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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줄고 내수 얼어붙고…우울한 가전업계

국내 가전업계가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올해 가전 수출은 역성장이 예상된다. 내수 시장 역시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2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전 수출액은 전년 대비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 미·중 무역 분쟁,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가전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전년 대비 각각 7%, 1%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내수 역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약 2조296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감소했다. 해당 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 등에서의 월별 가전제품 판매 실적을 집계한 수치다. 국내 가전 소매판매는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수요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의 판매가 급증했으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꺾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약 35조4638억원이던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코로나 정점이던 2021년 38조2080억원까지 급증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2년 35조8074억원, 2023년 32조4203억원, 지난해 30조508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0조원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계절가전 부문은 반등세를 보이며 업계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무더위와 장마 예보에 따라 에어컨과 제습기 등 냉방·제습 가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6~8월)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6월과 7월, 8월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각각 80%, 90%, 90%에 달한다. 이미 더위는 시작됐다. 지난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3도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한 장마가 시작되는 6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습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계절가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가정용 에어컨 일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중순 대비 약 한 달 앞당겨진 기록이다. LG전자도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들어 주요 가전 양판점의 제습기 매출도 지난해보다 10~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러한 제품 수요 증가가 단기적으로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계절가전의 반등만으로 가전업계 전반의 위기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의 수요 위축이 계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악재도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신흥 시장인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와 베트남의 대규모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가전 및 스마트폰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 중이다. LG전자도 이달 초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현지 가전 공장을 착공했다. 아울러 내수 대응 전략으로는 구독형 모델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 서비스는 경기 불황에도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작년 말부터 업계 전반에서 관련 사업이 확대되고 있어 내수 부진 타개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 LIG넥스원, 스텔스 USV ‘해검-X’ 첫 선… 해군 ‘네이비 시 고스트’ 실현 가속

“LIG넥스원은 앞으로도 기술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해군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스마트 네이비'로 힘차게 항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LIG넥스원 관계자) 28일 LIG넥스원은 제14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이하 마덱스)에서 무인 체계와 '스텔스 함정'을 컨셉으로 HD현대중공업과 부스를 공동 마련했다. 무인 체계는 미래전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전투 효과 극대화와 인명 피해 최소화는 물론,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미래 병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이날 LIG넥스원이 최초 공개한 무인 체계는 무인 수상정 '해검(Sea Sword)-X'다. 통신이나 드론이나 위성 등과 연계해 다양한 통제 방법을 갖춰 효과적인 군집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피탐 범위를 최소화한 스텔스형 디자인에 다기능 레이다(MFR)를 탑재해 강력하고 입체적인 탐색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정찰용 무인 수상정 체계 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해검 시리즈를 개발해와 후속작으로 해검-Ⅱ·해검-Ⅲ·해검-Ⅴ·M-헌터 등을 꾸준히 내왔다. 회사는 국내 유·무인 복합 체계 개발을 선도하는 한편, 무장과 탐지체계 등을 중심으로 모듈화된 임무 장비 탑재로 신규 응용 시장도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검-X는 아직 실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존 제품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국방 무인 체계 계열화·모듈화 (MOSA, Modular Open System Approach) 개념을 적용한 무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대함전·대잠전·대드론 등 다양한 전장 환경에 맞춰 △20mm 원격 무장 체계(RCWS) △2.75인치 유도 로켓 '비궁' △경어뢰 '청상어' △공격 드론자폭용 무인기 등 임무에 따라 탑재가 가능한 소형·경량화 된 무장 모듈을 결합해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컨셉을 지녔다는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아직 개념만 설계된 상태인 만큼 전장에서 무장을 교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 세부 사항은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990년대 중반 이래 '대양해군 건설'을 전력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대한민국 해군의 유·무인 복합 체계인 '네이비 시 고스트(Navy Sea GHOST)'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미래 첨단 해양 무인화 솔루션'을 전시했다는 설명이다. LIG넥스원 측은 “무인 수영장의 경우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활한 유지·보수·운영(MRO)을 지원헤 해군의 네이비 시 고스트 복합 체계 운영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해검-X와 기타 무인 체계와 관련, 국내외 해군이나 HD현대 등 여타 방산 회사들과의 공동 개발 또는 협력 계획에 대해 LIG넥스원은 확대 노력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바로 옆에는 우리 해군 최초로 전력화 될 정찰용 무인 수상정과 7대 1 크기의 자폭용 무인 수상정도 나란히 전시돼있었다. 자폭용 무인 수상정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돼 향후 비용 절감과 대량 생산, 신속한 제작이 가능해 해군 무인화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사측 전언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 수지와 유리 섬유의 복합 재질인 FRP(Fiberglass Reinforced Plastic)로 제작할 예정"이라면서도 “자폭용이기 때문에 선체 내구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운항은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해검을 비롯한 무인 체계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투자 역시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무기 생산 기지 구미 하우스에 무인 수상정 체계 통합 시험동을 준공했다. 시험동에서는 해검과 해검에 탑재되는 비궁 등 유도 무기 연구·개발(R&D)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그간 축적한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LIG넥스원은 전투용·함 탑재·기뢰 제거 등 임무 목적별 무인 수상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물러설 곳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두뇌’ 개발 총력전 이유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AP 매입액이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영업이익을 넘어서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술 자립'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들여 개발한 '엑시노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 일감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월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7' 일부 모델에 자사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할 계획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Z플립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AP 분야 경쟁에서 퀄컴, 미디어텍 등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5년(갤럭시 S6) 당시만 해도 전세계 판매 제품에 모두 엑시노스를 넣기도 했지만 이후 북미와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스냅드래곤 사용 빈도가 늘었다. 2020년(갤럭시 S20) 발열·성능 논란 등을 겪으며 2023년(갤럭시 S23)에는 엑시노스 탑재를 완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나온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 탑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수율과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탓이다. 회사는 이후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AP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MX사업부장)도 해당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차세대 제품인 엑시노스 2600 역시 수율을 안정화하는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두뇌'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326억원에 이른다. DX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67조7958억원)의 16.1%에 해당한다. 작년 삼성전자 MX부문 영업이익(10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기도 하다. 매입처는 퀄컴, 미디어텍 등 해외 기업이다. 원재료 가격도 상승 추세다.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 가격은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연간 평균 대비 가격이 19% 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1~3월 모바일 AP 매입액은 4조7891억원까지 상승했다. 엑시노스 개발을 통해 퀄컴 등 의존도를 낮추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AP 자립은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엑시노스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탁 생산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2500의 경우 최첨단 라인인 3나노미터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3조원 이상을 벌었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조원 안팎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AP 독립 행보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성격도 있다. 샤오미는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 '쉬안제O1'을 공개했다. 대만 TSMC가 만드는 3나노 공정급 제품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체 재발 AP를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저가 공세'를 할 수 있는 체력을 쌓는 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AP 역량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글로벌 성능실험 사이트 긱벤치 등은 샤오미 쉬안제O1이 일부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등을 앞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Z폴드7과 내년 출시되는 S26 시리즈에서 성능이 검증되면 (삼성전자 제품 중) 엑시노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1승 1패’ 기록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상장은 ‘좌절’·승계는 ‘착착’

타이어 유통 전문기업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최근 두 건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먼저 코스닥 상장사 파멥신을 활용한 우회상장은 결국 상장폐지로 끝났고, 투입된 수백억원은 사실상 회수 불능 상태다. 반면 김 회장과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AP홀딩스는 중장거리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 사업 확장의 한 축은 무너졌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사실상 승계 기반을 굳히며 '1승 1패'의 투자 성적을 남긴 셈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7거래일동안 파멥신의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파멥신이 거래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11일 상장폐지가 확정적이다. 파멥신은 타이어뱅크의 우회상장 통로로 기대되던 곳이다. 타이어뱅크는 지난 2023년 말 항체 치료제 개발사인 코스닥 상장사 파멥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13.31%를 확보했다. 바이오 기업이던 파멥신의 정관에 타이어 및 자동차 부품 판매를 추가하고, 유상증자 대금을 연이어 투입하며 '우회상장' 시나리오가 본격화됐다. 실제로 타이어뱅크는 2024년 한 해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약 4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무리한 경영 개입과 공시 번복, 유증 철회 등의 혼란 끝에 파멥신은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상장폐지 절차가 확정되면 타이어뱅크가 투입한 자금은 대부분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셈이다. 파멥신은 타이어뱅크 본사 명의로 투자된 자산이었다. 기업 차원의 사업 확장 혹은 자본시장 진입을 위한 '법인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룹의 실탄만 소진하고, 기업 신뢰성에 흠집을 남겼다. 유상증자 대금을 통한 자금 회전, 자산 이전, 사업 시너지 창출 등 후속 시나리오도 더는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정반대의 결과는 에어프레미아 인수에서 나타났다. 김 회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비상장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조용히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과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 AP홀딩스를 활용했다. 2025년 5월 2일, AP홀딩스는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의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기존 보유 지분 48%에 이를 더해 총 70%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확실히 손에 넣었다. 계약금 200억원은 이미 납입됐고, 잔금은 9월까지 순차 납입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건 인수 구조다. 에어프레미아 인수는 타이어뱅크 본사가 아닌, 김 회장 일가 개인이 지배하는 AP홀딩스가 주체였다. 2023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자본금 1억원의 페이퍼컴퍼니로 시작해, 전환사채와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사실상 '가문의 지주회사'가 항공사 지배 구조를 차지한 셈이다. 종합하자면 타이어뱅크의 파멥신 투자는 상장 진입이라는 전략적 확장을 노린 '법인 명의의 투자'였고, 에어프레미아 인수는 가문 지배력 확대를 위한 '오너 명의의 투자'였다. 두 투자 모두 같은 시기, 같은 그룹 내에서 병행됐다. 타이어뱅크는 매년 수백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비상장 캐시카우지만, 파멥신 실패로 자본시장 접근 통로는 봉쇄됐다. 반면 김 회장 일가는 AP홀딩스를 통해 차입 기반의 고위험 투자 구조를 설계해 자산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위험은 법인이 지고, 열매는 개인이 챙겼다는 구도가 성립된다. 한편 타이어뱅크는 파멥신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 매출은 5563억원, 순이익은 720억원대에 달하며, 보유 현금성 자산만 370억원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어프레미아 잔금 990억원 납입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항공기는 리스와 정비, 노선 확보, 슬롯 경쟁 등에서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한 업종이다. 에어프레미아가 올해 안으로 기재를 2대 추가 도입하고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면 적어도 수백억원 규모의 후속 자금이 더 필요하다. 현재 AP홀딩스는 사실상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은 크지 않다. 타이어뱅크 본사의 지원 없이는 향후 확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이 구형된 상태이며, 선고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유죄 확정 시 경영권 공백이 불가피해지고,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타이어뱅크 그룹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투자와 지배를 이중구조로 나눠왔지만, 향후 리스크 역시 그렇게 분산될지는 불투명하다"며 “에어프레미아는 구조 자체가 오너일가 명의로 이뤄진 만큼, 사업적 실패는 곧 자산가치 하락과 지배력 훼손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막 오른 마덱스 2025…HD현대·한화오션·LIG넥스원, ‘미래 해양 전력’ 방점

국내 대표 방산 기업들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이하 마덱스)'에서 인공 지능(AI) 무인 전투 체계부터 전기 추진 스텔스 잠수함, 차세대 통합 마스트까지 미래 해양 전력의 핵심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HD현대는 유럽 기업과의 협약으로 수출 다변화를, 한화오션은 총 17종의 무인·유인 복합 함정으로 기술 우위를 과시했다. LIG넥스원은 스텔스 디자인에 강화 무장을 결합한 '해검-X'로 무인 전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K-방산의 해상 진출 가속화와 동북아 해양 안보 리더십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국내 최대 해양 방위산업 전시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올해 전시회는 통산 14회차로, HD현대그룹·한화그룹 방산 3사·LIG넥스원·대한항공·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외 200여 개 기관·기업과 30여 개국 해군 대표단과 1만5000여명의 바이어들이 참가해 K-해양 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조명한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스텔스 함정을 형상화한 부스를 LIG넥스원과 공동으로 꾸렸다. 행사 현장에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울산급 배치-Ⅲ '충남함' 등 국내 함정 △필리핀·페루 수출형 외 신규 공개 6500t 대양 호위함 등 수출 함정 △'HCX-25' 진화형과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 전력 통제함·무인 전력 모함·전투용 무인 수상정(USV)을 소개하는 미래 함정 섹션을 가동했다. 전시 첫날 HD현대는 레오나르도·탈레스와 수출형 함정 공동 개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KAI·LIG넥스원·포스코와는 차세대 무인 전력 모함·신소재 연구 협력을 약속했다. 29일에는 포르투갈 해군과 소형 잠수함 공동 개발에 합의해 수출 시장 다변화에 시동을 건다. 군 출신 인재 채용 박람회도 29~30일 진행해 방산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선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대표는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개방과 융합, 확장의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한화오션은 무인 함정 10종·수상함 4종·잠수함 3종 등 총 17종을 모형과 디지털 목업 형태로 전시했다. 아울러 전기 추진·통합 마스트·스텔스 선형 등 해군의 '스마트 네이비' 구현을 위한 기술을 집중 소개했다. 유·무인 체계 지휘 통제함은 다양한 전력을 탑재·통제하며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한 3600톤급 잠수함, 무소음 지향 림 구동 추진기 등 최첨단 기술들을 채택한 차세대 스텔스 잠수함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 미 해군 유지·보수·분해 후 재조립(MRO) 사업을 성료한 한화오션은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MRO 종합 관리 체계(TOMMS) 구축을 마쳤다. 이는 함정의 총 수명 주기 관리를 위한 고객 맞춤형 솔루션으로, 다양한 MRO 사업에 맞춰 고객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김일홍 한화오션 특수선설계담당 상무는 “이번 전시회에서 당사는 최첨단 미래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함정에 방점을 뒀다"며 “수출형 함정 설계·건조 기술력은 물론, MRO까지 아우르는 종합 역량으로 함정 건조 명가 경쟁력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LIG넥스원은 콘셉트 모델 '해검-X'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무인 수상정의 비전을 제시했다. 해검-X는 피탐 범위를 최소화한 △스텔스형 디자인 △다기능 레이다(MFR) △20㎜ 원격 무장 체계 △2.75인치 유도 로켓 '비궁' △경어뢰 '청상어' △공격 드론 등 강력한 무장을 탑재했다. 인공 위성·통신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통제와 임무별 장비 탈부착, 대함·대잠·대드론전 등 다양한 작전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특징도 지녔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자폭용 무인 수상정도 현장에 배치했다. 비용 절감과 대량 생산, 신속 제작 등 혁신적 생산 방식을 시도함으로써 해군 무인 전력 강화에 힘썼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다기능 능동 위상 배열 레이다(AESA MFR)와 전자전(EW) 기능 결합 수상함 통합마스트, 센서·무장 통합 전투 체계, 함대공 유도탄-Ⅱ,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Ⅱ), 대드론통합 재머 등도 공개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대한민국 해군이 추구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인 '네이비 시 고스트' 실현을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인기 체계 종합 기업인 대한항공은 무인기 기체 관련 최신 기술을 앞세웠다. 부스에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기술이 적용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와 AI 소형 협동형 전투 무인기, 중고도 무인기, UH-60 헬기 목업 등을 전시했다.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유인 전투기와 협업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 만큼 일부 성능을 개량함으로써 해군 무인 항공 모함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새로운 해군 맞춤형 무인기 솔루션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군용기 MRO 분야의 전통 강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인다. 대한항공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군용기 정비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1997년부터는 링스(LYNX) 헬리콥터·P-3C 초계기·F-406 등에 대한 창정비를 수행하며 해군 영역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최근에는 우리 군의 UH-60 성능 개량 사업을 수주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군 특화 솔루션으로 미래 해양 무인기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전투기 창정비와 성능 개량 분야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네이버, 사우디 전략합작법인 설립 착수…중동 공략 속도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주택공사(NHC)와 전략합작법인 설립을 착수하기 위한 계약을 완료했다고 28일 밝혔다. 신설 전략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네이버의 중동 거점인 '네이버 아라비아' 산하의 첫 사업법인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HC의 디지털 부문 자회사인 NHC 이노베이션이 공동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사우디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도입해 공공·주거 부문 디지털전환(DX)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도 기반 슈퍼앱의 구축·운영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며, 기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 사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클라우드는 중동 지역 사업 확장 교두보를 마련했고, NHC이노베이션은 스마트시티 분야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사측은 평가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을 향하는 혁신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향후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속 타는 제주항공… ‘보잉 737-8’ 40대 인도 하세월

제주항공이 기단 최신화를 이뤄내겠다며 공언했던 신조 여객기 도입 사업이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30년까지 같은 기종 40대를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존 리스 운용 기재를 추가로 사들이는 사례가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보잉 737-8 4호 여객기(등록 기호 HL8553)를 도입했다. 이는 2018년 11월 보잉과 구매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한 4세대 737 여객기 37대 중 한 대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4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했지만 이 중 3대는 금융 리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추가 10대에 대해서도 구매 옵션을 걸어둔 상태다.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을 탑재한 신조기의 전체 좌석 수는 174석으로, 기존 737-800NG 대비 15석 적다. 제주항공 측은 정비 체계 점검을 비롯, 관계 당국의 감항 증명 등을 거쳐 운항에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제주항공의 기재는 여객기 40대, 화물기 2대 등 총 42대로 늘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 만료 리스기를 반납하고 신규 기재를 구매 형태로 들여옴으로써 이익 창출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며 "기재 운용 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연간 운용 비용을 14% 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 사업 보고서상에도 제주항공은 기재와 엔진 구입에 한화로 각각 6조2217억2600만원, 217억2700만원을 투자하기로 돼있다. 유효 좌석 거리(CASK, 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를 낮춰 경쟁사들 대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책으로, 당장 목돈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의 판단에서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는 전세계를 덮쳤고, 그 영향으로 숙련공들은 보잉을 떠나는 바람에 항공기 공급망이 망가졌다.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은 인력들이 많은 탓에 제주항공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업계는 기재 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기령이 20년이 넘을 경우 '경년기'로 분류돼 각종 유지·보수 비용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기재 운용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항공 경영학계의 중론이다. 올해 2월 기준 제주항공의 기령은 평균 13.7년으로, 2030년까지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5년 이하로 대폭 낮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매 도입 계약 5년 만인 2023년 11월에서야 737-8 1·2호기(2대), 2024년 1월 3호기(1대), 지난 23일 4호기(1대)를 겨우 들여왔고, 2030년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대를 8년으로 단순 균등 분할 계산하면 연 평균 약 5대씩 도입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현 상태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신 도입기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래될 것이므로 평균 기령 낮추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작년 도입분도 2030년이면 기령이 7년에 이르게 된다. 제주항공은 분기 보고서나 사업 보고서에도 항공기 도입 사업 시작일을 2018년 11월 20일이라고 표기해뒀을 뿐, 끝나는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도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는 캘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 경영자(CEO)가 와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737-8 도입 프로젝트는 장기 사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리스 운용 중이던 737-800NG 여객기 1대를 394억9344만원에 도입했다. 감가상각을 적용한 잔존 가치만큼 지출한 셈이다. 이와 관련, 당시 제주항공 측은 신조기 도입 여건이 여의치 않아 안정적인 기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기 공급망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제주항공이 리스기들을 구매 전환하는 비율 역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재 도입 계획은 유동적이어서 수시로 바뀐다"며 “현 시점에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해진 복심’ 최인혁 복귀에 네이버 노사갈등 ‘폭풍전야’

네이버가 이해진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복귀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조직문화 퇴보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가운데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노사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네이버의 과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27일 경기 성남시 1784 사옥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5일 최고경영자(CEO) 산하 조직 테크비즈니스부문을 신설해 최 대표를 내정했다. 그는 이해진 창업자와 삼성SDS 재직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복심'으로 꼽힌다. 다만 그는 2021년 발생했던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급 책임 리더 A씨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채용 과정에서 “책임지겠다"며 영입을 추진한 인물이 최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내부에선 네이버의 조직문화가 과거 수직적 구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노조 측이 입수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관련 사실관계 설명회' PPT 문건에 따르면, 변대규 이사회 의장의 일부 발언과 내부 인사·메일 내용 등 네이버 외부 인물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설명회 개최 배경' 페이지엔 '회사와 최 대표 간 합의된 입장문으로 변경 예정'이란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는 지난 3월 최 대표가 해당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진 비공개 사내 설명회 당시 활용됐던 PPT다. 해당 문건은 최종 완성본이 아닌 작성 중이었으며, 최 대표는 당시 퇴사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문건을 열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검토한 듯 자료에 대한 삭제 요청·제목 수정 제안 등 피드백 관련 의견도 남겨져 있어 최 대표 복귀가 회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오세윤 지회장은 “소개문 등을 최 대표와 합의된 입장문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 변 의장의 인사말·마무리 발언 등 내용이 PPT 공식 순서에 들어가 있다는 건 최 대표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을 누군가와 같이 했다는 것"이라며 “최 대표 복귀 결정 이전부터 입장 소명을 위한 발표 시나리오와 자료를 사내 인물이 제작했고, 해당 사건에 대한 최 대표 입장을 개인이 준비했다기보단 여러 사람이 논의하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설명회 개최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사측은 “최 대표 복귀와 연관 없는 자리"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시 업계 안팎에선 최 대표 복귀설이 지속 제기됐다. 이 창업자가 이사회에 복귀한 시점과 맞물렸던 점이 힘을 실었다. 쟁점은 최 대표 복귀를 확정지은 시점이다. 업계 안팎에선 네이버가 최 대표 복귀를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확정한 뒤 물밑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 내정 발표 시점을 한 차례 연기했을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기 인사 시점에 이를 알릴 경우, 이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와 연결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사건의 여진이 남아 있는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구성원 및 주주 반발도 적잖을 것이란 예상도 주효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번에 노조 측이 확보한 문건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업계 안팎의 추측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노사갈등 격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조 측은 공식 질의를 통해 오는 30일까지 문건 작성 과정에 대한 사실 해명과 최 대표 복귀에 대한 경영진 입장을 촉구한 상태다. 사측이 무대응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다음달 11일 확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총파업의 경우 최근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 체결이 완료돼 합법적으로 개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네이버 노조는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투표 결과 조합원의 약 98.82%가 최 대표 복귀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투표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 57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운데 참여자 4507명 중 4454명이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금호·한국 ‘리스크’에 넥센타이어 반사이익 기대…업계 판도 ‘흔들’

국내 타이어 업계가 변수에 직면했다. 1위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의 중대 사법리스크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2위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대형 화재로 생산능력이 약 30% 감소했다. 이 틈을 타 업계 3위 넥센타이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해 6500만본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며 연간 생산능력이 4900만~5100만본으로 줄었다. 광주공장은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 글로벌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설로, 이번 화재로 전체 생산라인의 60%가 소실됐다. 화재는 타이어 주조 라인, 원재료 저장창고, 검사-포장 공정 등 핵심 설비를 포함한 서측 공장 대부분을 덮쳤으며, 전기제어반과 고온 가공장비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대한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 2500여곳이 납품 중단으로 매출의 30% 이상 감소가 예상되고, 운송·하청업체, 지역 상권까지 연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인근의 전남 곡성 공장을 통해 대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곡성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300만본으로 광주(1200만본)와 비슷한 수준이다. 타이어 업계에선 당장 긴급 대응은 가능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문제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오너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온시스템 인수 등 대규모 M&A 추진에도 오너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며, 주가 하락과 ESG 평가 악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14~2017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매해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2017~2022년 회삿돈 75억원대 횡령·배임, 건설업체에 '끼워넣기식' 공사 발주 및 뒷돈을 챙긴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12년과 추징금 7896만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 측은 배임 혐의 등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으나 유죄 선고 시 실형 및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미 재판 부담으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이며 이사회 참여율 저조, 과도한 보수 수령 등 지배구조 신뢰도 저하도 동반되고 있다. 조현범 회장의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29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넥센타이어는 금호타이어 생산 차질로 연 5000만본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단기적으로 OE(신차용) 물량 일부를 추가 확보할 기회를 맞이했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OE 공급에서 금호의 공백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넥센타이어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매출 상승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일 키움증권은 넥센타이어의 목표주가를 7000원으로 22.8%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쟁사 생산 차질 예상으로 랠리 가능성이 있다"며 “2023년 3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당시 넥센타이어의 주가가 상승했던 점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넥센타이어의 희망가격을 기존 57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렸다. 다만 경쟁사의 악재 외에 주가를 끌어올릴 뚜렷한 요인이 없는 만큼 단기 랠리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전망도 비슷하다. 넥센타이어 국내 공장 가동률이 이미 93% 이상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이며, OE의 낮은 수익성, 생산라인 재편 부담 등으로 반사이익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사 측도 과도한 기대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LG전자 ‘현지화 전략’ 해외 접점 늘려 B2B 사업 키운다

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 다양한 형태의 거점을 만들며 고객사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소비재 시장 성장 한계가 뚜렷한 만큼 B2B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을 늘려가겠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프랑스 남동부 리옹에 '냉난방공조(HVAC)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파리에 이어 프랑스 내 두 번째 거점이다. 리옹은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남부 국가들과 연결성이 뛰어난 도시로 꼽힌다. LG전자는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내 약 20곳에 HVAC 아카데미를 마련해둔 상태다. 전세계적으로는 43개 국가, 65개 지역에 퍼져있다. 올해 들어 선전에 중국 내 두 번째 HVAC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태국 방콕에 있는 거점은 첨단 기술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이전했다. LG전자는 HVAC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3만명 이상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다. 고객사, 공조 설계 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연말까지 HVAC 아카데미를 70개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업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현지화 전략에도 눈길이 간다. LG전자는 해당 시장 공략을 위해 43개국 52개 지역에 '비즈니스이노베이션센터(BIC)'를 운영 중이다. 사무실, 학교, 병원 등 다양한 공간에 특화된 상업용 디스플레이 설루션을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기업들과 컨설팅이나 협업 논의 등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전장은 지역사무소를 앞세워 영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 북미, 일본 등 지역 거점에 총 15개의 전장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회사는 올해 들어 토요타 '우수 공급사'와 제너럴모터스(GM) '올해의 공급사'에 선정되는 등 관련한 성과도 내고 있다. LG전자가 해외 접점을 늘리며 B2B 사업을 키우는 것은 소비재 분야 발전 한계가 분명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소비 여력이 있는 대부분 국가에 이미 진출한 상태고 중국발 '저가공세' 등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판관비 지출이 늘며 수익성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83조4673억원에서 지난해 87조7282억원으로 5%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3조5510억원에서 3조4197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역시 회사 성장을 위해 B2B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차례 언급했다. 조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에서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B2B인) 빌트인 시장엔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 공략을 강화해 '가전 1위' 지위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조 사장은 “HVAC 분야가 지난 4년간 연평균 12% 가량 성장했는데 기후, 건축방식, 주거행태, 규제 등을 감안한 '현지 완결형 체계 구축'이 그 비결"이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R&D)부터 판매까지 현지에서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LG전자는 앞으로 세계 주요 지역에 위치한 거점을 활용해 지역·고객에 특화된 맞춤형 설루션을 발굴·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공급한 사례나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에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전체 매출 중 B2B 사업 비중은 지난 2021년 27% 수준이었지만 올해 1분기 36%까지 뛰었다. 회사는 이 비중을 2030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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