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산 테크 센터에서 UH-60 헬리콥터 창정비가 이뤄지는 모습(상단)과 판독기(하단). 사진=대한항공·육군
군 당국이 기동 항공기 수리 부속 조달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화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독자적인 도면 확보를 통해 비정상적인 정비 관행을 타개하고 막대한 조달 예산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29일 본지 취재 결과, 육군 종합정비창 정비기술연구소는 최근 1억4928만 원을 투입해 UH-60 헬리콥터 '디지털 판독기(Digital Indicator)' 자체 개발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종석의 제어 표시 장치(CDU, Control Display Unit)와 조종사 표시 장치(PDU, Pilot Display Unit)에 장착돼 연료량·엔진 온도·오일 압력 등을 지시하는 계기판 구성품이다.
현재 판독기는 601항공대·60항공대·육군항공학교 등 각 운용 부대에 배치된 UH-60 헬리콥터 111대 기준으로 총 7992개가 장착돼 있다. 기계적 수명에 따라 연간 600~800개의 필수 교체 소요가 발생한다.
2018년 33만 원 수준이던 대외 군사 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조달 단가는 2025년 기준 82만 원으로 급상승했고 보급 주기 역시 2~3년에 1회 소량으로 극히 제한적이라는 전언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품목의 원제작사의 납기 지연 탓에 육군은 소요 부대에 판독기 보급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이 부족분을 해외 민간 상업 조달로 획득할 경우 개당 400만~5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적인 조달 지연은 일선 비행 부대의 무리한 장비 운용으로 이어졌다. 일선 항공대에서는 표시 항목별 작동 구간인 '그린 존'에만 정상 품목을 장착하고 이상 상태를 알리는 주의·위험 구간인 '앰버·레드 존'에는 고장 난 품목을 임시방편으로 꽂아 비행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 정상 기체에서 부속을 떼어내 고장 기체에 이식하는 '동류 전용' 발생 건수도 2021년 이후 최근 5년간 8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 관계자는 “헬리콥터 가동 상태 이상 발생 시 조종사 판단 제한에 따른 조치 불가로 고장 확대와 항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곧 비행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며 “조종사 비행 안전과 항공 사고 예방을 위해 부품 국산화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군 당국은 설계 도면 없이 실물 품목의 치수와 전기적 특성을 자체 분석해 새로운 설계도를 도출하는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방식의 국산화 연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지침에 따라 참여 업체는 인쇄 회로 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 패턴도 등 기술 데이터 패키지(TDP, Technical Data Package) 일체를 구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지식 재산권과 시제품은 모두 군 당국에 귀속된다.
해당 사업은 대규모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최대 교체 물량 800개를 상업 구매 방식으로 획득할 경우 매년 약 40억 원이 소요되는데 전체 장착 물량 교체 비용은 4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육군은 상업 조달에 따른 후속 군수 지원 예산 지출을 아낀다는 입장이다.
일부 성능 개량도 동시에 진행된다. 기존 외산 품목은 백열 램프를 사용해 진동에 취약하고 열화 현상이 잦았다. 군은 신규 대체품의 투사 방식을 평균 무고장 시간(MTBF, Mean Time Between Failures)이 1만~10만 시간으로 긴 발광 다이오드(LED)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근적외선을 제어해 조종사의 야간 투시경 운용 시 발생하던 시야 간섭 현상을 방지하는 미 국방 세부 규격(MIL-DTL-7788H)과 물리적 환경 시험 규격(MIL-STD-810G)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노후 기종 부속 단종 극복을 위해 미군의 첨단 제조 기술 및 개방형 획득 제도 도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 육군 항공 미사일 사령부(AMCOM)는 기체 5000여 개 품목을 3D 스캐닝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 중이다. 미 공군 역시 공군 연구소(AFRL) 주도의 첨단 제조 기술 성숙화(MAMLS, Maturation of Advanced Manufacturing for Low Cost Sustainment) 프로그램을 통해 단종 품목을 복원하고, 신속군수지원국(RSO)을 거쳐 적층 제조 기술을 조달 체계에 이식하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미 국방군수국(DLA)은 단종 품목 대여·구매 프로그램(RPPOB, Replenishment Parts Purchase or Borrow)을 운용 중이다. 도면이 없는 품목을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이 자체 개발을 완료해 엔지니어링 지원 부서(ESA, Engineering Support Activity)의 감항성 인증서(AWR, Airworthiness Release)를 획득하면 신규 조달 승인 요청 절차를 통해 정식 납품처로 승인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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