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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슈퍼카 사라진 자리, 최첨단 친환경차의 전쟁터 변신

국내 최대 자동차 행사 '서울모빌리티쇼'가 막을 열었다. 슈퍼카, 클래식카 등 볼거리는 다소 부족했지만 향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갈 '미래 자동차'들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 '2025서울모빌리티쇼'가 3일 언론공개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최된다. 국내 유일 수소차 넥쏘의 후속모델, 기아의 미래 먹거리 PBV, 메르세데스-벤츠, BMW, BYD 등의 친환경 신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프레스 행사를 통해 수소 콘셉트카 '이니시움'의 실모델 '디 올 넥쏘'를 최초 공개했다. 디 올 뉴 넥쏘는 2018년 3월 출시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완전 변경 모델로 수소차 답게 물줄기와 등장했다. 새로운 넥쏘는 기존 모델보다 더 미래차스러운 디자인을 자아냈다. 이어 현대차는 새로운 아이오닉6를 공개했다. 기존 아이오닉6에서 더 향상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더 뉴 아이오닉 6와 더 뉴 아이오닉 6 N Line의 디자을 공개했다. 현장 반응에 따르면 기존 아이오닉6보다 디자인이 더 낫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존 아이오닉6가 좀 투박한 디자인이었다면 신형 모델은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아이오닉6 뒤엔 캐스퍼 일렉트릭 기반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가 전시됐다. 캐스퍼의 귀여운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마치 F1 전용차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가미해 보는이의 흥미를 돋웠다. 다음 찾은 곳은 기아다. 기아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PV5'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브랜드 첫 정통 픽업 '타스만'의 위켄더 콘셉트 모델과 EV4 등 다양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였다. 기아가 가장 선두에서 밀어붙인 전시품은 PV5다. 이 차량은 기아가 미래 먹거리로 꾸준히 밀고 있는 목적기반차량(PBV)를 실현한 첫 번째 모델이다. 이 차량의 특징은 이름처럼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엔 스타리아 같은 RV처럼 보이지만 내부 활용도를 최대화해 택배차, 푸드트럭, 캠핑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정원영 기아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올해 총 14종의 PV5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V5존을 지나치면 화제의 신차 '타스만'이 기다리고 있다. 타스만은 기아 브랜드 최초의 픽업 모델이다. 특히 이번 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차량은 특별 콘셉트 모델 '타스만 위켄더'다. 본체의 디자인도 충분히 액티비티하고 역동적인데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부품이 장착되니 당장이라도 짐을 싣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 오른쪽엔 기아의 듬직한 전기차 라인업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국내 전기차 최강자 EV3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EV4,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EV6, 9까지 그간 기아가 내놓은 전기차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곳은 BYD의 부스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인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BYD는 주요 브랜드 대표 모델 8종을 출품했다. 지난 1월 출시한 아토 3와 금일 출시를 발표한 전기 세단 씰,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을 필두로 내세웠다. 또 부스 측면에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의 대형 SUV U8과 전기 슈퍼 스포츠카 U9, 고급 브랜드 덴자의 7인승 플러그인하이브리드 MPV D9과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 세단 Z9GT, 전문 개성화 브랜드 포뮬러 바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 BAO 5를 전시해 두터운 라인업을 자랑했다. 특히 BYD는 이 자리서 두가지 희소식을 공유했다. 우선 보조금 미확정으로 출고가 지연되던 아토3의 보조금 확정-출고 시작 소식을 알렸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그간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 개운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BYD는 아토3의 다음 출시작인 '씰'의 출시를 밝혔다. 중형 세단 씰은 아직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4750~5200만원 사이로 책정될 예정이다. 다음 찾은 곳은 수입차 1등 BMW다. BMW는 친환경차 전시에 특히 집중했다. 고성능 전기 모델 뉴 i4 M50 xDrive 그란 쿠페와 뉴 iX M70 xDrive을 필두로 더 뉴 MINI 쿠퍼 컨버터블, 더 뉴 MINI JCW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MINI 최초의 순수전기 전용 모델 더 뉴 올-일렉트릭 MINI 에이스맨을 선보였다. 더불어 BMW 모토라드 뉴 S 1000 RR까지 총 13종의 모델을 전시했다. BMW 부스는 서로 다른 매력의 BMW와 미니 차량이 대조를 이루고 있어 다채로움을 자아냈다. 한쪽엔 귀여운 매력의 미니를, 다른 한쪽엔 당장이라도 아우토반을 내달릴 것만 같은 BMW 고성능 모델을 선보여 흥미를 자극했다. 더불어 모빌리티쇼 참가 완성차기업 중 유일하게 모터사이클까지 전시해 풍요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스는 브랜드 명성답게 화려했다. 마치 백화점 명품관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부스 입구엔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하는 'G바겐'이 전시됐다. AMG G 63, G 450 d,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등 지난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G-클래스의 전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다. 차량을 직접 만지고 타볼 수 있어 G바겐을 드림카로 삼은 소비자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듯했다. 뒤로 넘어가면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와 협업해 제작한 'G-클래스 패스트 투 퓨처'도 볼 수 있다. 이 모델은 199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해,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 아이콘으로서의 G-클래스를 표현한 모델이다. 이외에도 벤츠는 고성능 2-도어 쿠페 '메르세데스-AMG GT'의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스포츠카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로, 강력한 퍼포먼스와 함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또 하이브리드 모델도 공개했다. 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 에디션 1은 AMG E-클래스에 차별화된 내외관 디자인 요소 및 소재를 적용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는 한정판 차량이다. 또 벤츠는 브랜드 고유의 '최고급 차량 개인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마누팍투어'도 소개한다. 마누팍투어는 특별한 외장 색상 및 고품질 인테리어 소재를 고객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의 차별화된 디자인 옵션이다. 이처럼 이번 모빌리티쇼에 참가한 브랜드들은 최소 1대의 친환경차를 들고 왔다. 여전히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이 꽉 잡고 있지만 결국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가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확신이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무인기 사업 확대 나선 대한항공·한화에어로, 美 신흥·전통 강자와 잇따라 ‘맞손’

인공 지능(AI) 무기 체계의 활용 범위가 빠른 속도로 확장됨에 따라 전쟁의 양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무인기를 활용한 전투가 대세로 자리잡게 되자 대한항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무인기 제작사들은 외국 기업들과 협력해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AI의 활용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50% 미만이던 드론에 의한 요격 성공률을 80%대로 끌어올렸고, 이는 미국 팔란티어의 AI 기술의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티족으로 이뤄진 예멘 반군더 이란제 또는 자체 개조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회사 아람코의 정유 시설을 정밀 타격했고, 이는 일시적인 원유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이처럼 무인기는 고비용 무기 체계 중심의 전쟁에서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가성비' 무기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바꿨다. 기존 방공 체계는 고고도·고속 침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저속·저고도 드론에 대한 대응은 늦어지고 있어 세계 각국은 방공 전략을 재수립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 가운데 국내 무인기 제작 업체들은 해외 기업들과 제휴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미국 회사 안두릴 인더스트리즈와 ''자율형 무인기(AAVs)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고성능 전략 무인기(KUS-FS) △차세대 저피탐 무인기(KUS-FC) △전자동 틸트로터형(KUS-VT) △하이브리드 드론 (KUS-HD) 등 다양한 UAV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안두릴의 AI 기반 자율 비행·센서 융합 기술이 접목되면 유·무인 복합 작전 능력(MUM-T) 강화 뿐만 아니라 차세대 전장의 핵심인 '스마트 전투 체계'도 더욱 빠르게 구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안두릴은 전투기·헬리콥터 등에서 발사 가능한 공중 발사체 알티우스와 무인 잠수정(UUV)인 고스트 샤크 XL-AUV를 비롯, 다양한 무인 기기와 지휘·통제·통신·컴퓨터 및 정보(C4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AI와 무인기 개발, 데이터 분석 등에 특화돼 설립 8년 만에 방산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방산업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와 안두릴 간의 협력은 우리 군의 무인기 개발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방산 회사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즈(GA-ASI)와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인 '그레이 이글 STOL(GE-STOL)' 공동 개발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MQ-1 프레데터·MQ-9 리퍼 등으로 유명한 GA-ASI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포함, 전 세계 우방국에 무인기를 수출해온 글로벌 리더다. GE-STOL은 수백m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 무인기로, 함정이나 비포장 지형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탑재 중량은 1.6톤에 달해 정찰부터 타격까지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고, 해군 독도함에서의 이륙 시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STOL을 국내에서 전량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무인기 전용 연구·개발(R&D)·생산 시설 구축에만 75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고, 최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00억원을 무인기 관련 사업에 투자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무인기 역량 확보는 국가 안보와 K-방산의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인 만큼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BYD 아토3 보조금 145만원 확정해 고객 인도…‘씰’도 사전예약 개시

BYD코리아가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서 2가지 희소식을 발표했다. 3달째 미뤄지던 아토3의 보조금 확정 및 출고 소식과 후속 모델 씰의 사전예약 돌입 등이다. BYD코리아는 3일 일산 킨텍스 제 1 전시장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서 승용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인 BYD 씰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토3의 보조금이 확정돼 내일부터 고객 인도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아토3는 BYD의 첫 한국 출시 모델로 보조금 포함 20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당차게 국내 시장에 들어온 모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전기차 보조금 산정 및 환경친화적자동차 고시 등재에 실패하며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이에 사전예약을 해놓은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는 등 악재가 이어졌는데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인철 BYD코리아 대표는 “어제부로 아토3의 환경부 인증이 끝났다"며 “아토3 고객 인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발혔다. 이어 BYD는 두 번째 출시작 '씰'을 공개하며 사전예약도 개시했다. 씰은 스포티한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성능, 지능형 하이테크 DNA를 모두 갖춘 퍼포먼스 중형 전기세단으로 BYD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는 모델이다. 씰은 BYD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로 셀투바디(CTB) 기술이 적용돼 e-플랫폼 3.0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CTB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팩의 상단 커버를 차체 바닥과 완전히 일체화하는 혁신적인 구조에 있다. 이 기술은 배터리를 단순한 에너지원에서 벗어나 구조적 요소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충돌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40,500 N•m/degree에 달하는 탁월한 비틀림 강성을 제공해 차량의 안전성과 주행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여기에 82.56kWh의 BYD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 시 최대 520km(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20~80%까지 약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최대 150kW의 DC 충전을 지원한다. 파워트레인은 전면부 160kW, 후면부 230kW의 각각 다른 성능의 2개의 모터를 탑재해 최대 390kW(530PS)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AWD 기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BYD 씰은 △모터타입과 구동방식의 파워트레인과 △전자식 차일드락 등 편의사양에 따라 RWD(후륜구동)와 AWD(사륜구동)의 2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며 판매 가격은 4750만원에서 5250만원 사이(보조금 미포함)로 결정될 예정이다. 차량 인도 시기와 최종 차량 가격은 인증이 완료되고, 전기차 보조금 산정 및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가 완료된 후 확정될 예정이다. 조인철 대표는 “씰은 BYD 브랜드의 기술혁신과 미래를 향한 방향성이 여실히 녹아 있는 차량"이라며 “유려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성능, 프리미엄급 인테리어를 모두 갖춘 BYD 씰은 브랜드 강화를 위한 이미지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시장과 기술 다 가진’ 中의 반도체 야망, 삼성 발목을 잡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장악해온 메모리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린 데 이어, DRAM과 낸드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경쟁력을 압박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자국화 전략과 미국의 대중 규제라는 이중 압박은 삼성의 기술력만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3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의 '텃밭'에 실질적인 균열을 내고 있다. 특히 DRAM의 CXMT와 낸드플래시의 YMTC는 생산 능력, 기술, 가격경쟁력 삼박자를 갖추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XMT는 2025년 현재 월 16만 장 수준의 12인치 웨이퍼 DRAM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글로벌 생산능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직 시장 점유율은 5% 내외에 그치지만 물량 확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16나노 기반의 DDR5 제품까지 양산하면서, 기존 DDR4·LPDDR4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YMTC는 최근 294층 적층 구조의 5세대 3D NAND 플래시 출하에 돌입했다. 자사의 핵심 기술인 Xtacking 구조를 바탕으로 232단 낸드 기술을 상용화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 기술로 평가되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에서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탈삼성'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CXMT와 YMTC의 제품은 삼성·SK 제품 대비 10~20%가량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국산화 확대 정책과 결합되면서 B2B 납품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공공·산업용 서버 메모리 시장에서 YMTC 점유율이 30%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추격과 함께 삼성에게 더욱 복잡한 변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의 약 28%를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거점이지만, 미국 상무부의 규제 정책에 따라 공정 전환과 장비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2024년 미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대해 장비 수출 유예 조치를 일시적으로 연장했지만, EUV, 식각, 증착 장비 등 첨단 공정 설비에 대한 반입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안 공장은 신규 라인 증설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 속도에서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구조적으로 '미래 대응력'이 떨어지는 공장이 된 셈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최근 CHIPS법 관련 지원금 지급을 두고 조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삼성전자가 받을 예정이던 최대 64억 달러의 보조금은 2024년 말 기준 47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으며,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의 전면 재협상 방침을 내세우면서 지급 자체도 유동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정치 환경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 사례다. 물론 삼성전자는 여전히 DRAM, 낸드, HBM 등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만들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묻는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도 정진하며 현재 자급률은 약 25% 수준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조사된다. 정부 주도의 조달·보조·시장통제 수단을 통해 사실상의 자국 중심 공급망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국은 CHIPS법, IRA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유치와 동맹 중심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국 모두 '중립' 혹은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삼성의 전략은 전환이 불가피하다. 시안 공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미국·인도·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생산망 재편에 나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과 외교, 산업 전략에 맞춘 생산 구조와 고객 파트너십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삼성은 '기술 중심의 제조사'에서 '공급망 중심의 전략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강현창 기자 khc@ekn.kr

일상에 녹아든 모빌리티…자율주행·AI·로보틱스 등 기술융합 방점

세계 최초 공개된 신차와 자율주행 레벨 4+ 기술, 지속가능 모빌리티부터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미래 이동 혁신이 한데 모였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완성차 기업들이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혁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국내 최대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인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이번 전시회는 총 451개 기업‧기관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으며,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Mobility, Everywhere'다. 이는 모빌리티 기술이 육상은 물론 해상과 항공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일상 속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분야에는 50개 기업이 참여해 자율주행, AI, 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과 융합 사례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는 108개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 5종을 포함해 총 21종의 신차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아시아 프리미어 2종, 코리아 프리미어 14종도 포함돼 관람객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미래 디자인 비전을 담은 콘셉트카도 다수 전시된다. 자율주행 테마관에서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이 주최하는 성과공유회가 마련됐다. LG전자, SK텔레콤 등 총 265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레벨 4+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전장부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 콘텐츠도 한층 강화됐다. 전시장 외부에서는 현대차, BYD, 롯데의 신차 및 자율주행차 시승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실내에는 레이싱, 튜닝, 캠핑 등 모터스포츠 문화 콘텐츠가 전시돼 가족 단위 관람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날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혁신 등에 방점을 뒀다. 기아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더 기아 PV5'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더 기아 PV5'은 기아가 처음 선보이는 전용 PBV 모델로, 차량·소프트웨어·제조 혁신을 결합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의 구심점이다. 기아는 PV5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LG전자와 협업한 '슈필라움 스튜디오'와 '글로우캐빈' 콘셉트카를 통해 업무·레저 환경에 특화된 실내 공간을 함께 전시했다. 현대차는 이번 전시회에서 지난 1일 선보인 인스터로이드의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다. 인스터로이드를 통해 인스터의 발전 가능성을 선보이는 동시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전동화 모빌리티 환경을 선도하고자 하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았다. 인스터로이드는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가 제작한 콘셉트카이자,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을 이끄는 소형 SUeV,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를 기반으로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에 다채로운 재미 요소를 반영한 프로젝트 모델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재 상황이 서울모빌리티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국내 시장 공략을 선언한 중국 자동차 업체 BYD가 역대 최초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BYD는 단순 참가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 롯데와 함께 헤드라인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비야디(BYD)는 지난 1월 소형 SUV '아토3'를 국내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당시 아토3는 보조금 적용 시 2000만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어 동급 국산 전기차보다 약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로서터 친환경차 인증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최근 인증을 마무리했다. 이제 차량이 본격 출고될 전망이다. 지난 1월 계약 개시 이후 일주일 만에 계약 건수가 1000대가 넘어가는 등 주목을 받았던 만큼 올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추가로 올해 국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 장기화와 미국 관세 부과 등의 악재가 많아 사업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대형 완성차 업체가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더욱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자동차를 넘어 이동성을 확장하는 국내외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올해 리스크가 커지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미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1만원대 5G 요금제 초반 효과 없었다…알뜰폰 번호이동 건수↓

정부가 지난달 알뜰폰 육성을 위해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초반 효과가 미미한 모양새다.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 양상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도 줄어서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번호이동 건수는 25만6132건으로 집계됐다. 전달(28만7491건)보다 10.9%가량 줄어든 수치며, 전년 동기(25만8229건) 대비로도 약 0.8% 줄었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지난달 통신 3사·알뜰폰 합산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52만5937명으로, 전월(57만5642건)보다 약 8.6% 감소했다. 이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가운데 신규 플래그십 단말 출시 효과가 빠진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절적 비수기 요인도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1월 번호이동 건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대기 수요로 인해 감소했다. 출시 이후 역대급 판매고를 달성하며 번호이동 건수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3월에는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 중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저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출시에 따른 수요가 적잖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업계 활성화 일환으로 지난 2월 말 월 1만원대에 5G 데이터 2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인 바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3사의 망(네트워크)을 빌릴 때 지불하는 비용인 데이터 도매대가를 인하하면서 출시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평균적인 가입 추세로 봤을 때 인기 요금제보다 약 2배 정도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현재까지 선보인 요금제의 종류가 많지 않아 소비자 선택폭이 좁은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를 운영 중인 곳은 큰사람커넥트·스마텔·아이즈비전·프리텔레콤 등 4개사 뿐인 것으로 확인된다. 모두 SKT의 망을 대여 중인 업체들이다. 유니컴즈·스테이지파이브·씨케이커뮤스토리 등 업체는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알뜰폰협회는 올해 6월까지 20여개의 1만원대 5G 20GB 요금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망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또한 SKT에서 KT·LGU+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682만대에서 2022년 708만대, 2023년 상반기 387만대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중고폰 판매량은 약 900만~1000만대로 추산된다. 통상 알뜰폰 요금제는 자급제 중고폰과의 조합을 통해 요금 절감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부터 갤럭시 인증중고폰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같은 조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직원도 주인’ KSS해운, 올해 직원에 배당·이익공유 30억원 넘긴다

국내 중견해운사인 KSS해운이 '직원이 주인'이라는 회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올해 30억원 가량의 이익을 직원과 나눈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사내복지기금을 통해 19억원 규모의 이익을 배당하고,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익공유제를 통해 상당한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KSS해운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안건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20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KSS해운은 '직원이 주인인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KSS해운은 창업주인 박종규 고문이 1969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초창기부터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어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직원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고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또한 박 고문은 소유주식 100만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해 직원의 복지 향상에 직접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1995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일임하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현재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KSS해운에 재직한 박찬도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초창기부터 뿌리내린 우리사주조합은 11.91%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9%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별도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감안하면 회사 지분의 20.91%가 배당을 받아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상황이다. 지난해 해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KSS해운의 순이익 574억원을 기록해 지난 2023년 219억원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이번 정기 주총에서 주당 4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총액이 90억원을 넘어서는 상당한 규모다. 우리사주조합이 279만4476주, 사내근로복지기금이 207만7416주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직원 몫으로 돌아갈 배당금이 19억원을 넘어선다. 이렇게 지급된 배당금은 직원 복지에 활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KSS해운이 2014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익공유제를 통해서도 상당한 이익이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익공유제는 회사가 올린 이익을 주주 이외의 대상(주로 임직원)과 공유하는 제도다. 캐나다 등 해외 중소기업에서는 종종 활용되나 국내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4년 KSS해운이 국내 최초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알려지게 됐다. 덩사 KSS해운은 회사의 이익을 공유한 임직원이 책임 경영을 통해 이익이 더욱 늘어나면 주주의 배당금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익공유제를 통해 주주와 임직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익공유제를 도입한 이후 KSS해운의 실적도 상당히 개선됐다.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기 이전 KSS해운의 평균 영업이익율은 10%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이 도입한 이후 5년 동안 20%를 돌파했다. KSS해운은 순이익의 일정 비율만큼을 매년 임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여금 규모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통상 순이익의 10% 가량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KSS해운의 순이익이 574억원임을 감안하면 이익공유제로 지급되는 상여금 총액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억원이 넘는 배당을 감안하면 30억원이 넘는 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셈이다. KSS해운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를 통해 불안정한 해운업황에 불구하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반도체 ‘美 상호관세’ 피했지만···삼성·SK “불확실성 여전”

미국이 2일(이하 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25% 관세장벽은 피하게 됐지만 향후 품목별 관세가 어느 정도 부과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내 공장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반도체에는 예외를 뒀다.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에 상호관세를 추가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의약품, 목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얼마나 부여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지난달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3일 시행된다. 경쟁사 대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사라졌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32%)의 상호 관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높긴 하지만 반도체가 예외로 빠지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 있어 (상호관세 발표 전후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와 별도로 현지 투자 관련 보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 액설러레이터'를 만들고 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에 두도록 조직개편을 했다. 그러면서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 24일 백악관 관료회의 자리에서에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그것은 재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 9600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800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보조금은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700억원) 받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를 주도하고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가격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 관세율이 모두 다르고 조정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우리 정부가 '협상카드'를 잘 제시해 위기를 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자동차·쌀을 중심으로 비관세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압박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을 중복해서 요구하며, 투명성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품목관세가 이미 부과된) 자동차와 달리 미국 입장에서 대체제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현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도 부각될 것"이라며 “앞으로 물밑협상이 계속될텐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향보다는 다른나라로 가는 반도체 수요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관세 발표에서 반도체는 상호관세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IT 디바이스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제품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트럼프 상호관세 폭탄, 수출 한국 강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를 '경제 해방(Liberation of American Trade)' 조치라고 명명했다. 한국은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분류돼, 주요 수출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즉시 시행됐다. 백악관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역사적 조치"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됐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오전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전례 없는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피해 분석과 외교적 해법 마련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의 접촉을 확대해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조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이자 최대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은 약 81만 대로 전체 수출 차량의 28%에 해당한다.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차량 1대당 최소 400만~600만 원의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현지 공장의 가동률 확대를 검토 중이다. 철강과 기계류도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한국산 철강은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연간 무관세 수출 할당을 받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모든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적용되며, 추가 파생 품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2025년 1분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계·금속부품 업계도 미국 수주 일정 재조정과 가격 전략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은 이번 관세 부과 1차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공급망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석유화학과 섬유, 플라스틱 등 중간재 산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완제품 제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수입을 줄일 경우,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섬유산업은 대체 공급국이 많은 만큼, 관세 인상은 곧바로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대응 여력이 제한돼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업계는 공급 계약 재협상, 납기 연기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부품사들은 거래선 다변화와 환차손 보전 등 정부 차원의 세부 대책 마련을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은 한미 양국 간 무역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며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정책 조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종별 영향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자동차·철강·기계 업종에 대해 수출 보험 확대, 긴급 금융지원, 수출시장 전환 지원책 등 실질적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부품기업 대상 긴급 경영안정자금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尹 탄핵 선고 전후 ‘역대급 트래픽’ 예상…ICT업계도 비상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후 데이터 사용량(트래픽) 폭증 및 사이버 공격 시도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트래픽 및 통신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찬·반 시위대 모두 헌재 앞으로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지국당 데이터 커버리지는 한정돼 있는데, 용량을 나눠 쓰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접속 속도가 줄어드는 구조다. 앞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통신·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포털·메신저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앱)과 유튜브 등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통신 3사에 따르면 당시 트래픽은 평일 동시간대 대비 최대 2배까지 증가했다. 업계는 이번에도 실시간 중계·메신저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며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는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비해 이동기지국과 네트워크를 추가 증설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SKT는 집회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존 장비 사전 최적화 및 추가 개통, 이동기지국 배치 등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KT는 인구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광화문, 여의도,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장소의 통신망 현황을 점검하고 네트워크·기지국 증설 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상황실 운영 등 네트워크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네트워크 전문가를 주요 집회 현장 및 통신센터에 배치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운용한다. KT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이동기지국 등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연말부터 광화문·안국역 일대 등 집회 인파가 몰린 곳에 이동기지국, 임시중계기, 발전 장비 등을 설치하고 상주 인력을 배치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해 왔다. 선고 당일에도 수시로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면서 특이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플랫폼업계 또한 탄핵 선고 전후로 커뮤니티·뉴스 등 서비스의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카카오는 트래픽 변동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서비스 접속 불안정 현상을 막기 위해 서버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적 조치를 단행했다. 포털 다음(DAUM)엔 주요 기사와 특보, 선고 절차, 그동안의 재판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이슈 포커스' 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선고 당일엔 실시간 뉴스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또한 서비스별로 관련 시스템의 트래픽 가용 상황 등을 사전 점검하는 한편, 비상근무 인력 확충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 트래픽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ICT업계 관계자는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지국을 추가 개통하는 등 집회 상황에 대비 중이며, 다른 사고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며 “2017년에도 운용 경험이 있고, 지난해부터 예상된 일인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선고 당일 헌재 인근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관측하고 비상경계령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헌재와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0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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