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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급전’ 마련…부동산 매각으로는 어렵다

최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 매각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동화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가 위기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서초동 부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에 위치한 4만2312㎡ 규모의 땅으로, 현재 물류창고와 영업소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부지의 장부가액은 4000억원 수준이나, 실제 시장가치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은 약 2조원대로 추산된다. 해당 부지를 유동화할 경우 해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장에 다녀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해당 부지를 활용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해당 부지 활용을 통한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이 부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시의 조시계획조례에 따라 해당부지의 용적률을 끌어올려 매각가를 높이려면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서울시와 사전협상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부채납 비율 협의 등 복잡한 행정절차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지난 2022년 6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특별계획구역3'으로 지정하면서, 롯데칠성은 이미 2026년까지 세부 개발계획을 제출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한 상태다. 서초구청의 '민선8기 공약사업 관리카드'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사업계획 수립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하기에는 부동산 실사와 인허가 등 소요 시간이 너무 길게 걸린다. 당장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전에 매각이 이뤄지거나 사채권자 설득을 위한 활용안을 내놓기에는 어렵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의 부동산 자산은 더 있기는 하다. 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 자산 56조원 규모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실제 단기간 내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 중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는 장부가액 1조4000억원이지만 시장 평가가치는 4조4300억원에 달한다. 롯데호텔 본점인 소공동 서울 호텔도 건물과 부동산을 포함해 최대 7조원 수준의 자산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 자산들은 그룹의 상징성을 이유로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점포 정리 수준에 그쳤다. 롯데쇼핑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차례 점포 매각을 진행했지만, 이는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L7 강남, 롯데 시티호텔 명동, 롯데호텔 울산 등을 '패키지 딜' 형태로 시장에 내놓았으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역시 매출 감소 추세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핵심자산은 상징성 때문에 매각이 어렵고, 비핵심자산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유휴자산 매각만으로는 당면한 유동성 이슈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활용했던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도 거론되고 있으나, 자산 가치가 워낙 커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부동산 자산 외에도 예금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4조원 규모의 가용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각이 용이한 자산을 통해 해결하고, 서초 부지는 장기적인 개발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서초 부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그룹 차원의 개발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K-방산 지속성장 위해선 핵심소재 국산화 필요”

국산 무기체계가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으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재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본부 연구위원은 27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위산업학회 방산혁신포럼'에서 2022년 기준 기준 마그네슘과 내열합금을 전량 수입하는 등 국방소재 자립도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티타늄·니켈·코발트·알루미늄도 90% 이상 수입했다. 세라믹(51.3%)과 복합소재(47.4%) 등 비금속소재의 수입의존도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철강과 구리는 글로벌 수준의 기업을 보유한 덕분에 국산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앞서 요소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K-방산의 요소수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재가 방산 부품의 일부로 취급되는 등 중요도가 낮게 평가되는 바람에 국산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소재 공급망을 효율화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K-방산의 강점인 납기 준수가 어렵게 된다"며 “이미 일부 무기체계의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국방핵심소재 자립화·공급망 안정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영간 디커플링 등에 따른 영향을 줄이겠다는 공산이다. 일본의 경우 방산소재를 무기체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중으로, 최근 방위장비청 주관으로 소재 관련 취약분야도 식별했다. 중국은 민간기업의 군용 신소재 연구와 생산을 장려하고 국방분야 신소재 응용·보급을 위한 인센티브 매커니즘도 구축했다. 소재 수요-공급 매칭 활성화 목적의 공공서비스 플랫폼도 마련했다. 장 연구위원은 △방산물자 지정제도 대신 국방혁신소재 지정제도(가칭) 신설 △방산전략기술(가칭) 내 첨단방산소재 포함 △범부처 거버넌스 강화 △민군겸용 핵심소재 선행 개발사업(가칭) 추진 등이 방산소재 자립화에 도움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의 엔진 국산화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 내 소재 전문가도 발표자로 나섰다. 손인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부 소재연구센터장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에 따라 항공엔진 및 관련 소부장에 대한 수출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조립·부품 제작·설계를 비롯한 기술력이 많이 개선됐지만, 소재 부문은 여전히 선진국의 40~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손 센터장은 “항공엔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절반 가량이 소재에 집중된다"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소재가 우주발사체와 미사일 뿐 아니라 민항기를 비롯한 분야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권용남 재료연구원 항공우주재료연구센터장은 “방산소재를 만드는 미국 업체가 국내 보다 크지는 않으나, 트렉레코드와 기술장벽에서 우위"라면서도 “우리 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면 도전하지 못할 분야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민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에어로젤을 피복에 적용한 사례 및 해병대 수색대원들과 진행 중인 필드 테스트 등을 소개했다. 에어로젤은 세라믹을 기반으로 하는 소재로, 강도는 약하지만 경량화와 단열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김대현 세라잔첨단소재 본부장은 친환경성과 고기능성을 갖춘 자사의 도료가 기존 군에서 많이 쓰이는 우레탄 도료 보다 무기체계의 내열성·내화학성·절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방산학회와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운영 중인 '방위산업 최고위과정' 총원우회가 함께 마련한 것으로, 임채욱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김영무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소재기술팀장 등이 참가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위기 인정’ DS 고강도 인사 칼바람…‘노익장들’ 전면에

삼성전자가 사장단 정기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는 부회장급 2인으로 늘린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에서는 시니어급 사장들이 등장해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삼성전자는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작금의 위기 상황을 반영해 직급의 무게에 따라 직책을 추가로 부여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들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장·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부장을 겸하던 한종희 부회장은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 강화 목적에서 '품질혁신위원장'을 추가로 맡게 됐다. 기존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경계현 삼성종합기술원(SAIC)장은 용퇴했고, 이 자리는 모두 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겸직하게 됐다. 또한 전 부회장은 한 부회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위기 의식을 느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우리가 맞은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사장급 인사에서는 1960년 중반생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사장급 2인이 부임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맡게 된 한진만 신임 사장은 1966년생(만 58세)이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 사업부 D램·플래시 개발실 플래시 설계팀·솔루션 개발실 솔루션 SSD 개발팀장·메모리 사업부 전략 마케팅실장 등을 거쳤다. 2022년부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DSA 총괄로 근무하며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DS 부문 핵심 부서들에서 각종 역량을 쌓아오며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익힌 만큼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공정 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1966년생인 최고 기술 책임자(CTO)인 남석우 사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세라믹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해 2나노급 제품 생산을 하고 있지만 수율이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 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 CTO로 발탁한 것은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과 DS 부문 제조&기술 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선단 공정 기술 확보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남 사장은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 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1963년생인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사장)은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미국 썬더버드 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 업무를 거친 이력이 풍부해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에 보임돼 비즈니스를 안정화 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5월 사업 지원 T/F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 담당으로 활동해왔다. 이처럼 풍부한 사업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비춰 DS 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복귀한 고한승 사장은 2008년 그룹 신사업팀·바이오 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키워 13년 간 대표이사로 재직해온 창립 멤버다. 작년에는 창립 12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해 바이오 시밀러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키워내는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 사장은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그간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7명의 사장을 신사업 발굴·역량 강화 차원에서 업무를 변경한 것은 조직의 분위기 등을 전환해 새로운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향후 뒤따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의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소장은 “물러나는 임원도 많아지고, 신규 발탁·보직 변경되는 임원도 다수 생길 것"이라며 “이번에 일부 올드맨이 전면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 내 최상급 인재풀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정현호·한종희·전영현 유임 ‘찻잔 속 태풍’

내년부터 적용되는 고강도 임원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27일 삼성전자는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는 사장 승진 2명·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로 이뤄졌다. 당초 용퇴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던 정현호 사업 지원 T/F장(부회장)은 현직을 지키게 됐고, 대표이사직은 기존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공동 수행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 책임제 확립과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사를 통해 한종희 부회장을 수장으로 하는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해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영현 부문장은 사장급인 메모리 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의 수장 자리까지 꿰찼다.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부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 회사가 방향성과 경쟁력을 모두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42억원으로 7조299억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 대비 54.9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전 부문장은 지난달 8일 본인 명의로 '반성문'을 내며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고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인사 칼바람 예고라고 평가했고, 전 부문장의 직함이 대폭 늘어난 것을 통해 공식 확인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대형 고객사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못해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장도 전격 교체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DSA 총괄 한진만 부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의 포인트는 2명의 부회장 체제를 견고히 하는 것"이라며 “'집중'·'쇄신'·'전환'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메모리 사업부를 전 부문장이 맡은 것 자체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조직을 좀 더 체계적이고 집중력 있게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부연했다. 오 소장은 “파운드리 사업부장직을 새로운 인물로 채운 것은 삼성전자가 새로이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쇄신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U+ 떠나는 황현식 “사람은 우리가 1등…선두 도약 응원하겠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는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냈던 LG유플러스를 이제 떠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999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에 입사해 20년 이상 근무해 왔다. 지난 2021년 3월 대표로 취임한 이후 약 4년 동안 재임했다. 역대 재임자 중 첫 내부 승진 사례로 꼽힌다.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LG 경영전략부문장인 홍범식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퇴임하게 됐다. 황 대표는 “1999년 6월 1일 강남에 있던 사무실에 첫 출근을 했다"며 “그 이후 지금까지, 온갖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함께 했던 회사를 떠나려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입자 600만명 성과, 3사 합병과 4세대 이동통신(LTE)을 통한 도약, 모바일 회선수 2위 달성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힘을 모아 회사를 키워오는 동안 제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영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가장 큰 이유로 임직원들의 노력을 꼽았다. 그는 “우리 회사가 비록 경쟁사에 뒤져 (사업 부문에선) 3위지만, 사람은 우리가 1등"이라며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 이 위치까지 왔으며 가장 치열히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집단이고, 결국에는 1등으로 간다. 이 믿음을 더욱 굳건히 가지면서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제겐 항상 좋은 선배님들이 있었고,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가 선배이자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되면서는 정말 훌륭한 후배들을 만났다"며 “그들과 함께 저도 성장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제가 운이 좋고 복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LG유플러스가 지속 성장해 1등으로 우뚝 설 날을 기다리며 응원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단독] 산업부 주최 행사서 ‘화웨이는 애국 기업, 美 제국주의, 中이 승리’ 발표 논란

정부 주최 반도체 산업 행사에서 중국이 미국의 제국주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다며 화웨이와 중심국제집성전로제조유한공사(SMIC)를 애국·기술 기업으로 소개해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공동 주관한 '시스템-반도체 포럼'이 열렸다. 연사로 나선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미국 정보 기관은 2012년부터 화웨이 통신 장비의 제3세계 진출을 상시 감시하고 있고, 관계 당국은 ZTE 벌금을 물리고 임원을 해임토록 하며 7년 간 자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의 제재는 SMIC·화웨이와 주요 중앙 처리 장치(CPU)·인공 지능(AI)칩 업체에 집중됐고 중국은 전방위적인 국산화로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 탈피를 위한 노력은 집적 회로 내 재사용이 가능한 회로 집합인 IP와 전자 설계 자동화(EDA)로부터 시작됐고, 2015년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중국 팹리스 산업은 최근 포화 상태의 징후를 보이며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 탓에 공정 진화의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기금 투자와 세제 혜택 덕에 양적 성장을 지속 중"이라며 “100% 국산 장비를 이용한 65나노급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중국의 자기 평가' 목차의 슬라이드를 통해서는 '화웨이와 SMIC는 미국의 탄압을 극복한 애국 기술 기업', '미국의 제재는 자유 무역주의를 훼손하는 제국주의적 발상이고,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힌 문구를 보여줬다. 같은 슬라이드에서는 '(공산)당(党)이 선도하는 전략에 밸류 체인 전체의 민간 참여자들이 따르고 있음'이라는 문구를 빨간 글씨로 처리해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입장 내지는 프로파간다를 소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 행사의 취지는 중국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화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공유하고 논의하는 데에 있었다. 또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칩4'의 일원인 대한민국 산업부가 개최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은 산업부와 중국 선전(심천)시 정부가 2012년 5월 공동 설립한 기관으로, 국제 합작 형식의 공익·공공 연구·개발(R&D) 기구임을 표방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통신3사 ‘AI 앞세운 밸류업’… 핵심은 ‘인원감축’?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연말 밸류업 리밸런싱에 편입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본격적인 수익 창출 시점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LG유플러스를 마지막으로 통신3사의 중장기 밸류업 계획이 모두 공개됐다. 공통적으로 AI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현재 ROE보다 0.4%~4%p까지 상승시키겠다는 목표다. 각사별로 ROE 목표치를 살펴보면 SKT는 2026년까지 10% 이상, KT는 2028년 9~10%, LG유플러스는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진 않았으나 8~10%를 제시했다. 지난해 3사의 ROE는 SKT 9.6%, KT와 LG유플러스는 6%대로 집계됐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것이다. 기업이 자기자본을 통해 이익을 얼만큼 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경영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3사는 공통적으로 AI 중심 사업 구조 재편과 수익화를 위한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ROE 개선 작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ROE를 높이기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내수시장 중심의 유·무선사업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AI를 낙점하고 탈(脫)통신 전략을 가동해 왔다. 경영 효율화와 수익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일부 개편이 추진된 현재 사업 구조에서는 일단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이들의 실적에서 AI 관련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되면서다. 이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DC)·AI 컨택센터(CC) 등을 통해 B2B 영역을, AI 비서를 통해 B2C 영역을 공략할 방침이다. 주주환원 강화 및 자사주 소각에도 나선다. SKT는 연결기준 조정 당기순이익 50%, LG유플러스는 최대 60% 수준 주주환원율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KT는 2028년까지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이들의 궁극 목표는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배당금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대표적인 저평가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ROE가 낮아 지난 9월 지수 선정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기존부터 통신에서 AI로의 사업 재편 시도가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이번 공시 발표로 밸류업 신규 편입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특별 편입 종목을 추가하는 형태로 지수 구성 종목이 변경될 예정인데, 이 때 편입 여부가 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3사의 AI 사업에서 수익이 창출된다면 통신주가 성장주로서의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통 관건은 수익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수익모델(BM) 창출과 성공 여부에 따라 수익 발생 구조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AI 사업 확대를 통한 밸류업 전략이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가 기존 직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존부터 제기돼 왔지만, AI 전환을 예고한 후 인력 조정에 나선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본업인 통신 인프라 약화와 핵심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작업 또한 숙제로 꼽힌다.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BT는 2030년까지 40%가 넘는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감축 대상 사업부문은 광섬유·광대역 및 5세대 이동통신(5G)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 및 수리 부문이다. 감축 인원의 18%를 AI 및 업무 디지털화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KT가 네트워크 부문을 중심으로 약 20% 이상을 감축하는 걸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나섰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최근 SK그룹에서 운영효율개선을 이유로 임원 20%를 감축키로 함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21일 홍범식 신임 대표가 취임함에 따라 황현식 전 대표가 지휘했던 사업 중 저성장 사업에 대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애플 철옹성에 韓서 힘 못쓰는 외산폰

모토로라, 샤오미 등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 시장에서 라인업 강화를 통해 입지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철옹성에 막혀 점유율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선 이처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다양성을 잃은 채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와 샤오미 모두 국내 시장에서 제품 출시를 가속화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올해 '모토로라 G54', '엣지40네오'에 이어 '엣지 50 프로'와 '엣지 50 퓨전' 등을 선보였다. 샤오미의 경우 '포코X6 프로', '레드미 14C'를 출시했다. 제품 선택지를 확대해 소비자를 공략함으로써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 제조사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입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6%, 애플이 22%를 차지했다. 모토로라, 샤오미 등 외산 브랜드의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외산 브랜드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들은 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으나 중저가 부문은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A'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리미엄 부문은 애플 '아이폰' 시리즈와 삼성 '갤럭시 S' 시리즈의 입지가 견고해 시장 진입조차 어렵다. 또한 삼성전자와 애플에 비해 사후관리(A/S)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점이 외산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 확대를 막는 배경으로 꼽힌다. 모토로라와 샤오미는 국내에서 각각 45개, 14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삼성전자(171개)와 애플(88개)에 비해 서비스센터 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소수의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소수가 독점하는 시장 체제는 경쟁을 둔화시켜 제품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간한 '이동통신 산업·서비스 가이드북 2024'에 따르면 스마트폰 단말기 평균가격은 2015년 55만4713원에서 연평균 4%씩 올라 지난해 87만3597원 수준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참여자가 없다면 독점 체제로 굳어진 시장은 경쟁 둔화로 제품 평균 판매가격을 계속해서 상승시킬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 주기를 늦추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침체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선업계 ‘포트폴리오 다각화’ 컨선·유조선 수주 증가

국내 조선소들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비롯한 선종을 도크에 채워넣는 등 선종 믹스 개선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아시아 지역 선사와 1만6000TEU급 컨선 4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선박은 2027년 12월까지 인도될 예정으로, 계약 규모는 총 1조985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도 유럽 소재 선사와 1만5500TEU급 컨선 1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도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8881억원), 유럽 선주사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1조6932억원)을 수주했다. HJ중공업도 올 6월에 이어 최근에도 유럽 선주사와 7900TEU급 친환경 컨선 4척 건조계약(6000억원 상당)을 맺었다. 이는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운임상승 및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 등으로 신조 발주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1만2000TEU이상급 컨선 발주량을 연평균 53척 안팎으로 예상했다. 배슬벨류도 같은 기간 순 컨테이너 선단 성장률이 연평균 7.8%로 지난해 보다 2%p 이상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2만2000~2만4000TEU급 초대형 컨선의 신조선가가 2021년 10월 척당 1억8350만달러에서 1년 만에 2억1500만달러로 높아지는 등 선가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2억7400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도 상회하고 있다. 대중국 견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점도 국내 조선소에게 수혜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선박의 미국 입항시 높은 관세가 책정되면 선사와 화주의 이익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LNG운반선 수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조선 물량도 더해지는 만큼 우상향 그래프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초 한화오션이 오세아니아 선주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HD한국조선해양도 오세아니아 선사와 VLCC 2척을 수주했다. 최근 삼성중공업도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스에즈막스급 유조선 4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유조선의 경우 2021년 10월 척당 1억800만달러 수준이었던 선가가 최근에도 1억2900만달러로 오르는 데 그치는 등 타 선종 대비 상승세가 크지 않으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십척 발주가 점쳐진다. 선령 20년 이상인 VLCC 비중이 15%를 넘는 까닭에 교체 수요가 많고, 중국 경기 회복 등이 발주를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전기차 보급 확대 및 탄소중립 정책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글로벌 원유 수요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년반 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별수주 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중"이라며 “LNG 수요 확대로 부유식 생산설비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급과잉 우려와 파나마 운하 통항량 반등을 비롯한 요소로 인해 이같은 업황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들이 속도를 늦춘 것이 공급과잉 충격을 흡수하고 있으나, 중동 분쟁 완화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선박들이 희망봉 우회 대신 홍해 '직항'을 선택하면 운항거리 축소에 따른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분할합병 산 넘은 두산, 내년 대규모 자금조달 나선다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을 넘겨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된 로보틱스가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 캐시카우 밥캣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로보틱스에 부족했던 안정성을 더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산업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다음달 12일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3사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예정된 분할·합병을 최종 승인한다. 이후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분할·합병의 핵심은 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이후 로보틱스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두산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골자인 스마트 머신과 클린에너지,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그룹을 재편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인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앞서 두산그룹은 로보틱스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연구개발(R&D) 강화,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특히 해외시장 공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 로보틱스는 2022년 5월 45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 형태의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39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북미지역 진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는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로보틱스는 미래사업에 집중하느라 2016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축적해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차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0월 로보틱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구주매출 없이 신주모집으로 421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그 이후 자금 조달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으나 올해 7월 로보틱스가 밥캣을 넘겨받는 내용을 담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로보틱스가 밥캣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기존 골자였던 로보틱스와 밥캣의 흡수합병도 자금 조달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밥캣은 글로벌 신평사인 S&P로부터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상향 조정받기도 했다. 이에 기존 방안대로 로보틱스와 밥캣이 흡수합병을 통해 한 회사가 됐다면 밥캣이 받은 신용등급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출범 이후 흑자를 피하지 못한 로보틱스 입장에서 캐시카우 밥캣의 신용등급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 다만 두산그룹이 양사의 흡수합병을 우선 보류하면서 밥캣의 신용등급을 로보틱스가 활용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밥캣을 품게 된 것은 로보틱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밥캣은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12억2927만 달러(약 1조7258억원)의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밥캣은 로보틱스에 막대한 배당 이익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밥캣은 모회사인 에너빌리티에 연평균 1386억원의 배당을 단행해왔다. 이 같은 배당을 감안하면 로보틱스의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로보틱스의 당기순손실은 연평균 119억원 규모다. 밥캣 덕에 로보틱스의 실적 적자 문제가 해소된다면 자체 신용등급도 개선할 수 있다. 이후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한다면 이자비용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당초 로보틱스와 밥캣의 합병을 추진했고 지금까지도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자금 조달 때문"이라며 “두산그룹이 흡수합병을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전체적인 핵심사항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로보틱스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로보틱스 만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며 “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3사에게 모두 긍정적일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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