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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투기억제 패러다임 깨야”… 주택학회 35주년, 정책 대전환 주문

한국 주택정책 35년의 흐름을 되짚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학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가격 안정에 매몰된 규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주택 공급 총량은 크게 늘었지만 체감 안정은 여전히 부족한 만큼, 앞으로의 정책은 투기 억제 일변도보다 실수요자 주거 사다리와 주거복지, 지역 맞춤형 공급 체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주택학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창립 35주년 기념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호 전 KDI 교수,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 이상영 명지대 교수, 정의철 건국대 교수, 조만 서강대 교수, 진미윤 명지대 교수,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지난 35년간의 정책 성과와 한계, 미래 과제를 논의했다. 이원재 한국부동산연구원장은 축사에서 “1991년 200만호 수준이던 전국 아파트 재고가 2025년 1300만호로 증가하는 등 한국 주택시장은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다"며 “주택정책은 가격 안정, 주거환경 개선, 주거복지 실현, 공급 원활화 등 복합적 목표를 가진 분야인 만큼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금리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 주택정책의 35년을 “공급 확대, 금융의 정교화, 정책 목표의 확장"으로 요약했다. 과거 외곽 신도시와 택지 개발 중심의 대량 공급 체제에서 최근에는 도심 정비와 사업관리 중심으로 축이 이동했고, 금융 역시 담보가치와 대출 규모 중심에서 주거서비스, 보증, 취약계층 보호를 아우르는 구조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발표자는 “현재 주택정책은 가격 안정, 주거복지, 도시정비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며 “문제는 이 세 축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는 한국 주택정책사를 △1991~1997년 공급 기반기 △1998~2002년 시장 자율화기 △2004~2012년 정책 패키지화기 △2013~2021년 강한 수요관리와 임차제도 변화기 △2022년 이후 규제 재조정과 거래안전 강화기 등으로 구분했다. 특히 최근에는 외곽 택지 공급과 도심 재정비가 병행되지만, 정책 평가의 핵심이 단순 총량보다 도심 내 실현 가능성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토론에서는 공급 확대와 거래 통제, 수요 억제 중심의 과거 정책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결국 앞으로의 주택정책이 단순히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주거 불안, 전세사기, 지역 불균형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생활정책이자 도시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총량 확대라는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수요자 보호와 질적 관리, 지역 맞춤형 복지와 금융 설계가 새로운 정책 경쟁력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투기 억제 정책이 지금까지도 중요한 주택정책 기조로 남아 있지만, 60년간 반복해도 효과가 없었다면 그 패러다임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히 정의되지도 않은 '투기'라는 말을 앞세워 세제·금융·대출 규제를 반복해온 것은 어둠 속에서 칼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국민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도 “정부가 '가격 안정' 자체를 정책의 직접 목표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의 목표는 내 집 마련 지원과 저소득층 임대 안정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 안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규제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충분한 금융을 제공하고 공공임대와 임대 안정 체계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양적 공급 확대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공급의 양보다 질과 대상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주택의 양적·질적 수준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격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제는 대량 공급 시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형태의 주거를 제공할 것인지 더 세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주거정책과 주거복지정책의 큰 틀은 마련됐지만 어떤 정책이 실제로 효과적인지는 더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전 KDI 교수는 좌평에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원과 시장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재건축이 만능 해법인 것처럼 접근하기보다, 도시 전체를 더 넓게 보는 재개발 방식이 주거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친화적인 기법이 더 적극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래 과제로는 인구구조 변화, 청년 주거 문제, 지방화, AI·빅데이터 기술 활용 등이 제시됐다. 조만 서강대 교수는 “AI와 빅데이터 같은 범용기술이 가격 예측 비용을 낮추고 시장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며 “정책도 이런 기술 환경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오피스텔, 고시원, 게스트하우스 등 통계상 '시장 밖'으로 밀려난 거주 형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양질의 주거로 인정하지 않는 영역까지 포함해 정책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장은 중앙집중적 정책 구조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 안정이 이뤄져야 복지정책 효과도 살아난다"며 “장기적으로는 주택정책의 지방화가 필요하고, 지역별 주거복지 수요에 맞춰 기능과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H의 일원화된 기능 역시 지방화 과정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GH, 3기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주택 조기공급...‘GH형 패스트트랙’ 추진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일 3기 신도시의 공공주택 공급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GH형 패스트트랙(Fast Track)' 모델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제안하며 주택시장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GH는 지난 1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남양주 왕숙신도시 현장 방문 당시 'GH형 패스트트랙'의 성과를 소개하고 이를 3기신도시 주요 지구로 확대적용할 것을 건의했다. GH에 따르면 'GH형 패스트트랙'은 신도시 내 하수처리장·배수지 등 필수 기반시설이 완공되기 전이라도 해당 지자체의 기존 상·하수도 인프라를 임시로 연결해 주택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지자체-시행자 간 협업 모델이다. GH는 신도시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해 주택 조기공급 방안을 마련했다. 3기신도시 하남 교산지구에 이 모델을 시범 적용하기로 하고 하남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하수임시사용승인을 마쳤으며 GH는 하남 교산지구 주택 공급시기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진 GH 사장은 “3기신도시의 주택 조기공급은 수도권 부동산 안정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GH형 패스트트랙의 3기신도시 확대를 통해서 주택공급시기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관계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GH 여자 레슬링팀이 같은날 올해 국내 첫 대회인 '제44회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및 동메달 하나를 수확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철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대회 레슬링 여자일반부 자유형 경기에서 50kg 김진희, 57kg 조은소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50kg 김진희 선수는 1라운드 10대0, 2라운드 6대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올라간 결승에서 서울중구청 이정현 선수를 10대0 테크니컬 폴승으로 이기고 2025년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김용진 GH 사장은 “창단 3년차 GH 여자 레슬링 선수들의 값진 승리가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GH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단독] “고발로 멈춘 4구역, 5구역은 굴착”…세운지구 개발 기준 ‘충돌’

서울 종묘 인근 세운지구 재개발 현장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정반대 공정'이 확인됐다. 세운4구역은 고발 이후 중장비가 철수되고 사업 인가 절차도 중단 요구가 내려진 반면, 세운 5-1·3구역은 발굴과 토공 작업이 병행되며 공정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세운지구 안에서 한쪽은 '위법', 다른 한쪽은 '정상 진행'이라는 상반된 상황이 공존하는 것이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운4구역은 국가유산청의 고발 이후 사실상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현장은 넓게 비어 있는 부지에는 중장비나 차량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고, 잡초가 듬성듬성 올라온 황량한 공터만이 펼쳐져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굴착기나 트럭, 작업 인력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6일 발굴조사가 행정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추가 이뤄졌다며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SH를 고발한 이후, 장비가 철수되며 공정이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반면 바로 인접한 세운 5-1·3구역에서는 굴착기 가동과 잔토 정리, 지반 정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발굴조사 안내문이 설치된 상태에서 토공 작업이 병행되고 있었고, 일부 구간은 부지 평탄화와 흙막이 준비까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였다. 다만 타워크레인이나 골조 공사는 확인되지 않아 본공사 직전 단계로 평가된다. 중구청은 “현재 착공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본공사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문화재 발굴 과정 이후 이뤄지는 작업으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공정 차이가 아니라 규제 적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접 지역으로 문화재 보호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구역인 반면, 세운 5-1·3구역은 발굴 결과와 입지 조건에 따라 개발이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 구역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운 5-3구역은 이미 발굴조사가 행정적으로 완료된 구역이다. 해당 구역은 지난해 9월 발굴 허가와 12월 변경 허가를 거쳐 조사가 진행됐고, 올해 2월 완료 신고 이후 학술 자문을 거쳐 지난 4일 최종 완료 조치가 내려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출토된 유구는 기록으로 보존하고, 유물은 국가 귀속 절차를 거친 뒤 사업 시행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 일대는 전반적으로 유적이 나오는 지역이지만, 세운 5-3구역의 경우 세운4구역과 유사한 유구가 확인됐음에도 보존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기록 보존 후 발굴 완료 조치가 내려졌다"며 “출토된 유구는 기록으로 남기고 유물은 국가 귀속 절차를 거치며, 기본적으로 조사가 완료된 만큼 사업 시행에는 무리가 없는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운지구는 하나로 이어진 지역이지만 발굴 허가와 행정 절차는 구역별로 구분돼 있다"며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니라 행정적으로 관리되는 구역 단위"라고 설명했다. 결국 하나의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도 발굴 결과와 행정 절차 진행 수준에 따라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사를 했느냐'가 아니라 발굴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을 행정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발굴조사 중 유존지역'으로 보고, 보존조치 심의와 완료 신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1개 지점, 최대 약 38m 깊이의 시추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고발했다. 또한 복토 이후 행위 역시 별도 허가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은 현장 조사와 별개로 보존조치 대상 유구에 대한 심의와 완료 신고 절차가 남아 있어 법적으로는 아직 발굴조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국가유산청의 판단이다. 특히 이문(里門)과 배수로 등 일부 유구에 대해 보존조치가 요구됐지만, 이에 대한 이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발굴조사는 현장 작업이 끝났다고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완료 신고와 행정기관의 확인을 거쳐야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복토 승인 범위를 둘러싼 해석도 쟁점이다. 국가유산청은 복토 승인은 안전 조치를 위한 것이며, 이후 시추 등 추가적인 현상 변경 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에서 이뤄진 시추를 별도 허가 없는 현상 변경 행위로 보고 있다. 반면 SH는 사실관계 자체를 다르게 보고 있다. SH에 따르면 세운4구역은 2022년 5월 발굴 허가를 받아 2024년 7월까지 현장 조사를 완료했고, 같은 해 8월 복토 승인 후 11월 복토까지 마친 상태다.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이문, 건물지, 석축 배수로 등 유구는 모두 이전 보존 조치돼 현재 공주·가평·양주 소재 시설에 보관 중이라는 설명이다. SH 관계자 이를 근거로 “현장에는 더 이상 매장유산이 남아 있지 않다"며 국가유산청의 '유존지역' 판단에 반박하고 있다. 또한 문제 된 11개 지점 시추에 대해서도 “건축 설계를 위한 지반조사로, 공사가 아닌 설계 단계 행위"라고 규정했다. SH는 이번 시추가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위한 구조설계 자료 확보 목적이며, 직경 약 80mm 규모의 소규모 시추 11공을 최대 약 38m 깊이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시추는 현지 보존 유구와 약 33m 이상 이격된 위치에서 진행됐고, 지하수법에 따른 신고 절차도 완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SH 관계자는 “이미 정밀 발굴조사 완료와 복토 승인 이후 진행된 조사 행위인 만큼 매장유산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 작업은 본공사가 아닌 설계 단계 조사이며, 본공사는 매장문화재 심의와 행정적 완료 조치 이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양측은 같은 행위를 두고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행정 절차 완료 여부를 기준으로 발굴 종료를 판단하는 반면, SH는 현장 조사 완료와 유구 이전 여부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시추 행위를 두고도 국가유산청은 '현상 변경', SH는 '설계 조사'로 해석하면서 법적 판단 기준 자체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SH 고발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3자 논의 제안에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협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정비사업의 균형 있는 해법 마련을 기대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세운4구역의 조속한 정상화와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와 정비업계 관계자는 “동일 사업권 내에서 규제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으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불명확해지고, 행정기관 간 해석 차이가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정책 신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세운지구처럼 대규모 도심 재개발 사업에서는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기준의 일관성과 적용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사한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 절차와 현장 판단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통합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출입구 29개로 막았다”… 광화문, BTS 공연에 ‘폐쇄형 도시’ 실험

서울 광화문광장이 공연장을 넘어 하나의 '시설'로 재편되고 있다. 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경복궁 월대부터 시청역까지 1.2km 구간은 단순 행사 공간이 아니라, 초단기 시공이 적용된 대형 가설 구조 프로젝트 현장으로 변모 중이다. 최대 26만 명을 수용하기 위한 이번 작업은 사실상 '도심형 임시 건설'에 가깝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연 준비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됐으며, 수일 만에 대형 구조물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가설 구조 설치 공정이 단기간 압축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 점유 방식 역시 '건설 현장형'이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펜스와 바리케이드로 구획되며 사실상 가설 울타리(Temporary Fence) 기반의 통제 구역으로 전환됐다. 공간 점유 방식 역시 '건설 현장형'에 가깝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펜스와 바리케이드로 구획되며 사실상 가설 울타리(Temporary Fence) 기반의 통제 구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행 동선은 재설계됐고, 차량 접근도 제한되면서 도심 내 임시 공사장에 준하는 수준의 접근 통제 체계가 작동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구조물이다. 무대 상부를 지탱하는 타워형 트러스(Truss) 시스템은 강재 부재를 삼각 구조로 결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공연·이벤트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설 철골 구조다. 구조물은 크레인 사용을 최소화한 모듈 단위 조립 방식으로 설치되며, 각 타워에는 대형 음향·조명 장비가 리깅(Rigging) 설계에 따라 매달린다. 이는 하중 분산과 안전 확보를 고려해 설계된 구조적 설치 방식이다. 중앙 무대는 프리패브(Pre-fabrication) 방식에 가까운 조립형 공법으로 구축되고 있다. 바닥 데크와 LED 월, 조명 프레임 등은 사전 제작된 부재를 현장에서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공정은 ▲자재 반입 ▲구조물 조립 ▲설비 설치 ▲시운전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단계로 진행된다. 다만 전체 공기가 수일 단위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일반 건설 현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정 관리가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수천 톤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임시 건축물을 며칠 만에 세우는 고난도 프로젝트"라며 “광화문은 지면 아래 지하철 노선과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예민한 부지인 만큼, 일반 건설 현장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 계산과 하중 분산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동식 발전기 용량만 해도 웬만한 중소 공장 여러 곳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단순 이벤트 전력이 아니라 수만 명의 안전과 직결된 시스템인 만큼 이중화 설계를 적용해 정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7~18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포착됐다. 통제 펜스 너머로 다국적의 BTS 팬과 시민들이 몰려들어 조립 중인 구조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부는 펜스에 바짝 붙어 내부 공정을 지켜봤다.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장은 이미 '건설 중인 공간' 자체가 관람 대상이 된 상태였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30대 시민은 “광장이 완전히 막혀 있는 걸 보니 행사라기보다 공사장 같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규모의 구조물이 단기간에 올라가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BTS 응원봉을 들고 사진을 찍던 아미(팬)는 “공사가 본격 시작된 17일부터 이곳을 찾았다"며 “펜스 안쪽이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고, 공연 전인데도 이미 하나의 'BTS 세계'가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공연 구간을 '가상 스타디움'으로 설정하고 총 29개의 출입구만을 허용하는 폐쇄형 동선 설계를 적용했다. 이는 기존 집회나 행사처럼 열린 공간에서 인파를 분산·유도하는 방식과 달리, 공간 자체를 하나의 '시설'로 규정하고 운영하는 접근이다. 광화문에서 시청역에 이르는 약 1.2km 구간은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처럼 관리되며, 관람객은 동측 17개, 서측 12개 등 지정된 통로로만 출입할 수 있다. 내부 혼잡도가 임계치에 도달할 경우 외부 유입을 즉각 차단하는 '컷오프(Cut-off)' 방식도 적용된다. 과거 촛불집회나 국가 행사에서 차벽과 도로 통제가 이뤄진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광장 전체를 폐쇄형 경기장처럼 설계해 운영하는 방식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 투입된 한 건설·설치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무대 설치를 넘어 구조물과 인파 관리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에 가깝다"며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약 1.2km 구간이 하나의 관리 구역으로 운영되고, 혼잡도에 따라 출입을 제한하는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트러스와 모듈러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보행로 폭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동선 설계와 구조물 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차량 통제나 지하철 무정차까지 검토되는 점을 보면 일반 건설 현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통합 관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껑충 뛴 보유세…다주택자 “버티기”, 은퇴자 “울며 급매”

17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이후 강남 3구·한강 인접 자치구와 그 외 자치구들 간 자산 양극화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69%로 현실화율을 동결하고 시세만 반영한 결과임에도 강남(24.7%)·한강 인접 자치구(23.13%)가 서울 평균(18.67%)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자치구 상승률은 6.93%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택시장 현장을 취재한 결과,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등 보유세 부담이 높은 지역 위주로 주택 보유자들의 셈범이 바빠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주택자들은 버틴다는 분위기지만 고령 1주택자는 세금 부담에 매물을 내놓는 모양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주택 가액이 높을수록 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9억 이상 주택의 변동률은 20% 이상이다. 가액대별로 9~12억 원(20.9%), 12~15억 원(25.38%), 15~30억 원(26.63%), 30억 원 초과(28.59%) 변동률을 보였다. 6~9억 원대는 12.7%, 6억 원 이하 공동주택은 는 한 자리수 변동률이다. 공시가격 변동률에 따라 10억 원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 위주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강남 3구·한강 인접 자치구는 주요 단지별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40~50% 증가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의 경우 지난해 1858만 원이었던 보유세가 올해 2919만 원이 돼 전년대비 57.1% 상승했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그 외 자치구는 공시가격이 5% 내외로 상승한 만큼 보유세 역시 한 자리 수 상승률을 보였다.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 현대아파트의 재산세는 지난해 62만 원이었지만 올해 66만 원으로 5.1% 상승했다.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된 1세대 1주택 가구는 전년대비 16만9364가구 증가했다. 그중 서울이 13만4531가구로 80%를 차지한다.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강남3구의 경우 올해 종부세 대상 주택 수는 송파구(7만5902가구, 33%↑), 강남구(9만9372가구, 18%↑), 서초구(6만9773가구, 15%↑) 순서로 증가율을 보였다. 한강 인접 자치구 중 마포구와 성동구에서 종부세 대상이 되는 1세대 1주택자가 크게 늘었다. 성동구는 올해 2만5839가구가 새롭게 종부세 대상이 됐으며 이는 전년대비 147% 상승한 결과다. 마포구는 전년대비 140% 상승해 2만1244가구가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됐다. 시장에선 급등한 공시가격에 놀라는 분위기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유세 오르는 속도가 무섭다"며 “은퇴한 1주택자 분들이 보유세 때문에 다시 일해야겠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성동구 서울숲 리버뷰 자이의 보유세는 475만 원으로 전년대비 54.6% 올랐다. 급매가 많지는 않지만 현금 융통이 어려운 고령 1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모양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은 실거래가 보다 높게 받기 위해 가격을 많이 낮추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급매로 나오는 매물들은 은퇴한 1주택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많이 올라 매수자들도 급매가 아니면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들은 버틴다는 분위기다. 2주택자라는 A씨는 “본인 한 채, 배우자 한 채는 상속까지 갈 것"이라며 “상속세 내나 양도세 내나 똑같다"고 말했다. 지금 서울 집을 팔면 다시는 그 집을 못살 것이라는 불안감이 지배적이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지방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B씨는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에는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샷시도 새로 해주고, 전부 수리를 해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아직까진 버틸만 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세제개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정부의 공시가격 로드맵이 현실화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순차적으로 인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를 도입하여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상향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 해당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세제 손질이 예상된다. 다만 이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했고, 홍익표 정무수석 역시 보유세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 만큼 시차는 있을 예정이다. 월세로 임대를 놓고있는 다주택자 C씨는 “보유세가 올라가는 만큼 월세로 보충하겠다"고 말했다. 세금이 높아지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보유세 상승에 고령층이 빠르게 반응할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초고령사회에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이 보유세 증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매물 출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주택 규모나 금액을 줄이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 뿐만 아니라 고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나 전세 임대 시 간주 임대료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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