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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中철강 우회덤핑, 품질증명서(MTC)가 근본방지책”

반덤핑 철강 품목이 제3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와 철강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불공정 수입 문제를 해결하려면 철강 품목에 품질성적증명서(MTC)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5 스틸코리아' 통상 세션에서 “철강 MTC 제도를 법제화해 수입 신고 단계부터 불공정 수입을 조기 감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MTC는 철강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는 서류로, 철강재의 화학 성분과 생산지 등 제조 정보를 담는다. 품목별 무역 정책의 틀인 HS코드를 정확히 확인하고, 조강과 제강 등 단계별 생산 국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 원산지 증명서보다 정보가 자세해 국내로 들어오는 철강재 현황을 정확히 모니터링해 효과적인 불공정 무역 대응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실장 설명이다. 한국은 그간 중국에서 들어오는 철강 품목을 대상으로 반덤핑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베트남 등 제3국에서 추가 가공을 거친 뒤 한국으로 덤핑 물량이 들어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 설비 투자를 확대해 우회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것의 일환이다. 현재 제3국을 경유한 우회덤핑을 방지하는 제도는 시행 중이다. 지난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우회덤핑 방지 제도를 신설해 형태, 포장, HS코드 등만 바꾸는 '경미한 변경'을 규제할 근거를 마련했다. 8월에는 경미한 변경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 조립하거나 완성하는 경우까지 규제 대상을 넓힌 관세법 시행령 개정이 입법 예고됐다. 이 같은 수준을 넘어 덤핑 등 불공정 수입을 미리 감지해 국내 철강 시장의 왜곡을 방지해야 한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수입신고 절차는 생산자 정보 입력이 의무사항이 아니라 반덤핑 조사 대상 기업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생산자 정보 관리가 잘 돼야 정확한 반덤핑 조사와 적절한 불공정 무역 개선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제3국을 경유한 덤핑 수입물량을 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도 10월부터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 중인 만큼, 제3국을 거친 중국산 철강의 수입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출입 공고상에 철강 분야 MTC 대상 품목과 승인 방식을 별도로 신설하고,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판재류와 반덤핑 규제 중인 H형강 등의 품목을 MTC 첨부 의무 대상으로 우선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 실장은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과 산업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불공정 수입을 통제하고 내수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SKC, 3분기 영업손실이지만 ‘적자폭 축소’

SKC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 실적으로 영업손실 52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을 11.4% 줄였다고 5일 공시했다. 또한, 직전 2분기(-702억원)와도 비교하면 24.8%(174억원) 가량 영업손실 크기를 대폭 줄였다. 다만, 올해 1~3분기 통합 기준 전체 적자 197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합계 2008억원)보다 34억원을 줄이는 수준에 그쳤다. SKC는 3분기 매출이 5060억원으로 14.1% 증가했다 2년 만에 매출 5000억원선을 회복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에서 매출 1667억원, 영업손실 3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쓰이는 동박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고, 말레이시아 공장 판매량도 확대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반도체 소재사업은 매출 645억원과 영업이익 174억원을 기록했다. 테스트 소켓과 장비 사업을 합병한 데 따른 시너지가 본격화되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테스트 소켓 사업은 인공지능(AI) 중심 비메모리향 고부가 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분기 영업이익률이 33%를 달성했다. 특히 SKC가 세계 최초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유리기판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첫 양산 샘플을 제작하고 고객사 인증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유리기판은 내년 상업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매출 2735억원과 영업손실 74억원을 나타낸 화학사업은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매출을 견조한 흐름으로 이어갔다. 적자 폭은 원료가 안정 등에 힘입어 개선됐다. SKC는 영구 전환사채(EB) 발행과 반도체 비주력 사업 매각 등으로 현금 유입을 늘려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연말까지 리밸런싱 과제를 마무리하고 핵심 사업 중심의 효율적 자본 구조를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SKC 관계자는 “각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의 성장 구조 확립에 집중하고 있다"며 “글라스기판을 포함한 신사업의 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중장기 재무안정성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새 CEO 선임 절차 돌입 KT ‘낙하산 낙인’ 지울까

KT가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의사에 따라 새 대표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된 이후 20년이 넘도록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려온 KT가 대표 교체기마다 정치권 개입 논란을 빚어온 터라 이번 후임 CEO 선임 과정에서 얼마나 '낙하산 인사' 오명 벗기 의지를 드러낼 지 통신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KT 대표는 전날인 4일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9월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와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만 채우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이번 KT 사고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피해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8월 30일 KT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면 31개월 동안 KT를 이끈 셈이 된다. KT 대표는 통상 매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됐으나, 구현모 전 대표에서 김 대표로 교체되는 과정에서는 '셀프 연임' 논란과 정치권 개입 의혹이 겹치며 2023년 8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서야 신임 CEO가 확정됐다. 2022년 말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을 국민연금이 공개 반대하면서 시작된 당시의 수장 교체 파동은 여권의 공개 비판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모두 후보직에서 물러나 경영 공백 사태를 빚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전날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KT 개입 의혹을 수사로 규명하고, 공공기업으로서 KT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새노조 역시 “차기 CEO 선출 과정에서 통신 전문성과 낙하산 인사 배제, 투명한 절차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권 개입 논란 외에도 김 대표가 추진해온 KT의 AI 전략 유효성은 새 리더가 점검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퍼블릭 시큐어 클라우드'를 개발해 공공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뚜렷한 수주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자체 개발 AI 모델 '믿음' 등 핵심 기술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편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일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 논의를 시작으로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KT 추천위는 연내에 대표이사 후보 1인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KT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S일렉트릭, ESS용 전력변환장치 美 UL 인증 획득

LS일렉트릭이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구성요소인 전력변환장치(PCS) 최신 제품에 대해 미국 수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성 인증 'UL 인증'을 획득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일 경기도 안양 글로벌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UL 1741' 인증서 수여식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UL은 전기적 안전과 화재 위험을 평가해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인증하는 미국의 비영리 시험기관이다. 미국에서 전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UL 인증을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UL 1741 인증은 전력변환장치와 인버터 등 분산전원 시스템에 적용되는 인증이다. 인증을 받은 제품은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산업용 ESS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ESS 플랫폼 'MSSP'의 2세대 PCS다. 배터리 직류 전력을 교류로 변환하는 PEBB를 모듈화해 병렬로 연결할 수 있다. 전력변환 용량에 따라 확장이 가능한 기존 기능에 '수냉식' 구조를 적용해 고출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수냉식 MSSP를 적용할 경우 배터리와 PCS를 동시에 냉각할 수 있어 온도 조절이 용이하다. 배터리 성능 향상에도 기여해 설비의 부피 전체를 줄인다. LS일렉트릭은 이번 인증 과정에서 미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캐나다 등 지역별로 다른 규제와 인증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과부하·단락 등 안정성 시험과 무정전 운전 시험, 단독 운전 시험 등 총 52개의 시험 항목을 모두 통과했다. LS일렉트릭은 이번 ESS용 PCS의 UL 인증 획득을 계기로 북미 ESS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북미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 증가로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는 ESS 프로젝트 수주 성장세를 북미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한편 LS일렉트릭은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UL 인증을 본격 확보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300여 건의 UL 인증을 획득했다. 제품별로는 △기중 차단기(ACB) △배선용 차단기(MCCB) △진공 차단기(VCB) △전자개폐기(MC) △모터 보호용 차단기(MT)을 비롯해 배전 전(全) 영역을 아우르는 UL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UL 인증은 북미 시장 진출의 필수 조건이자, 글로벌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LS일렉트릭은 현지 인증을 기반으로 대형 발전소용 ESS부터 상업·산업용 ESS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맞춤형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시진핑의 선물효과?…샤오미폰 ‘저평가 탈출’ 절호기회

최근 경주 APEC 행사와 한·중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자국산 스마트폰 '샤오미 15 울트라'를 선물한 것을 계기로 중국 글로벌기업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코리아는 오는 11일까지 화제의 스마트폰 '샤오미 15 울트라'를 약 12% 할인한 149만9900원(정상가 169만9000원) 판매가에 공급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샤오미의 이번 할인 행사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한·중 정상회담 선물로 샤오미폰에 높아진 관심을 실제 구매로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도 샤오미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상황"이라는 평가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기준 샤오미의 국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 아래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갤럭시폰과 애플 아이폰의 빅2 체제에서 눌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이재명-시진핑 정상회담이 깔아준 샤오미폰 선물을 호기로 삼아 중국산 스마트폰의 이미지 향상과 판매 확대로 연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9월 공개된 최신 모델 '샤오미 17 시리즈'가 아닌 그보다 앞선 3월 한국에 정식 출시된 '샤오미 15 울트라'를 선물한 점도 중국측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샤오미 17 시리즈가 중국 내 전용모델이기에 시 주석이 자국 기업의 한국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국 출시제품으로 고른 상징적 선택이었다는 해석이다. 샤오미폰의 존재감을 정상외교 무대에서까지 부각시키려는 중국 정부와 샤오미측의 전략으로 업계는 받아들인다. 그동안 샤오미는 '포코', '레드미' 등 가성비 중심의 브랜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들어 수도권 주요 상권에 체험형 매장을 잇달아 열며, 가성비와 프리미엄 등 다양한 라인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는 이유다. '샤오미 15 울트라'는 이같은 샤오미폰의 브랜드 변화를 상징하는 전략제품이다. 샤오미는 제품의 혁신성과 기술력을 강조하며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샤오미코리아 관계자는 “자사의 최신 플래그십 모델 중 하나인 샤오미 15 울트라가 최근 주요 행사에서 소개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샤오미 15 울트라'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25'에서 글로벌 론칭과 동시에 'Best of Show' 상을 수상하며 혁신성과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본 제품은 전 세계의 첨단 혁신을 집약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샤오미 15 울트라'에는 샤오미와 카메라 전문 기업 라이카(Leica)가 3년간 공동 개발한 이미징 기술이 탑재돼 주목받고 있다. 칩셋과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주요 부품 전반에 걸쳐 글로벌 기술력과 창의성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샤오미는 여전히 따라붙는 '보안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다. 샤오미코리아 측은 “이용자 데이터는 중국으로 전송되지 않으며, 암호화 과정을 거쳐 싱가포르 서버에 저장된다"고 강조했다. 보안 불안 개선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을 받는 자리에서 통신보안 관련 농담을 건네자, 시 주석이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응수한 모습을 꼽을 수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도 중국산 스마트폰 보안 논란을 의식하면서도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말 논란거리였다면 정상회담에서 보안 관련 발언이 직접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샤오미가 앞으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를 위한 마케팅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스틸 코리아 2025] 조영서 고려제강 책임 “특수강선으로 ‘미래 에너지’ 수소·해상 풍력·심해 유전 시장 선점”

“에너지 시장 60%가 '고부식' 환경입니다. 심해용 파이프의 '응력 부식 균열(CO2-SCC)'를 막는 특수강선 개발이 시급합니다." 조영서 고려제강 책임연구원은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25-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산업 소재 기술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책임은 “에너지 개발 환경이 더 깊고 더 부식성이 강한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신규 해양 프로젝트의 75%가 심해와 초심해에서 진행되고, 60%가 고농도의 이산화탄소(CO2)나 황화수소(H2S)를 포함한 부식성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고려제강은 세계 1위의 고탄소강 선재 기업으로, 자동차용(52%) 소재가 주력이지만 에너지·해양(14%) 분야에서도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조 책임은 가혹해지는 에너지 환경에 대응하는 3대 핵심 미래 기술로 'CO2-SCC 대응 강선', '스틸-섬유 하이브리드 복합재', '부유식 해상풍력용 계류 로프'를 꼽았다. 첫 번째 과제는 해저 플렉서블 파이프의 치명적 결함인 '이산화탄소-응력 부식 균열(CO2-SCC)' 문제다. 조 책임은 “최근 11개 라인에서 CO2-SCC 결함이 보고됐다"며 “파이프 틈새로 침투한 CO2가 물과 만나 탄산을 형성, pH를 낮춰 강선 부식을 일으키고 이는 결국 강선 파단으로 이어진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합금 원소"라며 “CO2 환경에서는 크롬(Cr)이 매우 유익한 원소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일반 강선(X65)은 부식 과정에서 '메사(mesa) 부식'이라 불리는 불균일한 부식이 발생한 반면, 3Cr(크롬 3% 첨가) 이상의 강선에서는 표면에 치밀한 'Cr(OH)3' 보호 피막이 형성돼 부식을 억제했다. 조 책임은 “현재 3Cr·5Cr 등 신규 강종의 시제품을 제작해 U-벤딩 테스트 등 내식성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가혹한 CO2 환경에 특화된 고내식성 강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미래 먹거리는 '수소저장용기' 시장이다. 조 책임은 “2050년 수소 연료 시장은 운송용이 40%, 생산용이 60%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문제는 수소 운송비용 절감을 위한 고압(高壓) 저장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타입 1 스틸 탱크는 200바(bar) 수준에 그쳐 효율이 낮다. 이를 450바로 높인 Type 4(탄소섬유 복합재) 탱크가 대안이지만 비싼 가격과 충격 파손 위험이 단점이다. 고려제강의 해법은 '스틸(Steel)+탄소섬유(CF)' 하이브리드 복합재다. 이는 스틸의 높은 강성과 탄소섬유의 경량성을 결합한 것이다. 조 책임은 “스틸-CF 하이브리드 탱크는 기존 스틸 탱크 대비 무게는 35% 줄이고, 저장 압력은 450바로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충격·절단 저항성을 측정한 결과, 탄소섬유 단일 소재 대비 충격 흡수 에너지가 7배 이상 높게 나타나 안전성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핵심 사업은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다. 그는 “영국·독일·한국 등이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고 특히 국내는 2030년 목표(15.1GW)의 57.8%가 부유식으로 채워질 전망"이라며 “부유체를 고정하는 '계류 로프(Mooring Rope)' 시장 선점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기존 계류 시스템은 무거운 '체인(Chain)' 방식과 가볍지만 강성이 낮은 '섬유(Polyester)' 방식으로 나뉜다. 조 책임은 “체인은 무겁고 비싸며, 섬유 로프는 설치·유지보수가 어렵고 계통 연계 비용이 높다"며 “고려제강은 이 틈새시장을 겨냥해 기존 스틸 로프 대비 30% 가볍고, 내구성은 2배 높은 신개념 '부유식 해상 풍력용 계류 로프'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설치비와 유지보수비(TCO)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조 책임은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분야의 핵심은 결국 하이브리드 복합 소재"라며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수소 탱크와 같은 복합재 개발을 위해 스틸과 탄소 섬유 간의 '전위차(갈바닉) 부식 억제 기술'과 스틸과 수지(Resin) 간의 '우수한 접착력 유지 기술' 확보가 관건"이라며 “이종 소재를 결합하는 원천 기술 확보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를 마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스틸 코리아 2025] 김재성 포스코 기술연구원 리더 “‘선택과 집중’ 초격차 기술만이 살길”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한국의 10배가 넘고, 제조 인력은 50배 많습니다. 반면 시간당 인건비는 우리가 4배 이상 비쌉니다. 중국발 리스크·제조 비용 증가·보호 무역주의 3중고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뿐입니다." 김재성 포스코 기술연구원 리더는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25-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포스코 미래 핵심 철강 제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리더는 “공급망 문제·원가 상승·중국발 리스크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 고급화·고객 중심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술을 통해 '원가 절감'과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규모의 경쟁이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하고 포스코가 집중해야 할 9가지 '미래 핵심 철강 제품' 포트폴리오를 상세히 공개했다. 김 리더는 가장 먼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정조준했다. 그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액화 천연 가스(LNG)용 고망간강은 영하 163°C의 극저온에서도 충격 인성이 우수하고, 기존 9%니켈강이나 인바(Invar) 대비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며 “2040년까지 수요가 급증할 글로벌 LNG 시장의 핵심 소재"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초격차' 기술도 이어졌다. 미국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에너지 산업용 극저온 인성 보증 강재'와 수요가 폭증하는 '해상 풍력용 모노파일 후판'이 그 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 모듈 원전(SMR) 시장도 핵심 목표다. 그는 “300계 STS 대비 인장강도가 2배 우수한 '고강도 듀플렉스 STS'로 EPC 플랜트 시장을 공략하고, MSR·HTGR 등 내열·내방사선 특성이 요구되는 SMR 시장을 위한 전용 STS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에 직면해있다. 김 리더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은 신형으로 바뀌며 차체 중량이 15.6%(305kg) 늘어나는 등 안전성 강화로 인한 중량 증가가 업계의 딜레마"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답으로 '자동차 강판'의 진화를 제시했다. 그는 “AI 기반의 물성 예측 기술을 활용해 강재의 인장 강도와 연신율을 동시에 극대화하고 있다"며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 대비 강도와 경제성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특히 전기차의 '심장'인 구동 모터 효율을 극대화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이 핵심으로 꼽혔다. 김 리더는 “PNX라는 독자 모델을 1세대부터 5세대까지 진화시키며 철손(Core Loss)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며 “초고주파에서도 우수한 최고급 전기강판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래 철강의 또 다른 축은 '프리미엄 건자재'다. 김 리더는 “연평균 11%씩 성장하는 고내식 도금 강판 시장을 겨냥한 '포스맥(PosMAC)'이 대표적"이라며 “마그네슘 함량을 정교하게 제어한 '포스맥-X' 시리즈를 통해 농가부터 해양 환경까지 모든 부식 환경에 대응하는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타워·인천대교 등에 적용된 '프리미엄 강건재' 기술도 소개됐다. 600°C의 고온에서도 상온 대비 2/3 이상의 강도를 유지하는 '내화강', 지진에 견디는 '내진강(HSA800)', 항만 구조물에 최적화된 '내해수강' 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김 리더는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한 '저탄소 고급 강재' 생산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전기로(EAF) 공정으로는 구리·티타늄 같은 불순물 제어에 한계가 있었다"며 “포스코는 '신 정련 공정'과 'LGOO' 같은 독자 기술을 통해 고로(용광로) 수준의 고청정 고급강을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초격차 기술' 완성을 위해서는 포스코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하며 '민관 협력'을 제안했다. 학계는 핵심 인재 양성과 기초 연구를, 산업계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 투자를 △정부는 초격차 프로젝트 주관과 규제 개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리더는 발표를 마치며 '일부당경 족거천인(一夫當逕 足拒千人)'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이는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포스코가 확보할 '초격차 핵심 기술'이야말로 중국발 3중고의 위기라는 '천 명의 적'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S전선, 美 AI데이터센터 대용량전력 공급시스템 수출

LS전선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용량 전력공급 시스템을 3년간 공급한다. 수주 금액은 올해 200억원을 포함해 3년간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다만, LG전선은 계약기밀유지 의무에 따라 빅테크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LS전선은 미국 빅테크와 3년 동안 버스덕트를 공급하는 프레임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버스덕트는 금속 케이스 내부에 판형도체를 배치해 대용량 전력을 분배하는 시스템으로, 데이터센터 등 고(高)전력 시설에 주로 쓰인다. LS전선은 이번 계약으로 해당 빅테크가 북미 등에 건설하는 데이터센터에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LS전선은 납기, 기술, 품질 등 심사를 거쳐 이 기업의 글로벌 공급사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버스덕트 공급 물량은 올해 약 200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총 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LS전선은 “공급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도 계약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우태 LS전선 배전솔루션본부장은 “이번 계약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첫 대규모 거래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버스덕트 사업이 연간 수천억 원대 매출로 성장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AI 시대 전력 인프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LS전선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한국·북미·베트남을 잇는 글로벌 버스덕트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 제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멕시코에도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자회사 LS에코에너지도 베트남 생산법인 LSCV를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스틸 코리아 2025] 김기한 인이지 이사 “AI, 철강업계 ‘생존 해법’…전기로 연 955TOE↓”

“전기 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 상승으로 인해 생산 원가 45% 급증했고 숙련된 현장 운전 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65% 이상의 인력 공백이 현실화 됐습니다. 24시간 1교대로 운영되는 공정 특유의 불안정성과 37개국을 넘어선 탄소세 도입 등은 인공 지능(AI)이 해결책입니다."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타워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25-2025 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김기한 인이지(ineeji) 이사는 '철강산업을 바꿀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라는 발표를 통해 국내 철강 산업이 직면한 '삼중고(高)'의 현주소를 이같이 요약하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고비용·인력난·환경 규제라는 이 거대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바로 '산업 AI(Industrial AI)'"라고 단언하며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이사는 현재의 AI 기술이 과거의 단순 데이터 분석 수준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2025년은 'AI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미래 산업 현장은 AI가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에이전트'란, 단순 응답을 넘어 스스로 '인지-계획-행동-성찰'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의미한다. 김 이사는 “이는 AI 에이전트가 제조·물류·로봇 등 현실 세계의 설비와 상호 작용하며 물리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물리 AI' 시대로의 진입을 뜻한다"며 “복잡다단한 변수로 가득한 철강 공정의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최적의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딜로이트의 조사를 인용해 이미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56%), 비용 절감(35%) 등에서 가장 큰 혜택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AI가 어떻게 철강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지, 인이지의 '인피니트 옵티멀 시리즈' 솔루션을 적용한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그는 “가장 극적인 성과를 낸 곳은 '2번 전기로(EAF)' 공정"이라며 “스크랩 원료 투입 시점·성분·무게·작업 시간 등 복잡한 변수들로 인해 에너지 효율 관리가 지극히 어려웠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AI 실시간 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는 놀라웠다. AI가 스크랩 투입 최적의 패턴을 도출하고 용해 시간을 예측해 공정을 제어함으로써, 연간 954.9TOE(석유환산톤)에 달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력 사용량 2% 감소와 탭 시간 3% 단축이라는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됐다. 다른 공정에서도 AI의 위력은 여실히 드러났다. 철강 가열로(CGL)에선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해 2시간 뒤의 강판 온도를 예측하던 것을 AI가 98%의 정확도로 실시간 예측했다. 운전자에게 최적의 가이드를 제공해 공정 안정성을 확보한 결과, 연간 149.4 TOE의 에너지를 추가로 아낄 수 있었다. 압연 가열로에선 강종별로 다른 최적의 가열 패턴을 AI가 학습, 연료 사용을 최적화해 가스 사용량을 2% 절감하고 생산 안정성을 높였다. 생산 계획 최적화와 관련, AI가 복잡한 주문 현황과 공정 조건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최적의 생산 스케줄을 자동 수립, 데이터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며 전체 생산성을 3.8% 향상시켰다. 육안 검사의 한계를 넘어, AI 비전(Vision) 시스템이 미세한 표면 결함을 100% 잡아내며 불량 품질 검출률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김 이사는 이러한 산업 AI 도입이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JFE스틸, 고베제강 등은 이미 AI 기반 공정 최적화 실증에 돌입했으며, 사우디 아람코 등 중동 자본은 대형 신규 플랜트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이지는 전체 인력의 68%가 R&D 인력(석·박사 50%)이며, 16건 이상의 특허와 15건 이상의 탑 티어 AI 학회 논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자신했다. 특히 “AI가 '블랙박스'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가 그 예측 근거를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는 숙련공 부족(65%)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AI는 철강 산업이 '삼중고'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스틸 코리아 2025] 황성두 현대제철 저탄소원료연구팀장 “탄소 중립 시대, 고철 스크랩이 보물”

“과거 철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자 '고물(古物)'로 취급받던 철 스크랩(고철)이 '탄소중립'이라는 피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철강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보물(寶物)'이 됐습니다." 황성두 현대제철 저탄소원료연구팀장은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타워에서 열린 '2025 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철스크랩 고급화 기술, 국내외 현황 및 향후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팀장은 “유럽 연합(EU)·한국·미국·일본 등 전 세계 140개국 이상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금,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정책·사회·투자·소비 전반을 바꾸는 '불가역적인 사회적 요구'"라며 철강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황 팀장은 탄소 중립이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고로에서 전기로로의 전환'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SSAB의 '화석-프리' 강재, 잘츠기터의 '잘코스(SALCOS)'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이미 탈탄소 브랜드 선점 활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철강 탄소 중립 체제 전환 방향에 대해 “기존 고로 공법은 1톤의 쇳물을 만드는데 2.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수소 환원 제철(DRI)과 전기로(EAF)를 결합한 공정은 이 배출량을 0.52톤까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황 팀장은 “대규모 수소 공급이나 그린 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철스크랩 사용은 대규모 투자 없이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스크랩을 전기로에 투입할 경우 탄소발자국(CFP)을 1.8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물'이 된 스크랩은 구리(Cu)·주석(Sn)·니켈(Ni) 등 각종 불순물이라는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다. 황 팀장은 '스크랩 등급별 화학 조성 분석'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량 스크랩(HMS1-2)의 구리 함량은 0.51%, 경량 스크랩(E1)은 0.65%에 달해, 0.042% 수준인 용선(고로 쇳물) 대비 10배 이상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폐자동차를 파쇄한 슈레더 스크랩(E40)의 경우 구리 성분 대부분이 하네스(전선)와 모터 부품에서 나오는데, 이 부위의 평균 구리 함량은 1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선별 기술로는 스크랩의 구리 함량을 0.202% 이하로 낮추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며 “고품질강 생산을 위해서는 구리 제거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 '불순물과의 전쟁'에서 유럽은 이미 한발 앞서가고 있다. 황 팀장은 EU의 '호라이즌 유럽' R&D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 중인 '카이사르(CAESAR, 950만 유로)', '퓨어 스크랩(PURESCRAP, 970만 유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저품위 '소비자 후 스크랩(PCS)'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황 팀장은 “이들은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법(LIBS) △비전(카메라+LIDAR) △XRF-ICT(X선 형광 분석) 등 첨단 센서를 총동원해 스크랩을 실시간 분석하고, AI가 이를 자동 선별·제거하는 공정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는 “국내에는 아직 A급 스크랩 선별 설비를 제작하거나 사용해 본 실적이 전무하다"며 “스크랩 업체는 투자비 부담이 크고, 철강사는 기술 제어에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 상태"라고 진단했다. 황 팀장은 “과거 철강 패권이 생산(영국)·시장(미국)·기술(일본)·규모(중국) 순으로 이동했다면, 탄소 중립 시대의 미래 패권은 '그린 스틸' 기술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기술 장벽은 개별 기업이 홀로 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학·연·관(산업계-학계-연구계-정부)'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산업계는 수소환원제철 등 그린 스틸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국제 통상 환경을 뒷받침하며 학계와 연구계는 공동 연구·개발(R&D)·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팀장은 “글로벌 철스크랩 시장은 2023년 4070억 달러에서 2032년 5687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3.84% 성장이 예상된다"며 “이 '보물'을 더 많이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스크랩 기술의 핵심"이라고 발표를 마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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