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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통상 위기 속 수출 지원 체계 강화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가 세계 무역 불확실성과 경기 하강 국면 속에서도 도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충남형 수출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하며 지방정부 주도 수출 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민선 8기 충남도는 기존의 단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해외사무소를 3개국에서 7개국으로 확대하고, 통상자문관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한 도지사 순방과 연계한 시장개척단 파견 등 입체적이고 전략적인 수출 지원 기반을 구축했다. 도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해외사무소는 현지 수출 애로사항 해결, 바이어 발굴, 수출 상담 등 전 과정에 걸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사무소가 없는 지역에는 통상자문관을 배치해 현지 밀착형 수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와 함께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지원, 국제특송 지원, 수출입 보험료 및 바이어 신용조사 지원, 충남FTA통상진흥센터 운영 등 수출 전 과정에 걸친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해 도내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체계의 실효성은 구체적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논산의 위생용품 제조업체 한포는 경영난으로 사업장 경매 위기에 처했으나, 도 일본사무소와 충남FTA통상진흥센터의 긴급 지원으로 회생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달 인도네시아·호주 시장개척단 상담회를 통해 호주 바이어로부터 1만 5000달러의 초도물량 수출을 수주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합 지원 체계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해외사무소 연계 수출액은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78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5월 기준 335만 달러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선 8기 충남도는 23차례 시장개척단을 가동해 5억 9246만 달러에 이르는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1년 만에 전국 무역수지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충남도 관계자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수출 전 과정에서 기업과 함께 호흡하며 위기를 돌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해외사무소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와 같은 실질적 교류의 장을 통해 수출 성과를 더욱 확대하고 도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했다. 충남도는 오는 7월 1일부터 2일까지 천안 소노벨리조트에서 '2025 해외사무소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해외 바이어 100여 개사와 도내 기업 210여 개사가 참여해 도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상담회가 될 전망이다. elegance44@ekn.kr

[E-로컬뉴스] 충남도의회, 세종시 소식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의회가 올해 173개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를 본격 추진하며 지방자치 역량 강화에 나섰다. 16일 도의회에 따르며, 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은 '2025년도 충청남도 입법평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2월 조례 소관부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후 3~4월에는 부서별 기초자료를 수집·검토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달 '2025년 제1차 입법평가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은 평가 방향과 대상 조례 선정, 분야별 심층평가 추진, 평가 체계의 객관성 확보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평가 대상은 총 173건의 조례로, 이 중 150건은 제정 또는 전부개정 후 3년 이상 경과된 조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나머지 23건이 2020년에 이미 평가를 받은 조례로, 4년 만에 재입법평가를 실시하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충남도의회는 최근 5년간 총 731건의 조례를 평가해 665건에 대해 개선 의견을 제시했으며, 그중 409건은 개정, 통·폐합 등으로 이어지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도의회는 올해 이러한 성과를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지방의회법' 제정 등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임선주 위원(국민권익위원회 전문위원)은 “조례별 특성을 반영하되 평가기준의 체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주 위원(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장)은 “조례 간 중복 여부와 법령과의 정합성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성재 입법평가위원장(천안5·국민의힘)은 “충남도의회는 자치입법뿐만 아니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국가입법 개선 방안까지 동시에 모색하는 선진 입법평가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올해는 자치입법권 강화와 실질적인 자치역량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의회의 이번 입법평가는 단순한 조례 점검을 넘어 지방자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안전위, 교육청·시민안전실·소방본부 예산안 심의 마무리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가 3일간의 집중 심사를 통해 2025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예비 심사를 마무리했다. 위원회는 교육청과 시민안전실, 소방본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하며 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교육안전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제98회 세종시의회 정례회 제4~6차 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13일 열린 제4차 회의에서는 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심야까지 이어졌으며, 면밀한 검토를 위해 회의는 14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세종시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예산은 2025년도 본예산 대비 376억 원(3.2%) 증액된 1조22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세종시청 시민안전실과 소방본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은 본예산보다 28억 원(1.74%) 늘어난 1643억 원이다. 위원회는 심사 결과 소관 기관들의 추경예산안을 수정가결 및 원안가결했으며, 교육청의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은 원안대로 심의 가결했다. 교육안전위원회는 이번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다. 신규 및 확대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사업의 예상 결과와 효과, 시민과 학생, 학부모의 수혜율과 만족도 증가 여부, 예산 집행 세부 추계 내역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또한 중복 사업이나 불요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가능성, 현장 시급성에도 반영되지 못한 항목의 추가 검토, 투명하고 공정한 예산 사용 등을 고려해 심사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긴급 현안 관련 안건도 다뤘다. 이현정 부위원장이 발의한 '공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리박스쿨 출신 강사 퇴출 및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공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신뢰성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됐다. 윤지성 위원장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예비 심사는 단순한 수치 검토를 넘어, 실제로 예산의 사용이 시민과 학생, 학부모에게 중요한 기초 안전, 교육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예산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안전위원회에서 심사한 안건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3일 제9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legance44@ekn.kr

20조대 2차 추경 곧 발표…민생지원금 차등 지급 검토

정부가 조만간 내수 회복과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최소 2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발표한다. 민생회복을 위해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되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20조원 이상 규모로 예상되는 2차 추경안을 편성해 대통령실과 여당 등과 최종 조율 중이다. 경기 회복과 소비 활성화,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역화폐 형태로 소득구간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본금액을 신속히 지급한 후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 국민들에게 추가금액을 제공하는 1·2차 단계별 지급 방식이다. 기본 금액이 먼저 지급될 1차 지급에서는 일반국민에 15만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4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차 지급에서는 건보료 기준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10만원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신속한 추경 편성 필요성과 함께 2차 추경 준비를 지시했다. 이후 지난 9일 같은 회의에서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이 부족하다면 선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선별 지급 방안을 일부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급 대상은 지난달 주민등록 기준 5117만명으로 가구가 아닌 개인 단위 지급 여부는 막판 실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절차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하반기 내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2차 추경 예산안에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하는 '세입 경정'도 검토 중이다. 세입 경정은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거나 덜 걷힐 때 그에 따라 예산안 수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은 382조4000억원으로 작년 실적(336조5000억원)보다 약 45조9000억원 많다. 앞서 발표된 4월까지의 실적을 보면 현재로선 빠듯한 상황이다. 지난 1∼4월 국세는 142조2000억원 걷혀, 작년 동기보다 16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세수 결손에도 지출을 유지한다면 추가 국채 발행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게 된다. 잇따른 추경 편성에다가 세입경정으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제기된다. 만성 적자 상태에서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도 있다. 세입 경정이 단기적 조치라면 중장기적으로는 조세지출 재정비로 재정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중복되거나 효과성이 떨어지는 조세지출을 '구조조정'함으로써 부족한 나라 재정을 확충하는 식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하정우 AI수석 ‘깜짝 발탁’…이재명정부 ‘모두의 AI’ 힘실린다

“큰 그림을 본 후 시스템적 관점에서 인공지능(AI) 개발과 사업을 설계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술 리더십도 갖추고 있어 적절한 산업 육성책을 제시할 것이라 믿을 만하다." 지난 15일 이재명 정부 첫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 섞인 평가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투자 확대에 희망이 큰 가운데 하 수석이 연구·실무·조직 경험을 두루 갖춘 '입체형 전문가'라는 점에서 비용효율·시장친화적 정책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정계와 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하 수석은 향후 5년 동안 100조원대 국가 AI 투자·인프라 전략과 예산을 총괄한다. 세부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AI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일단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과 국산 AI 생태계 자립 기반 구축을 진두지휘하는 등 현장과 실무를 잘 아는 인물이란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높다. 하 수석의 AI에 대한 가치관과 개발 방향 등이 새 정부가 구상하는 AI 정책과 부합하는 지점이 많아 기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 수석은 네이버 클로바 AI연구소장이던 지난 2020년 한국공학한림원의 NAEK 포럼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AI 교육 및 활용 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하 수석은 “AI 덕분에 많은 정보가 효율적으로 분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보 격차와 경제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AI 커뮤니티가 수도권에선 활성화돼있지만, 지방엔 거의 없는 점이 대표적이다. 정부에서 행사나 스터디·인프라 등을 지원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인재 양성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두의 AI'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인프라를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해 모든 국민이 고성능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는 하 수석이 그동안 강조해 온 '소버린(주권) AI'와 밀접하게 상통한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자국 인프라·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 AI 역량을 구축함으로써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하고, AI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즉, 해당 전략을 통해 확보한 기술 자산을 활용해 공약을 실현한다는 청사진으로 풀이된다. 하 수석 임명에 IT업계 안팎에선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선 기조가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관계 및 학계 인사가 아닌 현장 전문가를 인선했다는 점에서 '즉전감(즉시 전력감)' 선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이나 이해관계가 아닌 기술 전문성으로 중심축이 이동함에 따라 향후 새 정부의 AI 정책 추진 과정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을 지낸 이원태 국민대 특임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하 수석은 AI모델 개발부터 에너지 문제, 인재 양성, 법·제도 및 거버넌스 등을 섭렵한 진정한 전문가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특임교수는 “(이번 인선은) 앞으로 AI 시대를 이끌 정치 지도자는 단순히 AI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전문성을 갖춘 'AI 리더'가 돼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하 수석과 정부 AI 정책의 성공 관건은 관련 부처 및 여야 간 공조체계 구축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하 수석의 행정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인사권이 없다는 점에서 정책 조율 역량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일선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AI 전략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산·학·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경청·수렴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해수부 부산 이전 논란, ‘행정수도 vs 균형발전’ 충돌의 신호탄인가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이재명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해양수산부(해수부)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포함되면서 세종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이 논란은 단순한 부처 이전을 넘어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두 국가 비전의 충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해수부 이전 논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맞춤형 기능 분산'과 문재인 정부부터 이어온 '세종 중심 행정수도 구상' 간의 정책적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세종시당위원장)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제 막 출범했고, 향후 60일 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정책적 판단 이전에 지역주의적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수부 본부를 세종에 두고 실무 집행 기능을 부산으로 이원화하는 '전담 조직 신설'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수부 이전은 행정수도 완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부처 간 협업과 국정 효율성을 위해 해수부는 세종에 잔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 역시 “해수부를 이전하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라는 건 사실 왜곡"이라며 “오히려 효율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세종 잔류가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 및 북핵 위협 대응과 관련된 해수부의 전략 기능을 언급하며 세종 잔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 논란은 세종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해수부는 세종에 잔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 시민단체들 역시 “행정 비효율 조장", “세종시 상권 타격" 등을 이유로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현 의원은 “세종시 공실 문제는 해수부와 무관하다"며, 해수부 이전과 도시경제를 직접 연결 짓는 시각은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해수부보다 더 중요한 건 행정수도 완성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행복도시법) 제6조는 외교·통일·국방·여성가족·법무부 등 일부 부처의 서울 잔류를 명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이전이 가능한 부처로 분류된다. 그러나 세종시 소재 부처는 '원칙적 유지'가 국정운영의 기조였던 만큼, 이를 변경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행정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 결정이 국회 논의와 예산 심사, 공청회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의 전남 신설 요구 등과 맞물려, 향후 부처 이원화 또는 분산 배치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현 의원은 “기후에너지부 같은 정책적 신설 부처야말로 오히려 세종에 설치돼야 한다"며, '분산'보다는 '집적'의 논리를 강조했다. 정부 조직개편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어 개편안은 과거 박근혜 정부 수준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종시와 행정수도 완성을 지지하는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legance44@ekn.kr

청양군, ‘머무는 관광’ 본격 시동…지역자원 활용한 관광코스 개발 박차

청양=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청양군이 '2025 관광도시 조성의 해'와 '충남 방문의 해'를 앞두고, 지역 고유 자원에 기반한 체류형 맞춤 관광코스 개발에 착수했다. 단순히 거쳐 가는 여행지가 아닌, '머무르고 싶은 관광도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16일 청양군에 따르면 현재의 관광 인프라는 일정 부분 확보되고 있으나, 코스 구성은 단순 나열식 위주로, 연계성 부족과 체류 유도 미흡이라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특히 관광객의 취향 다변화에 따라 기존 일괄형 관광 패턴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경험 중심, 맞춤형 관광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양군은 이에 따라 지역 고유의 자연생태·농촌체험·전통문화 자원 등을 계절별, 대상별, 동선별로 체계화하고, 개별 여행객 눈높이에 맞춘 관광코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지난 12일 청춘거리 청년활력공간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구체화됐다. 간담회에는 청양군, 관광두레 전문가, 종사자 등 20여 명이 참석해 권역별 관광 자원 분류, 스토리텔링 기법 적용, 체험 요소 강화 등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단순히 보는 관광보다, 경험하고 연결되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된다"며, “청양은 농촌과 생태, 역사문화라는 자원을 두루 갖추고 있어 체류형 코스 설계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청양군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민·전문가·관광객 의견 수렴, 기초통계 분석, 현장조사를 병행하며 코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군은 총 20여 개의 테마 코스를 선정하고, 가족 단위·개별 여행객·고령층 등 다양한 수요자별 맞춤형 콘텐츠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완성된 코스는 정기적 모니터링과 개선 절차를 통해 지속 보완되며, 관광 트렌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군은 특히 이번 코스 개발을 통해 비수기·비인기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공간적·계절적 관광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객 분산 효과를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양군 관계자는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실효성 있는 코스를 통해 '머무는 관광'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코스 개발과 함께 홍보·콘텐츠 마케팅·온라인 연계 등 종합적 관광 활성화 전략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거리'에서 '머물거리'로, '단발성'에서 '재방문'으로—청양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관광 코스 개발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legance44@ekn.kr

“공주 유구색동수국정원 꽃 축제가 돌아왔다”…기대감 고조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시는 오는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리는 '제4회 공주 유구색동수국정원 꽃 축제' 기간 동안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 및 야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유구색동수국정원과 유구전통시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올해 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공주의 여름을 한층 특별하게 물들일 예정이다. 축제의 첫날인 오는 27일 오후 6시, 유구전통시장 주무대에서는 대표 프로그램인 '제2회 공주 정의송 수국가요제'가 열린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5명의 실력파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열띤 경연을 펼친다. 특히, '장구의 신' 박서진과 트로트 가수 김의영이 축하 무대에 올라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어 29일 오후 8시에는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뮤지컬 형식의 토크 콘서트 '꽃이 된 노래, 시가 된 마음'이 펼쳐진다. 시인의 감성적인 시 낭송과 음악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전하며, 여름밤 정원에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8~29일 유구전통시장 광장에서는 야간 프로그램인 '수국 단밤 포차'가 운영된다. 수국 장식으로 꾸며진 포차 거리에서는 먹거리와 음료, 지역예술인의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야시장 경험을 제공한다. 정원과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길목에는 '수국 분재거리'와 '수국 전시관'이 조성되어, 수국의 다양한 품종과 형상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관람 동선을 제공한다. 여기에 정원 곳곳에 설치된 빛 조명과 수국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는 '유구색동달빛정원'은 관람객들에게 낮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여름 밤 정취를 선사한다. 더불어 지역 예술인들의 포크, 재즈, 국악 공연이 정원 무대 곳곳에서 연일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킬 예정이다. 최원철 시장은 “올해 축제는 무대 공연과 야간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관람객들이 수국과 함께하는 여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공주만의 감성과 정체성이 살아 있는 축제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legance44@ekn.kr

[이슈&인사이트]돌고 돌며 진화하는 국제통상규범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한국유럽학회장 점차적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국제사회의 주요국 통상규범들이 최근 들어서 보호주의적 색채를 가지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내 산업에 대한 규제에 적용하던 기준을 역외에 강하게 적용하려는 노력은 많았지만,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관세부과를 주요한 무기로 보다 노골적인 통상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유럽은 통합된 역내시장에 적용되는 여러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술과 공정성 규제 등을 역외기업과 상품 등에도 적용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통상 규제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느려지는 경제발전과 불경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조치를 명확하게 강화하는 중이다. 1990년대 출범한 WTO가 진정한 세계무역기구로서 국제사회의 통상환경을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법의 지배라는 '아름다운' 철학을 반영하였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국제사회에 팽배하였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제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부터 각국은 무수히 많은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관세동맹(Customs Union)과 같은 특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지역경제공동체를 만들거나 국가 사이에 이전보다 자유로운 무역환경을 조성하였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는 자유로운 무역을 추구하고 통일된 경제 기준을 만들자는 의지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였다. 2024년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 사무국은 양측이 1999년에 시작하여 25년을 소모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EU는 유럽의 1위와 3위이자 세계 3위와 7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속한 세계 3대 경제권으로, EFTA와 영국 등 비회원국과도 시장을 공유하며 유럽경제통합의 핵심이다. MERCO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으로 구성되어 매년 2조 2,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생산하는 남미 최대의 경제 공동체이다. 유럽의 EU 27개 회원국과 남미의 MERCOSUR 4개국 인구는 7억 명이고, 이들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등 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유럽과 남미 사이의 FTA는 대서양을 연결하는 경제적 교량을 구축하는 것이며, 환경과 인권 문제 등 양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던 논점을 무역과 경제라는 매개체로 합의하게 된 것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이 협상은 EU가 아마존 삼림 벌채 억제와 환경 보호에 관한 의무 조항 등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면서 지체되었는데, 작년 리우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브라질이 강력한 환경 문제에 해결 의지를 보이며, 협상의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관세율 인상을 주된 수단으로 하는 미국 정부의 무역 공격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그 대상에는 중국과 같은 오랜 미국의 무역 불균형 대상국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캐나다와 멕시코 등 가까운 경제동맹국도 포함되었다. 물론 EU와 일본 그리고 한국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벌이기도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조금 시간을 벌면서 풀어나갈 가능성을 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하였던 '자유로운 무역'이라는 철학은 사라진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당분간 어떤 식으로든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결국 1980년대 자유무역을 추구하며 진행되었던 우루과이라운드(UR) 이전의 보호무역주의 시대와 비슷해진다는 걱정이 많아진다. 한편, 한국은 최근 EU와 디지털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것은 한-EU FTA로 조성된 무역환경이 디지털로 대표되는 수단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양측이 조약으로 대응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EU-MERCOSUR FTA, 미국의 무역 정책, 중국의 대응과 경제불황 등의 변수들이 국제무역환경과 국내의 산업에 주는 영향을 살펴봐야 하는데, 결국 국제통상규범이 돌고 돌면서 반복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논제가 첨가되면서 조금씩 진화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화하는 국제통상규범을 보면, 진화의 과정에서 추가되는 새로운 논제가 보이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 과제를 가늠하게 한다. 김봉철

공주 밤마실 야시장, 식중독 사고에 ‘잠정 휴장’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시는 최근 산성시장에서 운영되던 '2025 공주 밤마실 야시장'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와 관련해, 야시장 운영을 13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고로 최소 4명의 방문객이 고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음식물 배상 접수가 진행 중인만큼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주시는 해당 사고에 대해 “시민과 방문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모든 판매대를 대상으로 위생 점검과 시료 채취 검사를 실시하고, 음식 조리 및 보관 설비 기준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육전 먹고 오한·고열…병원서 장염 판정" 피해자 증언 잇따라 사건은 지난 7일 발생했다. 시청 자유게시판에는 직접 피해를 입었다는 방문객들의 제보가 연이어 올라오며 파장이 커졌다. 한 제보자는 14일 게시글을 통해 “7일 야시장에 방문, 좋은마음으로 보냈지만, 친구와 육전김밥 등을 먹고 장염으로 입원까지 한 상태"라며 조치를 부탁했다. 또 같은날 다른 제보자도 “친구와 밤마실 야시장에서 약 1시간 대기 후 육전김밥과 새우전 등을 먹고 새벽부터 구토, 오한, 발열, 설사, 복통에 시달렸다"며 “식중독으로 인한 감염성 장염 판정받고 입원 치료중에 있으며, 필요하다면 사실 증명 서류까지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주시는 사고 직후 시 보건소와 공주문화관광재단, 산성시장상인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 위생 점검, 인체 및 환경 검체 채취, 유증상자 건강 모니터링, 판매대 소독 및 방역물품 배부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양희진 공주시 경제과장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린 시민과 관광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식중독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며, 보상 접수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피해자 개별 연락 및 병문안을 통해 직접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며, 음식물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재개장은 '미정'…여름철 2차 피해 우려에 신중 모드 공주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야시장 참여 판매자를 대상으로 △위생 교육 강화 △조리·보관 설비 기준 상향 조정 △불시 점검 확대 △보존식 의무 보관 제도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2차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재개장 시점은 충분한 논의 후 결정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를 통해 안내할 방침이다. '밤마실 야시장'은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년 수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야간 행사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식품 위생과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주시는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야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피해자 보호와 위생 기준 강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정비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legance44@ekn.kr

[박원주 칼럼] 이재명 대통령의 비상경제 운영에 거는 기대

대선이 끝났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반년 동안 이어온 국정과 경제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우리가 아무것도 못하고 넘어지지 않으려 급급하는 동안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국내 경제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었다.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었다면,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다가오는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민한 행동을 기대해 볼 수 있었을텐데, 앞바다에서 수십미터 높이로 들이닥치는 거대한 쓰나미를 맥없이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아무 대책도 없이 이 중요한 시기를 허비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사태 앞에서 민생과 국가 경제의 생존이라는 어젠다가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 대선이라는 극단적인 광기와 혼란, 마찰과 분열의 시기를 막 끝낸 우리 앞에 놓인 계산서는 냉정하다. 악화된 경제지표와 서민의 현실은 일자리, 소상공인 매출과 폐업, 가계대출 등 대부분의 서민 관련 지표들이 악화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이후 임금근로자의 신규 일자리수는 11분기 연속해서 줄곧 줄어왔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숙박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경기침체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작년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360여만개 중 50만개가 폐업이라는 통계도 보인다. 가계 대출 규모 또한 작년 2/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 경기 지표도 부진하다. 올 1-4월의 소매 판매 불변지수가 작년보다 줄었고, 건설 기성도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제조 평균 가동률도 올 4월 73.8%로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이에 더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여파가 현실화되면서 수출에도 주름이 잡히고 있다. 금년 5월에는 수출이 1.3% 감소했다. 석유 제품,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부품,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제조업 분야가 수출 감소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명대통령의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전 국민의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을 해소하고 화해와 통합을 일구어야 한다. 양극화와 세대 갈등, 지역분열의 씨앗이 되어 공동체의 불안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2기의 관세전쟁과 가치동맹 소실에 대응하여 각자도생의 시기를 살아남을 수 있는 균형잡힌 외교안보와 국제협력, 자주국방의 길을 열어야 한다. 눈앞에 닥친 초고령화 사회가 제기하는 수많은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시대의 글로벌 공조체제에서 우리 몫을 다하고 그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행력과 지속가능성을 구비한 온실가스 감축의 새로운 로드맵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숙제들은 우리가 살아 남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특단의 전환 필요 당장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생존 환경은 척박하고도 암울하다. 서민이 살아야 내수가 살고, 내수가 살아야 중소기업이 살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받쳐 주어야 대기업의 글로벌 도약이 가능하며, 대기업의 성과가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져야 서민경제가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 정반대의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흐름을 바꾸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바로 비상경제 대응TF를 가동하고 직접 회의를 주재했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필요했고 마음이 놓이는 일이었다. 3년전 전임자가 취임 일성으로 '자유'라는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편향외교와 정적 탄압에 국정의 방향타를 세웠던 것이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스러워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실용주의와 중도의 기치 아래 국민의 삶을 가장 앞에 세우겠다는 것이 위정자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그러지 못할까 두려워할 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는 극도로 낮아져 있었던 것 같다. 이젠 그런 '사소한' 걱정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치인이 풀어야 하는 최고의 숙제는 당연히 당면한 민생의 위기일 것이다. 이번 비상경제 운영의 핵심에도 추경 편성을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비상경제가 우선이고 개혁 과제는 후순위의 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공감한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을 놓칠까 우려스럽다. 위기 극복의 조건은 고통감내와 혁신이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경제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그 말이 대부분 맞았다. 그러나 위기가 당연히 기회가 된 것은 아니었다. 위기를 이겨내는 우리의 방법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이란 너무도 당연하게 고통과 인내를 동반하는 것이었다. 가깝게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7년의 IMF 외환위기가 그러했고 멀게는 1973년과 1979년에 일어난 2차례의 오일쇼크가 그러했다. 우리는 진통제와 마약으로 위기를 견디고 다시 일어선 것이 아니다. 이를 악물고 환부를 도려내고, 상처부위의 피를 지혈하고 소독약과 항생제를 뿌려가면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 뿌리 뽑는 독한 의지를 발휘했기 때문에 세계가 놀라는 '기적'들을 연달아 만들어 내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IMF가 강요한 처방은 시장개방과 개혁이었다. 그들은 과연 우리나라가 외화 지급불능의 위기를 이겨내고 선진국으로까지 도약하리라 기대했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IMF의 처방은 폐쇄되어 있던 우리 경제를 세계적 투기자본들이 약탈적 히트앤런을 되풀이하는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부진한 개혁이행과 고질적 정경불안, 경기침체로 채무불이행이 거듭되는 남미형 정체경제로 쇠락시켰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이를 바꾸어 놓은 것이 DJ정부의 결기였다. 기업과 공공부문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민들이 생활하고 사고하는 방식마저도 뒤집어 놓았다. 방만한 경영과 문어발식 경영 확장으로 외형의 거대화만을 추구했던 우리 기업 집단들은 사업 구조조정과 대량 정리해고 등 극단적인 경영개선 활동을 통해 생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장 기민하게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최적의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도산이 줄을 이었고,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50대의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와야 했다. 이전 같았다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동쟁의와 파업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닫았을 노조들 또한 행동을 자제했다. 나라가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적 시장개혁이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진보정권이었던 DJ정부 때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2025년의 위기, 과거와는 다른 해법 필요하다 2025년 우리가 직면한 비상경제 상황은 일견 1997년처럼 유혈이 낭자한 지경은 아니다. 새 대통령 취임이라는 낭보에 주가와 외환 등 일부 경제 지표가 크게 반등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는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정도는 아니라지만 상황을 호전시킬 수단 또한 대부분 소진된 난감한 지경임을 알 수 있다. 예전처럼 고통을 참고 인내하고 더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것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규제가 중첩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시장과 기업운영의 경직성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기업들마저도 끊임없는 사업재편을 통해 살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이를 도와주어야 할 금융시스템은 아직까지도 '우물안 개구리/구멍가게'란 멸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대외적인 부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시발점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흐름, 중국 제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점점 그 폭과 빈도를 키워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챗GPT 등 AI 신기술을 필두로 우리 제조업의 비교우위에 근본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기술혁명의 전개, 미중 대립구도를 매개로 확산되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와 세계시장의 블록화, 온실가스 감축을 명분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 규제의 보편화 등 우리 혼자 힘으로 풀 수 없는 난제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 19가 터진 이후 세계 경제에 누적된 군살은 어마어마했다.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 모든 나라들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매진했다. 그러나 건설부문의 PF 부실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가계부채 잔고가 GDP를 넘어섰는데 시장에서는 소상공인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누적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새 정부는 이처럼 지난 정부가 게을리했던 시급한 숙제까지 떠안게 되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시장을 살린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기업과 개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까지는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비상경제 운영의 핵심에는 민생안정과 더불어 시장경제 건전성을 제고하고 기업 경영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상'이란 말을 빼는 순간, 우리 국민들은 고통과 인내를 떠올린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감언이설과 당장의 위로가 아니라 진실을 알리고 공감을 얻어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이다. 하기 싫더라도 우리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당면한 비상경제 운영의 기본이다. 이는 모든 국민들에 있어 그러하고,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박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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