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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 1분기 주식재산 45% 급증

한화 김승연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1분기에만 45%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43명의 전체 주식재산은 총 181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치가 상승한 총수도 다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며 명암이 갈렸다. 한국CXO연구소는 9일 '2025년 1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3월 말 기준 상장사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 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식 보유 방식은 상장사 직접 보유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했다. 43명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해 1월 초 57조9212억원이었으나, 3월 말에는 57조7401억원으로 줄었다. 감소 규모는 1810억원으로 하락률은 0.3% 수준이다.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27명이었고, 하락한 총수는 16명이었다. 1분기 중 가장 높은 주식재산 증가율을 기록한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5175억원에서 7552억원으로 2376억원 이상 증가하며 45.9% 상승률을 보였다. 한화 보통주 주가가 2만7050원에서 4만950원으로 3개월 새 51.4% 급등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30일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약 848만8970주를 세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39.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35.6%↑), 이순형 세아 회장(33.9%↑) 등도 주식재산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가 상승 영향으로 주식가치가 1474억원에서 2054억원으로 580억원 이상 늘었다. 박 회장은 1815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이 회장은 1357억원에서 1816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총액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총수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었다. 방 의장의 주식가치는 2조5816억원에서 3조971억원으로 5155억원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같은 기간 11조9099억원에서 12조2312억원으로 3213억원 증가해, 조사 대상 총수 중 유일하게 주식재산 10조원을 넘긴 인물로 확인됐다. 반면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한 총수들도 다수 있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인물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었다. 서 회장은 1월 초 10조4309억원이었던 주식재산이 3월 말에는 9조7770억원으로 줄며 6537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 보통주 주가가 18만3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도 같은 기간 1조489억원에서 8115억원으로 2373억원(22.6%) 감소하며 '1조 클럽' 밖으로 밀려났다. 방 의장은 넷마블 주식 2072만9472주를 보유 중이지만, 1주당 주가가 5만600원에서 3만9150원으로 하락하면서 주식가치가 크게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4조2912억원에서 3조7982억원으로 4930억원 줄었고,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도 1조7985억원에서 1조5233억원으로 2752억원 감소했다. 이밖에도 장형진 영풍 고문(18.6%↓),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12.6%↓), 구광모 LG 회장(10.5%↓)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15명으로, 올해 초보다 1명 줄었다. 주식가치 상위권은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2312억원) △2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9조7770억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1249억원) △4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982억원) △5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971억원) 순이었다. 이외에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6334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685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6212억원) 등도 '1조 클럽'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1조9152억원으로, 이재용 회장에 이어 국내 2위 주식부자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공식 총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그룹 총수 대상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한국CXO연구소는 이번 조사가 상장사 주식을 직접 보유한 지분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한 것이며, 이러한 조사 방식에 따라 주식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개 주식종목 중 올해 1분기에 주가가 오른 곳이 내린 곳보다 다소 많았지만, 눈에 띌만한 증가세는 아니었다"며 “올 2분기부터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네이버 뉴스·데이터 API 플랫폼 연내 출시 가능성

네이버가 제휴 언론사에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 기술·데이터 플랫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상표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안팎에선 시장 주도권 및 이용자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란 시각이 나온다. 8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일 'N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Developers)'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상표권은 9일 기준 심사 대기 중으로 확인됐다. 이는 출원신청서가 특허청에서 수리됐으나, 심사관 배정이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네이버가 이같은 상표출원에 나선 이유는 해당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표법 57조에 따르면, 상표권 획득을 위한 등록 절차는 '출원-심사-출원공고-등록' 순으로 진행된다. 출원 공고 과정은 상표에 대한 특허청의 심사가 통과되더라도 2개월 동안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이 때 제3자는 해당 상표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이 지나면 상표권 등록이 완료된다.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뉴스 콘텐츠 파트너사(CP)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베타 서비스) 중인 미디어 기술·데이터 지원 창구다. 네이버의 콘텐츠 관련 기술·데이터를 제휴사에 응용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한다. 앞서 2022년 11월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수집된 랭킹·편집·주요 뉴스 데이터와 키워드 자동추출 등 기술을 각 언론사 페이지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에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Text To Speech) 기술과 기사 핵심 내용 자동 추출 솔루션을 추가 공개했다. 이를 통해 언론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조회·댓글 수 기준 랭킹 상위 기사 조회 △연재 목록 가져오기 △기사 키워드 추출 결과 받아보기 △기사 본문 음성 조회 △기사 요약문 조회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언론사 운영상황에 맞춰 세분화된 기술·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플랫폼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상표권 등록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출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API 생태계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API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들을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예컨대 네이버는 현재 뉴스를 비롯해 블로그·카페·지식인 등 서비스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로그인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API를 공개하고 있다. 서비스 연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편의성이 높아져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 단계지만, 정식 출시 이후 검색 제휴 언론사 등으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올해 중 API 플랫폼 '카카오 디벨로퍼스' 모바일 앱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삐를 죄는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컨설팅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PI 관리 시장 규모는 542억달러로 집계됐다. 2032년에는 203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기술 지원 기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언론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유지 전략이란 분석이다. 다만 네이버 뉴스는 현재 광고수익 배분 모델을 채택, 뉴스에 대한 기여도 측정 기준에 따라 일정 수익을 언론사에 지급토록 돼 있어 세부 계획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언론사와 인공지능(AI) 기업 간 기술-콘텐츠 제휴를 통한 윈윈 사례가 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도 향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의 기술 지원 API 범위에 향후 AI 기반 서비스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HJ중공업-대한항공, ‘해상 무인기&함정’ MOU 체결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K-방산 명가인 HJ중공업이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손잡고 다목적훈련지원정용 무인표적기 부품국산화에 나선다. HJ중공업은 7일 대한항공과 다목적훈련지원정(MTB, Multi-purpose Training Boat)용 해상 무인기 및 함정 간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각자의 보유 기술과 장점을 결합해 무인표적기 부품국산화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다목적훈련지원정에 탑재된 무인표적기의 수입산 부품을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국산 부품과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하고 검증하는 게 골자다 . 양사는 부품국산화 사업 식별, 사업 준비, 마케팅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공동개발 협력 방안을 검토해 함정 사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목적훈련지원정은 대함, 대공유도탄 사격, 대잠 어뢰발사 및 전자전 훈련 지원체계를 구비한 해군의 실전훈련 지원 함정이다. 훈련 전담 함정으로서 작전함정의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복합적인 현대전 상황에 맞춘 특수 훈련도 가능하다. 길이 45m, 폭 15m의 경하톤수 230톤급 규모의 쌍동선(catamaran)으로 최대 25노트(46.3km/h)의 고속 기동이 가능하며, 무인표적정과 무인표적기, 수중통신기, 어뢰회수정, 전자전훈련지원체계(EWT, Electronic Warfare Trainer) 등을 탑재할 수 있다. HJ중공업 유상철 대표이사는 “해군 최초의 훈련지원 전용 함정인 다목적훈련지원정 건조사로서 부품국산화를 위한 기술 지원에도 힘을 보태게 됐다"며 “국가 대표적 해양방산업체로서 부품국산화와 장비 성능 향상, 전투체계 첨단화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해 해상전력 증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HJ중공업은 2013년 방위사업청이 실시한 다목적훈련지원정 탐색개발 사업을 수행한 후 자제 설계한 선도함을 건조한 데 이어 후속함 3척을 추가 건조함으로써 지금까지 발주된 다목적훈련지원정 4척 전량을 인도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hpeting@ekn.kr

한화에어로 “오너가 유증 할인 없다”…주주배정 2.3조로 축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종전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조절했다.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 주주들의 비판 속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일부 줄이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에 참석해 유상증자 규모 축소 이유에 대해 “국내 논란이 해외 고객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정정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이 확정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는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로 분석된다. 시가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점은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소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매입했는데, 한화에너지가 동일 금액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이 자금이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봤다. 안 사장은 “1조3000억원을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에 되돌리는 것이 법률적, 경영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 후 (가능하다면) 진행할 것이다"며 “그 전에 논란이 있었다면, 유상증자 때 고려했을 것이고, 승계 문제로 비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1조3000억원 규모로 참여할 경우 ㈜한화와 특수관계인의 한화에어로 지분율은 32~33%(주주배정 유상증자 후)에서 36%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주주 희석률에 대해 안 사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면 주주 희석률은 13%에서 9%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금액이 감소하면서 자금 사용 계획도 해외 방산 JV(합작법인) 지분 투자에 6000억원, 해외 방산 생산 능력 구축 1조원, MCS 스마트 팩토리 구축 6000억원, 사업장·설비 운영 투자 1000억원으로 변경됐다. 한화에너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조3000억원은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 및 양산 시설구축(3000억원), 사업장·설비 운영 투자(2001억원),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8000억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11조원이다. 주주배정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합친 3조6000억원 외에도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7조5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며 “소통 방법을 개발해서 여러 논란이 된 상황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김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김 부회장 등이 법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겠다면서 '정도경영, 투명승계' 원칙을 강조했다. 윤동·박규빈 기자 dong01@ekn.kr

삼성·LG, 프리미엄 TV 맞대결…HDR 표준 경쟁에 OLED 점유율 공방까지

프리미엄 TV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고화질 영상 기술인 HDR(High Dynamic Range) 표준화에서 양사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경쟁은 점유율을 넘어 영상 기술의 표준 주도권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HDR 기술을 둘러싼 전략 차별화가 대표적이다. HDR은 화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세밀하게 표현해 보다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로, 최근에는 TV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전반에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개방형 포맷 'HDR10+'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HDR10+는 라이선스 비용이 없어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용성과 확장성이 강점이다. 삼성은 특히 상업적 로열티가 필요한 돌비비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으며, 자사 기술을 통해 HDR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국제 영상 압축 표준인 AV1 코덱 기반의 고화질 콘텐츠와 HDR10+를 결합해, 프리미엄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AV1 코덱을 통해 HDR10+ 콘텐츠를 제공한 사례는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반면 LG전자는 미국 영상·음향 전문기업 돌비(Dolby)의 '돌비비전'을 탑재해 고급 이미지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돌비비전은 보다 정밀한 색상 표현과 밝기 조절 능력을 갖춰 영화, 드라마 등 고화질 콘텐츠 제작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비비전 생태계의 확장성도 LG전자의 강점 중 하나다. LG뿐 아니라 소니, 파나소닉, TCL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돌비비전을 채택하고 있어 관련 콘텐츠와 기기 생태계가 넓다. LG전자는 여기에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도 함께 적용해, 프리미엄 화질과 음질을 모두 갖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전자 측은 “돌비비전은 제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돌비 애트모스는 현장감 있는 몰입형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HDR10+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DR 표준을 둘러싼 경쟁과 함께, OLED TV 점유율을 놓고도 삼성과 LG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열린 'AI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사 OLED TV 가운데 77인치 이상 모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한다"며 “대형 OLED 시장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77인치 이상 초대형 OLED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사(LG전자)를 앞섰다"고 강조한 데 이은 것으로, 당시에도 양사간 점유율 공방을 촉발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발언은 OLED TV 경쟁 구도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셈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근거가 불분명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1∼3월 기준 77인치 이상 O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LG전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사는 최근 OLED TV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로, 깊은 명암비와 얇은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 프리미엄 TV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OLED 기반 프리미엄 라인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OLED와 HDR 모두 프리미엄 TV 시장의 핵심 기술로, 양사간 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LED와 HDR은 단순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넘어 브랜드를 구분 짓는 상징적인 요소"라며 “이제는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콘텐츠 호환성과 생태계 확장 전략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돈 주는 AI’가 온다…뤼튼 “생성형 넘어 생활형으로 진화”

최근 1000억원대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올해 핵심 비전으로 '생활형 AI'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일상밀착형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 효율 제고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뤼튼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 2025'에서 '뤼튼 3.0' 개편 방향과 사업 청사진을 공유했다. 20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총 1080억원 규모로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재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300억원으로, AI 플랫폼 분야에선 국내 최초로 누적 투자 유치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의장 방한 당시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이달 말 선보이는 '뤼튼 3.0'은 사용자 모든 대화를 기억하고 감정적 교류도 가능한 AI 서비스다. 현재 500만명대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1000만명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핵심 사업 전략은 △1인 1AI 시대 개막 △성능 업그레이드 △AI 이코노믹스 실현으로 압축된다. 서비스의 핵심은 초개인화 기술로 업무·여가활동을 뒷받침하는 'AI 서포터'다. 이용자 정보를 토대로 최적화된 외형·말투·장기 기억 등을 결합한 감성지수(EQ) 레이어를 통해 AI와 감정적 교류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보다 10배 더 향상된 메모리 성능으로 이용자의 정보 저장 공간과 시간을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국민 5000만명에게 각 개인에 최적화된 AI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개인화 기술 향상을 위해 다양한 AI 모델을 서비스 특성에 맞게 골라 사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택했다. 개발 비용·시간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자체 모델과 외부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최신 모델을 탑재했다. △이용자 의도 파악 △도구 추천 알고리즘 △최신 AI 모델 활용 △검색 데이터베이스(DB) 현지화 △검색 자동화 모델 등을 통해 사용 만족도를 35%가량 끌어올렸다고 회사는 밝혔다. AI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앱테크 기능을 강화했다. 함께 도입되는 'AI 재테크'는 기존의 무제한 무료 서비스를 넘어 사용자가 A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앱 내 광고 시청, 출석체크, 도구 체험 등 미션 수행을 통해 캐시를 적립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캐시 인출·결제 기능도 도입해 서비스 영역을 계좌 연동, 체크카드, 커머스 연결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AI 이코노믹스 체계'가 핵심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앱 활동에 대한 보상 체계를 통해 신규 이용자 유입을 늘리고,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를 다양화해 매출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동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체계가 한 번에 맞아떨어지게 구축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용자 증가세에 따라 테스트와 미션을 추가·삭제·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혜진 광고(AD)비즈니스 파트장은 “AI 재테크 기능과의 연동을 위해 현재까지 확보한 제휴사는 20~30개 정도며, 모바일·지류 상품권 형태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업체를 우선 공개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이 운영하는 페이 서비스와 같은 금융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영 대표는 “2년 전 MAU 30만명대를 기록할 때도 우리의 꿈은 'AI 시대의 포털'이었고, MAU 5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그 목표는 유효하다"며 “과거 인터넷 전화기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던 시기에 많은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만들었던 것처럼, AI 에이전트 기술이 더 많은 기업에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넥스트 포털'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뤼튼은 오는 14일 AI 개발 프레임워크 '에이젠티카'와 프론트·사용자환경(UI) 자동화 개발 도구 '오토뷰'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국내 주요 화학사 올해도 자산 팔아야 버틴다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최근 반 년 동안 3조원 이상의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재무 상태 악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일반 화학제품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기존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올해도 국내 화학사들이 여전히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매각하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화학 업황 악화에 원매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데다 원하는 매각 대금을 받아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최근 반 년 동안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대규모로 매각해 현금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의 기간 동안 국내 대형 4개 화학사(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C 효성화학)의 자산·사업부 매각 규모는 3조1053억원에 달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LCLA) 지분 40%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지분 25%를 활용해 각각 6627억원과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2월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지분을 979억원에 매각한 것을 포함하면 1조4106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 체결되는 파생상품으로, 계약 기간 중 담보로 맺은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서로 교환하게 된다.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가 매각 당시보다 높을 경우 기업이 차액을 가져가고, 가치가 낮을 경우 손실금액을 기업이 금융기관에 보전하는 방식이다. 효성화학도 지난해 12월 특수가스사업부를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매각하면서 92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SKC도 지난해 10~11월 자회사 SK엔펄스의 CMP 패드사업과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을 매각해 합계 4360억원의,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10월 한화저축은행 지분과 울산 무거동 사옥 부지를 매각해 합계 338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화학사는 이 같이 확보한 자금 대부분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모든 화학사가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완화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이들 4개사의 총차입금(연결 기준)은 지난해 말 29조5996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2023년 25조7436억원 대비 14.98%(3조856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4개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모두 악화됐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마무리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올해 1월 이를 해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무 리스크 악화는 국내 화학사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업체는 일반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서 대규모로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화학사의 생산능력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증설의 결과로 지난해부터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해 국내 화학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향후 국내 화학사가 생산원가가 낮은 중국산 일반 화학제품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내 대형 화학사들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이차전지·첨단 산업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 재무 리스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비핵심 자산과 사업부를 매각해 재무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비핵심 자산사업부 매각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학 업황 악화로 인해 원매자 확보와 매각가 협상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탓이다. 후한 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자산·사업을 매각한 화학사의 재무 리스크도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화학사들이 비핵심 자산사업을 매각해 재무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나 근원적 사업 경쟁력 악화로 차입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화학사들의 재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치 상회 ‘안도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안도했다. 통상 분야 각종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하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전년과 비슷한 성적을 내며 선방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0.15% 줄어든 수치다. 작년 2분기(10조4439억원) 이후 2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다 3분기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84% 늘어난 79조원이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잠정 실적 집계 오차가 수천억원 단위까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3분기 올린 역대 최대 기록(79조1000억원)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매출액 예상치도 75조원 수준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비수기인데다 관세전쟁 등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927억원이었다. 이날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예상 외로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산한다. 메모리 분야에서 3조~4조원 가량 이익을 내고 파운드리 사업 적자 규모를 1조원대로 줄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DS에서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었다.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수혜를 입어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감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 관세 부과 전 전자제품 사재기 현상이 일부 나타난 게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제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한 게 D램 출하량 자체를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모바일경험(MX) 부문에서는 '갤럭시 효과'가 돋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MX부문은 통상 'S시리즈'가 출시되는 1분기 실적이 뛰었다 2~4분기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작년 영업이익을 보면 1분기 3조5100억원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2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갤럭시 S25 시리즈가 사전계약 당시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21일만에 10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 기록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추가하며 프리미엄 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 S25 시리즈는 사전 판매 당시 가장 비싼 '울트라'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생활가전(CE) 및 하만 부문도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세 부과 이전 각종 제품을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이에 따른 수혜가 일정 수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부문별 실적을 포함한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주주들과 소통 강화 차원에서 실적·경영 관련 문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답변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지주 CP 조달 1조 한숨 돌렸지만…단기 자금 의존 심화

롯데지주가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 조달을 대폭 늘리며, 차입금의 만기구조가 급속도로 단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CP 순발행 규모만 86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발행한 장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CP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충당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셈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롯데지주는 매달 대규모 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1월 600억원, 2월 3500억원, 4월 들어 다시 4500억원 규모 CP를 신규 발행했다. 이 중 4월에 발행분은 은행매입약정한도가 체결되어 있는 CP로서 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하는 은행차입금의 성격이다. 3월에는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발행을 일시 중단했지만, 2분기 시작과 동시에 조달이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올 들어 CP 순발행 규모는 86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지난해 말 발행된 장기 CP 약 12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행잔액은 9800억원 규모다. 이 중 이번 분기에만 51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달 3000억원, 다음달 2100억원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반면, 롯데지주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해 지속적인 상환 부담과 맞물려 단기 유동성 대응 여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2~4월 기준 91일물 CP 평균 금리는 3.2%대에서 2.9%대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함께 하락했지만,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낮고 진입장벽이 낮은 CP 시장을 선택했다.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롯데지주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27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CP 조달의 단기성 구조로 인해 상환·재발행이 반복될 경우 계속해서 누적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롯데 측은 상환이나 이자가 부담되더라도 조달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통상 롯데지주는 매년 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하락하는 중에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금리 조건이 아니라,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 요인이 자리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6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AA-)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 바 있다.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A+로 한 노치 강등될 경우, 시장의 평가는 급변하게 된다. AA-와 A+는 단지 1등급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각각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으로 간주되며, 투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롯데지주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롯데건설도 '부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조달 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화학·건설 계열사들의 신용 리스크가 지주사의 등급 평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신용 리스크는 회사채 발행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신용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발행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P 시장을 통한 조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CP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이라는 점이다. 회사채가 보통 2~3년 이상의 장기물인데 반해, CP는 3개월~1년 내외의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수시로 롤오버(차환)가 필요하다.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신용이슈가 부각될 경우,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롯데지주는 지난 2월 말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CP로 상환했고,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관련한 유상보전 리스크도 떠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를 추진 중이지만, 2017년 프리IPO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등 FI에 최대 2931억원 규모의 차액 보전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중 상당액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P는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대규모로 운용되면 만기 집중도가 커져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최근처럼 금리 자체는 낮은 시기라도, 그룹 차원의 현금흐름 약화와 맞물릴 경우 유동성 압박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관세 전쟁’ 후폭풍에 삼성·LG전자 ‘실적 방어’ 대책 마련 올인

'관세전쟁' 폭풍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삼성·LG전자가 실적 방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미국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사 동향은 물론 각 국가별 외교 정책 방향까지 살펴야하는 처지지만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를 넘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1분기까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며 일단 안도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급이고 수익성은 증권가 평균 예상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LG전자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22조7447억원)을 거두고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으로 선방했다. 양사는 1분기 호실적이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찍부터 이달 '관세전쟁'이 시작된다고 예고해온 만큼 TV·가전·반도체 등 수요가 선제적으로 일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소매 시장에서 일부 소비자가 생활가전 제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앞서 수차례 보도했다. 각사는 '판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전날 열린 TV 신제품 공개 행사장에서 “사재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장 북미향 TV 등이 멕시코에서 대부분 만들어지고 있어 관세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 그런 부분을 잘 살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전세계에 10여개 생산거점을 둔 만큼 유연하게 파고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전략 역시 비슷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5일 정기주총 개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국가보다 멕시코 관련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서 다양한 가전 제품을 생산할 라인을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 생산 거점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작업도 면밀히 진행 중이다. 양사는 애플, 월풀 등 경쟁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국가별 외교 정책 방향도 살피는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관세, 인건비, 물류비 등을 고려해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의 생산지 재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베트남이 미국과 협상에서 관세율을 낮추지 못할 경우 브라질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식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말 전사 차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양사 해외 공장들이 관세 영향에 비상이 걸린 것은 맞지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이 워낙 불확실해 마땅한 대응책 자체가 없다는 호소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상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호실적 배경에 갤럭시 S25 시리즈 흥행과 메모리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중국의 소비 촉진 정책 '이구환신(以舊換新)' 등이 효과를 내며 2분기에도 반도체 분야에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LG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품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미국 관세전쟁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을 역이용하는 발상으로 읽힌다. '저가공세'를 퍼붓는 중국 가전·스마트폰 업체들 공세를 프리미엄 전략으로 이겨내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신형 갤럭시 Z시리즈 및 두 번 접는 폴더블폰 G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막판 담금질 작업에 한창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접목해 프리미엄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통상 협의를 강화하고 필요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특정 국가·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조를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조립·가공 제품이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제품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전략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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