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서울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 10억 돌파…강남 20억 넘어

올해 서울 전용 59㎡(약 18평)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대표 부촌인 강남의 59㎡ 아파트는 평균 2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5006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9억7266만 원)보다 약 8% 상승한 수치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전년 대비 16.7% 오르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마포구(15.9%), 송파구(15.8%), 강동구(13.9%), 성동구(13.7%), 광진구(11.0%)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에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7억8706만 원에서 올해 20억8570만 원으로 3억 원 가까이(16.7%) 상승했다. 개포동(20억5302만 원→25억2137만 원, 22.8%)이 가장 많이 올랐고, 삼성동(17억4944만 원→20억6220만 원, 17.9%), 역삼동(19억5859만 원→22억8224만 원, 16.5%)이 뒤를 이었다. 대치·개포·압구정 등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13개 법정동 가운데 5개 동의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이 20억 원을 넘어섰다. 마포구(11억9708만 원→13억8788만 원, 15.9%)는 용강동(13억9316만 원→17억90만 원, 22.1%)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마포역 인근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와 '마포용강삼성래미안' 등 역세권 단지의 거래가 활발했다. 송파구도 잠실동·신천동 등 랜드마크 단지 중심으로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이 13억1720만 원에서 15억2588만 원으로 2억 원 이상 올랐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도봉구는 지난해 5억3974만 원에서 올해 5억4894만 원으로 1.7% 상승하는 데 그쳤고, 중랑구(5억8722만 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천구(6억913만 원)는 1.8% 하락했으며, 종로구(11억3978만 원)도 5.5% 떨어졌다. 두 지역 모두 신축이나 역세권 대단지보다는 저가 단지 거래가 늘면서 평균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전용 59㎡ 아파트의 최근 3년간 가격 추이를 보면 상승세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3년 9억419만 원, 2024년 9억7266만 원(7.6%), 2025년 10억5006만 원(8.0%)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신축 단지의 59㎡는 공간 활용도가 높아 3인 가구나 젊은 세대의 선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특히 전용 84㎡ 대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출 규제 강화와 가격 상승세 속에서 실수요층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표 '국민평형'인 전용 84㎡의 매매가격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다.서울 전용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3년 11억6597만 원에서 지난해 12억7591만 원, 올해 13억8086만 원으로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지난해 9.4%에서 올해 8.2%로 줄었다. 이는 84㎡의 높은 절대가격과 강화된 대출 규제, 1~2인 가구 증가, 상급지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면적을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로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직방 관계자는 “전용 84㎡와 59㎡ 모두 환금성과 선호도가 높지만, 최근에는 자금 여건과 가구 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59㎡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거래가 활발한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투기 촉발” vs “장기 효과”…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논란

서울시가 잇달아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 해법 찾기에 나섰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민간임대시장 정상화, 청년안심주택 보완 등 '3대 부동산 패키지'를 통해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건축 활성화가 오히려 집값을 부추길 수 있고, 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시장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으로 민간임대 공급을 회복시키는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일부 분양 전환 허용을 포함한 '청년안심주택 정상화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겠다는 청사진이다. 첫 카드는 한강벨트 등 인기가 높은 지역의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였다. 신속통합기획 시즌 2를 통해 정비사업 전 과정을 혁신해 평균 18년 6개월 걸리던 사업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검토 회의 생략, 분담금 검증 절차 간소화 등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한다. 부서 간 협의는 시가 직접 조율하고, 세입자에게 이주비 보상책을 마련해 갈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2035년까지 37만7000호 준공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한강벨트에만 19만8000호를 집중 공급해 주택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침체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오피스텔 접도 조건 완화, 건축심의 기준 상향 등으로 소규모 주택 공급 문턱을 낮추고, 자치구별 '신속 인허가 협의체'를 통해 행정 절차를 단축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도 도입해 임차인 피해를 예방하고, 서울주택진흥기금을 활용해 민간임대 리츠 대출이자 일부를 보전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도 담았다. 중앙정부에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와 세제 합리화를 건의하며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청년안심주택 보완책도 마련했다. 시는 최근 청년안심주택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보증금 선지급 제도를 신설했다. 선순위 임차인은 오는 11월부터 후순위와 최우선변제 임차인은 12월부터 보증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일부 단지는 최대 30%까지 분양 전환을 허용하고, 한국주택도시개발공사(SH) 선매입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했다. 임대사업자의 재무 건전성 검증을 4단계로 강화하고, 보증보험 가입 시점을 조정해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전문가들은 시의 자체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을 확대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중앙 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부동산 정책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추진이 오히려 투자 수요를 자극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은 원래 입주까지 20년이 걸려도 빠른 사업으로 꼽힌다. 31만 호 착공 목표가 쉽다고 말할 수 없는 물량이지만, 장기적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는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서울시 대책의 본질은 양적 증대에 있다. 지자체가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면 시장에는 분명 우호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신축 아파트다. 이론상 공급이 늘면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선호 지역 신축이 오히려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사례도 많다"며 “선호 지역에 많이 짓는다고 가격이 싸지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임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주거 안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확대는 필요조건일 뿐 실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임대·공공 물량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층 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거의 큰 변화가 없다. 단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장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 자체 대책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며, 향후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AI·로봇이 집 짓는다…“선진국 대비 수준 낮아”

최근 건설사들이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령화된 기능 인력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원가율 개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와 비교하면 활용도는 여전히 낮아 기업 차원의 노력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I는 디지털화, 안전관리, 매뉴얼 학습을 통한 현장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건설 인력의 고령화와 숙련 근로자 감소 등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사업관리를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과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GS건설은 구조 설계 도서 검토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업계 최초로 AI 기반 설계도면 검토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에는 설계 주체가 다양하고 변경이 잦아 도서 간 불일치나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컸다. 반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도면 검토·비교를 자동하면 오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색하고, 도면 변경 이력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은 향후 AI 기반 설계 검토를 넘어 드론·로봇을 연계한 철근 배근 자동 검측 등 시공 단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실시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현장 밀착형 CCTV 통합관제 시스템에 AI 영상분석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2022년부터 본사에서 전국 건설현장의 고위험 작업을 모니터링하는 통합관제 시스템 'H-HIMS'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AI 영상분석을 접목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고도화해 AI가 작업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개구부나 타워크레인 하부 등 위험지역 접근을 자동 감지하고, 세대수직망 등 안전시설물 훼손 여부 등도 파악한다. 한화건설은 문제 시 모바일 앱·CCTV 스피커를 통해 즉각 경고해 안전사고를 줄일 계획이다. 우미건설도 최근 AI 챗봇 개발사 도슨티와 협업해 건설 정보 AI '린 GPT'를 선보였다. 이는 시공·설계·안전 등 건설 관련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할 수 있는 생성형 AI다. 건축법·산업안전보건법 등 공공데이터와 자체 데이터를 학습시켜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한다. 부서 간·회사 간 협업 비중이 높고 데이터 형식이 다양한 건설업의 특수한 요구를 반영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AI는 물론 드론·로봇 등 신기술 도입에도 박차를 가해 일부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여전히 4~5위권에 그치며, 1위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LH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술 활용도는 80%에 달하지만 디지털 트윈(25%), 인공지능(22%)은 저조한 수준이었다. 건설정보모델링(BIM) 역시 미국 대비 60%, 싱가포르 대비 65%에 불과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AI기술 활용 저해 요인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제한적 도입 △현장 내 기술 활용 환경 미비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관련 법·제도적 근거 부족 등을 꼽았다. 이어 건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확대는 정부 지원을 통한 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발전을 위한 자구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건설공사장에 사람 대신 ‘로봇’이 뛴다

공사현장 산재 사고로 안전 확보가 건설사들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선도적으로 로봇을 공사 수행에 투입한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반포3주구 재건축 현장에서 '래미안 로봇 위크 2025'를 개최하고 주택 건설로봇 5종을 선보였다. 이번 시연에 나선 로봇 5종은 ▲자율주행 지게차 ▲자재 이동 로봇 ▲청소 로봇 ▲살수용 드론 ▲웨어러블 로봇이다. 삼성물산은 이들 로봇을 주택 건설 현장에 투입해 위험 작업을 줄이고 물류 이동을 효율화 하는 등 작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곻 있다. 자율주행 지게차와 자재 이동 로봇은 현장에서 작업이 없는 야간에 자재를 자동으로 운반함으로써 주간 작업 공정 간섭을 최소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인다. 자율주행 지게차는 현장에 야적된 팔레트를 인식해 자재를 지하의 아파트 각 동 별 지정된 장소로 운반한다. 이후 자재 이동 로봇은 분배된 자재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탑승해 아파트 호실 내부까지 운반·하역한다. 해체 공사 먼지 저감용 살수 드론은 해체 공사 중 작업자 근접 없이 해체 구조물에 살수가 가능하다. 특히 작업 위험도가 높은 고층부에도 살수가 가능해 안전 위험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주차장 청소 로봇은 작업이 없는 야간에 스스로 분진을 제거하고 깨끗한 현장 환경을 유지한다. 주차장 청소 로봇은 올해 초부터 이미 삼성물산 주택 현장에 도입돼 운영 중이며, 이번 행사에서 개선된 모델이 시연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수한 로봇 기업과 협력해 건설 현장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근로자 안전 위험을 제거하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인천 청라에 위치한 하나드림타운 현장에서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 기술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에서 선보인 운반 로봇은 건설 현장에서 단순히 반복하는 자재 운반 작업을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와 장애물을 인식하여 안전 운행함으로써 안전성과 작업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또 ▲3D 영상을 통한 팔레트 형상 및 피킹(Picking) 홀 인식 기술 ▲로봇이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함과 동시에 지도를 생성하는 자율주행 기술 ▲운반 작업 관리 및 로봇 관제 기술 ▲충전기 자동 도킹 기술 등을 탑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건설 현장의 복잡한 환경에서도 자재를 정밀하게 인식하고,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팔레트 자동 인식과 피킹 기능은 반복적이고 고중량인 자재 운반 작업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크게 높이고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장애물 인식 기능은 복잡한 현장 내에서도 효율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주행 경로, 장애물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원격 관제 시스템까지 더해져, 다수 로봇이 동시에 운용되는 대형 현장에서도 통합 제어와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이번 지상 운반 기술 실증을 통해 비정형적이고 가변적인 건설 현장에서 피지컬 AI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수직 운반 기능과 복합 동선 대응이 가능한 로봇 기술로 개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세계 유일’ 전세의 딜레마…주거사다리 or 투기 원인?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인해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전세는 집값 상승이 전제인 만큼 이 같은 변화가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전세가 해온 '주거 안전망'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를 비롯한 주택 관련 대출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9.7 공급대책 이전 수도권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는 최대 3억원이었으나, 정부는 기관별 대출 가능 금액을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이 같은 정책은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시장을 왜곡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나 장기 모기지를 통해 주거를 확보하지만, 한국에서는 전세가 장기간 유지되며 집주인들의 갭투자 수단이 되어왔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집값이 더 오를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며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야 전세가 월세로 전환된다. 월세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면 유지하되 그렇지 않다면 자기가 살 집만 유지하게 되는 거다. 반면 전세가 활성화되면 결국 집값이 다시 오르게 되니 전세를 비롯한 다주택 활성화는 '집값을 올리게 해달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는 뭉칫돈을 임대인에게 한 번에 맡기고 최소 2년, 길게는 4년 동안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월세는 매월 임대인과 임차인이 통장으로 돈을 주고받으며 집주인 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세는 계약 기간 내내 임대인을 만날 일이 없다. 여러모로 위험한 제도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전세가 6억원을 넘어, 전세로 거주하려면 대출이 사실상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원·도봉·강북(노도강) 지역 전세는 4억원 선이지만, 양천구나 동작구 등은 대부분 6억원 이상으로 신도시 특별공급 가격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전세사기 발생도 월세 전환 속도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843명이 새롭게 피해자로 지정됐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4.25%로,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저가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전세 보증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월세 전환 중심으로 임대차시장이 재편될 경우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서울 주요 지역 월세는 100만~200만원 수준이며, 70만원 이하 매물은 극히 드물어 곧바로 계약이 체결된다는 것이 현장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월세 증가는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전세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정부가 이를 독려하기 위해 월세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집값 통계, 믿을 수 있나…속보 경쟁이 혼선 키운다

집값만큼 민감한 지표도 없다. 그러나 매주 발표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는 최근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 논의까지 오르고 있다. 속보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시장 혼선을 키우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며 제도 자체가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2013년부터 매주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동향을 내놓고 있다. 표본을 추출해 가격 지수를 작성하는 방식인데, 거래가 없으면 유사 매물이나 인근 단지 사례를 반영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지표가 실제 시장 체감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거래 가격과 괴리가 벌어지면 “통계는 떨어지는데 매물은 안 싸진다"는 불신으로 이어지곤 했다.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택가격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도 주간 통계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주간 지표가 속보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실제 시장 상황을 과장되게 보여줘 정책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비공표 전환이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주간 통계가 정확성을 희생하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와 개인의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단순 개선 수준을 넘어 아예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힘을 얻고 있다. 주택가격 통계를 국토부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이 만든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정책 성패가 '집값 상승률'로 평가되는 현실에서, 정부 산하 기관이 직접 지수를 발표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가격 조사를 국토부가 아닌 통계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부각됐다. 다수 국가들은 거래 지연성과 불투명성을 고려해 월간 단위 지표를 공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주간 단위로 통계를 내며 속보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는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은 실거래 기반의 후행 지표를 중심으로 월 단위 통계만 발표한다. 폐지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반대 목소리도 있다. 주간 통계 수요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공식 기관이 발표를 멈추더라도 민간 업체들이 새로 나서 주간 시세를 공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빠른 동향 파악을 원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존재하는 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 통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정책 판단과 시장 심리를 움직이는 나침반"이라며 “지금처럼 속보성에 치우치면 혼란만 커진다. 이제는 속보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 확대…성동구 0.78% 뛰었다

9·7 공급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약 세 달 만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민간 공급 확대나 세제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이 2025년 9월 5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올라 지난주(0.03%)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울(0.19%→0.27%)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수도권(0.07%→0.12%)도 상승폭을 키웠으며, 지방(-0.01%→0.00%)은 보합 전환됐다. 구체적으로 강북 14개 구는 0.17%에서 0.26%로 상승했다. △성동구(0.59%→0.78%) △마포구(0.43%→0.69%) △광진구(0.35%→0.65%) △용산구(0.28%→0.47%) △중구(0.27%→0.40%) 등이 모두 높게 치솟았다. 강남 11개 구도 0.20%에서 0.28%로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송파구(0.35%→0.49%) △강동구(0.31%→0.49%) △양천구(0.28%→0.39%) △영등포구(0.24%→0.32%) 등이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앞서 정부가 6·27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7월 1주 전주 대비 0.40%에서 0.29%로 오름폭이 줄었으나, 9월 5주차에 약 세 달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 직전인 6월 넷째 주 마포구와 성동구가 1% 가까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상승 거래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0.03%→0.07%)도 상승세였다. 특히, 성남 분당구(0.64%→0.97%)는 1% 가까이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과천시(0.23%→0.54%), 성남 수정구(0.03%→0.40%)도 전 주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다. 반면 인천(0.00%)은 보합이었다. 연수구(-0.02%→-0.06%), 서구(0.03%→-0.01%)는 하락했으나, 동구(0.01%→0.03%), 미추홀구(0.01%→0.03%), 중구(-0.02%→0.02%)가 상승하면서 보합을 유지했다. 지방(0.00%)도 보합세를 이어갔다. 5대 광역시는 -0.02%에서 -0.01%로 소폭 하락했고, 세종은 0.05%에서 0.02%로 상승세가 꺾였다. 8개 도는 0.00%로 보합을 기록했다. 시·도별로는 △울산(0.07%→0.06%) △전북(0.08%→0.05%) △충북(0.04%→0.03%) △경북(0.01%→0.01%) 등이 상승했으나 전 주 대비 오름폭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인천(0.00%)과 부산(0.00%)은 보합이었다. △제주(-0.05%) △전남(-0.04%→-0.05%) △대전(-0.03%→-0.04%) △대구(-0.06%→-0.04%)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값 상승세가 정부의 시장 방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6·27 대책을 '맛보기'라고 할 정도라면 이후 더 강력한 대책이 뒤따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 신호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려면 공급 신호 확대에 그치지 않고 보유세 강화나 전세 개혁 등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정권 초기에는 정책이 실제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이때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다른 투자처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동해,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04%)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0.06%→0.08%), 서울(0.09%→0.12%), 지방(0.03%→0.03%) 모두 올랐다. 5대 광역시는 0.04%로 보합, 세종은 0.28%에서 0.39%로 상승했으며, 8개 도는 0.01%로 유지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국토부, 빈 건축물 활용도에 따라 철거·정비 활성화한다

국토교통부가 지역 쇠퇴를 야기하는 빈 건축물의 활용도에 따라 철거를 적극 추진하거나 정비·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한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4천호, 주택을 제외한 빈 건축물은 최대 6만1천동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이 같이 활용도가 낮은 빈 건축물은 과감히 철거하고, 활용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정비·재사용을 촉진하다는 방침이다. 통계·조사 기반을 마련해 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다른 용도로 전환이 어려운 빈 건축물은 개별 정비 또는 개발사업과 연계해 철거한다. 개발사업 시행 시 사업구역 외 빈 건축물을 매입·철거해 기부채납하면 용적률·녹지 확보 특례를 부여한다. 또, 공공 노후주거지정비 지원사업에 '빈집정비형'을 신설하고, 철거비용을 보조하는 '빈집철거지원사업'을 확대해 지원을 강화한다. 반면 활용 가능성이 높은 빈 건축물은 유휴자산으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빈집愛' 플랫폼을 개편해 '빈 건축물 관리업'(책임형·위탁형)을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 업종으로 도입한다. 빈 건축물 매물 등록과 거래 및 상담을 지원하고, 소유자를 대신해 관리·운영·매각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택도시기금(도시계정) 등을 활용해 '빈 건축물 허브'(SPC)를 설립한다. 공사 중단 건축물이나 준공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을 매입·수용해 민간 매각이나 공공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비사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빈 건축물 정비사업 유형에 도시정비·도시개발·공공주택사업 등 면 단위 정비사업을 추가하고, 소규모정비법상 빈집밀집구역을 '빈 건축물 정비촉진지역'으로 개편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또, 빈건축물의 특색을 살리면서 용도 제한 없이 숙박·상업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시채움시설' 제도를 신설한다. 빈 건축물을 공영주차장·공원 등 도시계획시설과 결합하는 입체복합구역 지정도 활성화한다. 관리 기준도 대폭 강화한다. 현행법상 '1년 이상 미거주·미사용 주택'에 한정된 빈 건축물의 정의를 20년 이상 노후 비주택, 공사 중단 건축물까지 확대한다. 사용 가능성이 낮은 건축물도 지자체·소유주 신청 시 관리대상에 포함한다. 특별법 시행 직후 전국 단위 실태조사도 진행해 통계 체계를 정비할 예정으로, 현행 5년 주기의 실태조사 외에 매년 현황조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소유주에게 붕괴·화재 등 안전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철거 후에는 해당 토지의 재산세를 5년간 50% 감면해 자발적 철거를 유도한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지자체가 철거명령을 의무적으로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긴급점검]9·7대책은 실패했나③ 서울시-정부 ‘엇박자’…“공급, 공공·민간 투 트랙으로 가야”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정부가 '9·7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정부가 엇박자를 빚으면서 시장의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집값 안정을 공통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시장에는 불신만 커지고 있다. 정부-서울시간 불협화음을 불식시키고 서울 집값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뚜렷히 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시가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둘러 싸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같은 단기 수요 억제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시는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비사업 기간을 기존 평균 18.5년에서 12년으로 줄이고 2031년까지 31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꺼내 들었다. 겉으로는 집값 안정을 위한 공조처럼 보이지만 한쪽은 규제 강화를, 다른 한쪽은 규제 완화를 택한 셈이라 시장에서는 이를 “엇박자"로 읽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혼선이 정책 신뢰를 약화시키고, 결국 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9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마포구 아파트값은 0.88% 올랐다. 성동(1.27%)과 광진(0.8%)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 강남(0.39%), 서초(0.51%), 송파(0.68%)보다 오름폭이 더 크다. 시장에서는 '풍선효과'가 재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수요 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집값을 유심히 보고 있다. 토허구역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모든 건 종합대책 안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르면 11월쯤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해 경기 과천이나 성남 분당까지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토허제 확대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확대 같은 강한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시는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오세훈 시장은 같은 날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발표하며 정비사업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을 목표로 내걸었다. 신속통합기획은 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성·공공성의 균형을 잡아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사업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이번 시즌2에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협의·검증 신속화, 이주 촉진 등 3대 핵심 전략이 추가돼 공급 확대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시는 이날도 대출 제한 완화, 건축 규제 개선 등을 담은 '등록 민간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소규모 오피스텔의 도로 접도 조건을 기존 20m에서 12m로 완화해 건축 가능한 부지를 늘리고, 임차인이 전세계약 전에 집과 집주인의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전세사기 방지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의 이같은 규제 완화가 오히려 서울 집값 불안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민간 재건축·재정비는 아무리 서울 시내라도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1급지에서나 가능하다. 이곳들은 재개발 지구 지정만 되도 '똘똘한 한 채' 심리 탓에 전국에서 투자가 몰려들어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 불안을 잠재울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금융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중기에는 정비사업 정상화, 장기에는 공공과 민간의 투트랙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단기 과열 차단에는 금융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공급 대책은 입주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금융 규제로 수요를 억누를 수밖에 없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같은 강한 규제 신호는 오히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매수세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신호를 내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서울 집값과 관련해 현재의 '모호한'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확실한 공급 정책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공염불"이라며 “공사비 분쟁, 분양가 규제, 세입자 보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착공 목표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눌러두면 조합원 부담만 커지고 사업성은 악화돼 결국 사업이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 혼자 속도를 내는 것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고, 이재명 정부가 공급 정책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시와 정부간 엇박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공과 민간의 공급이 다 중요하므로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정부와 시가 대립각을 세우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용지 확보와 제도적 틀 마련에,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속도전에 각각 집중하는 분업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시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은 공공이 공급할 땅이 거의 없다. 결국 재건축·재개발을 어떻게 정상화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분양가 규제를 그대로 두면 조합원 부담만 커지고 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시가 협력해 유연한 해법을 내지 않으면 착공 목표는 공허한 숫자에 그칠 것"이라며 “서울의 공급 해법은 정비사업에 달려 있고, 규제 틀만 고수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6·27 대책 후폭풍에 주택 거래 급감…악성 미분양도 증가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 줄어든 가운데, 건설사 부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도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30일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4만6252건으로 전월 대비 28.0% 줄었다. 수도권은 2만1673건으로 37.5%, 지방은 2만4579건으로 16.8% 각각 줄었다. 전국 아파트 매매는 3만4868건으로 전월보다 30.2% 감소했으며, 서울은 4154건으로 무려 5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전체로는 41.1% 감소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6·27 대책'의 여파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전월세 거래도 감소세였다.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1만3755건으로 7월보다 12.4% 줄었다. 전세 거래량(7만2573건)은 17.6%, 보증부 월세와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14만1182건)는 9.5% 감소했다. 다만, 월세 거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6.4% 증가했다. 올해 1∼8월 전국 주택 누적 월세 거래 비중은 62.2%로, 2023년(55.0%), 지난해(57.4%)에 이어 지속 상승하는 추세이다. 매매 건수가 줄어들며 미분양 주택은 증가했다.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613가구로, 7월(6만2244가구) 대비 7.0%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은 6개월 연속 감소하다 지난달 반등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1만4631가구, 지방 5만1982가구로 집계됐다.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584가구로, 전월 대비 1.9%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22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6월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7월과 8월 두 달 연속 다시 늘어났다. 이 가운데 83.9%(2만3147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향후 주택 공급 지표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지난 8월 주택 인허가는 전국 1만7176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39.9% 줄었다. 수도권은 7546가구로 53.5% 줄었고, 지방은 9630가구로 22.0% 감소했다. 착공 물량도 1만6304가구로 1년 전보다 44.2% 하락했다. 수도권(9012가구)에서 57.8%, 지방(7292가구)이 7.1% 각각 줄었다. 준공 물량도 2만18가구로, 작년 동월 대비 52.8% 감소했다. 수도권(1만459가구)은 62.3%, 지방(9559가구)은 34.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동주택 분양(승인) 물량은 소폭 늘었다. 지난 8월 전국 1만6681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72가구로 11.4% 감소했지만, 지방은 6309가구로 44.5% 확대됐다. 한편, 국토부는 주택통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잠정치–확정치' 체계를 새로 도입한다. 매월 말 전월 실적을 잠정치로 먼저 발표하고, 이듬해 9월 그간의 변동사항을 반영한 확정치를 내는 방식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