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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신호등] 원유 수입다변화, 준비는 됐나? 韓 정유산업에 묻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봉쇄에 미국이 '역봉쇄'로 맞서면서 언제 다시 완전히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20% 이상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원유의 안정적 수급에 산업 기반을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 그중에서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70%에 이르는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정부와 정유업계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산 셰일 오일과 서아프리카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장기 계약 구조를 재조정하면서 물류 경로 다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어디까지나 '조달 전략'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 있다. 즉, 도입된 원유를 기존 설비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는 기술적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중동산 원유를 전제로 설계·최적화돼 왔다. 이 때문에 원유 수입 다변화는 단순한 원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유 공정 전체의 열역학적 조건, 반응 경로, 촉매 선택, 설비 재질까지 모두 연결된 '시스템의 문제'다. ◇설계 원유(Design Crude)에 묶인 산업 구조 정유 공장은 특정 성질의 원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설계 원유(design crude)'라고 하는데, 이 기준은 단순한 참고값이 아니라 공정 설계의 출발점이다. 상압증류시설(CDU)의 온도 프로파일, 가열로의 열부하, 열교환기 네트워크, 촉매 반응 조건 등은 모두 이 설계 원유의 물성에 맞춰 최적화된다. 불가리아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팀이 지난 2024년 국제 학술지 '자원(Resour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설계 원유와 다른 대체 원유를 투입할 경우 정유 공정 전반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파울링(침적물 형성), 부식 증가, 장비 고장, 촉매 비활성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일 공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상압증류시설에서 발생한 분리 효율 저하는 진공증류, 수소첨가분해, 탈황 공정 등 다음 공정(다운스트림) 전반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즉, 원유의 변화는 공정 전체의 불안정성을 유발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한국처럼 중동산 원유에 맞춰진 구조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중동산 원유는 일반적으로 황 함량이 높고 비중이 큰 '중질·고유황유'인 반면, 미국산 셰일 오일은 비중이 낮고 황 함량이 적은 '경질·저유황유'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품질 차이를 넘어 공정 조건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수압파쇄 기술로 생산되는 셰일오일 미국산 셰일오일이 '경질유'로 분류되는 이유는 지질학적 특성과 조성 때문이다. 셰일오일은 수압파쇄(hydraulic fracking) 기술을 통해 근원암에서 직접 생산되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탄화수소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사슬이 짧은 저비점 탄화수소, 즉 가솔린 범위의 가벼운 성분 비중이 높다. 또한 셰일오일은 포화 탄화수소 비중이 높고 아스팔텐과 같은 중질 성분이 거의 없어 점도가 낮고 흐름성이 좋은 특징을 보인다. 황과 니켈, 바나듐과 같은 불순물 함량도 낮아 '저유황 경질유(light sweet crude)'로 분류된다. 이러한 특성은 'API 중력'이 일반적으로 40°(40도) 이상 높은 값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API(미국석유협회) 중력'은 원유의 '가벼움(밀도)'을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 물 대비 상대 밀도를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다. API가 31°를 초과하면 경질유이고, 22~31°는 중간유, 22°도 미만이면 중질·초중질유로 분류한다. 다만 이처럼 가벼운 특성은 가솔린 수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기존 정유 설비에서 설계 원유와 다른 조성의 원유가 유입될 경우 공정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수압 파쇄는 암반층에 고압의 물·모래·화학물질을 주입해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원유나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방식이어서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 위험이 제기된다. 또한 지반 균열 확대와 관련된 유도 지진, 그리고 메탄 누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도 주요 환경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산 원유 도입이 가져오는 '설비 충격' 대체 원유 도입 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정유공장 설비는 가열로(furnace)다. 가열로는 원유를 일정 온도까지 가열해 증류 공정에 투입하는 핵심 설비로, 설계 시 특정 원유의 비중과 증류 특성에 맞춰 열부하가 결정된다. 불가리아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설계보다 가벼운 원유를 처리할 경우 증발 특성 차이로 과열 또는 국부적 열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열로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설비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정 전체의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불가리아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불가리아의 루크오일 네프토힘 부르가스(LUKOIL Neftohim Burgas, LNB) 정유소는 2009년에 상압증류시설 1호기(CDU-1)를 개보수했는데, 1년 뒤인 2010년에 설계 유종인 우랄 원유보다 훨씬 가벼운 카자흐스탄산 경질유(CPC)를 약 25% 혼합해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열전달 불균형과 과열 구간이 발생하면서 열부하 분포가 설계 범위를 벗어나고, 결과적으로 총 열부하도 증가했다. 결국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지 못한 가열로 코일이 파열되는 중대 사고로 이어졌다. 또한 경질유는 증류 특성이 달라 증류탑 내부의 유동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분리 효율 저하, 거품 발생 등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제품 품질과 수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촉매 오염과 공정 붕괴의 위험 정유 공정의 또 다른 핵심은 촉매다. 특히 수소첨가분해(hydrocracking)와 탈황 공정에서는 촉매의 활성도가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 대체 원유 도입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요소 중 하나는 나트륨(Na) 오염이다. 산도가 높은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가성소다(NaOH)를 투입하거나 탈염 공정이 부실할 경우 나트륨이 촉매 표면에 축적돼 활성 부위를 차단한다. 불가리아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가성소다 투입량을 4배 증가시키면 촉매 내 나트륨 농도는 약 3배 증가하고, 이는 촉매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나트륨은 단순한 오염 물질이 아니라 '촉매 독(poison)'으로 작용한다. 촉매 기공을 막아 반응 경로를 차단하고, 활성 금속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그 결과 반응 효율이 떨어지고,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와 원료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염화나트륨(NaCl, 소금)과 같은 성분은 고온에서 염산(HCl)을 생성해 설비 내부를 부식시킨다. 이는 열교환기, 배관, 증류탑 등 주요 설비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유지보수 비용을 급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혼합의 함정'…블렌딩이 만능은 아니다 정유업계는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원유를 혼합해 설계 원유와 유사한 특성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원유를 혼합할 경우, 특히 설계 범위를 벗어난 원유가 급격히 투입될 경우 공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변화 예측과 달리 점도·증류곡선이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증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거품 발생이나 분리 효율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혼합 원유의 수율은 단순 평균이 아니라 비선형적으로 거동하기 때문에 기존 경험적 모델로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화동 이공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21년 '컴퓨터와 화학공학 (Computers and Chemical Engineering)'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새로운 원유 도입 시 중간 생성물의 수율 예측 오류가 다운스트림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생산 계획 문제를 넘어, 정유사의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 된다. 해외 연구에서는 몇 가지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해결책 ①: 인공지능 기반 '확률적 공정 최적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가 '2단계 확률적 프로그래밍'이다. 중국 화동이공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원유 품질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확률적 모델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다양한 원유 조합에 따른 수율 분포를 확률적으로 계산하고, 최적의 블렌딩 전략과 공정 조건을 도출한다. ▶해결책 ②: 원유 '지문 분석' 기술 수입 다변화 환경에서는 원유의 성질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란 샤리프 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20년 '마이크로케미칼(Microchemical Journal)'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체크로마토그래피(GC-FID)와 적외선 분광법(FT-IR)에 기반한 '지문 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기술로 원유의 화학적 '지문'을 분석해 경질유인지 중질유인지, 산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해결책 ③: 공정 시뮬레이션과 열 통합 영국 헐 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23년 '에너지원(Energy Source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펜 하이시스(Aspen HYSYS) 기반의 공정 시뮬레이션과 열 통합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원유 조합에서도 최적 운전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 아스펜 하이시스는 석유·가스 및 화학 공정의 흐름과 반응을 가상으로 계산해 설계와 운전 조건을 최적화하는 공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해결책 ④: 설비 개보수(Revamp)의 현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설비 개보수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정유 설비 개보수는 수천억 원 이상의 투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유'가 아닌 '산업'을 바꿀 각오를 현재 한국이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공급망 위기가 아니다. 원유 수입 다변화는 필연적이지만, 기존 정유시설이나 산업 구조와 충돌할 수도 있다. 공급망 다변화가 곧 리스크 해소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된 정유 시스템은 미국산 셰일 오일과 같은 대체 원유를 받아들이는 순간 한계에 직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블렌딩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최적화, 지문 분석, 설비 개보수 등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중동 전쟁 위기는 한국 정유산업에 “어떤 원유든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공급망 다변화는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기술 혁신과 설비 유연성(flexibility) 확보의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의 정유 산업은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구조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 손자 세대 건강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 속에 포함된 미량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세대를 뛰어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발표됐다. 비록 동물 실험 결과이지만, 실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농도에서도 생식 기능 저하와 배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한 국내 일부지역 주민들에게도 현실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로빈슨 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PFAS 노출이 3세대에 걸쳐 배아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핵심은 '현실적인 노출 수준'이다. 연구팀이 실제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PFAS 평균 농도는 L당 약 3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이었고, 이를 반영해 5ng/L와 50ng/L 농도를 실험에 적용했다. 특히 5ng/L는 미국의 강화된 수돗물 기준(4ng/L)과 사실상 같은 수준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농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ng/L의 PFAS에 노출된 암컷 쥐에서 생성된 배아는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MMP)가 감소하고, DNA 이중가닥 절단(γH2A.X 증가) 등 유전적 손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또한 배반포 단계에서 세포 수가 최대 26~37% 감소하는 등 배아의 질 자체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영향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FAS에 노출된 어미(F0)뿐 아니라, 이후 깨끗한 물만 섭취한 딸(F1)과 손주(F2) 세대에서도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DNA 손상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F2 세대는 이미 F0(할머니) 세대의 자궁 속에서부터 PFAS에 노출된다. F0 쥐가 임신했을 때 그 태아인 F1(어머니)의 몸속에는 장차 F2가 될 원시 생식 세포가 이미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식 세포 형태인 F2는 독립된 개체가 되기 전, F1의 태아기 단계에서 이미 할머니가 섭취한 PFAS에 직접 노출돼 미토콘드리아가 손상을 입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생식세포 수준에서의 지속적 프로그래밍 변화"로 해석하면서, PFAS가 세대 간 건강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실험에서는 별도의 농도를 맞춘 물이 아닌, 수돗물 자체(약 2.7~3ng/L PFAS)를 마신 그룹에서도 동일한 손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실험용 고농도'가 아니라 실제 일상적 노출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가역성 또한 확인됐다. 연구팀은 PFAS 노출을 중단하거나 항산화제(BGP-15, MitoQ)를 투여했지만, 활성산소는 일부 감소했을 뿐 핵심 지표인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PFAS가 단순한 산화 스트레스가 아니라 세포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장기적으로 교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지난해 10월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와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임산부 혈중 PFAS 농도가 아이의 뇌 구조와 기능 변화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PFAS는 태반과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태아와 어린이에게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호주팀의 연구 결과를 쥐 실험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흔히 검출되는 농도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낙동강 수계는 이미 PFAS 오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환경단체와 학계에 따르면 낙동강 상수원수와 정수장 수돗물에서 PFAS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 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낙동강 유역 14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시료의 77.8%가 미국 환경청(EPA)의 기준치 4ng/L를 초과했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는 일부 정수장에서 이 기준의 두 배 수준까지 검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이번 연구에서 실제 생식 독성이 확인된 농도와 겹친다는 점이다. 즉, 낙동강 수계를 이용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실험에서 3세대 영향이 나타난 수준 이상의 PFAS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수 기술의 한계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활성탄만으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막여과 등 고도 처리 기술은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후 처리보다 오염원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8년까지 PFAS 수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정수장 모니터링 확대 및 고도 정수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문제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호주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수돗물 안전 기준을 시급히 재설계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영원한 화합물'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에 불소 원자가 잔뜩 붙어 있는 화학물질로, 1만 종이 넘는다. 안정한 화학구조로 돼 있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된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이유다.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합성섬유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먹는 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이 없지만,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와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등을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부가 ‘산림 훼손’…송전탑 공사 피해 속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선) 동부 구간' 건설 사업이 산림을 불법적으로 훼손하고,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산림청으로부터 '경고성' 협조 공문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자연생태계 보전을 담당하는 기후부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녹색연합은 16일 현장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업 주체인 기후부가 허가받은 면적을 초과해 산림을 파괴하고, 산사태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여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 37개소(경북 봉화 16곳, 강원 삼척 11곳 , 경북 울진 10곳)에서 불법 훼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현재 울진·삼척·봉화 일대 약 120개소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하류 주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고위험 상태라고 경고했다.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 사업은 경북 울진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230km 구간에 440여 기의 철탑을 세워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로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한전은 1단계로 올해 10월까지 4GW 규모의 송전망을 구축하고, 2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7년까지 송전 용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훼손이 발견된 곳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방목이골로 이미 산사태의 일종인 토석류(土石流)가 진행 중이다. 40도에 달하는 급경사지에서 폭 15m, 길이 70m 규모의 토석과 암석이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고, 토사를 막으려 설치한 톤백(마대자루)은 찢어진 채 방치돼 있다. 이곳은 2008년과 2023년에 이미 산사태로 주민 8명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라 주민들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용소골 역시 심각하다. 송전탑 부지 절취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가 30~100m 구간에 걸쳐 계곡으로 유출됐고, 특히 광산골 32번 철탑 부지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확인돼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가 기간망 확충이라는 명분 아래 국내 최고 수준의 생태계를 보유한 백두대간과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기후부 등을 비난했다.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협의 사항인 '토사 유출 방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기후부의 '구조적 결함'을 지목했다. 사업 추진 주체가 같은 기후부의 전력망정책관실이어서 환경영향평가와 사후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할 기후부의 지방환경청이 감시를 소홀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송전선 건설이 산업부 업무였는데, 지난해 10월 기후부로 통합됐다. 기후부 이호현 2차관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가 기후부로 통합되기 전에) 산업부 전력국장으로 일할 때 횡성과 홍천, 영월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의 경우 철탑도 상당히 많고 생태 1급지를 지나가는 곳이어서 주민과 지역사회는 물론 환경청 등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한 기억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국유림관리소를 통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계곡에서 토사 유출이 발생해 하류 주민들 피해가 예상돼 기후부에 재해 방지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부(현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외청인 산림청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환경부와 산림청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전력망 구축을 명분으로 불법 공사와 재해 위험을 방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기후부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 전문가 합동 긴급 안전 점검과 함께 230km 전 구간에 대한 재해 위험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토사 유출과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철탑 공사현장에 대형 마대를 임시 설치하는 등 피해 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마대가 부식됐다"면서 “지반이 얼었다 녹고, 빗물이 침투하면서 토사 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현재 산림청(국유림관리소)과 재해 방지조치 등을 협의 중이라면서 보수계획을 승인받아 보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지 전용 허가지역 외에 산림 훼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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