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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고속도로의 필요성, 제주 출력제어 횟수가 말해준다

최근 RE100 산단 이전 논란과 더불어 이번 정부의 핵심 구상인 에너지고속도로 역시 덩달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주로 지산지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에너지고속도로를 짓기 보다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RE100 산단 등 더 많은 생산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산지소와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은 필자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런 논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가 단순한 '송전망 확대 사업'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고속도로의 의미는 훨씬 본질적이다. 재생에너지의 높은 변동성과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특정 지역에 고립될 때보다 오히려 전국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순환될 때 더 비용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연간 몇 GW인지를 따지는 '설비 용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가장 큰 병목은 재생에너지와 연결된 계통이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이다. 정부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며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035년 37%로 제시했고,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역시 2024년 누적 34GW에서 2035년 140GW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계통 미비로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전력망 증축과 계통 안정화 투자이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과 기후 의존성으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빈번한데, 전력은 순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면 계통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 구조적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면 잦은 출력제어는 불가피하다. 제주도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먼저 경험한 지역이다. 제주에서는 이미 2023년에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전체 전력 설비의 40%를 넘어섰고, 일부 기간에는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의 부작용으로 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021년 61회, 2022년 132회, 2023년 181회로 해마다 급증했고, 2024년에도 83회의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계통 및 유연성 자원 보강 속도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2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변했다. 완도–동제주 간 제3해저연계선 HVDC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2025년 이후 현 시점까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제3연계선은 총 98km 구간으로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데, 앞선 두 연계선과는 달리 양방향 실시간 송전을 가능하게 했다. HVDC 개통 전에는 제주에서 육지로 송전할 수 있는 전력이 시간당 30MW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완도–동제주 HVDC가 가동된 이후에는 이 용량이 180MW까지 확대되었다. 남는 전력을 즉시 외부로 보내고, 필요 시 다시 받아오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동시에 제주도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재생에너지 가격입찰과 실시간 도매시장 역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출력제어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HVDC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육지 계통에서는 출력제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육지 출력제어는 2023년 2회, 2024년 83회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데이터가 공개된 5월까지 이미 90회가 발생했다. 특히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출력제어가 집중된 현상에서 육지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를 계통과 유연성 자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특정 지역에서 모두 소비하겠다는 급진적인 지산지소 접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호남권 내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 내 소비로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계절성을 고려하면, 대규모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시점에 지역 수요만으로 이를 흡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는 고립된 소비가 아닌 전국 단위 순환을 전제로 설계돼야 하고 결국 에너지고속도로는 바로 이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인프라이다. 제주도에서의 실증을 통해 검증된 선택지이기도 하다. bienns@ekn.co.kr

[데스크칼럼] 자원전쟁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2026년 초, 세계는 지정학적 격랑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체포 보상금을 5000만 달러(약 700억 원)까지 두 배로 올리며 압박한 끝에, 미군 특수부대가 카라카스를 공습해 마두로를 전격 체포·압송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마약과의 전쟁이 아닌,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장악해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려는 '21세기 자원 전쟁'의 노골적인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석유자원 확인매장량은 688억배럴로 전세계의 4% 비중에 그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매장량은 3038억배럴로 미국의 4배이며,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바로 붙어 있으면서 미국 석유기업들이 지배하는 가이아나의 110억배럴까지 합치면 실질적으로 미국의 통제 아래 있는 확인매장량만 3836억배럴이다. 이는 세계 합계 매장량 1조7324억배럴의 22%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이후 자신의 SNS에 'FAFO' 단어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FAFO는 'Fuck Around and Find Out'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국내에서는 흔히 “까불면 죽는다"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번 군사 행동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넘어 남미권의 석유 통제권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압박과 우군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한 중동의 석유 통제권 확보, 러-우 종전 협상을 통해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석유, 가스에 이어 광물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 그린란드를 무력으로라도 지배하고 싶다고 생떼를 쓰는 이유도 바로 광물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150만톤이 매장돼 있다. 이는 미국의 180만톤에 버금가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여 모두 이겼으나, 유일하게 패배한 나라가 중국이다. 이 때 중국이 쓴 카드가 희토류 공급 중단이었다. 희토류는 전투기부터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중의 핵심광물이다. 희토류 중에 디스프로슘과 같은 중(重)희토류는 중국 생산 지배력이 90%를 넘는다. 희토류는 지질상 함유량이 매우 적어 적정량을 캐내려면 광대한 땅을 헤집어 놔야 하고, 가공 시 많은 양의 오염물질일 발생해 선진국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쯤되면 트럼프가 그린란드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이처럼 미국의 자원 통제권 확보가 노골화 될수록 세계 자원 전쟁은 더욱 확산되고 격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맞불 전략으로 나올 것이고, 한때 G2였던 유럽도 지배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거 식민지역을 중심으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다. 제국을 꿈꿨던 일본 역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자원전쟁에서 한국은 과연 얼마나 대비가 돼 있나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광물기준 해외자원개발사업 순증 수(종료와 신규의 합)는 2014년까지 349개에서 2024년에는 0을 기록했다. 신규 사업 수도 2014년까지 523개에서 2024년에는 단 7개에 그쳤다. 한마디로 광물자원 확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가 가장 취약점으로 꼽힌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국내에 생산광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예산 낭비라며 사실상 이를 보류시켰다. 세계적 석유기업인 비피(BP)가 탐사자료를 분석한 뒤 매장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가스전 개발사인 한국석유공사의 공동개발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 10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세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정부의 최종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그린란드의 희토류처럼 전략 자원을 직접 확보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노골화될 것이며, 이는 세계 자원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강자만이 자원을 차지하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북반구 한파에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너지 수입 비상

동북아, 북미, 유럽 등 북반구에 최악의 한파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가스 가격이 치솟는 등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오일프라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헨리허브 거래 가격은 1월 중순까지만 해도 2달러 중반대에 머물렀으나, 이후 한파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23일 마감 기준으로는 5.2달러로 급등했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도 1월 초순에 MMBtu당 9달러대를 보이다, 이후로 급등하기 시작해 23일 기준으로 11.3달러를 기록 중이다. 유럽 가스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 가격은 1월 초순 MWh당 27유로대를 기록하다, 이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3일에는 40유로까지 올랐다. 이 같은 가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북반구 한파에 따른 수요 급증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기상청은 현지시각 24일 서부 및 남부 일부를 제외한 미 전역에 얼음폭풍과 겨울폭풍, 극한 한파와 결빙 등의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미네소타주는 기온이 섭씨 영하 40도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우리나라도 이달 말까지 최저 기온이 영하 7~8도까지 유지되다가 내달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유럽지역은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만 한파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는 영하 20도 아래의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약물량 비중이 80% 정도로 높아 최근 현물가격 급등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수입물량은 현지 가격을 기반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수입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LNG 수입량은 4672만톤이다. 수입량 순으로는 호주 1468만톤, 말레이시아 752만톤, 카타르 697만톤, 미국 439만톤, 러시아 247만톤, 인도네시아 208만톤, 오만 192만톤, 페루 104만톤, 브루나이 91만톤, 트리니다드 토바고 86만톤 등이다.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528TWh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4TWh에 비해 18%나 적은 수준이다.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산으로 대체한 가운데 미국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세계 가스가격은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2025년 1~10월 LNG 수출에서 1위부터 12까지 중에 이집트(4위), 일본(9위), 한국(12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미국의 유럽 수출 비중은 65%에 이른다. 반대로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수입 가운데 미국 비중은 52%에 이르고, 러시아 비중은 16% 수준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현장] “공정데이터 AI 분석으로 성능 극대화, 불량률 최소화”…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심장부를 가다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한 시설에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준공된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다. 지난 22일 찾은 연구센터 내부는 연구실이라기보다 실제 태양전지 공장에 가까웠다. 에어샤워를 지나 클린룸에 들어서자 웨이퍼들이 자동화된 제조 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실리콘, 웨이퍼는 여러 공정을 거치며 셀로 완성되고 이후 모듈 라인에서 실제 상용 제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조립된다. 태양광 모듈의 태양광 발전설비 부품의 최종 완성품이다. 연구센터는 연면적 약 2400평 규모로 50메가와트(MW)급 태양전지 제조 라인과 100MW급 대면적 태양광 모듈 파일롯 라인을 갖췄다. 셀·모듈 제조는 물론 신뢰성 평가, 소재·부품·장비 검증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에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PERC) 태양전지뿐 아니라, 차세대 주력 기술로 꼽히는 이종접합(HJT) 태양전지 제조 라인도 구축돼 있다. HJT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기반으로 고효율 구조를 구현할 수 있어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접합하는 탠덤 태양전지의 하부 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탠덤셀은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로 꼽히는 22%를 넘어 목표 효율 35% 수준의 초고효율 상용화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장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는 “이곳 장비들은 대부분 양산급으로 구성돼 있어, 기업이 개발한 공정이나 장비를 실제 공장에 투입하기 전 전 주기 검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약 2000장 규모의 처리 능력을 갖춘 자동화 라인은 연구용 실험을 넘어 양산 조건에서의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데이터 기반 공정 최적화다. 웨이퍼마다 고유 인식번호를 부여해 공정 전 단계에서 색상, 박막 두께, 광발광(PL) 특성 등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 데이터는 서버로 실시간 전송돼 공정 이상 감지와 효율 개선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공정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최적화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센터 관계자는 “차세대 태양전지 효율이 현재 22% 수준에서 35%까지 올라가면 같은 면적에서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 경쟁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오는 4월 페로브스카이트 공정을 위한 드라이룸과 분석실을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공정까지 완성되면 실리콘 태양전지를 넘어 탠덤 태양전지까지 아우르는 통합 실증 플랫폼이 구축돼,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이창근 에너지기술硏 원장 “에너지 기술은 경제이자 안보…중국산 저가 공세 K-energy로 돌파”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향한 국민의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 논문과 연구 성과를 넘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출연연 운영방식을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서 임무중심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즉, 과도한 수주 경쟁과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를 막고, 기초·원천 기술 개발 및 국가 전략적 임무 수행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에너지 기술 분야의 최일선에 서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창근 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에기연 정관에 명시된 임무는 '기술개발 성과 확산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K-Energy'를 실현해 실제 시장에서 돈이 되게 하고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정부 기조에 맞춰 내놓은 해법은 '시장적기 진입과제'다. 출연연 기술은 종종 성숙도가 낮아 특히 대기업이 바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는 “논문 수준의 성과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제품으로 만들면 병목 구간이 있다"며 “그 중간을 메워 성능을 보여주면 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에기연은 이 같은 취지로 시장적기 진입과제를 37개 운영했고, 1년 반 동안 8건의 기술이전과 1건의 창업 성과를 냈다. 지난해 7월에는 55억원 규모로 우주 태양전지 개발 기업 '플렉셀스페이스'에 차세대 우주용 이중접합 태양전지 기술 이전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이어가기에는 산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에너지 전환의 핵심 품목이 중국산 저가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이 보조금 기반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팔아도 남지 않는 가격 구조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국산 기술은 산업과 시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며 “유럽·미국처럼 시장을 일정 부분 보호하는 장치 없이 국산화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AI'와 '에너지 고속도로'를 핵심 아젠다로 내건 점은 에기연에 기회이자 과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자원관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원장은 이 과정에서 인버터·컨트롤러 등 핵심 설비가 해외 의존 구조로 굳어질 경우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있고 운영 데이터가 외부로 넘어가면 안보 문제가 된다"며 “국내 기술로 부품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전에 위치한 에기연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를 직접 소개하며 차세대 태양전지인 텐덤셀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텐덤셀은 실리콘셀과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중으로 쌓아 발전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태양전지로, 목표 효율(35%)은 기존 실리콘셀(22%)의 약 1.6배에 달한다. 같은 면적에 텐덤셀을 설치할 경우 기존 실리콘셀보다 1.6배 많은 태양광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지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제한된 면적에서 발전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원장은 “텐덤셀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우리 기술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는 오는 4월 텐덤셀을 보다 큰 규모로 연구할 수 있도록 추가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PBS제도 전환에 따라 연구기관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바뀌고 있나. ▲ 출연연 정관에 '에너지 기술개발 성과 확산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연구개발 자체는 출연연이 강점이 있다. 기술이전이나 성과 확산도 많이 해왔다. 그런데 이전된 기술이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돈이 되고 성장동력이 되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그 지점이 성과의 핵심이 됐다. - 왜 부족했다고 보는가. ▲ 국민의 눈높이가 바뀌었다. 출연연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데 눈에 보이는 경제적 결과가 무엇이냐를 묻는다. 항공우주 분야는 발사체 같은 상징적 성과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특정 기술이 수출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에너지 분야도 이제는 산업이 기술을 가져가서 상품화하고 수출까지 가는 구체적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PBS는 과제가 파편화되기 쉽고, 출연연이 국가 임무 지향으로 큰 과제를 끌고 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략연구사업은 예산을 올리는 대신 대형 과제로 묶어 목적과 임무 중심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향이다. - 연구기관의 기술이 기업으로 잘 안 넘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 기술 성숙도 문제다. 논문 상으로는 아주 좋지만, 막상 제품으로 만들면 병목 구간이 생긴다. 실험실에서 가능했던 것이 생산·현장·안전·규격·유지보수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연구자가 다 알기 어렵고 그러면 대기업은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출연연에 '시장성 없는 기술'이 쌓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 본다. - 병목 구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시장 진입을 막는 중간 구간을 메워주는 게 과제다. 예산을 투입해 이 기술을 제품 수준으로 올려보자는 목표로 잡는다. 단순히 연구자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 모델 전문가 등과 함께 평가·자문 체계를 붙였다. 그러면 연구자들도 시장 관점에서 보완점을 알게 되고 기업이 가져갈 만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였나. ▲ 지난해에 시장적기 진입과제를 37개 운영했고 1년 반 만에 8건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그중 하나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배터리 관련 분야였고 초기 기업가치 50억원을 달성했고 5억원의 외부 투자도 붙었다. 기술이전은 연구성과가 국민에게 가는 중요한 통로이고 연구자가 직접 나가 창업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길이다. - K-Energy라는 개념에 대해서 소개해준다면. ▲ 에너지 기술을 상품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은 모듈만이 아니라 인버터, 운영·제어, 저장장치(ESS), 계통 연계까지 패키지로 묶여야 한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이 패키지가 기업이 가져갈 수준으로 완성돼 해외에 수출되면 그게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K-Energy'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123개 중 에너지 분야가 10개가 넘을 정도로 에너지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 태양광은 밸류체인이 한때 한국에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보조금 기반으로 덤핑 수준의 가격을 만들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가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구조가 됐다. 가격이 반의 반 수준까지 내려가면 기업은 버틸 수 없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무너지고 밸류체인이 사라져갔다. 지금은 태양광의 핵심 부품인 셀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용한 텐덤셀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우리 기술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배터리 연구에서 에기연이 집중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 에기연은 대기업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차세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재 위험이 없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문제로 ESS 보급이 한차례 멈춘 경험이 있다. 현재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액상 배터리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불이 나지 않는 저장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풍력 발전의 핵심 부품인 터빈은 초대형화 경쟁에서 밀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내 기업도 8메가와트(MW), 10MW 터빈을 개발을 했지만 해외는 15~16MW, 중국은 18~20MW까지 간다. 개발은 했는데 시장에 못 들어가면 다음 세대 개발이 막힌다. 제품을 얼마나 팔았느냐가 다음 연구개발의 동력인데 팔리지 않으면 지속이 어렵다. 에기연은 현재 제주도에서 풍력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어느 정도 만들어주고 산업을 보호해줘야 한다. - 재생 확대 과정에서 가동중단(출력제어) 문제도 크다. ▲ 햇빛과 바람이 좋을 때 전기가 넘치면 출력제어를 해야 한다. 출력제어를 줄이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고 전력망도 깔아야 하며 무엇보다 수요·공급을 실시간으로 맞추는 분산자원관리 기술이 핵심이다. 지금은 사람이 직접 하는 단계인데 비효율을 줄이려면 결국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이 필요하다. - 외국산 인버터·컨트롤러 같은 설비가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있다. 운영 데이터가 외부로 넘어가거나 특정 업체가 컨트롤룸에서 돌아가는 설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단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이슈다. 국산 인버터, 그리드포밍 기술, 운영·제어 체계를 국내에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새 정부의 'AI' 아젠다와 에너지의 관계 속에 어떤 과제를 할 수 있나 ▲ 두 갈래다. 하나는 '에너지를 위한 AI'로, 발전·산업·건물 분야의 효율을 최적화하고 자율운전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AI를 위한 에너지'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돌아가고, GPU가 발생시키는 열을 냉각하는 데도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전력 공급 안정성과 냉각 효율(PUE 개선) 기술 등 새로운 과제들이 나오고 있다. AI 시대에서 시장적기 진입과제 같은 제도로 기술 성숙도를 끌어올리고 정책적으로는 국산 기술이 시장에서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에기연이 그 흐름을 만드는 연구원이 되겠다. 대담=윤병효 부장 정리=이원희 기자 □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프로필 ◇약력 △1959년생 △충북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 석사 △미국 리하이대학교 화학공학 박사 △1985년 에기연 입사 △에기연 고효율청정에너지연구본부장 △에기연 기후변화연구본부장 △에기연 부원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운영위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의원 △한국화학공학회 산학이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현)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계속 지연되는 공공기관장 인선…“지방선거 공천 불발 대비용” 의혹

에너지 공공기관장 인선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정치권·업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인사 공백이 1년 이상 이어지는 기관까지 나오자, 여권 내 6월 지방선거 공천 결과를 염두에 둔 '시간 끌기' 아니냐는 관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2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자회사로, 발전소 정비업무를 맡고 있는 한전KPS는 2024년 12월 주총을 통해 신임 사장 최종후보자가 선임됐으나, 마지막 절차인 대통령 임명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아 1년 넘게 현 사장의 연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최종후보자 철회를 위한 이사회가 개최됐으나 의결이 불발되기도 했다. 가스공사의 자회사로, LNG 설비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기술공사도 1년 이상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현 최연혜 사장이 지난해 12월 초 임기가 만료돼 신임 사장 공모에 들어갔으나, 후보자들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대로 결국 재공모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최소 2달 이상은 최 사장의 연임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장 공모에 들어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도 인사검증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선 재공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이 같은 신임 기관장 인선이 장기화 되고 있는 양상에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 인선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겠다"며 기관장 공백기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관장 인선 지연은 부처 단계가 아닌 최종 임명권이 있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장 임명은 기관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최종후보자를 선정하면 이후 관할부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청와대가 인선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지방선거 공천이 거론된다.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장 자리가 이미 정치인들의 독차지가 된 상황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인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미 “6월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여당 인사들의 향후 거취를 고려해 인선을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인선이 늦어질수록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는 사실상 공공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요즘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출마 예정자들이 선거 캠프를 꾸리고 있는데 구인난 등으로 캠프 운영이 쉽지 않아, 보험 삼아 공공기관장에 지원해 놓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며 “당내 경선이 끝날 때쯤 각자의 진로가 정해져 공공기관장 인사도 진행될 전망"이라고 귀뜸했다. 문제는 인사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공기관의 경영 안정성과 정책 집행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전환, 전력망 확충, 연료 수급 안정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책임 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공기업은 정책과 산업 현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조직"이라며 “기관장을 사실상 '대기 상태'로 두는 인사 운영은 공기업을 정무적 완충지대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는 인선 지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면,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정부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선 이후를 기다리는 인사'라는 의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정애, 에너지·방산 수출 뒷받침 ‘전략수출금융기금’ 입법 추진

에너지·방산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해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수출금융기금' 조성이 본격 추진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외교통일위원회)은 23일 에너지·방산 등 전략 수출 산업 기업의 초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수혜 기업의 이익 일부를 수출산업 생태계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전략수출금융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4건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이재명 정부의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포함된 '전략수출금융기금' 신설 구상을 입법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대규모·장기·고위험 해외 수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금융 공백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메우고, 그 성과를 다시 산업 전반으로 환류시키는 구조가 핵심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방위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에너지·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초대형 수출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보험 등 금융 지원 역량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대규모 수출 계약의 경우 수입국이 계약 조건으로 구매자 금융이나 절충교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국 정부나 수출신용기관이 직접 금융 지원에 나서 자국 기업의 수주를 뒷받침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수출 금융기관의 신용공여 한도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려할 때, 현행 제도만으로는 대규모 수출을 적시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특히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 지원 여력 부족이 수주 경쟁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가가 전략 수출 프로젝트에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한 수혜 기업의 이익 일부를 다시 수출 금융과 산업 생태계 지원에 활용하도록 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를 중소·중견기업까지 확산하고, 금융권까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정애 의원은 “우리 기업의 수출 수주를 보다 충분히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신설하고, 국가적 지원으로 발생한 이익 일부를 다시 수출 산업 생태계로 환류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돕고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에너지·방산 등 전략 수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입법적 뒷받침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천리 이태호 사장, 서울부동산포럼 9대 회장 취임

삼천리에서 부동산 전문가인 이태호 사장이 서울부동산포럼(SREF)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루비홀에서 '제23차 정기총회 및 제9대 회장 취임식'을 열고 이태호 삼천리 미래사업 사장을 제9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포럼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년간 포럼을 이끌어온 제8대 송종헌 회장(GRE자산운용 대표)의 이임식과 새롭게 선임된 제9대 이태호 회장의 취임식 순으로 진행됐다.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태호 신임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수원대학교 건축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삼천리 미래사업 사장과 한화갤러리아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특히 이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감사, LH공사 사업전략자문위원, 국민연금 대체투자심의위원, 주택도시기금 자산운영위원 등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문 활동을 통해 부동산 금융과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이태호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환경 속에서 서울부동산포럼이 부동산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회원 간 지식 공유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포럼의 위상을 높이고 부동산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사)서울부동산포럼은 부동산 개발, 금융, 학계, 법률 등 부동산 산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정책 제안과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 단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젊은층·남성서 두드러진 원자력 지지…“전력 현실 인식 차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원자력 관련 여론조사에서 젊은층과 남성 응답자일수록 원자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원자력이 위험하다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앞세워온 반대 진영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5%가 원자력에 대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47.9%, '약간 필요하다'는 응답이 41.5%로 집계됐다. 반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2.8%)와 '별로 필요하지 않다'(4.3%)는 합계 7.1%에 그쳤다. 특히 남성 응답자의 원자력 지지도가 두드러졌다. 남성의 '필요하다' 응답 비율은 91.6%로, 여성(87.3%)보다 4.3%포인트 높았다. 남성 응답자 중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54.9%로 과반을 넘겼다. 반면 여성은 '약간 필요하다'(46.3%)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매우 필요하다'는 41.0%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젊은층의 원자력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18~29세 응답자의 96.1%가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답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약간 필요하다'가 53.0%, '매우 필요하다'가 43.1%였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0.7%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원전 반대 측에서 강조해 온 “원자력은 위험하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에너지"라는 논리가 실제 미래세대의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히려 청년층일수록 원자력을 기후위기 대응과 전력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반대 논리는 주로 '미래세대 보호'를 명분으로 제시돼 왔지만, 정작 미래세대인 20대에서 원자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전력 수급 불안이나 전기요금 상승이 오히려 미래세대의 삶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조사 결과가 에너지 정책 논의의 전제 자체를 재점검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본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젊은층의 높은 원자력 지지는 이념이나 감정이 아니라, 전력 현실과 산업 구조 변화를 고려한 합리적 판단에 가깝다"며 “미래세대를 내세운 추상적 위험론보다는, 어떤 에너지가 미래세대의 부담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자력학회 “원전 없는 에너지 전환은 허상…12차 전기본, 현실 직시해야”

대한원자력학회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원전을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에너지 전환은 정책이 아니라 위험"이라며 원전의 필수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대한원자력학회는 최근 발표한 입장과 학술적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기저전원은 원전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밝혔다. 원자력학회는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변동성과 간헐성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명확히 지적했다. 학회는 “태양광·풍력은 전력 시스템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 기저전원과 계통 보완 수단이 없다면 대규모 정전 위험과 전기요금 급등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의 '경직성' 논란에 대해서는 과장된 프레임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자력학회는 “출력 조정 운전과 계통 운영 고도화를 통해 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원전을 유연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기술 발전과 실제 운영 경험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신규 원전 필요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학회는 “계속운전만으로는 중장기 전력 수요 증가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원전 비중 유지·확대 없이는 탄소중립은 물론 산업 경쟁력 유지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제성 논쟁에 대해서는 '시스템 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발전 단가만을 비교하는 방식은 왜곡된 결론을 낳는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백업 발전, 송전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까지 포함하면 원전의 경제성과 효율성은 더욱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원자력학회는 원전 축소의 대안이 결국 화석연료 확대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학회는 “원전을 줄이면 전력 공백은 LNG 등 화석연료로 메워질 수밖에 없고, 이는 탄소 배출 증가와 요금 부담으로 국민과 산업계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나 여론이 아니라 물리와 시스템의 문제"라며 “전력 수요, 계통 안정성, 비용, 산업 경쟁력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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