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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책 3주만에 계약 취소 326건…“거래 절벽 신호”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 대책' 이후 불과 3주 만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 취소 건수가 300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한 달간 단 1건에 그쳤던 10억 원 초과 고가 거래 취소 건수가 7월 들어 44건으로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에 심리 위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 방향은 옳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대안이 빠졌다"며 거래절벽이 본격화되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매 계약 후 '해제사유 발생일'이 등록된 아파트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33건, 경기도 193건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고가 거래의 흐름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10억 원이 넘는 거래 중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같은 조건의 해제 건수가 44건으로 폭증했다. 해제된 단지에는 서초·송파·강남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고가 아파트들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매수자의 불안심리가 고가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꺾인 것이 특징"이라며 “통상 매수심리의 위축은 관망세를 거쳐 급매 출회, 실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면, 현재는 그 2단계 초입쯤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지표도 이를 방증한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6.27 대책 직후 2주 연속 하락하며 서울은 60.6까지 떨어졌다. 강남 11개 구의 심리 낙폭은 18.6%로, 강북 14개 구보다 더 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계약을 했지만 대출이 막히거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꺾이며 '차라리 포기하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7월까지 계약 해제가 늘고, 8월부터는 거래 자체가 줄며 '정지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방도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대책 발표 전후(6월 10일~7월 15일) 수도권 아파트 중위 거래가격은 6억6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억6000만 원 낮아졌고, 전용면적도 84㎡에서 75㎡로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2만474건에서 5529건으로 73% 급감했다. 직방은 “대출 제한으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 가능한 아파트의 조건 자체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대출력이 아니라 자금력이 시장 참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소장은 “대환대출이나 이주비 대출처럼 서민 보호 장치가 빠졌고, 설계가 부족하다"며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여파가 청약시장과 경매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6억 원 한도가 적용되고, 세입자의 전세대출도 제한되면서 분양권 입주자나 경락인 모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박원갑 위원은 “고가 주택부터 조정 흐름이 시작되고, 이후 중저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은 반사이익이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메리트를 노린 '갭 메우기' 수요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분양 일정·가격 바뀐다”…건설사들, 대출 규제에 전략 수정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서둘러 손보고 있다. 내부적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청약 시기나 분양 조건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기준이 지역과 평형, 금액에 따라 다르게 작용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 전략을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바뀐 수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단지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미정으로 돌렸고, 다른 단지들은 조건 조정에 나서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월 말 조사 당시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사업장들이 일부 있었다"며 “수요자 반응이 민감하게 바뀌는 분위기라 건설사들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순위 분양 등 비규제 단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는 추세"라면서도 실제 청약 전환율은 수치로 확인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양 현장에서는 지난 6.27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흔들지는 않는 만큼 지역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예컨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은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지방에서도 규제 대상이 아닌 곳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분양 여건이 양호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분양 조건-일정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처럼 지방 주요 단지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고, 강남도 20억 원에서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가 큰 영향 없이 분양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남을 겨냥했겠지만 정작 타격은 10억 원 이상 중대형이 몰린 경기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양가가 6억 원에서 8억 원 수준인 중소형 단지는 규제 영향이 적지만, 10억 원을 넘는 중대형 단지는 중도금 대출 제한에 걸려 분양 시기와 조건을 다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규제에서 제외돼 기존 일정대로 가고 있지만 서울은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모두 사실상 막혀 신규 분양뿐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도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낮아 건설사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 시기나 조건을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거래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중 10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23.9%였으나 규제가 적용된 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는 1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40.1%에서 50.4%로,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은 36.1%에서 37.5%로 각각 늘었다. 고가 아파트 수요가 줄고 중저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10억 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대책 시행 이후 10억 원 초과 아파트는 평균 2.8% 상승해 5억 원 이하 구간과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의 상승률인 0.9%를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6% 올라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고 경기도는 0.5% 상승, 인천은 6.1% 하락했다. 재건축 기대가 반영된 노후 단지의 상승폭은 더 컸다. 10억 원 초과 아파트 중 준공 30년 초과 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7.3% 올라 신축 단지의 상승률인 3.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고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억제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 제한에 막혀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억 원 넘는 소형 평형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고 지방은 규제 밖이며 강남은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작 타격은 수도권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어 정부가 잡으려는 시장과 실제로 조이는 시장이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AI로 화재 예방하고 견적 뽑아”…건설사들 디지털 중무장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설계, 공사비 산정 등 전통적인 시공 업무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학습환경까지 AI를 적용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화재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화재 안전설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건물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뒤 AI가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가능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GS건설은 이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소방 설계 보조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전성과 설계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주거시설뿐 아니라 터널, 병원, 공공시설 등 다양한 구조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향후 도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산정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견적 산정 시스템은 설계 도면과 공종 명세를 자동 매핑해 단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경험자 중심의 수작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가 수천 개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공사비 예측을 돕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복잡한 원가 내역 체계를 AI가 표준화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입주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했다. 최근 강남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에 도입한 'H 스마트스터디'는 국내 아파트 최초의 AI 기반 학습관리 플랫폼으로, 학생의 공부 시간·자세·집중도·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과 코칭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전용 앱을 통해 시각화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멘탈 케어 기기와 온·오프라인 연계 학습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같은 단지에는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H 업사이클링'도 함께 도입됐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품질에 따라 등급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 정산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생활 속 자원 순환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거 현장에 실질적 효용이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 '스마트홈'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은 점점 하드웨어 중심에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맞추는 '서비스형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내재화 흐름이 단순 홍보를 넘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확보와 주거 상품 차별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입지가 청약 성패를 갈랐다면, 지금은 디지털 설계 경쟁력과 커뮤니티 콘텐츠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IoT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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