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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한국항공우주硏 신임원장 취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이상철 교수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신임 원장으로 20일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 원장은 1986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텍사스 A&M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항공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장을 역임했고, 2006년부터 한국항공대 교수로 재직하며 산학협력단장, 대학원장, 항공우주체계시험인증연구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항공대 BK21 스마트드론융합교육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제36대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비롯해 공군 정책발전 자문위원, 방위사업청 감항인증 자문위원, FA-50 개조개발 절충교역 민간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설치된 국가우주위원회 민간위원. 과학기술외교자문위 우주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철 원장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국가경제와 우주안보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자긍심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진에어, 작년 4분기 영업익 271억원…전년 동기비 42%↓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진에어의 매출은 3582억2400만원, 영업이익 271억5700만원, 당기순손실은 43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늘었고 영업이익은 42.0%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지난해 총 매출은 1조4612억6300만원, 영업이익 1667억1400만원, 당기순이익 1000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매출은 14.4%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5%, 25.3% 줄었다. 진에어 관계자는 “작년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4분기 영업이익 흑자로 9개 분기 연속 영입이익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천-다카마쓰·미야코지마, 부산-나고야 등 신규 노선 개척과 적극적인 시장 상황 대응으로 여객 실적이 증가했다"며 “창립 이래 최대치인 연간 약 1103만명 승객을 실어날랐는데, 이는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 기준 전년 대비 12% 늘어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시장 전망과 경영 계획과 관련, 진에어 측은 △고환율 △유가 변동성 확대 △국내외 정세 불안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시장인 근거리 저비용 항공사(LCC) 여행 수요 변화를 주시하며 시장 상황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수익 기반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운항·정비 관련 투자와 안전 문화 정착 등 안전 운항에 회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성공적인 통합 LCC 출범을 위해 철저한 준비와 효율적 과제 수행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온시스템, 조직 개편… 4개 지역 비즈니스 그룹 신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글로벌 자동차 열 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경쟁력, 효율성 강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 조직 구조의 개편을 단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오는 2월 1일부로 적용되는 조직 개편의 골자는 실행 중심의 지역별 조직에 영업, 상품기획 등 비즈니스 수행 관련 핵심 기능을 분할 위임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HQ에 전략 및 혁신 기획 중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먼저 아시아·태평양, 중국, 미국, 유럽 4개 지역에 실행 중심의 '지역 비즈니스 그룹(Regional Business Group)'이 신설된다. 각 그룹에는 기존에 글로벌 HQ에서 보유하던 영업 및 제품기획, 생산, 품질관리, 구매, 재무 등 비즈니스 관련 주요 기능들이 분할 이관된다. 각 지역 본부장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실행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 시장별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효율성 및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완성차 업체별로 미래 전략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변화다. 글로벌 HQ는 전략 및 혁신 기획 기능을 중심으로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 당면 비즈니스보다 중장기적인 미션 및 방향 설정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재무건전성 강화와 시너지 발생도 글로벌 HQ 재편의 핵심이다. 각 지역으로 권한이 위임된 재무, 회계, 관리 기능을 글로벌 HQ에서 효율적으로 관리 감독해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인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인사를 중심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 고유의 기업문화, 프로액티브 컬처(Proactive Culture)와 글로벌 성공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시너지 창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새롭게 신설된 지역별 비즈니스 그룹 책임자로는 △박정호 사장이 현대차그룹 및 아태 비즈니스 그룹, △서정호 부사장이 유럽 비즈니스 그룹 △박정수 전무가 중국 비즈니스 그룹에 각각 지정됐다. 미주 비즈니스 그룹은 기존 한온시스템 글로벌 세일즈 그룹을 담당하던 △브라이언 트루도(Brian Trudeau) 부사장이 담당한다. 박정호 사장은 한국타이어에서 구매, 전략기획, 미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온시스템 글로벌 구매본부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어, 한온시스템 비즈니스 및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한국타이어에서 아태중아부문장과 OE(신차용 타이어) 부문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한온시스템의 아시아 지역 완성차 브랜드 대상 비즈니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다. 서정호 부사장은 미국 GM 완성차 엔지니어를 비롯해 미국 자동차, 2차전지, 디스플레이, 전자제품,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 및 직무를 경험했다. 두산솔루스 COO 겸 유럽법인 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기술전략 및 해외 비즈니스 관련 거래를 이끌어 왔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온시스템의 유럽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사업 발굴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수 전무는 한국타이어 중국본부에서 OE 담당, 전략기획담당, 유통담당 등 핵심 직책을 수행한 바 있는 '중국 모빌리티 시장 전문가'다. 중국 시장 및 완성차 브랜드의 특색에 맞는 비즈니스 수행에 최적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이언 트루도 부사장은 미국 완성차 브랜드 제품 디자인 엔지니어로 시작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약 35년의 경력을 쌓았다. 영업, 제품 기획 및 전략, 재무 분석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온시스템에서도 재무, 기획, 영업, 마케팅 등 핵심 기능 임원직을 맡은 바 있어 미국 비즈니스의 원활한 수행을 이끌 예정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의사결정이 한층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어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확보부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까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만을 결합한 시너지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K-게임, 타이베이 게임쇼 출정… “닮은꼴 대만 찍고, 中 공략”

국내 게임업계가 대만 최대 게임 전시회 '타이베이 게임쇼' 참가를 확정하며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연다. 현지 참가자들과 소통을 통해 신작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한편, 대만을 기반으로 중화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대만 난강전시센터에서 열리는 '타이베이 게임쇼(TGS)'에 잇따라 참가한다.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게임 전시회로,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는 30개국 346개 업체가 참가해 PC·콘솔·모바일·인디게임 등 350개 이상의 신작과 100개 이상의 미공개 타이틀을 선보일 예정이다. TGS 관계자는 “전시회 목적은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참가 업체들이 글로벌 진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메타버스·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게임 개발에 도입하는 과정 등 업계 동향과 연계된 의제 세션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그라비티, 네오위즈, 데브시스터즈, 에피드게임즈,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스타조직위원회, 부산 인디커넥트(BIC) 등이 현장에 전시 부스를 꾸린다. 네오위즈는 모바일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브라운더스트2'를 출품한다. 이 게임은 매력적인 미소년 캐릭터와 수준 높은 일러스트 등이 특징으로, 지난 2023년 현지 앱마켓 1위에 오르는 등 성과가 좋았던 작품이다. 그라비티는 자사 대표 지식재산(IP) '라그나로크'를 앞세운다. 대만 지사(GVC)를 통해 △라그나로크3 △라그나로크 비긴즈 △라그나로크 온라인 제로 등을 전시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를 활용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모험의 탑 △쿠키런: 킹덤으로 현지 유저들을 맞이한다. 2개 IP는 현지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에피드게임즈는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트릭컬: 리바이브'를 선보인다. 이 게임은 지난달 현지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트라이펄게임즈 △샌디플로어 △스튜디오 비비비 △볼드플레이게임즈 △타파스 등 5개 기업이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관 부스에 참여한다. 이처럼 업계가 TGS 참가에 적극적인 이유는 대만 게임시장 규모와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만 수출 비중은 전년 대비 5.6%포인트(p) 증가한 12.0%다.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0위에 속한다. 특히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높고, 게임 선호 성향이 전반적으로 한국과 유사해 주요 공략처로 꼽힌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고, PC·모바일 MMORPG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 구조가 비슷해 개발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인구 분포상 청·장년층이 많아 확률형 아이템·유료결제 등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중국·동남아시아와도 지리·문화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향후 중화권과 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 확장을 화두로 띄운 업계 동향과 맞물리면서 대만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과 한국의 흥행 문법이 비슷하고, 중국과도 유사한 성향이 있어 대만에서 성공한 게임은 중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라며 “대만부터 주변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과 중국 판호를 획득한 게임들을 현지에 직접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슈 분석] 진에어는 무슨 죄?… 무안공항에 4월까지 발 묶인 여객기 ‘12억 손실’ 책임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생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활주로가 폐쇄됐다. 이 때문에 진에어 여객기 한 대가 현지에 묶여있어 영업에 나서지 못해 회사의 손실이 예상된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배상 책임 소재가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진에어의 구상권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작년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의 활주로 이탈 사고 조사와 관련, 국립생물자원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지난 17일 양쪽 엔진에서 조류의 깃털이 발견됐다. 이로써 버드 스트라이크에 의한 추력 상실이 기정 사실화 됐다. 이에 따라 엔진을 통해 전원을 공급받아왔던 블랙 박스 속 비행 기록 장치(FDR)·조종실 내 음성 기록 장치(CVR) 속 사고 직전 4분의 기록이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항철사조위는 감식 등 현장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4월 18일 오전 5시까지로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관계 당국들의 이 같은 조치에 진에어가 때 아닌 피해를 보고 있다. 무안공항에 자사 737-800(등록 기호 HL8012) 여객기가 묶여있는데,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어 이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항공과 임대차(리스) 계약을 맺고 빌려온 기재로, 2015년 7월 14일 제작돼 같은 달 27일부터 현재까지 진에어가 운용해오고 있다. 리스 비용은 항공기의 △기령 △상태 △시장 수요 △계약 조건 △항공사 간 관계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영업 기밀에 해당해 정확한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10년 된 737-800 기종의 월 리스 비용은 원-달러 환율 1450원.30원을 적용했을 때 약 22만달러(3억1906만원)에서 24만달러(3억4812만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에 있는 만큼 시장 가격 대비 비교적 낮은 수준의 리스 비용이 적용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영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다달이 내야 하는 비용이어서 운항을 하지 못하면 그만큼 고스란히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된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일부터 활주로 개방이 예정된 날까지는 111일이다. 한달 30일을 기준으로 이 기간 중의 리스 비용을 계산해보면 11억8052만2000원에서 12억8804만4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공항 주기장에 비행기를 세워두는 데에 드는 '정류료'도 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 2024년 공항시설사용료 부과 기준 및 요금' 도표에 따르면 정류료는 항공기 최대 이륙 중량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주기 시간은 착륙 시간부터 이륙 시간까지 계산되며, 출발 시 국내선 또는 국제선으로 구분된다. 현재 진에어는 제주-무안, 무안-도쿄, 무안-오사카, 무안-타이베이 4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입각한 하루 정류료는 국내선 6만721원, 국제선은 9만1674원이다. 마찬가지로 폐쇄 예정 기간만큼 계산하면 정류료는 국내선 674만31원, 국제선 1017만5814원이다. 당장 진에어의 목표는 무안공항에서 HL8012를 빼오는 것이다. 진에어 측은 본지에 국토부·한국공항공사와 기재 이동에 관해 의사를 전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 2216편 사고의 기여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결론을 쉽사리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약 1년~3년 후 나올 사고 조사 보고서에 기재될 내용에 따라 진에어 영업 손실에 대한 배상의 주체가 국토부·한국공항공사 또는 사고기 항공사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에어가 구제받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책임 비율 산정이 어렵다는 점이 구상금 청구 금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은 구상권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말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제반 상황을 봐가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여 현 시점에서는 거취를 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파견 직원들이 HL8012에 대한 일일 정비·점검 수행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IG넥스원·한화, L-SAM 앞세워 수십조 수주잔고 지킨다

국산 무기체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으며 방산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체계개발을 마친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우리 안보역량을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깃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의 수주잔고는 86조원에 달한다. L-SAM 양산은 230㎜ 다련장 3차 양산, 핀란드향 K-9 자주포 수출, 차륜형대공포 1차 양산 등 이미 완료됐거나 올해 또는 내년까지 납품될 물량의 뒤를 이을 프로젝트로 꼽힌다. 지난 16일 열린 제16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된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1조7302억원이 투입되며,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한 축을 이룰 전망이다. L-SAM은 고도 40~60㎞ 상공에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적외선 영상탐색기로 포착한 뒤 물리적으로 충돌해 운동에너지와 고열로 요격하는 '힛투킬'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전투용 적합판정은 지난해 5월 받았고, 군이 예상하는 전력화 시작 시기는 2027년으로 전해졌다. L-SAM 포대는 △교전통제소 △작전통제소 △발사대 4개 △다기능레이더(MFR)로 구성된다. LIG넥스원은 체계종합과 대항공기유도탄(AAM) 생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탄도탄유도탄(ABM) 및 발사대 생산 등을 맡는다. 발사대는 AAM과 ABM 혼합 적재가 가능하고, 발사관 6개로 구성됐다. 다기능레이더(MFR)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MFR은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Ⅱ를 비롯한 무기체계가 사용하는 것으로, L-SAM이 쓰는 제품은 전자주사식 능동위상배열(AESA) 방식을 채택한다. 다표적 탐지·추적·피아식별 등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함이다. 이전부터 중동 국가들이 L-SAM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등 해외 판매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종교 및 종족간 갈등에 따른 지역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가 방공망 강화를 위해 총 10조원 이상의 천궁-Ⅱ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중동에서 국산 방공망 벨트가 형성되는 등 지속적인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L-SAM과 천궁-Ⅱ의 통합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AAM의 측추력기 △ABM의 위치자세제어장치(DACS) △각 유도탄의 탄두 등 핵심기술과 부품 국산화율이 높은 것도 수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다. 2028년까지 5677억원을 들여 개발할 고고도 요격 유도탄(L-SAM-Ⅱ)가 합류하면 더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세트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고도 70㎞ 이상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무기체계로, LIG넥스원과 한화도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L-SAM의 경우 1발당 가격이 37억원 수준인 패트리어트(PAC-3) 보다 낮은 만큼 천궁-Ⅱ와 함께 높은 가성비가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생산이 이뤄지면 양산 단가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더욱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트럼프 2.0] ‘美 의존도’ 역대 최고 현대차, 신흥시장 확대로 돌파구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보편관세 부과 등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으로 그나마 지난해 우리 산업을 지탱해 온 자동차 업계도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 거대한 변수를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은 '신흥시장 확대'로 시장의 안정감을 유지할 전략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국 시장에 대비해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출의 구멍을 메꿀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서 170만8293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다 판매량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판매한 자동차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미국 시장 환경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IRA 폐지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판매량만 많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등 많은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IRA 폐지로 전기차 보조금이 중단되고, 한국서 수출되는 차량에 관세가 붙는다면 미국 현지서 현대차그룹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은 '미국 보편관세 부과 시나리오'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년 수출 감소 효과는 약 7.7~13.6% 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큰 불확실성을 앞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로 신규 상장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는 외국계 완성차 기업으로서는 인도 증시 사상 두 번째 기록이며 현대차 해외 자회사로는 첫 상장이었다. 또 현지 전략 모델인 '시로스'의 사전 계약이 1만258대를 기록하며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지난 19일엔 인도 델리의 바랏 만다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 참가해 인도의 마이크로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고 3륜 및 마이크로 4륜 전기차(EV) 콘셉트를 공개하며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하며 기술 혁신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상반기(1~6월) 신차 등록 대수는 1557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6% 증가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중동 지역에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서 픽업트럭 모델 '타스만'을 출시하며 현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중동 시장에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신흥시장서도 꽃길만 예정되진 않았다. 전기차 세계 최강자로 떠오른 중국 BYD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YD는 지난해 4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태국 공장을 지었다. BYD는 이를 통해 연간 15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동남아 시장서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서 관세정책의 변화라던지 보편관세등의 이슈, IRA 페지 이슈 등 정책기조에 따라 판매수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트럼프 2.0] 美, 1조3000억 보조금 삭감 우려… K-배터리 ‘비상경영’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예고된 업황 악화에 대비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K-배터리의 악재가 예상된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하순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 인사책임자(CHO) 명의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LG엔솔은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했다. 출장 규모를 최소화하고 화상화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한 일부 신사업 및 신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신규 증원 대신 내부 인력 재배치하며 조직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부터 조직을 효율화하고 흑자전환을 달성할 때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흑자 달성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021년 출범 이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며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올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K-배터리 3사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략이 느슨한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목표한 생산 능력을 합산하면 북미 지역에만 연 60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집계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포드 등과의 합작법인(JV)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시행으로 인한 수혜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AMPC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 1~3분기까지 합계 1조3787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1027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봤고, SK온도 2111억원, 삼성SDI도 649억원 수준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AMPC 보조금 예산 폐지 혹은 축소 등을 공약으로 밝혀왔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4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국내 배터리 3사의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K-배터리가 정책 변화로 미국 공략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세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23.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 점유율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3.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도 5.1%에서 4.5%로, 삼성SDI도 4.7%에서 3.7%로 점유율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2023년 36.2%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6.8%로 소폭 성장했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도 15.9%에서 17.1%로 점유율 개선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 기간 동안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용 절감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며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트럼프 2.0] 中 생산 40% 넘는 韓 반도체…K-칩스법 ‘응급조치’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국내 반도체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 변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이중고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파운드리 반도체와 이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s)' 전략을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을 겨냥한 '최대 압박' 전략으로의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도 미국산 반도체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며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산 반도체 사용 중단을 권고한 상황이다. 그 결과 한국 반도체 업계는 두 나라의 반도체 갈등 중간에 끼어버렸다.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과 홍콩을 합한 수출 비중이 2020년 61.6%에서 2024년 51.7%로 크게 줄었다. 특히 중국 본토 수출은 40.2%에서 33.3%로, 홍콩 수출은 20.9%에서 18.4%로 각각 감소했다. 이러한 수출 감소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2023년 10월에는 이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1년 단위의 수출 허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RAM을 생산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 내 생산 비중이 40%를 넘어 미국의 제재 강화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동맹국들에게도 대중 수출통제 참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미 인터뷰에서 CHIPS Act를 “매우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보조금 대신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초 약속받았던 텍사스 테일러 공장 보조금이 26% 삭감된 47억5000만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 주의 패키징 시설에 대해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 지원을 받게 됐지만, 이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트럼프가 지명한 정부효율성부서(DOGE) 수장 비벡 라마스와미는 기존 계약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해 'K-칩스법(K-Chips Act)'를 통해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14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편성했다. 또한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에 1조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R&D, 상용화, 인력양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의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정부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용인에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1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업계는 투자를 통한 위기극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기업 모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 계획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업계의 중장기적인 전략이 고민되는 시점"이라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자생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2.0] 트럼프 ‘관세 폭탄’ 카운트다운… 韓 조선업 빼고 모두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국 경제에 '관세 폭탄'이라는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전방위적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등 일부 업종은 수혜가 예상되지만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기업은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단순한 선거 공약을 넘어 트럼프의 확고한 신념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은 포괄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과 같은 주요 교역국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4년 상반기 기준 각각 17만8100대(국내 생산량의 19.5%), 17만7500대(국내 생산량의 21.7%)를 미국에 수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만약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될 경우, 우리에겐 약 21조7000억원의 직간접 생산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한국 GDP의 0.3%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터리 산업도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기업은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은 이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특히, 그래파이트와 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조선 산업은 트럼프 2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미국의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중이다. 정부는 올해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360조원으로 확대하고 환율변동 대비 보험지원을 1조4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무역박람회, 사절단 등 정부사업 지원도 2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또 지출에 대한 면세 혜택을 확대하고, 자동차 구매 세금을 30% 인하하며, 직원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할 방침을 세우는 등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충격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신행정부 출범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기업, 경제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조선산업 협력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산업별 맞춤형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FTA 활용과 미국 외국무역지대(FTZ) 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Section 301 관세 면제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TV 생산 비중을 20%까지 늘렸고, LG전자는 가전 생산 비중을 30%까지 확대했다. 특히 시장 다변화 전략도 중요하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브라질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아는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한편 트럼프 2기 출범이 우리에게 수혜보다는 피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최근 한국기업총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경제계는 정부와 기업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민관이 협업해야 대내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며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의 대미 활동에 있어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민간의 가용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정부와 공동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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