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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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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2994%·자본 잠식에도 98% 할인…LCC업계 ‘벼랑끝 치킨 게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1.15 07:49

연초부터 ‘초저가 항공권’ 파격적 마케팅
빚더미 앉은 LCC들, 제살 깎기 ‘출혈 경쟁’
환율·유가·신규사 겹쳐 생존 위협 ‘3중고’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항공·에어서울 CI. 사진=각 사 제공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항공·에어서울 CI. 사진=각 사 제공

새해가 들어서기 무섭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너나할것 없이 '초저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다.


3만원대 일본행 편도 항공권에 최대 할인율 98%라는 파격적인 숫자가 여행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한켠에서는 LCC업계 전반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이중고 속에서 기초 체력이 바닥난 저비용 항공사들이 눈 앞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좌석을 헐값에 팔아 부족한 운영 자금을 메우려는 '현금 돌려막기'식 출혈 경쟁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커피 값보다 싸다"…봇물 터진 연초 특가 경쟁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LCC들은 1월 초부터 연중 최대 규모의 프로모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14일부터 '슈퍼 스타 페스타'를 열고 일본 노선 3만9000원, 베트남 5만9000원 등 최대 98% 할인된 항공권을 푼다.




티웨이항공 역시 '2026 새해맞이 특가'를 통해 사이판·시드니 등 주요 노선을 초특가에 내놓았고, 에어프레미아도 '프로미스' 프로모션으로 미주·아시아 노선을 최대 94% 할인 판매로 대응하고 있다.


항공권 구매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하면 유류비·조업비 등 변동비조차 건지기 힘든 비정상적인 운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현금 흐름은 만들 수 있어도 좌석을 팔면 팔수록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빚더미에 축 쳐진 날개…자본 잠식·고부채의 늪


더 큰 문제는 이들 항공사의 곳간이 비어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상 각 사의 2024년 말 및 2025년 3분기 기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LCC가 심각한 재무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상황이 위태로운 곳은 에어서울과 에어로케이, 이스타항공이다. 이들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에어서울은 2024년 말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1397억 원에 달하고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2200억 원 이상 초과해 존속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청주 거점의 에어로케이 역시 누적 결손금으로 인해 자본 총계가 -8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에 98% 할인을 내건 이스타항공은 재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2024년 감사 보고서 기준으로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고, 이번 초특가 행사가 사실상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곳들도 안심할 수 없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2025년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이 약 695%까지 치솟았다. 장거리 노선을 확장 중인 에어프레미아 역시 2024년 말 기준 자본 272억 원, 부채 8146억 원으로 부채 비율이 약 2994%에 이른다.


티웨이항공 또한 유럽 노선 확장과 대형기 도입으로 인한 리스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환율·유가·신규 진입자, '3중 파고' 덮친다


더구나 외부 환경은 LCC업계에 더욱 가혹하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정비비·유류비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최근의 '킹 달러' 기조는 LCC들의 비용 부담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 원화로 받은 저가 항공권 수입으로 달러 빚을 갚아야 하는 '환차손의 늪'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는 기존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재정비를 마친 파라타항공이 시장에 본격 가세한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출혈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대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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