세션 연사로 참석한다. '한화 퓨처테크 포럼: 방위산업'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방산 3개사 주도로 국내외 군 및 방위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K-방산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 CEO 서밋 세션에선 한화큐셀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아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데이터 표준화를 통한 에이전틱 AI 운영 기반 에너지 최적화 기술을 소개한다. 이밖에 공식 스폰서로서 국민들에게 APEC 관심을 높이기 위한 광고 영상에 APEC 파트너십 한화 로고를 반영했다. 해당 영상은 서울역, 경주역, 김해공항 등의 디지털 옥외광고, KTX 객실 스크린, CEO 서밋 및 퓨처테크 포럼 행사장 LED 스크린 등을 통해 APEC 참가자 및 일반국민들에게 적극 소개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금호타이어 겨울 타이어, 獨서 최우수 등급 획득

금호타이어는 자사의 겨울용 타이어 '윈터크래프트 WP52+'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로부터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고 14일 밝혔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아우토빌트가 올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51개 겨울용 타이어를 대상으로 눈길, 마른 노면, 젖은 노면에서의 핸들링 및 제동력을 평가한 결과 윈터크래프트 WP52+는 노면을 가리지 않는 뛰어난 주행 성능과 안전성 항목에서 호평받았다. 윈터크래프트 WP52+는 특수고무 컴파운드를 사용해 눈길에서도 우수한 접지력과 핸들링을 유지하는 동시에 배수 성능을 높인 패턴을 적용해 수막현상을 억제하는 기능을 과시했다. 이강승 금호타이어 유럽본부 부사장은 “금호타이어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이 유럽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면서 “유럽 겨울용 프리미엄 타이어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장인화 포스코 회장, 글로벌 철강CEO와 안전·기후대응 공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글로벌 주요 철강기업 경영자들과 만나 인공지능(AI) 스마트 안전체계로 철강산업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4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장 회장은 업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구성원 모두가 안전 혁신의 주체가 되는 선진 안전 문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철강협회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철강협회 안전보건방침 △기후대응 전략·탈탄소 전환 △탄소 배출량 할당 방식의 국제 표준화 △차세대 철강 차체 솔루션 개발 등에 관한 협회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장 회장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잠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협력사를 포함한 현장 직원 모두가 재해 예방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안전체계를 구축하는 등 한국형 안전체계(K-Safety)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확산에 앞장서겠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13일 열린 회원사 회의에서 안전보건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안전보건 우수사례 공모전은 세계철강협회가 매년 회원사의 안전 우수활동 사례를 공모받아 시상하는 제도다. 포스코는 독자 개발한 '고로 풍구 영상 기반의 AI 스마트 기술'로 공정안전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고로 내부의 용융물과 접촉하는 설비인 '풍구'에 영상 AI·처리 기술을 적용해 설비 이상 상태를 자동 판별하고 이상 상황을 작업자에게 신속히 안내한다. 설비 파손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 현장 만들기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한편, 장 회장은 총회 기간 호주와 유럽, 일본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한국 철강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반도체 사이클’ 올라탄 삼성전자 ‘슈퍼 어닝’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며 주력 사업의 실적이 되살아났고,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호조도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14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58.6%,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10조1000억원)를 20% 이상 상회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3년여 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매출 또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이번 실적을 이끈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증권가는 반도체 부문(DS)의 영업이익이 최대 7조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AI 투자 확산에 따라 범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도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며 회복세를 탔다. 엔비디아, AMD,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의 주문이 확대된 영향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신규 고객 확보로 가동률이 개선되며, 적자 폭이 2조5000억원대에서 1조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DS 부문이 전사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며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과 첨단 공정의 수율 개선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경험(MX) 부문도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의 글로벌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플립7'의 수요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며 영업이익은 3조원대 중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 확대에 힘입어 1조원 안팎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Z 폴드 판매가 예상보다 양호해 연말까지 MX와 디스플레이 모두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호실적에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9만6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시장에선 이번 실적 반등이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도래와 HBM 경쟁력 강화로 내년까지 호실적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삼성의 고성능·저전력 메모리가 공급되며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던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HBM 출하량 확대도 기대된다. 엔비디아가 최근 삼성 파운드리를 'NV링크 퓨전(NVLink Fusion)' 에코시스템에 포함시킨 것도 호재다. 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간 고속 통신을 지원하는 엔비디아의 맞춤형 AI 인프라 아키텍처로, 삼성은 향후 맞춤형 중앙처리장치(CPU)·통합처리장치(XPU) 생산을 맡으며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GS칼텍스, 데이터센터용 냉각유체 ‘앞서간다’

GS칼텍스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및 안전성을 충족시키는 냉각유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 산업 분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직접액체 냉각유체 '킥스(Kixx) DLC 플루이드(Fluid) PG25'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출시한 직접액체 냉각유체는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장품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는 프로필렌글라이콜과 부식 방지 기능이 우수한 유기산(OAT) 첨가제를 활용해 개발했다. GS칼텍스는 직접액체 냉각유체 출시로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의 두 가지 솔루션을 모두 혹보하는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앞서 2023년 국내 최초로 액침 냉각유체 '킥스 이멀전 플루이드(Immersion Fluid) S'를 내놓은 바 있다. 직접액체냉각은 서버 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고발열 전자부품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그 안으로 직접액체 냉각유체를 순환시켜 냉각하는 기술이다. 액침 냉각유체에 전자기기를 담가 냉각하는 액침냉각과 함께 최근 데이터센터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냉각기술이다. GS칼텍스에 따르면, 서버 전체 에너지 효율성에서 액침냉각이 직접액체냉각보다 더 유리하다. 서버 내 발열량이 특히 높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부분에 적용할 국소적 냉각은 직접액체냉각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선보인 액침냉각유로는 기술 개발, 제품 실증,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외 데이터센터산업 생태계 내 기업들과 협력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삼성SDS 데이터센터에 이어 올해 LG유플러스 평촌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유를 공급하고 실증해 왔다. 글로벌 서버 제조회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도 협력해 AI 서버를 대상으로 열관리 성능 및 안정성 평가를 자체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GS건설·SDT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위한 액침냉각 기술 개발과 실증을 추진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향후 직접액체 냉각유체와 액침 냉각유체 등 액체냉각 제품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분야별 고객사와 협력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단독] 대한항공, ‘드론+로봇 가동’ 항공기 검사 특허 확보…항공MRO 선점 청신호

대한항공이 인공 지능(AI)을 기반으로 여러 대의 드론과 로봇을 지휘해 항공기 동체를 자율 검사하는 혁신 기술의 핵심 특허를 따냈다. 특허기술은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핵심 성과물로 노동집약적이던 항공정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해당 기술의 법적 권리가 확정됨에 따라 대한항공은 미래 고부가가치 정비·수리·분해후조립(MRO) 시장 선점을 위한 독보적인 기술우위를 보유하게 됐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월 특허청으로부터 항공기 검사 방법과 이를 이용한 장치에 관한 특허 권리를 최종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단순히 비행하는 드론이나 움직이는 로봇 자체가 아니라 이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검사 군단'으로 통합관제하는 '지상통제장치(GCS:Ground Control System)'에 있다. 드론과 로봇이 검사의 '눈과 손'이라면 특허기술은 이들의 모든 행동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특허 명세서에서 지상통제장치는 3단계의 정교한 과정을 통해 임무를 생성하고 할당한다. 우선 1단계는 항공기의 △3차원(3D) 모델 △크기 △동체 △주익 △미익 등 검사가 필요한 각 영역의 상세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받아들인다. 2단계는 시스템이 상세정보를 분석해 각 영역의 표면 곡률과 필요한 촬영 횟수, 최적의 카메라 각도 등을 계산한다. 항공기 표면에 수직으로 카메라를 위치시켜 왜곡 없는 가장 정확한 이미지를 얻기 위한 좌표 변환까지 2단계에서 수행한다. 마지막 3단계로 전(前)처리된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드론과 로봇에게 최적화된 비행 및 이동 경로와 촬영 지점 등이 담긴 '임무 파일'을 생성해 전송한다. 이같은 특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종(異種) 로봇군단 협업 관제 △데이터 기반 지능적 임무 설정 △충돌 방지 및 동선 최적화 알고리즘 △실시간 임무 재할당 기능 등 핵심적인 기술적 진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특허, 청구항에는 항공기 상부를 검사하는 '적어도 하나의 비행체(드론)'와 하부를 검사하는 '적어도 하나의 지상체(로봇)'를 동시에 운용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단순히 드론 몇 대를 띄우는 수준을 넘어 공중과 지상 로봇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자동화 검사 솔루션임을 보여준다. 최근 대한항공이 지상자율주행 로봇을 함께 시연한 것도 이 특허 기술의 범위를 뒷받침한다. 과거의 결함 위치와 발생 빈도, 종류 등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 검사 영역'을 별도로 설정하고, 해당 영역의 촬영 횟수를 늘리도록 임무를 할당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는 모든 영역을 동일하게 검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도가 높은 부분을 더욱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리스크 기반의 지능형 검사로 전환을 의미한다. 여러 대의 검사체가 동시에 움직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알고리즘도 핵심이다. 시스템은 항공기 좌측과 우측, 높이 등을 변수로 '전처리값'을 계산한 뒤 하나의 드론이 좌측 검사를 마친 후 위험하게 동체를 가로질러 우측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임무를 배정한다. 이를 통해 검사체 간의 동선 겹침을 최소화하고 항공기 동체 손상 가능성까지 제거한다. 특정 드론의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스템은 남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만약 임무 완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변의 다른 드론 중 가장 효율적으로 임무를 이어받을 수 있는 '협업 우선 순위 검사체'를 선정해 임무를 자동으로 재할당한다. 이는 실제 정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당 특허의 가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들을 지휘하는 정교한 '방법론'과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쟁사가 유사한 드론을 만들 수는 있어도 이들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업시키고 최적화하는 지능형 관제 시스템의 독점적 권리를 대한항공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특허는 대한항공의 단독 개발 성과를 넘어 정부 주도의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특허, 문서에는 '이 발명을 지원한 국가 R&D 사업' 항목이 언급돼 있고, 이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관리하며 수행 기관은 대한항공으로 지정된 사업의 결과물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연구사업명은 'AI 진단 기반 항공기 로봇 검사 및 정비기술 개발'(과제번호 RS-2023-00240992)로, 총 연구 기간은 2023년 4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항공 MRO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의 핵심축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인력 중심 MRO산업을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MRO'로 전환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국가 목표가 담겨있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상적인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국토부가 정책 방향과 예산을 지원하고, KAIA가 전문적인 사업 관리를 맡으며,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축적한 항공기 정비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는 구조다. 특히 프로젝트 종료 시점과 대한항공이 밝힌 인스펙션 드론 상용화 목표 시점인 2027년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R&D 초기부터 상용화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등록특허공보(B1)'로, 이는 대한항공의 기술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국가로부터 독점적 권리를 공식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특허 출원 후 심사 전에 공개되는 '공개특허공보(A)'와는 법적 효력과 위상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공개특허공보(Published Patent Gazette, A)는 특허를 출원한 날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심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출원된 기술 내용을 사회에 공개하는 문서다. 이는 중복 연구를 방지하고 기술 정보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여기에 기재된 청구범위는 출원인이 '희망하는' 권리 범위일 뿐, 아직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등록특허공보 (Registered Patent Gazette, B1)는 특허청 심사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술의 신규성·진보성 등을 모두 인정받아 최종적으로 '등록'이 결정된 후에 발행되는 공보다. 이 문서에 기재된 청구 범위가 바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실제 권리의 범위이고, 특허권자는 이 권리를 바탕으로 타인의 무단 사용에 대해 침해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독점 배타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등록특허'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이 기술을 단순한 내부 역량이나 영업 비밀을 넘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견고한 '기술적 해자(垓子)'이자 수익 창출이 가능한 유형 자산으로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른 항공사나 MRO 기업에 기술을 라이선싱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번 특허 등록은 수년 간에 걸친 체계적인 기술 개발 로드맵의 정점이다. 대한항공의 '인스펙션 드론' 기술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2월, 세계 최초로 최대 4대의 드론을 동시에 운영하는 '군집 드론 활용 기체 검사 솔루션'을 공개 시연하며 기술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당시 기술은 작업자 2명이 10시간가량 소요되던 동체 검사 시간을 4시간으로 60% 단축하고, 1mm 크기의 미세 손상까지 탐지하는 능력을 선보이며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에 성공했다. 2023년 4월엔 국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기술 개발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 단계에서 기술은 단순한 드론 활용을 넘어 촬영된 영상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결함을 판독하고, 항공기 하부 검사를 위한 지상 로봇까지 통합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됐다. 이번에 등록된 특허가 '비행체'와 '지상체'를 모두 포함하는 것은 바로 이 시기의 기술적 성숙을 반영한 결과다. 고도화된 통합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확신을 바탕으로 작년 9월에는 특허를 출원했고, 마침내 올해 8월 최종 등록을 통해 핵심 기술에 대한 법적 권리를 완성했다. 이는 다년 간의 R&D 투자와 혁신의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전략적 이정표다. 대한항공이 확보한 이 특허 기술은 항공기 정비 효율성·정확성·안전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 10시간이 걸리던 육안 검사를 4시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은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AOG, Aircraft on Ground)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직결된다. 향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검사와 분석을 1시간 내에 마치는 것도 가능해져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 항공기 가동률을 극대화해 곧바로 수익성 증대로 이어진다. 또한 1mm 크기의 미세 결함까지 식별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는 높은 곳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의 균열이나 낙뢰 흔적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 항공 안전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강화한다. 이 외에도 정비사들이 최대 20m 높이의 비계나 리프트 위에서 수행하던 위험한 고소(高所) 작업을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현장 작업자의 안전 사고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대한항공은 관련 기술 보완과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고 해당 국가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부터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항공 당국과 협력해 정비 규정을 개정하고 새로운 검사 방식을 공인받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이 특허 기술은 항공기 MRO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예측 기반의 사전 예방'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 기술을 통해 국내 MRO 산업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기술 공급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마련했다. 나아가 이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향후 선박·교량·대형 건축물 등 다른 산업의 대규모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AI MRO를 활용해 단순한 정비 효율화를 넘어 향후 유·무인 복합 체계(MUM-T)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